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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아니, 사전 안내문자도 없이 서울로 가는 KTX 차편 운행을 취소하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오!", "사고 때문에 열차운행 취소하면 다냐고요? 차표를 미리 끊은 사람들 일정이나 피해는 생각 안 하고 우리보고 알아서 차편 구해서 올라가라는 게 말이 되나요?"딱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지난 7일 이른 아침인 4시 40분, 부산 구포역 예매창구에서 마주친 상황이었다. 전날 장모의 첫 기일을 맞아 처갓집에서 제사를 모시고, 다음날 서울로 출근을 위해 미리 예매한 KTX열차 탑승시간에 맞춰 구포역에 도착했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구포역 기차표 창구에서 몇몇 시민들이 역무 담당자에게 거친 고성과 함께 항의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유는 전날 오후 9시께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6량의 탈선사고에 따른 일부 기차노선의 운행 중단 때문이었다. 이른 새벽 KTX 기차로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근무, 사업계약, 병원진료 등 개인 일을 소화해야 하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예매 기차편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것이었다. 구포역 역무원도 상부에서 취해진 조치라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다른 차편을 이용하라는 말만 되풀이할뿐이었다.구포역에서 겪은 일을 소개하는 이유는 일주일 앞서 서울 이태원에서 속절없이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10.29 참사’ 사고 원인 일부와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첫째, 10.29 참사 당시 시민들의 신고를 받은 정부와 서울시 등은 3∼4시간이 지나서야 이태원 상황을 알리는 긴급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영등포역 열차 탈선 사고도 판박이였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었겠지만 기자가 탈선사고로 일부 열차의 운행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코레일 안내문자를 받은 시각은 6일 오후 9시께 사고발생시점에서 3시간이 경과한 자정(밤 12시) 이후였다. 문자 내용도 운행 중단이 예상되니 열차 이용자들이 알아서 확인하라는 것이었고, 미리 표를 끊은 예매고객의 열차편 중단 여부 안내는 없었다.물론 10.29 참사가 사고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등포역 탈선사고의 성격은 구분돼야 한다. 둘째, 구포역에서 겪은 일에서 확인한 10.29 참사와 닮은꼴은 당국의 사고 직후 신속하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었다는 점이다.구포역에서 일부 KTX노선 중단과 관련, 코레일은 열차 탈선사고에 따른 불가피성과 복구 노력만 강조했을뿐 운행중단 노선 이용자의 피해는 외면했다. 예매표 대금을 환불하면 그만이라는 태도였다.구포역에서 예매표 이용자가 거세게 항의한 이유는 열차 중단보다는 중단으로 빚어질 이용자의 피해와 불편에 대해 코레일이 전혀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29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직후 경찰력을 최대한 신속하게 동원해 인파를 정리하고 구조차량 찻길을 확보하려는 인식과 노력이 있었더라면 한 사람의 아까운 생명이라도 더 많이 살려냈을 것이다.복잡한 현대생활에서 사건사고는 언제 어디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빈발하기에 거대한 정부든 미미한 기업이나 개인들도 사전에 방지하려 애쓰고, 사후에 피해 구제에 힘을 보탠다. 안타까운 점은 이같은 재발방지와 사후대책을 제도와 시스템으로 구축해 놓았음에도 대형 사건사고는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운용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라도 운용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그 능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기자의 눈]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라는 책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담았다.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금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책의 저자인 마이클 셸런버거는 지난 2일 열린 국내 최대 에너지전시회로 꼽히는 ‘에너지대전’에서 기조연설자로 초청될 만큼 무시할 만한 인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 주는 교훈은 재생에너지를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가 공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지난 정부서는 재생에너지를 당연히 늘려야 한다는 논리 속에 보급됐다고 보인다.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해마다 9기가와트(GW)씩 늘리겠다는 지난 정부의 목표를 5GW로 44%(4GW) 줄였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목표였다는 평가에서다.업계와 세상이 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수 있다.최근 수서역 주차장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둘러싼 협동조합과 강남구청의 소송에서 강남구청이 최종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태양광 빛 반사와 전자파 등으로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협동조합의 수서역 태양광 설치 허가를 거부한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다.그동안 태양광에서 빛과 전자파가 나온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강조해온 업계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판결이었다.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에 상한선을 두는 SMP 상한제에 반대하는 태양광 업계를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발전업계의 반발로 최근 SMP 상한제의 상한선을 기존보다 완화해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SMP 상한제는 최근 SMP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생하는 전기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이에 타협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양광 관련 협·단체에서는 SMP 상한제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같은 태양광 업계 종사자라 하더라도 이를 꼭 반기는 건 아니다. 모든 태양광 사업자의 주장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에너지 업계에서 홀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모습이 태양광 산업 전체의 이기심으로 보일 것을 염려한다.태양광 산업은 SMP와 함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통한 정부 지원에 의존해 성장해온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다.현재 재생에너지 업계 여론을 주도하는 협·단체들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주장이 국민과 에너지 업계 종사자는 물론 같은 재생에너지 업계 종사자의 시각과도 동떨어진 것은 아닌지 말이다.wonhee4544@ekn.kr

