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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올해도 카카오 국감…‘기업 때리기’ 이제 그만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에 일제히 장애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이 멈췄다. 재난에 가까운 먹통 사태가 장장 6일간 이어지면서 늦어진 복구와 피해보상 문제로 한반도 전체가 떠들썩했다.사상 초유의 사태에 올해 국회 국정감사 피날레는 카카오가 장식하게 됐다. 지난 24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 박성하 SK C&C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와 머리를 숙였다. 특히 카카오를 향한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피해 보상 방안 규모와 같은 생산적인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그 결과 정작 업계 주요 현안인 ‘망 이용대가’ 법안이나 ‘인앱 결제’ 관련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21일 과방위 종합감사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무임승차 관련 질의가 이어졌으나 큰 소득 없는 ‘맹탕’으로 마무리됐다. 그나마 과방위 위원들이 구글, 넷플릭스 등 일부 증인들의 무성의한 답변 관련해 위증 혐의로 고발을 결정하기도 했으나, ‘망 이용대가’ 관련 논의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게다가 종합감사에서 구글은 ‘망 이용대가’ 법안 도입 시 사업 모델의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튜버들에 대한 광고 수익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앞서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최대 영상 화질을 낮춘 것처럼 ISP(인터넷사업자) 해외 CP(콘텐츠사업자)들의 줄다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지게 된다. 국감은 입법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며, 행정부를 견제하고 각 상임위가 맡은 분야의 주요 이슈를 명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그런데 매년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국감 때마다 증인·참고인 제도를 통해 기업인들을 대거 소환한다.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기업 총수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치고 면박을 주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이번 국감 마지막 날도 어김없이 총수들의 고개 숙인 사과로 마무리됐다. 다시 한번 여야 의원들의 ‘힘 자랑’, 국감에서 ‘기업 때리기’가 아닌 재난 관리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논의가 이어졌으면 한다. 또 과방위는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sojin@ekn.kr윤소진 산업부 기자.

[EE칼럼] 놀리는 농지 활용도 높일 ‘농촌 태양광’ 적극 도입을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농자 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은 농업사회에서 널리 통용된 말이지만 현대 산업사회에서도 의미가 살아 있다.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식량을 제공해주는 농업이기 때문이다.‘농업’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토지를 이용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동식물을 길러 생산물을 얻어내는 산업’이고, ‘농사’란 ‘논이나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어 거두는 등의 농작물 재배 과정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농사를 지으려는 농부에겐 토지와 종자가 필요하다. 농부는 논이나 밭에 농작물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운 작물은 태양에너지와 대기의 이산화탄소, 땅속의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자란 작물은 사람들이 직접 먹기도 하지만 가축에게 먹여 육고기를 얻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되는 에너지는 인간의 노동력도 있지만 주가 되는 것은 태양에너지다. 작물은 태양에너지를 받아 광합성 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탄수화물이 식물의 잎과 줄기, 열매를 이룬다. 즉, 농사란 태양에너지를 작물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화학에너지로 바꾸어 활용하는 에너지 변환의 일종이다.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1950년대 말 인류는 태양에너지로부터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태양에너지를 받은 반도체가 바로 전류를 생성하는 태양전지는 처음 대기권 밖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인공위성에 적용되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아주 비싼 부품이었다.그러나 기술 발전에 따라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가격도 낮아져 1970년대 후반기에는 오지의 신호등이나 해상 부표 등에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가 되면 스위스와 독일에서 지붕 태양광 발전이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하여 21세기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총아가 되었다. 2021년 세계적으로 182GW가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2022년에도 230GW, 2023년에는 260GW가 증가할 것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전망하고 있다.유럽 농업 강국인 프랑스에서는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할 경우 농업으로 인정해준다. 토지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니 태양광 발전을 ‘전기농사’라고 보는 것이다. 농부가 자신의 밭에 포도농사를 짓던 전기농사를 짓던 자유로이 할 수 있다.전기농사는 한 번 시작하면 20년 이상 간다. 현재의 태양전지 내구연한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 뒤 농부는 계속 전기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 포도농사나 밀농사로 바꿀 수도 있다.우리나라는 현재 논이나 밭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토지의 용도를 잡종지로 변경하여야 한다. 그에 따라 농지전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그에 따라 한편에서는 작물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논에 농기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듬성듬성 높게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는 시범 단지가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영월에는 태양광 발전기 아래에 음지식물을 재배하는 태양광 발전소도 있다. 