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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삼성전자 노조, 무기한 총파업 선언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0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지난 8일부터 사흘간 1차 파업을 진행한 뒤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했다. 1차 파업 기간 사측이 어떤 대화도 시도하지 않아 곧바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사측에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평균 임금 인상률 3.5%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삼노에 따르면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6540명이다. 이중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이 5211명이다. 점삼노는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며 해사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3만1000여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4.8% 수준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전기차 캐즘 넘자” 車·배터리 업계 ‘맞춤 전략’ 쏟아진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계가 '맞춤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연구개발(R&D)을 강화하거나 수요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내놓거나 신시장을 개척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직원에게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도 등장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초의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고 전날부터 국내에서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경차를 기반으로 만들어 2000만원 초중반대에 구매 가능한 게 이 차의 특징이다. 현대차는 '가격 장벽' 탓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케팅 활동도 기존과 다르게 전개한다. 서울 압구정에 대규모 팝업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유명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인 기안84와 협업해 경품을 증정하는 식이다. 현대차는 이밖에도 젊은 세대를 노린 이벤트를 다양하게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일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준공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은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장착해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양산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에서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30년에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적용중인 2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 12%~15%에 달하는 등록세를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수요는 작년 기준 1만8000대로 전체 산업수요의 2%에 불과하다. 2030년에는 두자릿수 이상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전기차 캐즘 양상을 지켜보고 있다. 김동명 LG엔솔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4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자만심을 버리고 우리만의 도전과 혁신의 DNA를 되살려야 한다"며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업과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나가며 조직 전체의 혁신을 가속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LG엔솔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1일(현지시간) 르노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정 수준 돌파구도 찾고 있다. LG엔솔은 '고객가치 활동 강화'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 캐즘을 넘어선다는 각오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수년 전부터 강조해온 '고객 중심 경영' 메시지와 그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ESS에서 금맥을 찾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 기업에 ESS용 배터리 납품을 추진 중이다. 넥스트에라에너지에 총용량 6.3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고 계약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규모만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한다. 금액으로는 1조원 수준이다. SK온은 전기차 대중화와 직원 복지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직원에게 차값의 15%(최대 1000만원)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SK온 충남 서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이 대상이다. 해당 제도는 전기차 캐즘을 넘으려면 직원들부터 이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도입됐다. SK온은 최근 '비상 경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기로 했다.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이석희 SK온 CEO는 “현재 위기는 오히려 진정한 글로벌 제조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는 기회"라며 “우리 모두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음)' 정신으로 패기 있게 최선을 다한다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화와 파업 사이···‘노조 리스크’ 울고 웃는 재계

재계 주요 기업들이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울고 웃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조가 상식 밖 행동을 일삼으며 '노조 리스크'에 노출됐고, 현대자동차는 6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마무리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철강·조선업계 등은 올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전운이 감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열린 제12차 임금협상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만들어냈다. 정년 연장과 임금 인상 규모 등 핵심 사안에서 노사간 빠르게 이견을 좁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500%+1800만원, 주식 25주 지급 등이 잠정합의안의 골자다. 이와 함께 기술직 총 800명 추가 채용, 특별사회공헌기금 15억원 조성, 숙련 재고용 제도(촉탁계약직) 기존 1년에서 총 2년으로 확장 등에도 합의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조금씩 양보한 덕분에 6년 연속 무분규라는 기록에 가까워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가 정년 연장 개선 방안을 내년 계속 논의하는 데 동의했고, 사측은 기술직 촉탁계약 기간을 1년 추가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잠정합의안이 오는 12일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되면 올해 현대차 노사 임협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걱정과 관심 속에서 노사가 사회문제 해소와 지역사회 상생 방안을 담은 6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끊임없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반도체 불황 터널을 지나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삼성전자 상황은 정반대다.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전날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전삼노가 '상식 밖'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행부가 노사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는 데는 관심 없고 민노총 등 상급단체 가입이나 정치세력화에만 골몰한 탓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삼노는 전날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각 사업장 조합원 3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노조는 오는 10일까지 총파업을 할 예정이다. 