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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고공행진 하는 국제 유가와 급변하는 국제질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COVID-19 때문이라고들 이야기 한다. 원유가격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높은 원인으로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21세기 초반 20년을 20세기 후반 20년과 비교하여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 20년 동안의 국제원자재 가격의 평균값이 20세기 후반 20년의 평균값 보다 세배나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자재가격 고공행진의 원인이 전쟁이나 팬데믹 말고도 다른 것이 분명히 있다.국제원유가격을 사례로 들어보자. 1980년대는 1차 석유파동의 끝과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2차 석유위기가 연결된 시기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한 걸프전쟁도 있었다. 이러한 엄청난 시기가 포함되었음에도 20세기 후반 20년간의 국제원유 평균값은 배럴당 21.5달러 (NYMEX 선물가격기준· US EIA 자료) 정도였다. 반면 21세기 들어 지난해 말 까지 20여 년간의 평균 가격은 62.7달러다. 20세기 후반과 비교하면 세 배에 달한다. 또 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8년 봄, 국제원유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그해 7월에는 14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아직도 역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그때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COVID-19도 없었으니 이러한 엄청난 가격상승의 원인이 최근에 벌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팬데믹 만의 영향이라고 할 수 없다. COVID-19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던 2020년 4월에 단 하루이긴 하지만 국제원유가격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말에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은 또 어떨까? 전쟁 직전 1년 동안의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72.5달러, 전쟁이 벌어진 직후부터 1년간의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92.9달러로 분명이 가격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21세기 내내 꾸준히 이어지는 국제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을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10년 중 국제 원유가격이 가장 낮았던 2020년도 평균으로 하면 39달러 수준으로 20세기 후반의 가격보다 크게 높다.국제원유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전통적으로 수요이다. 따라서 원인을 구조적인 수요의 변화에서 먼저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21세기를 관통하는 가장 큰 수요변동 요인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선언이다. 이를 근거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선언이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수요는 여전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증가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다. 한편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중립선언으로 기존의 석유, 석탄, 가스를 직접 사용하던 방식에서 청정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기 위한 선진국의 노력으로 인하여 전력선 및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구리, 리튬 등 광물의 폭발적인 수요증가가 주로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즉, 개발도상국은 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선언에도 불구하고 석유, 석탄, 가스 등에 더욱 더 의존하여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는 반면 선진국은 새로운 변화에 앞장서 나가서 광물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한 두 번째 요인은 바로 국제질서의 변화이다. 2013년에 시작된 Brexit가 그 출발점으로, 이후 트럼프정부의 미-중 무역갈등 등 보호무역의 분위기가 전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자유무역 시대에서 보호무역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에너지수입을 위한 공급망 역시 이러한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 이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가 또한 기저에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바로 높은 국제원자재가격의 구조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그 위에 전쟁과 COVID-19 등의 영향이 얹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국제원자재가격 고공행진이 현상이 전쟁이 끝나고 팬데믹이 끝나면 해소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광물의 99%,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세상이, 에너지를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기자의 눈] 쿠팡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지난 1일 쿠팡의 지난해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한 말이다. 비록 연간 흑자전환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사상최대 매출과 함께 적자 규모를 직전 2021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크게 성공한 만큼 쿠팡의 향후 성장성에 자신감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이같은 창업자의 발언이 예전보다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쿠팡이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수익성 논란’을 불식시키듯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 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2014년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배송해 주는 ‘로켓배송’을 도입해 빠른 속도로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투자에 따른 적자 규모도 눈덩이로 커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쿠팡식 사업모델’에 의구심을 품는 회의적 시각이 월등했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며 부정적 견해를 반박했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쿠팡이 예상을 깨고 지난해 3분기 흑자를 내며 사상 첫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달라졌다. 여세를 몰아 4분기 실적 호조로 적자 규모가 대폭 줄자 쿠팡이 올해 연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긍정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관건은 쿠팡 성장세가 올해에도 지속될 수 있느냐이다. 