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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칼럼] 보기 좋게 빗나간 올해 경제 전망, 내년은?

올해 초 여러 국책연구기관 및 컨설팅 기업에서 올해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를 점쳤다. 당장 내일 벌어질 일도 모르는 세상에서 수개월 후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었던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당시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소비 회복이 지연되었던 내수와 외수가 동시에 불황국면에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앞으로 이것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상저하고’ 전망이 크게 빗나갔다. 비록 10월과 11월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만 1년 동안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달의 수출이 워낙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99.3포인트)을 저점으로 5월까지 반등하다가 이후 다시 급락하면서 10월 기준 99.1포인트로 지난 1월 수준보다 더 낮아졌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10월 저점 경로다. 비관적으로 보면 11월 이후 값들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즉 통계청에서 경기 국면 판단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인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올해 9월까지는 경기가 바닥을 찍지는 않았다.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다. 그렇다면 2024년 새해의 한국 경제는 어떨까. 새해 역시 올해 초와 같은 단순한 논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유가 및 원자재가, 금리, 환율 등 금융·자산시장의 여건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미국과 중국 경제의 동시 불황 가능성이다. 물론 2024년 연중 내내 두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 중국 경제는 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물가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야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10월 기준 중국 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2%다. 같은 달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이 이상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그것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5.2%로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경제지표들은 ‘경고등’이 켜졌다.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월평균 3.5%에서 10월 3.9%까지 올랐다. 그동안 증가세를 지속했던 소매판매도 10월에 들어 -0.1%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고물가·고금리가 미국 경제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 0%대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두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은 38%(올해 1∼11월 기준)로 절대적이다.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이 부정적 방향으로 흐를 경우, 그나마 최근 살아나던 수출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내수 시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고금리·고물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기도 어렵다. 따라서 민간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에서 이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미·중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주춤거리거나 더 나아가 큰 침체가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씀씀이를 줄이고 리스크가 큰 경제활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내년 상반기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날 것이다. 이를 잘 버티면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한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를 잘 버텨 내기를 바래본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사

[이슈&인사이트]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대수준, 안전의 개념 및 안전기준 등은 시대와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에 따라 변화한다. 베이비부머들이 한창 대학을 다니던 1970∼1980년대만 해도 고급호텔의 커피숍에서도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간접흡연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1950∼1960년대에는 미국 병원의 수술실에서 의사가 담배를 피우면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건물 등 어느 공간에서도 ‘금연’이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간접흡연의 심각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매우 높다. 이처럼 소비자 안전은 오랜 세월 각종 사건 및 사고를 거치면서 꾸준히 개선돼 왔다. 소비자 안전의 대표적인 개선 사례는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소비자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제조회사인 존슨앤드존슨 경영진은 원인 파악이나 책임소재 구명보다 더 빨리 신속하게 리콜(자발적 제작결함시정) 대응팀을 구성해 ‘미국 내 모든 제품 수거’, ‘원인 규명 때까지 복용금지’ 등의 소비자경보부터 발령했다. 이후에 사망의 원인이 밝혀졌는데 누군가 캡술형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리콜을 적극 시행한 모범 사례로 리콜의 효시가 됐다. 