이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전삼노가 '상식적인' 방향으로 협상을 이어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삼노는 사측에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수준의 요구안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전삼노는 이밖에 민노총 가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연예인들을 불러 '호화 집회'를 열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파업의 목표 또한 '생산 차질'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조선·철강업계 역시 고민이 깊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0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 HD현대, 한화오션 등 개별 기업들에서는 각종 소송전과 여론전이 펼쳐져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과 관련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파업은 법 개정과 정권 퇴진 등 정치적 요구를 목적으로 내세운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불법 파업을 강행한 금속노조가 반복적으로 불법 파업을 벌이며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금속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복합위기 시대’ 정부 ‘지원사격’ 절실해진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우리 정부의 외교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와중에 전세계적으로 리더십 교체 열풍이 부는 등 '지원사격'이 절실해져서다. 외교라인 점검 수준을 넘어 직접 수혜를 볼 수 있는 '글로벌 동맹'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다. 8일 정재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주요국에서 정권교체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7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결선 투표 결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극우 정당을 누르고 1당 자리를 차지했다. 결선에서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3위로 주저앉는 '대이변'이 연출되자 현지 매체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동안 과반 정당 없는 안갯속 정국이 지속될 것을 보인다. 영국에서는 4일(이하 현지시간) 펼쳐진 조기 총선에서 제1야당 노동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14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영국 정치 지형은 급변할 전망이다. 앞으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외부와 가까워지는 '실리 외교'를 펼치며 고물가 등 경제 위기를 탈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갑작스런 사고로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6일 선거에서 최종 승리하며 정권이 바뀐 것이다. 3년만에 다시 개혁 성향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며 중동을 중심으로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란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 이스라엘과 충돌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국이 파기한 핵합의를 복원할 경우 우리나라와 이란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해나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고령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지난달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유럽의회에 진출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속한 중도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은 참패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치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베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임한 것도 주목할 사건이다. 관계를 개선시키지 못하고 껄끄럽게 유지돼온 한중 관계에 반전을 도모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특유의 '전랑(늑대전사) 외교' 노선을 따랐던 그는 주재국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거침없는 언사로 비판을 받아왔다. 주요국 리더십 교체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과 EU에서 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우크라이나 전선 지원이나 대중국 견제 움직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각국 정부의 '자국우선주의' 기조 속 수요처에 공장을 직접 짓거나 현지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추진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온 재계 입장에는 불확실성이 또 생긴 셈이다. 기업들은 우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중국대사 교체를 계기로 한중관계를 개선하거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수출 활로를 여는 식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협상을 하고 있는 FTA 대상국은 중국, 일본, 태국,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말레이시아 등이다. 필리핀, 에콰도르, 아랍에미리트(UAE), 걸프협력회의(GCC) 등과는 발효 직전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같은 결단을 내려달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효성 논란이 일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 공급망 안정화 등을 위해서 필요한 협정이라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에서 열리는 '2024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8일 출국했다. 주요국과 안보 분야 협력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에너지 분야 등을 주요 안건으로 삼아 대화를 나눌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75%에 이르러 독일에 이어 세계 최상위권이고 전기 소비량도 가장 많은 편"이라며 “최대한 많은 다자 또는 양자간 무역협정에 가입해 무역 영토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CPTPP의 경우 일본이 주도한 다자무역협정인데 우리가 이미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알셉·RCEP)에 가입한 만큼 (CPTPP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베트남 ‘서열 3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반도체 협력 확대”

베트남 권력 서열 3위인 팜 민 찐 총리가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4일 베트남 관보에 따르면 찐 총리는 전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전영현 부회장과 박학규 경영지원실장(CFO·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캠퍼스는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모두 담당하는 첨단 복합 반도체 생산단지다. 지난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찐 총리는 최근 베트남 내 반도체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공장 방문 역시 반도체산업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것으로, 찐 총리는 베트남 내 투자 확대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찐 총리는 삼성이 20년 가까이 베트남에서 전자장비 및 부품 산업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며 베트남 사회경제 발전에 적극 기여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찐 총리는 “삼성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베트남은 향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찐 총리는 지난 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여러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베트남의 성공은 삼성의 성공이고, 베트남의 발전은 삼성의 발전"이라며 “디스플레이 분야도 투자할 예정인데 향후 3년 후에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삼성의 대베트남 누적 투자금은 약 224억달러로 현지에서 약 9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삼성베트남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557억달러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기회의 땅’ 아세안 공략 ‘속도전’

재계 주요 기업들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구가 많아 인건비는 저렴한데 소비시장은 커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등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벌써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셀 합작공장 'HLI그린파워' 준공식을 열었다. 양사는 이 곳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장착해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을 현지에서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에서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방한 중인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다양한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투자자이자 최대 수출기업으로 항상 베트남과 동행하겠다"며 “디스플레이 분야도 투자할 예정인데 향후 3년 후에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1989년 베트남 하노이에 삼성물산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면서 베트남에 처음 진출했다. 올해 기준 삼성의 대베트남 누적 투자금은 224억달러에 달한다. 현지에서 약 9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베트남의 수출액은 약 557억달러다. 지난 1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찐 총리와 회동했다. 