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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분양 무덤’, 대구 위한 대책 시급하다

올해 대구를 방문해 본 사람 중 미분양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도시 내 미분양이 얼마나 심각하며 향후 ‘차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신축으로 보였으며 완공된 아파트 건물 위로 분양을 홍보하는 초대형 현수막 또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대구 내 미분양 문제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는 견본주택이 성행하고 아파트 건설 현장 또한 활발한 모습을 띄고 있다는 점이었다.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359가구이며 수도권은 1만2257가구에 달해 상반기 중 전국 미분양 물량이 심각 수준인 10만가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의 미분양 주택 수는 1만3565가구로 수도권 수치를 상회하며 전체의 18%가량을 차지했다. 이 같은 미분양 가속화의 가장 큰 이유로는 공시지가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고분양가가 꼽힌다. 1월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18년 1월(1036만2000원) 이후 5년 만에 51.66% 폭등해 역대 최고치인 3.3㎡당 1571만5000원을 기록했다. 대구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한 3.3㎡당 1710만원을 기록하면서 최초로 1700만원대에 진입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건설사들은 아파트 가격을 기존 분양가 대비 75% 수준으로 인하하거나 입주 시 분양가 10%에 해당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급물량 부족 지역인 수도권과는 다르게 공급과잉인 대구의 미분양 사태 호전은 어려우며 분양가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구 미분양 가속화를 멈추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개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되는 현시점에 정부가 빠른 판단을 통해 전국 분양시장에 불어올 ‘나비효과’를 사전에 방지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증명사진

[송문희 칼럼] 한일정상회담이 남긴 과제

"망국 외교, 굴욕 외교,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윤석열대통령의 방일 후 한일정상회담 결과와 강제동원 해법을 비판하는 대규모 시민단체 집회로 연일 뜨거운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역사를 저버린 이 무도한 정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라고 비판하며 야당도 이에 합세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일 정서에 기댄 선동의 DNA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체포안 표결에서 누더기가 된 방탄복을 ‘죽창가’로 땜질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국인이 한일문제에 대해 마냥 냉철한 머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성보다 뜨거운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영웅’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어느 새 두 주먹을 불 끈 쥐게 되는 우리 국민이 가장 화나는 대목이 바로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뻔뻔한 태도이다. 그러나 한번 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한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맥락 하에서 냉철하게 한일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제정치로 고개를 돌려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 하에 국제사회의 평화를 유지해오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을 도우면 민주화가 촉진되고 결국 국제적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중국을 국제사회로 적극 끌어내고 지원했던 미국의 셈법과 달리 중국은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해 미·중간 새로운 패권경쟁과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독자적으로 중국의 도전을 막는 것이 힘겨워진 미국은 이제 한미일, 쿼드, 인도태평양전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동맹과 파트너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도전을 막으려 한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제1도련선 국가들의 중요성이 상승한 반면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약화된 측면이 있다. 지난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대일관계는 역사, 영토 분쟁 등의 문제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기에는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 연설에서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겠다"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일본과 대립을 피하는 징용 배상방안을 찾고 있었다. 그 해답으로 내놓은 것이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이다. 이 대안이 국민의 눈높이와 감정에는 매우 불만족스럽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안보, 경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신 국제질서 재편 등에서 ‘공동의 이익’을 풀기 위해 협력해야만 하는 대내외적 압력에 노출된 한국정부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참으로 불편한 이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고 지정학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처지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감정’에 치우친 외교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이나 문재인 정부 때 ‘죽창가’를 내세우는 맹목적인 민족주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민족주의 감정을 동원하고 소비하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경계해야 한다. 