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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노동 시장 이중 구조 20년 고착화…청년 일자리, 고령층이 차지”

국내 노동 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지난 20년간 고착화됐고, 특히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고령층과 청년층의 세대 간 경합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대기업 정규직은 '철옹성'이 됐고, 그 안에서는 고령층 고용만 급증하며 청년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대기업 정규직은 11.9%(264만3000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8.1%(1950만1000명)는 중소기업에 종사하거나 비정규직인 '여타 부문' 근로자로 나타났다. 두 집단 간의 근로 조건 격차는 뚜렷했다. 여타 부문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288만원으로 대기업 정규직(497만원)의 57.9% 수준에 그쳤다. 평균 근속 연수 역시 대기업 정규직은 12.14년인 데 반해 여타 부문은 절반 이하인 5.68년에 불과했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지난 20년간 개선되지 않고 50% 중후반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사회보험 가입률과 퇴직급여·상여금 수혜율 등 복지 수준에서도 대기업 정규직은 대부분 100%에 육박했지만, 여타 부문은 60~70%대에 머물러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지난 20년간 대기업 정규직으로의 진입 장벽은 한층 더 높아졌다.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004년 10.40년에서 2024년 12.14년으로 늘어난 반면, 신규 채용률(근속 1년 미만자 비중)은 같은 기간 9.6%에서 6.5%로 감소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도 2012년 27.9%에서 2024년 19.9%로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진입 장벽이 높아졌음에도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의 총량은 여타 부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2004년 대비 2024년 대기업 정규직 고용은 83.6% 증가했지만, 여타 부문 고용은 48.0% 증가에 그쳤다. 경총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인력 적체'를 지목했다. 2013년 도입된 '정년 60세 법제화' 등의 영향으로 기존 인력의 퇴직이 지연되면서 고령층 고용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기업 정규직 내 세대별 고용 추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 20년간 고령자(55~59세) 고용은 492.6% 폭증했으나, 청년(23~27세) 고용은 오히려 1.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정규직 내 고용 비중은 고령층이 2004년 2.9%에서 2024년 9.3%로 크게 늘고, 청년층은 13.7%에서 7.3%로 줄어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같은 기간 고령자 고용은 777.0%나 급증한 반면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경총은 노동 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맞춤형 유연 안정성'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 시장 경직성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약 12%)에 대해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경직된 연공급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유연 근무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유연성은 높지만 고용 안정성이 낮은 여타 부문(약 88%)에 대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직업 능력 개발 지원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현재의 이중 구조는 청년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특히 정년 60세 법제화로 대기업 정규직 내 세대 간 일자리 경합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맞춤형 유연 안정성 제고를 통해 포용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노동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부 산업안전정책, 처벌·제재보다 지원에 집중해야”

정부 산업안전정책을 처벌·제재보다 지원 위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경영계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경총은 건의서를 통해 그간 정부·국회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제정을 통해 안전에 대한 사업주(원청) 규제와 처벌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지만 사망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마련 중인 '노동안전종합대책' 또한 중대재해 발생 및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수사·처벌, 경제제재에 집중돼 있어 산재예방 실효성 없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 경총은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규제와 사업주 처벌 법령을 도입한 상황에서 사후제재 중심의 산업안전정책만을 정부가 지속해서는 사고사망자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산재예방정책의 기조를 '사후 처벌·감독' 중심에서 '사전 예방'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법령에 산재돼 있는 사업주 처벌기준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안전규제의 정비를 정책의 핵심원칙으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정부가 기업의 자율예방관리체계 정착을 적극 지원하고, 선진국과 같은 지도·지원 중심 감독을 통해 산업현장의 법준수율을 제고해야 한다"며 “비전문적인 사고조사와 예방사업의 비효율성 등 그간 노사단체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해 온 산재예방정책 및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새 정부가 마련 중인 종합대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중처법 등 산업안전보건법령·규제 정비를 위한 실행과제로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처벌 법률 산안법으로 일원화 추진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자 형사처벌 기준 완화 또는 삭제 △중대재해처벌법의 이행률 제고를 위한 법령개정 추진 △현장부적합, 중대재해 감소 효과가 낮은 안전규정의 대대적 정비 등을 들었다. 기업·산업계 중심 안전관리체계 구축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 확대를 위한 과제로는 △산업현장 안전관리 지원확대 및 안전관련 산업의 증진을 위한 법 제정을 추진 △민간단체의 산재예방 역할 강화 및 참여 확대방안 마련 등을 건의했다. 이밖에 사업장 구성원의 역할·책임에 기반한 자율안전관리 체계 정착을 위한 대책으로 △도급인의 관리범위 한계, 외국 입법례, 산재예방 실효성 제고 측면을 고려해 법령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핵심 의무사항(안전수칙 등)을 법률에 반드시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중대재해 예방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업장 모든 구성원의 책임의식 강화와 협력이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다"며 “지금은 새로운 제재수단 마련보다 안전규제와 예방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현장 안전활동이 자율·체계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정부가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인센티브가 먼저···규제 안풀면 경제성장 없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풀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일침을 날렸다. 