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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칼럼] 뉴 노멀이 된 일하는 노인

올해 장마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가슴 아픈 소식도 들려온다. 극한호우란 말도 처음 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가 넘으면 극한호우다. 기상 전문가들은 비가 순식간에 왕창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뉴 노멀, 곧 새로운 일상이 될 걸로 예측한다. 그 뒤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적대다간 언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워킹 시니어, 곧 일하는 노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64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34만3000명이 늘어난 숫자다. 지난해 말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선을 넘어섰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일하는 사람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60세 이상 고령자란 뜻이다. 나이별 비중을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대, 30대 취업자 수를 훌쩍 넘어섰다. 머잖아 40대, 50대도 추월할 기세다. 이유는 말 안 해도 다 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대거 은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 베이비부머들은 말 그대로 ‘신인류’다. 수백 만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마다 나라 전체가 들썩거린다. 가수 임영웅, 김호중을 향한 트로트 열풍을 베이비붐 세대의 열정이 빚은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기적 같은 산업화를 일군 주역이다. 은퇴했다고 집에 눌러 앉을 사람들이 아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 소득을 올린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당연하다. 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고령층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 한 몫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은 ‘고령층 고용율 상승요인 분석’이란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60세 이상 고령자 취업이 증가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녀의 사적이전 감소를 꼽았다. 사적(私的) 이전은 국민연금 등 공적(公的) 이전과 대비된다. 요컨대 자녀들이 부모에게 주는 용돈 등 지원금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이 자녀로부터 받는 지원은 2008년 연간 250만원에서 2020년 200만원으로 줄었다. 지원을 받는 비율도 2010년대 초중반 약 80%에서 2020년 65%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녀로부터 지원이 줄면 스스로 직접 돈을 벌어 쓸 수밖에 없다. 얼마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깨달음을 얻었다. 필자가 "죽을 때까지 자식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인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핀잔을 주었다. 요즘엔 부모 부양이라는 부담을 느끼는 젊은이가 없으니 괜한 걱정 말라는 것이다. 하긴 요새 젊은층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재원을 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 최대 수혜자는 다름아닌 부모다. 젊은이들은 이미 효도를 할 만큼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예전의 사적 이전이 공적 이전으로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노인 건강 측면에서도 일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노인 정신과 의사인 와다 히데키는 "언제까지나 현역 직업인으로 생활한다는 자세가 노화를 늦추고 긴 만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비결"이라고 말한다(‘70세가 노화의 갈림길’). 철학자 김형석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이 건강의 비결이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편"이라고 회고한다(‘백년을 살아보니’). 극한호우는 뉴 노멀이다. 마찬가지로 저출생·고령화가 부른 일하는 노인 역시 뉴 노멀이다. 선제대응이 상책이다. 고용노동부는 연초 업무보고에서 계속고용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도입한 계속고용제는 정년을 맞은 직원을 퇴직시키지 않거나 퇴직 후 재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정년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 평균 나이는 46.8세다. 오는 2035년엔 평균 나이가 50세에 이를 전망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고령층으로 보충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부가 계속고용제 도입에 좀더 속도를 내기 바란다. 이런 게 진짜 노동개혁이다. 다만 계속고용제는 부분적으로 청년 일자리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 2013년 국회는 정년을 60세로 높였다. 이때 임금피크제 의무화 장치를 두지 않는 바람에 청년들이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 고령층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가 크게 겹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고용제를 추진하되 먼저 청년층의 이해를 구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한다.곽인찬 경제칼럼니스트

[기자의 눈]한국 첫 갤럭시 언팩, 자신감이 성과로 나타나길

삼성전자가 올해 27회차를 맞는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 ‘갤럭시 언팩’을 처음으로 국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이번 ‘갤럭시 언팩’은 지난해보다 2주 가량 빨라졌다. 반도체 부진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폴더블폰 경쟁이 치열해진 분위기 속, 갤럭시Z5 시리즈 출시 일정을 앞당겨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세계 1위를 차지했으나 애플의 아이폰15 등판 시기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강자는 애플이다.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75%)과 삼성전자(16%)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두 기업 격차가 크다. 아이폰은 젊은층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국내외에서 점유율 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미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사상 최대 수준까지 올라간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다.