한일문제는 일도양단식의 시원한 해결은 어렵고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어깨를 겨루는 경제대국이다. 자신감을 갖고 맹목적인 반일(反日)이나 숭일(崇日)에서 벗어나 극일(克日)의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보여주듯이 국제정치는 ‘naked power’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이 속에서 외교는 냉철한 머리로 국익의 관점에서 실리를 찾아 나가는 끊임없는 여정이다. 최근 한동훈 법무장관이 출국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손에 들고 간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강대국의 등장 과정에서 패권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오늘날 미중 패권경쟁 하에서 한국외교가 풀어내야 할 복합방정식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강제동원 해법 역시 이런 구조적 맥락에서 평가해야 한다. 윤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쌍수를 들고 반기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그간의 물밑 진행상황이 충분히 짐작된다. 다만 외교는 실리 못지않게 모양새나 명분도 중요하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사람 간의 관계처럼 국가 간에도 ‘감정’이나 ‘정서’가 존재한다. 이 감정을 별 게 아닌 것으로 치부하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가슴 아픈 모진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낸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징용 피해자들, 그리고 마음 상해있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섬세한 배려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숙제는 결코 한국 혼자 풀 수 없다. 한국이 먼저 주도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준 만큼 이제 공은 일본에게 넘어갔다. 지금까지 일본의 행태로 보아 틈날 때마다 과거 역사를 반성하는 성숙한 독일의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통 크게 반을 채워 내민 물 컵에 성의 있게 남은 절반의 물을 채우는 것은 일본의 몫이다. 계속 부끄러움을 모르는 역사의 소인배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열린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이웃이 될 것인가는 이제 일본의 선택에 달려있다.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정치평론가

[기자의 눈] 어느 날, 은행에서 일어난 일

날씨가 맑은 어느 날 오전. 거동이 불편한 집안 어르신을 모시고 은행에 갈 일이 있었다. 워낙 고령이신지라 직접 모시기 죄송스러웠지만, 당신 명의로 된 계좌에 관한 일인 데다 대리권을 위임할 서류를 뗄 시간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워 집에서 가까운 K은행 지점에 방문하기로 했다.문제는 건물 앞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은행은 건물 2층에 있었는데, 당장 건물 입구 자동문이 폐쇄돼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했다. 그 문은 자동문 옆에 붙어 폭이 좁았고, 얕은 오르막이 있어 혼자 힘으로 휠체어를 들이기 벅찼다. 보다 못한 건물 청소부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5분은 더 고생해야 했을 터다. 건물에 들어서서도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복도에 굵은 전선을 가로질러 까느라 생긴 큰 턱이 있어 휠체어를 한번 크게 들어야만 했다. 노약자나 장애인이 혼자서 해낼 만한 일은 아니었다.간신히 은행에 들어서서도 수난은 계속됐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데, 모신 어르신께서 앉아 계시느라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셨다. 하지만 수많은 창구 중 절반가량이 비어있어 앞번호가 빠지는 순서가 느렸다. 뭣보다 ‘노약자우선창구(휠체어거동, 임산부)’, ‘고령·장애인 금융소비자 전담창구’라고 적힌 창구에서도 우리를 외면한 채 정상적인 순번대로 고객을 받고 있었다. ‘고객 여러분들의 양해바랍니다’라는 문구는 어떤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인지 궁금했다.기나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순번이 돌아왔다. 이제 계좌 업무를 위해 계좌주 본인의 서명이 필요했는데, 서명하는 태블릿과 휠체어의 높이가 맞지 않아 어르신께서 팔꿈치를 높이 올리셔야만 했다. 하지만 어르신의 어깨가 좋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 게다가 필요한 서명이 워낙 많아 가까스로 어르신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창구 담당자의 안내 설명은 친절했어도 뾰족한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어르신께서는 어깨에서 울리는 고통 속에서도 직원의 시간을 뺏고 있다는 생각에 민망해하시는 마음이 앞선 눈치였다. 간신히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열리지 않는 자동문, 복도에 놓인 높은 턱으로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K은행에서의 불쾌한 경험은 금융권에서 여전히 금융 약자에 대한 배려, 인식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만일 필자와 같은 조력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은행을 방문하는 노약자·장애인 등이 혼자서, 급박한 상황의 은행 업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까. 예대마진에 의한 실적 잔치로 웃기 전에 진정 고객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 은행이 스스로를 돌아볼 때인 것 같다.suc@ekn.kr

