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자의 눈] 한전 미수금·출자회사 급증, 전력업계 우려 현실화

한국전력공사의 지난해 출자회사가 496개로 확인됐다. 4년 전인 2018년 말(245개)의 두배 수준이다. 전기요금 미수금 회생채권이 419개로 급증한 결과다. 회생채권이란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재산상의 청구권을 말한다. 순수한 한전의 출자회사는 해외포함 44개에 불과하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인한 전력시장 붕괴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력 업계에서는 재정난에 몰린 한전이 설비 투자비를 줄이거나 지급을 지연하면서 협력업체까지 자금난, 일감 감소 등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기관련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한전의 적자로 전기산업계는 생태계 붕괴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한전은 최근 경영난 해소를 위해 발전소와 송·변전망 같은 일부 전력시설의 건설 시기를 늦추겠다고 선언했다. 한전이 발표한 자구안에는 일부 전력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 3000억원 절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만큼 한전의 경영난, 자금난이 급박하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며 한전은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45조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는 작년 말 기준 193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말에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이런 상황에서 발전 및 송·변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전의 투자 축소가 국내 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당장 전기차 시장 급성장, 데이터센터 증가 등 산업 전환의 흐름 속에 전기 수요가 늘고 있다.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 첨단산업단지 구축을 위한 송전망 확충이 요구된다. 무탄소 전원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 안정화도 필요하다.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국의 송전선로는 현재의 1.6배로 늘어야 한다. 투자 비용은 5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이들 발전소가 대부분 지방에 있는 만큼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의 첨단전략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 투자가 시급하다. 한전의 투자 축소는 장기적 전기 공급 능력 상실은 물론 안전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재무적 차원에서는 ‘자구’일지 몰라도 전력시장 생태계차원에서는 ‘자해’가 아닌지 우려된다.

[이슈&인사이트]초고령 시대,간병·돌봄인력 확충 서둘러야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웰빙과 삶의 질,그리고 건강수명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수명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친다. 남자는 14년,여자는 20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말년을 보내는 현실이다. 인체는 34세, 60세, 78세 전후에 급속히 노화가 진행되는 데 50대부터 사망률이 갑자기 높아지다가 80대에 최고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14.7회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 재원일수는 19.1일로 2위다. 여기에 고령인구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의료자원 확충과 의료비 절감은 물론 ‘노인돌봄’ 문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준비할 과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가 건강보험공단 주관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인 생활빈곤자에게 제공되는데, 먼저 건보공단에서 등급을 인정받아야 한다. 두번째는 지자체가 제공하는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로 65세 이상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등 재산여건에 따라 차등을 둔다. 중복수혜가 불가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면 비록 기초수급자라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셋째는 국민연금공단이 제공하는 장애인활동 지원서비스다. 장애정도를 바탕으로 19세 이상이면 노인이 아니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65세가 되면 혜택이 종료되며 무조건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로 이관된다. 이 제도는 고령자를 위한 이중삼중의 보호막이 아닌 선별적 혜택으로 최소한의 공적부조 성격이다. 빠른 고령화 때문에 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특히 젊을 때 평균소득층으로 분류된 이들의 노후 돌봄은 상대적으로 국가지원상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현행 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은 젊을 때 시작된 수혜의 불평등성이 노년이 돼서는 더 심화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 돌봄 패러다임이 이전 요양원과 요양병원 모델에서 다르게 변하고 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하지만 별 수 없이 병원·시설에서 지내며, 재가 서비스 제공이 불충분해 가족이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이에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 개선 정책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 이른바 ’노인커뮤니티케어’ 정책이 2018년 11월에 발표됐다. 추진 로드맵과 함께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중점 과제가 제시됐고 이듬해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모형도출을 위한 선도사업을 시행했다. 2025년 돌봄 제공 기반 구축을 완성하며 중점 과제로 △주거지원 인프라 확충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재가 돌봄 및 장기요양 △서비스연계를 위한 지역 자율형 전달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선행사업 성과와 정책방향을 뜯어보면 지역사회 여건에 적합한 모형의 도출보다는 대부분 시설 확충과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매년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책인데도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초고령사회를 위한 연금제도의 개혁도 미진하다. 국가와 가계 부채는 늘고 있고 세수는 부족하다. 노인의료를 위한 원격의료나 돌봄 인력 확충에 필요한 의료법 및 간호사법의 제·개정은 본질보다는 직역간 다툼과 정쟁으로 변질되며 돌봄 정책이 자칫 고비용구조로 왜곡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 도입 전이라도 최소생계비 보장, 장애인 및 빈곤자를 위한 공적지원 확대, 대소변 처리와 목욕 같은 위생관리, 만성질환 지속관리를 진행하자. 노인을 위한 간병과 돌봄 인력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전가될 것이다.방준석 숙대 약대 교수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 무주택 서민의

