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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사절단’ 재계 총수들 “바쁘다 바빠”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이 우리나라 '경제 사절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국내외를 누비며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활발하게 만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단순히 회사의 해외 시장 판로를 넓히는 수준을 넘어 국가간 경제 교류에 물꼬는 트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났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한국을 찾았다. UAE 대통령이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UAE에서 300억달러 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내고 총 48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국빈 방문에는 이 회장과 최 회장, 정 회장 등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 회장의 경우 2019년 UAE 출장에서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같은 해 한국을 찾아 이 회장의 안내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을 견학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작년 12월 UAE 국부펀드와 MOU를 맺고 수소와 그린 알루미늄, 친환경 모빌리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부문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총수들이 나서 UAE의 300억달러 투자 약속 이행과 후속 조치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장은 또 지난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면담했다.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가 별도 면담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리 총리는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 방한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번에 19년만에 이 회장과 한국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리 총리에게 “코로나19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리 총리도 이 회장에게 투자와 협력 확대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수장 자격으로 2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각국 대표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28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3국 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우리 경제인들은 협력체제 복원을 위해 역할을 다해왔다"며 “먼저 민간 차원의 3국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또 지난 1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도 참석해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기업인들이 좀 더 나서서 양국 간 협력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브라질 출장길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면담했다. 그는 브라질과 현대차그룹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미래 모빌리티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약속했다. 젊은 경영인 중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올해 들어 CES 2024, 다보스 포럼 등 굵직한 국제 행사 무대에 서며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이날 무함마드 UAE 대통령과 면담 자리에도 함께했다.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경제외교 행보도 돋보인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미국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 등 주요 인사를 면담했다. 이들은 양국의 공급망 및 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현지 투자와 관련한 국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관계 개선 기대에···재계 활로 찾기 바쁘다

한일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경제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재계 주요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한한령 해제' 등에 따른 수혜를 예상할 수 있는데다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등이 본격화하면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7일 정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가지고 양국간 다각도로 소통 창구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FTA 2단계 실무 협상도 본격화하고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3국 경제인들도 모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공동으로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을 열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단됐다 4년5개월여만에 재개된 이날 회의에는 각국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 약 280명이 참석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하범종 ㈜LG 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도 자리했다. 재계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미국·유럽 등과 관세 전쟁을 벌이며 국제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경제 협력을 강화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당장 유커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과 중국은 FTA 2단계 논의를 8년만에 재개하면서 개방 분야를 관광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1분기 방한한 중국 관광객은 101만5000여명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66만6000명)을 제치고 1위지만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아직 80% 정도만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커가 돌아올 경우 당장 항공·여행 업계는 함박웃음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의 경우 중국 하늘길을 예상보다 넓히지 못해 그간 대체 항로를 찾는 데 열중해왔다. 호텔·면세점 역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해외 시장 개척에 열중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게도 유커 귀환은 반가운 소식이다. 재계 총수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은 전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특히 이 회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따로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등 삼성 그룹사 최고경영진도 총출동했다. 리창 총리는 지난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을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한 적 있다. 이 회장은 리창 총리에게 “코로나19 시절 삼성과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리창 총리는 “삼성은 이미 훌륭한 기업이지만 중국에 왔기 때문에 더욱 잘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산 소비재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반도체 등을 만들고 있지만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0%대다. 