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시나브로 전기차 시대](http://www.ekn.kr/mnt/thum/202307/2023071201000552200027031.jpg)
지난 6월 30일, 1905년부터 118년간 운영했던 전남 화순탄광이 문을 닫았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주력 에너지인 석탄이 퇴장하는 순간이다. 한창때는 전국적으로 300개의 광산에 5만명이 넘는 광부들이 광산업에 종사했다. 1980년대 초 7급 공무원 월급이 약 11만원일 때 광부 평균 월급은 25만원을 넘기도 해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며 경쟁률이 50대1에 달하기도 했다. 석탄 산업은 산림녹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산림이 파괴됐고 이후 전후 복구와 난방을 위해 그나마 남아있던 산림까지도 훼손돼 전국이 민둥산이 됐다. 국제연합(UN)이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치유 불가능하다’고 했을 정도다. 당시 정부가 한 일은 연탄을 보급하는 것이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서 나무를 심는 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이 돈을 연탄을 보급하는데 썼다. 월드비전에서는 산림녹화 지원금을 떼먹는 것으로 오해했다. 이에 정부는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것을 줄여야 나무심기가 성공한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그 뒤로 석유와 가스가 보급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석탄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특히 기후변화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천연가스에 비해 2배 쯤 되는 석탄 소비량을 전력 부문에서 줄이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역시 점차 폐쇄되고 있다. 전력 부문 저탄소화의 중요성을 전기차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2021년 기준으로 16년 동안 24만km 주행 시 중형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생애주기(생산∼사용∼ 폐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기차는 약 39톤으로 내연기관차(약 55톤)의 70% 수준이다. 전기차 배출량은 배터리 제조에 5톤, 차량 제조에 9톤, 전기 생산에 26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더 나아가 배터리를 제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30%는 전기 사용으로 인한 것이다. 결국 전력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전기차는 EV(Electric Vehicle)가 아닌 EEV(Emissions Elsewhere Vehicle), 즉 ‘다른 곳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가 될 수 있다. 덴마크는 풍력의 나라다.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의 절반 정도를 풍력이 감당한다. 2019년 9월 15일에는 풍력발전 생산량이 덴마크 전체 전력 수요를 초과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람이 불지 않을 때다. 덴마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전기차에 저장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를 이동식 보조 배터리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집과 사무실 주차장에 충·방전 시설을 설치하는 거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맹주로 돈 냄새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맡는다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 일에 빠질 리가 없다. 자사의 전기차 충전소인 수퍼차저에 오토비더(Autobidder)라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플랫폼을 적용해 전기차 소유자가 요금이 쌀 때 배터리에 충전하고, 비쌀 때 전력회사 또는 수요자에게 팔도록 거래를 자동화했다. 테슬라는 중간에서 거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호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전기 요금의 변동성이 크다. 테슬라는 이미 여기에서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979년 UN 주도로 달의 천연자원에 대한 소유를 금지하는 달 조약을 체결했지만 미국, EU, 중국 등 대부분이 가입하지 않았다. 2015년 미국 정부는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법’을 제정해 민간기업의 우주자원 채굴과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의 영구자석에는 디스프로슘이라는 희토류가 들어간다. 일론 머스크는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에 대항해 희토류를 쓰지 않는 모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소유한 스페이스X에서 만든 50m 길이의 스타십을 달에 보내 달 표면에 존재하는 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를 채취하려 한다. 중국은 지난 12년간 약 30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전기차 제작업체에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보조금 지급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전기차 비중이 30%에 달할 만큼 잘 팔리고 있다. 10년 전 쯤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내연기관차는 서구보다 100년 뒤졌지만, 전기차는 앞설 것이다"라고 한 중국 공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요새 필자가 근무하는 울산에도 전기 택시가 많이 보인다. 얼마전에 택시를 불렀는데 전기 택시가 왔다. 운전기사분의 말로는 내연기관차를 운전할 때는 연료비가 한 달에 90만원이 나왔는데, 전기차로 바꾸고 나서는 한 달 전기료가 19만원 정도라고 했다. 차 가격만 좀 내려가면 전기차 시대는 정해진 미래인 것이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면 위기에 빠진다.위기가 오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는 전기차 시대를 잘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