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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에너지 분산정책,공급 뿐 아니라 수요도 손 봐야

지난달에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상정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법안에는 기본계획수립 및 시행, 사업자 요건 및 시장 참여 범위, 분산에너지 의무화 등을 포함해 계통 운영 측면에서 배전망의 관리와 감독, 계통영향평가 실시와 이행 뿐 아니라 지역별 차등 요금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기존에도 분산에너지에 대한 목표와 계획 등은 국가 차원의 에너지 분야 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계획에 일부 포함돼 꾸준히 관리해 왔다. 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목표와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는 발전설비의 분산 효과가 크지 않는 등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분산에너지특별법의 제정은 의미가 크다. 이 법이 제정됨에 따라 분산에너지 확산 및 활성화를 통해 국내 에너지 수급을 다원화하고 에너지 분야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의 근본적인 배경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냉각용수가 풍부한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평균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로 발전소가 지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도시지역으로 보내기 위해 장거리 송전망을 갖춰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많은 송전망 구축비용은 물론이고 송전탑 및 송전선로 설치 과정에서의 주민 반발 및 갈등,송전망 설치지연 등으로 인한 많은 기회비용이 소요됐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기회비용 등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수요지 인근에 발전소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는 분산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공급 측면으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전력공급원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은 재생에너지 보급·촉진을 통해서도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특히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을 통해 매입하는 과정에서 가중치를 도입하여 다양한 재생에너지원 간의 차이나는 발전원가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에너지의 균형적인 보급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전원 포트폴리오는 결과적으로 총사업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원 중심으로, 사업비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해당 자원의 잠재량이 높은 지역에 편중돼 나타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과연 전력수요가 높은 수도권 인근에 들어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도권의 토지비용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상당히 높고, 밀집도가 높은 주거 형태상 지붕의 면적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따라서 수도권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제대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편익 요소들이 발굴 및 적용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대해 재생에너지 설비 의무화를 통해 강제적으로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성 및 설치의 용이성 등의 측면에서 분산에너지에 속하는 다른 에너지원들의 경쟁력이 재생에너지보다 더 높게 여겨지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에 대한 기여도는 생각보다 낮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분산에너지특별법의 제정은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에너지수급 다원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공급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아쉽다. 전체적으로 보면 수요가 공급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분산의 한 경우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이 수요를 전원에 가까운 지역으로 옮길 수 있게 유인 작용을 할 수도 있지만, 장거리 송전 비용의 절감 부분이 배전망 구축비용으로 상쇄돼 실제 요금에 큰 차이가 없는 등 편익이 크지 않다면 수요 이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공급 측면 뿐 아니라 수요 측면의 분산에너지 정책도 함께 발굴해야 한다.그래야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전환으로 인한 탄소저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E칼럼]무너진 개화 질서, 이래도 기후위기론이 사기인가

올 봄 한반도에서는 꽃 피는 시기가 전반적으로 열흘 이상 빨라지며 개화 질서가 파괴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원래 벚꽃보다 1주일 가량 앞서 피는 목련이 올해는 벚꽃과 같이 피거나 오히려 더 늦게 피었고 벚꽃은 제주에서 서울까지 시차 없이 전국에서 일제히 만개했다. 3월에 기온이 초여름 수준인 25도 안팎까지 올라가면서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등도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꽃의 개화시계가 고장나 버린 셈이다. 현재의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21세기 후반에는 봄 꽃 개화 시기가 2월로 앞당겨질 것이라 하니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다. 문제는 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다는 점이다. 꽃들이 일찍 피면서 지상보다 아직 온도가 낮은 땅속에서 뒤늦게 태어난 꿀벌들은 제 역할인 수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 먹이(꽃)를 구하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식물과 곤충간 동조화가 깨지고 있다. 생태계 붕괴는 농작물의 수확 감소와 인류의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에 무감각한 사람들이나 기후위기를 과학자들의 사기극으로 치부하며 국제사회의 친 환경 노력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환경보호에 앞장서 온 유럽에서 조차 최근 친 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약진하고 있고 ‘녹색반란’에 부딪쳐 각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도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보고서는 각국의 온난화대책 지연에 대한 위기감을 표출했다. IPCC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지구기온이 이미 1.1도 올랐고, 2030년대 전반에는 2100년까지의 억제 목표인 1.5도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2035년에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60%, 2040년에는 69%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례 없는 대담한 대책을 각국에 촉구한 것이다. 