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슈&인사이트] 관료ㆍ법조계가 대세인 사외이사 市場

매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오기 전에 항상 사외이사 장(場)이 선다. 올해 10월 말 현재 대기업 집단 상장사 전체 사외이사 1111명 중 내년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인원은 전체의 39.4%(438명)에 달한다. 그런데 기업은 사외이사를 어디서 찾을까?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지난달 ‘대기업집단 상장사 사외이사 10명 중 3명이 관료ㆍ법조 출신’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를 통해 사외이사 시장은 관료ㆍ법조계 인사가 대세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대기업집단 상장사 전체 사외이사 1111명 중 34.8%인 387명이 관료ㆍ법조 출신으로 조사됐다. 호반건설, 장금상선, 고려에이치씨, 반도홀딩스 등 4개 기업집단은 사외이사 전원을 전직 관료와 법조인으로 꾸렸다고 한다. 동원(71.4%), 신세계(69.6%), 중흥건설(66.7%), 삼표(66.7%), 삼천리(60.0%) 등 5개 그룹은 공무원과 법조인 비중이 60%를 넘는다. 관료·법조계 사외이사 비중이 50% 이상인 그룹은 17곳에 달한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중에서는 국세청 출신이 48명(21.3%)으로 가장 많고, 공정거래위원회 25명(11.1%), 산업통상자원부 20명(8.9%), 기획재정부 16명(7.1%), 금융감독원 14명(6.2%), 금융위원회 12명(5.3%), 감사원 10명(4.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필자가 여러 기업인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이처럼 관료 출신이 사외이사로 선호되는 까닭은 기업에서 고위직 직업 공무원의 쓸모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런 세무조사가 들이닥치면 참으로 곤혹스러운데 국세청 출신이 앞장서 해결해 주거나 조언을 해준다면 기업과 기업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 외에 젊어서 행정고시 등을 통해 바로 중견 공무원으로 임명된 후 정부 각 부처를 두루 거치면서 실력과 인맥을 쌓은 차관과 국장 등 고위 공무원은 기업의 대관업무에 적격일 것이다. 혹시나 기업이 공정위와 트러블이 있거나, 금융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정부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할 일이 있는 경우라면 그 분야에 오래 종사했던 고위 공무원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고 잡으려 할텐데, 회사의 녹을 먹는 임원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경우는 다르다고 한다. 장관과 같이 정치인 어공은 한국에서는 장관 재직 기간이 워낙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짧은 기간 내에 인맥 구축도 어렵고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교체되기 때문에 늘공(늘 공무원을 했던 분)보다 쓸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한다. 장관 출신이 사외이사가 된 경우는 인품과 식견이 훌륭한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법조계 인사가 많은 것은 기업인들은 언제든지 갑자기 수사를 받거나 기소 또는 구속 등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것은 한국의 엄격한 배임죄 또는 업무상 배임죄 때문인데 이 배임죄라는 것이 아주 고약해서 업무처리가 조금만 잘못되어 회사가 손해를 입으면 민사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적 고발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발은 주주, 직원, 거래처 등 누구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돼 형사사고 발생 가능성은 몇 배나 높아졌다. 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회사 임원으로서는 전직 판ㆍ검사나 현직 변호사의 법적 조언은 매우 유익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현실이 이렇다. 그러므로 기업인들은 관료와 법조 위 두 직군에서 사외이사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CEO 스코어’의 분석에 따른 경험적이고 현실적 조언이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데스크 칼럼]

