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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뒷걸음질 치는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

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올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산업 전망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상존한다. 긍정적 측면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의 증가추세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1년 전보다 약 50% 증가해 510GW에 달한 데 이어 올해도 그 증가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정적 측면은 전쟁, 불평등,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피로 누적이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데 부정적 측면들로 열거된 내용이 선거 결과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란 조끼 사태, 프랑스· 벨기에 농민 시위 등을 겪은 유럽의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넷제로를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유럽 의회, 독일, 미국 등의 선거에서도 현재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전망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재생에너지 2023'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연간 재생에너지 용량 추가는 거의 510GW에 육박했으며 지난 20년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중국, 유럽, 미국, 브라질의 재생에너지 용량 추가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태양광 약 400GW, 풍력은 100GW 이상이 예상되는 등 태양광을 중심으로 글로벌 재생에너지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양광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 추가의 3/4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23년 한해 216.9GW(풍력 75.9, 수력 8.0, 핵 1.4, 화력 57.9GW)의 태양광을 설치해 2022년 전 세계가 설치한 태양광 용량과 비슷한 규모를 기록했다. 2022년 86.1GW 대비로는 252%에 해당하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가 발표된 EU, 미국, 독일, 브라질, 폴란드는 역대 최대 태양광 신규 설치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이탈리아도 10년 내 최대기록을 세웠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EU는 YoY 40%가 증가한 56GW, 미국 YoY 88%가 증가한 33.0GW, 독일 YoY 93%가 증가한 14.3GW, 브라질 YoY 8%가 증가한 11.9GW, 폴란드 YoY 23%가 증가한 4.6GW, 이탈리아 YoY 96%가 증가한 4.9GW를 지난해 신규 설치했다. 2024년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달 중국전력위원회(CEC)는 '2023~2024년 전국 전력 수급 상황 분석 및 예측 보고서'를 통해 전력산업의 녹색·저탄소 전환 추세가 2024년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정부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SolarPowerEurope의 '2023~2027 태양광 발전에 대한 EU 시장 전망' 중간 시나리오에서도 유럽 태양광 누적 설치 용량은 2024년 24% 증가(높은 시나리오는 35%)로 2019년의 3배에 달하고, 2027년까지 누적 용량은 약 600GW로 2023년 263GW의 두 배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단기에너지전망(STEO) 및 월간 전력 통계를 통해 2024년 미국 유틸리티 태양광이 2023년 대비 150%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독일도 지난해 14.3GW에서 40% 증가한 20GW 내외가 예상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치에 소극적이었던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오세아니아, 칠레, 브라질, 우루과이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사우디, UAE를 중심으로 한 중동까지 재생에너지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주요 경제국 중 2023년 재생에너지 설치가 정체되거나 감소한 국가로는 인도와 우리나라가 있다. BloombergNEF의 '2024년 에너지 전환 투자 동향'을 보면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17% 증가해 2023년에 1조 8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에너지 분야 전체 1위로는 전기 운송 분야로 YoY 36% 성장해 6340억달러이고 재생 발전 분야는 2위로 6230억달러, 핵발전이 330억달러였다. 중국이 총투자액의 38%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EU, 미국 등이 그 뒤를 이었다. CarbonBrief 및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최근 분석을 보면 청정에너지는 2023년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었으며 GDP 성장의 40%를 견인했다. 에너지 수입은 감소했으며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었고, 대기질 개선 및 중국 수출기업의 RE100 대비 탄소배출권 대량 확보, 급증하는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도 기여했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3년 한해에만 약 50% 하락했고 재생에너지가 증가한 국가들의 전기요금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024년 전 세계 많은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국이 되기 위한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고 있으며 중위 그룹은 선두권으로, 하위 그룹은 중위 그룹을 따라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크고 작은 제약과 허들은 존재하겠지만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주요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에너지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EE칼럼]무탄소에너지 대전환, 관건은 국민 설득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를 무탄소에너지(CFE)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안했던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COP28 합의문에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수소·CCUS(탄소 포집·저장·활용)를 무탄소에너지로 명시했고, 영국을 비롯한 5개국의 공식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은 중요한 성과다. CFE 대전환의 핵심은 원전 생태계 복원이다. 