[EE칼럼] 분산에너지 활성화, 제대로 성과 내려면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넘어오는 전기가 송전선 건설 지연으로 못 오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수요집중과 원거리에 위치한 발전설비 건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해안에 석탄발전소가 몰리고 원전이 확대되어 765kV를 건설해야 하면서 홍역을 치른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다.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가.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분산화를 활성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전력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되는데 발전설비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분산화가 안 되는 것이다.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고 기업이 몰리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제조업이 이 복잡한 곳에 몰리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그 이면에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전기요금이 있다. 배달비를 더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전기요금을 무는 것 자체가 특혜다. 수도권에 전력수요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다.전력수요가 몰리면 수도권에 발전소를 많이 지으면 될 일 아닌가. 그런데 수도권에 누가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를 감히 지을 수 있겠는가. 멀리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에서도 힘든데 말이다. 그나마 수도권에 건설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었던 발전설비는 가스발전소다. 그런데 가스발전소는 아직도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 첫째, 발전설비에 대한 장기계획을 세우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때문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그 전신이 장기전력수급계획인데 전기사업법에 1989년에 들어왔다. 사실은 원전건설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든 계획이다. 석탄발전소도 이 계획의 덕을 많이 봤다. 서해안에 영흥, 당진, 태안, 보령의 석탄발전단지도 그렇게 지을 수 있었다. 계획에 반영된 발전설비는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기가 10년 이상인 원전이나 7-8년인 석탄발전소는 착착 건설되지만 공기가 짧은 가스발전소는 착공시점의 전력수급을 계산해서 미뤄진다. 원전이나 석탄을 수도권에 지을 수는 없으므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건설했다. 새로운 입지 구하는 것이 어려워 6기에서 10기의 발전소가 한 부지에 들어섰고 대단위 발전단지에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려니 송전선 용량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둘째, 연료가격이다. 가스발전소의 연료인 발전용 LNG는 가정용 도시가스를 교차보조하는 바람에 값이 비싸졌다. 그렇지 않아도 LNG로 들여와서 비싼데 값이 더 올라갔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도시가스는 LNG로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발전용 천연가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이처럼 가격에서 불이익을 보는 바람에 수도권에 가스발전소를 건설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규제다. 지역난방은 전세계에서 가장 주택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도권의 에너지 절약형 난방방식이다. 수도권은 아파트,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으로 정의되는 공동주택의 비율이 90%에 달한다. 집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공동주택에서 집단에너지는 높은 에너지 효율을 보이고 난방비를 절감시키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가장 큰 집단에너지 사업자인 한난의 열요금이 정부의 가격규제로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열요금도 한난 열요금의 110%를 상한으로 규제되고 있다. 수도권에 열병합발전소가 생각만큼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열병합발전소에 공급되는 LNG 가격은 발전용 LNG 가격보다도 비싸다.정부는 지난해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통해 분산화를 위한 새로운 지원제도를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이를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분산화가 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꾸 덫 칠하는 모양새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지역차등 전기요금을 도입하고, 발전설비 계획 방법도 바꾸며, 발전용 LNG 가격과 열병합발전소용 LNG 가격을 낮추면서 열요금도 정상화해야 한다. 부차적인 방법을 아무리 많이 추가해도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분산화는 쉽지 않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누가 기업의 입을 막았을까.