2008년에 건설업체 임직원들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4대강 사업으로 일은 많아졌는데 공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다." 대형건설사 CEO 출신인 당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건설업계는 반겼지만 기대와는 크게 다르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실물 경제에 밝아 이윤이 많이 나게 공사를 발주하지 않았다. 역대 정부의 주택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집값을 잡아 서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드러난 주거단지 개발 과정에서 천문학적 폭리를 민간에게 안기고 그 이익을 나눈 일부 지자체장들, 악덕 전세사기단, 이들에 줄 대어 기생하는 철면피 권력자들을 보며 공공의 역할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서민 주거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무주택 서민들은 폭등한 주택 가격에 ‘소박한 내집 꿈’을 꿀 수 있을까? 집값이 너무 올랐다. 좀 내렸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PIR(가구소득에 대한 집값의 비율)로 볼 때 서민들이 부담가능 주택의 선례는 어디에 있었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PIR은 국제적인 적정 권고치인 5 안팎이었다. ‘5’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 공급(10년간)과 대규모 공공 택지 공급(100㎢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요지에 공공 택지를 개발해 반값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발표에 주택 시장은 충격에 빠지고 주택 가격도 빠르게 안정됐다. 실제 공급량은 발표 계획량에 미치지 못했지만, 심리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왔다. 또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주택 규제 정책을 전면 폐기하지 않고 ‘단계적 규제 완화’를 선택했다. 주택 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전임 정부의 정책의 장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살렸다. 그 효과가 임기 내내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제 위기’가 집값 안정을 도왔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5.8% 상승률을 보이다가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1.5%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며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임기 중 연 평균 물가상승률 수준인 2.7%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세가격은 임기중 연평균 5.3% 상승하며 ‘렌트 푸어’, ‘깡통 주택’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5%대 상승은 그다지 높다고 볼 없겠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는 ‘급등’으로 인식됐다. 미분양 아파트 는 2007년 11만2000가구에서 임기 초인 2008년 16만6000만가구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줄어들어 임기 말에는 7만5000가구로 줄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든 요인은 무엇보다도 PIR에서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과 당시 시장상황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서브프라임 위기와 금리인상 및 공급망 재편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 등 대외적 환경이 유사하다. 전임 정부의 유산인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주택 가격 급등 그리고 미분양주택 급증 등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 정책을 ‘단계적 규제 완화’로 시장 변동성을 줄이면서 주택가격을 안정화시켜 PIR을 적정하게 관리했다. 윤석열 정부도 본받을 만한 전략이다. 주택 시장은 하나하나의 대책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번 잘못된 정책으로 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서민들에게는 어떻게 주택을 사느냐, 파는냐에 따라서 그 인생의 성패가 갈리는 세태가 됐다. 서민들도 살리고 기업도 살리는 상생 주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난제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이들께 널리 조언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E칼럼]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기후외교 펼쳐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가치연대의 중요성과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세 가지 분야를 강조했다. 보건과 IT 그리고 그린ODA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강조했듯이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의 문제를 넘어 정치의 문제이자 경제의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시장과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다양한 국제표준들을 자국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국가들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로 인해 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내에서만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파리협정을 활용해 해외에서 국가 간 협력의 틀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결과(ITMOs)를 확보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갈수록 협력 대상국을 선정하고 대규모 ITMOs를 국내로 이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전략적인 기후변화 외교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사실, 개도국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와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 얻기를 원하는 것은 ITMOs를 상품과 같이 일정 가격으로 우리에게 판매하고 수익금을 얻는 것 이상이다. 개인적으로 깊이 관여였던 한·가봉 간의 기후변화 협력이 좋은 예다. 지난해 말 방한해 기후변화 협력협정에 가서명을 한 가봉 외교장관은 가봉이 우리와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 얻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고도의 인프라 건설 역량과 다양한 기술력을 전수받아서 가봉도 우리와 같이 단기간에 선진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자국의 최고 수준의 산림관리를 통해 발생한 ITMOs를 우리에게 이전해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산림녹화·중화학 공업 활성화를 통해 최단기간 내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의 노하우에 바탕을 둔 기후변화 기술과 산업에 대한 협력 역량은 대한민국만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ODA와 함께 다른 형태의 재원도 같이 활용해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우면서 우리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ITMOs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파리협정에 따른 절차와 기준을 지키는 범위에서 개도국과의 협력의 틀과 내용에 대한 다양한 포뮬라를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고안해야 한다. 