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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수감자 교환에 한국이 왜 나와?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 교환 석방에 합의했다. 각각 5명씩이다. 그 여파로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 60억달러(약 8조원)도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공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로부터의 송금에 어떤 장애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 간 비밀협상에 제3국인 한국이 주요 변수로 등장한 게 이채롭다. 미국과 이란은 세상이 다 아는 앙숙이다. 두 나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미·이란 비밀협상 지난 6월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작년 12월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 석방과 핵 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 관리들이 중동 오만을 여러차례 방문했다. 비밀협상은 일부 열매를 맺었다. 지난 10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란 외무부는 석유 결제 대금 등 동결된 자국 자산에 대해 한국의 은행들이 해제 조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11일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이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다고 보도했다. IRNA는 이 돈이 유로화로 환전된 상태이며 카타르 중앙은행 내 계좌로 송금될 준비가 돼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해당 자금을 확실하게 손에 넣은 뒤 미국인 수감자 5명을 석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지는 송금 절차가 복잡한 탓에 미국인 석방은 9월에나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0일 "미국인 석방을 대가로 풀리는 자금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이 허용된 제한된 계좌로 송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란계 미국인 시아마크 나마지, 에마드 샤르지 등 5명을 간첩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이다. 나마지는 2015년 이란 출장 중 체포돼 간첩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샤르지는 2018년에 간첩 혐의로 역시 10년형에 처해졌다. ◇ 1981년 알제 협정과 닮은꼴 이란이 ‘인질’을 석방하고 미국이 자산 동결을 푼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1981년 1월 20일,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날 이란은 미국인 인질 52명을 석방했다. 인질로 잡힌 지 444일만이었다.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부 부장관이 협상을 주도했다. 그 땐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인 알제리가 중재자로 나섰다. 이른바 알제 협정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협정은 인질 석방과 함께 "미국이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과 무역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두 나라는 알제리 중앙은행을 통해 동결 자산을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이란 협상에서 동결자금 해제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자금을 주고 받는 통로가 그때는 알제리 중앙은행, 지금은 카타르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 왜 원수가 됐을까 1979년 이란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과 이란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 팔레비 왕은 친미 노선을 밟았다. 하지만 성직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주도하는 혁명 세력이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을 세운 뒤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 해 11월 호메이니를 추종하는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했다. 이때 대사관 직원 등 52명이 인질로 잡혔다. 시위대는 미국에 대해 망명한 팔레비 왕을 송환할 것, 이란 내정에 간섭한 것을 사죄할 것, 동결한 미국 내 이란 자산을 해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80년 봄 ‘독수리 발톱 작전’ 곧 무력에 의한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델타 포스 특공대는 악천후 속에 인질 구출은커녕 대원 8명이 사망하는 손실을 입었다. 호메이니는 "신의 가호로 모래바람이 불어 미국 구출작전이 실패했다"고 큰소리를 쳤다. 1980년 가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카터는 공화당 소속 레이건에게 완패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인질구출 작전 실패가 최대 패인이 됐다. 결국 미국은 군사력 대신 협상을 통한 인질 구출로 방향을 틀었고, 알제 협정을 통해 52명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으로서 위신은 크게 깎였다. ◇ 이란 핵 개발 놓고 충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이란 핵무기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 조처를 발표했다. 이른바 포괄적 이란 제재법(CISADA)은 이란에 투자하는 외국 금융사와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오바마는 이를 무기로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은 한 발 물러섰다. 마침내 미국을 비롯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P5)과 독일, 곧 P5+1은 2015년 이란과 핵합의를 맺었다. 공식적으로 이를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이라 부른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서 손을 떼는 조건으로 각종 제재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때 이스라엘은 합의 조건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며 반대했다. ◇ 트럼프 핵합의 탈퇴 2018년 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맺은 핵합의에서 탈퇴했다. 이때 미국 보수파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 뒤 미국은 더 센 제재 조처를 잇따라 발표했다. 2018년 가을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나라는 미국과 거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되살아났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두었고, 유예는 2019년 5월에 종료됐다. 미국은 전세계 기업들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IT 기업 ZTE, 통신업체 화웨이가 과녁에 올랐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것도 이란 제재 위반과 연관이 있다. 트럼프를 꺾고 2021년 1월에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핵합의를 복원하려 애쓰고 있다. 