찐 총리는 현대차그룹의 베트남 내 투자와 경영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투자 확대와 인재 육성 지원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따로 구상하고 있는 현지 투자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찐 총리는 같은 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도 만나 스마트 도시 개발과 관광 분야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효성 주요 경영진과도 만나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사업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찐 총리가 재계 주요 인사들을 연이어 만난 것은 우리 기업들이 그만큼 현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CXO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4년 국내 88개 그룹 해외계열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중국 다음으로 해외 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이었다. 현지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는 2022년 268개에서 작년 299개, 올해 314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싱가포르(작년 206개→올해 217개), 인도네시아(187→199개) 등 진출도 활발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일본차 천국' 아세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베트남 생산법인(HTMV)과 지난해 준공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까지 인도네시아 및 아세안 지역에서 안정적인 제품 개발, 생산, 판매체제 구축을 통한 차별화를 전개한다는 게 업체 측 생각이다. 롯데그룹도 아세안 공략에 적극적이다. 롯데마트가 베트남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롯데GRS는 최근 동남아 최대 식음료 무역 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소비 시장을 노리고 있다. SK그룹은 빈그룹 등 현지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LG그룹은 로봇, 냉난방공조 시스템 등 기술력을 앞세워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재계는 아세안을 선점한 일본을 따라잡는 동시에 무섭게 달려들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중국의 對아세안→멕시코 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아세안 100대 수출 품목 중 40개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32개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중국은 2018년 미국의 301조 관세부과 이후 대미 우회수출, 공급망 확보를 위해 대체 생산기지로 아세안 진출을 확대했다. 특히 경합 품목에는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가 다수 포함돼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인공섬 구축, 자원개발과 관련해 아세안 내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K-컬쳐 활용과 함께 재생에너지·스마트시티, 의료·농업 분야 협력 증진과 교역 연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세안 공식 포털에 따르면 이 지역 전체 인구는 2022년 기준 6억7170만명 수준이다. 오는 2050년에는 인구가 8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30세 수준이다. 소비 시장과 생산연령 인구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진다는 뜻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재계 ‘눈치 싸움’ 치열해진다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면서 우리나라 재계 '눈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주요국 정책 변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데다 전쟁, 이상기후, 무역분쟁 등 예상 밖 변수들까지 더해지면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실력을 쌓으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 판도는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펼쳐진 양자 토론 이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는 등 '고령 논란' 약점을 고스란히 내비쳤기 때문이다. 토론 이후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민주당은 패닉에 빠졌다. 후보 교체 관련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태다. 미국 CBS는 유고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72%로 '출마해야 한다'(28%)는 답변을 압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조사는 지난달 28∼29일 전국 등록 유권자 1130명 대상으로 펼쳐졌다(오차범위 ±4.2%p).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우리 기업들은 주요 정책이나 약속들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바이든 행정부 시절 투자를 감행했던 기업들은 보조금 수령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대신 화석연료를 우선시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이차전지 기업 등도 손해를 볼 여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탄소중립'을 향해 달리고 있는 중장기적인 목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수차례 발언했다. 파리 협정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전과 비교해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억제하고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순 배출량 '0'을 위해 각자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자는 협약이다. 전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이 교역 과정에서 탄소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그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계획한 기업들은 고민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슈퍼 선거의 해' 변수가 생기는 곳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인도의 경우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야권의 힘이 예상보다 너무 커져 향후 국정 운영에는 타격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성향 정치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4일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 영국에서도 정권 교체가 확실해 보인다. 중국, EU 등 정책 변화 기류도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EU가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중국과 '관세 전쟁'을 도발하는 가운데 중국이 정면대응 의사를 내비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역시 대선 이후 민주·공화당이 초당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방위적 중국 견제 법안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러시아-북한 밀착 등 정치 리스크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상기후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통행이 어려워지거나 각종 원자재·식료품 가격이 널뛰기하며 안정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원료 및 연료 변환, 공정 개선, 자동·최적화 등 투자가 불가피하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실력을 키우며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은 국내외를 오가며 '미래 기술' 개발과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찾아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브라질, 인도, 아세안 등 신흥국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 체질 자체를 개선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DS부문장을 교체하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AI 등 미래 산업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은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 결단을 내렸다. 2026년까지 현금 80조원을 확보해 본업과 AI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장 찾는 재계 총수들···키워드는 ‘내실 다지기’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이 '현장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소 등 미래 사업 역량 강화를 직접 챙기는가 하면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이어 만나며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발굴을 위해 우군을 확보하는 '내실 다지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이후 젊은 인재 양성 과정까지 둘러보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가 교육기회 균등 제공을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에게도 문호를 연 것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2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 SSAFY 광주 캠퍼스(2022년 10월), 부울경 캠퍼스(2022년 11월), 대전 캠퍼스(작년 2월)를 연이어 방문해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교육생들을 격려했다. 2021년 9월에는 SSAFY 서울 캠퍼스를, 2019년 8월에는 SSAFY 광주 캠퍼스를 찾기도 했다. 