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슈&인사이트] 인구 절벽,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하자

우크라이나처럼 전쟁을 겪은 것도 아닌 데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정부 수립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국의 급속한 인구 감소는 사회 경제적으로 의미가 크다. 지난 수년 동안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와 노인인구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저출산과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우려와 함께 실제적인 많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희망적이고 발전적인 측면과 솔루션을 찾아서 이를 극복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처럼 우리나라 인구 감소의 경향은 생산 가능 인구 중에서도 특히 15~50세가 감소해 국가 전체 경제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히려 지원해야 할 근로자 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자원과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는 측면도 있다. 국가가 지원할 대상이 적어지면 주택, 교통 및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줄여서 새로운 투자 리소스를 찾을 수도 있다. 이것은 자원을 더 잘 분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돼 남은 인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을 더욱 개발하고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는데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머신러닝, AI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BA)등은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생산 인구 감소로 축소된 노동력을 보상하기 위해 최근에 부상하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로봇 공학 등의 기술 발전과 자동화 및 디지털 혁신에 더 중점을 둔다면 작업자당 생산량과 효율성을 증가시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잠재적인 생활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우리는 경제활력을 유지하는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인구 감소는 영리한 정책 입안자들의 보육 지원 개선, 유연한 근무 방식의 확대, 일과 삶의 균형 개선과 같은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장려하는 변화를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이는 사회 및 경제 개혁의 촉매 역할이 돼 경험 많은 연장자들의 사회활동을 확대하고, 여성 노동력 참여를 늘리는 등의 보다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수명 연장으로 발생하는 세대 간의 불균형은 세대 간의 연결, 지식 이전 및 다양한 분야의 연장자 기여의 환경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모두가 위기를 느끼는 지금이 바로 한국의 사회 및 경제 개혁의 기회인 것이다. 감소하는 국내 인구는 한국이 국제 인재를 유치하고 이민을 장려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민 장려를 통해 문화의 다양성과 함께 지식 교환 및 글로벌 연결을 증가시켜야 한다. 다양성의 기반이 되는 국제화는 혁신과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경제 성장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더구나 인구가 줄어들면 탄소배출량도 줄어 오히려 환경 친화적 관행을 형성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와 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더 쉬워질 수도 있다. 많은 인구가 훼손하는 환경과 제한된 환경 자원에 대한 부담도 감소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촉진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의 인구 감소에 대해 필자는 궤변처럼 긍정적인 시각만을 강조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미 노동력 감소, 비노동인구에 대한 부양비 증가, 내수 수요 감소 등 산재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 및 조치를 구현하는 것은 우리의 숙명적인 과제다. 언제까지 우려 가득한 글만 읽고 걱정만 할 것인가?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속 가능한 인구 증가, 사회 복지, 경제 개발 및 응집력 있는 사회 유지에 대한 필요성의 균형을 맞추는 긍정적인 전략과 솔루션에 집중해야 한다.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이슈&인사이트]

최근 부동산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서민들에게 싼값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던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117곳에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 중 많은 지역주택조합들이 사업성 부족이나 위법·부적정한 사업 추진으로 끊임 없는 민원에 시달리며 좌초 위기에 처해있다. 얼마 전 참여한 서울시의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에서 2015년 정비사업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처음 나갔다가 기준 없는 업무처리, 부정이 의심되는 계약 체결, 지출 근거가 없는 회계로 황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나마 정비사업조합들은 도시정비법령 개정과 서울시의 조례 개정, 업무규정 도입으로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의 현실은 이런 개선 전 혼란스러웠던 정비사업조합의 확장판처럼 느껴졌다. 지역주택조합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진행되는 정비사업조합과 달리 주택법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한다. 