이 같은 1020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20세대가 소유한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아이폰(52%)으로 나타났다. 갤럭시의 비중은 44%로 뒤를 이었다.다만 국내 전체 스마트폰 중 폴더블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은 2022년 기준 13.6%(수량기준)로 전세계에서 폴더블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공개된 갤럭시Z4 시리즈는 국내에서 사전 판매량만 97만대를 기록하며 폴더블폰 최고 성적을 갱신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갤럭시 언팩’ 서울 개최에 대해 "한국은 의미 있고, 할만한 시장"이라고 답한 바 있다.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폰 신제품에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을 담아 사용성과 외형적 아름다움을 모두 이뤄냈다고 자신했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의 사용자 중심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본질을 추구하고, 혁신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이라는 3가지 방향성을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5년까지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 과반을 폴더블폰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언팩 서울’을 위해 전 세계 주요 매체 기자 500여명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폴더블폰 종주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자신감이 비쳐지는 대목이다.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년대비 50% 증가한 2200만대로 관측된다. ‘갤럭시 언팩 서울’을 통해 삼성전자의 자신감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gore@ekn.kr여이레 산업부 기자

[EE칼럼]명분 없는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폐지해야

우리나라의 여름은 고온다습하다. 근래 들어서는 폭염이 더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 올해도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6월부터 때 이른 더위와 폭염이 닥치며 냉방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사무실이나 가게는 에어컨을 가동한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의 에어컨 사용은 아직도 적지 않는 부담이다. 폭염에 견디기 어려울 때는 도리가 없지만 가능하면 에어컨 가동을 줄이고 선풍기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전기요금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 상당히 낮지만 주택용은 아직도 누진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300kWh 정도다. 이 중 2인 이상 가구의 월 전기사용량은 250∼500kWh로 전기요금이 대략 월 4만∼5만원이 든다. 에어컨을 1대를 매일 4시간 정도 가동할 경우 전기사용량이 두배 가까이 늘어나고 여러 대를 가동하면 더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여름철에는 가구당 전기사용량이 500kWh에서 많게는 1200kWh 까지 늘게 된다. 월 400kWh를 사용하는 일반가구에서 에어컨 2대를 매일 사용하면 전기요금은 22만원으로 늘어난다. 전기 사용량은 2배가 조금 넘게 느는 데 비해 요금은 4배로 늘어나는 불합리한 구조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는 과거보다는 단계가 많이 축소됐지만 아직도 사용량이 많아질 수록 구간별로 kWh당 120원, 215원, 307원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전력사용량이나 피크수요 기여도가 훨씬 높은 업무용이나 산업용은 계시별 또는 단일요금이다. 아무리 많이 써도 사용량에 따른 단가는 동일하다. 여름철에 빌딩이나 상가에서의 과도한 냉방기 가동도 이런 요금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주택용에만 지금까지도 누진제를 적용해야하는 당위성이나 효과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누진제로 인해 주택용 전력소비는 줄어들겠지만 이 보다는 국민들의 불편과 불합리한 비용부담으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크다. 재화나 서비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받는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고 반대면 내려갈 것이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냉난방 수요가 높아지는 여름철이나 겨울철에는 연료비가 높고 효율이 낮은 비싼 발전소까지 가동해야 하므로 한계비용, 즉 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수요가 많은 피크시간대에 요금을 높이고 반대일 때 요금을 낮추는 것은 이런 수급여건에 부합한다. 우리나라의 전기 수요패턴은 여름철에는 평일 오후부터 일몰전후까지, 겨울철에는 저녁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돼 공급비용이 높다. 따라서 이 시간대를 제외하면 수요가 높지 않고 공급비용도 낮아지게 된다. 최근 여름철 전력수요는 평일 주간시간대 8400만 kW를 넘나들고 있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평일에 비해 전력수요가 1000만 kW 이상 줄어든다. 최근 태양광 설비의 영향으로 피크 발생시간이 다소 불규칙하지만 대체로 저녁 8시 이후에는 전력수요가 줄기 시작한다. 주택용 냉방수요는 대체로 가족이 모이는 평일 저녁시간대와 공휴일에 많다. 이 시간대는 전력설비에 여유가 있어 공급비용이 낮은 시간대에 해당한다. 주택용 냉방수요가 늘더라도 전력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택용 요금구조는 전력설비가 남아돌 때는 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족할 때 사용하게 하는 꼴이다, 수급여건과 비용에 부합되는 요금체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된다면 에어컨 사용에 따른 주택용 전기사용 행태나 요금 부담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주택용에도 실시간요금제나 계시별 요금제가 적용되면 여름철에 ‘요금폭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업무용과 산업용에는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10여년 전 부터는 주택용에도 시간대별 계량이 가능한 AMI 미터기가 보급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전력수급과 공급비용을 반영한 합리적인 요금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주택용 요금체계의 개선에 따른 효과는 크다. 첫째, 합리적인 전력소비가 이뤄진다. 구호만으로 소비억제를 외치기보다는 전력수급 여건이 투영된 요금신호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설비가 빠듯해 공급비용이 높을 때는 수요를 억제하고, 설비여유가 많은 시간대로 소비를 유도하는 요금정책이 필요하다. 둘째는 국민의 불편이 줄고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편익이 높아진다. 주택용 수요는 다소 늘어나겠지만 전력수급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셋째는 소비자 요금의 형평성 문제 해소다. 전력설비가 부족할 때 공장가동을 위해 일반가정의 에너지 절감을 강요하던 시대는 이미 옛날 얘기다. 불합리하고 경제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소비자간 차별적인 요금구조를 더 이상 지속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진화하는 전력에너지시스템에 맞춰간다. 에너지 절약도 무원칙한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이나 시간대별 요금으로 합리적인 소비반응을 유도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주택용 전력사용을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에너지절감도, 전력수급 정상화도 달성하기 어렵다. 분산에너지, 에너지프로슈머, 섹터커플링 등 전력산업의 변화와 사회경제적 발전에 부합하는 전력시스템 운영과 함께 요금구조를 손질해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학습의 조건