올해 본격적인 일상회복에 따라 오프라인 수요는 증가하는 대신 이커머스의 성장은 더욱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쿠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용객 객단가와 멤버십 충성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낙관론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쿠팡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고객 집단(코호트)의 구매 금액은 쿠팡 이용 2년차에 1.66배, 4년차에 3.59배, 5년차에 4.74배로 상승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도 지난해 4분기 1000만명을 돌파한 1100만명을 기록해 일회성이 아닌 ‘충성고객’ 소비자가 많아졌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쿠팡의 성장세와 올해 실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개 기업의 흑자 전환 의미를 뛰어넘어 이커머스산업 전체의 전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다. pr9028@ekn.krclip20230302113340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이슈&인사이트] 챗GPT 신드롬

인공지능(AI) 시장과 AI 챗봇(Chat Bot)인 챗 GP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챗GPT 사용자는 지난 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Monthly Activity User)기준 1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2개월 만의 기록이다. 이 같은 기록은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다 훨씬 빠르다. 틱톡은 1억 MAU에 도달하는 데 9개월, 인스타그램은 30개월, 핀터레스트는 41개월 걸렸다. 챗GPT 월 사용자 증가속도는 핀터레스트에 비해 20.5배 , 인스타그램의 15배, 틱톡보다는 4.5배 빠르다. 챗GPT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AI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AI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연평균 36.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869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인 AI시장은 4년 후인 2027년에 4070억달러(약 501조원)로 약 5배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AI시장과 챗GPT 시장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다. AI시장은 AI에 직접 관련된 좁은 범위로 본 것이며, 넓게 보면 훨씬 커진다.투자은행 세계 5위이며 유럽 2위인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로 운영되는 총 가용시장이 1조 달러(약 13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챗GPT로 발생하는 새 시장에서 나오는 매출 규모로 챗GPT시장을 뜻한다. UBS는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확장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챗GPT를 초거대 AI(Hyperscale AI· Super-Giant AI)라고 한다. 초거대 AI란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수천억 개 매개변수 기반으로 인간처럼 종합추론을 할 수 있는 AI다. 인간처럼 종합 추론이 가능해 기존 AI에서 한 단계 진화한 차세대 AI로 평가받고 있다. 챗GPT가 급부상하면서 국내외 초거대 AI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실시간 질의응답은 물론 사용자 요청에 따라 작사·작곡 같은 창작활동과 코딩까지 가능한 챗GPT가 AI업계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초거대 AI는 세계적 AI연구소인 오픈AI가 만든 GPT 3.5 모델로 파라미터 수가 1750억 개에 달한다. LG는 올해 하반기 6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AI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올해 안에 공개될 GPT 4는 파라미터 가 100조개 까지 늘어날 수 있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학습량이 많을수록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파라미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지능도 비약적으로 확대된다. 6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초거대 AI는 언어 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까지 가능하다. 챗GPT의 등장은 MS와 구글 등 빅테크 회사들의 AI 기술 경쟁에 불을 지폈다. MS는 오픈AI의 초기 투자사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자사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를 접목했다. 이에 맞서 구글도 AI 챗봇 ‘바드(Bard)’를 발표했다. 구글이 서둘러 바드를 발표했으나, 시연하던 바드가 수많은 대중 앞에서 오답을 제시하며 검색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정확성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챗GPT에 맞설 AI 기술 개발 성과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검색 엔진 업체 네이버 역시 글로벌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네이버의 서치GPT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버를 기반으로 한다. 하이퍼클로버는 국내 최초 한국어 특화 모델로, 학습 매개변수 2040억개를 자랑한다. 이를 활용해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 자사의 고품질 검색 데이터와 기술을 접목한 ‘서치GPT’를 선보일 계획이다. 챗GPT는 많은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부정적인 효과와 문제점도 적지 않다. 따라서 챗GPT의 장점은 잘 활용하되, 지속적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챗GPT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내용에 대해서는 계속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AI시장과 챗GPT시장이 상당 기간 고속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AI시장과 챗GPT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즈니스모델 발굴에 정부와 기업 모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E칼럼] 이차전지,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으로 날개 달다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를 3대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특히 이차전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은 차세대 먹거리 확보와 함께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과 같이 오늘날 상용하는 많은 제품들이 포터블화돼 있다. 이에 에너지를 담아 휴대하면서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터리의 성능은 제품의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1차 전지와 이차전지는 충전을 통해 500~2000번까지 반복해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자동차.