현대차 역시 '사드 보복' 이후 판매량이 내리막길을 걸어 생산 공장을 계속해서 처분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구본준號 LX그룹, 내실 다지고 신성장동력 찾는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내실을 다지고 신성장동력을 찾으며 순항하고 있다. '홀로서기' 3년만에 몸집을 키우고 구조를 개혁하며 업계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성장사업 발굴을 위한 벤처캐피탈을 설립하는 등 미래를 위한 대비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지난 2021년 5월3일 LG그룹에서 독립했다. 계열분리 직후 10조622억원이었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2734억원으로 늘었다. 재계 순위는 44위를 달리고 있다. 계열사들은 저마다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외형을 키워가는 동시에 내실까지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합무역회사 LX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C MDI, LX벤처스 등이 그룹 산하에 있다. 주력사 LX인터내셔널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 14조5143억원, 영업이익 43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빠진 실적이지만 2022년 자원 시황 등이 크게 호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역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 팜, 트레이딩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창출한 유동성을 이차전지 광물 및 소재 등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경영권을 확보한 인도네시아 AKP 니켈 광산을 시작으로 광산, 제련소 등의 자산도 지속적으로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LX세미콘은 차량·가전용 시스템 반도체 등을 앞세워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LX하우시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32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01.1% 증가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이 기간 건설·부동산 등 전방시장 침체에도 창호와 단열재, 산업용 필름 등 주요 제품의 판매를 증가시켰다는 게 이목을 잡는다. LX그룹은 또 지난해 6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을 설립했다. 지주사 LX홀딩스가 자본금 120억원을 출자해 LX벤처스를 설립한 것이다. 이 회사는 미래 유망 산업군에 있는 우수 벤처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표로는 LX홀딩스 경영전략팀장으로 투자를 담당해온 이근명 대표가 선임됐다. 재계에서는 LX벤처스 초기 투자가 그룹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 신재생 에너지, 제조·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 반도체 기술·소재 등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새 먹거리'로 분류하고 집중하고 있는 분야들이다. M&A를 통한 체질 개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HMM 인수전에서 LX그룹은 포스코 등과 함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스타트업 투자 뿐 아니라 '빅딜'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구 회장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올해 위기대응 체제를 고도화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LX홀딩스 제3기 주주총회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LX는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급변하는 대외환경에도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토대와 틀을 갖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며 “사업·고객·지역에 대한 포트폴리오 건전성을 제고하고 기본역량 강화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한편 지속 성장을 위해 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의 전후방 변화를 신속하게 감지해 신사업의 발굴과 육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순항하고 있는 LX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세대 교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전망이다. 장남인 구형모 LX홀딩스 부사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지분을 효율적으로 받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 부사장은 2014년 LG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LX그룹 출범과 동시에 자리를 옮겼다. 구 회장은 구 부사장에게 꾸준히 지분을 증여하고 있다. 구 부사장은 LX홀딩스 지분 12.15%를 들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관세 전쟁’ 전세계 덮치나···韓 기업 ‘반사이익’ 기대

미국과 중국이 불을 붙인 '관세 전쟁'이 전세계 시장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생겨 우리 기업들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 중국 연대에 유럽연합(EU)이 동참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자동차, 친환경 에너지 등 일부 업종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무역 시장 최대 뉴스는 미국, 중국, 유럽 등이 서로를 겨냥해 다양한 형태의 장벽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이 중국을 타깃 삼아 '관세 전쟁'을 본격화했고 EU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격 카드를 하나씩 꺼내들고 있는 상황이다. 포문을 연 곳은 미국이다. 이달 중순 불공정 무역 관행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산 일부 품목의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물리던 25%의 관세를 올해 100%로 올리기로 했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기존 7.5%에서 25%로 상향된다. 범용 반도체는 25%에서 내년 50%로, 천연 흑연과 영구 자석은 0%에서 2026년 25%로 각각 뛴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세계 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EU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EU는 다음달 6일까지 중국산 전기자동차 반보조금 조사를 마무리 짓고 7월 초엔 관세 인상을 포함한 예비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앞서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수령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후 조사 대상을 중국산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전동차, 의료기기 등으로 확대했다. 중국도 맞불을 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중국이 자동차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대형 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미국·EU·일본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재계는 중국이 미국·EU의 관세 압박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하면서 향후 글로벌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오히려 혼탁한 상황 속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성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미 이 같은 소식들에 반응해 자동차와 수소·태양광 같은 친환경 에너지 업종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EU가 참전할 경우 반사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던질 때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EU와 중국간 끈이 느슨해지면 이를 파고들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차들은 수년 전부터 유럽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도 중국 시장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차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CATL 