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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해외자원개발 정상화, 냉철한 옥석가리기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도 해외 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해외 투자액은 817억 5900만 달러, 회수액은 540억 4800만 달러로 투자 회수율은 66.1%에 달했다. 이에 비해 지난 2013년 누적 투자액은 594억 3200만 달러에 달했지만 회수액은 307억 4700만 달러에 그쳐 회수율이 51.7%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새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정부 예산이나 출자 금액도 빠르게 감소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해외자원 확보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도 해외 자원개발 투자 융자액을 1754억원으로 올해(631억원) 대비 3배 가량 늘렸다. 국회도 5년 단위의 자원안보 기본계획 수립 및 자원안보위원회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며 정부의 자원개발 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지난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자원개발 정책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했지만 밝혀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최근 몇 년 새 자원가격이 급등해 당시 확보한 해외 광구의 자산 가치가 투자비 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망 위기가 닥친 마당에 누구도 정책 변화를 거론하지 않아 자원전쟁 시대에 한국이 낙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적폐로 낙인 찍힌 해외 자원개발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외자원개발의 오해와 진실을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 해외 투자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사업과 전문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투자로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현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가스공사의 부채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자원개발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만 문제가 되고 있는 석유공사, 광물공사의 부채 규모 증가는 해외 투자가 잘못됐다는 점 보다 자원가격의 변동성에 따른 운영 미숙, 사후 자산관리 미흡에서 비롯된 문제가 더 크다. 확보한 자산을 어떻게 적절히 관리해서 다음 투자에 활용하는 등 전반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원인이 크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투자한 해외 광구는 비쌀 때 사들인 것이 아니다. 당시 시세로는 그런대로 적정 내지는 낮은 값에 매입했다. 매입 후 자원가격이 하락하니 비쌀 때 매입했다는 주장이 무성했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원외교를 펼쳐 확보한 꼬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 개발사업은 최근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광물공사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은 약 8500억원이지만 현재 지분(10%)가치는 1조 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 광산에서는 구리 외에도 금이 부광물로 채굴되어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배당 수익을 받고 있다. 2018년에는 1억 2650만 달러를 배당 받았다. 이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31억 8200만 톤으로 연간 32만 8000톤(금속기준)을 생산하는 세계 5위권의 대형 구리광산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구리를 200만톤 수입했다.지난 정부가 부추겨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산 부분은 광물공사가 무분별하게 여러 광산에 혼자 진출해 민간 기업과 경쟁을 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이는 명백한 오해다. 광물공사는 정부가 지정해 준 6대 전략광물(유연탄,우라늄,철광석,구리,아연,니켈)과 리튬, 희토류 등 희소금속 외는 진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광물공사의 단독 투자는 단 한 건도 없다. 반드시 민간 기업과 동반 진출했다. 이것이 진실이다. 자원확보는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선의의 자원개발 관련 종사자들은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오해를 거둬내고 진실을 가려내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새롭게 자리매김 돼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어느 정부에서도 연결성을 갖고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부존자원이 없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분야가 해외 자원개발임을 외면해선 안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재생에너지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환경전략’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엑스(DX) 부문은 2030년,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에스(DS) 부문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목표로 하고 최대한 조기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가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되었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다.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 처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태양광 사업에 대한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 며칠전 국무조정실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운영실태에 대해 지난 1년간 표본조사와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전수조사의 결과가 마치 전체의 일부인 표본조사의 결과인 듯 발표한 데 대한 대통령의 반응이었다.분쟁지역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코로나 시기에 풀린 공적자금의 회수로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도 세계는 에너지 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가스의 26%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유럽연합의 ‘REPower EU’, 기후변화 대응에 489조원을 투입하려는 미국의 ‘인플레감축법’, 경기부양을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584조원을 투자하려는 중국이 대표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산업을 앞세워 한국정부는 재생에너지 축소 지향 정책을 하나하나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산업자원부는 2030년의 발전량 비중을 원전 32.8%, 신재생 21.5%, 석탄 21.2%로 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하였다. 우리 정부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자발적 감축방안(NDC)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인 30.2%에서 대폭 후퇴한 수치이다.