사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적으로 석탄 의존도가 높아졌고,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약화됐다.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Emissions Gap Report 2022’에 따르면 국제적 지원이 따르지 않는 각국의 무조건부 NDC(국가 온실가스감축 기여)가 완전히 구현돼도 ‘2030년에 1.5도 상승’ 시나리오보다 배출량이 230억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적 지원이 전제된 조건부 NDC의 완전한 구현의 경우에도 1.5도 시나리오 보다 배출량이 200억톤을 초과한다. 현재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NDC 목표는 탄소중립으로 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부는 2030년에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는 NDC를 유엔에 제출했다. 7억 2700만톤에서 4억 3660만톤으로 줄이는 것이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온실가스가 각각 전년 대비 3.5%, 6.4% 줄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2021년에는 다시 3.5% 늘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DC를 달성하려면 2018년 이후 연 평균 4.17%씩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되레 늘고 있으니 NDC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지난달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36%(2021년 기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14.5%에서 11.4%로 낮췄다.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후퇴한 것이다. 대신 발전 부문의 감축 목표를 44.4%에서 45.9%로 높였으나 구체적 대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치만의 상향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탈 원전 정책 때문에 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이지 못했고, 전기요금 등 에너지 요금도 ‘정치요금’으로 억제돼 에너지절약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계속운전해 안정적 전력공급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이달 설계수명이 끝나는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2년간은 운전 정지가 불가피하며, 온실가스 감축 차질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순위 7위로 ‘기후악당’ 소리를 들었던 우리가 이렇게 안이한 대응을 한다면 기후위기는 되돌리기 힘들다. 지구가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폐 매트리스 재활용 시장 구축 시급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기후변화센터는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수 의원실과 함께 ‘순환경제를 위한 침대 폐 매트리스 회수 및 재활용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진행했다.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형 폐기물인 침대 매트리스 재활용 시장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임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대형 폐기물인 침대 매트리스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불법 소각하거나 쓰레기로 쌓아 놓아 2차 공해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 매트리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4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40%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입식문화인 유럽과 북미가 훨씬 컸지만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은 관련 기업의 매출액 기준 지난해 2조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20% 급증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소비 트렌드와 겹치며 매트리스 시장은 다양화하며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1인 가구 증가, 중저가형 매트리스 보급, 온라인 유통 확산 등으로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EUROPUR의 통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지난해에만 2000만~3000만개의 폐 매트리스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폐 매트리스 발생 통계가 아예 없다. 환경공단에서 제공하는 2016년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연간 약 80만개로 집계됐으나 이 마저 표본이 전체 가구 중 0.1%, 사업장 0.8% 수준이다. 침대 매트리스는 통계법 제18조에 따라 승인받은 조사항목이 아니라서 집계 및 보유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법은 아직 온돌문화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침대 매트리스 불법 소각문제가 발생한 통영시가 침대 매트리스 처리 현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다. 대부분 일일이 손으로 뜯어내서 분리하는 수작업인데 처리시간도 많이 걸리고 작업환경도 매우 위해한 상황이다. 또는 통째로 분쇄한 후 철 스크랩만 분리해서 재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소음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으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한다. 지자체별로 데이터 보유 현황이나 관리가 천차만별인데 예산, 기술 등의 여건으로 지자체의 처리 역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처리되지 못하고 쌓인 채 방치돼 폐 매트리스에서 자연 발화 되기도 하고 불법재사용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EU는 2018년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지침’에서 매트리스, 가구 등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회원국별로 매트리스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을 도입,2035년까지 매트리스를 포함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 65% 재활용 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EU회원국 중 프랑스가 최초로 매트리스 EPR을 시작했는데 제조사와 유통사로 구성된 조합이 최신식 분해공정을 구축, 고품질 원료를 추출하고 재활용 하는 시장을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생산, 유통, 호텔 등), 시민들간 협력을 통해 매트리스 순환경제를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미국은 국제수면제품협회가 비영리단체 ‘매트리스 재활용 협의회’를 설립해 2015년부터 ‘바이 바이 매트리스’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 3개 주(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에서 참여 중이다. 