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최근 ‘1만원대 보험료에 1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보장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독감보험’이 돌연 판매 중지됐다. 앞서 경쟁 과열 우려를 이유로 보험사를 예의주시하던 금융당국이 제재에 본격 팔을 걷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화손해보험이 판매하던 독감보험 특약 상품이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한화손보는 전날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조직에 독감 치료비 특약 가입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상품은 보험 가입 기간 중 독감 진단을 받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으면 연 1회에 한해 100만원을 준다는 보장이 특징이다. 이 특약을 포함한 종합보험의 월 보험료는 1~2만원대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GA 등 영업조직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이 유행한데다, 내달 중순부터 관련 보장 금액이 50만원으로 축소돼 타 보험사에서 기존에 판매하는 상품과 비슷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 하루 3000건이 넘는 가입자 수를 기록하는 등 보험사 전산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런 와중 한화손보의 전산상 문제가 발생하면서 상품 가입에 제동이 걸리자 독감보험의 모바일 청약이 몰린 것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전산이 완전히 마비된 것은 아니었다"며 "독감보험 때문은 아니고 월말 마감 때문에 전산이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한화손보는 당초 해당 상품을 이달 11일까지 판매하기로 했지만 계획보다 열흘 당겨 영업을 접었다. 높은 보험금 수령을 노린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험사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해당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100만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독감에 의도적으로 걸리는 고객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감원은 앞서 응급실 방문 시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에서 ‘비응급 보장’의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비응급 상황도 보장하는 경우 경증질환의 응급실 방문 사례가 늘거나 과잉진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에 과열 경쟁 자제를 주문하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해 독감보험을 판매 중인 손해보험사 상품담당 임원들을 소집했다. 2일에는 상품담당 부서장을 불러모을 예정이다. 당국은 회의를 통해 독감보험을 비롯해 과열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보험 특약에 대한 자제를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과도한 보험금 책정이 궁극적으로 보험사 건전성 악화를 유발하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독감 보장액은 당초 업계서 10만~20만원대에 형성돼 있었지만 보험사 과열 경쟁으로인해 100만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과열 경쟁이 불거지면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로선 보험사기가 성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 측에 주의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가 판매 중단에 나서자 다른 보험사들도 해당 특약 판매를 중단하거나 지급 한도를 축소하는 등 이같은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등 주요 손보사들도 현재 독감 치료비 5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건강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으로 끼워 일종의 판촉용 미끼 상품 형식으로 판매한다. 이에 보험사들로부터 영업활동에 거듭 제동이 걸린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판 상품까지 제재하는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운전자보험에 변호사 선임 비용 특약을 부풀려 보험가입 금액을 높이지 말라는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당국은 앞서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에 대해서도 단속했다.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이나 일반 보험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문제 등으로 보장 특약을 내걸고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 중 하나로 판매한다"며 "통상 며칠간의 면책기간이 잡혀있어 증상이 나타난 후 바로 가입하기 어려운 점과 보험금 지급 횟수 제한 등이 있어 보험사 재무성에 큰 악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earl@ekn.kr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화손해보험이 판매하던 독감보험 특약 상품이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