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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충돌로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로 전쟁의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제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삼성·LG 등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증시·환율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국제유가까지 들썩이고 있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
◇ 증시·환율 불확실성 확대···중동 진출 기업들 ‘초긴장’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5포인트(0.26%) 내린 2402.58에 마감했다. 장 초반 지수가 2448.24까지 치솟았으나 오후 들어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795.00에 거래를 마쳐 7개월만에 800선을 내줬다. 전 거래일보다 21.39포인트(2.62%) 하락한 수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 1349.5원에 마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마스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보복 조치에 들어가 인명·재산피해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전날까지는 하마스 측에서 휴전 관련 발언이 나오고 배후로 지목됐던 이란이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진정국면에 접어들기도 했다.
다만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제5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출동시키는 등 전력을 전진 배치하며 이란과 헤즈볼라의 추가 개입을 견제하고 있다.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우리 국민이나 기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인천발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노선 항공편을 제한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양사는 이스라엘에 연구개발(R&A)센터와 판매법인 등을 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8일 이 곳을 찾아 신기술을 점검하기도 했다.
현지 스타트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 중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셈법이 복잡하다. 현대차·기아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기도 하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사들도 중동 국가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 국제유가 급등락은 부담···고물가 장기화 우려
고물가 부담이 지속되는 와중에 유가가 급등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4.34%(3.59달러)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률은 지난 4월 3일 이후 최대치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3일 이후 최고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는 아니지만 국제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부담이 유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 중동 지역 전반으로 확대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우리 기업들 뿐 아니라 내수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 와중에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향후 금융 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으며 유가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국제 유가의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변동성이 커진 국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에너지 및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등 전반적인 물가 관리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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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건물이 무너진 모습. 연합 |
◇ 미중 갈등 ‘총성 없는 전쟁’도 악재···경제성장률 ‘1%대’ 압박
전세계가 포화속에 휩싸일 조짐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총성 없는 전쟁’도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 장기화에 우리 환율이 급락하고 무역수지는 적자를 보고 있는데 각종 규제리스크까지 더해져 기업활동이 어려워졌다. 미국이 국내산 철강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등 무역장벽까지 높아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복합위기’ 속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미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낮춰잡은 상태다. 지난 3월(1.5%) 보다 0.4%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주요 국책·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내년 성장률을 1.8%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관련 세미나에서 1.9%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2.0%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