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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저성장-과잉부채 악순환에 빠진 한국경제

최근 들어 가계, 중소기업, 자영업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경제 전 부문에 걸쳐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의 장기화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자금이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이들 자산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로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실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지금 관찰되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시중의 과잉 유동성과 금리인상에 따른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부채의 ‘부실가능성’이다. 부채는 돈을 빌린 사람이 갚을 여력만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부채가 왜 커졌고, 부채상환 능력이 부족해진 이유가 뭘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7%)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도 최근 3년 연속 평균치를 밑돌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0년 이후엔 연 평균 3%대 초반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졌다. 동시에 경제의 두 축인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은 가파르게 뛰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해도 GDP의 75%에 불과했던 기업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24% 로 높아졌고, 가계부채도 같은 기간 50%에서 102% 수준으로 2배 늘어나며 각각 세계 주요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현상을 유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 성장의 둔화는 표면적으로 반도체 등 주력 산업 부문의 경쟁력 약화와 높은 수출의존도로 인한 글로벌경기와의 강한 동조 영향이 크다. 더 근본적 이유는 과도한 법인세와 상속세, 각종 부담금, 예측불가능한 규제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 등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국내 산업의 여건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갇혀 혁신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혁신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국내 산업의 구조는 전통적 주력업종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과 그에 종속돼 있는 다수 중소기업 간 수직적 분업구조의 근본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이러한 구조적 특수성이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맞물리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고, 그로 인해 불황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기업부채의 급격한 증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생계형 자영업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는 일차적으로 부족한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 때문이지만, 아이디어와 기술을 토대로 한 기회형 창업과 혁신에 기반한 성장을 기대하기 곤란한 정체된 산업여건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부문에 막대한 정책자금 대출과 대출을 촉진하기 위한 보증의 형태로 정책을 펴왔다. 이로 인해 많은 한계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생존을 이어가고 있고, 한계기업의 증가는 역설적이게도 정부 지원 확대를 다시 뒷받침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업의 투자 감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그런데 일자리 부족으로 늘어난 한계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주로 저리 대출 형태로 이뤄짐으로써 시중 유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도권에서 기업 투자가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뤄지면서 일자리가 제한적으로나마 창출되고 있지만, 이는 지역소멸과 저출산, 수도권 부동산가격 상승이라는 총체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문제를 직간접적인 재정과 금융지원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오히려 가계부채와 정부 부채를 키우는 모양새다. 부채 확대를 통해 기업과 가계가 생존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궁극적인 부채상환의 부담을 정부가 책임짐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가계-정부 모두의 부실위험을 초래하고 있다.현재의 위기는 모든 경제주체의 부실가능성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고 복잡해진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 구조로 인해 전개 양상도 예측하기 어렵다. 당국은 지금의 위기가 경제시스템에 누적된 문제에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 방향성은 경제시스템에 고착화돼 있는 저성장과 과잉부채 사이에 존재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과감히 끊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어려운 시기에서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명확히 하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끈기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부회장 승진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정연인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20일 밝혔다. 정 부회장은 1987년 두산에너빌리티에 입사해 베트남 VINA 법인장·관리부문장·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역임했다. 인사는 내년 1월1일부로 적용된다. 박지원 회장·정연인 부회장·박상현 사장 3인 각자대표 체제는 유지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업무 전문성과 네트워크 및 경륜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위해 앞장서서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spero1225@ekn.kr두산에너빌리티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포스코그룹, 임원인사 단행…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 등 승진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포스코그룹이 2024년도 임원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그룹 7대 핵심사업의 성장전략에 맞춰 인적 역량을 재배치하고 혁신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20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광양제철소장·인도네시아 법인장·신소재사업실장·자동차강판수출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그룹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2차전지소재와 인공지능(AI) 및 수소 분야 핵심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다. 후임 원장은 김기수 공정연구소장이 내정됐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생산체제 전환과 ‘그린 스틸’ 솔루션 강화를 위한 전문가를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연구원 내 수소환원제철을 담당하던 HyREX추진 태스크포스팀은 정규조직인 추진반으로 격상됐다. 2차전지소재 분야에서는 사업가형 인사가 전진배치됐다. 포스코그룹은 신성장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인재 영입도 확대 중이다. 