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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CJ그룹···내실 다지고 혁신 도모한다

CJ그룹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식품, 뷰티, 문화 등 핵심 역량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지 7년이 지난 가운데 내실을 다지고 혁신을 도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5월17일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체질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재무구조 등에서 압박을 받기도 했지만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의 최근 경영 트렌드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현장'이다. 그는 올해 초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 회장이 계열사를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여만이다. 이튿날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도 찾았다. 그는 주요 부서를 돌면서 직원들을 격려한 뒤 “온리원(ONLYONE) 정신에 입각해 초격차 역량 확보를 가속화하고 대한민국 물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산업 전반의 상생을 이끌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상식을 뒤엎은 인사 결정이다. CJ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이사 시즌을 조용히 넘어갔다. 대신 지난 2월 '선택과 집중' 형태의 결단을 내린 뒤 대표인사 인사를 수시로 단행하고 있다. 이달 초 이건일 CJ 사업관리1실장이 CJ프레시웨이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3월에는 윤상현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로 발탁됐다. 주요 계열사들도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 819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바이오 등 부진으로 전년 대비 하락한 수치지만 식품사업 부문이 해외에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슈완스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다 미국 등에서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CJ대한통운 역시 지난해 매출 11조7669억원, 영업이익 4802억원을 기록하며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 신화'를 쓴 올리브영도 해외로 간다. CJ올리브영은 올 상반기 중 일본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소비 성향이 한국과 유사한 데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북미와 더불어 글로벌 진출 우선 전략국가로 선정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올리브영은 2014년과 2018년 각각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아직까지는 온라인 사업만 하고 있다. 수익성 회복에 시동을 건 CJ ENM은 흑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프리미엄 콘텐츠 라인업의 확대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채널 및 디지털 커머스를 강화해 수익 확대를 지속하겠다는 목표다. 재계에서는 매끄러운 세대교체를 CJ그룹 최대 숙제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함께 식품·뷰티·콘텐츠 분야에서 결실을 맺은 가운데 3세 승계 작업을 잡음 없이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 전략실장이 임원급으로 활동 중이다. 그룹 지주사인 CJ(주) 지분은 이 회장이 42.07%를 들고 있는 반면 이선호 실장(3.2%)과 이경후 실장(1.47%)은 거의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 반도체’ 미래 경제패권 가른다···“정부 지원책 더 촘촘해져야”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미래 경제패권을 가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면서 우리 정부가 기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관련 시장 성장세가 워낙 가파르다보니 미국, 중국 등이 자국 기업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AI 반도체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411억달러(약 56조원)에서 2028년 1330억달러(약 182조원)로 연평균 21.6% 성장할 전망이다. AI 반도체는 AI 알고리즘을 실행할 능력을 갖춘 제품을 뜻한다. PC·스마트폰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가전, 자동차 등 수요처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온디바이스 열풍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달에도 AI 반도체의 역할이 상당하다. 전세계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고객사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 AMD,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들도 참전한 상태다. AWS(Amazon Web Service)는 세계 1위 클라우드로 2018년부터 AI 반도체를 개발해왔다.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 대비 자사 칩 개발 및 사용에 적극적인 편이다. MS는 세계 2위의 클라우드 기업이다. 지난 2019년부터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작년 11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공개하기도 했다. 구글은 보다 앞선 2016년 관련 제품을 발표하고 5세대 제품까지 개발을 완료했다. 이밖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태동하며 시장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은 삼성·SK·LG를 포함해 10여개 수준이다. 모바일, 가전 등 온디바이스 부문에서 일부 제품을 상용화했으며 데이터센터 부문은 사업을 본격화하는 단계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해당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아직 미국 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기술력을 100으로 놨을 때 한국은 80으로 기술 격차가 2.5년 정도 난다고 진단했다. 이는 중국(90), 유럽(85)에도 밀리는 수치다. 주요국들은 육성 정책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민간기업이 AI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며 국방부는 차세대 반도체 리더십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기술과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상무부는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등을 지원 중이다. 산·학·연 중심 중장기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하며 기업의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시행된 '칩스법' 역시 산업 생태계 조성 등 관련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 정부가 AI 반도체 설계와 제조 역량 확보를 위해 화웨이, SMIC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 등으로 AI 연산을 위한 컴퓨팅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자 자국 AI 반도체 육성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만·일본도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020년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203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 화성시 소재 반도체 기업 에이치피에스피 본사에서 진행된 소부장 기업 간담회에서 “반도체 지원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규모는 10조원 이상 대규모로 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정부가 직접적 재정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올해 일몰 예정인 국가전략기술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등도 국회에서 논의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며 AI 반도체는 성장 초기 단계로 한국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제고할 기회"라며 “AI 반도체 경쟁력 제고는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휴대폰,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을 똑똑하게 만들어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발자금 지원, 레퍼런스 구축, 수요산업과 협력 강화, 팹리스-파운드리의 유기적 협력관계 도모 등이 요구된다"며 “중동·유럽 등이 국가안보, 지정학적 이슈로 AI 반도체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새 먹거리’ 의약품, 中 위주 공급망 구조 탈피 숙제