그런 사실을 애써 감출 이유가 없다. 원전을 배제한 탄소중립은 우리에게 실현 불가능한 꿈이기 때문이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명백한 현실이다. 2021년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에서 우리 정부가 무책임하게 내놓았던 '2050 탄소중립'의 약속을 지키려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 RE100은 '더 클라이밋 그룹'(TCG)이라는 영국의 비영리 민간단체가 2014년에 대기업을 상대로 시작한 캠페인일 뿐이다. 연간 100G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 스스로 정한 기한 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고작이다. 현재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400개 기업이 마케팅 전략으로 RE100의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RE100의 본거지인 영국의 정부가 CFE 대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영국은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1956년 이후 7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원전 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9기의 노후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영국이 2050년까지 8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해서 전력 수요의 25%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RE100을 우리나라의 국가 에너지 정책에 꼭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사대주의적·패배적 억지다. 우리에게는 국민 생활과 산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전기로 대체해야만 하는 RE100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력화 비율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전기화가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인 제철·시멘트·정유 산업은 통째로 포기해야만 한다. 엄청난 양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반도체·AI 산업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 좁은 국토의 우리에게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로 소요전력의 100%를 충당한다는 RE100은 그림의 떡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태양광·풍력 설비를 설치할 토지를 확보할 수 없다. 건물의 지붕·벽·주차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일조량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60%에 지나지 않고, 가동 시간이 하루 평균 2.5시간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도 치명적 이다.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나 양수발전을 이용한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수소·CCUS도 본격적인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정책에 반영하려면 여전히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미래 기술'인 상황이다. 에너지 믹스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필요하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국가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가 없다. 전기는 '실시간 생산'과 '실시간 소비'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원전의 감발(減發) 운전이나 재생에너지 설비의 출력제한은 감당하기 어렵고 위험한 낭비다. LNG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첨두'(尖頭) 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의 급격한 확대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당장의 원전 확대보다 가동연한이 끝나가는 원전의 계속 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훨씬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원전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욕심이 지나치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원전 기술을 개발하고, 원전 산업만 지원한다고 원전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짜 과학'(fake science)을 확실하게 청산해야 한다. 100%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기술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술패배주의'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환경은 반드시 보존하고 지켜내야만 한다는 '생태환경만능주의'도 청산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폐기물은 '10만 년을 생태계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악의적이고 반(反)기술적인 선동의 피해도 막심하다. 탈원전을 정권 쟁취의 수단으로 여기는 정치 집단도 경계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EE칼럼] 새 외교부의 리더십과 기후변화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얼마 전 전 외교부, 국가안보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모두 바뀌면서 외교안보의 새로운 진용이 갖춰졌다.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은 전통 외교안보 전문가라면 신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경제통상 분야를 비롯한 다자외교 분야에서 많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취임사에서 조 장관은 경제 안보 융합 외교의 실현을 첫번째 중점 분야로 내세웠고, 두 번째로는 G7 플러스 시대를 대비하는 외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 안심, 민생 외교를 중점 분야로 꼽았다. 신임 외교장관의 다자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국가의 안보는 물론 해외 일자리 창출과 국민 안전보호에 우리나라 외교부가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한다. 