등 중국 기업들의 손발이 묶이면 우리 기업들의 활동반경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저가공세 속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했던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쪽에서는 미국 내 태양광 설비 공급 과잉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우리와 중국이 직접 경쟁하는 수소 밸류체인에서도 반사이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강 업계는 EU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전하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간 경쟁은 오히려 악재지만 촘촘한 장벽이 세워지면 지역별 맞춤 공략이 가능하다는 계산에서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한숨을 내쉬고 있던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한국 반도체·태양광·철강 업계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양 차관보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통상 이슈에 대한 세심하고 적극적 대응이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창간 35주년] [기업도 뛴다①] 재계 직원 복지 강화···혜택 늘리고 新제도 도입 활발

'인구감소 시대'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출산 직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다양한 복지 혜택을 늘리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초 부영그룹의 '통큰 결단' 이후 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부영그룹은 올해 초 출산한 직원들에게 각각 1억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1년 이후 자녀를 낳은 직원 70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부영은 학자금 지급, 의료비 지원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사내 복지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 '제4어린이집'을 신축하고 지난달 9일 개원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원을 통해 보육 정원 총 1200명, 건물 연면적 총 6080평의 단일 사업장 기준 전국 최대 규모 어린이집을 보유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8개 사업장에 정원 총 3100명 규모로 12개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유급 15일(다태아 20일)의 배우자 출산 휴가와 유급 5일의 난임 휴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우자 유·사산 휴가(유급 3일) 등 법정 기준이 없는 제도를 마련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통해 9세 이하 자녀 1명당 최대 1년간 하루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임신·출산 관련 모든 휴가는 '셀프 승인'을 하고 있다. 입학 자녀를 위한 돌봄 휴직(90일·무급)도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남녀 모두 자녀 1명당 최대 2년의 육아 휴직 사용이 가능하다. 난임 휴가도 3일 전체 유급이다. LG전자 역시 난임치료 휴가 3일 모두 유급 휴가로 확대했다. 실제 난임 휴가를 사용하는 직원 수는 2020년 30여명에서 2021년 40여명, 지난해 60여명으로 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남성 직원에게 한 달 동안 의무 육아 휴직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셋째를 출산한 임직원에게는 2년 동안 승합차를 무료로 탈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 쌍방울그룹도 올해부터 직원이 자녀 3명을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주기로 했다. 5년 이상 근속자가 첫째와 둘째를 낳으면 3000만원씩 주고, 셋째까지 낳을 경우 4000만원을 더 지급하는 식이다. 콜마홀딩스는 셋째가 태어나면 2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유급 육아휴직을 남녀 구분 없이 할 수 있도록 최근 의무화했다. 출산장려금은 첫째와 둘째 1000만원, 셋째 2000만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된 것이다. HD현대는 초등학교 취학 전 3년 동안 자녀 1인당 유치원 교육비를 최대 18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농기계 전문기업 TYM 역시 첫째 출산 시 1000만원, 둘째 3000만원, 셋째 이상은 1억원을 준다고 약속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선 공약 월드컵'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제22대 국회가 '민생'(33.6%)과 '저출생 해결'(22.7%)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지난 2월 집계한 '제22대 총선에 바라는 국민과 기업의 제안'에서는 한국 경제 리빌딩(Rebuilding)을 위해 국회가 '저출산 극복 및 초고령 사회 대비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49.8%)이 가장 많이 모였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저출생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가운데 재계도 이에 적절히 발을 맞춰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을 통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인프라 확충에 대한 세금 지원 등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가 추가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바꿔야 산다” 재계 ‘리더십 교체’ 승부수 띄운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리더십을 교체하며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과감하게 수장을 바꾸거나 새 인물을 발탁하는 등 의사결정을 발 빠르게 내리고 있다. '복합위기' 국면 위기를 극복하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반도체 사업부 수장을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교체하는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전 부회장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미래사업기획단장에는 기존 DS부문장이었던 경계현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삼성전자가 미래 경쟁 패권에서도 일부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S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며 급성장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는 경쟁사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기술력을 개발해온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등판한 전 부회장은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한 사람이다.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 대표를 맡아 회사 체질을 개선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신임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로 유규태 의료기기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은 지난 2011년 초음파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벤처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김용관 부사장은 사업지원TF 소속으로 전환 배치했다. CJ그룹 역시 위기 극복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 지난 3일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 3월에는 윤상현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를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로 낙점했다. CJ그룹은 작년 정기 임원인사를 올해 2월 단행했다. 당시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등에게 지휘봉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재계에서는 CJ가 정기인사 이후 3개월여만에 주력사 리더십을 또 교체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5년만에 계열사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4월 신세계건설 대표를 바꾸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정두영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한 것이다. 허 부사장은 '재무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룹의 재무 관리를 맡아온 이력이 있는 만큼 향후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KG모빌리티(KGM)는 지난 13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해외사업본부장 황기영 전무와 생산본부장 박장호 전무를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이에 따라 KGM은 곽재선 회장을 포함해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경영 효율성 제고와 국내외·서비스사업, 생산 부문에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게 업체 측 구상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OCI홀딩스, ‘ESG경영협의회’ 출범

