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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2년 만에 재등장한 ‘10만전자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1 10:43

김기령 자본시장부 기자

증명사진
국민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달 2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7만원대에 안착했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상향한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고 ‘10만전자’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2년 만에 재등장한 ‘10만전자설’에 개미투자자들은 반기면서도 불안해하는 눈치다. 2년 전 10만전자 전망이 처음 나왔을 때가 떠올라서다.

지난 2021년 1월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10만전자’를 연호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가에서도 서둘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높게는 12만원까지 제시했고 사실상 10만전자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주가는 1년여 만에 10만전자는커녕 5만전자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9월에는 최고가(9만6800원) 대비 46%가 하락한 5만180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고점에 물린 개미들 사이에서는 "9층에도 사람 있어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후 6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자 ‘삼성전자는 평생 팔지 않고 갖고 가야할 주식’이라는 의미로 ‘삼성전자=반려주식’이라는 웃픈 공식도 생겨났다.

급락장을 호되게 겪었던 개미들은 10만전자설 재등장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엔비디아발 반짝 호재에 그칠 가능성, 기대감 외에 가시화된 실적 부재 등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 또 하락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더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삼성전자 주가 등락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반면 증권사들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변함없이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나섰다.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9만원으로, 높게는 9만5000원까지 제시한 증권사 보고서도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종가(7만1400원)는 전 거래일 대비 1.24% 하락했다.

증권사 가운데 키움증권 단 한 곳만이 주가 급등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을 뿐 다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른 주가 우상향을 전망하면서 매수 리포트를 쏟아냈다. 물론 모든 매수 리포트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리포트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증권사들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매수 전망이 아닌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리포트를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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