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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굴레

신축 아파트의 미분양 증가와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들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면서다. 더구나 사업성이 좋은 일부 정비사업지를 빼고는 시공사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 따기’ 여서 정비사업추진위와 조합들의 한숨 소리가 갈 수록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추진위나 조합에서는 직접 사업을 시행하기보다는 자금조달과 시공사 선정이 쉬운 신탁사를 시행자로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 신탁사를 통한 정비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대체로 다음을 장점으로 꼽는다. 먼저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고,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조합임원과 용역업체간의 결탁에 따른 비리를 걱정할 필요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탁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공사 선정부터 계약,시공 등의 전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가 가능해 사업 과정에서 빚어 질 수 있는 하자나 비리 등의 위험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신탁방식 시행은 현실적으로는 투명하지 못하고, 견제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신탁사를 시행자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통상 해당 정비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이른바 ‘추진세력’이 개입하게 되고(통상 추진세력이 추후 조합장이나 조합임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진세력과 신탁사가 결탁할 경우 조합은 대응능력을 잃어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어서다. 조합 시행의 경우 조합장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업무를 소홀히 할 때 해임결의를 통해 교체할 수 있지만 신탁방식은 정비사업위원장을 해임하더라도 여전히 사업시행권은 신탁사에 있어 사업 운영의 주도권이 바뀌지 않는다. 즉, 비리를 저지른 정비사업위원장을 해임하더라도, 사업의 시행자는 신탁사여서 신탁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사업의 주도권은 신탁사에게 있다. 따라서 해임 후 선임된 새로운 정비사업위원장이 사업시행과정에서의 용역업체 선정과 비용지출 등에 대한 견제를 통해 사업을 정상화하기 어려워진다. 이미 신탁사에서 해임된 정비사업위원장과 협의한 용역업체나 시공자를 선정해 진행한다면, 새로 선임된 정비사업위원장이 용역계약을 해지하도록 해 견제하거나 관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탁방식의 경우 신탁사 소속직원이 그 가족으로 구성된 용역업체를 선정해 전체회의를 진행하도록 용역계약을 맺고, 용역비용을 부풀려서 토지소유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신탁사 직원이 차명으로 설립한 용역업체를 구분해 내는 것이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어려워 견제가 쉽지 않다. 결국 그 비용은 고스란히 토지소유자(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 오게된다. 더구나 신탁방식은 정비사업 비용 뿐 아니라 추가적인 신탁수수료도 지급해야 하므로 실제 정비사업의 해산과 청산과정에서 토지소유자들이 부담이 조합의 직접 시행에 비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가급적 조합이 직접 시행하는 것이 더 투명하고 비용부담 측면에서도 더 유리할 수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토지소유자들이 일단 사업의 진행을 위해 신탁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신탁사와 결탁한 추진세력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견제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과 이 같은 단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이 ‘공정·투명·신속’이라는 제 기능을 살리려면 다음의 제도적 보완이 선결돼야 한다. 먼저 용역업체 선정에 있어서 토지소유자들에게 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사업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비용 내역을 토지소유자 개개인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거나 또는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용역금액을 부풀리는 경우 해당 비위를 저지른 담당직원은 물론 신탁사에 대하여도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견제수단도 마련돼야 한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잇단 항공 사건사고, 모방범죄를 막아야 한다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자 항공업계는 기대에 가득 찼다. ‘비로소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흑자 전환에 나서는가’라는 기대였다. 휴직하고 있던 직원들을 불러들이고 새로운 인력 충원에 나섰다. 하늘길을 새로 개척하고 기존 노선을 증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바로 기내 난동 승객들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새벽 1시49분 필리핀 세부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제주항공 7C2406편에서 남성 A씨는 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등 기내에서 난동을 부렸다. 항공기 기종은 보잉737로 당시 안에는 180여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 다행히 해당 승객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통해 별도의 인적·물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보잉737은 이륙 후 내부에서 임의로 출입문을 열 수 없는 설계이며 당시 3만피트 이상의 고도에서 비행 중이었던 만큼 문이 열릴 수 없었다. 비슷한 사건이 지난달에도 일어났다. 