침체된 기후변화·환경외교에도 새로운 리더십은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 문제가 바로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이자 해외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재직 당시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을 전 세계에 일깨우고 파리협정 체결을 주도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은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협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파리협정 제3조는 협정의 목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논의에서 고려되는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이외에 재원의 흐름을 세 번째의 목적으로 꼽고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규제적인 접근이 아니라 시장과 경제 원리로 해결하겠다는 파리협정의 접근방법을 대변한다.또 또한 파리협정은 이행수단(Means of Implementation)으로서 재원, 기술 그리고 능력배양을 꼽고 각각에 대해서 상세한 이행 메커니즘을 두고 있다. 신임 외교장관이 밝힌 경제, 기술, 외교의 결합은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이미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는 제도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정통한 한 국제컨설팅 회사는 저탄소 혹은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면 국제사회 GDP의 2~8%의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기후금융에 싱크탱크에 따르면 2021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기후변화 분야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합쳐서 1조3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의 재원이 사용됐다. 이렇게 투자와 연계된 기후기술의 상용화를 통한 세계 신시장 개척은 새로운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와 새로운 기후시장의 제도화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교 당국과 민간의 긴밀하고도 전략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경제안보의 맥락에서 보면 매우 유사하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후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엔 기후변화협약, G20은 물론 G7 플러스에서 체계적이고도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국제 다자 표준 및 제도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 마저도 크다. 파리협정의 마지막 이행 수단인 역량강화는 개도국 협력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국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세 가지 분야 중의 하나로 그린 ODA를 꼽았다. 그린 ODA는 개도국이 파리협정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과 제도를 키워주고, 기후변화 대응 노력 과정에 민간이 해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는 개발협력을 통해 개도국과 우리 모두가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외교의 신천지'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외교부의 새 지도부가 구축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세 가지 중점사항에 모두 잘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후변화 담당 조직의 전문성과 이행 역량을 높이고, 정무 조직은 물론 개발협력, 기술규범 그리고 경제안보 담당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서 기후변화를 통한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는 새로운 외교를 기대해본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EE칼럼] 자원안보의 시작과 끝은 해외자원개발 정상화다

중국 사서중 하나인 대학에 ‘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 事有終始), 지소선후 즉근도의(知所先後 則近道矣)’라는 말이 있다. 사물이나 일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발생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결과를 예측하고 일의 순서를 정해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의 에너지자원 공급문제는 10년 전에 이미 사전 준비를 마쳤어야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에너지자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면 이미 늦어서 당장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원전건설을 계획한다고 해도 전력 공급은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가능하다. 땅 위에 건설하는 발전소의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작아 계획하에 실행하고 관리통제가 가능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땅속에 부존하는 에너지자원은 자원을 찾아서 개발하고 생산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실패는 근본적으로 이런 에너지자원개발의 특성인 고위험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자원, 시간의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2012년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치되고 외면받아 왔다. 그러는 사이에 자원가격의 하락 시기와 맞물려 자원공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져 자본잠식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와 자원공기업은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인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도 했지만 한마디로 ‘자금 투입 없는 공짜 구조조정’만 외치다가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허송세월을 한 셈이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자 우리나라도 국가자원안보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자원안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가자원안보 시스템의 큰 틀이 마련됐다. 93% 이상의 에너지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매년 정부예산의 20%가 넘는 막대한 돈을 에너지자원 수입에 쓰고 있는 한국에게 자원안보는 경제안보를 넘어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이 자원안보의 핵심은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에 있다. 