너무나도 일반적인 현재의 포괄적 기후변화 협력협정의 고도화 작업도 이뤄야 한다. 이러한 고도와 작업은 윤석열 정부가 중요하게 추진하는 인·태전략,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등 소다자 회의에서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외교는 선진국과의 신 산업 협력 차원에서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모두 이들의 중요한 기후변화 정책이다. 국내 기후산업을 부흥하고 자국 표준을 세계화하기 위해 미국은 보조금 정책을, EU는 탄소가격정책을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외교 전략은 가치와 안보동맹에 기초하면서 기후변화 통상국가로서 기후변화 기술과 자본시장에 대한 선진국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의 투자를 ITMOs 활용과 연계하는 최고급 정상 차원의 외교 전략 개발도 구상해 볼 수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기후변화 외교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의 기후변화 협력 메커니즘의 세계 표준화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주도해 설립한 GGGI를 잘 활용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부터 잃어버린 우리의 유일한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의 입맛에 맞게 설정된 프로그램 위주의 국제기구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적 조력이 아닌, 우리의 가치와 표준이 국제사회를 위해서 활용될 수 있도록 협력과 감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적인 기후변화 외교정책 추진이 절실한 때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성우 칼럼] 탄소감축,이제는 기업 생존의 문제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왔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의 감축이 충분하지 못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지구촌의 극단적 이상 기후는 갈 수록 심화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 공통이익 보다는 자국의 개별이익을 앞세우고,장기적 효용 보다는 단기적 혜택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통상정책과 탄소배출을 연계하는 조치들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육성 측면에서 자국의 개별이익에 부합하면서도 탄소감축 측면에서 세계적 공통이익에 기여하는 정책들이 최근 구체화 되기 시작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기대된다. 이런 기후-통상 연계는 최근 미국과 EU의 티키타카(긴밀한 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지난 3월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미국산 철강 및 부품 사용할 경우 IRA 보조금 10%를 추가로 지급하는 하위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지난 2월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한 후 보조금 확대 및 탄소중립 산업육성 등을 위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 탄소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공개하고 입법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된 투자프로젝트를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함으로써 탄소갑축산업의 해외유출(Netzero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방이다.이런 가운데 올해 입법절차를 마친 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도 오는 10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CBAM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 수입시 국경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관련해 미·EU 무역기술위원회는 지난 3월 ‘지속가능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위한 국제 협정’을 발표하고 오는 10월 협상 결과물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EU CBAM과 유사한 조치를 미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 그룹들이 함께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EU 및 미국 등 소수 국가그룹에서 수입할 경우 국경에서 탄소가격을 부과해 탄소배출산업의 해외유출(Carbon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기후-통상 연계 효과는 이미 부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비영리단체(Climate Power)에 따르면 IRA 발효 후 6개월간 전세계 회사들이 31개 주에 걸쳐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EU도 IRA에 대응하는 그린딜 산업계획과 더불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 등의 강력한 탄소중립 이행정책에 힘 입어 대만 배터리 제조기업 프롤로지움(Prologium)은 지난 12일 프랑스에 52억유로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또 다른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는 IRA로 인해 새로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독일 투자로 선회한다고 발표했다.이 같은 글로벌 흐름속에서 우리 기업은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통상에 기후가 연계되면서 원산지증명이라는 기존 기준에 탄소배출량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가 이번 달 발표한 녹색산업법안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제조국 전력의 탄소배출량, 부품의 탄소배출량, 재활용비율을 포함하고 있어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전기를 사용해서 전기차를 제조하거나 탄소배출량이 많은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에 사용될 철강도 탄소배출이 적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미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그린수소 환원철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28개 진행 중이다. 이는 연간 6000만톤의 저탄소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도 팔아야 하고 냉연 강판(자동차용 철강)도 팔아야 한다. 이제는 원가절감이나 규제대응 측면에서의 탄소감축이라기 보다는 기업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통상 연계 대상 제품이 전기차나 철강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 및 소재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이상호 칼럼] 유엔군사령부 중요성 제대로 알자