이 회가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한 가지 더. 1992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79세 할머니가 맥도널드에서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로 커피를 구매했는 데 차 안에서 커피를 쏟아 다리와 엉덩이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할머니측은 제조물 책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소비자에게도 일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맥도널드 측에서 치료비· 위자료와 함께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징벌적 배상 판결 근거로 맥도널드 커피가 다른 패스트푸드 커피보다 뜨거웠다는 점을 들었다. 더불어 이 사건 발생 몇 년 전부터 커피가 너무 뜨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맥도널드 측에 제기됐는 데도 이를 방치한 책임을 물었다.더구나 매장 점원이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를 주지 않은 책임도 지적했다. 이 소송 이후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화상을 입지 않도록 두꺼운 마분지를 컵에 끼우도록 조치했고, 그 결과 오늘날 테이크 아웃 컵에 덧붙여 있는 마분지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맥도날드 소송은 기업들에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안전사고 감축 노력과 소비자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용설명서나 경고문을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어린이용 인라인 스케이트에 "본 제품은 사용하면 움직입니다", 디지털 체온계에는 "체온계를 일단 항문에 사용하고 나면 입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기 유모차에는 "유모차를 접기 전에 아기를 들어내십시오", 수면제 제품에 "경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표시가 그것이다. 우리 일상에는 각종 제품은 물론 시설물 등에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언론이나 일반 소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해 막연하게 완전한 안전을 요구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은 없으며 위해나 결함정보를 사전 또는 사후에 완벽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시점에서 아무리 안전이 인증된 제품이라고 해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위해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안전한 사회는 행정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할 때 안전한 사회가 실현된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그래도 전기자동차가 대세

최근 들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가 위축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판매 장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조금 지원과 할인을 통해 차종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혜택을 주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줄면서 글로벌 전기차 제작사와 배터리업체들은 생산과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조정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에 그 틈새를 하이브리드차가 메우는 모양새다. 전기차 보급에 부담을 느낀 일부 글로벌 제작사들이 내연기관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 생산과 판매로 눈을 돌리면서 하이브리드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에 관심을 두지 않던 토요타 회장은 하이브리드차의 보급 활성화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같은 전기차 시장의 위축은 단기적으로 무공해차 보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내연기관차로 회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향후 몇 년간 전기차 등 무공해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느냐,늦어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처한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0%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의 탄소 저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전기차 판매 부진은 여러 시사점을 던져 준다. 먼저 최근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 보다 가격이 2배 가량 높은 가운데 보조금은 줄어들고, 충전 전기료는 상승일로다. 게다가 충전인프라와 충전시간,화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감안할 때 가성비와 실용성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따라서 전기차가 다시 추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충전인프라의 확충 및 충전시간 단축과 함께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등은 ‘반값 전기차’ 실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FP배터리 채용을 비롯한 각종 신기술과 혁신적 공법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런 노력이 전기차 기술혁신을 앞당기고 진정한 전기차 시대를 실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과정서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전기차 판매 감소는 재도약과 안정성장을 위한 숨고르기라고 볼 수 있다. 전기차는 불과 5년 안팎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산업자체에 많은 피로가 누적됐고 전후방 산업에 많은 과제를 던졌다. 성장 속도에 비해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않아 화재 등 각종 사고가 뒤따르고,급작스런 원자재 수요증가로 원자재난과 원자재값 상승 등 공급망에 과부하가 걸렸다. 