[EE칼럼] 나부터 실천하는 ESG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제일 먼저 기업들에게 적용이 되다보니 ESG의 3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연구도 주로 기업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필자도 ESG의 빠른 정착을 바라는 경영학도의 시각으로 기업활동을 바라보면, 정부가 나서서 의무적으로 하라니까 마지못해 하는 모양새가 아직은 눈에 많이 들어온다. UN이 각국 정부에 주문하고, 정부는 자국 내의 민간기업에게 제도화를 하니 움직이지, 그런 강제성이 없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할 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ESG 적용을 앞세운 이유는 탄소배출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기업의 제조활동이고 기업활동이 가장 가속화되는 요인이기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ESG실천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업계와 금융계에서 나서고, 정부에서도 보조금등의 수혜 대상에 ESG 항목을 포함하여 평가 잣대를 적용하니 중소기업들까지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향후는 조달시장이나, 세금 차원에서도 적용이 된다면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 ESG의 근본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몇가지 현상에 대한 재고 필요성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최근 국내외에서도 ESG 평가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우리의 ESG 활동은 그동안 철저하게 챙기던 재무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비재무적 차원으로 따지지 말고 실천하자는 취지인데, 아직도 우리 기업들은 ESG를 위험요인(risk factor)로 인식하고 비용요인( Cost factor)로 취급하는 대응 자세가 아쉽다. ESG가 추구하는 그대로 좋은 회사(Good company)가 되기 위한 목표로서,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활동들을 스스럼없이 해나가는 기업 경영이 요구된다. 또한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에서도 다가올 기후재앙을 느끼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현재 지구위기(Global Crisis)라고까지 표현되는바, 지구표면 온도의 상승으로 인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도 사람들은 이 부분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필자의 경험으로 일부 선진국 사람들은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우리가 ESG라는 개념의 발생 원인과 향후의 필요성 차원에서 추론해 본다면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온 경제활동에서 이전과는 다른 질적인 고도화와 우리의 영속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미래의 보장을 위해서는 지구상의 모든 주체가 함께 자발적으로 참가해야 하는데, 모든 경제행위 주체, 즉 모든 정부기관, 각종 영리 및 비영리 조직, 가계와 개인 등 우리 모두가 행해야 하는 공통의 숙제임에도 ESG를 기업에만 부과하거나 규모가 되는 기관들만이 하는 의무로만 인식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ESG활동이 확산,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개인과 가정에서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극 동참하고(E), 나의 이기심 보다는 배려와 화합을 통해서 보다 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며(S), 나 자신부터 정직하고 깨끗한 모범적인 인격을 갖추어(G), 인류가 공생번영하는 미래사회를 만들자는 개인차원의 ESG 활동의 확대가 필요하다. 개인들이 철저히 ESG에 기반한 생활을 영위하면 기업의 ESG 활동이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국가적으로도 SDG 달성의 지름길이 된다. 필자는 가정의 생활쓰레기에서 빈번하게 배출되는 다양한 포장지가 항상 문제라고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인데 화려한 플라스틱 과 비닐로 겉포장에 신경쓰는 포장 문화가 안타깝다. 소비자부터 생각을 바꾸면 생산자도 포장재 1겹 더 줄이기, 천연재질 포장지의 사용, 적당한 수준의 포장 단순화와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설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소비자들이 일회용품 사용 자제 운동도 중요하지만, 과거 일회용품도 재사용하여 쓰레기 자체를 줄이셨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검소한 생활행태가 탄소중립에는 더 어울리는 삶이다. 그야말로 경제발전과 ESG는 역의 상관관계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는 경제논리도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의 생활경제도 환경 인식에는 한 참 못 미친다. 도시에서 환경보다는 편의성을 더 중시하는 까닭에 대중교통 여건이 미흡해도 공기 좋고 주변환경이 좋은 곳 보다는 공기가 안 좋아도 교통여건이 좋고 대단지인 역세권으로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비싸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도권에서도 깨끗한 공기와 해양의 자정정화 작용이 있는 섬에 살면서 서울에 출퇴근을 하고 있는 필자와 같이 이제는 선진국처럼 콘크리트 대신에 흙과 나무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곳, 숲과 산, 바다에 둘러싸인 주택이 바야흐로 주거지 선호의 기준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개개인의 ESG 개념에 입각해 생활 속 ESG 실천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개인의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음식물쓰레기 절감하며 주위의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나눔과 배려를 적극 실천함으로써 정직하고 법과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좋은 사람(good person)으로 재탄생하여, 범죄도 분쟁도 줄어드는 그런 행복한 시민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류덕기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경제학 박사

