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ESG,나부터 실천하자

우리 사회에서 ‘ESG’라고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나 하는 활동 쯤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환경문제와 투명경영, 공익활동 측면에서 ESG를 운운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그들만의 활동’으로만 오인하는 듯 하다. 이는 ESG가 왜,지금 대두됐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한 채 기업에 대한 의무사항만 강조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인 듯 싶다. 사실 ESG는 기후위기 극복과 배려·화합·정직·투명한 사회를 통해 인간다운 사회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게 근본 취지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인에게 해당되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활동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ESG의 3요소 중에서 개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바로 환경이다. 환경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을 빼놓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 국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몇 십 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증가로 이어지며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 및 폐기물 증가의 주된 요인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포장비닐,포장용기 등의 사용이 덩달아 늘어나면서다. 우리나라의 1인당 택배건수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40%가량이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활용률은 62%에 불과하다. 그마저 민간에서의 폐플라스틱 처리에 대한 통계는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률은 27%에 그치고 이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 ‘Reduce(감축), Reuse, Recycle’ 이라고 하는 ‘3R 지침’과 재활용이라는 구호에 의지하기에는 플라스틱 오염과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플라스틱 생활을 너무 친숙하게 즐기고 받아들이니 총체적 난국이다. 화학물질을 포함한 인공물질과 천연물질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우리는 이를 동일시한다. 유럽인들은 의식주에서 값싸게 인식되는 인공재료는 쓸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인식과 함께 천연재료를 쓰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무거나 가격만 싸면 된다’는 식이다. 먹거리도 각종 인공가공식품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즐기고, 화학물질 덩어리인 집에서 매일 거주하면서 국민의 절반이상이 도시에 살면서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신다. 요즘 보기 드물게 3대에 걸친 6명의 대가족이 한집에 사는 필자는 과거 어려웠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검소하고 자연적인 생활행태와 MZ세대의 풍족하고 인공적인 문화를 즐기는 이질적인 두 문화와 매일 접하며 그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지구위기를 구하기 위한 삶의 방식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하찮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재활용해서 쓰레기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우리 부모님들의 생활방식이 더 점수를 받는다. 이에 비해 자손들은 3R 교육을 받았음에도 모든 포장지는 쓰레기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버린다.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 에너지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도 요즘 세태는 에너지를 함부로 팡팡 쓴다. 가계에서는 정책은 물론이고 가격에 의한 통제가 어렵다 보니 절약을 모르는 신세대들은 여름과 겨울에 난방과 냉방기기를 팡팡 돌린다. 이러니 다가오는 미래에는 얼마나 많은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될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조명, 가전제품, 냉난방 등 가정용전기 사용비율은 2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앞으로는 전기차를 충전해야 하고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 활용도 크게 늘어나 전기사용량은 급증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ESG를 잘 실행하는 길은 국가, 기업, 가계의 각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리더십과 정책 결정 아래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국민 교육 및 인식 제고를 위한 계몽할동을 펴야 한다. 국민들은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 인식 아래 생활습관으로 무장해야 기업들의 ESG 활동이 비로소 조기에 빛을 보게될 것이다.류덕기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연구교수/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이슈&인사이트] 유니콘 성장 발목잡는 낡은 규제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반기에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대기업들이 이러한데 재정적으로 취약한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할 것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는 벤처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런데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벤처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금액은 8815억 원으로,지난해 동기(2조2214억 원)에 비해 거의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2022년에도 한해동안 벤처 누적 투자 금액이 6조7640억원으로 전년(전년 7조 6802억원)에 비해 11.9% 감소하며 벤처·스타트업 시장에서의 투자 경색 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신규 투자 뿐만 아니라 미래에 신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 상황도 좋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2019년 447개였던 유니콘 기업수는 올해는 현재까지 1209개로 2.7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9년 10개에서 올해 14개로 1.4배 증가하는데 그쳐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이 유니콘 기업의 증가를 주도한다.