일자리 등 사회적 문제도 초래했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현장근로자 30% 줄여야 하는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더구나 협력부품사의 경우 엔진과 변속기 핵심 부품 생산에서 친환경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준비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생태계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의 전기차 판매 감소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전기차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산업 기반 다지기를 위한 기회다. 과열양상을 보이던 배터리 회사들도 한 발 물러서서 공장 신증설 등 설비투자에 따른 사업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글로벌 제작사 대부분이 전기차 생산에 ‘속도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꼬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술과 시설의 압도적인 초격차를 실현해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맹주 자리를 꿰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위기인 지금이 전기차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의사협회의 오만함 누가 키웠나

지금 대학가는 한창 입시가 진행 중으로, 많은 미래의 주역들의 인생과 장래가 결정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대학 입학정원이 매년 4월까지 확정되기 때문에, 올 겨울 내에 복지부와 교육부가 의대 정원 확충에 대한 협의를 마쳐야 하지만, 한해라도 빨리 의대 정원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임에 충실하려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대한의사협회가 항상 그랬듯이 파업까지 예고하면서, 이를 저지하려고 하고 있다. 필자는 의료의 수혜자 및 소비자이며 경제학자 측면에서의 시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의대는 수많은 대학 학과 중에 하나에 불과한데, 그동안 정부규제에 의해 정원을 관리하면서 몇십년 동안 숫자를 제한하여 온 결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오는 시장가격의 왜곡현상을 표출하고 있다. 그 결과 요즘같은 입시철에 서울이건 지방이건 가리지 않고 의대 입학만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지원하고 있다. 국내 최고 일류대학의 다양한 자연과학 분야의 재학생들마저 의대로 옮기기 위해 학업을 중도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초자연과학 분야의 인력 공동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시장에서의 접점(Optimum point)을 찾지 못하고 수량규제, 물량규제를 해온 정부주도정책 (Government Driven Policy)의 결과다. 그런데 여기에서 대한의사협회라고 하는 조직은 의사부족과 의료서비스 저하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특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진이라고 하는 직업인은 고소득자 엘리트인데 의사 본연의 사회기여적 역할인 필수의료 진료과 지원은 기피하고, 보다 사적 이익창출에 유리한 특정 진료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행태를 보이며 의대 정원 증원에 적극 반대하는 모습은 볼썽 사납다. 그 저변에는 엘리트이즘과 특권층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국내에서 의대를 들어가는 문은 대학에서 그 어떤 학문으로 들어가는 문보다도 좁다. 이렇게까지 대박효과를 만들어 놓은 다른 학문이 어디 있는가? 그러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보장된 인생이 펼쳐지고,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학생, 학부모가 전부 의대 입시에 몰입하는 코메디와 같은 교육계를 시현하고 있음이 과연 바람직한가?, 유일하게 의대만이 이런 상황인 것은 의대 정원 동결이 의사집단의 반대로 계속되던 과거부터의 잘못된 결과이므로, 이제부터라도 이를 고치려는 선진 정부의 의지에 부합하여야 진정한 선진시민으로서의 의료진이라 할 수 있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인구 천명당 의사가 OECD 에서도 최고 상위 수준인 5.7명인데도 최근 의대 정원을 50% 확대한다고 하자, 의료계가 대환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OECD 통계에서도 평균 3.7명에도 못미치는 2.1명 수준의 꼴찌 임에도, 그렇게 높은 고임금과 고소득을 자랑하는 의사들의 이기심과 오만함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우리보다 후진국들도 의사 수는 충분하니, 지표 상에는 우리 보다는 선진국이다. 그들 의사들의 급여나 소득 수준도 일반 직장인들과도 엇비슷한 그 수준이 진정한 의료 선진국 모형이다.의사들이 시장에서 자신들의 희소성 가치를 극대화 하겠다고 한다면, 국민복지를 위해서는 이제부터는 외국에서 의대 졸업한 인재를 적극 수용하는 정책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복지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현재 의대 정원인 3058명 대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이후 2026학년도 최소 2288명·최대 3057명, 2027학년도 최소 2449명·최대 3696명 등은 국외에서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 유학생들로서, 채워주기를 바라고, 이제 부족 직업군인 의사도 글로벌하게 선진국으로부터 수급되는 시대가 되기를 촉구한다.류덕기 수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 마약의 경제학

작년 여름 휴가철에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했다. 현지에서 유명한 음식점과 카페를 찾아 다니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데, 가끔 녹색의 단풍잎 같은 그림이 있는 간판이 보였다. 캐나다처럼 메이플 시럽을 파는 가게인가 싶어 간판을 자세히 봤더니 대마초를 파는 곳이었다. 여행을 가기 전 태국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현지에 가보니 실제로 대마초를 일상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야시장 음식점들 한쪽에서도, 멋진 실내장식을 갖춘 고급 카페에서도 대마초가 들어간 식음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태국 정부에서는 농촌 지역의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묘목을 나눠주는 등 대마초를 합법화를 추진했다. 