"정부 정책이나 지원에 대한 요청요? 대답하기 좀.. 이건 좀 빼주시면 안될까요.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해를 거듭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 관계자들은 곤란한 질문 또는 내용에 이렇게 답한다.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준(?)의 질문인데도 답변하기 난처해 한다. 이유도 한결같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불평으로 비쳐지면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도 이 같은 그림이 펼쳐졌다. ‘정부가 관련 산업에 대해 지원해줬으면 하는 사항, 혹은 요청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기업은 물론, 학계 전문가들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사회자가 답변을 이끌어 내고자 재차 질문해도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누가 이들의 입을 막았을까. 정부 눈치보기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작은 정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국가는 국가와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정부만 할 수 있는 그 일만 딱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정부론에 따라 민간 기업에 자율을 주겠다고 했다. 윤 정부의 공약에 재계는 출범 직후부터 통 큰 투자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은 향후 5년간 국내외서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큰 정부’를 고수하던 문재인 정권 5년간 투자액(330조원)보다 120조원 늘어난 규모다. 삼성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두산 등 굴지 재계들도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의 목소리는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으면서도 권리와 요구를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약속한 정부인데도 몸을 사리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가 발전했고 민간부문이 정부를 우월하게 앞 선지 한참 됐다. 그런데도 우리가 가진 행정 경제제도는 과거의 정부주도의 기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우리 경제에 대해 정확하게 짚었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술 개발을 일궈내는 주역들은 현장에서 뛰는 실무진이다. 이들이 탁상행정에 막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산업의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에선 공약대로 진정한 의미의 ‘작은 정부’를 펼치고 싶다면 기업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미래 모빌리티와 개인정보보호

현재의 자동차는 이전과 달리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각 분야에서 경착륙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동차에서 다양한 이동 수단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미래의 모빌리티로의 변화다. 최근 현대차도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동차로 변모하여 실시간 업데이트 등을 기준으로 리콜 등 모든 소프트웨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래 모빌리티는 기계 플랫폼을 기준으로 전기전자 플랫폼을 입히고 그 위에 알고리즘으로 무장하면서 이른바 ‘모빌리티 파운드리’로 가겠다는 것이다. ‘파운드리’가 반도체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바와 같이 ‘모빌리티 파운드리’는 전기차 같은 기반 자동차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주관 회사의 로고와 알고리즘으로 다양한 이동수단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앞으로 출시될 ‘애플카’의 경우가 이러한 ‘모빌리티 파운드리’의 시작점이라 판단된다. 테슬라가 이러한 변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이미 OTA라고 하여 자동차의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를 수시로 진행하면서 리콜은 물론 다양한 빅 데이터를 다시 무선 업데이트하면서 더욱 똑똑한 차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자동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존 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로 진보하면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차별화와 특화 요소가 생존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즉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주도하면서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어두운 부분도 등장하고 있다. 바로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사각지대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테슬라가 국내 정기검사를 위하여 제출해야 하는 자동차 기본 정보인 OBD 정보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서 교통안전공단에서 겉핥기 식의 검사만 진행하고 있는 부분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물론 5만대 미만 수입은 한미FTA를 이유로 제외할 수 있으나 그 만큼 자동차 자체의 정보를 회사만이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우려사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불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미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든 테슬라 차량의 각종 정보를 인공위성으로 보내고 다시 미국 본사에 보내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이 희석되고 있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어떠한 보안 하에 미국 본사에서 관리하고 있는지 개인정보는 어떠한 수준까지 관리하고 있는 지 어느 누구도 모른다. 