[이슈&인사이트]소상공인들이 흔히 범하는 착각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작년에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보증지원기업의 폐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한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재창업을 이미 했거나’(24.1%), ‘준비 중’(15.5%)으로 나타났다. ‘재충전 중’(12.9%)이라는 응답자 중에서도 53.4%가 ‘향후 재창업을 계획한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업종 선택에서 폐업 전과 동일 업종을 선택하는 경우는 53.5%로 절반이 넘었다. 소상공인의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는 ‘회전문식 창업’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심리학 용어로 ‘우월의 착각’이란 말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은 일반 사람들보다 낫다’라고 착각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런 현상은 대중매체나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지만 코로나19 상황의 창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망해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우월의 착각과 유사한 개념으로 ‘내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 착각이 있는데 최근 한 연구는 ‘통제착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소상공인들에게 작용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밝혀냈다.작년 말 한국유통학회, 한국마케팅학회, 한국광고학회, 한국소비자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통합학술대회 (DMAC)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하지 않고 버티는 소상공인의 행동을 설명하는 신현정씨의 박사학위 논문이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이 논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늘어나는 대출로 부채가 증가하는 데도 취업이나 업종전환을 모색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하는 소상공인의 심리를 밝혔다. 암담한 상황에도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는 통제 착각에 빠져 사업을 지속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개인이 통제불능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착각이 큰 소상공인 일 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았다. 통제착각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과는 상관없는 결과를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 때문에 불확실한 환경에서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클수록 사업지속의도가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회복탄력성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결과에 이르는 긍정적 심리적 상태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통념상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역경이 왔을 때, 회복탄력성이 큰 사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통념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기업가는 도전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더 높으므로, 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사업기회를 탐색하고 사업을 지속할 의향이 크다. 수없이 사업에 실패하고도 또 다시 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 중에는 ‘리어카를 살 돈만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듯 회복탄력성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나 통제에 대한 착각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인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회 탐색과 함께 사업기회에 내재된 잠재된 위험을 지각하는 것과 저마다 가진 인지편향을 이해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것으로 이것은 기업가의 판단에 달려있다. 따라서 기업가의 편향이 없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기업의 미래 방향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간단한 심사를 거쳐 무작위로 선정한 컨설턴트를 소상공인 경영컨설팅에 무작정 투입해 왔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컨설팅 지원을 지양하고, 소상공인의 인지편향을 제대로 반영한 새로운 경영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이 과정을 이수한 컨설턴트를 소상공인의 경영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기자의 눈] 원희룡 장관이 건협 아닌 전건협 찾은 의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 건설업계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고발 증언 현장에 참석하기 위해 전문건설회관을 방문했다. 이날 건설노조의 공사방해 및 태업행위 등 불법 실태로 힘들어 했던 업계의 목소리가 이제야 정부의 귀에 닿았다는 듯 전문업계 관계자들은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박수갈채로 뜨겁게 원 장관을 맞이했다.화답하듯 원 장관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힘든 이들이 전문건설인들이다. 그런데 노조라는 간판을 단 세력들이 온갖 명목으로 업계에 빨대를 꽂고 있다"며 전문건설업계 고충을 함께 이해했다. 실제로 원 장관의 힘 있는 이런 발언은 전문업계 관계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는 후문이다.이 과정에서 원 장관은 "‘원청사’는 전문건설업계가 노조에게 당하는 동안 페이퍼업무만 하고 있었고, 수익만 가져가는데 그게 무슨 ESG경영이냐"라고 일갈했다. 여기서 원청사라고 하면 보통 원도급사를 말하고, 이는 즉 종합건설업으로 확대해석 할 수 있다.원 장관이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비판하다가 원도급사까지 비난하자 가만있던 종합건설업계는 고기 씹다 혀 깨문 표정으로 뒤통수 맞은 모양새가 연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종합건설업을 이끌고 있는 대한건설협회가 국토부와 소원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건협이 건설업계 맏형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의견은 분분하다. 건설노조는 본래 전문건설업인 철근·콘크리트공사업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있다. 또한 윤학수 전건협 회장은 최근 취임했고 김상수 건협 회장은 내년 초면 임기가 종료되기에 현안을 두고 퍼포먼스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하다는 시각이 있다. 