인근 지자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해 공동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주택이 지어질 지역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사람들이 주로 조합원이 되는 정비사업조합과 달리 해당 지역과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 토지를 매입한 후 건물을 짓는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주택이 들어설 토지를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지역주택조합은 사실 서울과 같이 이미 촘촘하게 개발된 곳에서는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 사업부지의 50%이상 토지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뒤 홍보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해 80% 이상 토지사용권원과 15% 이상 토지 소유권을 확보해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 본격적인 사업 절차인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려면 95% 이상의 토지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은 홍보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하고, 토지도 완전히 새로 확보해야 하니 정비사업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가입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조합원을 모집하는 업체는 조합원 1명 모집할 때마다 보통 2000만∼3000만 원을 받는다고 알려진다. 더구나 주택건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주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토지 매매계약계약도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조합을 대행해 사업을 추진하는 업무대행자 대표가 조합의 임원이 돼 업무대행자에게는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하기도 했다.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사업에 따른 리스크도 많고 불확실성이 큰 것이 현재 지역주택조합의 현주소다. 도시정비법과 달리 주택법은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 추진위원회를 법제화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이 임의단체인 추진위원회가 중요한 업무를 많이 한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민간사업이라는 이유로 비 법인사단인 이 추진위원회는 정부 규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다행히 2020년 7월 주택법 개정으로 일부 규제가 도입됐고 올해 말 주택법 제94조를 고쳐 지도·감독 대상에 지역주택조합을 포함시킨다는 발표도 있었다. 지금도 추진위원회나 지역주택조합은 100억원이 넘는 계약을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이 계약 금액과 업무의 성격에 따라 경쟁입찰과 수의계약 등 세밀한 규정을 둔 것과는 대비된다. 개정된 주택법에서 조합원 모집 때 자격기준 설명의무를 부과했는데도 설명자료나 확인서에 가입 자격 요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앞으로 자격 결격이 확인되면 책임 소재와 가입비 반환과 관련해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주택법의 기저에는 지역주택조합을 민간사업으로 보고 최소한의 규제만 하겠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토지소유주들이 조합원이 되는 정비사업은 세밀하게 규제하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 통로인 지역주택조합은 시장경제 논리에만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원수에게 (조합 가입을) 권한다’는 우스갯소리 마저 나오는 지역주택조합을 이대로 두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내집마련 수요자들의 호소에 정부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주원 칼럼]국책 vs. 민간 연구기관 경제전망 함수

모든 경제연구기관들은 나름의 경제 모형이 있다. 다만, 그 경제 모형을 통해 나온 결과는 그 모형을 구성하는 다양한 대내외 경제 변수 중 어느 것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는지, 그리고 현재와 과거 데이터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난다. 나아가 지금이 통상적이고 평화스러운 경기 사이클 상에 있는 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 있는 지에 따라 모형에서 도출된 결과를 그대로 인용할 수도, 아니면 일정 부분의 오차를 허용할 수도 있다. 경제 전망이라는 방정식은 단순한 수학 문제가 아니어서 정확한 솔루션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 복잡한 문제는 경제전망이 정태적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 전망 작업을 하는 이 순간에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들은 변화하고, 올해 남은 6개월 동안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고 작은 대내외 여건들도 그 변화 폭은 물론이고 변화의 방향성마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처럼 하반기 경기에 대한 연구기관들의 시각이 ‘상저하고(上低下高)’와 ‘상저하저(上低下低)’로 극명히 갈리게 하는 보다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 바로 전망의 뒤에 숨어 있는 함수다. 상저하고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 상황이 개선된다는 ‘U’자형 경로를 가진 다소 긍정적인 관점의 전망이고, 상저하저는 상반기에 경착륙된 경제 상황이 하반기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L’자형의 비관적 전망이다. 한국은행이나 KDI와 같은 국책연구기관들은 대체로 ‘U’자형의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고, 민간 연구기관들은 ‘L’자형의 상저하저를 전망하는 곳이 많다. 