이어 1주일 뒤쯤인 지난 7일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발전사의 의무공급비율을 하향 조정하고 고정가격계약 정산방식 변경 및 경매제도 전환 검토 등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뒤이어 나온 것이 13일에 발표한 국무조정실의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영 실태 조사 결과와 15일 태양광 지원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수사 촉구 발언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에 대한 엄격한 집행과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사법처리는 마땅한 대응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를 부풀려 발표했다면 이는 시장에 매우 부정적인 신호를 주는 잘못된 행위이다.올해 상반기 태양광 발전 신규 설치 용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24.6%가 줄었다. 2017년부터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상반기에 2161.3MW가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올해 상반기 1628.3MW에 머물렀다.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축소 지향 정책은 성공한 셈이다.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향후 한국 경제에 커다란 짐이 될 것이 명확하다. 삼성전자는 ‘신환경경영전략’에서 해외사업장의 경우 베트남·서남아시아는 올해, 중남미는 2025년, 동남아·러시아·아프리카는 2027년 등 5년 안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이미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구글 등 RE100 글로벌 대기업이 구매하는 반도체 물량을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나 중국, 유럽 공장에서 생산해서 납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RE100은 민간기업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지만 각국 정부가 나서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상황이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한국산 전기자동차 신세가 되는 것이다.잘못 되고 있음을 아는 순간이 잘못을 바로 잡을 가장 빠른 때이다. 더 늦기 전에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역주행을 멈출 것을 간곡히 권고한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에너지위기 극복,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 펴야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우리나라도 높은 가격과 부족한 물량이라는 단기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범 국가적으로 신속히 그리고 선제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가격 정책도 필요하고 에너지 소비를 자체를 줄이는 비가격적인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선진국은 경제성장에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데 성공하였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고착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에서 에너지 정책을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에너지 수요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에너지 수요 중심 정책은 수요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를 덜 쓰는, 즉 절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면 1석 4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첫째, 에너지 안보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93%를 수입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경제는 치밀하게 짜여진 공급망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이런 공급망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프리포트 액화공장 화재와 같은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는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주어 원유 또는 LNG 가격이 급등하거나 나아가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게 한다. 에너지 절약을 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외부 충격이 완화되어 에너지 안보에 도움을 주게 된다.둘째, 무역수지 개선이다. 지난 8월 말까지 우리나라는 원유 723억달러, 가스 331억달러, 석탄 198억달러 등 총 1252억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수입하였다.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 수입의 영향으로 8월 말까지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247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올 연말까지 에너지 수입규모는 약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무역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동북아에서 거래되는 현물 LNG 가격은 톤 당 약 2000달러다. 우리가 6만톤의 한 항차분 LNG소비를 줄이게 되면 절약할 수 있는 외화는 약 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에너지 가격이 높을수록 에너지 절약으로 얻을 수 있는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크다.셋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 환경부의 국가온실가스통계에 따르면 2019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701백만톤 CO2eq)의 87%가 에너지 분야((612백만톤 CO2eq)에서 발생되었다.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2030)’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에 온실가스배출 437백만톤 CO2eq를달성하여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은 곧 친환경이 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전력과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 수입가격을 전력과 가스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한전은 약 30조원의 대규모 적자와 가스공사는 약 5조원의 미수금이 발생하여 기업 경영이 대단히 어렵다.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도입하는 양이 줄어들고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가격이 낮아져 에너지를 절약하기 전보다 싸게 사올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전력과 가스요금 인상 폭을 낮게 하여 소비자인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에너지 수요 중심 정책은 위에 살펴본 바와 같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서 수요 중심의 정책을 표방하였지만, ‘절약하면 좋다’라는 막연한 개념과 관념에 치우쳐 실행하지 않았다. 이제는 수요효율화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정부는 국가 전체 에너지 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연도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량화하여 정책을 집행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산업체 중 연간 20만 TOE 이상 다소비 기업(30개,산업 에너지 소비의 63%)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부여하고 여러 에너지 절감 지원 정책을 수립하여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의 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과하여야 한다. 