소비자 가격에 폐 매트리스 처리 비용을 포함시켜 재활용 처리 뿐 아니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 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폐 매트리스 분리를 위한 전자동시스템을 구축했다. 수면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서둘러 매트리스의 폐기를 줄여서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하는 재활용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관련 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폐 매트리스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재활용을 비롯한 산업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폐 매트리스의 스프링 철과 섬유 부산물을 전 자동으로 분리하는 기계의 설계기술을 확보한 업체가 있지만 시장 조성이 안돼 실제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ESG경영 차원에서 매트리스 제조사들도 분리 배출과 수거를 지원하고, 재활용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해야 한다. 재활용 시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매트리스 생산 기업과 수거·해체업체,재활용업체 등이 협력하지 않으면 형성되기 어렵다. 환경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우리는 여전히 화석연료 시대에 살고 있다

현대 물질문명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산업혁명 이전에 인류는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널리 사용했으나 18세기 말부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졌다. 여기에는 15~17세기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선박을 만들기 위한 목재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 숲은 황폐해져 갔고 공장은 가동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석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석탄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발열량이 높으며 매장량이 충분해서 인기를 얻었다. 석탄은 증기기관, 선박, 발전소 등에서 사용됐고 이를 통해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따라 석유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석유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됐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투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끝나고 중동 지역에서 석유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석유의 시대가 도래했다. 1970년대 이후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자 전 세계적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천연가스 사용을 확대했다.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가 덜 배출되는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의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1980년대 들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 등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에 대해 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 아래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에 대해 2008~2012년에 1990년 대비하여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 때 선진국들의 감축 의무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교토메커니즘이라고 부르는 3대 시장메커니즘이 도입했다. 바로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공동이행(Joint Implementation),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다. 이 가운데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을 통해 발생한 감축량을 자국의 감축 의무에 활용하는 청정개발체제가(CDM)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됐다. 중국은 청정개발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이 때문에 ‘CDM는 중국개발체제(China Development Mechanism)의 약자’ 라고 불리기도 했다. 교토의정서가 2020년 만료되자 국제사회는 오랜 협상을 거쳐 2015년 파리협약을 채택했다.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지 3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화석연료 소비를 얼마나 줄였을까?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전 세계는 기후변화협약 체결 원년인 1992년에 약 82억3000만 TOE(석유환산톤)를 소비했으며 이 중 화석연료가 71억8000만 TOE로 전체의 87.3%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총 소비량 132억9000만 TOE에 화석연료는 110억5000만 TOE로 비중이 83.1%다. 산업화와 인구증가, 경제성장 등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약 30년 새 1.5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전체 소비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간(4.2%포인트)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80%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해 살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30세를 넘었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는 30세를 ‘뜻이 확고하게 섰다’는 의미의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최근에 기후변화 음모론과 같은 이야기들이 줄어들고, 기후변화가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것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하는 것은 기후변화협약이 이립에 들어섰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희망 섞인 바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30년 동안 화석연료 비중이 4.2%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2050년 탄소중립까지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했을 때 경험했던 에피소드로 글을 마친다. 당시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태평양 도서국가 대표가 자기들과 같은 국가들은 해수면이 높아져서 국토가 사라져가고 있다며 협상 타결을 눈물로 호소했다. 잠시 회의장이 숙연해지는가 싶더니 금새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고성을 주고받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E칼럼]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수소경제 시대