이것이 해외자원개발의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자원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국내에서 필요한 자원의 충분한 양을 항시 도입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고,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국제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국내 비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비축 장소도 필요하고 비축자원에 대한 재고관리도 필수적이다. 또 풍력·이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확대로 인해 필요한 자원의 종류가 늘어나고,비축량 규모가 증가할수록 많은 자금도 필요하다. 국내 비축은 자원의 종류에 따라 2주~2개월 정도의 단기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장기적 대응은 어렵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해외자원개발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광구의 매장량은 개발 후 20~30년에 걸쳐 장기간 생산이 진행되기 때문에 국내 비축시설과 관리를 염려할 필요가 없는 저비용 천연비축기지의 역할을 한다. 제대로 된 해외자원개발은 경제적인 이익은 물론이고 국가자원안보를 위한 든든한 비축기지 역할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 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경험했듯이 단순히 전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의 에너지자원 공급망 문제가 됐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을 중심으로 지구상에는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세계 경제는 점점 구역화되고 있어 언제라도 에너지자원 공급망 위기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기에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대한 지속 가능한 장기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국가자원안보의 파수꾼인 자원공기업에 대한 죽이는 축소형 구조조정이 아닌, 살리는 확장형 구조조정을 실행해 국가자원안보의 시작과 끝인 해외자원개발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E칼럼] 거꾸로 가는

급전(給電)이란 실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한국전력공사가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사들인 전력을 수용가에 공급한다. 한국전력거래소는 매일 하루 전에 전력공급계획을 세워 당일 시간대별로 전력을 사들인다. 전력을 사들이는 데는 원칙이 있다. 우선 경제적이어야 한다. 이왕이면 생산비용이 낮은 전기부터 사들여야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싸게 팔 수 있다. ‘경제급전’은 전력산업이 시작된 이래 오랫동안 급전 원칙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그러다 1970년대 2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급전원칙에 변화가 생겼다. 급격한 유가의 상승은 수입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었고, 각국은 자립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1980년대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졌고, 1990년 독일은 전력망접속법을 고쳐 자립적인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우선 접속하도록 했다. 아직은 생산비가 비싼 자립에너지의 발전을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자립에너지를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로 확대돼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 오르면서다.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기 위해 도쿄의정서에 따라 먼저 감축 의무를 지게된 선진국들은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등으로 외부비용을 내부화했다. 석유나 천연가스는 물론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석탄화력발전 비용도 현실화되며 자연히 경제급전보다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급전을 우선시하게 됐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화석연료 발전은 육상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비해 경제 급전에서조차 순위가 밀리는 상황이 됐다.세 번째 파고는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소련 붕괴 이후 파이프로 연결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가스의 수입선을 다변화해 미국의 LNG가 밀려들어 왔지만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유럽에서 다시 태양광 발전 붐이 일었고 자립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에선 자립에너지이자 청정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우선 구매 원칙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우리나라도 2013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홀대하는 정부의 정책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환경급전의 원칙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주에서 실시하던 태양광 발전 출력 제어를 지난해 내륙으로도 확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유예기간을 거쳐 ‘1MW 이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력계통 접속보장제도(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예측 시스템은 오차율이 3%대로 개선됐다. 그리고 전력망의 안정을 위해 출력 제어를 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에 이른 것도 아니고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예측시스템 개발 등 전력당국이 기울여야 할 노력은 소홀히 한 채 보상 없는 출력제어를 남발하면서 더 비싼 가스발전을 사들이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더구나 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93%의 1차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으면서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분야에 480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지난해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2030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높이겠다는 유럽연합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일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재생에너지 발전 출력 제어에 대한 보상제도를 하루빨리 만들고, 소규모 접속보장제도의 폐기는 철회해야 한다. 