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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화-대우조선 결합, 공정위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며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 결합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 3일 유럽연합(EU)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손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소식을 전해들은 업계는 안팎으로 EU 승인이 이례적으로 빨리 이뤄졌다며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따라 한국 방산업과 조선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문제는 공정위가 심사 지연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는 점이다. 방위사업청마저 지난달 15일 방산업체 매매 ‘승인’ 의견을 보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특별한 반대 입장도 내놓지 않았는데 공정위만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공정위 측은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한화와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는 설명과 함께 "경쟁제한을 해소할 수 있는 자진 시정방안을 당사자들과 마련 중"이라며 설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화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 협의 중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 받은 바 없다"고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공정위의 해명에도 의혹만 남게 됐다. 항간에서 ‘안방에서 발목 잡는다’라는 비판에 공정위가 급하게 면피용 입장을 낸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은 업계는 물론,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전 세계가 안보 역량 강화에 매진하는 상황에 우리나라 역시 방산력을 제고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은 현 시점에 양사간 결합이 빠르게 이뤄져야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도 지킬 수 있게 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현재 우리 방산과 조선업의 위상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방산, K조선의 경쟁력이 공정위의 늑장으로 약화됐다’는 책망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위의 빠른 결정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이슈&인사이트] 한·EU 외교 60년, 향후 과제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시작된 지 올해로 60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EU는 유럽의 평화와 경제의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국가 통합기구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시작된 이 통합체는 냉전 시대와 경제위기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했다. 한국전쟁 이후 유럽의 중립국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관여하고 있으며 서울과 평양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있다. 한국과 EU는 1963년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협력을 확대하며 정치·경제·안보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전략적동반자관계’로 발전했다. 양측은 2011년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주요 무역파트너가 됐고 이제는 공동 군사작전을 실시하며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개발도상국을 돕는 일에 협조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U는 한-EU FTA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에서 특혜를 제공하는 통상 규범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19년에 싱가포르, 2020년에는 베트남과 각각 FTA를 발효한 것이 대표적이다. EU는 중국과 일본 등과 투자협정 또는 경제적동반자관계협정(EPA) 등을 체결해 특혜를 제공하는 통상법 인프라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EU 집행위원회는 2018년 12월 한국이 한-EU FTA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 가입하겠다는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제13장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조항에 근거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규정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EU FTA 제13장에 반영됐다. 이후 EU는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등과의 통상조약에서도 유사한 규정들을 반영했다. 한국에 대한 EU의 조치는 이 규정을 근거로 한 첫 번째 사례다. 이후 한국은 2021년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에 가입했고 결과적으로 양측에 관련된 국제법과 국내법 질서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EU와 영국은 ‘영국의 회원국 탈퇴’(브렉시트)로 유럽 단일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자본과 노동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려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다. EU와 제3국 및 영국과 제3국의 특혜무역 관계도 새롭게 설정돼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한국과 영국 정부는 한-EU FTA에 기반한 특혜를 지속하고 안정적인 무역환경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빠르게 한-영 FTA를 체결했다. EU가 한-EU FTA 체결이후 아시아 국가들과 특혜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영 FTA도 영국과 아시아 국가들에게 비슷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난 60년간 한국과 EU의 관계가 확대되는 동안 국제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졌고, EU도 냉전 종식으로 인한 동유럽 회원국의 참여나 브렉시트와 같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에는 COVID-19 확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한국과 EU의 관계 및 국제사회에 주요한 도전이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EU가 FTA와 같은 특혜협정을 체결하면서 ‘유럽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강조하고 많은 특혜 협정들이 한-EU FTA의 기준들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EU FTA 개정 논의와 같은 미래의 과제들은 양측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수교 60주년이 흐르는 동안 국제사회에 새로운 지형이 형성됐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사회의 지형에서 양측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EU의 관계는 둘 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로서 협력해야 한다. 양측은 새로운 60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법학박사 EU연구소 소장

[EE칼럼]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수소경제 시대