이런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재배가 가능해야 하므로 시설의 크기가 커지고 시설 밀도는 낮아져 발전의 경제성은 떨어진다. 반면 작물 농사를 겸할 수 있어 총 생산성은 작물 농사만 하는 것보다 높아지기는 하지만 초기 시설 투자가 부담이 되고 농기계 운영이나 시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농민들이 굳이 영농형 태양광에 나서지 않는 이유이다.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은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자연감소로 해마다 휴경지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2019년에도 3400ha, 2020년에는 2800ha가 경작을 멈추고 노는 땅이 되었다. 농지는 한 해만 농사를 짓지 않아도 잡초밭으로 변해버린다.이제 농촌 태양광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제도를 실시할 때가 되었다. 프랑스와 같이 전기농사도 농업으로 인정하여 농지 활용에 길을 터주어야 한다. 태양에너지를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으로 변환하며 환경 오염이 없는 태양광 발전은 재배하지 않는 계절에는 맨땅을 드러내는 작물 재배보다 오히려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수시로 등락하는 농축산물 가격으로 불안정한 농업인에게 전기농사는 안정적인 수입으로 농업 경영에도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한 광역도시의 공무원이 그곳에 투자하려던 해외투자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가장 먼저 물어보고는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농촌을 살리고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농촌에 전기농사의 길을 터줄 때가 됐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이슈&인사이트] 카카오 사태와 국가기간산업 관리

기간산업은 한 국가의 토대가 되는 산업을 뜻한다. 기간(基幹)이라는 용어속에는 국민경제 발전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영어로는 기초 산업(basic industry) 혹은 핵심 산업(Key industry)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그만큼 중요하므로 국가에서 보호 및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을 해야 하고 , 동시에 산업의 중단이 있어서는 안되므로 갖가지 대책을 준비한다. 해당 사업자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시설장치 등의 의무와 기준 사항 등을 법으로 제정하여 행여라도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핵심 사업이다 보니 산업 중단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가전체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나라별로 상황이 다르니, 기간산업은 서로 상이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 조선, 항공 등을 기간산업으로 지정하고 있다.SK텔레콤이나 KT 등 통신에 대한 핵심 기능을 하는 사업자들로 구성된 ‘기간통신사업자’의 개념도 존재하는데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관리하며, 이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이나 유선통신 등 통신기기들이 작동하기 위한 유무선의 장비와 선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에게는 중단없는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구하는 일련의 조건에 합당한 시설 등 물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함은 물론 관련 자료를 요구받을 시 반드시 제출해야 할 의무도 부과된다.기간산업 등은 대개 유형의 하드웨어와 관련되어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낙후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불과 10년전만 해도 불법으로 영화와 음악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했던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무형의 자산에 대한 인식변화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지난 15일 전국민 소통 소프트웨어인 카카오톡이 오후 3시 30분경 장애로 중단된 후 무려 10시간이나 지난 16일 오전 2시경에서야 겨우 일부 기능만 복구되었다. 그사이 거의 전국민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원인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서버가 있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기인했고, 장애시에 대한 평소 카카오의 대비가 과연 적절했던가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무엇보다 이번사태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점은 국가가 관리하는 기간산업에 대한 ‘정의’가 과연 시류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는 과거처럼 몇 가지 단순한 부류만을 기간산업을 지정하고 관련 규정을 만들어 관리해서는 역부족이며, 특히 눈에 보이는 유형의 하드웨어 자산 위주로 형성된 기간산업의 정의가 가진 맹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가 무려 4700만명을 넘는다고 알려진 말 그대로 전 국민이 하루 종일 사용하고 있는 통신 수단인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어떠한 기간산업자로도 분류돼 있지 않다.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의 방법과 형태가 크게 바뀌어 왔지만, 규정은 여전히 통신망을 이루는 물리적 하드웨어 위주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사실 정부는 그간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 등을 규율하는 부가통신 사업자법을 제정하여 네이버 등 주요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자들의 의무 등을 규율하는 등 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된 현실 환경을 반영하기에는 태부족이다. 부가통신사업자들 등은 ‘기간 통신망’이라는 하드웨어 위에서 작동하는 ‘기간 소프트웨어’로 성장하였지만, 큰 틀에서 일정이상 사용자를 확보한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는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등의 기반시설들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작동 기저를 기간산업으로 지정하여 규율할 필요가 있다.이제 서비스는 주로 클라우드 등을 이용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안정적’ 컴퓨터 운영이 가능한 데이터센터에서 구동된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각종 장애 위협, 예컨대 지진으로부터의 내진장치부터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시설 그리고 안정적인 통신속도를 제공하는 회선이 갖춰진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무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사태는 그 시작점인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 된 것이다.소프트웨어는 컴퓨터에서 작동하며, 컴퓨터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된다. 기간통신망 시설을 도로에 비유한다면, 대규모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그동안 도로관리에 치우쳤던 관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 자동차들의 안전 기준까지 적절하고 체계적으로 마련하여야 할 때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기자의 눈] 카카오 사태는