지난달 26일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에서 비상구를 강제 개방한 승객으로 인해 상공 213m쯤에서 비상구 문이 열린 채로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을 개방한 남성 B씨는 결국 지난 2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항공 보안 사고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됐으며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이 월담을 하는 등의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인 여성이 과도를 소지한 것을 항공기 탑승 전에 발견해 압수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승객들의 불안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드디어 맘껏 가보나 했는데 각종 사건사고가 연달아 벌어지니 ‘내가 갈때도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생긴 것이다. 이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도 향후 항공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행 비상구석 판매 규정을 들여다보고, 항공업계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또 과거 항공법을 위반한 전과가 있는 탑승객의 정보를 항공사가 공유 받는 방안을 수사 당국과 협의 중이다. 가장 중요한건 모방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문 개방 사고만 봐도 올해 벌써 두 차례 일어났고, 두 사건은 한 달 새 일어났다. 항공사의 문제, 시스템·체계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처벌을 강화하고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하는 것이 먼저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김정인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대통령의 한마디에 당정이 수능 ‘킬러 문항’,즉 ‘불수능’을 사교육 주범으로 지적하면서 입시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수능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번 수능 난이도 관련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킬러문항이란 정상적인 공교육 과정으로는 풀기 어려운 고난이도 문제다. 통상 수능 과목당 한 두개의 킬러 문항을 반영한다. 교육부는 "킬러를 내지 않아도 좋은 문항을 개발하면 변별력은 갖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누구나 쉽게 맞출 수 있게’와 ‘공정한 변별’의 조화가 쉬운 일이라면 교육부는 지금까지 왜 안 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한국 입시 문제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정 등에 대해 30번 넘게 칭찬했다. 2009년 가나 의회 연설에서 "내가 태어났을 때 케냐는 한국 보다 국민 소득이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추월당했다. 이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 높은 교육열"이라고 했고, 2011년 새해 국정연설에서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교사들을 ‘국가설립자’라고 극찬했다. 한국은 교육을 통해서 양반 중심의 계급사회를 비교적 평등 사회로 바꿨다. 이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하다. 교육동기가 미약한 일본·영국이나 학력이 부에 의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교육은 대체적으로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물수능으로 갈 수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AI(인공지능)시대에 암기력만으로는 AI와의 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자연어 처리능력, 지각능력,학습능력, 추리능력이 있는 시스템이 AI다. 미래의 AI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은 추리능력의 학습가 함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곧 킬러 문제에 익숙해야 한다는 의미다. 불수능으로 가야하는 두번째 이유는 중국과 인도 등의 후발 국가의 도전으로부터 따돌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공계 대학의 연간 졸업생 규모를 보면 한국이 10만 명인데 반해 중국은 470만 명, 인도가 260만 명에 달한다. 인도의 교육열은 학원도시 코타에서 확인된다. 인구 60만 명 중 10만 명의 고교생이 매년 IIT(인도공과대) 진학을 목표한다. 인도에서 IIT 졸업장의 의미는 신분차별을 극복할 수 유일한 신분상승 사다리다. 그래서 입학 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른다. 중국도 지난해 기준 수능(가오카오) 응시생이 1193만 명에 달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오카오 성적이 신분격차를 결정한다. 한국의 수능의 치열함은 이들 국가에 명함도 못 내민다. 수백 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1타 강사’들의 호화 생활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과외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중산층의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전두환 정권도 1980년 7월30일 과외 금지를 선언했다. 같은 날 광주 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이어 8월15일에는 최규하 대통령을 하야 시키는 두가지 큰 이슈가 ‘과외금지’ 조치가 묻혀 버렸다. 이 처럼 역대 정권들이 포퓰리즘으로 과외를 규제해왔다. 그러나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은 과외 문제가 단순히 교육적 측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17명 중 서울대가 10명, 고려대가 4명으로 스카이대 출신 비율이 82%에 달한다. 윤 정부 1년을 맞아 장·차관 109명의 구성을 분석해 보면 서울대 58명(53%), 고려대 13명(12%), 연세대 12명(11%)으로 이른바 ‘SKY’ 출신이 76%다. 이 처럼 학력 계급사회를 심화시키면서 그 책임을 불수능에 떠 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수능으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절심함이 ‘불수능’의 천만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EE칼럼] 후쿠시마 방류 우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정화된 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반대하는 단체들은 DNA 돌연변이나 오염된 바다와 같은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늘어 놓지만 이는 현실과 완전히 다른 얘기다. 후쿠시마 처리수는 사람은 물론 환경과 해양생물에도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몇 가지 수치만으로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위험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처리수 방사능의 99.98%는 수소의 일종인 삼중수소로 이뤄졌다. 