수소경제 사회가 시나브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 산업구조를 말한다. 수소경제 하에서는 화석연료 중심의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기계 혹은 전기발전, 열 생산 등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저장·운송하는 데 필요한 산업과 시장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다. 수소는 ‘신 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상의 신 에너지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법에서 ‘신 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ㆍ산소 등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 또는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 중의 하나로 인정받으며 개발·이용·보급·촉진의 대상이 되었다. 그 동안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은 ‘신 재생에너지법’상의 여러 촉진 제도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수소에너지는 신 재생에너지법만으로는 시장에서 선택받고 확대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배경에 따라 지난 2021년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수소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 및 수소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도모하고, 수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공공의 안전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수소법은 수소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수소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촉진 제도를 담고 있으며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한 다양한 수단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공급시설 설치와 관련해 수소특화단지의 지정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 탄생한 ‘수소법’은 지난해 6월에 일부개정이 있었다. 수소경제가 지향하는 방향이 수소의 생산단계에서부터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ㆍ수입 등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적게 배출하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개정 수소법에서는 청정수소에 대한 등급별 인증제를 도입했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는 암모니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다양한 수소 생산방식의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배출량이 적을수록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는 생산방식이 아닌 생산과정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공급시설의 운영자 등에게 수소판매ㆍ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청정수소로 판매ㆍ사용하도록 해 수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높은 비용이 드는 청정수소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법에서 일정량의 수요를 창출해 청정수소가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수소법의 또 하나의 의미는 ‘수소발전’을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개정 수소법은 수소발전을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전기 또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수소발전사업자와 수소가스터빈을 법상의 개념으로 도입하면서 일정한 전기사업자에 대해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량을 구매ㆍ공급하도록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 동안 수소발전은 ‘신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를 기반으로 연료전지 등을 통해 보급됐으나, 태양광·풍력과 다르게 연료비가 높아 별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개정 수소법의 수소발전량 구매·공급제도는 수소발전을 RPS에서 별도로 분리해 수소와 산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발전장치인 연료전지 외 수소터빈, 암모니아 혼소 등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들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청정수소 판매ㆍ사용 의무화와 함께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및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시장이 활성화 되고, 수소 생산단계에서부터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애플페이와 카드사

국내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출시 이후 셈법이 복잡해졌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와 단독 제휴를 맺고 국내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예상보다 파급력이 커지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1위의 기업이다. 현대카드가 발표한 애플페이 출시 첫날 등록 건수는 100만건 이상이다. 시장조사업체들도 애플페이가 내년 간편 결제 시장에서 점유율 15%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애플페이를 이용해 ‘선구매 후지불’할 수 있는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도 출시하기로 했다. 애플페이가 체크카드와 연동해 결제금액이 바로 출금되는 것과 달리 ‘애플페이 레이터’는 신용카드처럼 선결제 후 일정 기간 내에 지불할 수 있는 기능이다.카드업계는 아직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고 있다. 애플페이는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수익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인프라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중심으로 NFC단말기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보급률은 15% 수준이라는 지적이다.그럼에도 애플페이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삼성페이도 이미 국내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페이와 제휴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드사 내부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폰 이용자가 2030세대가 대다수인 만큼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애플페이 서비스 진출은 필수라는 이유가 크다.카드사들은 시장 눈치를 보며 뒷짐 지고 있기 보단, 애플페이 참여를 통해 간편 결제 시장 인프라 구축에 힘을 합쳐야할 때다. ‘애플’이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면, 각 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결제 시장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이슈&인사이트] 봄철 황사와 건강 지키기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가 내습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데도 건강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 환기도 주저하는 등 정서적으로도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치매와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 이처럼 대기 오염 물질과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특히 생활환경 대기질에서 초미세먼지 (PM 2.5)가 보건에 미치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블랙카본, 다양한 유기질물질, 황산화물 (SO42­), 암모니아화합물 (NH4+)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들로 구성돼 있는데 입자의 크기는 몇 nm에서 2.5㎛ 정도로 미세하고 성분도 다양하다. 일부 해외연구진은 이런 초미세먼지 성분 중 블랙카본의 알츠하이머와 치매 연관성에 대해 분석했다. 블랙카본은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미 연소 검댕이로 초기에는 입자 크기가 작게는 0.1 ㎛ 정도의 초미립자 (Ultra Fine Particles) 형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뭉쳐져 초미세먼지가 된다. 