현지 투어 상품을 신청해 치앙마이에서 약간 떨어진 국립공원 트레킹 후 도착한 소수민족 마을에서는 여행객에게 커피를 한잔씩 제공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전 국왕의 배려로 기존에 재배하고 있던 양귀비 대신 새로운 생계 수단으로 커피를 키우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제 법적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떳떳하게 생계를 영위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들이 내온 커피 향이 더 감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태국 및 라오스 북부, 미얀마 동부 샨주 산악지대는 한때 세계 헤로인 생산의 중심지로 ‘황금의 삼각지대’로 불렸다. 역사적으로 오랜 양귀비 재배지인 데다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군벌이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한 지역이라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했다. 과거 이 지역 농민들에게 실질적 지배자인 군벌의 압력 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보다 몇 배나 수익성이 높은 양귀비 재배가 일반적이었던 이유다. 최근에는 이곳 상황도 바뀌어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자연의 영향을 받는 농산물인 양귀비가 아니라 ‘필로폰’으로도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이 주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합성되는 메스암페타민은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만 있으면 생산량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단위 생산 비용도 하락하기 때문에 마약 사업에 더 매력적인 것이다. 이에 반해 농민들은 더 이상 양귀비를 재배해도 판매할 곳이 줄어들어 버렸는데, 이처럼 공급자 측면에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에선 10대들이 다니는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나눠준 사건이 발생했다.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든 음료수를 기억력과 집중력에 좋다며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인데 마약이 학생들을 상대로 한 피싱 범죄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국내에서 다른 범죄에 사용될 정도로 마약이 쉽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다크웹과 가상화폐를 이용해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수요자들이 마약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SNS를 통해서도 마약이 거래되고 있고, 마약을 판매한다는 광고가 기재된 명함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배포되기도 했다. 공급자 측면의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에 일본과 함께 메스암페타민의 주된 소비 시장이었던 우리나라에 저렴한 가격의 마약이 대량으로 공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늘어난 마약 생산량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기존 유통망에 대규모로 풀린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신종 마약까지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신종 마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저렴해진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세우면서 국경에서의 검사 강화,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을 운영해 밀수단속을 전담하도록 했다. 또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를 개편해 마약류 처방제도 개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더불어 마약류 중독에 대한 치료와 재활 제도를 확대하되, 영리 목적의 마약류 매매나 거래 시 처벌을 강화했다. 임시 마약류 지정을 늘리는 등 신종 마약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이제라도 정부가 마약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한 것은 다행이다. 시장 변화에 따라 저렴한 마약이 한번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그 폐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고정된 시장이 생기면 이들을 대상으로 마약이 지속해서 공급되고, 마약 구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범죄도 덩달아 증가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마약 청정국이란 미몽에서 벗어나 기존 중독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및 재활과 신규 중독자 유입 차단을 통해 숨겨진 마약 시장을 해체해야 한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EE칼럼] 탄소발자국 vs. 플라스틱발자국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또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실천에 있어서 국내에서 느끼는 것과 해외에서 체감하는 것에는 좀 차이가 있다. 지구와 사람을 살리는 ESG·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줄여야 할 발자국은 탄소 외에도 많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발자국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다. 필자는 지난 1년간 교환교수로 외국을 오가는 동안 외국에서는 탄소발자국 외의 여러 발자국에 대해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외국 문헌과 자료를 참고해서 탄소발자국과 함께 또하나의 중요한 발자국인 ‘플라스틱발자국’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은 개인, 기업, 국가 등이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을 통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한다.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검색해 몇 가지 수치를 넣으면 탄소발자국을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다. 가정과 기업 등 각 조직은 탄소발자국을 계산해보고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플라스틱발자국(plastic footprint)은 한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이 사용하고 폐기한 플라스틱의 총량을 말한다. 