또한 대상이 되지 않는 산업체에게도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을 실시토록 유도하여야 한다.정부는 2018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어온 에너지공급자 효율 향상제도(EERS: 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s)를 의무화하였다. 에너지 절감 효과를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위주로 시행된 EERS를 전 에너지공급자로 확대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히트펌프와 같은 고효율기기를 대폭 보급하도록 하여야 한다.건물 분야의 에너지 절감도 시급하다. 서울시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4600만톤 중 68.7%가 건물 부문에서 배출되며, 50~60%가 냉난방 설비에서 발생하다. 건물 분야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부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 확대’를 발표하였다. 이 분야에 대해서도 절약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검증하고 알리는 제도가 필요하다.정량화된 에너지 수요 절약의 시행은 시행 초기에 가장 큰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향상이 온실가스 감축기여도가 가장 높다고 하였다(온실가스 감축기여도:에너지효율향상 40%, 재생에너지 35%,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14%).정부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는 에너지 절감을 조속히 시행하여 금번 에너지 위기를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극복하여야 한다. 아무쪼록 금번의 에너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최근 늘어난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는 기회로 활용하기를 기원한다.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김성우 칼럼] 재생에너지 직거래에 거는 기대

2050년까지 전기사용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인 캠페인에서 시작된 RE100이란 용어가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단어가 돼 가고 있다. 고객사를 필두로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기사용을 요구함에 따라 2021년부터 한국형 RE100 제도가 순차적으로 도입되었다. 2021년 1 월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도입으로 재생에너지 전기구매가 가능해졌고, 같은 해 8월에는 RE100인증서(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거래시장이 개설되었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전력구매계약 관련 규정안이 마련되기 시작했다.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RePower EU) 등 재생에너지 공급 관련 우호적인 글로벌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신환경경영전략선언 등 주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며 재생에너지 수요도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선언으로 9월 기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24곳으로 늘어났다.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현재 사용 중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2050년까지 약 25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태양광기준)가 필요하다. 국내 전체 발전소의 약 2배 규모로, 앞으로 8GW의 발전소를 매년 신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이 절실한 상황이다.마침 9월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기사용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직접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제도가 시행됐다. 전기사업법의 개정에 따라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예: 발전사업자)가 전기사용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전기를 공급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직접PPA고시)’ 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소위 전력구매계약인 PPA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의 계약 방식이다. 주요내용을 살펴 보면, 적용대상은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해양에너지 발전설비에 의하여 생산된 전기여야 하고, 설비용량은 1MW를 초과하여야 한다. 전기사용자는 300kVA 이상 수전설비를 갖추거나 계약전력 300kW 이상 일반용전력(을) 또는 산업용전력(을) 고객이어야 하고, 시간대별 전기사용량을 한도로 발전사업자가 공급하는 시간대별 재생에너지 전부를 구매하여야 한다. 다만, 시간대별 발전량이 사용량에 미달하여 추가 전력이 필요한 경우, 전기사용자는 전력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시간대별 발전량이 사용량을 초과하여 잉여 전력이 생기는 경우, 발전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 이를 거래할 수 있다. 또한, 발전량 중 일부는 직접 PPA로, (20MW초과시)나머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분할거래도 가능하다. 직접 PPA에는 설비 및 당사자 관련 정보와 더불어 연간 보장공급량, 계약기간, 전력량 단가와 같은 구체적인 전력거래 조건을 포함해야 하고, 발전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계약 체결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참고로 전력거래소가 부과하는 거래수수료가 3년간 면제되고, 중·중견기업은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직접 PPA는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의 직거래를 장려하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취지의 제도이다. 발전사업자는 생산된 전기의 판매처를 다양화할 수 있고, 전기사용자는 재생에너지전기 사용실적을 인정받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실적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전력거래 출현으로, 경쟁원리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전력시장이 구축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 있는 한국 기업들도 해외 고객사는 물론이고 투자자 및 소비자 등 핵심 이해관계자로부터 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제고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경제위기 대응 능력과 전기요금 정상화