해외 출장 일정도 다수 소화하고 있다. 5월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출국한 이 회장은 2주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자택에서 단독 미팅을 가졌다. 이후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 CEO를 만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미국 동부 뉴욕·워싱턴DC 일정을 마친 뒤 서부로 이동, 글로벌 CEO들과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삼성의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윈윈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는 메시지도 남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종횡무진 국내외를 누비고 있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빅테크 리더들과 잇따라 만났다.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달 초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회장)과 회동하며 'AI 파트너십'을 모색한 것의 연장선이다. 최 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AI라는 거대한 흐름의 심장 박동이 뛰는 이곳에 전례 없는 기회들이 눈에 보인다"며 “모두에게 역사적인 시기임에 틀림없다. 지금 뛰어들거나, 영원히 도태되거나"라고 적었다. SK그룹이 6월 28∼29일 개최한 경영전략회의에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자리에서 최 회장은 AI와 반도체 분야 집중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6월27일 제주시 구좌읍 수소 수전해 실증단지 내 '탄소없는 섬'(CFI) 에너지미래관에서 진행된 '소방관 회복지원 수소버스 전달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모두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같은 가치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만드는 영웅들이 지지치 않고 본연의 임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같은 날 개막한 '2024 부산모빌리티쇼' 현장을 찾아 산업 동향도 둘러봤다. 이날 최초로 공개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살펴보고, 수소에너지의 순환과 모빌리티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하는 상설 미니 쇼케이스를 관람했다. 특히 부산에 근거지를 둔 기업들의 전시관도 일일이 찾아 미래차 관련 기술을 파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 등을 방문해 북미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리더들과 회동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LG 사업장 외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AI 스타트업을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구 회장은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만나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찾아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원'의 구동을 살펴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주요 기업 총수들이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한동안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대선, 글로벌 관세 전쟁 등 경영 관련 각종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그룹 내실을 다지고 해외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한 시기기 때문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갈 길 먼 최저임금 논의···경영계 애탄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으면서 경영계가 애를 태우고 있다. 업종별 임금 차등적용 등을 두고 노동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며 인상폭 등에 대한 의견 조율은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등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이 무더기로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 불확실성이 또 생겼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26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5차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회의부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이 논의됐지만 노동계가 이를 '레드라인'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구분 적용이 최저임금 취지를 완전히 무너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급여력'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고율 인상 누적과 일률적 적용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현재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숙박업과 음식업은 주휴수당까지 반영하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미만율이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심의 기간이 역대 최장이었던 작년보다 더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이 27일까지지만 아직 구분 적용 여부도 정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이 원하는 최저임금 수준도 제시가 안된 상태다. 다급해진 소상공인들은 거리로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소상공인 2000여명은 전날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구분적용'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기준 소공연 회장 직무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버티는 동안 50% 이상 늘어난 대출원금과 이자비용이 소상공인의 숨을 죄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부담까지 가중되면 소상공인은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음식·숙박업의 경우 사업체 월평균 매출액까지 하락하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한계 업종에 구분적용에 필요한 과학적인 통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연구 용역을 시행하고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들을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54.4%)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43.4%) 또는 '인하'(11.0%)해야 한다고 답했다. 적정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결(43.4%), 1% 이상 3% 미만(17.2%), 3% 이상 6% 미만(13.4%), 인하(11.0%), 6% 이상 9% 미만(8.2%) 순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변동폭은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동 조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서 자영업자의 절반(48.0%)은 현재도 이미 고용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 시 9.8%, 3~6% 미만 인상 시 11.4%가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최저임금 차별적용시도 즉각 중단과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 내수부진 장기화 등으로 가계소비가 위축돼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경영 애로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며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논의가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이혼소송 탄원서’ 장남과 다정한 모습 포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장남 인근 씨와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최 회장과 인근 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 앞에서 함께 있는 사진 3장이 올라왔다. 인근 씨가 최 회장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등 다정한 모습이 연출됐다. 사진은 지난 5일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지 6일이 지난 시점이다. 인근 씨는 앞서 지난해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에 친누나인 윤정·민정 씨와 함께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 회장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생인 인근 씨는 2014년 미국 브라운대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인턴십을 거쳤다. 2020년 SK E&S 전략기획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며 그룹에 들어왔다. 현재 SK E&S의 북미 에너지솔루션 사업 법인 '패스키(PassKey)'에서 일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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