최 회장은 4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을 통해 “규제 벽을 제거해야 성장 모멘텀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회장은 수많은 규제로 인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을 일부러 피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철폐와 함께 성장하려는 기업에 인센티브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규제가 존재하는 한 계속 중소기업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기업을 쪼개는 등으로 사이즈를 일부러 늘리지 않기도 한다"며 “상법에도 2조원 허들이 하나 있는데 그 허들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생각하면 자산이 1조9000억원이 된 회사는 절대로 더 늘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또 “한국 경제에 있는 계단식 규제는 대한민국 성장의 정체를 가져오는, 특히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아주 근본적인 이유"라며 “과거에는 맞았던 이야기지만 지금은 틀린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성장을 안 하는데 사이즈별 규제를 하면 누구든 성장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며 “실제 무엇인가 성장하면은 기여를 더 주고 인센티브를 더 주시면은 이게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한경협, 중견련은 이날 출범한 기업성장포럼을 주요 관계 부처·국회 등과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 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무역 질서가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로 변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물론 대기업도 비상 상황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송승헌 맥킨지 한국오피스 대표는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스스로 성장 로드맵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의 안전장치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수출 불확실성 여전한데···산업계, 파업 확산에 속탄다

산업계 주요 기업들이 노조의 '줄파업'에 속을 태우고 있다.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갈등 같은 어려운 시기를 '상생 모드'로 견뎌왔는데 최근 들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 등 수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 경제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부터 5일까지 사흘간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오전·오후 출근조가 3일과 4일 2시간씩, 5일에는 4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7년 만이다. 노사가 지난 6월1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원인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최장 64세로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 대부분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파업을 시작한 상태다. 올해 들어 6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고 3일 오후부터 5일까지도 추가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계열사 조선 3사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동 파업을 벌인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월 임단협 잠정합의안까지 도출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됐다. 노조는 특히 사측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발표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구조조정 및 사업 통폐합 등으로 확대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단체행동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한국지엠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 시장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처지에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임금을 올리고 성과급은 1인당 수천만원씩 달라는 게 조합원들의 요구다. 이밖에 직영 정비센터와 부평공장 유휴부지를 매각한다는 사측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 상생 모델'을 기대했던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는 올해 들어서에만 9차례 파업이 펼쳐졌다. 임단협이 평행선을 달리는데 회사의 은행 대출금 조기상환 과정에서도 노사간 마찰이 일어났다. 철강 업계에도 전운이 감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원청인 현대제철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고소하는 등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용자 범위'를 원청을 넘어 그룹사 전반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노조는 임금 7.7% 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회사 제시안을 거부하면서 창사 57년만에 처음 파업이 벌어질 위기에 놓였다. 전국건설노조 수원 남부지부 역시 노란봉투법을 등에 없고 과격한 행동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가 건설 중인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민노총 소속 직원을 고용하라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이미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시위를 열겠다고 집회신고까지 마친 상태다. 산업계는 아직 수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미국발 관세 후폭풍과 품목별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인도,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새로운 무역 질서를 만들려 한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하는 대목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원하청 위협 vs. 원하청 새 패러다임”…정부-경영계, 노란봉투법 ‘극과 극’

국회 통과로 내년 2월께 시행을 앞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향후 미칠 영향을 놓고 정부와 경영계가 극명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최 '주요 기업 CHO(인사노무 담당 임원)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동법은 새로운 원하청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시작점이며 노사정이 협력할 때 비로소 성장과 격차의 해소 기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개정 노동법을 계기로 기존의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참여·협력·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 경영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CJ 등 23개 기업들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법 시행에 대한 경영계의 부담을 잘 알고 있다"며 “법 시행일이 가시화된 만큼 정부는 6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현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법 취지가 온전히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원하청 상생의 문화가 기업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노동계의 책임 있는 참여도 당부해 나가겠다"며 노동계의 협력을 유도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원하청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산업 전반의 노사관계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 노사 갈등 예방과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최소화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손 회장은 “노조법은 개정됐지만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단체교섭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개정 노동법에서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 다수 하청노조와의 교섭 여부, 교섭 안건 등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 회장은 여권의 정년연장, 근로시간 등 법·제도 변경 추진 움직임과 관련 “단순 제도 변경을 넘어 고용시장과 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충분한 노사간 대화와 합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를 비롯해 법 시행 준비기간 동안 경영계와 