이번 여름에 필자는 국외출장 중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는데 어려움을 여러 차례 겪었다. 시애틀공항에서는 체크인과 보안검색 대기줄이 길어서 항공기를 놓친 여행객을 여럿 봤고 필자도 그 중 하나였다. 미국출장을 마치고 간 에콰도르에서는 출장단 중 2명이나 짐과 사람이 따로 도착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귀국 길에는 출발지연으로 환승을 하는 미국 공항에서 8시간이나 대기하기도 했다. 계속 이어지는 사고, 심각한 지연 등을 목격하거나 겪으면서 미국의 공항시스템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COVID 19 팬데믹 이후에 폭증한 여행객들을 공항이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카운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일 처리가 무척이나 더딘 모습을 보면서 공항의 하드웨어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한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작업 능률이 예전 같지 못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주창한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지 않더라도 반복이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복은 일처리 지각단위,이른바 ‘스키마의 청크(chunk)’ 단위를 크게 만들고, 이는 일처리 속도를 빠르게 한다. 다시 말해, 특정 자극에 반복된 노출은 한 번에 처리하는 정보의 양을 늘리고, 이는 정보처리 속도를 끌어올린다. 상황에 익숙하게 하는 반복 훈련이야말로 평소의 일처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경우에도 적응처리를 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한다. 신입사원이 처음에는 일 처리가 미숙해서 실수도 자주 하고 느리더라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능숙하게 처리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본다. 공부도 반복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예습과 복습이 공부 잘하는 비결이라고 귀에 따갑게 들어왔다. COVID 19로 촉발된 온라인 학습 환경 아래서 학습효과를 늘리기 위해 온라인 예습과 오프라인 심화학습을 결합한 플립러닝이 크게 전파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든 분야에서 실제로 작업이나 지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심지어 잊혀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깝게는 고려시대의 청자제작 기법의 맥이 끊기며 여러 장인들이 새로 그 기법을 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고대인들이 현대 기술로도 만들기 힘든 유물과 유적들을 남긴 것을 보면서 미스테리로 여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고대의 지식이 제대로 전수 됐다면 인류의 기술과 지식은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많은 분야에서 지식은 왜 후대에 제대로 전수되지 않는 걸까. 기록을 자세히 남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정보와 지식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대개 정보를 지식으로 잘못 이해하면서 오해가 발생한다. 정보는 의미가 있는 단편적인 자료이며, 지식은 이런 정보를 체계화해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한마디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한다’는 우리 속담에서 구슬은 정보이고, 꿰는 것은 지식이다. 지식은 크게 사전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지식을 기술할 때 대부분 사전적 지식으로 기록을 남기기에 실제로 적용을 하려면 절차를 몰라서 아예 어떻게 시작할지를 모르거나 숱한 시행착오를 하기 때문에 자세한 기록만으로는 실행하는데 부족하다. 더군다나 절차적 지식이 자세히 기록돼 있더라도, 문자로 남기거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식전수는 더욱 어렵게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암묵적 지식이 중요한 사업에는 도제제도가 성행했다. 그러나 도제제도는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현대의 대량생산 체제로 오면서 많은 산업에서 계량화, 표준화를 통해 지식전수의 대량화를 추진했고 사전적 지식, 절차적 지식을 자세히 담아 이른바 매뉴얼화, 시나리오화를 확립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암묵적 지식 또는 내재적 지식을 외재적으로 표출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너무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항공분야에서는 고가의 시뮬레이션 비행 연습장치로 조종사들을 훈련시킨다. 항공분야 외에도 모든 분야에서 학습한 사전적 및 절차적 지식을 직접 체험을 하면서 암묵적 지식을 내재화하고 이 토대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강조되는 창의성도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피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복훈련과 더불어 체험학습을 통해 탄탄한 기초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삐걱대는 우주항공청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우주항공청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초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으로 차관급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법안을 심의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회의 자체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KBS 시청료 분리 징수,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등을 놓고 여야 간 대화가 꽉 막혔기 때문이다. 과방위가 열려도 우주항공청이 정부 뜻대로 설립될지는 의문이다.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우주전략본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따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국회를 장악한 거야의 벽은 높기만 하다. 우주항공청은 과연 날개를 펼 수 있을까?◇우주에 공들이는 윤 대통령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우주정책 컨트롤타워로 항공우주청 설립을 약속했다. 