국책 연구기관들이 하반기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바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원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비록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기가 거의 끝났다는 시각이 많지만 그렇다고 바로 금리 인하 국면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민간에서는 고금리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기업들이 투자를 멈추고, 가계 부문에서는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이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가 경제를 죽이는 ‘과잉대응(over kill)’의 이슈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하반기 경제가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발언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누가 봐도 ‘L’자형 경기 추세의 책임은 한국은행 탓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저하고에 목을 매는 것이다. 최근 KDI가 그동안 부진했던 경기가 저점을 지나 반등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 즉 상저하고를 시사한 것도 나름의 메시지를 가진다. 그동안 일부 민간연구기관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건전성 제고와 세수 감소를 이유로 추경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이런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상저하저의 장기 불황 국면이 아닌 하반기에 상황이 좋아지는 상저하고의 경기 진단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백업할 수 있는 국책 연구기관의 목소리가 필요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굴지의 대기업들마저 줄줄이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민간 연구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나 추경 등 경기를 받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러니 하반기 경제 상황을 좋게 전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국책과 민간 연구기관들의 ‘메시지 전망’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모두 옳을 수 있고 모두 틀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반기 경제 상황이 정부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기를 정말 바란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국민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그리고 한국 경제도 기지개를 켜고 날았으면 한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하반기 상황이 모두가 원하지 않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상저하고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도박을 하기에는 실패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최강야구’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자막이 자꾸 생각난다. "야구는 결과론, 결과가 좋지 못하면 믿음은 잘못된 결정이 된다." 어찌 야구만 그렇겠는가. 세상사 다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서 경제도 결과론, 결과가 좋지 못하면, 지금의 ‘상저하고라는 생각에 따른 무대응이 옳다’라는 믿음은 모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잘못된 결정이 된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슈&인사이트]선관위 사태의 진정한 의미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갈수록 태산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자녀 경력 채용과 관련한 특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질적으로 비뚤어진 자식 사랑이 만들어낸 탈선이지만 그들이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공직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그 독립성과 공정성 유지를 위해 사법부 법관들을 위원장이나 위원으로 위촉했고, 그들이 당연히 법률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의 믿음을 철저히 배신했다.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는 불공정 경력 채용 의혹은 물론이고,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 때만 되면 대거 휴직했다는 것에는 아연실색하게 한다. 채용 과정은 이미 많은 언론에 보도돼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한마디로 불공정과 불의(不義) 그 자체다. 이 정도면 선관위원 전원이 즉각 사퇴하고 감사원 감사는 물론 전국의 선관위 조직 전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과거의 모든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정성 여부를 낱낱이 따져야 한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수사 대상인 사무총장과 차장 외에는 단 한 명도 이 사태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없다. 감사원 감사도 거부하다가 여론에 떠밀려 제한적으로 받겠다고 나섰다니 범죄자가 수사를 거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선관위원으로 위촉된 그 많은 법관들의 공정성과 사회 정의에 대한 의식이 이 정도라면 국민은 그들에게 더 이상 선거관리라는 중책을 맡길 수 없다. 선관위 자녀 채용 의혹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과 특권의식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전체 모습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 때의 조국 사태를 보자. 조국 부부는 자식의 대학입시에 필요한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수많은 비상식적 행위를 했고, 그 상당수는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 위법성이 입증됐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자식의 시험도 대리로 쳤다니 그 부성애는 알아주어야겠다. 문제는 유죄판결과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그들은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식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조국 부부의 진정한 죄는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사기와 거짓말, 각종 문서 위조 등 불법행위로 사익을 취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의를 만연하게 만들었고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조국만이 아니다. 