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외 위상이 높아진 제약바이오업계가 창업주 2·3세 경영승계를 본격화하며 디지털 전환 등 신기술을 접목한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반면 고물가 등 경영환경 악화로 폐업이 증가한 중소·벤처·소상공인들은 올해 시행된 납품대금연동제에 안도하면서도 내년 1월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기간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김유승 기자] 올 한 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며 차세대 신약 개발, 디지털 치료기기 출시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는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전체 중소·벤처·소상공인 업계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어려움 속에서 폐업이 증가했으며, 이는 폐업공제금 지급액, 법인 파산 건수 등 수치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제약바이오·중기벤처업계에 화두가 됐던 다양한 주제를 △창업 2·3세 승계경영 △디지털전환 △해피드러그 △납품대금연동제 및 중대재해처벌법 △중기·벤처·소상공인 폐업 증가 등 5개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Keyword #1. 창업주 2·3세 승계경영 본격화 올해 초 대원제약은 창업주인 고 백부현 회장의 손자이자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의 장남인 백인환 경영총괄 사장이 전무에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부상했다. 대원제약 마케팅본부장 시절 ‘짜먹는 감기약’ 콘셉트로 콜대원을 히트시킨 경험이 있는 백인환 사장은 올 한해 콜대원이 국민 감기약으로 자리잡는 등 대원제약 성장에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미약품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7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에 취임하며 R&D 등 한미약품그룹의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임주현 사장은 R&D센터를 조직개편하고 비만 등 그동안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의 치료제 개발 중심으로 한미약품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광동제약은 창업주 고 최수부 회장의 장남인 최성원 대표가 최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해 8년만에 부회장 ‘꼬리표’를 뗐으며, 삼진제약은 최근 인사를 통해 공동창업주인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 부사장과 최승주 회장의 장녀인 최지현 부사장을 모두 각각 사장으로 승진 발령해 공동창업주 2세가 나란히 경영 전면에 나서도록 했다.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이 임원급인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역시 전무로 승진해 롯데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이끌게 됐다. ◇Keyword #2. 디지털 전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2월 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디지털치료제·DTx) 품목허가를 승인하며 제약바이오 분야 디지털 전환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 타이틀을 차지한 에임메드의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솜즈(Somzz)’는 모바일 앱으로 불면증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로,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0년 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 3월 환자를 위한 혈당관리 애플리케이션 및 병원을 위한 의료데이터 관리플랫폼 등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진출 계획을 처음 발표했고,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진단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 시리즈를 개발해 선보였다. ◇Keyword #3. 해피 드러그 올 한해 의약품 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의 복용 고백 발언 등으로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덕분에 비만치료제를 상용화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존슨앤존슨을 넘어 미국 헬스케어 기업 시총 1위에 올랐고,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유럽 증시 시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비만이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당뇨 등 다양한 질환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인 체질에 맞는 비만 치료제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주목받았다. 이밖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청소년용 먹는 탈모치료제를 승인하고, JW중외제약이 새로운 기전의 차세대 탈모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등 올 한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질병 치료를 넘어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해피 드러그’ 개발에 열을 올렸다. ◇Keyword # 4. 납품대급 연동제 환영, 중대재해처벌법 반발 중소기업계 15년의 숙원으로 불려왔던 납품대금 연동제가 올해 국회를 통과해 지난 10월부터 시행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계는 납품대금 연동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 동행기업 동참 확대, 하도급거래 직권조사 면제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라 중소기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처 준비가 어려웠던 만큼 2년의 추가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Keyword #5.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폐업 증가 올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와 높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부담 상승,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총 13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8% 급증했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코로나19 사태 첫해로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1069건)보다도 많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0.49%로 1년 전(0.27%)의 1.8배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중소기업계의 경영환경이 지속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상공인을 위한 공적공제제도인 ‘노란우산’의 지급액도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89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8월까지의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이 90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총액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ch0054@ekn.kr·kys@ekn.kr제약바이오 결산 백인환 대원제약 경영총괄사장(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사진=각사 중기 결산사진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앞줄 다섯번째부터)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9월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현장안착 점검회의’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