상생이라는 채찍으로 금융사들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금융당국의 행태가 참으로 혼란스럽다. 당국의 메시지는 또렷하고 분명하다.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서민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금융사들이 나서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한 충분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내놓으라는 게 요지다. 상생금융은 금융사들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여야 한다는데 방점이 찍혔다.과거에도 오늘날에도 금융당국 주문의 첫번째 타깃인 시중은행들은 국민이 아닌 ‘당국’이 납득할 만한 상생금융 규모가 어느 수준인지 의중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해 말 기준 금리가 5%를 초과하는 기업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내년 중 납부할 이자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대략적인 윤곽만 나왔을 뿐이다. 다만 2조원에 달하는 캐시백을 은행들이 어떤 기준으로 분담할지에 대해서는 3차례에 걸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8개 은행 가운데 당기순이익,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 등 어느 조건을 적용해도 특정 은행들의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경제 위기 속 심기일전의 각오로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분주한 은행권이 상생금융 강화 방안에만 힘을 쏟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당국의 압박이 1차 원인이다. 그리고 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상생금융을 내놓으라고 채찍질하는 뒷배경에는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버티고 있다. 금융당국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추진하는 횡재세 법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으면서도 횡재세에 버금가는 상생금융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상생금융이나 횡재세나 어떤 큰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당국이 상생금융이 아닌 횡재세를 들이댄다고 해도 정부의 방침에 순응하는 은행권의 행보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총선, 대선만 다가오면 마치 은행을 자신의 호주머니 다루듯이 휘어잡는 정부와 정치권의 행동은 분명 불편하다. 은행권을 향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요구하면서도, 그런 은행을 대하는 이들의 인식은 구태의연하고 고루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사회공헌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성 중 하나로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당시 은행들이 공적자금을 투입받아 위기를 극복했다는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 은행들이 어려울 때 국민의 도움을 받아 되살아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은혜를 갚으라는 취지다.‘천수답식 경영’도 당국이 은행을 휘어잡는 무기 중 하나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에 이자를 붙여 다른 고객들에게 대출해주는 은행의 사업구조가 특권이자 특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은행, 증권사처럼 입출금 계좌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업’을 허용해달라고 수년째 건의 중인 것을 보면, 은행의 여수신 기능은 다른 업권도 탐낼 만한 특수한 사업구조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신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금융정책당국이 은행의 사업 구조를 인질 삼아 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행보는 어딘가 부자연스럽다.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은행권을 향해 지원책을 요구하는 당국의 행보와 이에 복종하는 은행권의 모습이 미래에도 고착화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금융당국의 방침이라면 작은 손짓이라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게 현 은행의 모습이다. 당국의 회초리에 의구심이 들지만, 그럼에도 금융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는다. 당국이 치(治)를 가동해서 하느냐, 금융사가 자발적으로 하느냐 등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지난달 20일 금융지주사와 만난 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무너지는 상태에서는 은행 산업에도 미래가 없다. 지속 가능한 영업의 관점에서 봐도 이들의 이자비용을 낮춰주는 게 필요하다"고 발언한 점에 대해 비판할 수 없는 이유다. 관치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금융사의 사회공헌을 정부의 성과로 포장하려는 노력은 분명 근절돼야 한다. 동시에 은행들은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자발적으로 사회공헌에 주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살고 은행도 살 수 있는 길이다.mediasong@ekn.kr

[기자의 눈] 공매도 제도 수백 번 고친다 한들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지난 4일 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각종 증권 유관기관이 공동 주최한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가 중계됐다.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안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개편에 앞서 투자자들의 이해를 얻고 부정적인 여론을 달래기 위한 방책이었을 것이다.공매도 제도 개선안은 △중도 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 거래 상환기간을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똑같이 90일로 하고 연장 가능하도록 하고 △개인의 대주담보비율(현행 120%)을 기관과 외국인의 대차와 동일하게 105%로 낮추는 방안으로 구성됐다.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였지만,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개편을 위한 개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실상 개선 없이 현행 제도대로 한다고 해도 큰 변화가 없는 부분들이었으며, 실제로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서의 반응도 최악에 가까웠다.공매도를 비판하던 개인투자자들은,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던 공매도가 존재하는 한 주가 하락의 원인을 공매도에 돌릴 것이다. 실제로 ‘공매도 반대론자’들이 요구했던 사항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나 현실성에서 크게 벗어나 제도에 반영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게다가 이 토론회에서는 박순혁 작가와 함께 공매도 폐지를 주창하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불참해 ‘투자자들에 대한 설득’이라는 취지가 빛이 바랬다. 유튜브를 시청하던 투자자들도 제도에 대한 이해보다는 토론회 참가자들을 ‘카르텔’로 규정하며 원색적 비난을 쏟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당국은 이제 의미없는 제도 개선보다는 투자자들이 왜 공매도를 비판하는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로 보인다. 최근 유관기관 측은 지난번 토론회가 다소 부족했다고 판단했는지 조만간 박순혁 작가 등이 참여하는 새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여론이 조금이나마 이성적으로 바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suc@ekn.kr

[EE칼럼] 미국 전기차 판매 100만대 돌파의 ‘빛과 그림자’

