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오랜 시간 매물로 거론돼 온 악사손해보험이 최근 또 다시 매각에 실패하면서 악사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업계는 악사손보가 가진 정규직 직원 구조, 자동차보험 위주 포트폴리오, 제시하는 몸값이 시장과의 시각차가 많은 점 등 각종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원활한 매각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보사 인수를 검토 중인 교보생명이 올해 하반기 중 악사손보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보와 함께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악사손보 지분 100%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의 전신은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이 인수한 교보악사자동차보험이다. 2007년까지 교보생명의 손에 있었으나 교보생명이 이를 팔면서 현재 지분은 모회사인 악사그룹이 들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악사손보 인수를 타진한 만큼 이번에도 인수 의지가 매우 높았으나 두 회사의 시각차를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악사 측은 교보생명이 1000억원대에 팔았던 가격의 세배를 웃도는 3000억원대의 인수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 상장 손보사들의 시총 등을 고려한 악사손보 가치는 900억~1900억원대로 제시된 매각가와의 시각 차이가 상당하다.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해졌던 이번 매각설 마저 무산되면서 악사의 한국시장 철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손보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시장과의 온도차가 다소 과한 것이 아니었겠냐는 시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보사 M&A에서 제시되는 매각가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잠재적 매물까지 모든 대상들로 시각을 넓히면 대안이 존재하기에 보험사를 원하는 인수자들이라 할지라도 망설이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인수자들이 악사손보 인수를 꺼리는 실질적인 이유 중 하나로 직원 수에 대한 부담을 꼽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악사손보의 TM은 대다수 정규직으로, 인수자가 이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타 손보사 인수보다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악사손보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재직 중인 임직원은 모두 1751명으로 국내 31개 손보사 중 7번째로 임직원 수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악사손보의 1인당 순이익은 600만원 가량으로 전체 손보사 평균 1인당 순이익 560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액수다. 악사손보의 매물로서의 가치는 타 손보사 매물들과 비교할 때 우수한 수준이 아니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자동차보험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악사손보의 주력상품이지만 손해율 예측이 어려운 외부 환경과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보험료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품으로 꼽힌다. 판매율마저도 대형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4%가량)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내는데 그쳤다. 이에 악사손보는 장기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으나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품 특성상 비용 부담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세는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이다. 악사손보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370억원대, 34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쌓인 결손금은 3000억원에 달한다. 온라인 기반 회사로서 설계사 중심 회사 대비 판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특성도 존재한다. 매각 측은 ING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한국시장에서 보험업의 성장성이 미약하다고 판단한 타 외국계 보험사들이 최근 10년 동안 국내 시장을 떠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빠른 시기에 다시 매각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손해보험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어 의지를 보이는 인수자가 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인 KDB생명과 MG손해보험 등 국내 보험사 인수전이 부진을 겪고 있어 시장 분위기가 좋은편은 아니다. 결국 보험사 인수시장이 국내 대형 금융그룹사들간 경쟁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지만 최근 보험사 인수에 긍정적이라고 밝힌 금융그룹사들 또한 선뜻 인수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투입되는 비용 대비 미래성장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입장에서 회사를 사면 회사 순이익만큼 무조건 수익이 높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M&A시 크게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는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얼마나 커질 것이냐다. 인수 시장에선 1 더하기 1의 값이 2가 아니라 1.3 정도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고려해 타사와 시너지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회사라면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수익성을 높이기가 특히 어려운데, 장기보험 비중이 높지 않은 악사는 인수 후 성장성을 구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회사는 운영상 고비용이 들어가며 손해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정규직이 많은 자동차TM을 떠안는 구조기에 인수자로서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pearl@ekn.kr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악사손해보험이 최근 또 다시 매각이 불발되자 업계로부터 악사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