수소경제 사회가 시나브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 산업구조를 말한다. 수소경제 하에서는 화석연료 중심의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기계 혹은 전기발전, 열 생산 등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저장·운송하는 데 필요한 산업과 시장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다. 수소는 ‘신 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상의 신 에너지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법에서 ‘신 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ㆍ산소 등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 또는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 중의 하나로 인정받으며 개발·이용·보급·촉진의 대상이 되었다. 그 동안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은 ‘신 재생에너지법’상의 여러 촉진 제도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수소에너지는 신 재생에너지법만으로는 시장에서 선택받고 확대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배경에 따라 지난 2021년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수소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 및 수소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도모하고, 수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공공의 안전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수소법은 수소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수소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촉진 제도를 담고 있으며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한 다양한 수단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공급시설 설치와 관련해 수소특화단지의 지정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 탄생한 ‘수소법’은 지난해 6월에 일부개정이 있었다. 수소경제가 지향하는 방향이 수소의 생산단계에서부터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ㆍ수입 등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적게 배출하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개정 수소법에서는 청정수소에 대한 등급별 인증제를 도입했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는 암모니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다양한 수소 생산방식의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배출량이 적을수록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는 생산방식이 아닌 생산과정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공급시설의 운영자 등에게 수소판매ㆍ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청정수소로 판매ㆍ사용하도록 해 수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높은 비용이 드는 청정수소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법에서 일정량의 수요를 창출해 청정수소가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수소법의 또 하나의 의미는 ‘수소발전’을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개정 수소법은 수소발전을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전기 또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수소발전사업자와 수소가스터빈을 법상의 개념으로 도입하면서 일정한 전기사업자에 대해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량을 구매ㆍ공급하도록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 동안 수소발전은 ‘신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를 기반으로 연료전지 등을 통해 보급됐으나, 태양광·풍력과 다르게 연료비가 높아 별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개정 수소법의 수소발전량 구매·공급제도는 수소발전을 RPS에서 별도로 분리해 수소와 산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발전장치인 연료전지 외 수소터빈, 암모니아 혼소 등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들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청정수소 판매ㆍ사용 의무화와 함께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및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시장이 활성화 되고, 수소 생산단계에서부터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이슈&인사이트] 봄철 황사와 건강 지키기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가 내습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데도 건강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 환기도 주저하는 등 정서적으로도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치매와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 이처럼 대기 오염 물질과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특히 생활환경 대기질에서 초미세먼지 (PM 2.5)가 보건에 미치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블랙카본, 다양한 유기질물질, 황산화물 (SO42­), 암모니아화합물 (NH4+)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들로 구성돼 있는데 입자의 크기는 몇 nm에서 2.5㎛ 정도로 미세하고 성분도 다양하다. 일부 해외연구진은 이런 초미세먼지 성분 중 블랙카본의 알츠하이머와 치매 연관성에 대해 분석했다. 블랙카본은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미 연소 검댕이로 초기에는 입자 크기가 작게는 0.1 ㎛ 정도의 초미립자 (Ultra Fine Particles) 형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뭉쳐져 초미세먼지가 된다. 