반도체, 이차전지와 마찬가지로 의약품 분야에서도 원재료 중국 수입 비중이 높아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 업계 뿐 아니라 재계 주요 기업들이 바이오·의료기기 등 분야를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9일 산업연구원 '한·중 첨단산업의 공급망 구조 변화와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총수입액은 29억1000만달러(약 4조원)로 집계됐다. 이 중 대중국 수입액은 10억달러(약 1조 3680억원)로 34.3%에 달했다. 의약품 완제품이 미국, 벨기에 등 선진국에서 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과 대조된다. 이 같은 대중국 공급망 의존 비율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중국 의존도는 34%로 나타났다. 이차전지 원자재의 경우 중국 수입 비중이 64.6%에 달했다. 의약품 주요 수입 품목을 살펴보면 아황산나트륨, 황화합물, 모르포린, 기타 항생물질 등 1차 가공원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격이 저렴해 중국산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업들은 현지에 진출해 활로를 개척하는 방향으로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은 중국에서 만든 의약품을 모두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SK바이오팜, JW중외제약 등은 중국에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의약품 산업은 중국 시장 진출, 제3국 진출 등 판로 개척의 미래 중요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 역시 외자 유치와 인허가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공급망을 의존하다가 미국의 제재 범위에 해당 원재료가 포함될 경우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 등을 통해 경험한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정책도 변수로 꼽힌다. 재계는 제약·바이오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소득수준이 올라가는 중진국에서도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이후 바이오 분야에 매년 조 단위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도 바이오·헬스케어 등 사업을 신성장동력이라고 공식화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은 전날 프랑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업체 소니오를 약 126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오리온그룹은 올해 초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를 사들였다. 경영권 분쟁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OCI그룹은 최근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는 동시에 협력 모델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 중국 소재에 대한 의존성을 낮출 수 없다면 현지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는 식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활용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며 “대중국 공급망에 대한 전략 수립 시 의존도 탈피라는 획일적인 전략보다는 미-중 갈등 아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굳어지는 전세계 ‘신냉전’ 구도···韓 기업도 살길 찾는다

러시아·중국이 정치·경제적 이유로 서구권과 각을 세우며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자 우리 기업들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구촌'에 제품을 수출하며 먹고살았던 과거 성공 방정식으로는 앞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적극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기술 우위를 확보하며 위기대응 능력을 키우고 있다. 8일 정재계에 따르면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정립됐던 국제 질서는 최근 붕괴 위험에 놓였다.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각국의 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동 등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세계의 경찰' 역할을 수행하던 미국은 '자국우선주의'로 노선을 수정했다. 곳곳에서 기상이변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탄소 중립' 달성에 대한 속내도 모두 다르다. 주요국에서는 극우·극좌 정치인들이 득세하며 '정치리스크'까지 불거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진행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번째 취임식 역시 이 같은 '신냉전' 구도를 잘 보여준 예로 꼽힌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상당수는 이번 행사에 불참하며 푸틴이 합법적으로 러시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독일,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러시아 주재 대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방과 러시아·중국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유럽 순방길에 나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친중 성향이 강한 동유럽은 물론 프랑스 등에서도 협력관계를 다지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역시 필요한 시점에만 손을 잡는 전략적 동반자 성격이 강하다. 글로벌 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가면서 우리 기업들도 해법을 찾고 있다. '신냉전'이 단순한 이념 대립을 넘어 경제적으로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한 국가들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시장 개척이다. 재계는 △인구·자원이 풍부하고 △경제가 고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제조업 기반이 마련된 국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1년 사이 인도를 두 차례 방문했다. 세계 최대 규모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지난해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내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4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생산 거점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브라질도 찾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면담하고 현지 투자를 약속했다. 작년 9월에는 한국-인도네시아 경제협력 거점인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점검했다. 삼성전자 역시 인도·브라질 등에서 갤럭시 신제품을 먼저 선보이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필리핀, 인도, 캐나다, 브라질, 중국 등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50여개 언어를 지원하는 전화·챗봇 등 온라인 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중국·러시아 권역에서는 눈치싸움을 벌인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현지 업체에 팔면서도 상황이 개선될 경우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걸었다. 삼성전자 역시 현지 연구소 등을 아직 폐쇄하지 않고 있다. '애국주의' 소비 열풍이 부는 중국에서는 전반적으로 몸집을 줄이며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기술 '초격차'를 시도하는 것도 신냉전 시대 우리 기업들의 생존법 중 하나다. 국경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위기를 벗어난다는 생각이다. 조선 3사 등이 만드는 친환경 선박, 반도체 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이차전지 업계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전고체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공급 예정이던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을 올해 3분기로 앞당기고, 6세대인 HBM4도 2026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겨 양산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1테라비트(Tb)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하며 낸드플래시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영 보폭 넓히는 신동빈, 롯데그룹 ‘내실 다지기’ 속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챙기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복합위기' 상황 속 사업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내실 다지기 작업을 직접 챙기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크고 작은 공식일정을 다수 소화하며 직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2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4 롯데어워즈' 행사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롯데어워즈'는 지난 한 해 도전과 혁신정신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고 전파하는 자리다. 신 회장은 이날 직접 시상에 나섰다. 