원전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는 대략 삼중수소 1PBq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삼중수소 2.8g에 해당한다. 태평양에는 삼중수소 8400g이 존재하고,매년 170g의 삼중수소가 우주선(宇宙線)에 의해 대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후쿠시마 원전 삼중수소의 총량은 일주일 간 대기에 생성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원전 처리수를 4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약 0.06g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태평양 삼중수소 농도는 해마다 0.001% 늘어나면서 매우 미미한 변화만 보이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사능의 나머지 0.02%는 ‘탄소-14’(C-14)로 이뤄졌다. 삼중수소와 마찬가지로 C-14 또한 대기 중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태평양에는 1800만g의 C-14가 존재하는 데 비해 후쿠시마 원전에는 1g에 불과하다. 따라서 1g불과한 후쿠시마 원전의 C-14가 바다에 추가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 정도의 차이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를 0.5mm 높이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반핵단체들은 공기, 물, 돌은 물론 식물이나 인체까지 거의 모든 것에는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사는 지역에 따라 자연적으로 매년 75회에서 175회 정도의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 양에 노출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자연 방사능 농도가 1000번 이상의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건강에 대한 영향이 발견된 적이 없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처리수 방류 지점으로부터 수 ㎞ 떨어진 곳에서 포획된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살펴봤다. 원래 어류는 다양한 지역에 헤엄쳐 다니지만 해당 연구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의미한 수치를 도출해 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 1명이 50년 동안 매년 37.5kg의 후쿠시마 수산물을 섭취했을 때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의 4분의 1 정도에 노출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발생한 방사능의 양은 약 흉부 엑스레이를 6000번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처리수 방류 시설 인근 해양 생물의 방사능 양은 최대 7μGy(마이크로 그레이)로,이는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1만분의 1보다 적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는 사람은 물론이고 해양 생물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후쿠시마 처리수의 삼중수소는 한국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더욱 명확히 밝혀졌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류를 예측해본 결과 한국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6ppm 미만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미미한 정도다. 후쿠시마처리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같은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채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의 이의 제기를 한다. 일례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들은 보고서를 통해 처리수 방류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생물학적 정화, 장기적인 탱크 보관, 콘크리트화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지만 이런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을 뿐 더러 필요성이 떨어진다. 특히 생물학적 정화의 경우 동식물이나 곰팡이류 등을 통해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전문가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계획을 점검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리뷰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IAEA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후쿠시마 현지 기관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기구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또한 검증에 나서 이중으로 확인 작업을 거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며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탄탄한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해 주고 있다.Nigel Marks 커틴대학교 이공학부 부교수

[이슈&인사이트] 현대차, 중·러시장 ‘플랜B’ 준비해야

올해 초부터 현대차그룹의 질주가 거침없다. 1분기 영업이익이 6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한해 전체의 영업이익이 1조원 정도였던 시절을 감안하면 ‘서프라이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이 한국경제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질주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고가 브랜드 차종 판매 증가와 친환경차의 질주에 힘입었다. 세계 빅2 자동차 시장인 미국·유럽과 함께 인도 등 신흥국까지 ‘바닥’을 다진 결과이기도 하다. 글로벌 1~2위를 달리는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이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 등에 몰입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빠른 전환은 현대차와 기아에게 시장 점유율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재 10∼11% 정도인 미국·유럽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과 함께 현대차 기아가 공을 들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권과 중동,남미 등 신흥국에서의 시장 선점 기회는 훨씬 많다. 