추미애는 군 생활 중인 자식의 편의를 위해 압력을 행사했고, 정치자금을 가족들의 식사에 썼으면서도 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사법고시를 패스할 정도의 머리로 솔직히 그것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냥 잘못한 것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 인사들만이 아니다. 과거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식들의 취업을 도운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정치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식 취직을 위해 애쓰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그래서 우리 사회에 부모찬스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고, 부모가 힘과 능력이 없어 차별받는 젊은이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또 그들의 부모들이 "미안하다, 아빠가 조국이 아니라서"라고 회한을 갖는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자신이 성취한 결과에 따라 그 자리에 간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재력이나 권력을 갖게 된다. 정치나 경제, 사회의 주요 인사들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윤리와 도덕 수준을 요구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고위층 인사들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허용된 권한과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함으로써 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공정과 정의, 자유로운 경쟁의 원칙을 훼손한다. 선관위 사태를 놓고 서로 잘못과 책임을 전가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 사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정의와 공정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핀테크,포용금융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

2023년 6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무슨 생각을 갖든지와 상관없이 21세기에 복잡한 금융 환경을 탐색하면서 금융 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바로 핀테크(FinTech)로 알려진 금융이다. 핀테크는 지속적인 정보기술의 혁신과 금융 솔루션이 맞물리면서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촉매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과 기술의 강력한 융합인 핀테크의 마법은 혁신(financial innovation)을 넘어 포용(financial inclusion)을 촉진하는 데 있다. 시간적,공간적 장벽을 허물고 전례 없는 금융 접근성을 개척하며 진정으로 포용적인 세계 경제를 향해 길을 열어가는 핀테크야 말로 진정한 21세기 금융이다. 핀테크 서비스가 어떻게 소비자의 일상 생활에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이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아닌 회사가 ‘지금 구입하고 나중에 지불’을 옵션으로 온라인 쇼핑 경험을 바꾸고 있다. 금융과 전자상거래가 완벽하게 결합된 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판매 시점에서 즉각적인 지불 부담 없이 신용으로 구매할 수가 있다. 또 디지털 시대에 전통적인 은행 업무도 재구성되고 있다. 이른바 네오뱅크(Neobank)라고 불리는 디지털 전용 은행은 물리적인 지점 필요성을 없애 소비자 가까이서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이들 소비자 가운데 다수는 기존 은행으로부터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지만 네오뱅크는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를 모든 사람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한 핀테크 기업도 금융 포용성을 촉진하고 있다. 비트코인,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구매, 판매하고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지급수단과 투자기회를 개인에게 제공하는 한편 핀테크 기업인 리플은 신속하고 안전하며 저렴하게 모국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이주 노동자에게 돌파구를 제시하며 전 세계적으로 금융 포용성을 넓히고 있다.최근에 관심을 끄는 ESG 투자 플랫폼은 투자 세계를 민주화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재무 목표를 개인적인 가치와 일치시키면서 환경 지속 가능성, 사회적 책임 및 건전한 기업 지배 구조를 우선시하는 회사에 투자한다. 이런 추세는 개인 투자자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보다 책임 있는 기업 행동을 장려해 경제적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 금융기관이 아닌 회사에서도 지급결제 앱(Pay로 불리는 지급수단들)을 개인에게 제공해 모바일 장치를 사용하여 즉시 돈을 쉽게 보내고 받을 수 있고 지출을 추적하고 개인화된 통찰력을 제공해 재정을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플랫폼을 통해 개인간 서로 직접 돈을 빌려주고 빌릴 수 있는 P2P 대출도 가능하다. 앞의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핀테크는 보다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금융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핀테크의 이런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과 금융기관, 핀테크 회사가 전략적으로 협력해 다음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사용자 데이터의 잠재적인 침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사이버 보안 조치가 필수적이다. 규제 기관은 혁신과 소비자 보호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금융기관과 핀테크 회사는 내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 금융 서비스가 점차 디지털화됨에 따라 핀테크 소비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이 필수적이다. 연령이나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소비자에게 디지털 금융 환경을 탐색할 수 있도록 지식과 기술을 제공해 안전하고 자기책임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핀테크의 혁신성을 장려하고 소비자 보호를 보장하며 금융 포용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금융에 더 쉽게 접근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래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는 물물교환에서부터 싹을 피운 금융의 고유기능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이슈&인사이트] 국민의힘