미국은 유니콘기업이 2019년 218개에서 올해 655개로 3배 늘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는데, 전 세계 유니콘 기업 가치는 2019년 1조 3546억 달러에서 올해 3조 8451억 달러로 2.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90억 달러에서 325억 달러로 1.1배 증가하는데 그쳐 역시 세계 평균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유니콘 기업 가치 상승도 역시 미국 선도한다. 미국 유니콘 기업가치는 2019년 6615억 달러에서 2023년 2조 523억 달러로 3.1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을 이야기 할 때 항상 지적하는 구조적 문제는 업종 편중 현상이다. 이커머스, 인터넛 서비스 등의 업종에 유니콘기업의 절반 이상이 쏠려 있는 데 비해 최근 주목받는 AI, 헬스케어 업종에는 단 1개도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유니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적으로 외부요인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의 개수와 가치의 증가 속도가 우리나라 보다 더 높은 것을 볼 때 외부요인 만은 아닌 것 같다.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유니콘 기업과 같이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탄생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과 함께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대기업으로 키우는데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 상법상 지배구조 규제다. 이런 규제들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해지고 더 많아진다. 대기업으로 성장할 제도적 유인이 없다 보니 전체 기업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주요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이제는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기업규모별로 차등적용되는 규제를 최소해야 한다. 대기업이 되면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파급력도 커지기 때문에 규제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과도하거나 국가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그 의미를 잃은 낡은 규제들은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철폐해야 한다. 이는 대기업 특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환경을 정상화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과거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면 어떠한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을 즉시하고 대담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유정주 팀장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곽인찬 칼럼] 엘리엇에 배상 판정, 그냥 물러서지 마라

참 질기다. 고래심줄이 따로 없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라는 미국 헤지펀드 얘기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는 지난주 대한민국 정부더러 엘리엇에 원금 기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자까지 더하면 1300억원 규모다. 판정은 5년만에 나왔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약 1조원 배상을 요구하는 중재신청서를 냈다. 2015년 가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PCA는 청구액의 7%만 인정했다. 겉으론 우리 정부가 선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얼마가 됐든 다 세금이다. 1원도 아깝다. 1977년에 설립된 엘리엇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2018년엔 현대차가 과녁에 올랐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일부 매입한 엘리엇은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안에 어깃장을 놓았다. 수조원에 달하는 고액 배당을 요구했다. 결국 정 회장은 개편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 주총에선 현대차가 완승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배당안,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통과됐다. 엘리엇은 2020년 초 지분을 모두 털고 나갔다. 사실 아르헨티나가 엘리엇한테 당한 것에 비하면 우리는 약과다. 2001년 아르헨티나는 외채 930억달러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이후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채무 구조조정안을 내놨고 채권자 대부분이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엘리엇을 비롯해 일부 헤지펀드가 이를 거부하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엘리엇은 해외에 있는 아르헨티나 자산을 노렸다. 2012년 아르헨티나 해군 함정이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했다. 옳거니, 엘리엇은 가나 법원을 움직여 이 배를 억류했다. 함정은 국제해양법재판소의 도움으로 10주만에 간신히 풀려났다. 2007년엔 아르헨티나가 대통령 전용기를 수리차 미국에 보내려다 억류가 무서워 포기한 적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엘리엇을 ‘벌처펀드’라고 부르며 반발했다. 벌처(Vulture)는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대머리독수리를 말한다. 사실 엘리엇은 디폴트 선언이 나온 뒤 아르헨티나 부실채권을 헐값에 샀다. 그러곤 액면가대로 다 갚으라고 밀어붙였다. 미국 법원이 엘리엇 편을 드는 바람에 아르헨티나는 국제 채권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2016년 채무조정안을 거부한 4개 헤지펀드에 47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채권액의 약 75%에 해당하는 액수다. 역시 미국 헤지펀드인 론스타는 엘리엇과 난형난제다. 