우리나라 경제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여파로 향후 국내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7월 경상수지는 10.9억 달러 흑자이지만,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6.2억 달러 감소했다. 무역수지의 지속적 악화로 인해 8월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주요 원인의 하나는 에너지 수입액의 급증이다.환율 역시 급등하여 1달러당 1400원대가 목전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을 지속할 경우, 한국은행도 외국자본 유출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가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이렇듯 대내외 경제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물가인상 억제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공공요금, 특히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하지만, 국민의 복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정부의 선의는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다.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거대한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무모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대부분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초래된 전력구매비용 급등에 있다. 이 외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내유보금이 충분하지 않은 이상) 한전의 부채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구매비용을 지급하고 운영비를 지출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전의 부채가 한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다면,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이때, 국가의 세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국가 역시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부채를 지는 수밖에 없다. 국가의 부채는 최종적으로는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하기에, 현재의 전기 소비는 미래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최근 영국 정부 또한 전기·가스 요금 상한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 소요자금은 영국 GDP의 5%인 1000억 파운드(약 160조 원)에 달할 수 있는 정부 차입을 통해 조달하며, 그 차입금은 10∼15년에 걸쳐 세금으로 변제하게 된다고 한다.전기요금 동결은 단지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 간 제로섬 게임에 그치지 않으며, 다가오는 대형 경제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전이든 국가든, 부채가 늘어날수록 신용도가 낮아져 금리가 올라가고 그 결과 부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부터 코로나 사태까지 이어진 전세계적 통화팽창과 막대한 재정지출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공공부채 규모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속 팽창을 할 것이다. 게다가 공공부채의 과도한 확대로 인해 민간 기업의 자금 경색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상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은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지 못해 전력구매비용, 궁극적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을 매우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결과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인상되고, 그에 따른 여파로 물가 역시 오를 것이며, 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리가 더욱 높아져야 한다. 이렇듯 전기요금 동결은 부채, 환율, 물가, 금리의 모든 측면에서 동시다발적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초대형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전기요금 동결 정책은 정부의 선의와 달리 도리어 경제위기를 한층 더 가속화시키고 공공부채를 증가시켜 국가의 대응능력마저 훼손하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아울러, 미-중러의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속가능성 또한 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책무는 국민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불가피함을 알리고 나아가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 절약을 대대적으로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E칼럼] 천연가스,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경제는 암흑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버티던 중국 경제도 2분기 성장률이 0%대에 그치는 등 자원에너지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맞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 환경규제 심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이 확산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악화 일로에 있다. 이와 같은 위난에 선제적으로 자원에너지 확보에 국력을 집중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 발의는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안의 입법 취지와 다르게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 대한 도시가스 제3자 처분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0년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은 906만 톤으로 전체 도입량의 22%를 차지하였다. 이제 직수입시장은 단순히 자가소비용 차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그에 걸 맞는 역할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법안 제36조는 자원안보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핵심자원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자가소비용 직수입자가 그 도시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기존 도시가스사업법의 규정이나, 법안 제32조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법치주의 원칙인 체계정당성의 원리나 형평성에 배치된다.우선, 법안 제32조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자원안보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핵심자원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해당 핵심자원의 공급기관·수요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조정·명령,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4호(공급기관 상호 간의 핵심자원의 교환 또는 분배 사용), 제7호(핵심자원의 양도·양수의 제한 또는 금지)에서 조치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법안 제36조는 이미 제32조가 자원위기에 대응하는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고, 핵심자원의 양도양수 금지에 배치되는 처분을 인정한 점은 동일 규범 내에서 그 규범의 구조나 내용 또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저촉된다. 또한 도시가스사업법 제10조의6 제1항은, "자가소비용직수입자는 수입한 천연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다만, 천연가스의 수급안정과 효율적인 처리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법에 이미 처분의 예외를 인정한 만큼, 법안에서 별도로 예외를 인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도법의 규율체계 내부에서 예외 사유를 추가하는 방법이 법률 체계적으로 타당하다.