현대차 기아의 품질 수준과 브랜드는 세계 최상위급으로 자리매김 하며 모두가 사고 싶은 모델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추종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가 기회 요인이라면 위험요인도 있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 시장이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부터 러시아 공장이 멈춰 섰고 국제 사회의 경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 틈바구니에서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정책이라는 높은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더구나 러시아 시장은 글로벌 제작사가 모두 철수한 상태에서 그나마 중국과 중앙아시아 자동차가 러시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생산과 판매가 전면 중단되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가뜩이나 러시아에 우호적인 중국을 제외하고 모든 서방 자동차 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상황이어서 현대차로서는 철수여부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 생산과 판매 중단으로 함께 진출한 부품사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철수할 경우 손실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도 만만찮다.현대차와 기아는 한 때 9%에 달하던 중국시장 점유율이 지금은 1%대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한한령 등 정치 논리를 경제에 끌어들인 것이 주된 이유다. 그만큼 중국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고 위험요인도 상존한다. 그렇다고 연간 시장규모가 2500만대에 달하는 중국시장을 무작정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현대차와 기아는 불확실성 크고 리스크가 상존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다른 시장과 구별해 이원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중국 시장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점유율을 올리고 매출을 늘린다고 해도 미중간의 갈등과 사회주의와 민주진영간의 신 냉전이라는 또 다른 큰 변수가 기다린다. 최대한 두 시장에서의 버티기 작전,이른바 ‘발 담그기 전략’을 펼치다가 한중관계 등에 따라 중국이 한한령 같은 정치 논리로 심각한 몽니를 부릴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발을 빼는 ‘플랜B’ 전략을 짜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중국 휴대폰 시장을 주름 잡던 삼성전자 휴대폰도 최근 들어 현지에서의 맹목적인 애국주의 마케팅에 밀려 고전을 하는 상황이다. 사실 중국시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은 오래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위험성을 경고하며 투자를 거뒀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줄줄이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차 기아는 중국에 대한 무리한 신규 투자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기존의 시설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전체 자동차 사업부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비중을 줄이고 신시장 개척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사업 전략 전체에 대한 궤도 수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절이 하 수상한 만큼 유비무환이다.

[EE칼럼] 원전 정책, 대형 vs. SMR 방향 명확히 해야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전력공급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초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그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원전의 발전량 비중을 2021년 26%에서 2036년에 34.6%로 높이고 이를 위해 15년간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2기 계속운전과 함께 원전 6기(신한울 1~4호기 및 신고리 5·6호기)를 신규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여러 불확실한 요인들이 존재해 실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원전의 계속운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다. 10차 전기본 기간 중 79.7%로 잡았던 원전 평균 이용률을 우리의 2004~2011년이나 현재의 미국처럼 90%대로 끌어 올릴 경우 원전 발전량을 13% 정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연중 330일 이상 원전이 가동돼야 가능하다. 현재처럼 원전의 연간 계획예방정비(overhaul) 기간이 40일 이상으로 길고, 규제기관의 규제가 까다로운 상황에서는 이용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10차 전기본의 전력수요 예측은 산업, 수송, 건물 등 비전력 분야의 전기화나 데이터센터 증가 등의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과소예측된 측면이 있다. 2022년 전력 수요 예측치도 실제 전력수요(594Twh)보다 41Twh 적었다. 오차율이 7.5%에 달했다. 향후 전력수요가 예측치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 탄소중립 목표까지 감안하면 원전 이용 확대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2033년 신한울 4호기가 준공된 이후의 원전 정책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30년대 후반 이후 계속운전 10년이 만료되는 원전이 속속 등장할텐데 그 후 어떻게 할지 구체화돼 있지 않다. 