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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
중국이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제2의 요소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3개월분의 요소 비축분을 가지고 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주유소의 요소수마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요소에 물을 첨가하여 요소수로 만든 후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트럭 운행에 필수적인 소재다.
그러면 중국은 왜 한국에 요소 수출을 통제하는가. 단지 경제적 요인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어서 일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요소 수급을 맞추기 위해서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세관에서 통관을 마친 요소까지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수출 통제는 상당히 이례적이며, 통관을 마친 요소 수출마저 통제해야 할 정도로 중국 내 요소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중국측에 요소 통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문의했지만 오랫동안 그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면 오랜 기간 답변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이 과연 미국처럼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제품이라면 반도체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타격을 입히는 정도보다 스스로 자해하는 격이 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홍콩 우회 수출 포함) 반도체 수출 비중은 무려 55%에 이른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급망기본법’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품목에 대해 중국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수입처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 더러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그 품목을 활용한 완제품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은 반도체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중국의존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구상 흑연 등 소재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향후 통제 품목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일본이 중국에 강경대응을 했던 것처럼 한국도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최근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크게 강화하였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통제에 상당 부분 협력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하는 발언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자극해도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국내문제라고 하며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이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