미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가 올해 10월 말 기준 12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EV Adoption에서 예측한 올해 연간 판매 대수인 115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유럽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8월 말 기준 유럽전체 전기차 판매대수인 128만4920대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고속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비중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이 완전 전기자동차 누적 판매 100만대를 기록하는 데는 2011년 1·4분기부터 2020년 3·4분기까지 약 10년이 걸렸고, 200만대에 도달하는데도 2020년 4·4분기부터 2022년 2·4분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됐다. 300만대 돌파까지는 2022년 3·4분기부터 2023년 3·4분기까지 1년 남짓이 걸렸다. 이를 감안할 때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과 테슬라(Tesla)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회사들의 시장확보 노력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르게 ‘세계 기후변화에 따른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기차 구매 지원금, 세금감면, 전기차 충전기 설치 지원금 등 정책자금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충전설비다. 충전설비가 촘촘하게 설치될수록 전기차 충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전기차 구매력이 상승한다. 올해 11월 말 현재 미국정부, 주정부, 전기회사 등에서 전기차 충전설비 지원금 규모가 615억달러(약 80조원)를 넘는다. 미국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른바 ‘Green 뉴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맹주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그리고 Tesla를 중심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는 가운데 중가모델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해 11월 말 기준 미국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전기차 모델은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합쳐 83종에 달한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새 모델이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은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전기차 신차 구매에 지불된 평균가격은 16% 줄었다. 전기차 신차 가격은 2022년 6월에 정점을 찍은 후 올해 현재까지 6000달러 이상 하락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대 7000달러까지 전기차 구매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말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정적인 소식들도 나온다. 전기차 수요가 하락세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전기차 회사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연기한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 전기차 시장에 먹구름이 끼는 것일까? 미국의 올해 분기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을 살펴보자.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4분기 55%, 2·4분기 57%, 3·4분기는 63% 성장하면서 성장폭을 키웠다. 이 수치만으로 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어둠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전기차 회사들의 투자 철회 및 연기 결정 소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소식의 진원은 바로 GM과 Ford다. 그렇다면 왜 이 두 회사가 전기차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철회를 하거나 연기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이 두 회사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목표로 한 시장 점유율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앞서 보았듯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Tesla 대비 가격 등의 경쟁력이 없다 보니 두 회사의 시장 확보에 최소한 노란 불이 켜진 것이다. 물론 여기에 최근의 고금리 정책으로 고객의 구매력이 약화돼 성장률이 지금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큰 빛이 비치는 상태에서 조그마한 그림자가 비치는 상황으로 보인다.조셉 김(Joseph KIM) 한미에너지협회 이사장

[기자의 눈] 무분별 리모델링 규제…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아파트 정비사업 중 하나인 증축형 리모델링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비 상승,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이유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도 난관에 부딪혔지만 리모델링은 규제 일변도로 사업이 진척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본래 리모델링 사업은 빈약한 주차장이나 각종 노후화를 겪는 단지 중 재건축 용적률(180%)이 나오지 않는 곳들에서 추진한다. 다만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에서 최근 신축 아파트 공사장 붕괴사고 등 이유로 안전규제를 강화했다. 일례로 1차만 진행하던 안전성 검토를 2차까지 강화했다. 여기까지는 안전이란 명분이 있어 서울시의 정책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이후 규제가 더 강화됐다. 최근에는 필로티 구조로 건축할 시 수평증축이 아닌 수직증축으로만 진행해야 한다면서 C등급 받은 약 17개 단지를 필로티로 추진할 수 없게 했다. 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판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전에 국토교통부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조합원들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갈 길 잃은 리모델링 조합원들은 국회 및 서울시를 방문하며 성토에 나섰으나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입장은 확고하다. 리모델링이 안 되면 재건축 우회방향이라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리모델링으로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인데 재건축으로 우회한다는 말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밀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브랜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만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9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4217개 단지 중 재건축 가능단지 878개,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898개, 맞춤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2198개, 일반적 유지관리 단지는 243개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향후 리모델링 시장의 잠재력을 실감케 한다. 리모델링은 또 대형시공사인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등이 수주하며 시장 경쟁성과 확장성을 기대케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추진 케이스가 요구된다. 사실 ‘안전’을 문제 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화재나 내진에 취약한 기존 주택을 방치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서울시가 인식해야 한다. 게다가 전면 철거는 수많은 건설 폐기물을 양산해 탄소중립 정책과도 반한다.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연구하는 학회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과 협업으로 속도전이 요구되는 인·허가 및 심의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 구축을 고민해야 할 때다.2023110901000543400026321