노동계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현장에서 제기하는 쟁점과 우려 사항을 검토해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체질개선 경영’ 정주행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집중하면서 중국발 공급과잉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취임한 허 사장이 일하는 방식 변화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OE(운영의 효율화: Operation Excellence)다. OE는 각 사업장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실행체계를 말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OE를 통해 석유수지·아라미드·타이어코드 등 주력 품목별로 수율 향상, 공정 효율화, 원가 절감 등 과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타이어코드 부문은 베트남 공장의 기존 설비의 병목현상 해결 및 공정 최적화를 통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허 사장은 OE 향상과 더불어 선제적 투자에도 힘주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초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 3만6000t에서 5만7000t으로 늘렸다. 열처리는 타이어코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회사는 이번 증설을 통해 동남아 고객사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공장의 증설은 중국 난징 공장의 유휴설비를 이전해 비용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허 사장이 MI(마켓 인텔리전스:시장 정보 수집 및 분석 기능)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시장 및 고객 기반 전략 설계를 위한 방향타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상반기에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사업군의 전방 및 후방 산업을 심층 분석해 수요 구조와 고객군 특성에 대한 분석을 완료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 포트폴리오 및 가격 전략 수립도 진행됐다. 현재는 수립된 분석 체계를 타 지역 및 세부 아이템으로 전개해 사업 간 전략 정합성을 더욱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전환(DX)은 기존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전사 디지털 체계를 고도화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동 중이다. 제조 현장에는 실시간 데이터 가시화와 품질 예측 AI 모델이 도입되고 있다. 영업·기획 부문에는 기준정보 정비 및 S&OP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부서 간 연결성과 실행 속도를 강화하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 고부가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체질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1월 연구개발본부와 미래기술원을 통합했다. 회사 R&D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과제들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다. 통합을 통해 연구개발본부의 인력 중 아라미드, 타이어코드, 석유수지 등 주요 사업군과 밀접하게 연관된 개발 인력들을 사업부로 배치했다. 이로써 그동안 각 사업부가 대응해 온 고객사 요청사항들을 전문 연구인력들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밖에 미래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신규 과제 발굴 및 기술 확보를 추진하기 위한 기술전략센터를 지난 6월 연구개발본부 내에 신설했다. 전사의 기반기술 강화를 위해 기반기술센터도 만들었다. 기술기반센터는 분석평가, 폴리머, 공통 기초 기술 등에 대한 전사 R&D 지원 및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기반 기술의 R&D 역량의 향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R&D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국내 1357건과 해외 1723건의 등록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 177건, 해외 352건의 특허도 신규출원하기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허성 사장 취임 이후 생산, 영업, R&D, 지원 등 전 부서에 걸쳐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으로도 모든 사업에서 세계 수준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관세 불씨 남았지만…재계 ‘내실경영 다잡기’

미국과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대외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재계가 다시 '내실 경영'에 나서고 있다.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신사업을 물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래항공교통(AAM) 분야 리더십 재정비를 위해 신재원 본부장(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하늘을 나는 차' 기술개발 기반은 이미 구축했다고 보고 사업화를 위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AAM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인사를 통해 내실을 다진다. 지난달 31일 4개 계열사 대표이사 5명에 대한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한화·글로벌 류두형 한화오션 경영기획실장, 한화엔진 김종서 사장, 한화파워시스템 라피 발타 한화파워시스템 최고운영책임자(COO),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리조트 부문 최석진 대표, 에스테이트 부문 김경수 대표를 신임 대표로 각각 내정했다. 한화그룹은 사업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내년 경영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실행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SK·LG·롯데그룹 등은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발 공세,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 자체가 위기에 빠진 만큼 정부와 함께 의견을 모아 내실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HD현대케피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은 지난달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을 열었다. 이들은 270만∼370만톤 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체질 전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포함한 사업재편계획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신사업을 물색하며 그룹 내실을 다지려고 시도하는 곳도 상당수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국내 비수도권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을 열었다. 가동은 2027년부터다. SK그룹은 데이터센터를 거점으로 AI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제조업 혁신을 통한 울산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CJ그룹은 총수 일가 '4세 경영' 기틀을 마련하는 동시에 신사업 확장을 추진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이달 중 지주사로 이동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하게 된다. 이 실장은 그룹 최초로 실 차원 미래 신사업 전담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물색할 예정이다. 내부 결속을 통해 '입법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삼성생명법' 추진 우려에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는 삼성그룹, 자사주 의무 소각 공론화로 고민에 빠진 롯데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법무·대관·재정 등 모든 부문 역량을 결집해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해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앞으로 관련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바꾸는 게 골자다. 법안이 시행되면 규제 대상 주식가치가 '취득원가'에서 '현재 시가'로 바뀐다. 