법안 제36조는 오히려 보다 확대된 국내 제3자 재판매를 조장할 수 있는 특혜조항으로 특별법의 입법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직수입 물량의 재판매는 국가에너지 위기대응전략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직수입자의 영업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 LNG 시장의 가격 변동에 편승한 ‘체리피킹( Cherry picking)’으로 직수입자의 이익은 급증하였고, 수급관리에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직수입자에게 처분 기회를 추가로 주는 것은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따라서 법안 제36조는 헌법상 원칙은 물론, 에너지 수급안정과 무관하게 직수입자의 편익만 가중시키며, 오직 도시가스만 처분 특례를 인정하는 등 형평성에 배치된다. 따라서 법안 제32조에 추가하여 특별히 처분 특례를 규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고,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너무 확대되는 문제 등 특례의 당위성이 없는 만큼 법안 제36조는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 수요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가 국가 수급의무를 우선 책임지는 만큼, 비상위기 시에는 직수입자들이 우선적으로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에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원위기 상황에서 직수입자들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관점에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천연가스 수급위기의 최우선 과제는 처분 인정이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천연가스 확보전략이 돼야 한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한국가스학회 회장

[EE칼럼] 새 출발 앞둔 ‘탄중위’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

추석을 앞두고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긴 태풍 ‘힌남노’가 소멸되기 무섭게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를 스쳐 갔다. 특히 힌남노는 역대급 태풍으로 인명과 시설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러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제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새로운 저탄소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가야할 길이 되었다. 우리는 이 길을 탄소중립이라 이름을 붙였고, 이를 위해 어렵게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마련하였다. 이 법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포함하여 향후 20년 동안의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을 명시하였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정책 및 계획 그리고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다.이 법이 시행된 2022년 7월 이전에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구성되어,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평가가 엇갈리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였지만, 처음으로 우리의 미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를 그려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앞으로 풀어가야 할 난제들도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100여명의 대규모 자문위원으로 구성되었던 이유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 도출 시한을 정해 둔 상황에서 수많은 목소리를 용광로에 녹여서 하나의 합의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역부족이었고 결과물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오게 되었다. 현 정부에서 새롭게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들 과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결국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우선순위를 정하고, 새로운 변화에 따른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그리고 예상되는 갈등을 선제적으로 지혜롭게 조정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공동위원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새로운 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의 중요한 과업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예상되는 갈등을 찾고 이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적 색깔을 벗어나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합리적 인사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기존의 탄소중립위원회는 부족하나마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였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연계된 구체적인 이행계획 즉, 로드맵이 마련되었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지금까지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2030년의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이 이제 8년 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 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큰 틀이 발표되긴 했지만, 2030년의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부문을 포함한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코로나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2019년과 2020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을 벗어나면서 움츠렸던 경제활동이 조금씩 기지개를 틀면서 2021년 배출량은 다시 증가하였고 올 해의 배출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반등현상은 2030년 목표달성에 경고등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재정비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 전 부문에서의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이행가능한 실천 계획과 2050년을 향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도 이제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기후위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물론 자문기구의 성격을 갖는 위원회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고, 정부 부처를 다독여 가며 국가정책을 수립해 나간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를 앞에 두고 남 탓만 하고 있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게 다가올 뿐이다. 더 늦기 전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활로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길, 탄소중립의 길을 만들어가는 촉매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E칼럼] 광폭화되는 기상재해, 기상예보능력 키워야