인수위가 정리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아예 경상남도 사천에 항공우주청 신설을 추진한다고 못박았다. 사천엔 국가대표급 항공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가 있다.작년 11월 윤 대통령은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5년 안에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발사체의 엔진을 개발하고, 10년 후인 2032년에는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4월 초 정부는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약에선 항공우주청이라고 했으나 우주항공청으로 이름만 살짝 바꾸었다. 법안은 과기정통부 아래 외청인 우주항공청을 두기로 했다. 법안은 파격적이다. 외국인 또는 복수국적자를 임용할 수 있는 분야를 넓히고, 임기제 공무원의 보수 기준을 예산 범위에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해도 해당 주식을 팔거나 신탁하지 않아도 되도록 공직자윤리법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이달 중순 윤 대통령은 우주항공청을 언급하며 "일을 잘하면 대통령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게 무슨 대수냐. 기업에서는 훨씬 더 준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에 국내외 최고 전문가를 초빙하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4월 하순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우주에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안내로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했다. 이때 과기정통부는 NASA와 ‘우주탐사 및 우주과학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5월 초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가 곧 설립할 예정인 우주항공청(KASA)이 미국 NASA와 공동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이에 따라 첨단 과학기술 인력의 교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5일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3차 발사에서 자체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우리가 우주산업 분야에서 그야말로 G7에 들어갔다는 신호"라고 기뻐했다.◇장벽은 여전히 높다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 4월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제출하자 그에 맞대응한 성격이 짙다. 개정안은 기존 국가우주위원회 아래 우주전략본부를 설치해 범부처 우주 관련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사실 대통령 직속 우주전략본부 설치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가진 의석수(168석)를 고려하면 우주항공청 신설보다 우주전략본부 설치 가능성이 더 높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현행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한다는 내용은 정부안과 조승래 의원안이 동일하다.7월 초 윤 대통령은 세계 한인과학기술인 대회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이 늦어지는 데 실망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 설치법이 아직 야당의 협조가 되지를 않아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불똥은 국회 과방위 장제원 위원장(국민의힘)에게 떨어졌다. 장 위원장은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이 8월 내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시켜 준다면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어 "위원장 직권으로 상임위를 정상화하겠다"며 오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업무보고와 현안질의를 실시하고, 31일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야당의 반응은 얼음처럼 차갑다. 조승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장(제원) 위원장까지 자리를 걸었다"며 "정치공세를 위해 자꾸 공직을 거는 여당의 황당한 사직 퍼포먼스가 참 한심하다"고 비꼬았다. 이어 장 위원장이 우주항공청 특별법 처리 시한을 8월로 못박은 데 대해 "명백한 국회의 입법권 포기 선언이고, 분명한 국회의원의 입법심사권 침해"라고 비판했다.우주항공청 신설은 동시에 정부조직법을 손질해야 한다. 이 역시 민주당이 태클을 걸면 진척이 어렵다.경남도와 사천시는 부글부글 끓는다. 국정과제가 여야 정쟁에 발목이 잡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쇠는 국회, 그것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쥐고 있다. 여야 간 협치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우주항공청 설립은 한동안 표류할 공산이 크다.◇다른 나라는 어떤가정부가 모델로 삼은 미국 NASA의 전신은 NACA, 곧 미 항공자문위원회다. 1915년에 설립된 NACA는 반세기에 걸쳐 미 육군, 해군, 공군과 민간 항공 부문을 지원했다. 그러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가 발생했다. 1957년 10월 소련(현 러시아)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충격에 빠진 미국은 1958년 미 항공우주법 통과를 계기로 독립기구 NASA를 출범시켰다. NASA는 NACA 조직을 대거 흡수했고, 육·해군에 산재된 관련 조직도 통합했다.명실상부 미국 우주산업의 컨트롤타워로 거듭난 NASA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실력을 과시했고 우주정거장, 행성 탐사, 우주왕복선 사업을 통해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일본은 세계가 인정하는 우주강국이다.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03년 우주과학연구소(ISAS) 등 3개 조직을 통합한 단일체로 출발했다. 2008년 우주기본법 통과를 계기로 JAXA는 내각부 산하 우주개발전략본부(SHSD)의 관할 아래 있다. 1993년 출범한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공업정보화부 산하 기구로 중국 우주산업을 이끄는 주역이다. 2018년 발사된 무인 우주탐사선 창어 4호는 2019년 달 뒷면 분화구에 인류 최초로 착륙했다. 2020년엔 창어 5호가 달의 흙 표본을 싣고 지구로 돌아오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주춤하는 사이 우주굴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22개 회원국을 둔 유럽우주기구(ESA)는 1975년 출범했다.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ESA는 국가 간 연합체라는 점에서 개별 국가기구인 NASA, JAXA, CNSA 등과 차이를 보인다. ◇협치 모델로 삼자우주항공청 또는 우주전략본부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우주항공청을 과기부의 외청으로 두고 널리 인재를 모아 보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기민한 조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중국 CNSA가 공업정보화부 아래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한다. 