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의 필수 소재이다.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의 보급 확대에 따라 리튬이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게 된 것도 이차전지의 수요 확대에 따라 미래 신 성장산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차전지의 수요증가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최대 2억3000만대의 전기자동차가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현재 3%인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이 12%로 올라간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이차전지 기업들의 시장 확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고 주요국 정부 간 공급망 선점을 위한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향후 10년이 이차전지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에 세계적 기업과 국가들이 이차전지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치열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패권분쟁은 무역 분야를 넘어 첨단기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첨단산업의 기술력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넘어 해당 국가의 미래 경제ㆍ안보 패권의 향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과 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견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 공급망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중국도 첨단제조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반도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기업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첨단산업은 다음세대의 먹거리와도 직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ㆍ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기술과 산업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투자와 기술개발을 촉진을 꾀한다. 이를 위해 인·허가 등의 신속한 지원, 입주기관에 대한 비용 및 세제지원, 부담금 감면 등의 특례를 부여한다. 또 다른 주요 내용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전문인력 양성이다. 정부가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개정이 있었다. 일부 중요한 첨단전략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ㆍ경제 안보, 안정적인 산업공급망 확보, 미래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전략기술보유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전략산업 등의 설비구축 및 연구ㆍ개발 투자와 관련된 인ㆍ허가, 원활한 사업 추진에 필요한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 등을 위한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했다. 세계 이차전지산업은 태동기를 지나 고속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연 30% 고성장을 거듭해, 2025년 200조원, 2030년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170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차전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 및 제도 개선 토대 위에 더 많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의 성능개선, 안전성 강화 및 가격 경쟁력 확보로 현재 배터리 강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투자확대를 통한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차세대 이차 전지 시장의 선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재건축 규제 완화가 미분양 심화시키지 않기를

최근 대구를 방문했다. 도시 곳곳을 다니며 느낀 감정은 미분양 사태 심화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건축 중인 아파트를 볼 수 있었으며 눈에 보이는 아파트 대부분은 신축이었다. 길거리에서는 ‘절찬 분양 중’이라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분양 홍보를 위해 완공된 아파트 위로 초대형 걸개를 내건 곳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두 눈으로 보니 대구 아파트 미분양이 얼마나 심각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에 비해 10.6% 증가한 규모이며 2012년 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였다.지난해 1월(2만1727가구)에 비해 급증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중심에는 대구가 있었다.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1월에만 1만3565가구로 전체의 18% 이상을 차지했다. 문득 대구와 같은 현상이 10년 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서 정부가 재건축 규제 허들을 대폭 낮추자 서울에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을 확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노원구에서는 이미 6개의 단지가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은 상황이며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까지 더해진다면 총 2만855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재건축 된다.송파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역 내 5개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확정됐으며 2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까지 총 1만2656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게 된다.여기에 수도권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 특히 13개 단지에서 재건축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양천구 목동,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재건축 대상에 포함된 경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을 고려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일각에서는 수도권은 공급물량 부족 지역이고 향후 인구 집중화 현상 또한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공급과잉 문제는 별개이며 단지별 완공시기 또한 다르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하지만 당장 이번 달 수도권에서만 1만781가구의 아파트가 신규분양되고 공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분양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재건축 규제 완화가 부디 역효과를 내지 않기를 기대한다.

