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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
필자가 근무하는 기후변화센터는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수 의원실과 함께 ‘순환경제를 위한 침대 폐 매트리스 회수 및 재활용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진행했다.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형 폐기물인 침대 매트리스 재활용 시장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임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대형 폐기물인 침대 매트리스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불법 소각하거나 쓰레기로 쌓아 놓아 2차 공해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 매트리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4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40%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입식문화인 유럽과 북미가 훨씬 컸지만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은 관련 기업의 매출액 기준 지난해 2조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20% 급증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소비 트렌드와 겹치며 매트리스 시장은 다양화하며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1인 가구 증가, 중저가형 매트리스 보급, 온라인 유통 확산 등으로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EUROPUR의 통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지난해에만 2000만~3000만개의 폐 매트리스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폐 매트리스 발생 통계가 아예 없다. 환경공단에서 제공하는 2016년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연간 약 80만개로 집계됐으나 이 마저 표본이 전체 가구 중 0.1%, 사업장 0.8% 수준이다. 침대 매트리스는 통계법 제18조에 따라 승인받은 조사항목이 아니라서 집계 및 보유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법은 아직 온돌문화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침대 매트리스 불법 소각문제가 발생한 통영시가 침대 매트리스 처리 현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다. 대부분 일일이 손으로 뜯어내서 분리하는 수작업인데 처리시간도 많이 걸리고 작업환경도 매우 위해한 상황이다. 또는 통째로 분쇄한 후 철 스크랩만 분리해서 재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소음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으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한다. 지자체별로 데이터 보유 현황이나 관리가 천차만별인데 예산, 기술 등의 여건으로 지자체의 처리 역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처리되지 못하고 쌓인 채 방치돼 폐 매트리스에서 자연 발화 되기도 하고 불법재사용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EU는 2018년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지침’에서 매트리스, 가구 등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회원국별로 매트리스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을 도입,2035년까지 매트리스를 포함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 65% 재활용 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EU회원국 중 프랑스가 최초로 매트리스 EPR을 시작했는데 제조사와 유통사로 구성된 조합이 최신식 분해공정을 구축, 고품질 원료를 추출하고 재활용 하는 시장을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생산, 유통, 호텔 등), 시민들간 협력을 통해 매트리스 순환경제를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미국은 국제수면제품협회가 비영리단체 ‘매트리스 재활용 협의회’를 설립해 2015년부터 ‘바이 바이 매트리스’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 3개 주(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에서 참여 중이다. 소비자 가격에 폐 매트리스 처리 비용을 포함시켜 재활용 처리 뿐 아니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 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폐 매트리스 분리를 위한 전자동시스템을 구축했다.
수면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서둘러 매트리스의 폐기를 줄여서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하는 재활용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관련 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폐 매트리스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재활용을 비롯한 산업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폐 매트리스의 스프링 철과 섬유 부산물을 전 자동으로 분리하는 기계의 설계기술을 확보한 업체가 있지만 시장 조성이 안돼 실제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ESG경영 차원에서 매트리스 제조사들도 분리 배출과 수거를 지원하고, 재활용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해야 한다. 재활용 시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매트리스 생산 기업과 수거·해체업체,재활용업체 등이 협력하지 않으면 형성되기 어렵다. 환경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