바이든은 오바마 아래서 부통령을 8년(2009~2017년) 간 지냈다. 지난 6월엔 이라크가 동결된 이란 자금 27억달러를 해제하는 데 동의했다. 이번에 나온 수감자 교환 석방과 한국 내 동결자금 해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 중간에 낀 한국 한국은 이란과 전통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서울 강남을 가로지르는 테헤란로가 그 증거다. 테헤란로는 1977년 원래 삼릉로에서 이름을 바꿨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정책을 펴면서 한·이란 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 2010년 한국과 이란은 원화 결제를 시작했다. 이란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계좌를 텄다. 이를 통해 이란은 원유 수출대금을 원화로 받았다. 대신 한국은 전자제품 등 수출대금을 이란이 지불하는 원화로 다시 받았다. 미국의 규제망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고 2019년 5월 이란산 원유 수입 길이 막히면서 한국과 이란을 잇던 원화 결제 계좌마저 꽉 막혔다. 덩달아 이란에 주어야 할 원유수입 대금도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계좌에 그대로 묶였다. 그 규모가 많게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 적게는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바로 이 돈이 미국과 이란 간 수감자 석방 교섭에서 협상카드로 쓰인 것이다. 모하마드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12일 한국에 동결된 자금이 약 70억달러에서 원화 가치 하락으로 거의 10억달러 정도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란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동결자금을 풀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한국은 두 가지 이유로 머뭇거렸다. 먼저 북한 핵 개발에 대한 국제 제재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 한국이 이란 자금을 풀어주면 다른 나라를 상대로 대북 제재 동참을 호소할 명분이 사라진다. 또 하나, 대 이란 제재를 주도하는 우방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기야 2021년 1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근처 바다를 운항하던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가 약 석 달 만에 풀어주었다. 당시 이란 정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70억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해 9월엔 이란이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중재를 통해 동결 자금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란은 정식 중재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올해 초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해 외교적 마찰을 빚기도 했다. ◇ 동결 해제 이후 과제 동결된 자금은 어차피 우리가 이란에 주어야 할 돈이다. 따라서 미·이란 양국이 수감자 석방 조건으로 동결을 풀기로 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다. 한·이란 관계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다만 줄 돈은 주되 우리가 이란으로부터 받을 돈은 없는지도 함께 따져보아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의 신동찬 파트너변호사는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2023년 8월7일)에서 "한국·이란 간 원화 결제 계좌가 2019년 5월 갑자기 닫히는 바람에 상당수 한국 기업도 이란 측 상대방 바이어 등으로부터 받아야 할 물품 대금 등을 떼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동결 자금을 내주면 한·이란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시기상조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 합의 재개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다. 공화당의 반발도 변수다. 짐 리시 상원의원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부당하게 억류된 미국인의 귀국을 환영하지만, 동결된 60억달러의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것은 위험하게 인질극을 더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 이란 강경파는 60억달러 해제를 인질 석방에 대한 ‘몸값’으로 간주한다. 결정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대 이란 정책은 언제든 180도 뒤집어 질 수 있다. 사실 이란이 바이든 행정부와 수감자 교환에 적극 나선 것도 ‘트럼프 변수’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미·이란 핵 복원 협상과 내년 가을 대선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신중히 처신하는 게 상책으로 보인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IRAN-USA/DETAINEES 미국과 이란은 지난주 수감자 교환 석방에 합의했다. 협상에 따라 양국은 한국 내 은행들에 동결된 이란 자금 60억달러도 해제하기로 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Iran US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 모라드 타바즈의 딸이 2022년 4월13일 영국 런던에서 아버지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주 미국과 이란은 타바즈를 포함해 미국인 수감자 5명을 석방하기로 합의했다. 타바즈는 영국 국적도 갖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E칼럼] 전기료 문제 근본해법은 소매전력시장 개방

소매 전력 가격 결정에 있어 본질인 경쟁시장체제 도입은 뒤로한 채 정부주도의 요금 조정만 계속 반복하는 것은 언 발의 오줌 누기에 다를 바 아니다. 전기요금을 포함한 공공요금은 언제까지 국민 눈치를 봐가면서 이렇게 경직적으로 결정할 것인가. 해당 기업이 아닌 당정대에서 결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죄를 지은 거 마냥 매번 국민들에게 호소하듯 전기료 인상에 따른 이해를 구하는 것을 더 이상 보기 싫다. 경제학자로 강단에서 평생 경제학을 가르친 이창양 산업부장관이 이런 비 시장적인 모습을 보이며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나. 전기요금 논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기료를 인상할 때는 국민적 저항이 거세고, 반대로 인하 때는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한다. 자유경제시장에서는 정부가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값싸고 질좋은 원자재 확보와 경영효율성 제고 등은 궁극적으로 자유경쟁을 통해 해결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이를 모두 정부가 책임지려하니 일처리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덮어지며 상처만 곪는다. 처음부터 무리였던 한전공대 설립안도 경쟁체제 하에서라면 감히 꺼내지 못할 포퓰리즘 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화두를 꺼내면 ‘민영화’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갑자기 좌우 양 진영에서 뜨거운 감자로 취급해 버린다. 피해야 할 대상이나 더러운 오물이라고 비유하는 것이 낫겠다. 