"저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경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카카오의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습니다."지난 19일 ‘카카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발방지 소위원회를 맡아 사태 수습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는 멜론·카카오웹툰 등 유료결제 서비스들의 보상안을 발표하고, 별도의 피해신고 접수 채널을 열고 피해 사례 접수를 시작했다. 신고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지난 15일 오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촉발된 카카오 사태는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 다음메일 서비스가 멈춰 채용면접을 놓쳤다는 안타까운 사연부터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프티콘 결제가 안돼 곤란한 상황을 치렀다는 불만도 들렸다.이 정도 불편에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카카오와 관련해 생업을 운영하던 소상공인의 피해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지난 17∼21일 오후까지 접수받은 소상공인 피해접수 현황은 1254건으로 집계됐다.소공연이 20일까지 접수한 1108명의 서비스 피해 유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T·카카오맵 관련 피해가 50.54%로 가장 많았고, △톡채널 서비스 관련 피해(45.58%) △카카오페이·기프티콘 결제 관련 피해(42.06%) 순으로 나타났다.업종별로는 운수업(택시·용달 등)이 33.57%로 가장 많았고, △외식업(24.19%) △도소매업(13.99%) △서비스업(16.52%) 순으로 뒤이었다.이번 카카오 사태 이후로 국민들은 카카오가 얼마나 국민생활에 많이 녹아들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화재사건 하나로 수많은 국민의 일상생활이 올스톱된다면 천재지변 재난 못지 않는 ‘국민생활 재난’이라고 본다. 단순히 피해보상을 넘어서 국민생활 인프라가 또다시 멈춰서 대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카카오와 정부가 철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EE칼럼] 탄소중립과 건물 에너지 혁신

올해도 어김없이 코스모스는 피었다. 사람은 변덕스럽지만 자연은 항상 변치 않아서 좋다.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하는데 인간의 오만이 항상 문제다. 인간의 거주지는 도시에 몰려 있다.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이미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데 2050년경에는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빠른 도시 집중화와 온도 증가의 추세로 인해서 2050년에는 평균 여름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도시에서 사는 인구가 현재 보다 8배 증가한 약 16억 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 그보다 더 많이 거주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 건축 및 건설연맹(Global ABC)’은 2019년 현재 건설업계 전체 벨류체인과 건물 운영 등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의 25%, 이산화탄소의 47%를 배출을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흔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발전·산업 부문으로 아는데, 에너지 자체의 사용은 사실이지만 직간접적인 전력사용을 보면 도시의 건물 부문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음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도시는 모든 여건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딜로이트 도시센터’가 제시한 2021년 미래 도시의 10대 조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가 탄소 중립에 대응한 공용 공간을 최대한 녹색 공간 계획으로 조성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스마트 헬스 지역 사회의 구축, 세 번째는 15분, 20분 도시이론이다. 이것은 도심에서 도보나 자전거로 어디든지 15분 이내에 다닐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도시를 설계화자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자동차 수송의 혁신이다. 2030년에는 전기차 비중이 32%, 2040년에는 60% 가 자율 주행차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디지털 혁신과 연계한 생태계 도시가 나오게 되고, 여섯 번째는 도시 순환 경제가 정착하여 공유와 재사용, 복원을 원칙으로 하는 자원 순환도시가 나타날 것이다. 일곱 번째는 스마트한 지속가능 건물과 인프라를 구축 하여 2050년까지 2019년 대비 90%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보급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본다. 이외에 적극 시민 참여와 함께 인공지능(AI)이 도시를 운영하는 형태가 되어 생체인식·안면 인식·비디오 감시(CCTV) 등은 흔하게 보는 된다. 물론 이것과 연계한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인식도 증대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만 뒤쳐져 있지만 이미 세계의 도시들은 탈 석탄화, 제로 탄소화, 그리고 수송의 전기화에 매진하고 있다, 708개 도시가 온실가스 감축 제로를 주장하는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2018년 현재 42개 도시는 100% 신재생에너지로 운영 되고 있다. 아디스 아바바, 브라질리아, 바젤이 대표적이다. 59개 도시는 에너지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스톡홀름, 쥬리히, 몬트리얼, 시애틀 등이 대표적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시내의 온도, 공기 질, 그리고 이동성 데이터를 포착하는 2만 이상의 활성 센터 데이터 기관을 구축하고 있는데 공공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센틸로(Sentilo)에서 분석과 시각화를 담당하고 있다. 대만의 타이베이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통합, 실시간 센서 등을 통하여 친환경적인 건물과 개선된 교통망, 청정에너지 운영에 접목하여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해소함으로서 탄소배출량을 2만 5000톤 감축하였으며 시 예산을 약 950만 달러 절약하였다. 