지난해 여름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에 대해 2억1650만달러(원금)를 론스타에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는 론스타가 청구한 배상액의 4.6%에 해당한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분쟁은 10년을 끌었다. 헤지펀드는 알음알음 투자자를 모아 고수익을 추구한다. 돈이 된다면 지옥이라도 쫓아갈 태세다. 특히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자기들의 돈 욕심을 근사한 명분으로 치장하는 데 도가 텄다. "주주 이익에 반한다"거나 "배당을 더 늘리라"고 목청을 높이면 소액주주들은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보자. 엘리엇 등은 사모펀드로서 제 할 일을 다하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한 끈질긴 소송전은 고객을 향해 "봐라, 우리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처럼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과시할 수 있는 기회다. 질긴 사모펀드를 상대할 땐 우리도 만만찮은 상대라는 걸 끈질기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며칠전 "(엘리엇) 결정문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며 "어떤 추가적 조치를 할지를 숙고한 다음 책임 있는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23일 법무부는 "국민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함께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판정에 불복하면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엘리엇은 보도자료에서 ‘승리’(Victory)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중재재판소 결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Baseless) 법률 절차를 밟아봤자 소송비용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만하다. 한 장관에 당부한다. 약간이라도 근거가 있다면 과감하게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 바란다. 설사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벌처펀드에 본때를 보일 수 있다면 그 돈은 아깝지 않다.곽인찬 경제칼럼니스트

[김성우 칼럼]그린워싱 방지, 선택 아닌 필수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ESG 중요성이 부각되며 환경친화적 기업과 관련 제품에 관한 표방이 늘어나면서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이 증가하며 그린워싱 대상이 늘어난 배경도 있고,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영국의 경우 소비자 보호 규정이 정한 허위·과장 정보 기준과는 별도로 친환경을 주장할 때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물론이고 객관적이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2021년에 발표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는 이 달에만 3개 석유회사를 대상으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을 담은 친환경 광고가 회사 전체의 사업계획 중 일부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회사 전체가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 3월에도 항공사의 미래 보호 및 친환경 항공 광고가 비행이 전반적으로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경고 조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은행의 기후변화대응 투자 광고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그린워싱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그린워싱 지적 건수는 4940건이다. 주목할 점은 지적 건수가 2022년 4558건으로 2021년 272건에 비해 16.7배나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인데 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 중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 2016년 이후로 개정되지 않았던 심사지침을 환경부 고시와 해외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등 국내외 입법례를 반영하고, 최근에 사용되는 표시·광고 용어 등으로 대체하는 등 현행화를 이뤘다. 또 환경관련 표시·광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그린워싱의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정에 따라 그린워싱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부당성 심사의 일반원칙에 명확성, 구체성, 완전성이 보강됐고 전과정성의 원칙도 명확히 했다. 예컨대 동종의 다른 제품에 비해 유통, 폐기 단계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함에도 제품 생산 단계에서 탄소배출이 감소된 사실만 광고한 경우,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 등 대표적으로 금지되는 환경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예시를 신설해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상품의 생애주기를 원재료나 자원의 구성, 생산 및 사용, 폐기 및 재활용 등 3단계로 구분해 구체화했다. 한편으로 사업자 자신에 관한 표시·광고 기준도 포함됐는 데, 환경 목표나 계획을 표시·광고시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 자원 등의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와 기한 등도 밝히도록 했다. 기업은 이번 개정안 내용을 사전에 숙지하고 향후 시행되는 경우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기업이 하고 있는 표시·광고에서 개정안이 예시로 들고 있는 위반행위 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향후 그린워싱에 대한 법 집행 동향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이 실증할 수 있는 것인지, 입증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오인할 우려는 없는지, 제품의 전과정에서 볼 때 과장은 없는지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그린워싱은 기업의 평판리스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ESG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외 규정이 구체화·명확화되는 방향을 고려할 때 이러한 평판리스크는 규정 위반 위험이 더해지면서 차원이 다른 리스크로 변할 수 있다. 