경제학적으로 ‘민영화’와 ‘경쟁체제’는 서로 필요충분 조건도 안된다. 한국전력은 코스피에 상장돼 민영화된 지 오래지만 근본적인 시장원리에 기반한 경쟁체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송배전은 국가기간망 관리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전기 도소매는 충분히 경쟁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보다 전기 경쟁체제 도입이 더 근본적이고 시급하다. 지금처럼 한전이 소매시장에도 발 담그며 다른 업체에 PPA(직접 전력거래계약)도 ‘윤허’하는 식으로 해봤자, 들러리 구색 맞추기만 될 뿐 한전의 소매독점은 그대로 유지되고 경쟁 구도 도입도 절대 불가능하다. 전력 소매시장에서 한전이 손 떼게 해야 한다. 전기요금을 시급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피상적이다. 누적된 적자로 인한 에너지공기업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현 시스템을 연명하려는 기득권(민·관·학)의 구실로 밖에 안 보인다. 어차피 대주주인 정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에너지 공기업들은 어차피 스스로 제 머리를 깎을 수 없기에 요금을 올리라는 전문가들의 열띤 목소리에 대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전문가들 의견에 못이기는 척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아가 전기 소비자인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런 정부의 한 발짝 느린 에너지 가격 조정의 수혜자이므로, 서로의 눈치를 봐가면서 점진적 인상에 눈감는 모양새다. 그러니 정책당국으로서는 욕먹을 일 없고 인심(표)도 잃을 일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향후 에너지 생산 원가가 급락할 때는 과연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기 소매가격을 내릴까? 소시민인 필자 입장에선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지난해 8월 천연가스 가격이 연초대비 276%나 치솟았다가 올해는 지난해 고점 기준으로 71%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초 독일의 전기 소매가는 1년 전 8월 고점 기준으로 97%나 내렸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애초부터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을 통제했기 때문에 연초 소매가격이 kwh 당 1분기 11.4원, 2분기엔 8원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여전히 적자인 에너지 공기업들의 곳간을 걱정한 많은 관계자들은 소매가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흐름에 기반한 국제 시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움직임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렇게 에너지 가격 통제를 계속할 것 인가다. 최종 소매가는 단순히 통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부담을 골고루 나눠 지기 위해 발전사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도 거의 통제되다시피 한 정산가격을 받아들이며 희생을 감수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한다. 해외에서 천연가스 등의 원자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는 정치적 개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입한 원자재를 유통·가공하는 단계에서 국내 발전사의 마진 폭을 연쇄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해당 사업자라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정부 개입이라고 발끈 할 법 한데도, ‘을’의 입장이다 보니 순응한다. 더 나아가 최종에너지 소매가격이 가격국제 시세와 거꾸로 가는데도 국민들에게 스마트하고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기대하는 것은, 길거리에서 장애인 유도 점자블록도 설치하지 않고 시각 장애인에게 무사히 목적지를 찾아가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고] 서울∼양평고속도로,현장에 답이 있다

전진선 양평군수 2021년 4월30일 ‘서울∼양평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고 지난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양평군민은 빠른 시일 내 고속도로가 착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대안 노선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쟁으로 확산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중단 발표로 이어지며 사업이 표류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12만5000여 양평군민은 허탈과 실망감 속에서 사업 재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은 서울과 거리를 좁혀 의료,문화시설 등 주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2600만 수도권 주민에 대한 식수공급을 위해 각종 중첩규제로 고통받아온 양평군민들의 숙원이다. 이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하루빨리 재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양서면 분기점의 ‘예타 노선’과 강상면을 분기점으로 하는 ‘국토교통부 대안 노선’에 대해 양평군수로서 "어떤 노선이 양평군에 더 이익이 되는 노선일까, 양평군민이 원하는 노선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통해 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과 군민의 고속도로 접근성을 높이는 출입시설(IC) 설치가 가능한 노선이어야 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주요 목적은 주말마다 교통 혼잡이 극심한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예타 노선은 하루 1만5800대, 대안 노선은 2만2300대가 이용할 것으로 예상돼 대안 노선이 40% 이상 교통량 분산효과가 더 큰 것으로 제시됐다. 또 예타 노선과 대안 노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양평군에 고속도로 출입시설(IC) 설치 여부다. 예타 노선은 국도 6호선과 만나는 곳에 철도,학교 등의 시설물로 인해 양평군에 IC 설치가 불가다. 이에 비해 국토부 대안 노선은 국지도 88호선과 접속하는 양평군 강하면에 양평군민이 원하는 IC 설치가 포함돼 있다. 둘째, 양평군민의 피해가 적고 다수가 원하는 노선이어야 한다. 예타 노선 분기점 인근 양서면 주민은 마을 위로 40m가 넘는 교각을 600m이상 설치해야 하므로 마을이 양분화되는 것은 물론 고속도로로 인한 소음, 경관훼손, 환경파괴 등 문제로 예타 노선에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평군민 절대 다수는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노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셋째, 서울∼양평고속도로는 환경을 고려한 노선이어야 한다. 양평군은 2600만 수도권 식수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환경보전을 제1의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이제 새로운 고속도로도 수질보전과 환경을 고려하는 노선으로 결정돼야 한다. 예타 노선은 한강을 횡단해서 상수원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 수변구역을 관통하는 데 비해 국토부 대안 노선은 수변구역을 통과하지 않고 상수원보호구역은 약 3.5km, 철새도래지는 약 2km를 적게 통과해 상대적으로 환경훼손이 적다. 어느 노선이 그동안 환경을 지켜온 양평군민 뜻에 맞다고 생각되는가? 