여러분석과 모델에 따르면 블랙카본은 도심에 집중돼 있는 데 이는 도심 교통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부분과 미흡한 대기 순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 염증은 몸 전체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뇌에 도달하면 신경염증을 일으킨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는 구체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3) 등 주요 대기오염 물질 세 가지를 지표로 대기오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기억과 학습 능력 등 여러 뇌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뇌피질의 변화는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뇌 질환과 연관이 깊다. 연구진은 따르면 이런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를 2014년 8월부터 32개월간 서울, 인천, 원주, 평창에서 뇌 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분석 결과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올라갈수록 대뇌피질 두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m³씩, 이산화질소가 10ppb씩 높아질 때마다 대뇌피질 두께가 각각 0.04mm, 0.03mm, 0.05mm씩 줄었다. 이번 연구 분석에 더해 지역적인 특징이 있는 만큼 가능하면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나왔으면 한다. 독일 LMU대학 교수가 환경보건과 관련한 기고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질에 연평균 1㎍/m³정도의 블랙카본이 증가하면 치매의 위험도는 12~25% 정도, 알츠하이머는 23~39%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황산화물은 SO42기준으로 1㎍/m³이 증가할 때 치매 위험도는 5.9~6.2%, 알츠하이머는 7.4~8.4% 정도가 늘어난다. 이 보고서는 주로 초미립자 (UFP)가 보건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하는데 집중했다. 이런 초미립자는 세포에 직접 들어가 뇌까지 도달을 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으로 PM 2.5 중에서 비교적 입도가 큰 입자는 호흡기와 소화기를 거쳐 일부 성분이 피를 통해 뇌에까지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과학은 이처럼 연구를 통해 이미 알려진 통계적인 사실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편감이나 불안감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스크는 초미립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2차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PM 2.5는 일정부분 마스크로 대응이 가능하다. 일상 속에서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해 유입된 오염 물질들의 재비산을 억제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 기도의 오염물질이 폐로 전달되는 것을 가급적 막아야 한다. 같은 초미세먼지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적은 지역에서 건강 관리 활동을 하는 게 좋다. 더 근본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정책적으로는 친 환경자동차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기후변화 대응,뒷걸음질이 아니라 전력질주할 때

역사적으로 인간은 태풍과 빙하기, 폭염과 가뭄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이런 생존과정을 거쳐온 인류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Climatus)라고 칭한다. 호모 클리마투스는 프랑스 고인류학자인 파스칼 피크(Pascal Picq)가 처음 사용한 말로 인류가 자초한 이상기후에 대비해 의식주 등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인간을 뜻한다. UN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3월20일 6차 종합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원인과 영향, 대응 방안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8개월 동안 여러 부문으로 나누어 발행한 제6차 평가주기(2015~2023)의 마지막 단계 보고서다. 먼저 2021년 8월에 발표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최신 증거들을 제시했고, 2022년 3월 발표된 두 번째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2022년 4월에 발행된 세 번째 보고서에서는 우리가 이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각각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온도가 1.5도 상승에 도달할 것이며 즉각적이고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미래 기후는 여전히 인류가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에너지 전환 부족을 집중 조명했다. 이회성 IPCC 위원장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후 행동의 속도와 규모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 매우 불충분하다고 경고하며 "우리는 전력 질주해야 할 때 걷고 있다"고 말했다. 3월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12월까지의 글로벌 전력통계를 발표했다. OECD 회원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국을 포함 47개국의 전력 생산 및 무역데이터를 담았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특히 전력 생산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우리나라는 8.6%(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월보 기준은 7.7%)로 통계에 수록된 국가 중 유일하게 10%를 밑돌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47.4%)과 OECD 회원국 평균(32.8%)는 물론 중국 31.0%, 인도 22.8%에 견줘서도 절반에 못미친다. 우리나라 바로 앞인 몰타(11.6%)에도 크게 뒤떨어지며 몇 년째 ‘압도적 꼴찌’를 기록 중이다. 재생에너지 점유 증가율도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0.4%로 최하위권이다. 룩셈부르크가 12.7%로 가장 높고 노르웨이 10.1%, 뉴질랜드 9.5%, 핀란드 7.0%, 덴마크 6.2%, 콜롬비아 5.9%, 네덜란드 4.4%, 칠레 2.4%, 중국 2.2%, 프랑스 1.9%, 영국 1.5%, 일본 1.2%, 미국 1.1%, 인도 0.9% 등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게 했다. 정부는 3월 21일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기후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최상위 계획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목표는 유지했지만,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역행하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온실가스 다 배출 1위 부문인 산업부문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고 상용화되지 않은 CCUS와 국제감축 분야는 확대했다. 특히 국제감축은 2030년 최종 연도에 몰아서 적용했으며 이것은 파리협정의 세부규칙에서도 금지하는 방식이다. 결국, 산업계가 져야 할 책임을 불확실한 수단과 방식으로 대체했다. 현 정부 임기(2023∼2027년) 내 연평균 감축률은 2%에 불과하고 차기 정부(2028~2030)의 연평균 감축률은 9.3%에 달해 감축 부담을 차기 정부로, 미래 세대로 미루는 계획이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장 취약하고 책임이 가장 적은 국가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가하고, 세대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서도 1950년과 1980년, 2020년생 중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적은 3세대(2020년생)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향후 10년간의 선택이 현재는 물론 수천년 뒤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기적 정책 대응의 시급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과 역사에서 중요한 변수라는 경고에도 현 정부의 기후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이전 정부가 수립했던 30.2%에서 21.6%로 오히려 낮췄다. 