환경급전의 이유와 효익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농축 우라늄 확보, 발등의 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새해 들어 2026년까지의 ‘세계 전력 수급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IEA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이 2026년까지 연평균 3% 가까이 성장할 것이며, 2025년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프랑스의 발전량이 증가하고 일본의 여러 원자력발전소들이 재가동되며 중국, 인도, 한국, 유럽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신규 원자로가 상업 가동을 시작함에 따라 2021년에 세운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또 IEA는 2026년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2023년에 비해서도 거의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에서 2026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29GW의 신규 원자력발전소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인데,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의 신규 원자력 발전이 주요 성장 동력이 되고 있어 2026년에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것이라는 게 IEA의 예상이다. 주지하다시피 원자력 발전의 연료가 되는 광물은 우라늄이다.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우라늄 가격 역시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 업체들의 생산 차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라늄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우라늄 가운데 43%를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카자톰프롬은 카자흐스탄의 최대 광산업체인데, 최근 시설 공사 지연과 황산(우라늄 추출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의 가용성 문제 등으로 내년까지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의 카메코(Cameco)나 프랑스의 오라노(Orano)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결국 공급이 수요를 못 받쳐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106달러 수준으로 지난 16년 만에 최고다. 앞으로의 가격 상승은 더 걱정이다. 씨티은행은 2025년에 파운드당 평균 11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제프리 증권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007년 6월 가격인 파운드당 136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우라늄 가격이 오르는 것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농축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연료는 자연 상태의 우라늄 그대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농축된 우라늄을 필요로 한다. 천연 우라늄 내 핵분열을 일으키는 동위원소인 U-235를 추출·분리한 뒤 연료용으로 적절한 수준이 되도록 그 비율을 높이는 과정을 ‘농축’이라고 하는데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은 U-235의 농도가 3~5% 정도인 저농축 우라늄이다. 그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면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농축’이란 과정이 이렇듯 상업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핵 비확산의 관점에서 우라늄 농축은 엄격한 국제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민감한 기술로 취급 받아 왔다. 따라서 농축을 할 수 있는 사업체도 소수로 한정되어 있다. 현재 주요한 농축 우라늄 생산업체는 프랑스의 오라노, 러시아의 로사톰(Rosatom), 그리고 영국-독일-네덜란드의 유렌코(Urenco) 등 3곳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CNNC는 국내 시장 공급을 주로 하면서 수출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그 밖에 일본과 브라질에서는 국내 연료 사이클 기업들이 소량의 공급 능력을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미 로사톰의 농축 능력이 서방의 오라노와 유렌코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 크고, 중국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2025년이면 러시아와 중국의 농축 능력의 합이 서방을 훨씬 능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탈러시아산 가스 움직임이 가속화한 데 반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국가들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은 농축 우라늄의 34%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와 대립 구도를 선명히 하며 제재를 강화해 온 미국은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의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2022년 전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출의 42%는 미국으로 향했다.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화석연료에 비해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 및 지경학적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원자력 발전 역시 연료 공급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농축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원자력 대국인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 시급하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성우 칼럼] 갑진년 새해에 주목할 기후변화 이슈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2023년은 지난 10만 년 동안 가장 더운 해로 관측됐다. 이러한 지구온도 상승은 유례 없는 폭염, 폭우, 산불 등 기상재해를 초래해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연구진은 2022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GDP 손실액을 약 1940조원으로 추정했다.