[EE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세먼지 관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인 정보통신기술과 빅 데이터는 대기질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 특히 최근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ChatGPT 기술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의 결합으로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자료를 만들 수도 있고 때로는 꽤 괜찮은 직관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신기술의 저변에는 그간 축적된 많은 지식과 관련 데이터가 핵심이다. 이는 대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공적으로 받아 볼 수 있는 대기 관련 데이터 자료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주요 배출 설비의 오염물질 배출 현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반 국민들이 사는 지역의 대기질 현황 및 예보다. 국내에서는 대기 오염원 배출의 감시는 1992년에 울산 여수지역의 전산실과 사업장의 측정기기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24시간 내내 측정데이터 수신체계를 구축한 것이 시발이다. TMS (Tele-metering 혹은 Tele-Monitoring System)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당시 원격으로 측정 자료를 송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5G(5세대) 통신환경과 IoT로 대변되는 연결 생태계에서 엄청난 속도로 각종 데이터가 생성,저장되고 활용된다. 사업장에서 측정된 대기 측정 자료들이 자동감시 체계인 CleanSys 시스템을 통해 저장되고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 같이 확보한 산업체별 대기 배출 측정 자료와 정부에서 운용하는 측정망을 통한 대기질 자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자료가 되고, 기상 ·지질·전력 등의 다양한 자료와 결합하면서 빅 데이터 (big data)화 돼 복잡성이 큰 문제 해결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에 따라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 정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늘고 실제 이러한 환경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커진다. 이를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주관해 1030종 이상의 데이터를 모아 오픈마켓 플랫폼 형태로 구현했다. 이런 빅 데이터 플랫폼은 환경 분야의 데이터 유통 및 거래 시장을 통해 산업화와 함께 그 활용처를 확장해 가고, 실질적인 대기질 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인 데이터의 환경 분야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분석 도구, 인공지능(AI) 학습 툴을 이용해 고급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활용도를 향상할 수 있다. 챗봇을 이용해 데이터 검색부터 활용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총괄적인 설명이 가능토록 사용자 편의를 위한 도구를 제공한다. 데이터에 친숙하지 않거나 도구를 사용할 줄 몰라도 사용상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구성했다. 현재 한국환경공단에서는 굴뚝 자동 측정기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대폭 향상된 CleanSys 라는 관리 운용시스템을 활용 중이고 대기질과 대기 환경 관리를 위해 2004년 4월부터 전국의 대기오염측정망에서 측정되는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도 자료를 수집·관리하는 국가대기오염정보관리시스템 (NAMIS)을 구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에서 대기환경정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도시대기 측정망, 도로변 대기 측정망, 국가배경 측정망, 교외대기 측정망에서 연간 3억4000만건의 막대한 대기오염도 자료가 수집되고 있다. 이외에 우리나라의 천리안위성 2B는 세계 최초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주간 상시 관측할 수 있는 초분광 환경탑재체로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미세먼지 유발물질들을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산란하는 특성을 이용한 초분광 기술을 활용해 측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이제는 공적으로 확보된 각종 대기 관련 데이터에 각종 분석 기법을 더하고 빅 데이터 활용 능력과 AI 기법 등을 동원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놓치기 쉬운 배출원의 확인 작업도 가능하게 됐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국외 변수에 대한 정확한 자료 확보와 분석을 통해 국제 협력의 방향과 단계적 행동 지침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대기질 예보의 정확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환경부 내에 대기·수질과 폐기물 등 환경 전반은 물론 기상 부문까지 총괄하는 환경정보 통합데이터센터의 설립을 제안한다.

[이슈&인사이트] 대북 협상,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야

수년째 이어지는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일상화되고 강도도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북한이 작년에만 7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쏟아 부은 비용은 약 5억6000만 달러(약 7200억원)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때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배치에 대한 맞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르는 도발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식량난 등 내부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 긴장을 조성하는 전략이다. 통일부 브리핑에 따르면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하고 북한 측이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희망 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둘째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관심끌기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선제적 변화 없이는 인센티브 제공도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당근을 주기보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경쟁의 파고 속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는 낮아지고 있다.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이나 대북 제재 완화 ·해제를 희망 하는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기 힘든 상황이다. 과거 냉전시기에 한국의 최대 목표는 생존, 즉 안보였다. 당시에는 한미동맹의 강화에 기반한 안보만이 유일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리고 냉전종식 이후에는 안보보다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급상승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높았던 노무현 정부는 미·중 사이에 ‘균형자’를 주장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통일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며 중국과 관계개선에 나섰다. 이로 인해 한때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억지력 강화보다는 대북 제재완화, 한미연합훈련 중지, 종전선언 등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중 패권경쟁과 신 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남북 간 평화·통일 담론은 더욱 힘을 잃고 있다. 