이미 중국은 관공서에 테슬라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고 공무원들이 테슬라 차량을 운행하지 말 것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국방부에서도 관용 차량으로 테슬라를 제외한 상황이다. 수년전 발생한 서울 한남동 테슬라 모델X의 화재 사고로 탑승자가 사망하자, 이미 소실된 자동차 사고기록 장치를 대신하여 테슬라 본사에서 관련 정보를 경찰에 제공하여 발표한 사례도 있다. 테슬라 정보를 해당 회사에서 제공받아서 사건의 개요부터 전체를 결정지은 사례는 신뢰성 측면 및 객관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결격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관련 사고를 발표하면서 어느 누구도 이 사고에 대한 문제점을 어느 언론도 제시하지 못한 부분은 상당한 한계점이 된다. 주는 정보만을 받고 아무 문제점 제시도 하지 않는 무분별한 판단은 더욱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이 속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부분은 아예 도외시됐다. 테슬라가 어떠한 정보를 글로벌 시장에서 받고 처리하는지 어느 누구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면서 각 운행 차량이 입수하는 정보가 어떠한지 파악조차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차량 전체의 70% 이상 영상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고 전국적으로 CCTV도 이면골목까지 설치되어 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범죄 예방은 의미가 크나, 개인의 정보 보호는 한계가 큰 상황인 것이다.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의 개인정보 보호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이러한 사례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모든 국가가 어려움을 직면한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는 선제적 조치로 코로나 전파경로를 파악하여 관련자를 별도 격리하는 등 선제적 조치로 눈길을 끌었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반대로 개인 정보 보호라는 측면은 한계가 커서 향후 고민이 되는 사항이다. 독일 등 상당수의 유럽은 우리와 같이 영상 블랙박스 장착이 불법일 정도로 개인정보를 중시하고 있다. 물론 예전 우리와 같이 피해자, 가해자 구별이 안 되어 현수막 등으로 가해자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와 같은 영상 블랙박스는 개인정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로 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모빌리티는 이 정도가 아니라 더욱 심각한 정보를 입수하는 만큼 합법적인 수순과 개인정보는 엄격히 구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선진국 대비 분명히 낮은 개인정보 기준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와 같이 빅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제시되어 확인된 정보만을 합법적으로 모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보안 장치의 경우도 당연히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특히 미래 모빌리티에서 거둬 들이는 무분별한 정보는 더욱 위협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개인 정보 보호의 기준과 대상, 방법 등 모든 처리 절차가 신속하게 정확하고 이루어져야 한다. 그 대상에 우선적으로 자동차에의 접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EE칼럼] 천연가스값 하락, 에너지위기 완화로 착각 말아야

최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가득 찬 데다 온화한 날씨까지 예상되자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국내외 기사들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유럽의 LNG 인프라 부족이 보여주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올 4월 영국에서 LNG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보다 하락했던 이유는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이 구매한 LNG를 전송해 줄 터미널이 부족해 LNG 저장시설과 유럽의 파이프라인 인터커넥터가 있는 영국이 수송로 역할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이 최대용량으로 가동되었으나 그보다 더 많은 LNG가 영국으로 들어왔고 당시 온화한 날씨로 유럽의 가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해 남아도는 천연가스를 전력생산으로 돌리면서 영국은 잠시나마 유럽의 대형 전력 수출국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러나 영국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는 영국 에너지비용 결정방식이 몇 달 또는 몇 년 전 선물로 결정되기 때문인데 에너지 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3~4배가 더 높았으며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온화한 기후 역시 에너지 위기를 부추겼다. 지난해 겨울 따뜻한 날씨로 눈이 내리지 않았고 적설량 부족과 올여름 가뭄이 만나 라인강의 수위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냉각수가 필요한 원전은 물론 라인강으로 운반해야 할 석탄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전력공급은 줄어들었고 저렴한 내륙운송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유럽경제 침체에도 영향을 미쳤다.유럽의 LNG 재고가 충분하다지만 유럽의 여러 기업은 급등한 에너지요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공장을 멈추고 있다. 지난 9월 세계 최대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은 가스와 전기요금이 10배가 올라 공장 2곳을 폐쇄하고 1곳을 가동 중단했다. 