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올 3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전분기 보다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 자기자본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지속된 업황 침체로 수익성은 악화된 결과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 일회성 이익 및 실적 선방으로 전 분기보다 ROE가 오르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낸 대형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하위는 최근까지 적자가 지속된 신생 증권사들이었다.ROE란 기업이 자기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의 기초·기말 평균값으로 나눠 구한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경영 효율성을 알 수 있으며, 경영진의 역량 평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37개 증권사의 평균 ROE는 4.2%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4.6%) 및 전년 동기(6.8%)에 비해 감소세가 이어지며, 악화된 증권 업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국내 증권사 평균 ROE는 올 1분기부터 주식시장에 한기가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의 사상 최대급 기업공개(IPO)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흥행 등 투자금융(IB) 호황에 7.2%로 피크를 찍었다. 하지만 이후 금리 급등세가 가팔라지며 채권 운용 손실 확대, IB 한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 4.6%, 4.2% 순으로 하락했다.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추이를 보면 올 1분기 총 2조원어치를 벌어들였지만, 2분기 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3분기 순익은 1조4000억원으로 늘었으나, 자기자본이 약 72조원에서 75조원 규모로 뛰어오르며 ROE는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개별 증권사 기준 ROE 상위권은 중소형사들이 차지했다. KR투자증권이 22.8%로 2분기(31.2%)에 이어 선두를 달렸고, 흥국증권(16.6%)과 다올투자증권(16.3%)이 뒤를 이었다. 중소형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비중이 낮은 등 사업 영역이 한정적이어서 업황 악화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자기자본 규모도 작아 대형사에 비해 ROE가 높게 표시되는 경향이 있다.그 다음으로는 신한투자증권(14.6%), 키움증권(13.5%), 메리츠증권(12.0%) 등 대형사가 뒤따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까지 7.3%로 낮은 수준의 ROE를 유지했지만, 3분기는 사옥 매각에 의한 4438억원의 일시적 이익이 반영되며 크게 뛰어올랐다.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위탁매매 시장에서 공고한 위치와 경쟁사 대비 적은 PF 비중으로 ROE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메리츠증권은 대형사 중 유일하게 순익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결과다.가장 낮은 ROE를 기록한 것은 카카오페이증권(-27.5%)과 토스증권(-19.0%)로 신생 핀테크 증권사들이었다. 양사 모두 사업 초기인 만큼, 수익을 넘어서는 막대한 영업비용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지난 1분기 108억원 수준이던 적자 규모가 3분기 359억원까지 급증해, ROE도 -23.4%에서 -4.1%포인트 더 줄었다. 반면 토스증권의 사정은 조금 더 낫다. 1분기 103억원의 적자 규모가 2분기(-65억원)에 줄더니,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해 22억원의 순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165.5%에 달하던 ROE도 1분기(-49.7%), 2분기(-38.4%)를 거쳐 대폭 개선됐다.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일수록 IB 딜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보니 업황이 어려울 때 담당자가 과감한 딜을 가져오더라도 심사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ROE에 대한 비판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분기 ROE보다는 연간 ROE에 더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suc@ekn.kr여의도 증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