그린워싱 방지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이유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기자의 눈] 닻 올린 민주당 혁신위 한계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회가 지난 20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혁신위원회 지휘봉을 잡은 일성으로 ‘가죽을 벗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주당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역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공천제도의 혁파도 약속했다. 당초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됐다가 9시간만에 낙마한 뒤끝이라 각오와 의지가 남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김은경 위원장에 대해 벌써부터 ‘허수아비 위원장’에 그칠 것이란 관측들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는 것을 의식한 듯 자신이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친명·비명·친문·비문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만큼 특정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민주당을 과감하게 혁신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당내 최대 이슈인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해결은 개혁 문제에서 배제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판단 분야로 넘어갔다"며 "그 문제를 관리할 이유가 없을 것 같고 민주당의 제도적 쇄신 과제, 혁신 과제 협업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인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는 민주당의 이미지를 ‘방탄정당’으로 만든 가장 큰 주범이다. 또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사건에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까지 겹악재를 맞으면서도 이 대표의 현재진행 중인 ‘사법리스크’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민주당 내부가 흔들리는 위기만 강해졌을 뿐이다. 또 의지와 현실은 다르다. 김 위원장의 혁신 의지가 아무리 높더라도 그 의지가 당내 주류인 친명계 이해와 어긋나면 그 혁신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혁신위 구성원 중 상당수가 과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몸 담았거나 대놓고 이 후보를 지지를 선언한 인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상 혁신위는 ‘이재명 아바타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역 의원으로 유일하게 참여한 초선 이해식 의원도 대표적인 이해찬계이자 친명계 의원으로 분류되면서 비명계 반발도 예상된다. 그간 혁신위와 비대위가 성공했던 적은 거의 없다. 새롭게 닻을 올린 ‘김은경 호’가 최소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가진 기득권과 ‘내로남불’의 상징을 탈피할 수 있다. 혁신위는 민주당의 추락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모른 척 해선 안 된다. 민주당의 혁신은 이재명 체제에 대한 냉철한 평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혁신위원장이 ‘허수아비 조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할 때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EE칼럼] 희망고문 아닌 비전을 주는 전기요금 정책이 필요하다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당국은 상반기에 천연가스와 석유 가격이 떨어져 이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계속 이런 추세에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TTF 가격은 이달 초부터 2주 사이에 MWh당 23유로에서 46유로로 두 배 올랐다. 천연가스 비축 시즌과 하절기 무더위에 따른 수요 증가가 한 몫 했다. 여기에 유럽 최대 규모의 그로닝겐 가스전이 오는 10월부터 영구 폐쇄되면 TTF의 상승 압력은 더해질 것이다. 미국의 헨리 허브 가격도 심상치 않다. 그동안 mmBtu당 2달러 초반의 저점대 지지 구간을 확인한 후 상승추세다. 천연가스 채굴장비 리그 수도 상반기에 꾸준히 줄어들었고 프리포트 기지도 정상 가동되면서 미국 천연가스 수급이 빡빡해 지고 있다. 그리고 엘니뇨 현상이 글로벌 천연가스 수요를 더 한층 끌어올릴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이미 경험했듯이 유럽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스프레드 확대는 아시아 천연시장에도 충격을 분다. 유가는 현재 배럴 당 70달러대로 지난해의 11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하향 안정화돼 있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금리와 경기부양 정책이 변수다. 촘촘하게 연결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하나의 이벤트로 인한 연쇄효과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프리포트 화재가 발생하자 헨리허브 가격이 뛰었고, 비료값과 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가격이 저점이나 고점 구간대에 있을 때는 국지적으로 작은 이벤트에도 국제 시장에서는 큰 폭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게 에너지시장의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한국의 전력시장 상황을 따로 봐주지 않는다. 국제 상품시장에서 가격의 급등 이유가 다양할 수 있겠고 이들 중 상당수는 가격 변동 이후 사후약방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그동안 거래 규모가 확대된 소매투자 역시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이나믹한 시장에서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하향 내지 안정화될 것이라 데 희망을 걸고 국내 전기요금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플랜B’를 함께 고민해야 하고 불리한 여건에서도 버텨낼 수 있는 완충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망하는 대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지 않고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게 되면 그나마 남은 카드조차도 다 소진한 우리 전력시장 상황은 더욱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올 상반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을지라도 한전은 역마진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한전은 누적적자 45조 원에 하루 100억 원의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반기나 내년에 국제 에너지 시장이 들썩인다면 한전 부채만 해도 정부 예산의 10%를 넘어서게 될 것이고, 여기에 가스공사 등 여타 에너지 공기업 부채뿐만 아니라 이들 공기업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단행하는 여러 조치로 인한 민간기업의 적자와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게 된다. 