통일과 평화의 논쟁은 허무하게도 현실의 벽에 막혀 막을 내리고, 미중 관계 악화,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으로 이제는 안보담론이 외교안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윤석열정부에서 북한과의 관계맺기는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까?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삼각공조 강화가 논의되었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협력을 인도·태평양 전략(Indo Pacific Strategy)의 10개 행동계획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과거사 문제, 중국과의 관계,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논란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이 실질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대북협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북핵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제 ‘도발- 제재완화- 도발-제재’라는 무한서클을 반복해온 기존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북한의 떼 쓰기식 도발에 임시방편용 당근을 주는 것이 아닌 원칙과 기준에 기반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또 한가지,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현금다발’을 전달하는, 즉 외교를 돈으로 사는 방식은 절대 피해야 한다. 햇볕정책도 좋고, 남북 간 교류협력도 좋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다니면서 투명하지 못한 ‘돈’을 대가로 사는 평화는 지속가능성도 없고 가짜평화일 뿐이라는 것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정치평론가

[기자의 눈] 아파트 이름, 얼마나 더 길어질까

건설사들은 아파트 이름을 얼마나 더 길게, 더 어렵게 지으려는 걸까.‘압구정현대’, ‘공덕삼성’처럼 최대 5글자가 넘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아파트 단지명은 10글자를 가뿐하게 넘긴다. ‘르엘신반포파크애비뉴’,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과 같이 한번 듣고는 머릿속에 각인되기 쉽지 않은 단지명이 대부분이다. 단박에 어느 동네인지 유추하기도 어렵다. 농담인 줄만 알았던 "시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아파트 이름을 일부러 길고 어렵게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실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다.집에서 강을 조망할 수도 없지만 ‘리버’, ‘강변’이 단지명에 들어있다. 지역의 중심을 뜻하는 ‘센트럴’이나 숲세권임을 강조하는 ‘파크’ 등이 포함된 단지명은 더 흔하다. ‘센트럴’, ‘파크’, ‘리버’ 등 펫네임을 붙인 단지의 청약 성적이 더 높았다는 통계도 있으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단어를 조합해서 단지명을 길게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숲세권임을 두 번씩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 ‘포레온(ForeOn)’은 숲을 뜻하는 포레(fore)와 따뜻함을 뜻하는 온(溫·On)의 합성어다. ‘올림픽공원과 푸른 자연 위에 자리한 따뜻하고 평온한 곳’이라는 의미란다. 왜 굳이 영어와 한자를 합한 건지 의문이지만 이런 게 요즘 유행인 걸 감안하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처럼 스페인어(아델리오), 독일어(아델), 영어(체리쉬)를 합한 3개 국어 이름의 단지도 있으니 말이다.집값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서 단지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경기 의왕시 ‘포일자이’는 인덕원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정차한다는 발표에 지난 2021년 주민동의를 거쳐 아파트명을 ‘인덕원센트럴자이’로 바꿨다. 인덕원을 넣어 지하철 개통 호재 단지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요즘 아파트명에 없으면 허전한 단어인 ‘센트럴’까지 추가했다. 정말 전형적인 ‘요즘 아파트’스러운 명칭이다.아파트 이름이 길어지고 어려워지니 피로도를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다시 예전처럼 ‘지역명+브랜드명’으로 간결하게 짓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단지인 ‘흑석자이’는 당초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서 리버파크를 빼고 간결하게 변경했고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하이엔드 단지 이름을 ‘반포르엘’로 정하고 지난해 준공을 마쳤다. ‘Simple is the best(심플 이즈 더 베스트).’ 간단한 게 최고라는 이 말이 주택시장에도 적용되길 바란다.

[EE칼럼] 태양광 300GW 시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탈탄소 시계를 앞당겼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인플레이션 심화와 에너지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이어져 역대 월별 최대 무역적자와 1월 난방비·전기요금 폭탄의 원인이 되었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경제학자는 국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2023년은 불황과 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바로 옆에서 터진 전쟁 영향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법제화하는 등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했고 그 핵심 수단은 풍력과 태양광이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2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을 지난해 대비 20% 성장한 320GW로 예상했고 이는 태양광 신규설치 300GW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많은 보고서 및 분석에서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니 1년 이상 조기 달성되는 셈이다. 2030년에는 연 500GW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각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발표와 강화되고 가속화되는 정책들을 감안할 때 오히려 과소 전망되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올해는 유럽의 ‘REPowerEU’,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효과가 본격화되는 해이고 중국도 지난 13일 국가에너지국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태양광, 풍력 설치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 잠정치가 268GW, 증가율이 47%였는데 올해 갑자기 20%로 낮아진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Solar Power Europe의 연례보고서 ‘EU 시장 전망 2022∼2026’을 보면 2022년 EU는 2021년 28.1GW 대비 47.3% 증가한 41.4GW의 새로운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모든 예측을 능가한 결과로 2020년 YoY 15% 증가, 2021년 42% 증가에 이어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EU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독일은 2022년 최근 10년 내 최대인 7.2GW의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올해는 11GW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호주, 베트남, 칠레 등과 함께 태양광 중심으로 최근 3~4년 사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한 대표적인 국가로 2022년 4GW를 추가해 국민 1인당 1000W 이상의 태양광 설치라는 놀라운 이정표에 도달하며 이 부문 1위였던 독일의 2022년 816W를 크게 추월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2.48GW(주거용 