여러분석과 모델에 따르면 블랙카본은 도심에 집중돼 있는 데 이는 도심 교통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부분과 미흡한 대기 순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 염증은 몸 전체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뇌에 도달하면 신경염증을 일으킨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는 구체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3) 등 주요 대기오염 물질 세 가지를 지표로 대기오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기억과 학습 능력 등 여러 뇌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뇌피질의 변화는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뇌 질환과 연관이 깊다. 연구진은 따르면 이런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를 2014년 8월부터 32개월간 서울, 인천, 원주, 평창에서 뇌 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분석 결과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올라갈수록 대뇌피질 두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m³씩, 이산화질소가 10ppb씩 높아질 때마다 대뇌피질 두께가 각각 0.04mm, 0.03mm, 0.05mm씩 줄었다. 이번 연구 분석에 더해 지역적인 특징이 있는 만큼 가능하면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나왔으면 한다. 독일 LMU대학 교수가 환경보건과 관련한 기고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질에 연평균 1㎍/m³정도의 블랙카본이 증가하면 치매의 위험도는 12~25% 정도, 알츠하이머는 23~39%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황산화물은 SO42기준으로 1㎍/m³이 증가할 때 치매 위험도는 5.9~6.2%, 알츠하이머는 7.4~8.4% 정도가 늘어난다. 이 보고서는 주로 초미립자 (UFP)가 보건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하는데 집중했다. 이런 초미립자는 세포에 직접 들어가 뇌까지 도달을 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으로 PM 2.5 중에서 비교적 입도가 큰 입자는 호흡기와 소화기를 거쳐 일부 성분이 피를 통해 뇌에까지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과학은 이처럼 연구를 통해 이미 알려진 통계적인 사실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편감이나 불안감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스크는 초미립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2차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PM 2.5는 일정부분 마스크로 대응이 가능하다. 일상 속에서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해 유입된 오염 물질들의 재비산을 억제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 기도의 오염물질이 폐로 전달되는 것을 가급적 막아야 한다. 같은 초미세먼지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적은 지역에서 건강 관리 활동을 하는 게 좋다. 더 근본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정책적으로는 친 환경자동차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기후변화 대응,뒷걸음질이 아니라 전력질주할 때

역사적으로 인간은 태풍과 빙하기, 폭염과 가뭄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이런 생존과정을 거쳐온 인류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Climatus)라고 칭한다. 호모 클리마투스는 프랑스 고인류학자인 파스칼 피크(Pascal Picq)가 처음 사용한 말로 인류가 자초한 이상기후에 대비해 의식주 등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인간을 뜻한다. UN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3월20일 6차 종합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원인과 영향, 대응 방안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8개월 동안 여러 부문으로 나누어 발행한 제6차 평가주기(2015~2023)의 마지막 단계 보고서다. 먼저 2021년 8월에 발표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최신 증거들을 제시했고, 2022년 3월 발표된 두 번째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2022년 4월에 발행된 세 번째 보고서에서는 우리가 이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각각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온도가 1.5도 상승에 도달할 것이며 즉각적이고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미래 기후는 여전히 인류가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에너지 전환 부족을 집중 조명했다. 이회성 IPCC 위원장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후 행동의 속도와 규모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 매우 불충분하다고 경고하며 "우리는 전력 질주해야 할 때 걷고 있다"고 말했다. 3월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12월까지의 글로벌 전력통계를 발표했다. OECD 회원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국을 포함 47개국의 전력 생산 및 무역데이터를 담았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특히 전력 생산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우리나라는 8.6%(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월보 기준은 7.7%)로 통계에 수록된 국가 중 유일하게 10%를 밑돌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47.4%)과 OECD 회원국 평균(32.8%)는 물론 중국 31.0%, 인도 22.8%에 견줘서도 절반에 못미친다. 우리나라 바로 앞인 몰타(11.6%)에도 크게 뒤떨어지며 몇 년째 ‘압도적 꼴찌’를 기록 중이다. 재생에너지 점유 증가율도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0.4%로 최하위권이다. 룩셈부르크가 12.7%로 가장 높고 노르웨이 10.1%, 뉴질랜드 9.5%, 핀란드 7.0%, 덴마크 6.2%, 콜롬비아 5.9%, 네덜란드 4.4%, 칠레 2.4%, 중국 2.2%, 프랑스 1.9%, 영국 1.5%, 일본 1.2%, 미국 1.1%, 인도 0.9% 등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게 했다. 정부는 3월 21일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기후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최상위 계획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목표는 유지했지만,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역행하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온실가스 다 배출 1위 부문인 산업부문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고 상용화되지 않은 CCUS와 국제감축 분야는 확대했다. 