OCI홀딩스가 'OCI ESG 경영협의회'를 출범했다고 22일 밝혔다. OCI ESG 경영협의회는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 및 서진석 사장을 비롯해 OCI 김유신 사장, OCI Enterprises 김청호 부사장, OCIM 최성길 전무 등 OCI그룹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 총 16명으로 구성된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이번 OCI ESG 경영협의회 신설은 국내외 전 계열사에 지주사 중심의 ESG경영 체계를 내재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면서 “앞으로 경영 전반에 ESG를 적용하라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보다 고도화된 ESG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성장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요동치는 국제 정세···재계 ‘맞춤 전략’ 찾기 분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각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재계 주요 기업들은 '맞춤 전략'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동,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연이어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있어 유가·환율 등 변동 추세를 전망하기 힘든 상황이다. 21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에서는 최근 '대형 변수'가 또 생겼다. 이란 내 권력서열 2위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 미사일 공격 등을 주도한 '초강경파'다. 임기 2년차인 2022년에는 이른바 '히잡 시위'를 유혈 진압하기도 했다. 당장은 모크베르 수석부통령이 행정부 수반을 대행하고 이르면 7월 중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는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이란 정국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반서방 보수파가 리더십을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히잡 시위를 유혈진압한데다 서방과 거리를 두며 경제난이 계속 심각해진 영향이다. 재계는 일단 유가가 움직이는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까지는 6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두바이유 등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만 향후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변수도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도 고령인 압둘아지즈 국왕의 건강 악화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가 크게 오를 경우 중국발 저가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 부담 상승으로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정유사들 역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연료비 부담이 직접적으로 커지는 여행·항공 업계나 해운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향후 중동 분쟁 격화로 유가 급등 시 한국의 올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최대 4.98%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정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재계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그간 미국 정부의 지원책을 믿고 현지에 조 단위 투자를 이어왔다. 미국은 최근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상 대선을 앞둔 '표심 경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물리던 25%의 관세를 올해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기존 7.5%에서 25%로 상향된다. 중국산 레거시(범용) 반도체 관세도 25%에서 내년 50%로 올린다. 천연 흑연, 영구 자석의 관세율은 0%에서 2026년 25%로, 그 외 핵심광물은 0%에서 올해 25%로 각각 뛴다. 완성차·이차전지 기업들은 해당 결정의 후폭풍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중국 업체들과 미국 내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철강 업계는 중국발 출혈경쟁이 예고되면서 표정이 좋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현금 살포'를 한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의 돈 풀기가 잠잠해지는 듯 했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안 관계도 복잡해졌다.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정식 취임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울 확률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20일 총통 취임식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한 것과 관련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시기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로 더욱 돈독해지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별도로 전문을 보내 “우리의 상세한 협상들이 러시아와 중국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상호작용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서방 제재로 러시아 등에서 사업 규모를 축소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한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는 애국소비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소비재들이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프리미엄 전략' 등을 구사하며 중국을 공략할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현장 경영’ 박차···복합위기 돌파 의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두 달여간 방산·금융 등 주요 계열사를 네 차례 방문하며 '복합위기' 돌파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의 '형제 경영' 안정화에도 일정 수준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부문 창원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사업현황을 점검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통합 출범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영 현황과 글로벌 시장개척 전략 등을 보고받았다. 현장에는 김 회장의 장남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도 자리했다. 김 회장은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사업장 내 식당에서 호주 레드백 수출에 기여한 직원 및 사내 부부, 신입사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 회장은 “신규시장으로 현재 추진중인 루마니아의 K9 사업 수주에 총력을 다해 유럽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유럽을 넘어 북미 등 전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자주국방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글로벌 시장 개척과 첨단기술 기반 미래 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25일 한화생명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했다. 