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 끼친 영향은 더 심각하다. 2023년 11월 미국 생명공학 회사 긴코 바이오웍스는 에볼라,코로나 등 기후변화로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 4종의 확산으로 사망자수가 2050년에는 2020년 대비 1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이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맞춰 발간된 ‘Global Risks Report 2024’에서 세계 각계 전문가들이 ‘2024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으로 ‘극심한 이상기후(extreme weather events)’를 1위로 꼽은 이유다. 초유의 기후위기에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기후-통상 연계의 가시화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국제협력 기반이 더욱 약화된 상황에서 기후위기가 심해지자 기후변화 규범의 파편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기후대응과 통상정책을 연계시키기 시작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투자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시작해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에 탄소세를 추가로 부과하는데, 올해 이러한 기후-통상 연계의 경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둘째, 기후기술 투자의 가속화다. 기후기술은 청정에너지, 에너지효율, 자원재활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2023년 507GW의 신규 설비가 추가돼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기술 가격은 기후-통상 연계와도 맞물려 있다. 예컨대 IRA 보조금으로 그린수소의 기술가격이 약 50%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술 개발 및 보급의 핵심 요건이 기술 가격이고 기술 스케일업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기후기술 투자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교역이 GDP의 85%를 차지하는 개방형 통상 국가인 한국은 기술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민감한 이슈다. 셋째, 국제감축 준비의 본격화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총 2억9100만톤으로 이 가운ㄷ 12.9%인 3750만톤은 국제감축분이다. 국제감축사업이란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얻기 위해 행하는 기술지원, 투자 및 구매 등의 사업으로 국내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감축실적을 인정받아 국내로 이전 받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작년 대비 지원 예산을 2배 넘게 늘렸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무려 5배 넘게 늘려 잡았다. 이는 확보해야 하는 국제감축 양은 많은데 남은 시간은 부족해 다양한 기술과 자금을 보유한 기업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준비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마지막으로 그린워싱 시비의 현실화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사태와 ESG 열풍이 겹쳐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친환경 홍보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기업의 친환경 주장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2022년 영국 성인 16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1%가 기업의 친환경 홍보가 검·인증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주장하는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가 위장일 경우에 해당되는 ‘그린워싱’을 의심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자사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 중 41.4%가 그린워싱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최근 1년간 한 건 이상 게재했다는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가 2023년 8월 말 공개됐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린워싱에 대해 보다 선명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 2023년 9월부터 시행해 그린워싱 시비의 현실화를 예고했다.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올해 기후변화 관련 이슈들의 전개 과정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모호한 정책에 대해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민간 실무 현황을 정확히 모르는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고객사 및 협력사들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이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글로벌 메탄 감축 움직임에 선제대응 해야

2021년 글래스고 기후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을 비롯한 119개국은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겠다는 내용의 ‘글로벌 메탄 서약(GMP)’을 했다. 이어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 기간 중 ‘탈탄소의 날’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메탄배출관측소(IMEO)에서 인공위성 기반의 메탄 경보·대응 시스템(MARS)을 공개했다. MARS는 지리분석, AI 및 위성 영상에 대한 과학기반 데이터에 기반해 전 세계의 메탄 누출을 찾아내겠다는 것으로 이 정보는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규모도 추정해 책임을 물을 회사·정부를 판별, 기후행동을 촉구할 것이라고 UNEP는 밝혔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COP27 개최 전 성명을 통해 "메탄은 CO2보다 대기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메탄 배출 감축은 기후대응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메탄은 지구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큰 온실가스지만 대기 중 체류 기간은 약 10년으로 체류기간이 100~300년인 이산화탄소에 비해 매우 짧다. MARS는 지난해 베터버전을 실시해 120개 이상의 대규모 메탄 발생지를 찾아내고 해당 기업과 정부에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석유와 가스 부분의 메탄 배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지난해 두바이 COP28에서는 세계 주요 50개 석유·가스 기업이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ODGC)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80% 이상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GMP 이행 강화를 위해 미국, EU, 일본을 포함한 13개 천연가스 수출입국은 천연가스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객관적인 측정체계 마련을 위한 국제 메탄 측정 표준화 협의체(MMRV)를 출범한 것이다. 