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ESG 중요성이 부각되며 환경친화적 기업과 관련 제품에 관한 표방이 늘어나면서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이 증가하며 그린워싱 대상이 늘어난 배경도 있고,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의 경우 소비자 보호 규정이 정한 허위·과장 정보 기준과는 별도로 친환경을 주장할 때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물론이고 객관적이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2021년에 발표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는 이 달에만 3개 석유회사를 대상으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을 담은 친환경 광고가 회사 전체의 사업계획 중 일부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회사 전체가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 3월에도 항공사의 미래 보호 및 친환경 항공 광고가 비행이 전반적으로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경고 조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은행의 기후변화대응 투자 광고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그린워싱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그린워싱 지적 건수는 4940건이다. 주목할 점은 지적 건수가 2022년 4558건으로 2021년 272건에 비해 16.7배나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인데 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 중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 2016년 이후로 개정되지 않았던 심사지침을 환경부 고시와 해외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등 국내외 입법례를 반영하고, 최근에 사용되는 표시·광고 용어 등으로 대체하는 등 현행화를 이뤘다. 또 환경관련 표시·광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그린워싱의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정에 따라 그린워싱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부당성 심사의 일반원칙에 명확성, 구체성, 완전성이 보강됐고 전과정성의 원칙도 명확히 했다. 예컨대 동종의 다른 제품에 비해 유통, 폐기 단계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함에도 제품 생산 단계에서 탄소배출이 감소된 사실만 광고한 경우,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 등 대표적으로 금지되는 환경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예시를 신설해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상품의 생애주기를 원재료나 자원의 구성, 생산 및 사용, 폐기 및 재활용 등 3단계로 구분해 구체화했다. 한편으로 사업자 자신에 관한 표시·광고 기준도 포함됐는 데, 환경 목표나 계획을 표시·광고시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 자원 등의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와 기한 등도 밝히도록 했다.
기업은 이번 개정안 내용을 사전에 숙지하고 향후 시행되는 경우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기업이 하고 있는 표시·광고에서 개정안이 예시로 들고 있는 위반행위 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향후 그린워싱에 대한 법 집행 동향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이 실증할 수 있는 것인지, 입증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오인할 우려는 없는지, 제품의 전과정에서 볼 때 과장은 없는지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그린워싱은 기업의 평판리스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ESG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외 규정이 구체화·명확화되는 방향을 고려할 때 이러한 평판리스크는 규정 위반 위험이 더해지면서 차원이 다른 리스크로 변할 수 있다. 그린워싱 방지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