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현 정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면서 ‘포스트차이나’의 기틀을 다진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을 비롯해 많은 우리 기업이 이미 베트남을 주력 사업의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수주가 진행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춰 ‘한-베트남 비지니스 포럼’과 ‘한-베트남 파트너십 박람회’ 등 대규모 경제협력 행사가 현지에서 개최된다. 주요 경협을 통해 기업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발표될 전망이다. 이번 베트남 경제사절단은 대기업 24곳, 중견기업 28곳, 중소기업 138곳, 경제단체 6곳, 협회·조합 6곳, 공기업 3곳 등 총 205곳 등 최대 규모로 구성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이 함께한다. 사절단은 공급망 협력과 미래산업분야 공조 등 차세대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6개의 생산법인 및 판매법인과 R&D센터를 두고있다. 주요 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모듈 등 주요 제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총 2억2000만달러(약 2830억원)가 투입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베트남 사업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 회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만남을 갖는 한편 현지 삼성 계열사 사업장 점검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최태원 회장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 빈커머스 지분 16.3%를 매입한데 이어 마산그룹의 유통 지주사 크라운엑스에도 투자했다. SK그룹은 현지 법인을 통한 사업 확장과 유망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정의선 회장의 베트남 시장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현대차그룹은 ‘일본차 텃밭’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전날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 계획을 밝히는 등 베트남 동남아 시장 공략 핵심 거점화 의지를 피력했다.구광모 회장은 주요 그룹사들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만큼 새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1995년 베트남에 첫 진출한 LG그룹은 현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최근 첫 전장부문 R&D 센터를 베트남에 신설하기도 했다.구자은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찾는다. 베트남 정부가 수백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가전력개발 계획을 앞두고 있어 사업 협력과 투자 등의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받고 있다. LS전선의 자회사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서 전력케이블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방산업계는 베트남 순방길에 오른 김동관 부회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강구영 KAI 사장 등이 수주 논의를 활발히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5~7년간 3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군 현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방한한 판반장 베트남 국방장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해 K-9 자주포 등 국내 무기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협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GS에너지는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인 비나캐피탈과 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한화에너지도 1.5GW 규모의 하이랑 LNG 발전사업 관련 MOU 체결식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조선업 부문 추가 수주 가능성도 나온다. HD현대 조선 부문 계열사 현대베트남조선은 최근 신조선 사업진출 15년 만에 선박 누적 199척을 수주하며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조선 부문 계열사인 현대베트남조선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자 이미 많은 기업이 진출해있는 곳"이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협력·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gore@ekn.kr지난 3월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