그간 국제표준이 부족해 메탄 감축 계획이 어려움을 겪었기에 발빠르게 합의됐다. 이는 곧 메탄 관리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하도록 권고 예정이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감시와 보고를 하는 것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화석연료 수입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해야 한다. IEA는 전 세계 석유·가스 산업에서 2022년 순이익의 2%인 750억달러만 지출해도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기후위기가 가속화함에 따라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탈탄소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MARS 뿐 아니라 미국의 환경단체 환경보전기금(EDF)은 기업과 협력해 제작한 MethaneSAT 위성을 올해 초 발사해 높은 정밀도로 석유·가스 인프라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 역시 공개돼 산업계, 투자자, 규제 기관 등으로 하여금 배출원인 해결을 촉구할 계획인데, 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한 공개 세미나도 상반기에 개최된다고 한다. 기후변화센터도 위성 데이터가 가진 시각적인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시민들의 인식을 높일 계획이다. 위성기술을 활용해 메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측정과 정확도를 높이려는 대응은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국립환경과학원도 30년 이전에 온실가스 관측 초소형 위성 개발해 5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는 UNEP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성관측을 통한 하향식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국이 투명하고, 검증가능하며, 일관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글로벌의 움직임이 작용한 결과다. 각국 정부 역시 관련 정책 발표로 후속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석유·가스부문 메탄 감축 규제 강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배출 1톤당 900달러,2025년 1200달러,2026년 1500달러의 요금을 부과하는 규칙을 추진 중이다. EU 역시 석유·가스 회사는 시설과 장비의 누출 감지와 수리를 위해 정기검사를 의무화했고 2027년 1월부터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수입 계약은 EU 생산자와 동일하게 수출업체도 모니터링, 보고, 검증 의무를 적용할 계획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 예고에 해당 기업들은 서둘러 준비하고 대응해왔다. 글로벌 메탄 감축 역시 그런 움직임이다. 그리고 위성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의 정확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수입을 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와 메탄 감축 협력에 합의하고, 다자간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듯이, 우리 가스공사를 비롯해 화석연료 수입사들도 늦지 않게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멤버들 간에 논의되는 정보를 취득해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의 메탄 감축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만큼 정부의 관심과 기업들에 대한 시의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

10여년 전 일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주장하는 서적이 다수 출간됐다. 학술서적도 아니었고 같은 주장이 여기저기 반복되는 이런 책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약간의 사실에 감정을 자극하는 거짓들로 포장된 것 들이다. 이런 책들이 탈원전 정책의 발판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당시 ‘한 권으로 꿰뚫는 탈핵’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을 골랐다. 원전을 반대하는 주장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여러 권을 읽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가장 두꺼운 책으로 골라서 읽어봤다. 이 책은 천주교창조보존연대가 여러 저자의 글을 엮어서 발간한 것이다. 이 책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셀 수도 없다’고 기술돼 있었다. 후쿠시마에서 쓰나미로 인해 약 2만 명이 사망했지만 원전 사고나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사망자가 없으니까 셀 수 없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셀 수도 없다’는 표현은 참말인가 거짓인가. 팩트는 맞다. 셀 수 없다. 그러나 그 글을 읽은 느낌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는 느낌이지 사망자가 없어서 셀 수 없었다는 느낌이 아니다. 진실은 아니다. ‘후쿠시마와 주변의 광대한 지역은 인간이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죽음의 땅과 생태환경이 되고 말았습니다’라는 표현도 있다. 지금 후쿠시마 지역은 97% 이상 복구돼 사람들이 돌아와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자의 원래 글에서 복구가 불가능한 땅으로 묘사돼 있다. ‘지금도 사고가 난 핵발전소에서는 하루 400톤 이상의 방사성오염수가 흘러나와 태평양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라는 말도 지나치다. 400톤이라는 물의 양은 전체 바닷물의 1경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한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우리나라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죽음의 바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강우일 주교는 더욱 가관이다. 성경을 인용했고, 이 글은 책의 겉 표지에도 장식돼 있다. 신명기 30장 19절의 구절이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선택하여라.’ 성경에서 말하는 생명은 현실의 생명이 아니라 영생을 말하는 것이다. 구원을 말하는 것이다. 주교님이 필자보다 성경공부를 많이 하셨겠지만 의도가 나빴다. ‘2012년 4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 YMCA연합 등 10여개 기독교 단체들이 만든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도 고리핵발전소 폐쇄 기도회, 탈 핵 교재 발간, 한일평화콘서트 등을 추진하며 탈 핵운동을 펼쳐왔다’ 이런! 