‘힌남노’에 이어 18∼19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제14호 태풍 ‘난마돌’로 인해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인명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했다. 경로와 위력에서 힌남노보다는 한반도에 훨씬 덜 위협적이었다고 하지만 힌남노의 상흔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닥친 태풍이라 불안감을 키웠던게 사실이다.태풍 ‘힌남노’는 강한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의 발생 특성상 적도 인근에서 발생하고, 발생지점에서 북서 방향으로 전진하며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북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힌남노’는 적도 한참 위에서 발생하고 반시계 방향으로 남서진하다가 급격히 북상하였다. 북상하면서 다른 열대성 저기압을 흡수하며 ‘태풍 먹는 태풍’이 되어 더 강한 태풍으로 거듭났다.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손실에도 그나마 ‘힌남노’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태풍의 경로와 크기를 실시간으로 지표면에서 상공까지 관측할 수 있는 31대의 기상레이더와 전국 510곳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덕분이다. 이들 관측장비 덕분에 실시간으로 수백m 해상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행운이라면, 최근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이 개발되어 관측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태풍 진로와 강우량, 풍속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형 도구가 개발되어 좋은 재료가 귀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초 서울지역 집중호우로 인명과 재산상 큰 피해를 보았다. 당시 동작구에는 435mm의 비가 내렸는데, 최근 30년 평균 강수량의 1/3이 한 번에 내린 것이다. 태풍 ‘힌남노’는 한라산을 지나가면서 1년 내릴 비에 버금갈 1059mm의 비를 쏟아부었다. 피해가 심했던 포항의 9월 6일 강수량은 342mm였지만 인근 지역 안동의 강수량은 17mm에 불과했다. 이렇게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내리고, 예측을 불허하는 지역별 편차는 ‘기후변화’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수 없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난화가 1.5℃ 진행될 경우, 50년에 한번 발생하는 극한 고온 현상이 8.6배 증가하고, 관측 역사상 전례 없는 극한기상이 더 자주 발생할 거라고 전망했다.2004년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 태풍 ‘힌남노’로 2022년 우리나라에서 재현되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넘어 뉴욕시를 덮친 거대한 해일이 해운대에서 수십 대의 차량을 뒤쫓는 것만 다를 뿐.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지금 아니면 늦는다"라고 아무리 절규해도, 귀담아듣는 사람이 없었는데, 우리는 다른가. 현재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한다면, 21세기 말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전 지구 예측값보다 훨씬 높은 7℃ 상승할 거라고 기상과학원이 밝혔는데, 관심있는 부처나 지자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힌남노’와 같은 괴물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은 자명한데도.태풍과 같은 기상재해는 발생한 후에 대비할 수 없다. 앞으로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기상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 더 촘촘한 관측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형 예보모델을 더욱 발전시켜서 예측력을 높이고 세계 1등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태풍의 55%(44개)가 북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태평양 지역 경제협력체인 ‘APEC’의 기후센터(APCC)가 우리나라에 있으니, 우리가 개발한 모델로 권역 내 기상재해도 대비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흔히 날씨는 그날의 ‘기분’이고 기후는 ‘성격’으로 비유하곤 한다. 기분은 시간 지나면 쉽게 좋아지지만, 성격은 변하게 하기 어렵다. 이번 집중호우와 ‘이상한 태풍’을 보면서 멀리 ‘기후변화’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람이 태풍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잘 대응할 수는 있다. 더 정밀하게 관측하고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정확한 한국형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구축하여야 한다. 기상재해 대응에 대한 정답은 현재를 밝히고 미래를 내다보는 ‘기후과학’이다. 기상재해가 더 광폭해진다 해도, 기후과학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고, 모든 부처와 지자체와 국민이 제 역할을 해야 하고, 또 시간만 놓치지 않는다면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EE칼럼] 가격 통제가 부른

토마토와 휴가 그리고 축구를 삶의 기쁨이라고 여길 정도로 축구 사랑이 남다른 이탈리아에서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세리에A가 지난 2일 경기장 조명 시간 단축을 단행했다.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에서는 대낮같이 밝은 조명 아래서 야간 골프가 한창이었다.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각각 93%, 81%에 이르는 에너지 최빈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언제든지 에너지 위기로 경제가 마비될 수 있는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탈리아는 전시와 같은 위기감이 감도는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측면에서는 이탈리아보다 결코 나을게 없으면서도 에너지 위기의 무풍지대처럼 지내니 어리둥절하다. 작년 말 유럽의 예상 밖 풍력발전 감소로 시작한 에너지가격 폭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며 그 추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산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이자 즉각적으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유럽 각국이 부족해진 천연가스를 석탄과 LNG로 채우는 과정에서 석탄과 LNG 가격도 덩달아 오르며 전 세계 에너지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불과 2년여 전 코로나 발발 직후 0.99달러까지 떨어졌던 유럽의 LNG 가격이 지난 8월 26일 93.9달러를 찍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LNG의 기준가격인 JKM 가격도 60달러 선으로 작년 이맘때의 3배가 넘는다. 정상적 대응이 불가능한 믿기지 않는 폭등세다. 실제로 유럽은 비상체제가 가동 중이다. 헝가리는 아예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독일은 가동 중단하려던 원전 3기의 계속 운전 방안이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내년 3월까지 가스 수요를 15% 줄이는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대대적인 에너지절약 운동에 나서고 있다. 체코에서는 에너지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유럽인들은 추위에 떠는 엄혹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나무, 석탄 땔감을 준비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에너지 위기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모양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위기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 들릴 정도다. 에너지 위기 불감증이 심각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탓 할 일이 아니다. 개별 소비자들은 에너지 수급 상황을 알 길이 없다.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 밸브를 잠가 가스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 알 필요도 없다. 소비자들은 그저 가격만 보고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할 뿐이다. 