6·25 한국전쟁은 신생 대한민국이 세계 지도에서 지워질 뻔 했던 비극적인 사변이다. 국가가 사라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비가 부족했던 한국군은 속수무책 무너졌다. 북한군은 불과 4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고, 대한민국 정부와 군은 기약 없는 후퇴를 계속했다. 이대로라면 한국군은 결국 와해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기적적으로 뒤바꾼 것은 유엔(UN)군의 참전이다. 유엔군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4호에 의거, 북한에게 불법 기습 침략 당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최초의 국제연합 군대다. 이를 지휘할 유엔군사령부(UNC)는 북한의 무력 공격 격퇴와 국제평화 회복을 목표로 그 해 7월24일에 창설됐다. 총 16개국의 군대가 참전하고 세계 53개국이 각종 지원을 제공했으며 연 인원 194만849명이 종군했다. 유엔군의 피해는 막심했다. 1129일간의 전쟁 기간에 사망 4만 1000여명, 부상 10만5000명,실종 5500명 등 모두 15만여 명이 희생됐다. 이때 유엔군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절치부심해 이룬 기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은 바로 낙후된 변방의 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장렬히 산화한 수많은 외국 젊은이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금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우리의 노력으로 얻는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유엔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래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도 아직 작전 중이다. 평화 시에는 북한과 정전협정을 관리하지만,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참전국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자동으로 참전하게 된다. 유엔군사령부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한국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권, 그리고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 유엔사를 폄훼해 왔다. 이들은 유엔사가 한국 영토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거듭하며 한국 내 여론 분열을 조장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유엔사 해체 시도는 구체적이고 집요했다. 실체가 없는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추진하며 유엔사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2019년 11월에는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출입을 관할하는 유엔사에 관련 상황을 일부러 통보하지 않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허위 사실 유포와 무력화 시도 이유는 유엔사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사령부 폐쇄와 잔존 유엔군 병력의 철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 철수 이후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더 이상 유엔군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한국 국민을 선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 좌파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축소된 유엔사 역할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올 하반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서울안보대화 시점에 맞춰 처음으로 유엔사 회원국 국방 장관과의 다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국민에게 유엔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도 한다. 한국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유엔군 파병 국가 대사들이 참여한 한국-유엔사친선협회(KUFA)가 지난 16일에 정식 출범했다. KUFA는 유엔사의 역할을 홍보하고 상호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무관심과 폄훼의 대상이었던 유엔사의 전정한 위상과 기여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은 꼭 필요한 값진 시도이다. 한국전 유엔군 참전국은 여전히 자유 한국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 공갈,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논쟁 등 급변하는 국제상황에서 이런 든든한 친구가 대한민국과 함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기자의 눈] 대환대출 플랫폼의

"대환대출 플랫폼이 나오면 대출을 바로 갈아탈 겁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이 한 말이다. 신용대출을 받고 있다는 그는 대출 금리가 높아 당장 대출 갈아타기를 하고 싶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작된다고 하니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큰 것 같다. 금리 인상기에 이자 감당에 지친 금융소비자들은 대출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에 환영하고 있다. 금융권의 대환대출 인프라가 31일 드디어 가동된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 총 53개의 금융회사 대출 상품을 하나의 앱에서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이 구현하는 대출이동 시스템과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총 23곳이 구축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합쳐진 개념이다. 신용대출 상품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한 후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환대출 인프라(당시 플랫폼)는 2021년 10월 출범 예정이었으나 빅테크와 은행 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며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으로의 종속을 우려한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지난해 금융당국 주도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대환대출 인프라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도 대환대출 인프라를 둘러싼 업권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은행권은 여전히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금리 경쟁이 과도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은행들이 대환대출 플랫폼 기업과 제휴를 맺고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여 플랫폼 수도 많지 않다. 31일 서비스 오픈 시점에 빅테크 기업 중 카카오페이만 유일하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참여한다. 카카오페이 외 은행별 참여 플랫폼을 보면 우리은행은 네이버페이에 참여하며, 농협은행은 토스와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6월 중 토스에 들어갈 예정이며 자체적인 대출 비교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비교 대출 서비스 제휴를 맺은 핀다에 입점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플랫폼들과도 제휴를 논의 중이다. 