최근 BASF는 치솟는 에너지비용으로 유럽지역 생산을 영구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의 아연제련소들은 생산량 감축과 가동중단을 단행했고 천연가스로 만드는 비료는 생산능력의 70%가 멈춰섰다. 인플레이션으로 수요파괴가 예상 된다지만 에너지비용 급등으로 현장의 공급능력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핵심산업의 가동중단은 고스란히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유럽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더욱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올 겨울을 무사히 보낸다 하더라도 유럽은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 유럽은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보다 몇 배는 더 비싼 LNG로의 경제전환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인가. 아직 본격적인 에너지 위기가 벌어지기도 전임에도 유럽 각국의 시민들은 급등한 에너지요금을 내는 대신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이며 청구서를 불태우고 있다. 값비싼 천연가스 대신 장작은 물론 쓰레기와 말똥까지 태우고 있다. 헝가리는 EU 단일대오에서 이탈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받으면서도 벌목규제를 완화했고 장작 수출을 금지했다.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친러 극우세력이 집권하며 에너지 위기가 비료와 식량난, 경제위기를 거쳐 민주주의의 위기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만 커졌을 뿐 유럽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위기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저렴한 기존 에너지원이 충분히 공급되어 모든 것의 가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시작된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서 정책당국은 지금까지 공급을 늘리지도 가격을 내리지도 못했다. 유난히 수요 절감에 집착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럽에 한파가 몰아치는 순간 그들이 설정한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천연가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중국의 봉쇄가 끝나는 순간 LNG 수급은 다시 어려워질 것이다. 독일과 영국 국민은 한파에 대비해 전기담요를 구매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들은 올겨울 전력 수요 절감을 바라는 정책당국의 희망과 반대되는 양상이다.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8월 피크에 비해 65%가 하락했지만 MWh당 115유로의 가격은 석유로 환산하면 180달러에 달하며 10년 평균 천연가스 가격의 5배가 넘는다. 디젤 가격은 재고 부족과 함께 다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일본은 톤당 70달러면 비싸다는 석탄을 최근 395달러에 도입했다. 현재 화석연료는 선진국들도 감당하기 힘든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러시아는 관광홍보와 가즈프롬 소개 영상에서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 이란 메시지와 함께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얼어붙는 영상으로 유럽을 조롱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당국의 판단은 러시아의 조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으며 현재진행형이다.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기자의 눈] 증권사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

최근 증권가에서는 ‘구조조정설(說)’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소문에 휩싸인 증권사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면서 법적대응을 언급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이기에 이변이 없는 한 인력 감축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한 상황이다.증권사 내부에서도 채권운용 부문서 인력이 이탈한지 오래다. 금리 급등으로 평가손실을 크게 입은 탓이다. 리서치센터 등 증권사 영업을 백업하는 부서도 좌불안석이다.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PF 비중이 컸던 증권사들의 계약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재계약이 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설’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증권사 구조조정과 닮아있다. 2013년 말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241명에서 2014년 말 3만6615명으로 9%가량 줄었다. 당시에도 기준금리 인상, 증시 거래대금 축소가 주된 이유였다. 2013년과 다르게 증권사 수익 비중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줄고 투자은행(IB)부문이 늘어났지만, 부동산 PF 부문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아직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에 증권사 내부는 뒤숭숭한 상태다. 인건비를 줄여 수익성 악화를 최대한 막자는 목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이해된다. 증권사들은 최근 몇 년 새 역대급 실적을 자랑하며, 인력 채용에 힘을 써왔다. 업황이 좋으니, 우수 인력도 이동이 많아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번 사태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증권가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구조조정이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지, 우수 인력 유출로 인한 ‘손해’가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할 때다.