윤태일 삼성SDI 상무를 포스코퓨처엠 기술품질전략실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LG화학에서 영입한 홍영준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이차전지소재연구소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용헌 한국석유공사 기술전략팀장도 미래기술연구원 수소저탄소에너지연구소의 임원급 연구위원으로 신규 채용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그룹 회장 선임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시점임을 고려해 주요 그룹사 사장단 인사와 포스코홀딩스 임원인사는 추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pero1225@ekn.kr포스코센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기자의 눈] 지도부 눈치만 보는 초선…개혁 위한 목소리 내야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정치권에 갖가지 악재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초선 의원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강하게 쇄신을 주장해야 할 초선들이 금배지를 달기 위해 여야를 불문하고 당 지도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하면서 초선의원들의 집단행동에 역풍이 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초선 10여 명은 당소속 의원 전원이 모인 대화방에서 김 대표를 옹호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거론한 서병수 의원, 하태경 의원 등을 겨냥해 ‘내부 총질’, ‘자살 특공대’, ‘x맨’ 등이라는 원색적인 비판을 하며 몰아 세웠다.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1월에도 초선의원들은 ‘윤심’을 얻은 김 전 대표를 지원하며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초선 의원 50여 명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려는 나경원 전 의원을 공격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이들은 현재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침묵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권력 눈치보기 행동을 보이는 초선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들을 총선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내 일부 친윤계 초선 의원들을 겨냥해 "이 참에 용산, 지도부 홍위병으로 분수 모르고 설치던 애들도 정리해라"라고 꼬집었다.이같은 사정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초선 의원이 전체 의원 수의 절반에 가까운 81명이나 되지만 큰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다수의 초선 의원들은 홍위병이라 불릴 만큼 지도부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초선들은 신당 창당을 표명한 이낙연 전 대표를 만류하는 호소문을 만들고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친이재명(친명)계로 당내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도 대표적인 사례다. 처럼회는 권력기관 개혁 문제를 공부하기 위해 출발한 모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탄에 주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혁의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과거 국회에는 쇄신을 촉구하며 한국 정치를 이끌어 간 의원들이 있었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오늘날까지 ‘남원정’으로 회자되는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이, 민주당 계열에서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당 개혁을 주장하며 개혁과 쇄신의 바람을 일으켰다.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에는 개혁의 목소리는 없다. 오로지 22대 금배지를 받기 위한 기득권에 안주한 세력만 있을 뿐이다. 초선 의원들이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잡고 당의 혁신을 이끄는 주체가 되야 한다. 초선 의원들의 소신 정치가 없으면 우리 정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ysh@ekn.kr

[이슈&인사이트]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로 본 한중 외교 시사점

중국이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제2의 요소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3개월분의 요소 비축분을 가지고 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주유소의 요소수마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요소에 물을 첨가하여 요소수로 만든 후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트럭 운행에 필수적인 소재다. 그러면 중국은 왜 한국에 요소 수출을 통제하는가. 단지 경제적 요인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어서 일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요소 수급을 맞추기 위해서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세관에서 통관을 마친 요소까지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수출 통제는 상당히 이례적이며, 통관을 마친 요소 수출마저 통제해야 할 정도로 중국 내 요소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중국측에 요소 통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문의했지만 오랫동안 그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면 오랜 기간 답변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이 과연 미국처럼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제품이라면 반도체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타격을 입히는 정도보다 스스로 자해하는 격이 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홍콩 우회 수출 포함) 반도체 수출 비중은 무려 55%에 이른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급망기본법’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품목에 대해 중국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수입처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 더러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그 품목을 활용한 완제품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은 반도체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중국의존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구상 흑연 등 소재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향후 통제 품목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일본이 중국에 강경대응을 했던 것처럼 한국도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최근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크게 강화하였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통제에 상당 부분 협력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하는 발언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자극해도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국내문제라고 하며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이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때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 커지는 에너지 안보 위기, 내재적 리스크 최소화해야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 국제적인 분쟁과 갈등이 심화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지난해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빠져 든 가운데 지난 10월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팔 전쟁이 터지면서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원 부국인 러시아가 자국의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은 크게 요동친 가운데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이 가장 큰 지역인 중동에서마저 전쟁이 발생하다 보니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이달 초에는 남미의 거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옆 나라인 가이아나 영토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땅을 자국 영토에 편입하는 것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 무려 90%가 넘는 지지를 획득했다면서 영유권을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가이아나는 2015년 에세퀴보 연안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된 것이 확인되면서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던 남미의 신흥 산유국이다.