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곽인찬

paulpaoro@ek.kr

곽인찬기자 기사모음




디커플링? 디리스킹?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4 07:54
CHINA-POLITICS-AUTOMOBILE-TESLA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월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상하이에 공장을 둔 머스크는 대중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AFP/연합


<요약> 미·중 관계를 두고 디커플링이니 디리스킹이니 하는 말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등 유력 미국 기업인들은 앞다퉈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디커플링은 뭐고 디리스킹은 뭔가? 두 나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기업인들이 연달아 디커플링(Decoupling)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은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을 내세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디리스킹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증시에서 커플링(동조화)은 흔히 코스피가 뉴욕 주가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쓴다. 주가가 따로 움직이면 디커플링(탈동조화)이다. 국제정치에서 디커플링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권이 중국과 남남처럼 갈라서는 것을 말한다.

반면 디리스킹은 중국과 같이 살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디커플링 또는 디리스킹이 향후 G2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짚어보자.


◇ 머스크, 다이먼, 젠슨황은 뭐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머스크는 5월30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베이징에서 만나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고도로 얽혀 있다"면서 "테슬라는 중국 내 사업을 더욱 확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디커플링을 시도하지 말자.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해치려고 시도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했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를 이끄는 젠슨 황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역시 디커플링에 반대했다. 황은 "만약 (중국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걸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교역을 못하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중국은 약 20%를 차지한다.

JPMORGAN-DIMON/TAIWAN

▲5월말 중국을 방문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해치려고 시도하지 말자"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


◇ 트럼프는 디커플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중 디커플링 정책을 폈다. 2020년 9월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는 "우리는 중국과 거래에서 막대한 돈을 잃는다. 우리가 중국과 거래하지 않으면 막대한 돈을 잃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게 바로 디커플링"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과 교류를 끊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대선에서) 바이든이 이기면 중국이 이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이 나라(미국)를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등 재임 내내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다. 2018년 캐나다 경찰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전격 체포한 배경에도 미국이 있었다. 멍완저우는 거의 3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풀려났다.


◇ 바이든은 디리스킹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을 함께 언급했다. 성명은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가 회복하려면 디리스킹과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디리스킹은 예컨대 특정 품목의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앞도적으로 높은 중국산 희귀자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대중 관계를 디리스킹하고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3060401000153500007224

▲지난 5월 중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UPI/연합


◇ 유럽은 디리스킹에 진심


중국과 패권 다툼에서 한발 비켜선 유럽은 디리스킹을 강하게 내세운다. 대표적인 인물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연초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대중)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과도하게 주고, EU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과 관계를 끊을 게 아니라 이러한 위험요소(리스크)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튬과 같은 희귀 광물자원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디리스킹 정책의 일환이다.

유럽에서 발언권이 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4월 초 중국을 방문했을 때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 그래봤자 말장난

바이든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에 비하면 다소 유연해 보인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수출 금지한 데서 보듯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본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디커플링이니 디리스킹이니 하는 게 결국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G2 패권 다툼은 필연적이다. 미국은 온 힘을 다해 중국을 찍어누르려 하고, 중국은 어떻게든 용솟음치려 한다. 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강국 스파르타와 신흥 강국 아테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은 구조적 긴장관계가 빚은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 샌드위치 한국의 선택은

이러니 디커플링이든 디리스킹이든 한국이 처한 난처한 상황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미국 하원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마이크론이 중국시장에서 빠진 공백을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대신 채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대미 보복 차원에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다.

중국은 그 공백을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워주길 바란다. 미국은 한사코 반대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영락없이 미·중 두 강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미국 말을 들으면 중국이 반발하고, 중국 편에 서면 미국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딜레마는 앞으로도 수시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윤석열 정부와 관련 기업이 확실한 원칙을 세워 양국을 설득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물론 제1 원칙은 국익이다.

<경제칼럼니스트>


2023060401000153500007221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