캐나다의 밴쿠버는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를 계획하여 90% 이상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시간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초 연결성과 지속가능성, 시민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755개의 공공 공간에서 접속 가능한 와이파이, 유선 자전거 공유, 전기 자동차 플러그인 장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녹색 건물, 재생 에너지, 지속가능한 대중교통에 대한 의무 사항으로 까지 발전하고 있다. 국토부도 2030년까지 건물에너지 소비를 18.1%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건물의 단열성능 기준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제와 녹색건축물 인증 등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확대하고 전체 건물의 약 98%를 차지하는 기존 건물을 그린 리모델링하거나 건물 에너지성능 개선을 위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더 빨리, 더 광범위하게,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수도권에만 전 인구의 반 정도가 사는 한국에서 건물은 가장 먼저 에너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외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모든 것을 적용해야 한다. 친환경 건물, 개선된 교통망, 청정에너지, 지능형 통신망, 디지털과 공존하는 생태계도시, 과감한 에너지 효율 제품 그리고 지속적인 절약 운동이 필수적이다. 건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빌딩(Building)’의 의미는 흔히 ‘건설하다’로만 알고 있지만 다른 뜻도 있다. ‘창조(개발)하다’라는 뜻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건물에서.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 기대와 우려 엇갈리는 테슬라봇의 미래

운전을 하다 보면 테슬라 자동차를 보는 일이 일상사가 됐다. 테슬라에서 처음 전기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할 때 실제 실행 가능할 것인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기존 자동차 업계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다툴 강력한 경쟁자의 대두에 긴장하고 있다. 테슬라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라는 우주탐사 기업도 세워 세계 최초로 민간 상업용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키고, 궤도 로켓을 100회 재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말 테슬라가 주최한 ‘인공지능(AI) 데이 2022’에서 인간의 형상을 닮은 휴머노이드(humonoids) 형태의 인공지능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를 소개했다. 지난 2021년 행사에서 향후 개발될 인공지능 로봇의 개념을 제시했던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데이터로 학습을 한 시제품인 범블C와 발전된 옵티머스라는 로봇을 소개했다. 무대에 선 범블C는 내부의 전선들이 어지럽게 노출되어 있었고, 옵티머스는 아직 혼자 걷기도 힘든 수준이라 더 뛰어난 성능을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이런 테슬라봇을 두고, 외관이나 성능이 이미 소개됐던 다른 인공지능 로봇보다도 떨어진다는 혹평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기간을 고려하면 놀랍다고 두둔하는 견해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런 뜨거운 반응 자체가 테슬라봇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인공지능 데이에 소개된 테슬라봇이 던진 기대와 우려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일론 머스크는 모델3 생산을 위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 100% 자동화 공정을 추진하다 실패하자, 인간을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완전한 자동화를 위해서는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휴머노이드는 외형이 인간과 유사해 의인동형화(anthropomorphism)를 통해 인간이 거부감을 덜 느끼고, 상호작용이 용이하다. 그뿐 아니라 기존에 인간이 활동하던 공간 자체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므로 공간 재구성에 필요한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또한, 테슬라는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을 만들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인간처럼 특정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갖춘 로봇을 추구한다. 테슬라는 판매된 차량의 주행정보를 수집해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로봇이 수집한 정보까지 더해 ‘도조(Dojo)’라 불리는 슈퍼컴퓨터로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것이다.테슬라의 발표처럼 향후 수백만 대의 로봇을 2만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기존 테슬라 차량처럼 로봇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를 표준화하는 등 생산 과정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점이 바로 테슬라봇을 통해 인류의 새로운 문명을 열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꿈이 마냥 허황된 것만은 아닌 이유다.이런 밝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테슬라봇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관련 보도 후 나온 반응처럼 테슬라가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하더라도 막상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더불어 기존 테슬라 차량처럼 단순히 차량 주행 관련 정보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업무 현장이나 개인의 가정에서 로봇이 정보를 수집한다면 영업비밀 침해나 내밀한 사생활을 포함한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인공지능 로봇의 도입으로 산업 현장의 인간을 대체해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도 제기될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있었던 러다이트 운동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거부하기 힘든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 거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우리 곁에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에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분히 내일을 준비하는 리더들이 필요한 이유이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기자의 눈] 중대재해법, 생명보호가 우선이다