탈핵이 신의 계시라는 말인가? "수컷 쥐에게 5그레이(Gy)를 조사한 뒤 정상 암컷과 교배시켜 그 새끼를 보니, 종양 발생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구절도 나온다. 5그레이는 체중이 훨씬 많은 인간에게도 치사량 수준의 엄청난 양으로, 이정도 양이면 쥐에게 종양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5그레이는 일반인은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수치다. 그 만큼을 쥐에게 조사하니 종양이 발생했다는 것은 상상의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수출 산업에도 주력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핵발전소수주 계약을 계기로 80기 핵발전소 수출전략을 발표하는 등 시대 역행적 산업에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게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전은 EU 택소노미에 포함됐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이 안되는 나라에는 채택할 수 없는 수단이고, 자연조건이 되는 경우라도 필요에 따라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원자력발전의 10배의 가격을 주더라도 늘린다면 늘릴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 결과가 지금 전기요금을 50% 인상하고도 한전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들이 부도덕하다고 본다. 거짓을 말했거나 자기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기준 따로,현실 따로인 청정수소인증제

지난 12월18일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인증제 운영방안’이 의결·확정됐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청정수소인증제를 운영하기 위한 인증운영기관과 인증시험평가기관도 선정됐다. 올해부터 개시되는 청정수소 발전입찰 시장과 연계해 운영될 예정이라 올해를 사실상 청정수소인증제의 ‘원년(元年)’으로 봐도 무방하다.정보경제학적으로 ‘청정수소 인증’ 은 ‘신호 보내기(signaling)’ 수단의 일종이다. 사실 수소는 청정하게 만들든, 회색 빛 나게 만들든 물리·화학적 성질이 동일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청정수소 생산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수소의 청정성을 알릴 수 있는 라벨이나 마크 등 신호 보내기 수단이 요구된다. 이러한 필요성을 일찍이 감지한 유럽연합(EU)의 수소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CertifHy’란 이름으로 2014년부터 준비해 처음 청정수소인증제가 마련됐다. 청정수소인증제는 이후 수소경제를 추진하는 국가들에 빠르게 확산됐다. 청정수소인증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간략한 언급과 함께, 인증된 수소의 생산비용을 수소발전 정산을 통해 지원하자는 필자의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아직 청정수소인증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터라 관가·업계 모두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다 2021년부터 청정수소인증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발전용 연료전지가 태양광 발전 등과 함께 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RPS)를 통해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들이 국회 일부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수소발전을 따로 수소경제법으로 의율 하는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가 도입되고, ‘청정수소’가 무엇인지 법적으로 ‘획정(劃定)’하는 청정수소인증제도 함께 법제화됐다. 2022년에는 청정수소인증제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형성됐다. 당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나 유럽의 H2Global 프로그램 등에 청정수소인증제의 청정수소 등급을 보조금과 연계시키는 방침이 발표됐다. 이에 국내 청정수소인증제도 발 빠르게 이를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그 자체만으로 국내 관련 업계의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실 국내 청정수소 생산 비용은 상당히 비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의 생산단가는 대략 kg당 1만원이 훌쩍 넘고, 블루수소의 경우에도 인증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투자가 수반된다. 이로 인해 청정수소인증제 연계 정부 보조금을 수익모델로 하는 사업기획들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고, 보조금을 얼마나 어떻게 줄 것인가가 한 때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나 천연가스, 탄소포집 및 저장(CCS) 등을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국·유럽에서는 보조금이 생산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면, 그렇지 못한 우리는 사실상의 수익모델이라 국민 세금인 재원도 걱정이지만, 이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지 자체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에 확정된 청정수소인증제에서 결국 ‘보조금’이 제외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보조금이 제외되면서 인증에 대한 수요는 기대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 청정수소인증제가 청정수소 발전 입찰에 필요한 발전용 수소의 청정성을 확인하는 절차 정도가 되면서 한동안 규모는 큰데 건수는 적은 외국산 청정수소 기반 암모니아가 주된 인증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인증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자칫 인증 수수료에 기반 한 인증기관의 운영비를 걱정해야 할 수 있다. 수수료를 인증 수소의 양에 비례해 책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인증 등급이 높을수록 생산비용이 높아 발전단가를 중심으로 한 청정수소 발전 입찰에서 보다 청정한 수소가 불리할 수 있다. 인증 등급별로 입찰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행 ‘수소 1kg당 온실가스 4kg 배출’이라는 인증기준의 현실성도 고민거리다. 물론 이러한 인증기준이 미국·유럽·일본 등이 채택한 일종의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 기준이 국내 현실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가령 현행 청정수소인증제는 친환경 추진선박이 없어 외국산 도입 시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시적으로 빼고 산정한다. 현실의 외국산 청정수소 배출량보다 인증기준이 낮아 인위적으로 실제 선박 온실가스 배출을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비판 받기보다 차라리 보다 국내 현실에 맞는 인증기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을 제안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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