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이 14일 회담을 갖고 상대방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갈등 국면이 일시적으로나마 봉합되는 모양새이기는 하다. 그러나 유럽, 중동에 이어 남미에서까지 국가 간 갈등이 계속되고, 이런 갈등들이 직간접적으로 에너지 문제와 얽히게 되면서 최근 안정세로 접어든 국제 유가에 대해서도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글로벌 정세가 이렇게까지 불안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리더십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퇴하면서 미국이 주도해 오던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흔들리게 된 것을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더군다나 유엔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다른 주권국가의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유엔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던 글로벌 거버넌스 레짐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렇다 할 리더십이 부재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국들은 각자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정책은 물론 산업 및 금융정책까지 총동원해 경쟁적으로 자국의 기술과 산업을 보호하려 하고 있고,자원 보유국들은 자국의 자원과 에너지를 보호하려는 차원을 넘어서서 무기화하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은 주지하다시피 국내에 부존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할 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과 이어지는 인프라가 부재해 물류를 전적으로 해상 수송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도 불리하다. 또한 수출에서 가공무역 비중이 큰 만큼, 원자재 수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는 구조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앞선 과제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극적으로 줄이면서 저탄소에너지원의 사용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궁극적으로 에너지 안보에는 긍정적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들여와야 하는 핵심광물의 지리적 편재성을 생각할 때 석유·가스와는 또 다른 지정학적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부담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Climate School의 제이슨 보르도프(Jason Bordoff) 교수와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국가안보부 보좌관을 지낸 메건 오설리번(Meghan O‘sullivan)은 올 4월 Foreign Affairs誌 기고문을 통해 역사적으로 에너지 안보는 저렴한 가격에 충분한 공급이 가능한 상태로 정의되어 왔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의 개념을 다변화(diversification), 복원력(resilience), 통합(integration),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네 가지 원칙에 따라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에 입각해 볼 때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에너지원을 최대한 다변화해 특정 에너지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복원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이런 목표를 지향하는 데 있어서 현재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분절된 거버넌스 체제와 경직된 에너지 시장 구조라 판단된다. 특히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부채 수준은 국가 위험 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2024년 새해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스스로가 안고 있는 내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외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복원력을 확보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中·日서 맥 못 추는 현대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유럽과 북미, 인도 등에서 들려온 현대자동차그룹의 활약 스토리는 눈부시다. 현대차그룹에 있어 2023년은 ‘역대 최다판매’, ‘올해의 차’ 등 믿기 힘든 성과를 달성했던 한 해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늘 함께하듯 굴욕을 남긴 시장도 있었다.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시장에서의 스토리는 ‘생존기’에 가까울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대차 중국 판매(도매 기준)는 5만6000대로 전년대비 33.8% 감소했다. 현대차는 유럽, 한국, 북미 인도, 중남미 등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선 판매량이 줄었다. 현대차·기아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까지 현대차는 연간 판매량 100만대, 기아는 60만대 이상을 줄곧 유지하며 시장 입지를 다졌다. 2016년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178만여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19년엔 90만대를 판매해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엔 34만9000대까지 줄었다. 버티다 못한 현대차·기아는 현지 공장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극심한 판매부진에 빠져 다섯 개에 달했던 중국 공장을 두 개로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 중국공장 가동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또 중국 내 판매 모델을 기존 13종에서 8종으로 줄였다. 기아 중국법인인 장쑤위에다기아는 두 번씩이나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현대차는 결국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중국 브랜드 수탁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518대(승용차 기준)를 판매했다. 지난해 등록된 전체 수입차 24만758대에서 점유율은 0.21%에 불과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1~11월 누적 판매량은 4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1대)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실적 부진을 겪고 2009년 8년 만에 현지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13년 만인 지난해 2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 등 무공해 차량(ZEV)을 내세워 다시 일본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9월엔 경차 선호 특성을 고려해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EV를 투입시켰다.