정상적인 가격은 남으면 내려가고 모자라면 올라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에너지위기로 인해 크게 오른 가격에 비례해 위기감을 느끼고 에너지절약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게 된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위기감 차이는 바로 가격 신호에서 비롯된다. 유럽 4개국(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과 일본의 올 3월 전력 소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36% 상승하였다. 에너지 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전기가격은 지난 3월까지 8년간 사실상 동결되었고, 그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2% 가량 인상하였으나 인상률은 유럽에 비해 1/3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친 가격 통제의 결과다. 수급 위기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통제된 가격 신호는 소비자들의 긴장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조명시간이 단축된 이탈리아 축구장과 우리나라의 야간 골프가 대비되는 이유다. 물론 전기와 같은 생필품의 가격 급등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가격 인상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속도를 정하는 일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전문가의 영역이다. 전기가격을 결정하는 전기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다. 수급 안정은 가격 인상 억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급은 순리로 풀어야 한다. 모자라면 아껴 쓰는 것이 순리다. 야간 골프를 즐길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무리한 가격 통제는 프랑스혁명시대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사례처럼 위기를 더 키워 시장을 완전히 붕괴시킬까 두렵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실망스러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가 지난달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2036년까지 117.3GW의 예상 최대 전력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을 담은 계획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황당하다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다. 2036년까지 마련해야 하는 발전설비의 용량이 237.4GW나 된다. 최대 전력 예상치의 2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전력 설비의 절반이 무용지물로 놀게 된다는 뜻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의 대안으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태양광·풍력 설비의 비효율이 더욱 심각하게 증폭된다는 뜻이다.2036년까지 107.4GW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매년 축구장 1만 개가 넘는 면적의 숲·농지를 포기해야 가능한 규모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애써 가꿔놓은 숲과 소중한 식량 생산에 써야 할 농지는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것이다. 수상 태양광과 해상 풍력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63빌딩보다 높은 해상 풍력은 어민들의 삶을 망쳐버린다. 안정적인 관리도 기대하기 어렵다.영세 민간 사업자들에게 떠맡겨버린 태양광·풍력의 안정적인 운영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약속해놓은 각종 보조금도 부담스럽다. 과연 기록적인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 막 드러나고 있는 태양광·풍력 설비 확대의 윤리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태양광·풍력의 비효율이 무엇보다 심각하다. 실무위가 예상하는 태양광·풍력의 발전효율은 2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13.8%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무작정 믿을 수는 없다. 간헐성·변동성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호언장담하던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가능성도 사라져버렸다.태양광·풍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LNG 설비에 의한 낭비도 감당하기 어렵다. 태양광·풍력의 보조전원에 지나지 않는 LNG 설비의 효율도 24%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전의 80%, 석탄의 46%와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효율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불안해진 국제 LNG 시장의 혼란도 부담스럽다. 이미 탈원전으로 늘어난 LNG 발전량의 증가가 한전의 기록적인 적자와 부채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인 상황이다. 탈원전을 포기하더라도 신재생 증가에 의한 LNG 발전을 줄이지 못하면 한전의 정상화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탈원전 폐지의 의지도 분명하지 않다. 지난 정부가 폐로를 선언했던 12기의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완공을 눈앞에 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이외에 지난 정부가 불법적으로 공사를 중단시켜버렸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한다는 것이 고작이다. 역시 지난 정부가 무작정 백지화시켜버렸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의 공사 재개도 초안에 담아내지 못했다. 새로 추가된 ‘무탄소 전원’의 정체도 불확실하다. 지난 정부가 뒤늦게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내놓았던 ‘수소·암모니아’라는 설명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수소를 생산·운반·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 발전원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태양광·풍력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주장은 공상소설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핑크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도 비현실적인 억지다.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수소차에 대해서는 뒤늦게 그린 워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을 마련한 실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지난 정부가 5년 동안 이념적 이유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비현실적인 탈원전·탄소중립을 고착화시키는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실무위원회가 정반대로 탈원전 폐지를 공언한 새 정부에서도 작업을 계속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15년 장기계획을 고작 넉 달 만에 급조해낸 배짱은 놀라운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5년 동안 탈원전을 외치던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혼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고 탈원전 폐지에 앞장서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탈원전 폐지가 합리적 에너지 정책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해야만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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