앞의 세 가지 사항에 대해 현재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국토부의 타당성 조사 자료 뿐이라 대안 노선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을 통해 국토부의 대안 노선과 예타 노선을 비교 검토해 어느 노선이 타당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에 대한 논점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노선으로만 한정해서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 그리고 양평군민과 환경을 고려한 최적의 노선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제안한 ‘두 노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적절성 검증’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양평군 어느 지역에라도 IC를 설치하고 대안 노선보다 더 양평군에 이익이 되는 다른 노선이 있다면 이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사태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양평군민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 하루빨리 양평군에 가장 이익이 되고 양평군민이 원하는 방향인 강하 IC를 포함하는 노선으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고, 비교한다면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최적 노선이 어디인지 그 답이 보일 것이다.kkjoo0912@ekn.kr전진선 양평군수 전진선 양평군수

[EE칼럼] 기후위기와 위험사회, 사회적 성찰을 요구하다

7월 중순의 집중 호우에 이어 긴 폭염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제6호 태풍 카눈까지, 대한민국이 호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새만금에서 열렸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역시 이례적인 기후로 큰 곤욕을 치렀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극한 폭염은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 유엔은 급기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규정지었다. 기후변화는 이미 ‘기후위기’이고, 기후위기는 위험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위험 상황 자체도 문제지만, 현대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복잡성이 그 위험을 더욱 증폭시키는 게 더 큰 문제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86년에 펴낸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산업화와 과학의 발전이 현대사회에 초래한 위험의 특징을 조명했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곤 하는데, 그 시작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또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다 가늠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현대사회가 마주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벡의 지적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현대사회에 초래할 수 있는 피해와 혼란은 쉽사리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자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전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 공급이 하루라도 끊긴다면 각종 사무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서비스, 교통 인프라 등 모든 게 멈춰 서게 된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길어지면 국가의 안보도 위협받는다. 이토록 중요한 전기의 수급 문제를 생각할 때 ‘적정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통념만으로는 이미 대응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에 현대사회의 혈관과 같은 전력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다음을 재점검하며 나아가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기후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기술(climate technology) 내지 녹색기술(green technology)을 둘러싼 세계 주요국 간 경쟁이 계속되는 이상, 이 분야에서 한국이 도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태양광, 풍력, 차세대 원자로는 물론이고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송배전망의 혁신, 축전지·배터리,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그린 수소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기후기술 분야에서 주요국들이 산업·무역 정책 수단을 활용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한국이 더욱 전향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특정 기술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을 멈춰야 한다. 다양한 기후기술들을 서로 경합하고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로 보는 종합적인 관점과 정책적인 지원이 정부와 정치권에 절실히 요구된다. 종합적인 관점이 있어야만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둘째, 화석연료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데에 사회 전체가 역량을 집중해야만 한다. 한국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산업의 원료로 쓰이는 부분은 감안하더라도 전력 생산을 위해 소비하는 화석연료 비중(2021년 기준 석탄 34,3%, 가스 29.2%)이 너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이유로 화석연료의 공급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결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해서 공급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후위기 시대에 마땅히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나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과 같은 시대적 요구가 국내 기업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화석연료 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화력 발전 시설에 기후기술을 접목해 사용하는 것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기의 사용자인 우리 모두가 절약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전기 사용으로 인해 과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그로 인한 재해와 위험도 증폭시킨다. 우리의 편의를 위한 행동이 결국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자각과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벡은 위험사회 극복을 위해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zation)’를 요구했다. 근대화로 인한 위험사회에 살게 됐다고 해서 근대성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그 원리와 위험의 성격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과 그 구조적 특징, 그로 인한 혜택과 문제점을 직시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적 성찰이 요구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고] 다시금 포천 출신 순국선열 되새기다