게다가 이미 건협은 지난달 원 장관과 노조 관련 간담회를 한 적이 있기도 하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건협이 이번 계기를 통해 전건협에게 건설업계 주요 이슈와 관련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에선 건설노조 불법행위 외에도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 중 하나인 종합-전문업 상호시장 진출에 의한 수주 불균형 초래가 양측 간 현안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원 장관과 전문건설업계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면 종합건설업 입장에선 좋을 것이 없다는 시선이다. 본래 종합건설사도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갑’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전문건설업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 추후 원 장관과 조우할 날 건협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E칼럼]유연하고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해야

작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의해 조만간 관련 기본계획이 마무리될 것이다. 이에 따라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NDC) 목표 상향조정이 반영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발전, 산업, 수송 등 주요 부문에서의 감축목표가 주어지게 된다.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 산업계 할 것 없이 모두 촉각을 세우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이 상당한 법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즉,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이 발표되면 이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소수급계획 등이 따라야 하며 또 이들은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송변전 설비계획 등 여타 기본계획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들 모두를 구조적으로 소수점자리 숫자까지 맞춰 가면서 정합적으로 맞춰갈 수 있는 마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NDC 목표를 법제화하지 않고 정부정책 서류상으로 선언되어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년 말 미국 의회조사처(CRS)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30 NDC가 법제화돼 있는 국가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 하나가 독일인데, 연방기후보호법(Bundes-Klimaschutzgesetz)에서 2030년 NDC 목표를 1990년 대비 65%로 명시하고 있다. 법제화된 것은 우리와 동일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메커니즘은 사뭇 다르다. 독일은 NDC에 의해 탈 석탄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탈 석탄 경매라는 시장 인센티브 방식의 넛지 형태로 유도한다. 게다가 그렇게 자신하던 탈 석탄 경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거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폐지하기로 한 석탄발전기도 오히려 재 가동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다른 EU국가에서 화석연료든, 재생이든, 원자력이든 전기를 사가지고 오면 그만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감축 로드맵을 법적 구속력 있게 받아들여 이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하고 그에 의해 30년 이상 된 석탄발전이 퇴출되는 식의 톱다운 방식을 취한다. 경직된 정책을 취하게 되어 비가역적인 퇴출이 이루어질 경우 독일처럼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더더욱 유연한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수립되는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타 정책과의 정합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연성 메커니즘이 반영되어야 한다. 로드맵은 매 5년마다 수립되므로 11차 및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 배출권 할당계획, 수소수급계획 등 여타 기본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에 신중하게 수립되지 않으면 앞으로 5년 동안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발생하게 된다. NDC는 특히나 이제 몇 년 남지 않은 2030년까지라는 점에서 이상이 아닌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자원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성과 예비력 확보를 위한 시장설계와 시뮬레이션에만 적게 잡아도 3~4년이 걸린다. 여기에 송변전 신규 설비 투자와 주민 수용성 해소, 계통 투자 관련 한전의 추가 재정 이슈, 0.1초 내에 대응해야 하는 인버터 유발 정전 대응책 마련 등도 시일이 걸리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은 오랜 세월 우리가 국내 경제와 산업 역량을 갖춰가면서 진행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전원 등 국내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감축 로드맵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신산업 성장 자본 확충을 전제로 하지 않은 2050년 탄소중립은 그 무렵 인구절벽, 재정절벽, 연금절벽의 3대 절벽위기를 넘어갈 역량마저도 상실케 하는 무력한 정책일 뿐이다. 끝으로 금번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2021년 발표 때와는 달리 유럽 탄소국경조정제, 칩4 동맹, 핵심원자재법 등 자국 제조업 산업을 전폭 지원하려는 그간의 변화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이나 탄소배출권은 더 이상 감축만의 이슈가 아니라 통상과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간 쌓아온 성과가 한순간 물거품으로 사라지기 쉬운, 그야말로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우리는 후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환경을 동시에 물려줘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이슈&인사이트] 친환경 기업에