한화금융계열사의 임직원을 격려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혁신과 도전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가 함께했다. 김 회장은 임직원과 함께한 자리에서 “금융업에서 혁신의 길은 더욱 어렵다. 해외에서도 베트남 생보사를 시작으로 이제는 인도네시아 손보·증권업까지 사업영역 확장을 추진 중"이라며 “그 결과 우리 한화는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인 은행업에도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성과는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는 '그레이트 챌린저'로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날 63빌딩에서 직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내카페와 도서관을 방문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한화생명 e스포츠 게임단인 'HLE' 선수단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달 7일에는 판교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찾았다. 로봇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한 김 회장은 “로봇은 그룹의 중요한 최첨단 산업"이라며 “차별화된 혁신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했다. 이날은 한화로보틱스 전략 기획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이 김 회장을 보필했다. 김 회장은 또 지난 3월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를 방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차세대 발사체 사업 단독협상자 선정을 축하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다. 김 회장은 김동관 부회장과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적극적인 '현장 경영'을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행보로 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방산·조선 등 신사업 육성이 필요한 시점에 직원들과 소통하며 리더십을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레이트 챌린저'가 되자"고 했다. 이후 사업장에 방문할 때마다 해당 메시지를 연이어 강조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있다. 5년여만에 재개된 김 회장의 현장 행보에 세 아들들이 동행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세 아들이 물려받을 사업의 균형을 맞춰 승계 구도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승계 구도는 지주사인 ㈜한화 지분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아 바뀔 여지가 남아있는 상태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오션에 ㈜한화의 해상 풍력·플랜트 사업을, 한화솔루션에 ㈜한화의 태양광 장비 사업을 각각 넘기는 '스몰 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차전지 장비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화모멘텀'을 ㈜한화의 100%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동안 책임지는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김동선 부사장의 경영 보폭이 더 넓어지게 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수혜? 불똥? 美-中 ‘관세 전쟁’ 격화에 韓 기업들도 ‘예의주시’

미국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배터리 등 일부 품목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중국의 보복 방식 등 불확실성이 높아 장기적으로는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16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산 일부 품목의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주요 표적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전지 등 첨단 제품과 주요 광물이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물리던 25%의 관세를 올해 100%로 올리기로 했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기존 7.5%에서 25%로 상향된다. 중국산 레거시(범용) 반도체 관세도 25%에서 내년 50%로 인상한다. 천연 흑연, 영구 자석의 관세율은 0%에서 2026년 25%로, 그 외 핵심광물은 0%에서 올해 25%로 각각 올라간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속내가 복잡하다. 전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출이 사실상 막혔다는 점은 일단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미국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지으며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유럽 등에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형 중국 제품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 자리를 꿰찼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산 부품을 대거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미국의 포괄적 관세 조치 대상에 자동차 부품까지 포함될 경우 오히려 '관세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한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진입장벽을 세웠지만 CATL, BYD 등은 틈새를 공략하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이 LFP 등 저가형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만큼 배터리 관세 인상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조치를 다소 관망하고 있다. 한국은 첨단 반도체, 중국은 저가 구세대 범용 반도체 위주로 주력 분야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 기술을 확보하는 경쟁을 벌이는 반면 중국은 아직 범용 제품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강 업계 표정은 좋지 않다. 중국 철강 기업들이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 시장으로 물량을 밀어내면서 출혈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정부가 정한 쿼터 범위에서 철강 제품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어 중국산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가지 않는 데 대한 반사이익도 누리기 힘들다. 무역 업계는 일단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무역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한국 특파원과 간담회에서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대중 관세폭탄이) 한국 기업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보복 등 글로벌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는 악재로 꼽힌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 부가 관세에 반대해왔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미국 대선 캠페인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전일 CSI300지수는 0.8% 하락 마감하고 전기차·반도체·철강 등 섹터가 약세를 보였으나 낙폰은 크지 않았다.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고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도 어느 정도 면역력이 형성된 까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11월 대선을 앞두고 초당적 '중국 때리기'는 지속될 공산이 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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