산업부문 감축 목표도 기존 14.5%에서 11.4%로 하향조정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높아지는 데 정부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기후변화 대응보다 우선하고 있다. 긴 안목에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미래 세대와 지구 환경을 위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뒷걸음질을 할 것이 아니라 전력질주 해야한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양곡법, 윤 대통령 1호 거부권 될까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편집자주] 에너지경제가 경제칼럼니스트 곽인찬이 쓰는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코너를 신설합니다. 경제를 중심으로 여러 현안을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동시에 독자 여러분과 지혜를 나누려 합니다. 큰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이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하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1호 민생법안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4일, 늦어도 11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거부권) 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아예 살얼음판마저 깨져버릴 공산이 크다. 양곡법을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지난 정부에선 거부권을 놓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등을 짚어보자.◇ 무엇 때문에 다투나 쌀값이 떨어져 농가 수익이 준 게 가장 큰 배경이다. 며칠 전 통계청은 ‘2022년산 쌀 생산비 조사 결과’를 내놨다. 여길 보면 지난해 10a(아르·1000㎡)당 쌀 생산비는 85만4000원으로 전년비 6만2000원, 곧 7.9% 올랐다. 반면 10a당 쌀 순수익은 31만7000원으로 전년비 18만5000원, 곧 36.8%나 줄었다. 공급 과잉으로 쌀이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농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에게 쌀값 하락은 예삿일이 아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8월 농해수위는 정부에 쌀 가격 폭락 대비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그 즈음 의원들은 양곡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전량 수매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어 농해수위는 10월에 야당 단독으로 양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절차에 따라 개정안은 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간을 끌었으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막진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는 대신 국회법을 바꿔 법안의 법사위 계류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했다. 양곡법은 이 법을 적용한 첫 사례다. 정부도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8일 ‘2023년 쌀 적정 생산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벼를 심는 논 면적을 줄이고, 벼 대신에 콩·가루쌀 등 전략작물을 키우면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구조적인 과잉생산이 쌀값 하락을 부르고, 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재정으로 수매(시장 격리)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야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마침내 민주당은 3월23일 양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266명 가운데 169명이 찬성하고 90명이 반대했다. 169석을 가진 막강 민주당의 힘이 여실히 드러났다.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늘거나 쌀값이 평년보다 5~8%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튿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즉시 ‘쌀값 정상화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이 대표는 양곡법 개정안을 ‘농촌을 보호하고 식량안보를 지켜낼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 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양곡법을 보는 시각은 하늘과 땅만큼 멀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도어스텝핑)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법 개정안이 "농민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은 폐기해야 한다.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주무부처 장관들은 3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총리는 29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며 재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을 보장한다. 제53조를 들춰보자. ②항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④항은 "재의 요구가 있을 때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한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의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동시에 헌법은 그러한 대통령의 반대마저 넘어설 수 있는(Override) 권한을 주었다. ◇ 역대 대통령들은 거부권을 어떻게 썼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얼마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해외 사례’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총 12인 중에서 이승만·박정희·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6명이 총 6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66건 가운데 45건은 이승만, 5건은 박정희가 행사했다. 87년 체제 출범 이후만 보면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2건은 당시 고건 총리가 권한대행 자격으로 행사),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 등 모두 16건으로 집계됐다. 87년 체제에서 거부권을 썼을 때 승률은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회가 재의결을 통해 법률로 확정한 경우는 16건 중 단 1건에 그친다. ‘3분의 2’ 규정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이는 의회를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대통령 거부권이 실효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2013년 1월 이른바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했다. 택시업계의 숙원이었다. 법안은 국회의원 총수의 3분의 2를 훌쩍 넘긴 222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여야 합작품이란 얘기다.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받으면 정부 지원을 넉넉히 받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택시법을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입법으로 보고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은 결국 폐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과 악연이 있다. 2015년 개정안은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간섭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에 동조했다.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은 아직도 ‘배신자’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회의에 재상정된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정족수 부족으로 흐지부지됐다. 