[이슈&인사이트] 20차 당대회이후 중국 행로와 한국

중국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20차 공산당대회가 있었다. 당초 예상대로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을 확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모두 시진핑과 그의 지지자로 채워졌다.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7인의 집단지도체제라고 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시진핑의 1인 지배체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당대회는 ‘중국식 현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인민의 공동부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 등의 현대화를 실현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과연 중국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더 나아가 미중 관계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20차 당대회에서는 중국 경제정책에서 분배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차 당대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동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서부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였으나 20차 당대회에서는 지역간 격차보다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은 정부가 기업에 더 깊이 개입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9차 당대회에서 혼합소유제 실현을 위해 국유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정책을 제시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민영기업의 지분을 국가가 인수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그동안 중국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동시에 빈부격차를 확대한 주범에 해당하는 부동산시장과 ICT(전자상거래, 게임산업, 전자금융 등) 관련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다. 결국 20차 당대회는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사상적, 이념적,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 공산당은 분배를 위해 성장을 포기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공동부유에서 ‘공동’이라는 표현 이외에 ‘부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가난한 사회주의가 아닌 부유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 소위 ‘국내와 국제 쌍순환’을 강화할 것을 밝히고 있다. 즉 국내대순환으로 내수확대와 공급측 개혁(공급과잉 해소)를 강화하고 국제대순환으로 대외개방을 심화할 것을 밝히고 있다. 국내대순환과 관련하여 내수확대를 위해서는 부동산 중심의 투자수요보다는 소비수요를 확대하고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의 구조 조정을 지속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신에너지 자동차 등 녹색발전을 강화하고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전망이다. 또한 대외개방 부문으로는 금융 등 서비스업 이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 분야의 개방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중국의 분배정책 강화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늦출 경우, 미·중 간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20차 당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천명함에 따라 미·중 군사적 갈등은 더 첨예화할 전망이며,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굴기(부상)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반도체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일본·타이완 등과 협력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정책 이외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장비 및 반도체 칩의 수출 제한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단기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데 기여하지만, 오히려 범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한편, 미래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로 재편되어 감에 따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로컬 자동차회사들이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개도국 시장과 유럽 시장까지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은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통해 미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겠지만 제3국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회사에게 범용 전기차 시장을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신 지도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려하기보다는 중국의 새로운 경제발전 방향에 맞추어 대중국 경제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목 중 원자재, 부품 등 중간재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대중국 수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향후 중국에 수출할 새로운 첨단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스타트업(창업)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수정하여, 향후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지원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기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전략도 요구된다. 국내 기업들은 가성비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던 방식을 버리고 차별화된 제품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한류에 힘입어 성장한 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한중 관계의 악화 여부에 관계없이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구기보 숭실대 교수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 전력거래가격 상한제 흔들림없이 시행해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위기도 장기화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겠다’며 큰 소리 치던 서유럽 국가들은 에너지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말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발트해 아래에서 폭파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제는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가격이 단기간에 낮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영국의 전기·가스위원회는 내년 에너지 요금이 올해의 3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독일에서는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와 겨울철 난방연료로 장작과 석탄 사재기가 시작된 지 오래다. "값싸고 오래 타는 석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건강에 좋진 않겠지만 추운 것보다는 낫다." 