외청을 둘 경우 그 소속을 대통령으로 할지 또는 과기부 장관으로 할지는 또다른 이슈다. 국가우주위원회 아래 우주전략본부를 두는 방안은 범부처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승래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우주개발 정책은 여러 부처와 관련이 있다"며 "우주위원회 산하 별도의 전담기관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JAXA가 내각부 아래 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위원회 산하 조직은 아무래도 기동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외청이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나라마다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아서 운영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7대 우주강국 도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만나서 대화하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꽉 막힌 대화 채널이다. 궁극적인 책임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에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계기로 야당과 대화의 문을 트기 바란다. 과방위 위원 20명 가운데 1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힘은 7명밖에 안 된다. 야당 의원들을 불러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당부한다. 의석수를 믿고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우주강국 도약이라는 대의에서 보면 외청이냐 전략본부냐는 작은 이견에 불과하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도 국정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내년 봄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통 큰 양보가 반드시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경제칼럼니스트>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를 앞둔 지난 5월2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누리호 발사대 기립 및 고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8일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이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2045년까지의 정책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E칼럼] 기후위기 극복과 COP28을 앞둔 과제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은 지난 6월26일 기온이 41.1도로 1961년 6월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올해 7월 미국 남서부에서는 49도의 살인적인 고온이 몇 일간 계속됐다. 데스벨리 지역은 16일에 53.3도까지 올랐다.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폭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 1월에 중국 신장 지역에서는 온도가 영하 52도까지 떨어졌다고 하니 지구가 기후 환경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산불과 관련해서는 캐나다 전역이 두 달 넘게 3000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그 면적 만도 우리나라 면적(9만8000만㎢)의 5분의 4를 넘는다고 한다. 특히 과거에는 자주 산불이 발생하지 않던 동부에서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며 이재민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유럽도 그리스와 스페인에 대규모 산불 발생으로 5000여명이 대피하는 등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산불은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 다른 지역의 공기질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의 산불 연기는 북미 지역을 넘어 중남미와 유럽에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의 이슈가 이제 대기질 문제에 까지 깊이 파고들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폭염과 함께 집중 호우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시작된 장마가 7월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국 연강수량은 1306.3mm인데, 올해 7월 둘째 주 장마전선이 충청권에서 정체하며 지속적으로 장대비를 퍼부으면서 이틀간 충남 청양 450mm, 군산 406mm, 세종 368mm, 부여 353mm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불렀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강수량과 더불어 시간당 30~60mm의 집중 폭우가 관측되기도 했다. 이번 폭우는 시간당 폭우와 함께 일일 강수량도 매우 커서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 방식이나 관리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 외국의 사례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파키스탄이다. 지난해 6월 몇 주 동안 파괴적인 홍수가 파키스탄 전역을 휩쓸며 1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약 3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폭염, 산불, 폭우, 가뭄 등의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자연 재해는 그 크기와 빈도, 그리고 범위가 갈수록 상상을 넘어가고 있다. 중국정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2030년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최정점에 달하고 2060년까지는 탄소중립사회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에 설치된 태양광 용량은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설치 용량보다 크다. 풍력 분야도 설치 용량이 세계 최대규모로 2~7위 국가의 용량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력 안정성이 문제가 되면서 현재 중국에서는 많은 수의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지방 정부는 올해 1분기에 석탄을 이용한 발전을 2021년보다도 많이 승인한 바 있다. 이는 기후문제보다도 시급한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보 측면의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미국은 한편으로 청정에너지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알래스카의 대규모 석유, 가스 시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런 모순적 상황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양 강대국도 모두 경제 성장과 배출량 감축 목표 감축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어느 정도의 시기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상습적인 음모론이니 과학자들의 엄청난 거짓말 선동이니 하던 기후 위기의 문제가 이제 전 지구인들이 그 다급성과 합당한 실행 계획에 동의하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각국이 정치 경제적 영역에서는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여러가지 상황을 저울질 하는 모양새다. 