백영현 포천시장 다가오는 2023년 8월15일은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빛을 되찾은 지 78년째 되는 날입니다.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몸을 바쳐 희생하신 분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가 되어야 합니다. 포천에는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반월성 둘레길과 연결되어있는 청성역사공원입니다.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비의 소원’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소녀상은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졌습니다. 안쪽에는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충혼탑이 있습니다. 충혼탑 기단부 전면에는 독립유공자 및 6·25전쟁 유공자 등 호국영령 이름이 새겨져 있고 왼쪽에는 3·1 만세운동을 형상화한 동상이, 오른쪽에는 6·25전쟁을 상징하는 동상이 각각 세워져 애국지사의 높은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면암 최익현 선생 동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면암 선생은 1833년 포천에서 태어난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항일운동에 앞장선 인물입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의병대장이 돼 치열한 항일투쟁을 벌였습니다. 이후 일본 대마도로 끌려가 단식으로 항거하다 거룩한 일생을 마쳤습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정신을 기리고 이를 계승 발전하는 것은 후손들 책무입니다. 포천 시정을 이끄는 시장으로서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순국선열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영예로운 삶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보훈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포천은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촘촘한 보훈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독립유공자 수당을 증액했습니다. 현충시설을 정비해 보훈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독립유공자 의료비 및 묘지 관리비 등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뜨거운 여름날 주어진 휴일이 아니라 광복절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며 함께 광복의 기쁨을 누립시다. 다시 찾은 조국의 소중함과 되찾은 자유의 가치를 생각합시다. 우리 포천은 국가안보를 위해 군 사격장과 군부대 주둔,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많은 희생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국력을 키우는 데에 이바지하는 바가 남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광복절 의미를 되새기고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며 마음에 새기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백영현 포천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캠프 데이비드가 뭐길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세 나라 정상이 다자회의 무대가 아니라 이번처럼 따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한 것도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캠프 데이비드에 처음 초대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번째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양자 회담이었고, 윤 대통령은 3자 회담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지난 80여년 간 캠프 데이비드는 단순히 대통령 별장을 넘어 역사를 만드는 현장이 됐다. 캠프 데이비드는 어떤 곳이고, 3자 회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등을 살펴보자.◇ 캠프 데이비드는 미 국방부 자산만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캠프 데이비드의 소유주(Owner)는 미 국방부다. 운영자는 미 해군(US Navy)이다. 지금도 캠프 운영 인력을 해군과 해병대가 제공한다. 정식 명칭은 ‘서먼트 해군 지원 시설’(Naval Support Facility Thurmont)이다. 서먼트는 별장 근처 마을 이름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메릴랜드주 프레데릭 카운티에 있는 캐톡틴 산악공원에 둥지를 틀었다. 수도 워싱턴DC에서 북서쪽으로 62마일(약 100km) 떨어진 곳이다. 헬기를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다. 넓이는 50만6000㎡, 약 15만3000평 규모다. 캠프 데이비드는 대공황 대응책으로 나온 뉴딜의 산물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대적인 공공 토목 공사를 일으켰고, 연방정부 직원과 가족의 휴양지로 캠프 하이 캐톡틴(Hi-Catoctin·캠프 데이비드의 원래 이름)을 지었다. 하이-캐톡틴은 1935년 착공했고 3년 뒤 준공됐다.2차 세계대전 때 루스벨트는 자신의 요트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경호팀은 이를 불안하게 여겼다. 언제든 독일 U보트 잠수함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42년 루스벨트는 하이-캐톡틴을 대통령 별장으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샹그릴라로 바꿨다. 샹그릴라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에 나오는 이상향이다. 이후 샹그릴라(훗날 캠프 데이비드)는 군인들이 지키는 대통령 별장 겸 요새가 됐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버지와 손자를 기리는 뜻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이름을 바꿨다. 아버지의 이름은 데이비드 제이콥 아이젠하워, 외동 손자의 이름은 데이비드 아이젠하워다. ◇ 역사의 현장이 된 별장루스벨트 대통령은 1943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샹그릴라에 초대했다. 외국 정상이 샹그릴라에 초청을 받은 것은 처칠이 처음이다. 이때 두 사람은 이듬해 6월에 있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처칠은 루스벨트와 낚시도 같이 가고 마을 카페에 들러 맥주도 마시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1959년 9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소련(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를 국빈으로 초청했다. 소련 지도자로선 첫 국빈 방문이었다. 흐루쇼프는 13일 간 머물렀고, 마지막 이틀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지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쇼크에 빠졌다. 이 즈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두고 체제 우월성 논쟁이 벌어졌다. 