[EE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성공 조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수립 중이기 때문이다. 전기본은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수급 기본방향과 전망, 전력설비계획, 전력수요관리 계획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국가 전력정책으로 2년마다 수립된다. 과거 5년마다 수립되던 ‘에너지기본계획’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계획은 분명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11차 전기본에 대한 국민과 에너지 업계의 관심이 높은 이유다. 지난 정부때 시작해 현 정부에서 마무리한 제10차 전기본은 두 정부 간의 입장 차이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됐다. 특히 수요 예측, 전원 구성 등 세부 사항과 부족한 근거 자료에 대한 비판이 컸다. 제11차 전기본은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국민적 공감을 얻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밝히고, 최고의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에너지 환경 및 수요 변화, 에너지 기술의 발전을 예측해 확실한 정책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국민과도 적극적이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신뢰와 공감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 안보, 산업, 기술 정책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므로 데이터와 과학을 기반으로 통합적인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며 재생에너지 일변도의 에너지전환을 추진한 독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경제성· 환경성(탄소중립)·안전성 등을 고려하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균형 있게 활용하겠다는 제10차 전기본의 기본방향은 적절했다. 전력망 보강과 전력시장 개편 등 전력수급기반 강화를 강조한 점도 타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방향이 실제 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으므로 제11차 계획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데이터들을 철저하게 수집하고 분석해 널리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집되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수집된 데이터를 검증하고 정리해 공유하는 체계도 부족하다. 이로 인해 에너지 전문가들조차 다른 분야를 피상적으로 이해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에너지 경제와 기술 분야 사이, 그리고 기술 분야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종 위원회에서 전문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는 결국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특정 기관에서 마련한 초안을 부분적으로만 수정하는 수준의 부실한 계획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공유해야 한다. 현재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보고서와 일부 실시간 데이터가 있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기관을 지정하고, 각 기관의 비공개 데이터를 포함해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검증하고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신 데이터 처리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의 수집, 분석, 공개의 질과 양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계획 수립에서는 각 위원회에서 정책 방향을 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렇지만 기초자료를 분석해 계획 초안과 근거자료를 마련하는 전문가 그룹 또는 기관의 실질적 역할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기초자료 분석과 정책 초안 작성에는 에너지 경제, 에너지원 기술, 전력시스템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연구원, 원자력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력 연구를 통해 데이터와 과학 기반의 에너지정책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제11차 전기본의 수립 과정을 우리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정책이 포퓰리즘에 좌우되거나 정권에 따라 춤을 춘다면 머지않아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정부와 전문기관들은 신뢰도와 가독성이 높은 에너지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공개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전문가와 소통 전문가들이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 또한 다양한 강연과 지식 채널, TV 토론, 지상 토론 등을 통해 객관적 지식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는 우리와 우리 후손과 인류의 미래에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우리나라 에너지 백년대계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평가위원장/ 제35대 한국원자력학회장