미국은 그동안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꾸준히 단행했다. 아직 인플레 우려를 완전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억제와 고용률 증가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승한 전기요금으로 단기간에 고통은 있었지만 에너지 신산업의 장기전략 토대 구축의 계기가 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전력시장 상황은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화에 베팅한 희망고문을 받고 있고 유사 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도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자칫하면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한 가구당 앞주머니로 4000원 정도 전기요금을 덜 낼지라도 뒷주머니로 수십 만원의 금리상승 비용 부담을 더 질지도 모른다. 희망이 아니라 비전을 주는 에너지요금 정책이 절실하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굴레

신축 아파트의 미분양 증가와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들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면서다. 더구나 사업성이 좋은 일부 정비사업지를 빼고는 시공사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 따기’ 여서 정비사업추진위와 조합들의 한숨 소리가 갈 수록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추진위나 조합에서는 직접 사업을 시행하기보다는 자금조달과 시공사 선정이 쉬운 신탁사를 시행자로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 신탁사를 통한 정비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대체로 다음을 장점으로 꼽는다. 먼저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고,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조합임원과 용역업체간의 결탁에 따른 비리를 걱정할 필요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탁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공사 선정부터 계약,시공 등의 전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가 가능해 사업 과정에서 빚어 질 수 있는 하자나 비리 등의 위험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신탁방식 시행은 현실적으로는 투명하지 못하고, 견제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신탁사를 시행자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통상 해당 정비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이른바 ‘추진세력’이 개입하게 되고(통상 추진세력이 추후 조합장이나 조합임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진세력과 신탁사가 결탁할 경우 조합은 대응능력을 잃어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어서다. 조합 시행의 경우 조합장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업무를 소홀히 할 때 해임결의를 통해 교체할 수 있지만 신탁방식은 정비사업위원장을 해임하더라도 여전히 사업시행권은 신탁사에 있어 사업 운영의 주도권이 바뀌지 않는다. 즉, 비리를 저지른 정비사업위원장을 해임하더라도, 사업의 시행자는 신탁사여서 신탁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사업의 주도권은 신탁사에게 있다. 따라서 해임 후 선임된 새로운 정비사업위원장이 사업시행과정에서의 용역업체 선정과 비용지출 등에 대한 견제를 통해 사업을 정상화하기 어려워진다. 이미 신탁사에서 해임된 정비사업위원장과 협의한 용역업체나 시공자를 선정해 진행한다면, 새로 선임된 정비사업위원장이 용역계약을 해지하도록 해 견제하거나 관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탁방식의 경우 신탁사 소속직원이 그 가족으로 구성된 용역업체를 선정해 전체회의를 진행하도록 용역계약을 맺고, 용역비용을 부풀려서 토지소유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신탁사 직원이 차명으로 설립한 용역업체를 구분해 내는 것이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어려워 견제가 쉽지 않다. 결국 그 비용은 고스란히 토지소유자(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 오게된다. 더구나 신탁방식은 정비사업 비용 뿐 아니라 추가적인 신탁수수료도 지급해야 하므로 실제 정비사업의 해산과 청산과정에서 토지소유자들이 부담이 조합의 직접 시행에 비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가급적 조합이 직접 시행하는 것이 더 투명하고 비용부담 측면에서도 더 유리할 수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토지소유자들이 일단 사업의 진행을 위해 신탁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신탁사와 결탁한 추진세력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견제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과 이 같은 단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이 ‘공정·투명·신속’이라는 제 기능을 살리려면 다음의 제도적 보완이 선결돼야 한다. 먼저 용역업체 선정에 있어서 토지소유자들에게 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사업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비용 내역을 토지소유자 개개인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거나 또는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용역금액을 부풀리는 경우 해당 비위를 저지른 담당직원은 물론 신탁사에 대하여도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견제수단도 마련돼야 한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잇단 항공 사건사고, 모방범죄를 막아야 한다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자 항공업계는 기대에 가득 찼다. ‘비로소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흑자 전환에 나서는가’라는 기대였다. 휴직하고 있던 직원들을 불러들이고 새로운 인력 충원에 나섰다. 