롯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지주는 자사주 비중이 27.51%에 이른다. 2017년 지주사를 출범할 당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투자회사를 인적분할해 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 자사주가 넘어온 결과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앞당긴다…협의체 출범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민·관·연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을 위해 다자간 협력을 도모한다. 현대차·기아는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에서 '누마(NUMA, Next Urban Mobility Alliance)'의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NUMA는 꾸준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지역 간 교통 격차, 사회·신체적 교통 약자의 이동 등 실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성됐다. 기업의 혁신과 정부의 정책, 학계의 전문성이 조화롭게 맞물려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시작됐다. 협의체는 단계별 활동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 참여 주체들간의 긴밀한 상호 협력을 이어간다. 구체적으로 △지역교통의 인공지능(AI) 전환 및 기술기반 교통문제 해결 △자율주행 기술 및 미래 모빌리티 디바이스 기반의 자율주행-MaaS(Mobility as a Service) 실현 △스마트시티 전환을 위한 AI 모빌리티의 확산 등으로 향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NUMA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 협의체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번 출범식을 시작으로 향후에도 참여사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여 경계 없는 협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31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기관으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기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들어왔다. 민간기업은 현대차·기아, 현대카드, KT, CJ대한통운, 네이버 클라우드, 티맵모빌리티, 한화손해보험 등이 함께했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한국교통연구원 등 연구기관들도 참여한다. 현대차·기아는 각 기관·기업들과 협력해 협의체를 운영하며 참여사 간 활발한 네트워킹과 실질적인 과제 발굴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 본부장(사장)은 “자율주행과 AI는 일상을 새롭게 설계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라며 “현대차·기아는 주관사이자 파트너로서 교통약자와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기술 기반 포용적 이동권을 실현하고, 세계 도시들과 연결되는 글로벌 모빌리티 전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화그룹, 4개 계열사 대표이사 5명 인사 단행…“글로벌 경쟁력 강화”

한화그룹은 ㈜한화/글로벌, 한화엔진, 한화파워시스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4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5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문성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춘 경영진을 배치하여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화그룹은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적응하고 사업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각 사는 신임 대표이사 책임 하에 최적의 조직을 구성하고 2026년도 경영전략을 조기에 수립하여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내정된 대표이사들은 각 사의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한화/글로벌 신임 대표이사에는 류두형 한화오션 경영기획실장이 내정됐다. 류 내정자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첨단소재, 한화모멘텀 등 여러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제조 및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화/글로벌의 사업 전략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한화엔진 신임 대표이사로는 김종서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한화토탈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한화오션에서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와 액화 천연 가스(LNG)선 매출 비중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선박 엔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엔진 제조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다각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한화파워시스템은 라피 발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발타 내정자는 GE와 프리시즌 캐스트파츠 등에서 35년 이상 근무한 글로벌 엔진·가스터빈 전문가다. 그의 풍부한 글로벌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압축기·가스터빈 등 에너지 장비의 해외 시장 확대를 이끌게 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사업 부문별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리조트 부문은 최석진 대표이사가, 에스테이트 부문은 김경수 대표이사가 맡는다. 최 내정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미래전략실장 등을 지냈고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동사의 개발사업부장·아쿠아플라넷 대표 등을 역임하며 종합 부동산 시설 관리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9월 기업경기도 ‘먹구름’…제조·비제조 동반 부진 예상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오는 9월 전망지수 93.2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4월(99.15) 이후 3년 6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도는 전망치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적으로, 낮으면 부정적으로 경기를 전망한다는 뜻이다. 8월 BSI 실적지수도 92.0를 기록해 역시 2022년 2월(91.5) 이후 3년 7개월째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9월 업종별 BSI를 살펴보면, 제조업(92.6)과 비제조업(93.8) 모두 기준선 이하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제조업은 지난해 4월부터 1년6개월 연속, 비제조업은 지난달에 이어 기대이하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서는 10개 중 7개 업종에서 부진이 예상됐다. 호조 전망을 보인 분야는 △'의약품'(125.0) △'식음료 및 담배'(106.3) △'자동차 및 기타 운송장비'(103.0)다. 반면에 △'비금속 소재 및 제품'(66.7)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80.8)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84.6) △'목재·가구 및 종이'(85.7) △'석유정제 및 화학'(92.3)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94.7) △'전자 및 통신장비'(94.7)는 9월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 중에는 △'여가·숙박 및 외식'(107.7) △'전문, 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106.7)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기준선 100에 걸친 △'도소매'(100.0) △'정보통신'(100.0)을 제외한 나머지 △'전기·가스·수도 및 기타에너지'(73.7) △'건설'(83.7) △'운수 및 창고'(95.5) 업종은 부진이 전망된다. 경기 부문별 BSI도 모두 부정적 예측으로 나왔다. 내수(91.7)·수출(92.6)·투자(90.6)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3개월 연속 동반 부진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통상 불확실성 확대와 건설경기 침체 등 내수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와 경제계가 원팀이 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건설과 인프라 투자를 늘려 내수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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