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마저 최근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가 새로운 근심거리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는 취재진과 만나 "각국 경제가 허약한 상태"라면서 전쟁은 서방 중앙은행들의 경제 연착륙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식량 주요 수출국인 만큼 개전 초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세계 시장이 요동쳤다면서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전보다 제한적"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이번 전쟁이 어떠한 식으로든 확산하면 위험해질 것"이라면서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 중인 ‘국제통화기금(IMF)·WB 합동 연차총회’에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는데, 여기에 중동 문제라는 새로운 위기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또 이번 충돌은 빈발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글로벌 충격에서 세계 경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며, 연차총회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평가다.영국 런던경영대학원(LBS) 루크레지아 라이츠린 교수는 "에너지 가격에 무슨 일이 생길지가 주요 문제"라면서 유가가 또다시 급등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 압박이 될 것으로 봤다.또 에너지 가격과 관련해 "우리는 러시아와 중동, 두 개의 전선이 있다"고 우려했다.지난달 말 배럴당 95달러까지 치솟았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후 82달러로 떨어졌지만, 주말 동안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 여파 속에 9일 4.3% 오르며 86달러 위로 올라간 바 있다. 이후 WTI 선물 가격은 추가 급등 없이 86달러 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등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나흘째로 접어든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현재까지 사망자가 2000명에 달하는 등 확산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BOK파이낸셜증권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 부사장은 원유 선물의 상승세가 완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긴장이 지속해서 고조된다면 그러한 긴장이 산유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이스라엘 내 진전 상황과 함께 이스라엘이 이번 기습의 배후 의혹을 받는 이란을 상대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모든 시선이 쏠려있다"고 말했다.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가 세계 석유 시장 내 비중은 미미하지만, 중동은 여전히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은 여전히 잠재적 위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피에르-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유가 상승이 지속될지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유가가 10% 오르면 내년 세계 경제 생산이 0.15% 줄고 인플레이션은 0.4% 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이러한 가운데 IMF는 이날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0%로 유지하면서도 내년 전망치는 7월 발표 때보다 0.1%포인트 낮은 2.9%로 제시했다.IMF는 "경착륙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세계 성장에 대한 리스크의 균형은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세계 경제는 질주하는 게 아니라 절뚝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이어 "세계 경제가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물가 위기의 타격으로부터 계속해서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며 "성장이 여전히 더디고 균등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 분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서 연기가 일어나고 있다(사진=EPA/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