국민은행은 카카오페이에만 참여한다. 출범 당일 실제 참여하는 금융사와 플랫폼 수도 당초 계획보다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비스를 곧바로 시작하는 플랫폼 수는 한 자리 수에 그칠 전망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속 빈 강정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하지만 이제 막 출범하는 대환대출 인프라의 성공 여부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도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장기전이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환대출 인프라의 목적이 ‘금융소비자 편익’에 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이 업권의 이익을 내세우기보다는 타협하고 함께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며 대환대출 인프라를 기다리는 금융소비자의 기대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dsk@ekn.kr

서울 살면 전기료 더 낸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5월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전기판매사업자, 곧 한국전력이 송전과 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달리 매길 수 있도록 했다(45조). 같은 용량을 써도 서울시민이 내는 전기료가 울산시민이 내는 전기료보다 비싸진다는 얘기다. 법은 1년 유예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분산에너지는 뭔지, 전기료 지역별 차등제를 왜 도입했는지 등을 알아보자. ◇ 분산에너지가 뭔가분산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SMR), 연료전지 발전사업, 수소 발전사업,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말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추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동을 걸었다. 문 정부는 탈원전, 탄소중립에 진심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 계획을 세웠고, 의원 입법을 통해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대형 원전, 화력발전소 등에 의존하는 중앙집중식 전기 공급 방식을 재생에너지 공급 등을 활용한 지역분산형으로 바꾸는 게 목표였다. 2021년 7월 당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 의원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때만 해도 전기료 차등제가 빠졌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22년 11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지역별 전기료 차등제 내용이 들어갔다.여야 두 의원이 낸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내 조율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 차등제 왜 도입했나특별법 45조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한 배경으로 두 가지를 든다. 먼저 분산에너지 활성화다. 국내 원전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가정과 기업에 공급하려면 송전탑과 배전망 설치가 필수다. 송전·배전에 드는 비용을 수요자에게 부과하자는 게 지역별 차등제의 취지다. 송전탑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지역민들의 반발은 또다른 변수다. 비싼 전기료가 싫다고? 그럼 수도권에서 직접 생산한 전기를 쓰는 게 대안이다. 원전을 둘 수는 없을 테니 분산에너지를 활용하면 된다. 이처럼 전기료에 차등을 두면 분산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활력을 띠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다른 배경은 국토 균형발전이다. 박수영 의원은 유튜브에서 "차등 요금제가 시행되면 (원전을 가진) 부산의 전기요금이 싸지기 때문에 전기 다소비 업종이 (싼 전기료를 찾아) 부산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 의원은 부산 남구갑이 지역구다. 기업이 몰리면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은 발전량이 약 4만6600GWh(기가와트시)에 달하지만 소비량은 2만1500GWh에 불과하다. 반면 원전이 없는 서울은 발전량이 겨우 4340GWh뿐이지만 소비량은 발전량의 10배가 넘는다. 원전을 둔 부산, 울산, 전남, 경북 지역은 요금 차등제를 일제히 반겼다. 지역민에 전기료 감면 혜택을 줄 수 있어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환경오염과 안전사고 위험성을 감수해 온 시민들께 직접적인 혜택을 돌려 드리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말했다. ◇ 기피시설은 차등이 맞지만주민 기피 시설이 들어설 때 요금 차등은 자연스럽다. 서울시는 경기도 고양과 파주, 서울 서초구에 시립승화원과 추모공원을 두고 있다. 화장시설 이용요금표를 보면 서울·고양·파주 시민은 성인의 경우 12만원이지만 타지역민은 100만원을 받는다. 봉안관리비도 5년 기준 지역민은 10만원, 타지역민은 18만원으로 차이가 크다.원전과 화력발전소는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다. 지역민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타지역민에 차등 요금을 적용하는 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여지껏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다 갑자기 바꾸면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전기 에너지는 개별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점에서 차등 요금제를 적용할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는 곧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한편 연내 분산에너지 활성화 종합대책도 수립할 계획이다. 오랜 세월 원전 등 발전소 밀집 지역 주민들은 묵묵히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이들 주민을 우대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을 묘안을 찾기 바란다. <경제칼럼니스트>국회는 5월25일 본회의를 열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서울시 화장시설 이용요금 안내.(서울시설공단 웹사이트 캡처)

[기자의 눈] ‘투자일임업’ 업권간 대치, 당국 현명한 판단 내려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달 10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개선 TF 제8차 실무작업반’에서 투자일임업이 화두로 떠올랐다.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은행권에서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해달라고 당국에 건의한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는 ISA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데, 이를 공모펀드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서라도 추가 허용해달라는 게 요지다. 현장에서 증권사들은 즉각 반발하며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일임업은 증권, 자산운용사의 핵심 업무인 만큼 이를 은행권에 안정적인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마치 증권사에 예금 업무를 허용하는 것과 같다는 목소리다. 