이처럼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던 현대차·기아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동북아시아가 전기차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래의 동아줄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일곱 번 도전한 끝에 롤드컵 우승을 거머쥔 ‘데프트’ 김혁규의 스토리가 내년 현대차·기아로 옮겨오길 바란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이창호 칼럼] 전력산업기반기금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한국전력 수행하던 전력사업 이외의 기능이 적지 않았다. 공익적 성격에서 단순 지원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에 달했다. 구조개편 이후에도 전력산업에서 발생하는 공익적 기능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 당시 한전의 ‘본업’인 전력사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외적 비용을 합해 보니 대략 전기 판매수입의 4.6% 정도였고, 이것을 따로 분리해 조성한 것이 지금의 전력기금이다. 이미 구조개편을 시작한 미국 등에서도 공적기능이나 구조개편으로 인해 수반되는 비용조달을 위해 공공재부담금(Public Goods Charge) 또는 시스템편익부담금(System Benefit Charge)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재생에너지, 저소득지원 등 공익적 용도에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영국에서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노후전원의 퇴출비용 즉, 좌초비용(stranded cost)에 주로 사용됐다. 기금의 용도는 국가마다 구조개편 당시의 여건과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전력기금 규모는 설치 당시 1조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기금부담율이 3.7%로 낮아졌음에도 2조 8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그동안 미사용 누적분이나 자금회수 등으로 지난해에는 기금편성 규모가 6조 5000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계획안을 보더라도 매년 4조∼5조원의 기금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기금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적지 않은 전력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고민과 평가가 있었을 것이다.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기금이 조성되는 데도 여전히 쓸 곳은 많고, 기금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금 내역을 살펴보면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해 배분됐는 지도 도통 알아보기 어렵다. 전력기금 본래의 공적기능과 법적지원금은 물론, 여기저기 정책적 사업과 민원성 요구들이 쌓여가면서 수많은 사업들로 채워져 있다. 기금운영을 위해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겠지만, 이제는 기금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먼저 짚어 볼 것은 기금의 중요한 설치목적인 공익성이다. 사실 어떤 것이 공익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익성의 개념부터가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시대적 상황이나 산업여건에 따라 공익성이 바뀔 수 있다. 기금조성 초기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국가재정이 담당하거나 전력수요를 유발한 사업자 비용이 전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직도 제법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소 주변지역지원은 법적 근거 때문에 지원하지만, 온전히 공익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발전 및 송전사업자의 비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원이나 전기안전지원도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사업자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나, 국가나 지자체의 기능에 해당하는 복지사업도 전력기금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전력기금이 생기면서 규모도 늘어나게 됐다. 지금은 대형 발전소 건설도 줄어들고 농어촌의 수요도 정체돼 단순지원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단순 지원이나 정치적, 민원성 지원은 줄이거나 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업의 목적과 차별성 문제다. 기금 설계 당시에는 법적부담금, 연구개발,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으로 분류체계와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다. 연구개발비도 기술특성과 용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분해 관리했다. 그러나 근래들어 100여개에 달하는 사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름만 봐서는 사업간의 차별성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또 기반이나 지원이란 명분으로 이런저런 지원센터, 기반구축과 같은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다. 난마처럼 어지럽게 걸쳐있는 사업들을 기준과 원칙에 맞춰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구개발사업은 중복성도 심각하다. 국가가 관리하는 기금사업의 운영방식으로는 체계성과 시스템적 접근이 미흡해 보인다. 기금관리의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력시장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실패에 따른 보완장치가 미흡하다. 전력산업은 시장과 정책여건에 따라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는 것이 기금의 설치 목적중 하나다. 보급초기의 재생에너지나 분산전원, 에너지효율향상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특히 에너지효율향상은 고효율기기 설치나 효율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에너지절감, 전력설비 감소에 따른 편익이 설치자나 생산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합리적으로 보전해 주는 수단이 소위 ‘회피비용’이다. 전력기금 설치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시장실패의 보완이라는 점을 인식하다면 앞으로 이런 부분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구조개편의 취지에 따라 규제체계의 변동으로 발생하는 매몰비용이나 좌초비용의 반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업자 의사와 관계없이 발전소 수명을 감축하거나 운전을 제한한다면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규제가 강화되면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사업자에게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고 이는 기금의 용도에 부합된다.전력산업은 기본적으로 전기라는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유통하고 거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간접자본의 하나로 공익적인 속성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에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전력기금이 여기저기 나누어주는 ‘쌈짓돈’이 돼서는 안된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활용돼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 원칙과 기다림의 미학