1.1GW)의 태양광을 설치해 누적 용량 25GW를 넘어섰고, 특히 2021년 0.9GW 대비 164%가 증가했으며, 2023~2026까지는 매년 5GW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브라질 등도 큰 폭의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호주국립대 Andrew Blakers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저거너트(Juggernaut)를 언급하면서 "머지않아 태양광이 세계 경제에서 화석 연료를 쓸어버릴 비용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은 태양광 설치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가 장소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수요지 인근 주택 지붕과 건물 옥상 및 벽, 주차장 등을 활용한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IEA PVPS의 ‘2022 PV 애플리케이션 동향’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설치량의 45%가 분산형이고, 2021년 신규설치 기준으로는 호주 65.4%, 독일 65.2%, 일본 54.3%, 중국 53.4%, 우리나라는 5.4%다. 분산형은 매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는 통계가 발표된 EU가 66%, 중국 67%, 브라질 69%가 분산형 태양광이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화석에너지원의 98%를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해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췄고 태양광 발전 비중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태양광 발전 대출과 관련된 전수조사에 나섰고 은행들의 태양광 PF는 급감했다. 하한제 없는 SMP 상한제가 시행되었고 에너지공단은 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지원 예산을 축소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전력통계월보(제530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7.7%다. EU 38.6%, 독일 42.9%, 중국 31.6% 등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수준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글로벌 에너지 전환 트렌드에 맞춰 앞장서 이끌지, 끌려다닐지 혹은 외면하다 고립될지를 놓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이슈&인사이트] 한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고민과 대안

지난 1월 30일 방한한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촉구했다. 같은 날 방한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 국가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동맹과 동참했다. 또한 나토 한국대표부를 설치하고 사이버방위센터 정회원에 가입하는 등 나토와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왔다. 한국이 나토와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이 군사 지원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 손상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포괄적 제재로 고립된 상황에도 한국과는 상호 비자면제협정을 유지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경제·과학기술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맺어 온 러시아와 향후 관계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이익이다. 최근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방위산업 수출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한국 무기체계 성능이 실전에서 입증되면 수요가 급증해 한국이 세계 3대 방위산업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약 1000조 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할 명분과 자격도 갖게 된다. 특히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사회간접자본 및 플랜트 사업 분야에 큰 역할이 기대된다. 두번째는 안보 이익이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이 대가로 북한에 현금과 각종 무기 및 군사 기술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앞으로 한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전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재고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또한 러시아가 위축되면 중국이 이 공백을 메우며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를 견제하기 위한 국제 안보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 침공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한국이 향후 미국과 나토로부터 충분한 군사 지원을 미리 확보하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다음은 국가 전략적 이익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중장기적인 이익이 있더라도 당장 러시아와의 관계 파탄 등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은 이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급증한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만큼 북한의 핵 도발이 심각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이 확고하다고 강조했지만, 한국의 잠재적 핵 보유 가능성을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국제사회 압력과 제재를 감수하고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현재 고려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주기 완성 허용을 통한 핵연료 사용 관련 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것이다. 핵연료주기 확보의 핵심은 전면적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이 포함된다. 재 처리된 핵연료는 원자력 발전에 다시 사용하여 발전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경제적 이점과 함께 유사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원료를 보유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은 미국의 양해로 핵연료주기를 완성했다. 한국도 일본 수준의 핵연료 자율적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당장 더 큰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 정도는 한미 간 합의가 충분히 도출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즉시 대규모 군사 지원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부족한 포병 전력을 신속히 강화할 수 있다. 이미 수백만 발의 재고가 있는 105㎜ 포탄을 포와 함께 제공하여 우크라이나 전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외 155㎜포탄과 박격포탄을 비롯한 각종 총포탄 등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세계에서 거의 한국 밖에 없다. 한국이 앞장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주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종전을 앞당기기 위한 국제적 기여와 함께 한국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이는 한국이 기본적인 핵 능력을 확보하여 국민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납득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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