지난 2020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오른손잡이가 88%, 양손잡이는 8%, 외손잡이는 4%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왼손잡이가 15%인 것에 비해서 매우 낮다. 특히 48%는 일상생활에 ‘왼손잡이는 불리하다’고 답했고 ‘유리하다’ 응답은 8%에 불과했다. 그런데 왼손잡이가 유리한 분야가 있다. 야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루하기 때문에 좌타자가 유리하다. 그래서 오른손잡이지만 타석은 왼쪽에서 들어서는 우투좌타 선수가 많다. 감독들도 좌타자를 1번 타자로 배치하는 것을 선호하여 프로야구 정상급 리드오프 중에 상당수가 좌타자다. 특히 좌타자는 우완투수에 강하다. 좌타자들은 우완투수의 팔이 잘 보이는데다 우완투수들이 워낙 많아 그 공의 궤적에 익숙해 상대하기 비교적 편하다. 그런데 좌타자는 좌완투수에는 약하다. 이는 좌타자가 좌완투수를 상대할 땐 투수의 팔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좌완투수 자체가 드문지라 그 궤적마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타자를 견제하기 위해서 좌완투수를 선택한다. 또 좌완투수는 1루를 바라보는 포즈로 투구하므로 도루 견제도 효율적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우완투수들에 비해 볼의 스피드가 떨어진다. 그래서 강속구 좌완투수는 마운드의 로망이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좌완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습성 상 우완투수가 대세지만 좌완투수의 부재 속에서 지속적으로 팀의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아군의 연습용으로도 좌완투수는 필수적이다. 이것은 정치에서 더욱 그렇다. 정치에서 진보를 왼쪽 날개(좌익)라고 하고 보수를 오른쪽 날개(우익)라고 한다. 새에게 양 날개가 필요하듯 정치에도 양 날개가 필요하다. 새는 우익으로 추진력을 얻고 좌익으로 평형을 유지한다. 마찬가지로 원활한 정치를 위해서는 우익의 ‘효율’과 좌익의 ‘평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이 일사불란만을 강조하면 추진력은 갖지만 평형감각을 잃게 되고, 반대로 평형만을 주장하면 평등사회는 이뤄지지만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현 정국을 운영하는 국민의힘을 보면 추진동력은 실감하지만 평형감각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위원 20명 중 80% 이상이 이른바 ‘SKY’대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80% 이상이 검사출신이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공약하고 당대표에 당선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연포탕에는 낙지가 없다. 윤핵관만 있는 ‘영남탕’이다. 좌완투수를 완전히 배제하고 원팀만을 강조하는 우완투수진으로는 좌타자들의 공격에 역부족이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과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전남대, 동아대 등에 이어 부산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이 보다 앞서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 감리교회 목회자들 그리고 지역기독교교회전국협의회가 시국선언을 했다. 원 팀을 강조하는 일사불란성이 빚어낸 난국이다. ‘윤석열만 제외하고 모두 바꾸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핵폭탄을 맞았던 2020년 4월 총선의 악몽이 2024년의 총선에서 재연될 기미가 보인다. 그래도 당시는 국민의힘에 이준석(35세), 김재섭(33세), 박진호(30세), 천 아람(34세) 등 30대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내부 총질", "어린놈들이 남 탓만"이라며 좌파로 몰렸던 이들이 있어 20대의 불모지에서 2년 뒤 2022년 보수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 남 탓만 하는 ‘어린놈’들도 없고 ‘내부총질’을 하는 좌파도 없다. 여기에 경제는 최악이다. 물론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의 증후는 아니다. 그러나 위기의 전초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갤럽의 최근 내년 총선 전망(5월30∼6월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 여론조사 결과 37%가 ‘여당 다수당선’, 49%는 ‘야당 다수당선’을 꼽았다. 이대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실패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를 면하기 어렵다. 그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의힘이 중도를 포용하는 좌향좌, 강속구의 좌완투수를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힘을 받는 이유이다.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新 보호무역주의 대비해야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新 보호무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新 보호무역주의로 인하여 통상문제가 기술, 환경, 안보 등 새로운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국내에서의 여러 제도와 활동이 국제사회와 연결되기도 하고, 외국에서의 행위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국제사회와 교류가 갈수록 더욱 확대되며 동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국가들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법 집행과 관할권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졌는데, 특히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복잡한 이슈로 