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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올 3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전분기 보다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 자기자본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지속된 업황 침체로 수익성은 악화된 결과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 일회성 이익 및 실적 선방으로 전 분기보다 ROE가 오르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낸 대형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하위는 최근까지 적자가 지속된 신생 증권사들이었다.
ROE란 기업이 자기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의 기초·기말 평균값으로 나눠 구한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경영 효율성을 알 수 있으며, 경영진의 역량 평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37개 증권사의 평균 ROE는 4.2%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4.6%) 및 전년 동기(6.8%)에 비해 감소세가 이어지며, 악화된 증권 업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 평균 ROE는 올 1분기부터 주식시장에 한기가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의 사상 최대급 기업공개(IPO)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흥행 등 투자금융(IB) 호황에 7.2%로 피크를 찍었다. 하지만 이후 금리 급등세가 가팔라지며 채권 운용 손실 확대, IB 한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 4.6%, 4.2% 순으로 하락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추이를 보면 올 1분기 총 2조원어치를 벌어들였지만, 2분기 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3분기 순익은 1조4000억원으로 늘었으나, 자기자본이 약 72조원에서 75조원 규모로 뛰어오르며 ROE는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증권사 기준 ROE 상위권은 중소형사들이 차지했다. KR투자증권이 22.8%로 2분기(31.2%)에 이어 선두를 달렸고, 흥국증권(16.6%)과 다올투자증권(16.3%)이 뒤를 이었다. 중소형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비중이 낮은 등 사업 영역이 한정적이어서 업황 악화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자기자본 규모도 작아 대형사에 비해 ROE가 높게 표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신한투자증권(14.6%), 키움증권(13.5%), 메리츠증권(12.0%) 등 대형사가 뒤따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까지 7.3%로 낮은 수준의 ROE를 유지했지만, 3분기는 사옥 매각에 의한 4438억원의 일시적 이익이 반영되며 크게 뛰어올랐다.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위탁매매 시장에서 공고한 위치와 경쟁사 대비 적은 PF 비중으로 ROE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메리츠증권은 대형사 중 유일하게 순익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결과다.
가장 낮은 ROE를 기록한 것은 카카오페이증권(-27.5%)과 토스증권(-19.0%)로 신생 핀테크 증권사들이었다. 양사 모두 사업 초기인 만큼, 수익을 넘어서는 막대한 영업비용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지난 1분기 108억원 수준이던 적자 규모가 3분기 359억원까지 급증해, ROE도 -23.4%에서 -4.1%포인트 더 줄었다. 반면 토스증권의 사정은 조금 더 낫다. 1분기 103억원의 적자 규모가 2분기(-65억원)에 줄더니,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해 22억원의 순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165.5%에 달하던 ROE도 1분기(-49.7%), 2분기(-38.4%)를 거쳐 대폭 개선됐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일수록 IB 딜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보니 업황이 어려울 때 담당자가 과감한 딜을 가져오더라도 심사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ROE에 대한 비판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분기 ROE보다는 연간 ROE에 더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