요즘 우리나라 에너지계는 다사다난하다. 우선 국내 기름 값은 국제유가의 하향안정 추세를 따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2년 가까운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에도 지난 5개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미국 서부텍사스(WTI)유는 한 때 배럴당 70달러 수준 아래로, 유럽 브렌트유는 70달러 중반 수준을 맴돌기도 했다. 소폭 상향추세로 유가 100달러 시대 걱정은 당분간 없는 것 같다. 이에 우리나라 주유소 휘발유가격도 전국평균으로 리터 당 1600원대, 경유는 1500원 대를 밑돌고 있다. 여기에다 전력도매가격의 하향 안정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LNG와 석탄 가격의 하락으로 지난 11월 한전의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122원으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은 45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적자가 해결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했다. 이는 향후 국제유가 급등과 이로 인한 실물경제 및 금융·외환시장 등의 변동성에 사전대응하려는 거시경제 비상대책의 일환이다. 또한 지난 1일 시행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컨설팅 등 대응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오랜만에 에너지 이슈가 거시경제정책의 중심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에너지부문 이슈는 지난 13일 두바이에서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8)합의 도출이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들이 합의됐다. 지난 13일 2주간의 협상 끝에 어렵사리 ‘화석연료 퇴출(phase-out)’이라는 표현을 대신해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 away)’ 가속 개념을 선택한 것이 가장 눈에 뛴다. 이런 표현은 COP개최 28년 만에 처음으로 합의문에 포함됐다. 당연히 최대 현안이자 쟁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과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큰 인도 등의 반발과 ‘로비’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런 데도 두바이 총리인 COP의장은 이번 합의안이 "과학이 주도하는 성격을 가지고, 배출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의 격차를 해소하는 균형 잡힌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오일 파워’의 영향일 게다. 그러나 여러 저개발국들, 특히 저지대 도서 국가들과 많은 기후 활동가들은 크게 미흡하다고 불만이다.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내밀한 퇴출 저지조항들이 곳곳에 있다고 비난한다. 특히 천연가스를 ‘전환 기반’ 에너지로 규정한 점은 새로운 논란거리다. 석유감축 - 가스증대라는 화석에너지 원별 구조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교묘한(?) 산유국 책임회피책이란다. 물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렸고, 배출가스 저감이 미비한(unabated) 석탄 화력발전을 ‘단계적 축소(phase down)’하는 데도 합의했다. 비록 만장일치 합의로 귀결되었지만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조항이 유야무야하게 되고, 재생에너지 확충의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지 않고,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퇴출 의지를 담지 못한 것은 그 대표 사례다. 기후변화나 지속가능한 성장 등 인류 공동선(善)에 대한 유엔의 글로벌 합의(Consensus)체재의 붕괴라는 의견마저 나온다. 결국 세계 기후변화 대응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제기된 다음과 같은 학계의 지적에 대한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지구온난화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모든 UN 체재 아래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와 협약들이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참여국 및 주체들의 ‘이행여부 점검(global stocktake:GST)’ 결과들이 화석연료의 점진적 감축과 궁극적 퇴출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분석 원칙을 정립하고 관련 대책 실행과정에서 각별한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 껏 에너지 공급부족을 우려하는 가운데 단기적인 공급여건 변화에 주로 관심을 집중해 왔다. 그렇지만 요즘 세계 에너지시장과 정책체계는 좀 더 장기적 수요와 시장변화에 더욱 주목하는 것 같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망 단절로 천연 가스를 필두로 모든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지속되지만 이제는 그 전쟁으로 인한 공급 왜곡과 가격 급등은 거의 없다. 기름 값은 경기 흐름과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동향과 각국의 전략비축 수준 등이 주된 시장구성요소이며 정책결정인자가 되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 등 OPEC+의 동시 다발적 원유감산에도 국제유가의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나라는 석유파동 등 우리가 겪은 공급애로에 대응한 공기업 위주, 국가주도 에너지전략의 재편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간 미진했던 전력원가의 가격 반영을 공급원가 하향조정기인 지금 과감하게 처리하고, 그 다음에는 민영화된 독립적 전기위원회에 시장운영을 맡기는 것을 검토할 때이다. 정부주도 전력정책의 헛된 망상을 버리기에 딱 좋은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정부와 관련 공기업은 언제까지 정치권을 대신해 헛발질을 계속할 것인가?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기자의 눈] ‘진퇴양난’ 서울 부동산시장…이대로 괜찮은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며 아파트값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언론을 가득 채웠다.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값 및 각종 부동산 관련 수치들은 수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향후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이 지난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상황이며 내년 전망 또한 어둡기만 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3% 내려가면서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모두 하락 전환했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또한 전월 대비 0.08% 떨어지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실거래가 지수가 내렸다는 것은 최근 직전 거래가 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하락 거래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수치를 반증하듯 서울 곳곳에서는 ‘억대’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으며,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2021년 최고가 대비 30% 이상 떨어진 아파트 단지들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거래량 또한 급감했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13건으로 지난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매매수급지수가 하락하고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는 등 각종 관련 수치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어두운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약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집값 상승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지며 제 2의 ‘거래절벽’ 사태가 올 것이고,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2차 하락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금리 등 근본적인 불안 요소가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또한 이와 동시에 수요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앞서 정부가 1·3대책을 통해 한 차례 부동산 시장 위기를 극복했듯이, 내년에도 집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릴 수 있는 묘수를 고안해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증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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