인류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3억8000만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는 연간 전 세계의 플라스틱발자국으로 각 개인과 기업, 국가 등의 플라스틱발자국을 산출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플라스틱발자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플라스틱발자국은 회사와 관련된 플라스틱 오염의 부정적인 영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기업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성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영향을 받는 ‘환경, 사회 및 경제’(ESE: 지속가능성)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계산한다. 플라스틱발자국을 측정해야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서다. 플라스틱은 독특한 재료 그룹이다. 그들은 다양한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지만 몇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산업은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해 99%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플라스틱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상위 10대 기여자이다. 우리는 매년 약 4억 톤 정도의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그러나 우리의 재활용 시스템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9%만 재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91%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을 소각, 매립 또는 자연에 버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말 그대로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자원을 버리고, 바다를 질식시키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폐기는 소외된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유한 국가들은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남반구로 운송한다. 일단 거기에 도달하면 이미 포화된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압력을 가할 뿐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건강한 지구, 사회, 경제를 위한 요구다. 그러나 측정되지 않은 것은 관리할 수 없다. 플라스틱에 대한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급망에서 플라스틱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플라스틱 행동 이니셔티브를 체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플라스틱은 땅과 바다, 음식, 마시는 물 등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비닐 봉지, 일회용 컵, 플라스 빨대, 플라스틱 병 없이도 살 수 있다. 우리의 미래와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구가 걱정된다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읽고, 플라스틱발자국을 계산해보고 플라스틱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장

[이슈&인사이트] K-방산이 나아갈 길

최근 세계의 무기 시장에서 한국의 제품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의 무기체계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전하였으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시간 한국의 무기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한국군의 전투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냉전 시대가 끝나고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제 한국의 무기는 적을 순식간에 압도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주로 활용되었던 한국산 무기들은 기존의 기술력과 결합하여 세계 무기 시장에서도 훌륭한 실적을 만들었다. 이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가 향상되면서 한국의 방위산업이 한반도를 뛰어넘어 국가 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방위산업이 만들어 성과를 살펴보면, 한국의 방위산업이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무기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일부 국가들은 외적, 내적, 이념적 측면에서 무기의 국산화를 강조하고 자신들이 해당 지역의 무기 생산 거점으로 도약하고자 산업화를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 국가들이 무기 수입에 있어서 지금은 한국의 최대 고객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강력한 경쟁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들의 국내 정치 상황이 변화하면 얼마든지 기존 한국과의 방위산업 관계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지속적인 방위산업 분야의 발전과 수출 확대를 위해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정보의 획득과 안정적으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사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최근의 법제 개정과 협의체 발족 등으로 점차 체계화 또는 선진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방산안보국제컨퍼런스 등이 개최되었다는 점은 국내에서도 정부와 산업, 그리고 학계가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방위산업의 안정적인 관리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부-산업-학계 네트워크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와 각국에서 심각하게 취급되는 산업정보의 보호와 관리 문제는 육성-발전형 방위산업 정책을 유지한 한국이 국제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관심을 두어야 하는 부분이다. 