등장했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이란, 외국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자국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자국 국내법을 적용하고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국내법은 국가 영역 내에 소재하는 자 또는 그 영역 내에서 발생한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최근 국제적 활동이 많아지며 국내외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과정에서 국내법이 자국의 범위가 아닌 역외에 적용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국가의 관할권은 국가의 주권이 발현되는 것인데, 국내법의 역외적용으로 역외관할권이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2개 이상의 국가의 관할권이 경합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영역에서 원래 관할권을 행사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주권의 훼손이나 침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비춰지지 않으려면 관련 국가와의 사전 조율과 합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함께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원래는 국제적 활동과 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법을 적용하고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국내법이 국제적 활동에, 그리고 국제법이 국내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역외관할권 문제는 전통적으로 형사적 문제의 처리나 범죄행위 관련 사례들에서 발견되지만, 일부 국가는 산업이나 경제 관련 분야에서도 자국의 독점금지법(경쟁법) 등을 자국 외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에 적용하려고 한다. 시장 담합이나 독점행위 등을 규율하려는 경쟁법 분야에서, A국에서 이뤄진 기업활동 효과가 B국 시장에서 나타나면 A국의 경쟁법을 B국에 적용하려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을 위해서 당사국들이 미리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사국들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체결하면서 서로의 국내법을 조율하고 상대방 시장에 자국법을 적용하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명시적 합의나 근거를 두지 않고 국내법을 역외적용 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 시장의 경제 관련 법을 역외에 적용하려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무역과 투자환경을 규율하는 통상법 분야에서 변수를 초래한다. 특정 역(국)내 시장의 법을 다른 (역외)시장에 적용하면, 다른 국가의 시장, 경제, 산업에 큰 영향을 주거나 경제주권을 침범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영향은 복수의 시장이나 국가에서 통상지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국가들은 역외적용 문제를 통상법 차원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당사국들의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심각한 통상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통상문제에 영향을 주는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여러 새로운 경제 분야에도 활용되거나 통상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기술, 환경, 안보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 과학법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려고 하는데, 유럽연합(EU)은 이를 우려하면서도 자신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역외보조금 규제 제도, 다른 국가의 조치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제도 등을 외국에 적용하려고 한다. 이렇게 국내법을 역외에 적용해 일종의 새로운 무역장벽들이 구축된다면 결국 WTO가 추구하는 자유무역 대신 새로운 보호무역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한국도 新 보호무역주의 아래서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가져올 위험성을 고민하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윤석헌 칼럼] 은행개혁, 해법은 주담대 정책 이원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도한 이자이익과 보너스 잔치를 질책한지 벌써 넉 달이 지났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금융위 TF)를 꾸려 대안 모색에 나섰고 이달말까지 개선방안 마련을 예고한 바 있다. 필자는 은행권 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 저비용예금과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국내은행의 천수답 경영으로는 한국경제의 선진화 항해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은행권의 이자이익 급증이나 과점상태는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이자이익 급증은 최근의 금리상승세 때문이고, 보너스 잔치는 욕심을 부렸지만 민간기업의 경영이슈일 뿐이다. 그리고 은행권의 과점상태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은행 대형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은행들로 하여금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한국경제 선진화에 필요한 금융중개역할을 제공하도록 할 것인가’에 있다. 이런 시각에서 그간의 금융위 TF의 개혁안을 살펴보고, 새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토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은행 수를 늘려 과점상태를 해소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은행 간 소모적 점유율 경쟁을 부추겨 금융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한 천수답 농지를 보다 많은 농부가 경영한다고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영국 챌린저은행(Challenger Bank)이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같은 특화은행을 신규로 허용하는 방안이다. 