흐루쇼프의 방미는 이런 분위기 아래서 이뤄졌다. 지미 카터는 캠프 데이비드에 가장 짙은 역사의 흔적을 남겼다. 1978년 9월 카터는 앙숙이던 이집트 안와르 알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 메나헴 베긴 총리를 별장으로 초대했다. 항구적인 중동 평화를 위해선 양국 간 화해가 절실했다. 사다트와 베긴은 열이틀에 걸친 비밀 협상 끝에 ‘캠프 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을 맺었다. 양국 협상단은 숲속 별장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견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 일로 사다트와 베긴은 1978년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이 협정을 기초로 이듬해인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평화협정을 맺었다. 원래 카터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캠프 데이비드 별장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카터의 최대 치적이 나왔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어느 누구보다 캠프 데이비드 별장을 애용했다. 방문 횟수가 재임 8년 간 189차례에 이른다. 1984년엔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를 초대했다.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딸 결혼식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치렀다. 별장 결혼식은 이때가 처음이다.빌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7월 이스라엘 에후드 바락 총리와 팔레스타인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을 별장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물론 카터 시절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모델이 됐다. 그러나 2주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성과 도출에는 실패했다. ◇ 2008년 한국과도 인연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은 재임 8년 간 캠프 데이비드를 총 149차례, 487일 간이나 찾았다. 2001년 9·11 사태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위한 각료회의를 개최했다. 맹방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네 차례나 초대하는 등 정상 간 친목을 다지는 장소로 별장을 적극 활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함께 골프 카트를 타고 별장 곳곳을 둘러봤다. 한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만큼 당시 한·미 관계가 긴밀했다는 뜻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를 별장에서 열었다. 이때만 해도 러시아는 G8 멤버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아니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6월 G7 정상회의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골랐다. 그러나 회의는 때마침 기승을 부린 코로나 팬데믹 탓에 취소됐다. 갑부인 트럼프는 국가 소유인 캠프 데이비드보다 개인 소유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선호했다.◇ 관전 포인트는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논의(discussion of historic proportions)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논의할 내용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진 외교장관은 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가 10일 전했다. 양국 고위관리가 역사적 의미, 역사적 전기를 강조한 게 눈에 띈다. 3국의 공통과제인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은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덧붙여 북한에 대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해킹 차단책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원전 오염수 방류는 민감한 이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방류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으로선 불편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미·중 패권 경쟁 속에 대중 견제론도 수위에 따라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며칠 전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은 항상 동북아에 ‘작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3각 군사동맹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국과 일본에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어김없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국익 외교는 불변캠프 데이비드 초대장은 미국이 핵심 우방국 정상을 극진히 예우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세계 최강국 대통령과 편안한 복장으로 만나서 숲길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는 게 나쁠 건 없다. 국가 위상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회담 장소가 백악관이든 별장이든 변치 않는 원칙은 국익이다.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지나친 양보를 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경제칼럼니스트>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다음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가 10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 제공]

[기자의 눈] 새내기주 뻥튀기 언제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형성되는 등 열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상장 첫날 주가 널뛰기에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은 끊임이 없다.시장은 주식 상장첫날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이후 ‘따따블’ 가능성에만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상은 처참하다. ‘따따상’이 가능해진 지난 6월 26일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30%가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나타내고 있다.상장 당일 200%를 돌파했던 종목들은 공모가 수준으로 내려 앉는 중이기도 하다. 시큐센은 상장 첫날 915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현재 공모가(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장 첫날 대비 60% 이상 하락한 셈이다. 문제는 상장 첫날 기대감이 커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마구잡이 매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관의 공모 물량을 개인 단타족들이 모조리 떠안게 된 상황이 안타까울 지경이다.