이듬해인 2016년 박 대통령은 또 한번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으로 맞섰다. 이번 개정안은 상임위 별로 국정 현안 청문회를 1년 365일 열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재석 222명 가운데 찬성 117명, 반대 79명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과 탈당파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정부는 상시 청문회 아래선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법안은 폐기됐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여대야소 국면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 아래서 거부권 카드를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기업인의 요청도 뿌리쳤다. 2020년 3월 박재욱 타다 대표는 "혁신과 미래의 시간을 위해 (타다금지법에 대해) 대통령님의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 윤 대통령 이번에도 뚝심 보일까 헌법이 보장한다고 해서 거부권을 조자룡이 헌칼 쓰듯 함부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부권은 국회 고유의 입법권과 충돌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은 거부권을 쓰더라도 절차와 형식을 갖추려 애썼다. 한덕수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낸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윤 정부와 야당은 지금도 서로 원수 보듯 한다. 이 마당에 거부권을 쓰면 사이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는 3월30일 페이스북에 "일본 멍게는 사도 우리 쌀은 못 산다?"는 짧은 메시지를 올렸다. 31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선 "쌀값 안정화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식량 안보전략 포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여당이 우리 농민과 농촌을 짓밟을 태세"라고 주장했다. 내년 4월 총선도 신경이 쓰인다. 이때 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소수당 정권의 비애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1년 뒤 총선에서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양곡법을 가로막았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게 뻔하다. 쌀 소비량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 판국에 남아도는 쌀을 다 사주라는 양곡법 개정안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는 이성보다 감정이, 재정건전성보다 포퓰리즘이 들끓는 곳이다. 정치인이 선거 불이익을 감수하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대일 외교에서 만만찮은 뚝심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 바람에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 뚝심을 양곡법 거부권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경제칼럼니스트>▲윤석열 대통령이 3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지난 3월23일 오후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출처: 국회 입법조사처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해외 사례’ 2023년 3월31일 이슈와 논점 제2080호

[기자의 눈] 큐텐의 M&A, 1세대 이커머스 봄날 가져올까

"지금은 거래액만을 더한 시장 점유율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인터파크)에 이어 최근 위메프까지 인수하려는 움직임에 이커스업계의 한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큐텐이 인수 기업을 확대해 덩치를 키운다고 해도 지금의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쉽사리 바꿀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평가로 해석됐다.큐텐이 티몬과 인터파크에 위메프까지 합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시장 8%대로, 11번가(6%)를 제치고 업계 4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네이버(17%), 신세계(15%, SSG닷컴·지마켓 포함), 쿠팡(13%) 등 국내 ‘이커머스 빅3’ 다음의 순위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그러나, 업계에선 인수합병(M&A)를 통한 ‘큐텐의 몸집 키우기’가 단기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는 인수를 통한 점유율 확대가 시장에서 당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세계(이마트)의 지마켓 인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지마켓 인수 후 온라인사업 점유율은 커졌지만 지난해 적자가 늘며 수익성을 고민하고 있다. 즉, 지금의 이커머스 시장에선 M&A를 동원한 시장 점유율 확대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그럼에도 업계에선 큐텐의 몸집키우기가 위기를 맞은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큐텐이 인수에 나선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는 모두 1세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빅3 구도로 재편되면서 더욱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위메프는 2021년 매출 2448억원으로 전년(3853억) 대비 1000억 원 이상 줄었으며 해당 기간 영업손실도 33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티몬도 매출이 14.7% 줄어든 1290억원, 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렇듯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큐텐의 품에 안긴더라도 당장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어렵다 해도 M&A를 계기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침체기를 벗어나기를 기대한다.pr9028@ekn.kr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데스크 칼럼] 기업가치 좀먹는 정치셈법

이번엔 KT다. NH, 신한, 우리금융지주 등 굴지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3월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완전히 봉합됐지만, KT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KT의 상황을 보면 차라리 국내 금융사 인선은 빠르게, 조속하게 마무리됐다고 느껴질 정도다. 금융사 스스로도 관치금융,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름표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CEO에 낙하산이 오더라도, 낙하산이 올 조짐이 보이더라도, 당국이 금융사의 CEO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느껴질지라도 금융사 직원들과 주주들은 으레 또 올게 왔구나 싶다. 금융사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도 길어야 한 달을 넘지 않는다.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노조의 몽니이자 고집, 아집으로 비춰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른바 KT 사태는 어떠한 각도로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작년 말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가 구현모 당시 KT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결정한 것을 두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이어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도 논란 끝에 후보직을 사퇴했으며, 사외이사 2명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대표이사 후보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사외이사진 스스로 KT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지배구조와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중대한 실패를 했다"며 반대를 권고한 것이 이러한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구현모 대표가 법인 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파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는데, 사외이사진들이 이에 대해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 ‘지배구조 및 관리감독 실패’의 방증이라는 게 ISS의 진단이다. 