전통은행의 규모와 복잡성을 피하고 핀테크 기법을 사용해 온라인 전문은행으로 차별화하려는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이미 시도한 방안이다. 그 성과를 살펴보면 금리경쟁을 촉발시킨 부분은 인정되지만 중금리 대출이나 틈새시장 공략 등 당초 기대했던 ‘메기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챌린저은행도 영국 시중은행 대비 매력적인 금리 및 간편송금 기능으로 수신규모를 늘렸으나 개인신용대출 비중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그리고 SVB의 파산 이유중 하나가 혁신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는 과정에서 위험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기득권 축소’ 방안을 제안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는 은행권이 저금리 요구불성예금을 토대로 주택담보대출 선순위 취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천수답 경영 특혜를 누리고 있다. 즉 주담대 시장에서 은행은 선순위, 저축은행과 신협 등 제2금융권은 후순위로 역할이 분할돼 있다. 권역별 조달금리 차이로 분할이 불가피하다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슈가 있다. 가령 제2금융권이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면, 담보가치가 상승해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주담대 점유율이 상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초 은행업, 저축은행업 및 상호금융업 등의 감독규정을 고쳐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70%(규제지역은 50%)로 높이고 단일화하는 것으로 은행권의 주담대 규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이는 모순이다. 은행의 이자이익을 질타하면서 금융업 감독규정은 은행의 천수답 경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 LTV 규제를 강화하거나, 가계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주담대에 대해 은행권 규제는 강화하고 제2금융권 규제는 완화하는 정책조합을 통해 은행권 천수답 경영을 깨는 혁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주담대 업무 축소로 인력과 자원에 여유가 생기면 은행은 중소기업 및 창업 기업 등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비 이자이익 창출에 나설 수 있다. 그 예로 거래형 은행업(transaction banking)이나 초과형 은행업(beyond banking)을 고려할 수 있다. 전자는 은행이 기업의 상업 및 금융 거래를 지원하고 관련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고 후자는 유니버설뱅킹의 일종으로 금융 및 비금융을 망라해 융합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금융위의 규제샌드박스 운영결과를 겸영업무 범위 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 들어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제2금융권은 선순위 주담대 시장 진입 활성화로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지역밀착 금융, 자영업자 관계금융 및 채무취약계층 지원 등을 확대할 수 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은행권 개혁이 스스로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말을 물가로 끌고갈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

[이슈&인사이트]대통령 거부권은 신의 한 수

지난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국회 법률안에 대한 두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엄연히 헌법 제53조에서 명시하고 있지만 국회의 결정을 뒤집는다는 정치적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섣부르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법안이 통과됐을 때 발생할 국가적 손실과 논란이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거부권 제도의 원조는 미국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미국 연방헌법에 규정돼 있으며, 연방을 이루는 각 주의 주지사들에게도 거부권이 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미국 민주주의의 요체로 견제와 균형 및 권력 분립(checks and balances and separation of powers)을 강조했다. 조지 워싱턴 이후 올해 5월 현재까지 46명의 대통령이 총 2587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중 거부권 성공률, 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률안 통과가 저지된 비율은 80%가 넘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고유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은 입법부를 견제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이번 국회 처럼 거대야당의 입법폭주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이의가 있을 때’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위헌적 입법을 하는 헌법적 사유는 물론이고 법률안이 대통령 개인에게 불리한 것을 근거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법안이 농가 소득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 직역 간 갈등 유발과 이로 인한 국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각각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들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을 거치게 되고, 재의결 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확정된다. 거부권이 행사된 두 법률안은 모두 재의결에서 부결됐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쟁의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특히 사용자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불법쟁의 참여 근로자 개인별 책임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증명하도록 했는 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인 전국노동관계법(NLRA)은 손해를 막기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한 노동쟁의만 보호한다. 