올해 11월에는 두바이에서 파리협정의 전지구적 이행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첫번째 회의인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열린다. 이를 염두에 둔 듯 한중간의 마찰 국면에도 미국의 존 캐리 기후 특사가 지난 16일 중국을 공식 방문하며 주요 기후 목표에 집중하고 협력하기 위한 어떤 의견을 도출하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최대 강대국이자 기후 환경과 관련해 전세계 오염 물질의 약 40% 정도를 발생하는 최대 오염원이지만 기후 환경의 정책과 우선 순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세계질서 아래서 우리나라는 COP28을 앞두고 원칙과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등 기초한 국가목표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실리를 쵀대한 챙겨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이슈&인사이트]

올해 6월 1일 대법원은 신 개념 운송 플랫폼 ‘타다’의 전 경영진에 대해 무죄를 최종 선고했다. 2019년 2월 택시업계가 타다 경영진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된 소송이 4년 만에 끝이 났다. 타다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 ‘11~15인승 승합차 기사를 알선하는 운송서비스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법령해석에 따라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시작했다. 필자는 업계 지인으로부터 사업자가 3차례에 걸쳐 정부의 법령해석을 받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 그 때마다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서비스가 시작되자 고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기존 택시와는 다른 차별적인 서비스 제공과 이용의 편의성이 부각되며 이용하는 승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이에 위기를 느낀 기존 택시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여러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정치권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금지하는 ‘타다 금지법’을 만들었다.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혁신의 싹을 잘라버렸다는 부정적 평가는 피할 수 없게됐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도록 제도권으로 편입했지만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과거 영국에서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실직위기에 처한 마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붉은 깃발법이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환생한 느낌이다. 신 산업이 나타나면서 사회적인 갈등을 일으킨 사례는 많다. 우버, 에어비엔비, 로톡, 강남언니 등도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산업 출현이 어려운 것은 비단 기존 사업자의 반발 뿐만이 아니다. 규제로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격진료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서 대면진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큰 혜택을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0년 2월 정부가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당시 2만4727명에 불과하던 원격 진료 환자 수는 1년 뒤인 2021년 1월 159만2651명으로 늘었고 2022년 1월 기준으로는 누적 352만 3451명에 이른다. 덩달아 굿닥, Dr. Call 등 원격진료 플랫폼 이용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원격진료가 전면 허용되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자 원격진료는 다시 불법이 됐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제도화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많은 신기술 제품들이 인증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또는 기존 제품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증을 받지 못해 공공조달에 참여할 수 없거나 제품의 출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령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적극적인 규제개혁 의지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공무원의 규제개혁을 장려하기 위해 ‘적극행정’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규제개혁 추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규정위반시 책임을 면해주고 성과를 낸 공무원에 대해서는 포상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적극행정 도입에도 여전히 보수적인 공직사회의 분위기상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공무원들조차 적극행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 특히 신 산업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존 사업자의 반발, 규제, 행정절차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요원해진다. 정부는 기업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킬러규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시의적절하고 환영할 만한 조치다. 다만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기자의 눈]

