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기아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추투(秋鬪)’를 걱정하고 있다.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고용을 세습하게 해달라’라는 황당 요구안을 넣은 뒤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노사 갈등이 첨예하다.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KG 모빌리티 등은 글로벌 시장 환경이 엄중하다는 점을 인식해 노사간 힘을 모으고 있어 비교된다.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달 21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12차 본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추석 연휴 전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임금 측면에서는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접점을 찾는 듯 했지만 단체협상 부분에서 견해 차이가 큰 상태다. 사측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재래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임금 협상안을 노조 측에 제시한 상태다. 국민연금 수령 전년까지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에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수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주4일 근무제 도입과 중식 시간 유급화 등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용 세습’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단협 27조 개정을 놓고 노사 간 견해차가 상당하다. 이 회사 단협 27조 1항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다만 고용노동부는 해당 조항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 위반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내용이 바뀌지 않자 지난 4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위원장, 기아 및 기아 대표이사를 입건했다. 지난 7월에는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기아 노조가 위헌 판단이 내려진 ‘황당 요구’를 계속하며 파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커지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자 기아는 단협 27조를 개정하는 대신 올해 말까지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진행해 직원들의 노동강도를 줄여주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차 본교섭이 성과 없이 끝난 뒤 추가 교섭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추투’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있다. 노조는 지난달 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총원 대비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두 차례 열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교섭 중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현대차 노사는 5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완전히 마무리했다. 올해 합의안은 기본급 11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300%+800만원, 격려금 100%+25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이 골자다. 이 회사 노사는 이와 별로도 기술직(생산직) 800명 신규 추가 채용, 출산·육아 지원 확대, 완성차 알루미늄 보디 확대 적용, 소품종 고급 차량 생산공장 건설 추진 등에도 합의했다.한국지엠, 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 등 국내에 생산시설을 둔 완성차 기업들도 모두 추석 연휴 전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yes@ekn.kr자료사진. 기아 양재 본사 전경.자료사진. 기아 화성공장 생산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