레미콘 제조회사인 글레이셔 노스웨스트(Glacier Northwest) 노조는 2017년 파업 당시 레미콘을 가득 실은 트럭을 점거했다. 차에서 레미콘이 굳어 큰 손해를 입은 사측은 노조가 ‘의도적’으로 회사 재산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현재 연방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측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입장에서는 불법파업을 해도 손해를 볼 일이 없으니 모든 문제를 파업으로써 해결하려 드는 ‘파업만능주의’가 팽배해질 것이다. 이로부터 발생할 산업 현장의 혼란과 국가적 경제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피고용인, 사용자, 더 나아가 국가의 몫으로 돌아온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했는 데도 야당은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며 트집을 잡는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수가 역대급으로 많도록 만들어 이를 근거로 ‘국회와 등진 대통령’, ‘불통ㆍ독재ㆍ오만한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속셈이 아닌가. 대통령 거부권이 있어 다행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야당의 입법폭주를 막을 수단이 하나라도 있으니 말이다. 잘 되면 본인 탓, 안 되면 대통령 탓을 하는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무주택 서민의

2008년에 건설업체 임직원들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4대강 사업으로 일은 많아졌는데 공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다." 대형건설사 CEO 출신인 당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건설업계는 반겼지만 기대와는 크게 다르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실물 경제에 밝아 이윤이 많이 나게 공사를 발주하지 않았다. 역대 정부의 주택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집값을 잡아 서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드러난 주거단지 개발 과정에서 천문학적 폭리를 민간에게 안기고 그 이익을 나눈 일부 지자체장들, 악덕 전세사기단, 이들에 줄 대어 기생하는 철면피 권력자들을 보며 공공의 역할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서민 주거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무주택 서민들은 폭등한 주택 가격에 ‘소박한 내집 꿈’을 꿀 수 있을까? 집값이 너무 올랐다. 좀 내렸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PIR(가구소득에 대한 집값의 비율)로 볼 때 서민들이 부담가능 주택의 선례는 어디에 있었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PIR은 국제적인 적정 권고치인 5 안팎이었다. ‘5’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 공급(10년간)과 대규모 공공 택지 공급(100㎢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요지에 공공 택지를 개발해 반값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발표에 주택 시장은 충격에 빠지고 주택 가격도 빠르게 안정됐다. 실제 공급량은 발표 계획량에 미치지 못했지만, 심리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왔다. 또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주택 규제 정책을 전면 폐기하지 않고 ‘단계적 규제 완화’를 선택했다. 주택 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전임 정부의 정책의 장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살렸다. 그 효과가 임기 내내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제 위기’가 집값 안정을 도왔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5.8% 상승률을 보이다가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1.5%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며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임기 중 연 평균 물가상승률 수준인 2.7%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세가격은 임기중 연평균 5.3% 상승하며 ‘렌트 푸어’, ‘깡통 주택’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5%대 상승은 그다지 높다고 볼 없겠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는 ‘급등’으로 인식됐다. 미분양 아파트 는 2007년 11만2000가구에서 임기 초인 2008년 16만6000만가구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줄어들어 임기 말에는 7만5000가구로 줄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든 요인은 무엇보다도 PIR에서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과 당시 시장상황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서브프라임 위기와 금리인상 및 공급망 재편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 등 대외적 환경이 유사하다. 전임 정부의 유산인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주택 가격 급등 그리고 미분양주택 급증 등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 정책을 ‘단계적 규제 완화’로 시장 변동성을 줄이면서 주택가격을 안정화시켜 PIR을 적정하게 관리했다. 윤석열 정부도 본받을 만한 전략이다. 주택 시장은 하나하나의 대책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번 잘못된 정책으로 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서민들에게는 어떻게 주택을 사느냐, 파는냐에 따라서 그 인생의 성패가 갈리는 세태가 됐다. 서민들도 살리고 기업도 살리는 상생 주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난제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이들께 널리 조언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