이들 이사진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2대 주주(7.79%)인 현대차그룹도 반대했다. 결국 이들 사외이사 후보 3인은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동반 사퇴했다. 현재 KT 이사회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됐다. KT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하고, 사외이사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KT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정부, 여당의 의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달 초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를 "구현모 아바타"라고 평가 절하한 사례만 봐도 그러하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을 향해 "구 대표,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개 기업의 CEO인선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KT의 이사회가 사실상 해체된 것은 "관치경제를 넘어 권치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갈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발언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은 주주의 피해, 고객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당장 KT 주가는 올해 들어 12% 넘게 급락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 주가가 2%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1% 올랐다. KT의 주주 행세를 하고 싶은 정부와 정치인들이 스스로 자중해야 하는 이유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CEO 선임 후에도 향후 3년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최소 한 개 분기가 소요되고, 11월부터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2024년 경영목표 수립을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 부재 속에 KT가 시스템으로만 움직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KT 주주 입장에서는 정부, 정치권, KT이사회 모두 곱게 보일 리 없다.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는 이젠 일상화된 정부, 정치권의 개입이라는 ‘구태’를 차곡차곡 끊는데 달렸는지도 모를 일이다.mediasong@ekn.kr

[EE칼럼]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과 요금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새로운 학년과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COVID-19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학기여서 학교도 오랜만에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교정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강의실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친다. 이번에 입학한 2023학번은 대부분 2004년생이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을 모른다. IMF 외환위기도 모른다. 당연히 1· 2차 석유위기는 물론 IMF로 인해 촉발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논쟁도 모르고 1997년 석유가격 자율화나 2000년대 초반의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변경에 대한 기억도 없다. 이들은 또한 고교 3년을 COVID-19와 함께 보냈으니 고등학교의 경험이 이전 선배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은 비슷한데 대학의 수업에서 하는 질문이 상당히 특이하고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개론 수업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질문이 나왔다. 바로 전기세와 가스요금에 대한 질문이다. 아마도 난방비 폭탄이니, 한전이 30조 적자이니 등등의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와서 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제품들에 대한 다양한 가격과 요금제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기세’가 아니고 ‘전기요금’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들은 학생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이다. 먼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 가격의 절반이 세금인데 왜 ‘휘발유세’라고 안하고 ‘휘발유가격’이라고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 반면 전력요금은 세금보다 보조금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언론에서 전기세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적으로 가스요금이 많이 올랐고 전기 생산원가도 올라서 다른 나라들은 모두 가격·요금을 올렸는데 왜 우리나라는 왜 바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로 만든 후에 미래 세대, 즉 자기들에게 이를 갚도록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고…. 일단 대강 얼버무리고는 다음 주 수업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수업을 끝내고 다음 주에 설명해 줄 내용을 생각해 보니 막막하다. 신입생이 이해하기 쉽게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전기와 가스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택시요금이나 버스요금과 같이 ‘요금’이라고 하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기에 ‘가격’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하는 설명인데, 석유제품 가격에 세금이 절반이고 이들은 정부가 결정하는데 왜 휘발유세 라고 부르지 않느냐 라는 질문은, 글쎄 어떻게 대답 해야 할 지 막막하다. 너희들이 앞으로 많이 소비하게 될 술과 담배에 더하여 석유제품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세금을 부과하는 3대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세금 당국의 답변이지 교수가 학생들에게 들려주기에는 상당히 부끄러운 답변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렇게 석유제품 사용자에게서 걷은 세금이 에너지 전환이나 새로운 에너지인프라 건설에 사용되는 것 보다 도로 건설이나 교육 재정에 사용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정부 부처 간 세금 나누어먹기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기,가스 요금을 당장 올리지 못하는 이유로 물가를 이야기 하는 것도 난감하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에너지 제품 가격을 몇 배씩 올렸으니 말이다. 또한 물가 때문에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정책은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특히 미래 세대가 그 빚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따갑다. 정부가 이번 봄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하였다고 하니 대답이 더더욱 궁해진다.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걱정이다. 다음 주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설명을 해 줄 것이 마땅치 않다. 정말로 걱정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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