방위산업에 관련된 집단들이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보호 및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 그리고 학계는 긴밀한 각종 소통의 창구를 구축하여 기술개발, 품질인증체계, 국제방위산업 시장의 평가, 나토표준(STANAG) 등 관심을 가져야 할 표준제도, 방위산업 관련 정책연구에 이르는 광범위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각자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평가하고, 후속세대 양성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이뤄야 한다. 이러한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법제적 관점에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한국은 이미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과 법규를 가지고 있는데, 그동안 방위산업의 육성 정책과 관련 규범이 한반도 안보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안보적 관점의 육성 정책에 더해 관련 산업의 기술 및 정보 개발과 보호를 위한 관리 정책과 규율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방위산업 시장에 한국의 관련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실적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기술 및 정보의 보호와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전략이 유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방위산업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 원활한 수출을 위해 방위산업 물자에 대한 ‘국가-정치적 보증’이 아닌 ‘국제품질인증제도’를 획득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법제의 보완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인정기구(KOLAS)에 정식 등록된 인증기관의 확대 또는 신설을 통해서 국제품질인증을 부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방위산업 관련 기업이 이러한 정식 인증기관을 통해 국제품질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제를 신설·개편해야 한다. 방위산업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분야이며, 과거 한반도의 특수성에 따라서 보호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은 최근에 이 분야의 산업적 측면에도 관심을 가지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대상으로 활용해 성공했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 패권의 시대에서 한국의 방위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의 혁신과 정보의 관리, 그리고 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방위산업 성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기술개발과 안정적인 생산과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더욱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필수전문인력의 반사회적 집단이기주의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을 개선하고 보건의료인을 적시에 공급하는 노력은 일부 전문인에게 한정된 권리나 의무가 아니다. 초고령화,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필수인력의 충원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 시각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보건의료 관련 학과의 증원 과정을 바라보면서 답답함과 초초함을 동시에 느낀다. 의대정원이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으로 묶여있다 보니 의사 수 비중은 주요국의 30~40%에 불과한 실정이다. 약학대학 정원은 2008년 20개 대학 1210명에서 2011~2019년 사이에 17개에서 신설돼 2020년 기준으로 37개대학에서 입학정원이 1753명으로 15년만에 45% 증원됐다. 간호대학 정원도 2008년 이후 16년간 2배 증가하며 올 해 간호대 입학정원은 2만3183명에 달한다. 과연 수요예측과 대응은 합리적이었을까?의사인력 부족으로 사회경제적 위기가 표면화되었고 응급처방까지 필요한 지경이지만 속시원한 해결안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전문인력의 충원이 대학정원 충원의 단순한 문제만도 아니다. 신생아 수가 감소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원자는 2년 연속 미달이다. 2022년도 전공의 모집에 소청과 수련의 충원율은 23.9%였으며, 2023년도 전반기 모집에서도 16.6%에 그쳤다. 이런 현상은 가임 여성 감소세와 출생률 저하로 2000년대 초부터 예견됐다. 유인책으로 소청과 전문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1년을 줄였지만 충원율 개선에 효과가 거의 없었다. 2018년을 기점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입시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절벽현상’도 예견됐었다. 대학정원 감축을 유도한다던 대학평가제는 효력을 상실했고 자율적 구조조정이란 명분 하에 전국의 대학들은 각자도생을 선택한 형국이다.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필수인력의 양성, 공급 조정역할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 그룹의 책임은 막중하다. 인구감소와 생산성 저하, 지방소멸이라는 파괴력을 예견했던 역대 행정부와 전문가, 학자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지속적으로 경고했었다. 그러나 몇 몇 분야의 문제점은 오히려 심화되고 개선될 가능성 조차 요원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7년까지 초·중등교사 채용규모가 20~30% 줄어든다. 교육부의 2024~2027년 중장기 초·중등 교과 교원 수급계획에 따르면 2025년 초등교사는 2900~3200명 선발 예정인데, 올해 신규채용 3561명과 비교하면 10.1~18.6%가 줄었다. 신규 초등교사 600명 이상이 내년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게다가 2026~2027년도 신규채용은 2600~2900명으로 최대 27%나 줄어들 전망이다. 미래사회에 대비한 필수인력의 증원이나 감축은 범국가적 전담기구를 갖추고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관련 기관의 전문성과 책임감 강화도 필요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1년 1만명이던 변호사 수가 2020년에는 3만1757명으로 10년만에 2.5배 이상 늘었고 2025년에는 4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변호사 급증에도 변호사가 개입된 법률수요도는 제자리 걸음이다. 