요즘 MZ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입할 때 가성비 보다는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가치 소비를 이끌고 있다.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제품 소재와 생산, 유통 등의 과정에서 상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정치, 사회, 문화적 신념을 소비를 통해서 표출하는 이른바 ‘미닝 아웃(Meaning out)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가치 소비 문화가 전 세계 소비자들과 기업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라벨 없는 생수나 친 환경 인증 상품을 선택한다. 내가 구입한 물건이 숲, 바다, 동물을 헤친다면 아무리 저렴하고 쓸 만 해도 안 산다는 신념으로,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고르고 있다. 기업들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경영에 나서고 있다. 유명 핸드백 하나 만드는데 악어 3마리가 필요한 데 이를 버섯 가죽으로 대체해 핸드백을 개발한다는 뉴스 보도도 있었다. 바다에서 수거한 폐그물과 섬유 폐기물로 만든 에코닐을 소재로 모자와 가방 등의 제품도 생산되고 있다. 폐기된 옷으로 만든 재활용 실,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자원으로 제작한 친환경 플라스틱, 상업용 폐식용유로 만든 산업용 포장필름(비닐)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빈 용기를 가져가면 화장품 내용물만 구매할 수도 있다.제품의 포장 비닐을 종이 재질로 변경하고 포장을 간소화한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나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여 제품을 담고 있다.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며 상품·서비스 수요 증가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지구상의 모든 자원이 고갈 될 것이다. 친환경 소비풍조에 맞춰 이제 폐기물도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지금까지의 경제구조, 즉 자원을 제품으로 생산·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다시 사용하는 순환경제 구조 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고장 났거나, 유행이 지났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제품들도 가치 있는 자원이므로 수리하고, 리폼하고, 다시 제조하고, 재판매 해야 한다. 각종 자원들이 폐기되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원료를 다시 뽑아 내지 않고, 가공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탄소 발생과 에너지 고갈을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적으로 마스크 15억6000만 개가 바다에 버려졌다. 그런데 마스크가 분해되는 데 450년 이상 걸리고, 분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화해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많은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컵, 빨대, 포크, 물티슈, 냅킨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 노력한다. 비슷한 품질이라면 환경친화적이고,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치 소비, 환경친화적 신념에 맞는 소비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중시하는 경영 추구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환경친화적 기업의 매출도 상승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친환경 소비와 제품생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트렌드는 기업을 바꾸고, 기업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를 촉구한다. 소비자들은 더 나아가 불필요한 제품 소비를 줄이고, 기업에 친환경 경영을 더 요구해야 한다. 친환경 기업, ESG 모범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것으로 기업의 ESG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은 원단으로 만든 티셔츠를 하나 사면 플라스틱 물병 4.8개를 줍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부터 폐기물을 활용한 의류와 신발을 신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폐 페트병으로 만든 스니커즈를 구매하는 것으로 친 환경제품 소비문화를 확산하고 친 환경기업에 돈쭐 좀 내봐야겠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기자의 눈] "물은 들어왔는데 노를 저을 사공이 없다"

"물은 들어왔는데 노를 저을 사공이 없는 격이다."우리 조선업계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 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전 세계 선박발주의 74%를 수주하며 신바람을 냈다.그런데 정작 선박을 만들 사람이 없다. 산업부는 올해 말까지 조선업 생산 인력은 1만4000여 명 부족할 것이라 발표했다.조선소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한 만큼에 대한 대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제조업조사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조선업 종사자 1인 평균 임금은 4340만원으로 제조업 평균(2910만원)의 1.5배 수준이다. 하지만 조선업 평균 임금은 장기간 불황으로 2019년까지 우하향했다. 2020년 기준 조선업 임금은 4620만원으로 전년 대비 600만원 올랐지만 제조업 평균(478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조선업은 대표적인 3D 업종이다. 어렵고·더럽고·위험한 일이다. 공장 내 작업이 적고 옥외 작업 비중이 높은 만큼 날씨에 영향도 많이 받는다. 임금도 더 많고 덜 힘든 제조업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조선하청지회 역시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이 인력난의 핵심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조선사들이 임금을 깎으며 본인 배만 불린 것도 아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카타르프로젝트로 수주 호황이 찾아왔을 때도 조선사들은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특성상 선박의 인도시기에 대금을 지급받고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선박의 건조 기간은 짧게 잡아도 2∼3년이다. 일은 많아지는 데 임금은 적으니 인력은 빠져나가고 노사 갈등도 재점화됐다. 