원전을 더 짓겠다면 이미 준비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대형 원전 건설에는 예정구역 지정, 건설기본계획수립, 환경영향평가, 발전사업허가,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등 제반 절차에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지금 논의를 본격화 한다고 해도 신규원전은 2037년 이후에나 투입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천지(영덕) 1·2호기와 대진(삼척) 1·2호기 등 문재인 정부가 백지화한 신규원전 건설 논의를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 논의는 대형원전과 SMR(소형 모듈 원자로)과의 비교 검토를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안가에 위치한 대형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망을 통해 수요지로 보내는 중앙집중형 방식을 취해 왔다. 하지만 송전의 어려움이나 유연성 부족 등을 고려하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SMR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SMR의 특징은 ‘소형’, ‘모듈’, ‘다목적’이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대형 원자로에 비해 냉각이 쉽다. 원자로에 물을 펌핑하는 대신 자연순환 등 피동노심냉각을 통해 냉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전성 향상은 물론 원자로 전체를 간단한 구조로 만들 수 있어 유지·보수도 쉬워진다. 수요지 인근에 설치해 송전 부담 없이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SMR은 공사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원전 설비 하나하나를 모두 현지에서 주문,제작해 건설하기 때문에 공기가 길다. 더구나 여러 단계의 확인과 인·허가 시험 등 품질보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비해 모듈은 ‘형식인증’이라는 방식으로 먼저 설계 인가를 받아놓고 ‘공장 생산,조립,운송,설치’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복수의 모듈로 이루어진 소형 원전의 특성 상 부하추종 운전도 가능하다. SMR은 발전 외에도 수소 제조, 열에너지 공급, 의료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온 수증기를 이용한 수소 생산과 지역난방,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암 검사나 치료 등 용도가 다양하다. SMR은 단점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SMR 운영 인력을 설비 규모가 작아지는 만큼 비례적으로 줄일 수 없다. APR1400의 경우 원전 1기당 운영인력의 인건비가 총매출의 6% 정도를 차지하는데 비해 SMR은 비중이 83%까지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대형 원전의 경우 발전만이 아니라 송전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약화되는 측면도 있다.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원전 증설 방향을 구체화 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여 종의 SMR이 개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8년 혁신형 SMR(i-SMR)의 연구개발을 시작해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조류를 감안하고 우리의 대형 원전 경쟁력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기자의 눈] 전세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부동산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그 효용성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전세포비아’ 확산으로 전세무용론을 넘어 전세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은 각종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월세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41%에서 올해 상반기 46.2%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구로·금천·중구·고양시·파주시·인천 동구의 빌라 월세 비중은 10%p 이상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확산에 따른 피해를 입을까 염려 때문으로,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수요자들이 월세로 이동하거나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가능성이 낮은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은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5205건 가운데 올해 1~6월까지 동일 단지·면적·층에서 1건 이상 거래가 발생한 3만7899건의 최고가 기준 보증금을 비교분석한 결과, 직전 계약보다 전세 가격이 하락한 거래 수는 전체 54%에 해당하는 2만30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역전세 거래의 전세보증금 차액은 가구당 평균 1억152만원으로, 해당 금액을 거래건수(2만304건)에 대입하면 서울 지역에서 역전세로 인해 집주인들이 돌려준 보증금은 총 2조61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3법으로 전세시장이 왜곡되면서 이상 가격 급등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역전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중 올해 상반기와 같은 단지·면적·층에서 거래된 2만8364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세 가격 수준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예정된 계약건의 58%인 1만6525건이 역전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시장 분위기가 국지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 역전세난을 해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이 현상은 향후 1년 이상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일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안을 7월 중 마련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인 대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해 전세제도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길 간절히 기대해본다.증명사진