대법원이 집계한 2020년도 민사 본안 1심 사건 총 91만3000건 가운데 변호사 선임 없는 ‘나홀로 소송’은 71.2%에 달한다. 그리고 2015년 70.4%, 2017년 75.7%, 2019년 71.4% 등 70%대가 유지되었다. 변호사 수는 50% 이상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법률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도 심각하다. 필수전문인력의 추산과 공급이 현실과 괴리가 크고 법률, 교육, 보건의료 서비스가 현장에서 체감되지 못하는 원인과 체계를 신속히 손질해야 한다. 필수 의료공급, 연금개혁, 청년실업, 저출산, 탄소배출감소와 같은 시급한 국가적 난제의 해결은 서둘러야 한다. 정부의 원칙에 입각한 행정역량, 파업 등 반사회적 집단이기주의 표출은 자제하면서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며 해결안을 도출하려는 이익단체의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전문가 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 대한약국학회 회장

[윤석헌 칼럼] 과점이익이 가린 은행의 역할 부족

지난달 2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에 이어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추구를 재차 질타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해서 돈잔치를 벌이는데, 이는 은행이 과점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지, 은행의 독과점 행태를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10월말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을 ‘은행의 종노릇’에 비유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은행을 변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질책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났으며 관치금융을 부추겼다. 은행의 과점이익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은행 대형화를 추진한 결과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은행은 정부가 주도하는 게임의 룰에 따라 열일 했을 뿐인데 이제와 초과이익을 문제 삼으니 혼란스러울 것이다. 은행시장은 비대칭정보가 넘치는 불완전시장으로 지나친 경쟁은 금융안정에 문제를 유발하고 자원배분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소상공인들의 ‘종노릇’ 피해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편 금융은 규제산업인데 은행 행태를 나무라면서 금융당국의 방치를 나무란 것은 고작 팔이 안으로 굽은 정도다. 모두가 힘든 요즘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과 보너스 잔치 소식은 씁쓸하다. 그러나 이들은 개별 기업의 경영문제에 불과하며, 저비용조달과 담보대출로 짜여진 소위 ‘천수답 경영’에 안주해온 은행의 취약한 중개역할이 문제다. 만약 은행이 그동안 중개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초과이익이나 보너스 잔치는 모두 장려할 일이 아닐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보너스 잔치 질책 보다 은행의 중개역할 부재 극복이 절실한 과제임은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이런 관점에서 세 가지 대안을 살펴본다. 첫째, 최근 금융권 등에서 논의되는 상생금융은 하책에 불과하다. 본래 상생금융은 은행의 당연한 책무다. 고객이 살지 못하면 은행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상생금융은 대증적이고 강제성을 지녀 관치금융에 가깝다. 그래서 이익 환원을 핑계로 정작 중요한 중개역할 활성화에는 눈 감을까 우려된다. 이자부담 경감이나 대환대출 확대 등을 압박하지만, 법과 제도에 의하지 않는 방식이 은행과 고객간 상생관계를 오히려 해치고 한국금융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효과를 끼칠까 우려된다.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확대하여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서민의 곤경 해결 보다 은행의 배 불리기로 기울어 상생금융 본래의 취지를 벗어날 수 있다. 둘째, 상생금융과 함께 논의되는 횡재세(windfall tax)는 이자이익의 일부 환수라는 점에서 공통되나, 국회의 결정으로 관치 비난을 벗을 수 있어 중책으로 평가한다. 여기서 은행의 이자이익 일부를 횡재로 보는 이유는 은행이, 별다른 역할도 없이, 시장금리 상승에 편승하여 기존대출의 대출금리를 조달금리보다 빠르게 인상함으로써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국내은행 대출의 60~70%가 금리연동형인 현실에서 은행은 금리상승시 과거 조달한 기존대출의 조달금리가 아직 변하지 않았음에도 대출금리를 시장금리 또는 수신금리에 맞춰 상향조정함으로써 횡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횡재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장왜곡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왜곡의 교정효과가 기대된다. 횡재세원으로 차주고객의 횡재손(이자부담 증가)을 메우면, 소비와 투자 위축 및 신용위험 확대를 예방할 수도 있다. 다만 횡재세의 은행 중개역할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임은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셋째로 상책은 천수답 경영으로 대변되는 은행의 기득권을 줄여 중개역할 활성화를 유도하는 안이다. 예로 지난 6월 7일 본지 칼럼에서 필자가 제안한 ‘주담대정책 이원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저축은행과 신협 등 비은행의 주담대 점유율 상승과 은행의 점유율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은행 수익의 단기적 감소가 예상되나 인적·물적 자원을 절감하여 고객 니즈 맞춤형 비이자이익 업무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거래형 금융이나 초과형 금융을 개발하거나 자영업자에 대한 컨설팅 및 지원 확대를 고려할 수도 있다. 한편 은행 자본규제에 대마 프리미엄을 추가하거나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시행하는 것도 건전성 요건 강화를 통해 천수답 경영 유인 축소에 기여할 것이다. 한국금융의 해묵은 과제인 은행의 천수답 경영 해소에 금융당국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올바른 금융개혁안이 제시되어 국내은행의 역할 강화를 이끌기 바란다.