늘 그렇겠지만 올해 여름 유난히 슬픈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7월의 장마 소식은 예고돼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을 줄은 몰랐다. 아무리 공교육과 교권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리라고 상상해본 적은 없다. 충북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서이초 사건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사건끼리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뭐가 됐든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 천재지변이 불러온 재앙으로 인한 사고사가 아니라면 더욱 그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경우 극단적인 폭우로 인한 천재(天災)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명백한 인재(人災)다. 서이초 사건의 경우에도 단순 비관에 따른 극단적 선택이 아닌 지금 대한민국 교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인재임을 인정했다면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허나 정부와 여당은 문제의 근원이 되는 핵심을 짚어내기 보다 책임 ‘폭탄 돌리기’에 급급했다. 오송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서는 사고 당시 경찰이 부실 대응을 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서는 전교조 등이 ‘학생인권조례’를 내세워 학생의 인권만 편향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문재인 전 정부에게 책임을 미뤘다.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관할 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감찰 과정에서 다른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허위 보고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와 감찰 과정에서 경찰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게 드러난다면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는 경찰 대응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다. 지하차도 공사 당시 하천설계기준을 어긴 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공사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지 않으면 결국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 될 뿐이다.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서는 교사의 사인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지만 교육계에서는 관련 목격담과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다른 교사들 또한 과도한 학부모 민원과 학폭 문제 등으로 고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교권이 무너진 건 맞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을 비교대상으로 서로 저울질하면서 정치적 프레임 싸움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행복한 교실’은 학생 인권과 교권 모두 존중받을 때 실현된다. ‘사상누각’이라 했는가. 아무리 으리으리한 궁전이라도, 멋진 집이라도 모래 위에 세우면 무너지고 만다. 당정이 문제점을 잘못 지적했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오송지하차도 침수나 서이초와 비슷한 사건·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근원을 파악하고 그 원인의 핵심을 고치는 게 중요하다. 그 어떤 정책이든 문제의 핵심을 빗나간 개선책이라면 언젠가는 무너질 ‘사상누각’에 불과하다.오세영 기자수첩

[이상호칼럼]바그너 반란,최대 피해자는 러시아 국민

러시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킨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동기나 현 상황 등 분명하게 밝혀진 게 없다. 바그너 반란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하루 만에 종료되고 반란 수괴인 프리고진이 망명하며 사태가 정리된 것 같았다. 그러나 얼마 후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면담했고, 바그너 그룹은 해체되지 않고 벨라루스 주둔지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배신자를 끝까지 추적해 철저하게 처단하는 러시아의 전통과 달리 이번 반란을 대하는 푸틴의 대응이 예상과 다르게 온건하다.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러시아 군부의 견제에 불만을 품고 벌인 권력투쟁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바그너는 큰 희생을 감수하고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에서 전공을 세웠으나 이런 성공에 위기를 느낀 군부가 바그너를 정규군에 편입시켜 무력화하려고 시도했고,이에 프리고진이 격분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야심가다. 그는 범죄자 출신의 사회 낙오자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푸틴 핵심 세력의 일원이 되었다. 그는 푸틴 승인 아래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을 조직했다. 바그너는 아프리카와 중동 여러 나라에 개입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시리아 전쟁에 참전해 전공을 세우는 등 많은 활약을 했으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 큰 정치적 야심을 가진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자 자신이 앞으로 러시아 정계를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푸틴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꿈을 가졌을 수 있다. 러시아 정규군도 상대하기 어려운 대규모 정예 용병 집단을 가진 프리고진이 군부의 견제 때문에 자신의 야망이 좌절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그너가 없다면 프리고진의 존재 가치와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한 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의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러시아 내 지지 세력을 규합해 본인을 견제하는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부 핵심 세력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행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친다. 예상보다 일이 커지자 프리고진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상황을 수습하려했지만 반란의 결과는 실패였다. 이번 사태로 러시아의 취약점이 국제사회에 노출됐고 푸틴의 권위는 손상됐다. 일각에서 이번 반란이 푸틴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푸틴에게 충성하는 군부에 대한 도전은 그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과 다름없다. 프리고진은 쇼이구 등 군부 지도자를 제거하면 푸틴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을 수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독재 권력자는 일인자인 자신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자의 부상을 막고 부하들의 충성 경쟁을 통한 상호 견제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는 러시아만 아니라 중국, 북한 등 독재 국가의 특징이다. 프리고진이 인기도 있고 전공도 세웠지만 러시아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푸틴이 프리고진을 제2인자로 인정해 본인의 위상과 권위를 스스로 흔드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푸틴은 손상된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확대해 러시아 힘 빼기를 가속할 것이다. 