특히 국제감축은 2030년 최종 연도에 몰아서 적용했으며 이것은 파리협정의 세부규칙에서도 금지하는 방식이다. 결국, 산업계가 져야 할 책임을 불확실한 수단과 방식으로 대체했다. 현 정부 임기(2023∼2027년) 내 연평균 감축률은 2%에 불과하고 차기 정부(2028~2030)의 연평균 감축률은 9.3%에 달해 감축 부담을 차기 정부로, 미래 세대로 미루는 계획이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장 취약하고 책임이 가장 적은 국가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가하고, 세대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서도 1950년과 1980년, 2020년생 중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적은 3세대(2020년생)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향후 10년간의 선택이 현재는 물론 수천년 뒤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기적 정책 대응의 시급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과 역사에서 중요한 변수라는 경고에도 현 정부의 기후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이전 정부가 수립했던 30.2%에서 21.6%로 오히려 낮췄다. 산업부문 감축 목표도 기존 14.5%에서 11.4%로 하향조정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높아지는 데 정부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기후변화 대응보다 우선하고 있다. 긴 안목에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미래 세대와 지구 환경을 위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뒷걸음질을 할 것이 아니라 전력질주 해야한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EE칼럼]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과 요금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새로운 학년과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COVID-19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학기여서 학교도 오랜만에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교정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강의실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친다. 이번에 입학한 2023학번은 대부분 2004년생이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을 모른다. IMF 외환위기도 모른다. 당연히 1· 2차 석유위기는 물론 IMF로 인해 촉발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논쟁도 모르고 1997년 석유가격 자율화나 2000년대 초반의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변경에 대한 기억도 없다. 이들은 또한 고교 3년을 COVID-19와 함께 보냈으니 고등학교의 경험이 이전 선배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은 비슷한데 대학의 수업에서 하는 질문이 상당히 특이하고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개론 수업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질문이 나왔다. 바로 전기세와 가스요금에 대한 질문이다. 아마도 난방비 폭탄이니, 한전이 30조 적자이니 등등의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와서 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제품들에 대한 다양한 가격과 요금제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기세’가 아니고 ‘전기요금’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들은 학생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이다. 먼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 가격의 절반이 세금인데 왜 ‘휘발유세’라고 안하고 ‘휘발유가격’이라고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 반면 전력요금은 세금보다 보조금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언론에서 전기세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적으로 가스요금이 많이 올랐고 전기 생산원가도 올라서 다른 나라들은 모두 가격·요금을 올렸는데 왜 우리나라는 왜 바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로 만든 후에 미래 세대, 즉 자기들에게 이를 갚도록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고…. 일단 대강 얼버무리고는 다음 주 수업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수업을 끝내고 다음 주에 설명해 줄 내용을 생각해 보니 막막하다. 신입생이 이해하기 쉽게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전기와 가스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택시요금이나 버스요금과 같이 ‘요금’이라고 하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기에 ‘가격’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하는 설명인데, 석유제품 가격에 세금이 절반이고 이들은 정부가 결정하는데 왜 휘발유세 라고 부르지 않느냐 라는 질문은, 글쎄 어떻게 대답 해야 할 지 막막하다. 너희들이 앞으로 많이 소비하게 될 술과 담배에 더하여 석유제품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세금을 부과하는 3대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세금 당국의 답변이지 교수가 학생들에게 들려주기에는 상당히 부끄러운 답변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렇게 석유제품 사용자에게서 걷은 세금이 에너지 전환이나 새로운 에너지인프라 건설에 사용되는 것 보다 도로 건설이나 교육 재정에 사용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정부 부처 간 세금 나누어먹기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기,가스 요금을 당장 올리지 못하는 이유로 물가를 이야기 하는 것도 난감하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에너지 제품 가격을 몇 배씩 올렸으니 말이다. 또한 물가 때문에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정책은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특히 미래 세대가 그 빚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따갑다. 정부가 이번 봄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하였다고 하니 대답이 더더욱 궁해진다.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걱정이다. 다음 주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설명을 해 줄 것이 마땅치 않다. 정말로 걱정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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