[이슈&인사이트]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의 득실과 교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됐다. 지난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압도적인 119표(득표율 72.1%)를 얻은 결과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앞장서서 초지일관 거국적으로 밀어붙인 유치 노력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본·중국·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번째 엑스포 개최국이 된다. 어쨌든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부디 리야드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 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기대했던 우리 국민의 상심이 크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투구를 해왔던 부산 시민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져 버린 것처럼 절망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애써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유럽에 위치해서 더 유리한 입장이었던 로마보다 12표나 더 얻었다는 사실을 위안 삼을 수도 있다. 심기일전해서 2035년 엑스포에 다시 도전장을 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박빙을 예상한다던 정부의 분석과는 정반대로 BIE 총회의 투표 결과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165개국의 투표에서 90표의 차이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었던 국민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다. 도대체 엑스포 유치 시도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확실하게 찾아내야 한다. 엄청난 예산을 썼고,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모든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모든 것을 묻어버릴 수는 없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자칫하면 우리가 엑스포?올림픽과 같은 초대형 국제 행사를 영원히 유치할 수 없게 돼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여름 세계잼버리대회의 참담한 실패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그동안 부산 유치를 위한 정부와 재계의 모든 노력이 무의미한 낭비였던 것은 아니다. 모처럼 정부와 재개가 모처럼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뛰었다. 실제로 국민의 단합된 유치 노력이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한상의가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우리 기업과 파트너십을 원하는 해외 기업이 크게 늘었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인지도 강화와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획보 등의 부수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의 존재감을 더 분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 근거 없는 억지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의 유치 시도에서 드러난 문제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국제 사회에 분명하고 당위적인 개최 명분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엑스포를 동아시아의 일본·중국·한국이 독차지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에 대한 해명도 옹색했다. 하필이면 왜 부산인지에 대한 더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했다. 부산이 국제 사회에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감동을 제공할 것인지도 당당하고 분명하게 밝혔어야 했다. 10년이나 묵은 ‘강남 스타일’이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산시와 정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2030 엑스포를 유치하겠다는 부산시의 2014년 결정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정부가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시작하기까지 또 4년이 흘렀다. 지난해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노력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일찍부터 나섰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대세를 굳힌 후였다. 대형 국제 행사가 지역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제 행사의 유치 및 개최 부담을 무작정 지자체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지난 여름 세계잼버리대회의 부끄러운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국제 행사의 유치?개최에는 국민적 합의와 성원이 확실하게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국가의 위신과 국민적 자존심이 걸린 초대형 국제 행사의 유치 실패를 볼썽 사납고 퇴행적인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부산 유치에 실패한 것은 못내 아쉽지만 치열하게 경쟁했던 사우디아라비아나 이탈리아를 원망하거나 비웃을 이유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막강한 오일머니와 뛰어난 외교력은 처음부터 누구나 알고 있던 상수였다. 내 탓에 관심을 집중해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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