그는 “혁신과 도전적인 아이디어에 강력한 실행력이 더해진 성과들이 그룹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앞으로도 과거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위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찾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준공한 5·6공장에서 2만t 추가 생산이 가능해져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의 연간 생산 규모는 6만t으로 증가했다. 이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체 동박 생산량 중 75%에 달하는 규모다.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지난 3월25일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스마트팩토리 청주 신공장 현장을 방문한 직후 말레이시아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차전지 소재와 전기차 후방산업 등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며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준공한 청주 신공장은 롯데가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물류이송로봇(AMR), 인라인 컨베이어 벨트라인 등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돼 생산능력이 연간 약 2만기까지 확대됐다. 완속 충전기부터 중급속, 급속, 초급속까지 단계별 충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24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자리에서도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비전과 목표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강력한 실행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시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롯데그룹 체질 개선을 직접 챙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그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방침을 바꿨다"며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주요 사업군에서는 발 빠르게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마산점을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백화점 비효율 점포를 청산하는 신호탄이다. 마산점은 2015년 롯데가 대우백화점을 인수해 새단장한 매장이다.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출혈경쟁도 멈춘다. 롯데온이 '바로배송'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바로배송은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에서 장보기 상품을 구매하면 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게 골자다. 전국 8개 점포에서 운영해왔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사업성이 있는 분야 역량은 적극적으로 키운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롯데케미칼은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엘에프티(삼박LFT)가 전남 율촌 산단 내에 신규 컴파운딩 공장을 착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총 4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공장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복합위기’ 직면 산업계 ‘노조 리스크’ 예의주시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중첩되며 '복합위기'에 직면한 산업계가 '노조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그간 노사 갈등이 첨예했던 업종 뿐 아니라 '무노조 경영'을 약속한 사업장에서도 전운이 감도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일 산업·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내용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의 단체행동이 전개됐다. 규모가 가장 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경기도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조 측 추산 약 2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임금을 결정했다고 비판하면서 노조와의 대화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달 초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를 끝내면서다. 투표에는 5개 노조에서 2만7458명 중 2만853명이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의 74%에 해당하는 2만330명이 쟁의에 찬성했다. 투표 참여자 중 찬성은 97.5%에 달했다. 삼성전자에서는 1969년 창사 이후 파업이 벌어진 적이 없다. 2022년과 작년에도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노조가 조정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임금협상 관련 교섭을 이어왔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임금인상안의 경우 사측은 최종적으로 5.1%를 제시했고, 노조는 6.5%를 요구했다. 무노조와 무파업 원칙으로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는 고사 위기에 놓였다. 현대자동차 자회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1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하면서다. 1노조에는 GGM 전체 근로자 650여명 가운데 140여명 정도가 가입해 있다. 지금까지는 상급단체가 없는 개별 기업노조였다. 1노조는 금속노조 가입 절차를 마치고 이미 금속노조에 가입한 2노조(조합원 10여명)와 통합한 '금속노조 글로벌모터스지회'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단체교섭 요구안을 만들어 사측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역시 올해 협상이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우 노조가 전투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르면 이달 중 상견례를 가지고 올해 임금교섭을 시작한다. 노조는 정년 연장, 수천만원대 보너스 등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조선사들도 노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 3사는 이달과 다음달 중 노사 상견례를 각각 연다. HD현대 조선 3사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등을 골자로 한 공동요구안을 마련한 상태다. 특히 노조가 정년은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는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신입사원 채용 등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과 공유했다. 삼성중공업에서는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현장직 노조가 출범했다. 철강사들은 동국제강이 정년을 62세로 늘리기로 결정한 여파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동국제강은 지난 2022년과 최근 두 차례 정년을 1년씩 연장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아직 정년이 60세라 올해 교섭에서 노조가 이를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예측된다. 포스코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지난달 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회사 측을 상대로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조합 탈퇴 종용, 근로기준시간 위반, 휴게시간 미준수 등 약 200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고환율의 역설···韓 수출기업 실적 ‘好好’

우리나라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지며 고환율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이에 대한 수혜를 입고 있다. 원화 약세 효과에 힘입어 반도체·자동차 등 업체들이 1·2분기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유가·물가 등 부담이 더 커지면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데다 일본 엔화가치가 역대급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당장 웃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6조60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1.87% 증가한 수치다. 시장 예상치 역시 뛰어넘는 수준이다.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덕분이다. 메모리 감산 효과로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상승한 데다,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이 반영되면서 이익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올해 초 12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이상으로 뛴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측은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이 3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1~3월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살짝 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뛰는 등 이익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4.3% 뛴 12조4296억원이다. 