[이슈&인사이트] 미래차 시대, 부품산업 전환 속도 높여야

요즘 자동차 산업은 전례 없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의 확산으로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변화하고 있다. 더불어 지속 가능성에 관한 규제 강화와 디지털 및 첨단 커넥티드 기술에 대한 고객의 높은 기대수준으로 자동차 산업 구조의 전환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최근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가 회복됐는 데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도체 위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의 상승은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판매량 예측과 원자재 비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기업의 경영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 대체 동력원 차량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자동차 산업 구조의 전환을 위한 비용은 완성차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서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 공급업체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가치사슬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적 여유가 부족하고, 충분한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화에서 혁신에 대한 부담, 내연기관 관련 부품의 수요 변화, 원가 상승, 그리고 경기의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많은 자동차 부품 공급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관련 소재와 부품을 사용해 최종 생산품인 완성차를 제조하는 종합 기계 산업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산업은 제조산업에서 전체 고용의 6%(22만 명), 생산의 6.5%(101조 원), 수출의 3.6%(186억 달러)를 차지하는 핵심 주력산업으로, 고용 유발 및 산업 연관효과가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수급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준 수출 11.7%, 생산은 6.9%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경기부진으로 내수가 2.3% 줄었지만 환경규제 강화와 IT기술 혁신에 따른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차(전기·수소·자율주행차)시장은 성장했다.주요 선진국들이 파리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친환경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편으로 배출가스와 연비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세계 자동차산업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CASE(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city))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주력 사업을 ‘완성차 조립’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의 부가가치도 ‘엔진과 구동장치’ 중심에서 ‘반도체 등의 전장부품, 이차전지, SW, 서비스,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 환경의 변화는 특히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온 중소기업에게 중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미래차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는 데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과 정보의 부족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이 미래차 부품산업 중심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기술역량을 향상시키고, 다른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제발 게임은 게임으로 보자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한때 ‘방방봐’라는 줄임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라는 말의 앞 단어만 축약해 만든 신조어다. 예능 프로 등 방송에서 나온 내용을 확대하거나 왜곡해 해석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넥슨 뿌리 사태를 보면서 ‘게임은 게임으로 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관련 영상에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으로 통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이 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게임업계를 할퀴고 지나갔다. 관련된 기업들은 수습에 나섰지만 젠더갈등, 혐오 표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게임을 넘어 산업계 전반이 긴장했다. 정치권까지 해당 논란에 달려드는 모습에 일반 게이머 입장에선 눈살이 찌푸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넥슨은 즉각 사과 공지를 올리고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외에도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등 다수의 게임사가 스튜디오 뿌리와 작업했거나 혹은 과거 발언이 재조명 된 업계 관계자들의 작업물을 전수조사하고 입장문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계속해서 뿌리가 만든 게임 영상을 캡쳐한 이미지들의 제보가 일부 이용자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지적이고 논란이고 싸움인지 이제는 본질이 흐려졌다. 뿌리 측의 적극적인 해명이 있자 ‘억지 논란이다’, ‘실체가 없다’라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게임개발자,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제작자들을 포함해 유통, 제조 등 타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해당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대다수는 ‘관심 없다’ 또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논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게임사 직원들은 ‘수습 작업에 동원돼 힘들다’라는 답을 했다. 포스터나 홍보 영상을 다수 제작하는 타업계 디자이너들은 ‘앞으로 손가락 자체를 기획에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인재 채용 시 ‘사상검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능력 있는 인재를 잃는 손해,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는 결국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에게 독이 돼서 돌아올 것임은 자명하다. 제발 게임은 게임으로만 봤으면 좋겠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EE칼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대한 소회

12월 초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고, 동해안 지역에서 폭설과 폭우 특보가 동시에 발령되는 등 겨울철 이상 기후 징후가 뚜렷하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지난 3일에 145년만의 폭설로 항공편이 결항하고, 전 도시가 마비됐다. 파나마에서는 기후변화로 역대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자 지난달 파나마 운하의 선박통행량을 감축을 결정했으며 내년부터는 40% 정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10년에 이르는 파나마 운하 운영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하와이의 특정 지역에서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이산화탄소(CO2)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 7일에 420~425ppm으로 일년 전에 비해 2.5ppm 이상이 늘어나는 등 매우 우려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 대에 진입해 산업화 이전보다 50% 더 높은 수준이 됐고, 증가 속도나 내용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전까지의 NOAA 조사에서는 연간 2ppm을 넘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3년 이상 연속으로 기록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려운 수치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8)가 지난 11월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됐다. 이번 COP28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그간 각국의 이행 내용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을 주제로 한 모임으로 정상들의 모임은 12월2일 종료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모임의 주최국으로서 의장을 맡은 알자베르 의장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은 없다"고 말해 여러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석탄화력발전 건설 중단 선언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라는 협약을 이끌어 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지구온난화 현황 분석 국제기구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3년 368억톤(t)으로, 2022년 배출량과 비교했을 때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석연료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3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일부 등지에서는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줄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COP28의 폐막일인 지난 12일 합의문을 앞두고 각국의 입장에 따라서 치열한 논의와 토론이 전개됐다. 이번 합의문은 "지극히 중요한 10년 동안 새로운 대응을 취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데 특히 화석연료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공동 선언 합의문에 채택될 화석연료와 관련된 부분은 현재 3~4가지의 다양한 안들이 검토됐는 데 이 같은 상황은 각국의 에너지 상황, 경제력, 산업구조가 나라마다 크게 달라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화석연료 산업 비중이 큰 일부 국가는 화석연료 퇴출보다 화석연료를 쓰되 탄소포집 (Carbon Capture)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법안으로 알려진 미국의 IRA법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이 있는데 탄소포집 및 저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의 포집, 저장, 활용 부문에서 실제적인 적용이 2033년까지 이루어지면 12년간 세제 해택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여 기술 주도권과 함께 탄소 저감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올해도 화석연료 사용 폐지와 관련하여서는 각국의 복잡한 상황과 이해 문제로 원론적인 합의와 달리 구체적인 합의문 작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화석연료 폐지의 내용은 실제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에너지원이 제한된 우리나라의 경우에 국가 에너지망을 담당하는 발전 부문은 특히 그렇다. 아직까지 기저부하의 상당부분을 석탄에 의존하고, 첨두부하 상당 부분을 LNG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탄소 중립을 위한 자발적 감축 노력에서 목표에 걸맞은 성과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 단기적으로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화석연료 퇴진을 위하여서도 이산화탄소 포집 및 지중 저장 중규모 국가 프로젝트에 유의미한 진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발전을 포함한 화석 연료 사용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전반은 탄소국경세 도입이 이미 코 앞에 도래한 만큼 전 국가적 지속적인 관리와 검토가 필요하고 미래를 위한 산업 정책 확정과 지원을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와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 방식은 전지구적인 이산화탄소 관련 정책으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운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우리의 경우에는 산업 부문 뿐 아니라 생활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국민들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상상을 넘는 고 에너지 비용의 시대를 감안할 때에 개개인들의 생활에서 에너지 효율 높은 제품의 사용에서 냉난방 효율 개선과 같이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절감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이슈&인사이트] AI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혁신 고민해야