많은 수의 조선업 종사자들이 그나마 대우가 나은 한국조선해양 혹은 타 제조업으로 이직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파업의 여파로 수 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조선사들은 올해 흑자를 자신하고 있지만 평균 임금이 올라오는 데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정부가 도움의 손길을 건냈다. 고용부는 ‘조선업 상생 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2년간 모든 하청근로자에게 400만원을 지원하고 임금을 최저임금 120% 이상으로 지급할 경우 기업에 월 100만원씩 채용장려금도 줄 계획이다.정부가 2년이라는 시간을 제공했으니 이제는 조선사들이 바뀔 차례다.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고노동·고임금’의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2년 후에는 정말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2년 뒤에도 우리나라가 조선업 세계 1위의 위상을 뽐낼 수 있기를 바란다.lsj@ekn.kr이승주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변수

지난해 12월28일 대통령실이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외교부가 인태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3대 비전으로 ‘자유·평화·번영’을, 3대 협력 원칙으로 ‘포용·신뢰·호혜’를 제시했다. 지역적 범위는 미국,일본,중국 등 북태평양과 동남아·아세안,인도 등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 등으로 상당히 넓다. 중점 추진 과제는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등 아홉 가지이다. 인태전략 발표는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외교 지향점으로 제시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GPS· Global Pivotal State)’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포괄적 지역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은 중국을 ‘질서 파괴자’로 정의하는 등 강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한국은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표현해 포용을 택함으로써 차별성을 보였다. 한국의 인태전략 발표 직후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각국이 단결·협력해 지역 평화와 안정, 발전 및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주장하며, 배타적인 소그룹에 반대하는 것이 지역 국가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중국과 더불어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이끌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 공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인태전략에 견제와 기대의 메시지를 함께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입장이 이렇게 나온 데는 윤석열 정부가 ‘상호존중의 한중관계’ 정립의 기조하에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국익관점에서 결정하고, 한편으로 중국 변수를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외교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 주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설국으로 참여했다. IPEF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목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중국과 한국이 영구적인 이웃이자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전제하고, 양국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톤을 낮췄다. 둘째, 한국은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지난해 6월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파트너국으로 초청돼 사상 처음으로 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중요 국가이자 중국과 상호 중요한 협력 동반자로서 광범위한 공동이익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관련 각 측이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아시아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발전을 수호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셋째, 한국 정부는 ‘칩4 동맹’ 참여 문제에 신속한 결정을 했다.지난해 8월11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장관은 중국측에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하면서, 중국이 우려하는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이 ‘칩4’에 들어가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도전 요인들이 산재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인태전략이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익을 확보하고 대외정책의 지평을 확대하는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특히 날로 격화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인태전략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국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한국의 인태전략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으나 내심은 다를 수 있다. 사드보복을 한 바 있고 중국내 코로나19 급증 상황에서 한국이 불가피하게 중국발 입국에 제한을 가한 데 대해 ‘비자보복’ 조치를 취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언제라도 인태전략에 대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 정부는 중국 변수를 면밀하게 살피고 상황 발생시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인태전략을 추진해야 한다.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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