지난 15일 SPC 계열사 SPL의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한 사건에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뿐 아니라 안일한 사후 대처로 온라인에선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SPL 사업장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란 점도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망원인이 질식이라는 부검 결과가 나와 유족들은 ‘2인 1조 근무’였다면 살릴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인1조 근무는 현행법에서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회사 지침으로 규정돼 있은 것으로 알려져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도 농후하다는 게 노동계의 견해다.실제로 유족 측은 SPL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모기업인 SPC그룹은 사고 이틀 뒤인 17일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 무마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고 다음날인 16일 사고 현장만 천막으로 가린 채 일부 배합기를 가동한 데다, 같은 날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영국 런던 진출 보도자료만 언론에 배포하는 등 여론의 눈 돌리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결국 사고 6일만에 허영인 회장과 황재복 총괄사장을 필두로 SPC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대책도 밝혔지만, 회견장에서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는 등 사과와 대책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SPL 제빵공장 사망사건을 포함해 최근 산업현장 인명피해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조항 중 ‘기업인 처벌 조항’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정신은 ‘기업인 처벌’이 아니라 ‘노동자 죽음 예방’이다. 기업인 처벌은 차후이며, 기업(인)이 사업장의 산업안전을 법대로 지켜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최우선을 두자는 취지다. 하루가 멀다않고 사업장에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을 갈라치기하려는 정부여당 등의 움직임은 고인들을 모독하는 행위이자 자유 세계시민의 규범에도 반하는 행동이다.inahohc@ekn.kr조하니 성장산업부 기자.

[EE칼럼] 전력 불안정 부추기는 태양광·풍력투자 신중해야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출력제어’가 공식화됐다. 송전망에 공급되는 전력량이 송전망의 용량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전력거래소나 송배전 사업자가 공식적으로 재생 에너지 발전설비를 일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미 풍력·태양광이 넘쳐나는 제주도에서는 일상화된 지 오래고, 작년부터는 전남 일부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탄소없는 섬’을 지향하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2034년에 가면 연간 326회의 출력제어로 5100억 원 어치의 전기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소비자에 의해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것이 원칙이다. 발전소에서의 공급이 부족하면 송전선로의 전압이 떨어지고, 주파수가 변하게 된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서 발전소의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리면 2011년의 9·15 순환정전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국의 모든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는 대정전(블랙아웃)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발전소들이 동시에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경우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전통적인 원전·석탄·LNG·수력의 경우에는 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에게 사전에 요청한 만큼의 전기를 생산한다. 전력거래소의 전력 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가거나, 발전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2011년의 순환정전은 추석을 앞두고 갑자기 시작된 늦더위로 냉방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서 발생한 사고였다.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는 전통적인 발전기와는 달리 발전사업자가 전력 생산량을 임의로 통제할 수 없다. 해가 지거나, 구름이 몰려오거나, 비나 눈이 내리면 태양광 패널의 전력 생산은 중단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 발전기는 멈춰 서게 된다. 재생에너지의 그런 특성을 ‘간헐성’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 지역에서는 계절에 따른 ‘변동성’도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해주는 송배전사업자의 입장이 난처하다. 출력을 예측할 수 없는 태양광·풍력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협하는 심각한 골칫거리다. 해가 뜨고, 질 때에 맞춰서 기존 발전소의 출력을 조정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거나, 비·눈이 내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바람의 세기도 문제가 된다. 비교적 쉽게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LNG화력을 보조전원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지난 8월 전력거래소가 공식화한 출력제어는 태양광·풍력의 간헐성·변동성에 따른 송전망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햇빛이 너무 강하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경우에는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차단해서 송전망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뜻이다. 물론 출력제어를 한다고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설비에서의 전기 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산된 전기가 송전망에 공급되지 못하고 쓸모없이 버려지게 될 뿐이다.출력제어로 버려지게 되는 전기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전력거래소의 입장은 분명하다. 실제로 송전망에 공급되는 전기에 대해서만 비용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공급 받지도 않은 전기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 실제 출력제어로 버려지는 전기의 양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물론 발전사업자의 입장은 정반대다. 전력거래소가 관리하는 송전망의 상황 때문에 시행하는 출력제어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전력거래소 이외에는 생산한 전기를 판매할 수도 없는 발전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간헐성·변동성은 태양광·풍력의 태생적 한계다. 