이에 따라 조기 종전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러시아가 승전을 위해 핵무기 사용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커졌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푸틴은 바그너 그룹을 존속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바그너는 실전 경험을 충분히 갖춘 정예 병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황에 따라서는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 제2의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 이 경우 병력과 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를 크게 압박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러시아 군부나 다른 정치세력이 권력과 영향력을 강화해 푸틴에 도전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여전히 가치가 있다. 그러나 프리고진 등 이번 사태 주동자들의 운명은 비관적이다. 아직 활용 가치와 사태 수습 때문에 방치하고 있지만 푸틴은 본인의 권위에 도전한 이들을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그너 반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러시아 국민이다. 전쟁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경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통제가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아직 수습 단계여서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푸틴이 권위를 회복하고 철권통치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서서히 몰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권위주의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하지만 약점이 노출된 독재 권력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교수

[EE칼럼]탄소중립,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에너지 절약부터

디지털 자산(Digital Equity) 전략 중심의 포용적 스마트시티로 잘 알려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2011년 새로운 조례를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 권역 내 1만ft²이상의 모든 기축 상용건물의 에너지성능을 규제하는 ‘상용빌딩 에너지성능조례(EPO· Energy Performance Ordinance)’가 그것이다. EPO는 해당 빌딩의 주인(또는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규제로, 도시 내 비슷한 환경 및 규모의 빌딩들과 비교해 해당 빌딩의 에너지 성능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한 결과와 이를 기준으로 향후 건물에너지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실행계획도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조례를 만들면서 권역 내 상용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매년 2.5%씩 줄여 2030년에는 1990년 소비량의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2030년까지 기축 상용건물 중 50% 이상을 넷제로화하겠다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목표에 부응하는 조례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실제 건물을 사용하는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와 투자자에게 이런 의무를 부과한 이유는 명백하다. 세 들어 영업하는 사업자들이 에너지 소비 절감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또는 건물의 에너지설비가 노후화하거나 고장으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매월 부과되는 에너지 비용을 세입자에게 그대로 떠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이 조례 제정 후 에너지 소비 절감이라는 지자체 목표 달성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이어졌다. 건물주들은 대부분 에너지설비 전문가가 아니어서 해당 건물의 에너지성능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줄 감리자와 에너지 소비 저감 계획을 만들어주고 실행할 전문기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는 EPO 같은 조례 도입으로 250개 이상의 에너지 성능평가 및 효율 개선 전문기업이 성업 중이다. 에너지 성능평가 및 효율 개선 기업들은 정확한 건물 에너지성능의 진단과 효율 개선계획 수립에 있어 건물 내외부의 에너지 소비 및 공급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당시 유틸리티 기업들이 독점하던 에너지 빅데이터를 민간에게 과감히 개방하게함으로써(예: 그린버튼얼라이언스) 창업기업들이 차별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애플에서 엔지니어로 있던 토니 파델이 에너지 효율 스타트업인 NEST를 2010년에 창업하고 이를 2014년에 구글에 32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엑시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한해 전 세계는 청정에너지 분야에 약 1조7000억달러(약 2경원) 이상 투자했다. 이 중 대부분이 기존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꾸는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전력망 등 에너지 인프라 선진화, 에너지산업을 디지털화하고 수송 분야를 전기화하는 데 집중 투자됐다. 이와 함께 이제는 글로벌 에너지의 주도권이 ‘자원보유국’에서 ‘기술보유국’으로 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도 잘 알 수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강국인 우리에게는 탄소중립발 에너지 대전환이 큰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탄소 전력으로의 에너지 대전환에 있어 글로벌 대기업들의 움직임과 함께 신기술 창조의 텃밭인 스타트업들은 더욱 활발하게 창업하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분야는 에너지 효율 분야로, 이 분야에만 61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최근 ‘스마트 에너지 절약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주요 대상으로 상업 및 공공 부문에 대한 에너지 절약 추진 방안을 마련했다. 첨단 ICT 및 절약 신기술을 활용하고 수요관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으로,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효율향상 핵심기자재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 강화도 그 내용에 반영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대형건물 목표 에너지원단위 제도의 도입’이다. 그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과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새로 도입될 정부의 바람직한 규제 및 지원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토니 퍼델과 같은 에너지 스타트업 창업자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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