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기아가 국내 공장의 전동화 작업에 시동을 걸면서도 노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생산하는 화성공장(오토랜드 화성) 착공을 두고 노사간 대립을 이어왔으나 결국 사측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공장 설립 일정이 늦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초 계획 자체는 틀어진 상황이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최근 고용안정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1분기 중 오토랜드 화성 내 PBV 신공장을 착공하는 데 합의했다. 기아가 국내에 공장을 짓는 것은 1997년 화성 3공장 이후 26년만이다. 기아는 공장 완공 후 2025년 7월부터 중간 사이즈 PBV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파워 일렉트릭(PE) 모듈을 포함한 전동화 모듈 부품도 생산하기로 했다. 전기 PBV는 로보택시, 무인 화물 운송, 이동식 사무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미래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2030년까지 세계 1위 PBV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 첫 단추는 올해 1분기 오토랜드 화성에 만들어지는 전용공장이었다. 작업이 순탄치는 않았다. 기아 노사는 지난해 초 신공장 건설 계획이 나온 이후 PBV 생산 규모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왔다. 지난 1년여간 17차례 이상 고용 관련 협의를 했을 정도다. 쟁점은 생산 규모였다. 사측이 연 10만대를 주장했으나 노조는 20만대를 제안했다. 기아 노사는 결국 노조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착공 시 연 10만대 규모로 시설을 확충하되 추가로 20만대까지 몸집을 키운다는 게 골자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공장 설립 일정이 늦어지는 것을 염려해 노조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전환 시대 노조가 고용 측면에서 강력한 태도로 일관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앞으로 오토랜드 광명·광주 등에서도 전동화 전환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 때마다 노조와 대립을 이어갈 경우 자칫 회사의 중장기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와 PBV의 미래가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량을 무조건 늘릴 경우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앞으로는) 노사가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es@ekn.krㅇ 기아 오토랜드 화성 전경. 기아는 화성공장에 목적기반모빌리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