반도체 업계는 2분기에도 훌륭한 성적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분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곳을 중심으로 수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던 현대자동차·기아 역시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9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7조6409억원)에 이어 분기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매출액 역시 66조8714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68조4939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높이고 환율 수혜를 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 확대, 신규 하이브리드 모델 보강 등을 통한 친환경차 판매 제고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극대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들은 대부분 환율 헷지를 하지 않는다. 대신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해외 사업장 자금 이동, 투자 관련 결정 등에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 원자재 부담이 커지고 소비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 기업들이 '슈퍼 엔저'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1달러당 엔화 가치는 최근 160엔선까지 터치하며 역대급으로 낮아진 상태다. 원화 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만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총수들 ‘현장경영’ 전세계 곳곳 누빈다

재계 총수들이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다. '복합 위기'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 위기대응 능력을 갖추는 차원이다. 사업장과 고객사 등을 직접 살피는 수준을 넘어 해외 협력사 동향까지 살피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이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독일에 있는 2차 협력사를 찾은 셈이다. 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 및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자이스의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 및 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해외 일정을 다수 소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을 찾아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와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 회의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4회 한중 고위급 경제인 대화'에서 논의된 안건들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올 하반기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제5회 대화' 의제 설정을 위해 마련됐다. 최 회장은 다음달 중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국-일본간 경제협력을 위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공급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인도로 갔다. 정 회장은 지난 23일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시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의 업무보고를 받고 양사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정 회장은 작년 8월에 이어 1년 사이 인도를 두 차례나 찾으며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출장길에서는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직접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이 해외 사업장 구성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위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찾아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지난달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청주 신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충전기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긴 이후 연이은 신사업 경영 행보다.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직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5일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해 한화금융계열사의 임직원을 격려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혁신과 도전을 주문했다. 앞서 7일에는 경기도 판교 한화로보틱스를 찾아 기술 혁신을 제안하고, 1일에는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개발(R&D) 캠퍼스로 향해 간담회를 가졌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28~2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국제 민간회의다. 글로벌 경제 현안과 문제에 대한 각종 해법 등이 함께 논의되는 자리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상속 리스크’ 줄어드나···헌재 ‘유류분 위헌’ 결정에 재계도 관심

헌법재판소가 '유류분(遺留分) 제도'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재계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유산 상속 과정에서 가족간 분쟁이 일어날 여지가 줄어 '상속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면서다. 아직 입법 절차 등이 남아 정확한 파장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기업들은 일단 '유류분 제도 폐지'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헌재는 지난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내년 12월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 게 유류분이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재계에서는 당장 모호했던 기준이 명확해지며 상속 분쟁이 줄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고인이 재산을 많이 남겼다는 이유로 친족들이 '묻지마 소송'을 걸며 재산을 나눠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증여·상속 과정에서 형제간 이견으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재산을 보유한 사람의 의사가 더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라고 짚었다. 속옷 업체 BYC 총수 일가는 고(故) 한영대 전 회장의 상속재산을 두고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고인의 배우자와 장녀가 차남 한석범 BYC 회장 및 삼남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 모녀는 유산 상속 과정에서 유류뷴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성그룹 역시 지난달 31일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재계 이목을 끌고 있다. '형제의 난'을 일으킨 뒤 가족들과 연을 끊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이번 판결이 이미 진행 중인 소송 등에는 소급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쪽에서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재계가 주장하는 '유류분 제도 완전 폐지'를 위한 시작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상속·증여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유류분 제도는 단계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게 재계 목소리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회사법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지만 (입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형법·민법 등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며 “헌재 판결 이후에도 전향적인 법 개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재 결정이 긍정적인 요소는 있지만 법을 어떻게 만들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향후 파장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재계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 등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류분은 사망자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국가가 강제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말도 안 되는 제도"라며 “중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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