하늘길을 새로 개척하고 기존 노선을 증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바로 기내 난동 승객들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새벽 1시49분 필리핀 세부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제주항공 7C2406편에서 남성 A씨는 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등 기내에서 난동을 부렸다. 항공기 기종은 보잉737로 당시 안에는 180여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 다행히 해당 승객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통해 별도의 인적·물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보잉737은 이륙 후 내부에서 임의로 출입문을 열 수 없는 설계이며 당시 3만피트 이상의 고도에서 비행 중이었던 만큼 문이 열릴 수 없었다. 비슷한 사건이 지난달에도 일어났다. 지난달 26일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에서 비상구를 강제 개방한 승객으로 인해 상공 213m쯤에서 비상구 문이 열린 채로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을 개방한 남성 B씨는 결국 지난 2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항공 보안 사고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됐으며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이 월담을 하는 등의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인 여성이 과도를 소지한 것을 항공기 탑승 전에 발견해 압수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승객들의 불안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드디어 맘껏 가보나 했는데 각종 사건사고가 연달아 벌어지니 ‘내가 갈때도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생긴 것이다. 이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도 향후 항공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행 비상구석 판매 규정을 들여다보고, 항공업계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또 과거 항공법을 위반한 전과가 있는 탑승객의 정보를 항공사가 공유 받는 방안을 수사 당국과 협의 중이다. 가장 중요한건 모방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문 개방 사고만 봐도 올해 벌써 두 차례 일어났고, 두 사건은 한 달 새 일어났다. 항공사의 문제, 시스템·체계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처벌을 강화하고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하는 것이 먼저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김정인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대통령의 한마디에 당정이 수능 ‘킬러 문항’,즉 ‘불수능’을 사교육 주범으로 지적하면서 입시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수능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번 수능 난이도 관련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킬러문항이란 정상적인 공교육 과정으로는 풀기 어려운 고난이도 문제다. 통상 수능 과목당 한 두개의 킬러 문항을 반영한다. 교육부는 "킬러를 내지 않아도 좋은 문항을 개발하면 변별력은 갖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누구나 쉽게 맞출 수 있게’와 ‘공정한 변별’의 조화가 쉬운 일이라면 교육부는 지금까지 왜 안 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한국 입시 문제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정 등에 대해 30번 넘게 칭찬했다. 2009년 가나 의회 연설에서 "내가 태어났을 때 케냐는 한국 보다 국민 소득이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추월당했다. 이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 높은 교육열"이라고 했고, 2011년 새해 국정연설에서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교사들을 ‘국가설립자’라고 극찬했다. 한국은 교육을 통해서 양반 중심의 계급사회를 비교적 평등 사회로 바꿨다. 이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하다. 교육동기가 미약한 일본·영국이나 학력이 부에 의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교육은 대체적으로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물수능으로 갈 수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AI(인공지능)시대에 암기력만으로는 AI와의 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자연어 처리능력, 지각능력,학습능력, 추리능력이 있는 시스템이 AI다. 미래의 AI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은 추리능력의 학습가 함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곧 킬러 문제에 익숙해야 한다는 의미다. 불수능으로 가야하는 두번째 이유는 중국과 인도 등의 후발 국가의 도전으로부터 따돌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공계 대학의 연간 졸업생 규모를 보면 한국이 10만 명인데 반해 중국은 470만 명, 인도가 260만 명에 달한다. 인도의 교육열은 학원도시 코타에서 확인된다. 인구 60만 명 중 10만 명의 고교생이 매년 IIT(인도공과대) 진학을 목표한다. 인도에서 IIT 졸업장의 의미는 신분차별을 극복할 수 유일한 신분상승 사다리다. 그래서 입학 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른다. 중국도 지난해 기준 수능(가오카오) 응시생이 1193만 명에 달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오카오 성적이 신분격차를 결정한다. 한국의 수능의 치열함은 이들 국가에 명함도 못 내민다. 수백 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1타 강사’들의 호화 생활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과외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중산층의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전두환 정권도 1980년 7월30일 과외 금지를 선언했다. 같은 날 광주 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이어 8월15일에는 최규하 대통령을 하야 시키는 두가지 큰 이슈가 ‘과외금지’ 조치가 묻혀 버렸다. 이 처럼 역대 정권들이 포퓰리즘으로 과외를 규제해왔다. 그러나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은 과외 문제가 단순히 교육적 측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17명 중 서울대가 10명, 고려대가 4명으로 스카이대 출신 비율이 82%에 달한다. 