그런 비용을 무작정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결코 공정한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지역 송전망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투자까지 모두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사업자의 노후 복지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태양광·풍력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데스크 칼럼] 데이터센터 화재와 기업규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빌미로 기업의 자율경영을 제약하는 논의가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물론 카카오가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자체 데이터센터 운용이나 이중삼중의 안전망 구축에 소홀했던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서비스사업에 대한 규제가 ‘자율규제’의 방향에서 ‘강제성 규제’로 선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특히 카카오 서비스에 대해 독과점 운운하며 규제에 나서려는 것은 접근 방법부터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해온 고객들은 편의성, 효율성, 경제성 등의 측면을 따져보면서 현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지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카카오가 ‘국민대표 메신저’라는 지위에 오른 것 역시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이지 어쩔 수 없거나, 대체재가 없어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일부 이용자들은 다른 메신저 서비스로 갈아 타거나 세컨드 메신저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최근 텔레그램 이용자가 부쩍 늘어난 것이 한 사례다.특히 정치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를 옥죄는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어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대표적 규제 법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법안은 민간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미 정보통신망법 등에 재난 대비 보호조치 의무가 마련돼 있는 만큼 ‘이중규제’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서비스 먹통사태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카카오가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에 완벽을 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역시 데이터센터를 4곳에 분산시켜서 대비를 해오고 있었고, 4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 준공 목표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안산시에 건설하고 있었다. 다만 개발자들의 이중화 작업을 놓치면서 이번 같은 대란을 막지 못했다. 또한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설비통합운용자료 제출이란 과정을 통해 경영 노하우가 유출되고 경쟁력 강화에 이르는 공정경쟁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나아가 자칫 잘못하면 자본력이 충분하지 못한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이 성장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할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 이중화 ·안전망 구축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두 번째 규제법안으로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 온플법은 매출 1000억원, 거래액 기준 1조원 이상의 플랫폼 기업에게 규제를 가하는 법으로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제약을 정하자는 것이다.그러나 온플법과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율규제라는 원론적 입장이 반영돼 온플법 제정이 무산된 것인데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빌미로 다시 강제 규제에 나서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규제 일변도 법제정에 나서다보면 진짜 중요한 혁신을 놓칠 수 있다.

[기자의 눈] 기업인 질타 관행 국감에

"올해도 질타와 호통만 난무하는 ‘국감(국정감사)’으로 흐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어느덧 2주를 넘긴 정기국회 국정감사 현장 분위기를 두고 유통업계 한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국감이 열리는 본래 취지는 민주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국회)가 행정부 기관이나 국민경제 비중이 큰 기업의 위법행위를 따지고 개선시켜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그러나, 예년의 국감과 같이 올해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기관과 기업 증인들을 불러다 ‘훈계식 질타’만 늘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기업인을 마치 죄인 취급하듯 국감장으로 불러다 병풍처럼 세워놓고 호통을 치며 망신주기로 일관하는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이 때문에 국감 시기만 되면 피로도가 커진다고 기업인들은 호소한다.국감 피로도를 주장하는 이유의 하나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합리적인 추궁과 해결을 제시하려는 질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정쟁거리’를 결부시켜 퍼붓는 질문세례를 꼽을 수 있다.실제로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증인 출석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야당 의원으로부터 "신세계가 대통령실과 여당으로부터 광주 복합쇼핑몰 이슈에 정치적으로 활용해 달라는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국감을 통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기업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업 입장에선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현장과 소통이 먼저 선행된 뒤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선(先)규제 후(後)소통’을 취해 문제점이 나오면 다시 법안을 고치니 마니 불필요한 논란과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는 주장이었다. ‘기업 증인 소환’을 약방의 단골처럼 국감 이벤트로 삼아선 안될 것이다. 단순히 질타로 난무한 말잔치가 아닌 행정부와 기업의 잘못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고 시정할 수 있는 법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국민들이 바라는 ‘참 국감’의 모습이고, 입법부가 행정부·경제계와 올바로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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