공모가 자체도 수요예측에 따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주가 널뛰기를 부추기는 요소다. 시장에서는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과도한 기업가치 상향으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재차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최근 증시는 공모 시장 과열과 테마주 투자 등으로 어수선하다. ‘묻지마 투자’, ‘공모주 투자주의보’와 같은 말은 현 장세에는 먹히지 않는 지적일 것이다. 개인투자자과 기관 모두 공모가 거품, 공모주 과열 등에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손실에 대한 책임도 투자자들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국은 공모주 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질서를 위해 ‘업무 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했다. 개정 당시의 핵심을 잊지 말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국내 증시가 투기판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할 때다.

[이슈&인사이트] 불황의 시대, 소비자 마음을 사는 법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잇따라 올렸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치솟는 원자재가격과 물가상승으로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의 포장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처럼 불황의 시대에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소비자들은 반대로 극도로 가성비를 추구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아무리 지갑을 닫았어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에는 귀가 솔깃해지고, 참신함 앞에서는 지갑을 열게 된다. 따라서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와 지속적으로 구매수요를 유지 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방책을 써볼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물건이 망가지거나, 다른 이유로 사용하고 있던 상품을 바꾸고자 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교체수요’를 경험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현재 소비자들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기존 제품이 아직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한데 새로운 물건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과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개선을 통해 교체수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한단계 높이거나 새로운 컨셉트을 도입해 ‘교체수요’로서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술적 개선에 의한 교체수요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들과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고자 한다. 즉 새로운 물건에 대한 ‘신규수요’가 존재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발굴해 신규수요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제품서비스시스템(PSS· Product Service System)이다. 자동차 업종에 PSS를 적용해보자. 과거에는 기업이 자동차의 설계, 생산 및 판매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동차라는 제품 외에 자동차를 이용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술의 진보와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에 따라 자동차 산업이 점차 혁신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테크 기업들과 신생 기업들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자동차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택시 서비스가 등장하고,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이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 쉐어링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연결성과 IoT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카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기업들은 자동차 제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관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변화해 나가는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며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를 더욱 반영한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불황의 시대에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꽁꽁 얼어버린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방법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나아가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고객의 수요와 욕구를 찾기 위해 고객의 소비행동 패턴 등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한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열쇠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요즈음 우리는 기후 문제를 거론할 때 종래의 점잖은 ‘기후변화’에서 ‘폭염’, ‘극단적 이상기후’ 등 과격한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과격화 추세는 점잖의 대명사였던 유엔(UN)이 대변한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고, 펄펄 끓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음을 유엔이 선언한 셈이다. 이런 선언은 향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에너지 전략을 짜는 데도 매우 큰 의미를 던진다. 사실 국제 기후변화 대응논의는 1992년 6월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유엔 주도로 개최된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악화되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지구 동반자관계 형성을 약속했다. 이 내용의 축약이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행동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040년 전에라도 인류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로 유명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리우 선언의 후속판이다.최근 들어 온난화 추세를 넘는 기후재난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에 따르면 올해 7월은 3주간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가량 더 높아 역대 가장 더웠다. 