한국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고 대학 진학이 사회적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학벌 경쟁이 치열하고 고등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다. 하지만 높은 학벌을 갖춘 청년들이 졸업 후에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AI 및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여러 직업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각 교육 기관들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습과 학업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학습과 학업 전환보다는 일자리의 전환을 강조하고자 한다. 빌 게이츠는 지난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인해 사람들은 말만 하면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며 "이는 개인의 생활과 비즈니스, 사회까지 혁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매장에 구글 생성 AI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오래전부터 맥도날드와 구글 클라우드는 생성형 AI 도입을 위해 다년간 파트너십을 진행해왔다. 곧 매장내 카메라를 통해 AI가 사람의 성별, 나이와 취향을 인식하고, AI챗봇이 대화를 통해 메뉴를 추천하고 주문을 받는 시대가 온다. 지금도 사람과 교감하며 주문을 하기 힘든 키오스크 맥도날드 매장에서 AI는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고객과 직원들에게 더 나은 User Experience와 User Interface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맥도날드의 미래 노동자에게 필요하며 동시에 바람직한 역량을 제대로 갖춘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초점을 두고 AI가 적어도 10년 이상을 수행하지 못할 인간 고유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미래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과 연구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고급의 비즈니스 컨텍스트(Business Context)와 패턴의 인식, 창의성, 메타인지, 특히 인간이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파악하는 능력, 공감과 설득의 휴먼 스킬이 그런 것들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사회적 차원의 인간지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결하고 협력하는 역량과 스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의 교육기관이 강조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디지털 도구를 잘 다루는 디지털 스킬을 넘어 AI 시대의 인간 역할인 가치 공감, 인간 중심의 이해와 판단, 상호 설득, 실험적인 도전, 창의적 학습 그리고 그 의미 있는 성과로서의 혁신과 윤리적인 성공으로써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학습이 일자리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인간다움을 유지하지 위해서 학습전환은 물론 일자리, 일터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인간이 인공지능의 업무지시를 수행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능동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며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에서 생산성을 높이며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필자도 뾰족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않은 상황이지만, ‘자율과 재량의 일자리와 일터혁신’을 제안한다. 일터가 전환되면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일자리의 직무가 바뀌면 새로운 일자리에 맞는 고등교육 기관의 학습의 전환도 이뤄질 것이다. 지금까의 경쟁 위주 관리는 역량 개발과 발휘를 방해할 수 있다. 오히려 AI를 이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 즉 광의적인 디지털 전환이 경쟁적이어야 한다. 그 디지털 전환이 현업이 되는 기술과 역량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자동화를 어떻게 도입 및 활용할지에 초점이 된 학습촉진과 AI 활용에 크게 비중을 둔 교육과 일터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만들어내는 위기와 기회에서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하게 노동과 재화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박세원 S&P Global 상무/ 거시경제 및 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