윤 정부 1년을 맞아 장·차관 109명의 구성을 분석해 보면 서울대 58명(53%), 고려대 13명(12%), 연세대 12명(11%)으로 이른바 ‘SKY’ 출신이 76%다. 이 처럼 학력 계급사회를 심화시키면서 그 책임을 불수능에 떠 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수능으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절심함이 ‘불수능’의 천만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EE칼럼] 후쿠시마 방류 우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정화된 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반대하는 단체들은 DNA 돌연변이나 오염된 바다와 같은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늘어 놓지만 이는 현실과 완전히 다른 얘기다. 후쿠시마 처리수는 사람은 물론 환경과 해양생물에도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몇 가지 수치만으로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위험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처리수 방사능의 99.98%는 수소의 일종인 삼중수소로 이뤄졌다. 원전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는 대략 삼중수소 1PBq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삼중수소 2.8g에 해당한다. 태평양에는 삼중수소 8400g이 존재하고,매년 170g의 삼중수소가 우주선(宇宙線)에 의해 대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후쿠시마 원전 삼중수소의 총량은 일주일 간 대기에 생성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원전 처리수를 4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약 0.06g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태평양 삼중수소 농도는 해마다 0.001% 늘어나면서 매우 미미한 변화만 보이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사능의 나머지 0.02%는 ‘탄소-14’(C-14)로 이뤄졌다. 삼중수소와 마찬가지로 C-14 또한 대기 중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태평양에는 1800만g의 C-14가 존재하는 데 비해 후쿠시마 원전에는 1g에 불과하다. 따라서 1g불과한 후쿠시마 원전의 C-14가 바다에 추가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 정도의 차이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를 0.5mm 높이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반핵단체들은 공기, 물, 돌은 물론 식물이나 인체까지 거의 모든 것에는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사는 지역에 따라 자연적으로 매년 75회에서 175회 정도의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 양에 노출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자연 방사능 농도가 1000번 이상의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건강에 대한 영향이 발견된 적이 없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처리수 방류 지점으로부터 수 ㎞ 떨어진 곳에서 포획된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살펴봤다. 원래 어류는 다양한 지역에 헤엄쳐 다니지만 해당 연구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의미한 수치를 도출해 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 1명이 50년 동안 매년 37.5kg의 후쿠시마 수산물을 섭취했을 때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의 4분의 1 정도에 노출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발생한 방사능의 양은 약 흉부 엑스레이를 6000번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처리수 방류 시설 인근 해양 생물의 방사능 양은 최대 7μGy(마이크로 그레이)로,이는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1만분의 1보다 적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는 사람은 물론이고 해양 생물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후쿠시마 처리수의 삼중수소는 한국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더욱 명확히 밝혀졌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류를 예측해본 결과 한국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6ppm 미만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미미한 정도다. 후쿠시마처리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같은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채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의 이의 제기를 한다. 일례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들은 보고서를 통해 처리수 방류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생물학적 정화, 장기적인 탱크 보관, 콘크리트화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지만 이런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을 뿐 더러 필요성이 떨어진다. 특히 생물학적 정화의 경우 동식물이나 곰팡이류 등을 통해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전문가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계획을 점검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리뷰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IAEA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후쿠시마 현지 기관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기구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또한 검증에 나서 이중으로 확인 작업을 거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며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탄탄한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해 주고 있다.Nigel Marks 커틴대학교 이공학부 부교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