특히나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각각 해당하는 고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업주의’라는 원칙에서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은행권과 증권사는 과거에도 수차례 투자일임업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측의 입장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은행권은 당국이 계속해서 비이자수익 확대, 사업모델 다각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어떻게든 투자일임업 허용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이라도 허용해달라고 차선책을 제공한 이상 당국도 무조건 NO를 외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다. 그러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원회는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에게 투자일임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현재 증권사가 제공하는 투자일임 서비스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추가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하며 향후 실무작업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과 증권사가 투자일임업 허용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누군가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는 밥그릇 싸움을 넘어 업권 간 생존이 걸린 일임과 동시에 소비자, 자본시장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이슈다. 이럴 때일수록 당국은 신중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생각지도 못한 사고나 부작용이 발생하고,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오랜 흐름이다. 증권사, 은행권이 내세우는 주장은 대체로 일리가 있지만, 업권의 요구만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 언제나 바람직한 결과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방안이 꼭 투자일임업 허용만 있겠는가.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자본시장과 금융소비자를 최우선 순위에 둔다면 가장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도 어렵지 않을 일이다. 당국이 어떠한 결과물을 들고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E칼럼]지금이 전기요금 정상화

사람이 어려운 일이 있거나 간절하게 원할 때면 무엇인가에 기도하거나 주문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풀 버전은 아브라카다브라 알라카잠(Abracadabra Alakazam)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다’라는 뜻으로 우리식으로는 ‘수리수리 마수리’ 쯤 된다.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아랍어로 된 문장 ‘Abhra Ke-dhabhra’(말한 대로 이루리라), 또는 ‘Abhdda Ke-dhabhra’(말한 대로 되었다)에서 유래했으리라는 추측이 가장 일반적이다. 지금의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적으로 가장 간절한 주문은 아마도 전력요금이나 가스요금 인상을 원하는 한국 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일 것이다. 물론 그 반대는 산업계와 가정 등의 에너지소비자다. 경제학에서 시장의 원리에 기반해 모든 것이 잘 이루어 질 때를 시장이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만족하는 가격에서 합의를 이룰 때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시장실패나 정부실패가 발생하는데 정보가 비대칭이거나, 공공재의 비극처럼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우, 그리고 외부비경제가 있거나 공공서비스 공급의 독점성으로 경쟁이 결여되는 경우에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의 전력가격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면서 오랫동안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원가인 연료비가 오르면 이것을 전력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데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약간의 시도가 있었던 것이 몇 년전에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다. 그러나 이마저도 상한과 하한을 둠으로써 모양만 갖추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전력가격의 상승과 관련해 한전부채, 물가 상승 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매우 불편한, 아니 심각한 진실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것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액에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 올 상반기 적자 예상액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한전은 한 달에 네 차례에 걸쳐 정산을 하는데 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기에 대해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사정이다 보니 돈이 없다. 돈을 마련하는 방안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가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높으니 이 것은 손해다. 한전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2023년 3월 말 기준 채권 발행 잔액이 68조300억원으로 1년 전 39조6200억원에 비해 무려 72%나 증가했다. 정부는 적자를 돕겠다는 듯 한전법을 개정해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 규모를 2배에서 5배, 산자부장관이 인정하면 6배까지 가능도록 했다. ‘병주고 약주는 셈’인데 병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은 모르고 하는 것이다. 이미 금융 시장에서는 한전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와 같은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고 있지만 자금도 잘 안 모이고 정부 보증의 한전으로 모이고 있으니 기업의 자금 순환이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는 흐름인데 돈의 흐름이 막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은행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고 여신금리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전력요금 억제가 금리인상과 연계된 막대한 비용부담은 고려되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치가 항상 물 흐르듯이 흘러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몇 십 년 동안 억제해 온 전력 요금 시스템을 이제는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바로 원가에 맞춰 요금도 연동하도록 시장원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래야 최고의 공기업도 살고, 경제도 산다. 더 이상 늦으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널 수 있다. 전기요금의 아브라카다브라. 이렇게 되도록 ‘수리수리 마수리’를 수 만 번 외치고 싶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