그러나 IPCC 공식 의견은 현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1도 수준 이상 상승하지만 아직은 파리 기변화협약의 마지노선(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번한 섭씨 40도 수준의 폭염, 유례가 드문 폭우, 그리고 세계 각지의 대형 산불 등은 지구 온난화 차원을 넘는 극한 기후 변화임에 틀림없다. 지구 열대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UN IPCC의 효용성, 좀 더 구체적으로 파리협약에 의한 국가감축목표(NDC)를 그 이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짐 스키(Jim Skea) IPCC 신임 의장(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은 "명목적인 목표에 집착하거나 종말론적으로 접근하는 기존 방식은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종말론적 접근방식은 인류 공영을 저해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 여건도 마찬가지로 걱정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의 자료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 기온상승은 세계 평균보다 심각하다. 좁은 국토 면적에 인구밀도가 높고, 삼면이 바다인 데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후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주간 폭우와 폭염으로 벌써 60여 명의 사망자와 2000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도로,주택 같은 인프라 침수피해와 사회 이동성 감소 등 각종 사회환경 폐해로 확대되고 있다. 현안 관심사인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는 폭염 대비 부족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고 태풍을 피해 끝내 대회장 이동과 단축 운영으로 귀결됐다. 온열 환자가 속출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 문제는 갈수록 우리가 정상적 관점에서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IPCC 내용처럼 중장기 관점의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더 시급하다. 우리가 그간 강조해온 기술혁신에 의한 온실가스감축 정책과 지속적인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에서 적정 수준 조화가 필요하다. 경험하지 못 한 기상이변(지구열대화)으로 중장기적 고도화전략 변화 뿐 아니라 단기 대응정책의 확대 도입의 필요성 커졌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조정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제언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 및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잡은 NDC정책을 골자로 한 녹색 성장 정책의 보완이다. 폭염 사태는 기존의 모든 가치 기준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도 올해와 내년 기후변화 대응전략의 효율화가 우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세계 경제 2대 현안 과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후 악화를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단기 성장 전망을 경쟁국에 비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경제사회 운용 기조로 삼아햐 한다. 중장기 차원에서 단순한 회피·경감 차원을 넘어 미래 경제 성장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전략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고유의 기술 금융 체제를 도입하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 원전산업의 디지털과 신재생 에너지의 디지털그린화를 통해 융합하는 것이다. 이런 융합 대책이 비용 효과적인 중장기 대책이며 성장과 고용 창출을 동시 보장하는 선순환 국가 에너지 전략이라는 거시모형 검증 결과도 여럿 있다. 감축과 규제 위주 선진국 기후 대응 전략의 답습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에너지·기후 전략의 틀을 고민하고 모색할 때다. 국민 세금의 사전투입을 전제로 하는 고식적 관료주의적 접근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새만금잼버리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기자의 눈] 이커머스, 빛 좋은 개살구 안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빛 좋은 개살구.’ 겉보기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지만, 실제 맛은 형편없는 개살구란 말로 흔히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빗대어 쓴다. 이같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무리없이 적용될 수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이커머스업계다. 종전까지 이커머스기업들은 외형 성장에만 집중해도 문제가 없었다. 시장 진입 초기엔 수요 선점을 위해 제품 출시와 영업망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이커머스라는 큰 장(場)이 선 다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기업들은 외형에 걸맞는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닿뜨린다. 이를 입증하고 돌파하는 수단의 하나가 IPO(기업공개)다. 특히, ‘로켓배송’의 쿠팡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다른 이커머스기업들도 너도나도 상장을 꿈꿨다. ‘마켓컬리’의 ㈜컬리를 비롯해 SSG닷컴·11번가 등도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급성장 수혜를 입어 기업가치가 상승했던 이커머스업계가 엔데믹 일상회복 뒤 성장률 둔화, 증시 침체 등 악재로 가치하락에 직면하자 줄줄이 상장 연기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상장 연기를 단순히 시장 요인만으로 탓할 수 없다. 상장이 무산된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적자 누적의 ‘수익성 악화’가 깔려 있다. 사실 국내 이커머스기업 대부분은 수익성이 나쁘다. 기업에게 ‘수익(흑자)’은 금과옥조다. 하물며 투자 유치를 위한 IPO를 준비하는 이커머스기업에게 수익 개선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시장에서 수익성이 안 나오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받을 수 없다"면서 "올해는 적자 줄이기에 집중해 내년에 흑자를 달성하는게 목표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매출도 키워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쿠팡이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최대 매출(분기 기준)과 영업이익도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쿠팡의 흑자전환 행보는 분명 이커머스업계에 ‘긍정의 타산지석’이지만, 모두 ‘쿠팡 닮은꼴’이 될 순 없다.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자사의 강점을 활용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로 수익 증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pr9028@ekn.kr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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