독일 시민의 인터뷰 내용이다.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도 밀려 왔다. 도시가스 가격은 올 들어 38.5%가 올랐고, 전기요금은 10월 인상분을 포함하면 거의 23%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한전의 예상적자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예상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가구 당 월 8만원 정도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게 한전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1~8월 정산단가(구입가격) 143.6원에 한전비용(송배전 및 판매비용 대략 20원/kWh 추정)을 합한 단가가 164원 수준인데 판매단가는 116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kWh 팔면 50원 정도 손해 보는 장사다. 그러고도 시장한계가격(SMP)은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일반회사라면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전기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은 망해서도 안되고, 망할 수도 없는 기업이다. 일부라도 적자를 덜어내자는 것이 SMP 상한제다. 세계 각국은 이미 SMP 상한제와 유사한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9월 30일 에너지이사회 긴급회의를 열고 12월부터 화석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 EU 법안 초안에 따르면 가스 외에 태양광·풍력·원자력·석탄을 활용하는 발전사들이 벌어들이는 초과이익의 일부가 횡재세로 회수된다. 물론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 조치로 마련되는 1400억 유로(약 197조원)는 소비자 부담 완화에 활용된다. 발전사 수익은 MWh 당 180유로(kWh 당 250원) 이하로 제한된다. 미국도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엑손모빌은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횡재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제도’와 ‘고정가격계약의 전력거래가격 정산방식 개선’을 발표하고 SMP 상한제의 12월 시행을 예고했다. ‘전기사업법 제4조(전기사용자의 보호)와 전기사업법 제33조(전력거래의 가격 및 정산) 2항의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전력거래가격의 상한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가 법적 근거다. SMP 상한은 약 160원으로 하고 발전사업자 연료비가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 실제 연료비는 별도로 보상하겠다는 것과,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신재생의 경우 SMP가 고정가격보다 높을 때 고정가격을 상한으로 하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정부는 "시장충격을 완화하고 전기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적근거와 명분이 확실한데도 정부는 즉각적인 시행을 망설이고 있다. 탈원전 때와 비교되는 장면이다. 물론 업계는 반발한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다", "손실이 날 때는 정부가 도와주지도 않다가 큰 수익이 날 때 세금만 걷어가겠다는 건가"라는 주장이 주류다. 일부 전문가들도 여기에 동조한다. 툭하면 목소리를 높이는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SMP 상한제에 꿀 먹은 벙어리다. SMP 상한제에 침묵하는 것은 동의한다는 뜻인가. 그보다는 이쪽(민자발전·태양광사업자) 저쪽(산업부·소비자)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하는 것 같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내거나 또는 부도가 난다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은 특별하다. 미국의 횡재세 부과는 1차,2차 세계대전과 올해까지 세 차례나 된다. 정부의 SMP 상한제는 필요한 조치다. 소비자 보호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독자들은 어느 편에 설 것인지 묻고 싶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기자의 눈] 유통상인도, 시민도 잘 모르는 ‘코세페’

"슈퍼위캔이 무슨 행사인가요? 처음 듣는데요…."‘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행사가 열리고 있는 지난 주말 서울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만난 쇼핑객의 말이었다.코로나 19 일상회복에 따른 보복수요 증가와 올들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이 혼재한 가운데 유통업계는 올해 ‘코세페 효과’를 크게 기대했었다. 그러나 10.29 참사(이태원 참사) 발생으로 코세페 개막식이 취소됐고, 애도 분위기로 정부나 유통업계 모두 행사 홍보와 마케팅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그나마 애도기간이 겹친 지난 4∼6일 대형마트들은 가공식품·생필품 등 주력품목을 초특가 할인판매하는 ‘슈퍼위캔’ 행사를 차분하게 진행했지만, 일반시민은 물론 행사참여 주체인 기업 관계자 상당수도 슈퍼위캔 행사를 모르고 있었다. 애도 기간임을 감안하더라도 코세페 인지도와 존재감이 턱없이 낮았다.코세페는 정부가 지난 2016년부터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모토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국가대표 쇼핑’ 행사이다. 올해로 벌써 7회째다.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코세페 인식은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행사 유통점에 만난 시민들은 여전히 "코세페가 뭐냐"며 되물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행사를 거듭함에도 코세페 존재감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로 해외와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쇼핑 혜택을 꼽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기업이 재고상품 장기간보유의 손실을 털어내기 위한 ‘떨이 판매’로 적극 활용하는 만큼 할인 폭이 연중 최대이고, 소비자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다.코세페에 참여하는 기업에도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만큼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자체 쇼핑행사에 집중한다. 당연히 소비자의 코세페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올해로 7주년을 맞은 코리아세일페스타는 10.29 참사 애도와 맞물려 ‘내수 진작’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아쉬움이 남지만, 코세페의 인지도를 높여 내년에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상생의 코세페’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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