소금 사재기? 어쩌다 이런 일이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사람이 사는 곳엔 늘 소금이 있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소금기둥 이야기가 나온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의인 롯은 천사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데리고 그곳을 탈출한다. 그때 롯의 아내가 천사의 경고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으로 변했다. 중동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에 사해가 있다. 죽은 바다(死海)라는 뜻이다. 사실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다. 소금기가 보통 바다보다 열 배나 높다. 동물과 식물이 살지 못해서 사해다. 염기가 높아 헤엄을 치면 붕붕 뜨는 느낌이다. 사해 남서쪽에 소돔산이라는 언덕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그곳에 ‘롯의 아내’라고 부르는 소금기둥이 있다. #지명에도 소금이 들어간 곳이 많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소금(Salz)+성(Burg)이란 뜻이다. 주변에 잘차크 강이 흐른다. 19세기까지 강을 통해 소금을 운반하는 사업이 성행했다.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말그대로 소금호수 옆에 세운 도시다. 북서쪽에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가 있다. 이 호수는 미주대륙에서 가장 큰 염호(鹽湖)로 꼽힌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은 염창(鹽倉) 곧 소금창고가 있던 곳이다. 서해안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서울로 운반할 때 집하장 역할을 했다. 마포구 염리동(鹽里洞)은 소금 장수가 많이 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금호수는 자원의 보고다. 남미 안데스 산맥에 자리잡은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는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세 나라에 세계 리튬의 60%가량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은 휴대폰, 전기차의 필수품인 배터리의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원외교가 활발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리튬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발 3600m 고지에 위치한 우유니 사막은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소금이 굳어서 사막처럼 보일 뿐이다. 비가 오면 소금 위에 물이 고이면서 하늘과 구름을 땅에 비추는 데칼코마니 장관이 펼쳐진다. #단어에도 소금이 묻어 있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샐러리(Salary)는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에서 나왔다. 로마 시대 병사들이 봉급을 받아 소금(Sal)을 사는 데서 유래했다. 동시에 당시 병사들은 봉급을 아예 소금으로 지급받기도 했다. 이국 땅 전쟁터에선 낯선 로마 화폐보다 필수품 소금이 교환가치가 더 높았다. 소금은 조개껍데기와 마찬가지로 1세대 화폐로 기능했다. 소금은 크게 천일염과 암염(巖鹽)으로 나뉜다. 바닷가 염전에서 나오는 게 천일염이다. 반면 영어로 Rock Salt로 부르는 암염은 내륙에서 마치 광물을 캐듯 채굴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히말리야 핑크 솔트 등이 암염이다. 우리나라엔 암염이 없다. #소금은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프랑스는 14세기부터 소금에 간접세를 매겼다. 이를 가벨(Gabelle)이라고 했다. 소금을 살 때마다 꼬박꼬박 무는 소금세는 원성이 높았다. 시민의 불만은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졌고, 혁명 이듬해인 1790년 소금세가 폐지됐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1806년에 이를 부활시켰다. 그 뒤에도 폐지, 부활을 거듭하던 소금세는 1945년에 이르러서야 완전 폐지됐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1930년 소금행진을 이끌었다. 영국은 인도 내 소금 생산을 금지하고 오로지 영국산 소금을 수입해서 쓰도록 했다. 수입 소금엔 50% 세금을 매겨 비싸게 팔았다. 386km를 걸어간 간디는 주전자에 바닷물을 담았다. 이튿날 바닷물은 소금이 되었다. 인도 전역에서 소금세에 반대하는 항의가 잇따랐다. 결국 영국은 1931년 소금세를 폐지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의 불똥이 소금으로 튀었다. 국내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이 동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후쿠시마 원전이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전에 ‘깨끗한’ 소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7월부터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판은 두 동강이 났다. 야당은 오염수를 ‘핵 폐수’로 부르겠다고 위협한다. 오염수 방류는 방사능 테러라고 목청을 높인다. 정부·여당은 야당이 광우병 괴담에 이어 오염수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객관적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할 전문가들도 둘로 갈려 티격태격이다. 일반 국민은 더 헷갈린다. 이럴 땐 최악에 대비하는 게 상수다. 그 결과가 소금 사재기다. 사실 이건 약과다. 방류가 시작되면 상당 기간 생선 소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공산이 크다. 어민은 물론 횟집 등도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 정치가 수준 이하인 것은 익히 안다.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니고, 국민의 먹거리를 두고 또 이렇게 싸울 줄이야. 어느 쪽도 광우병 파동에서 배운 게 없다.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정치에 진저리가 난다. 이재명, 교섭단체 대표연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괴담’ 치부하며 사법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당당하지 못한 처사다. 비겁하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대정부 질문에 답하는 한덕수 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 총리는 야당 의원이 "안전이 검증되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느냐"고 묻자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 기준에 맞다면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슈&인사이트] 대만 포모사 해상풍력 단지로 본 내러티브의 힘

대만은 50여 년 전까지는 ‘포모사(Formosa)’라고 불렸다. 포모사라는 지명은 포르투갈,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 기니 등에서도 발견된다.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Ilha formosa’에서 유래했다. 포르투갈은 유럽 국가 중에서 대만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포르투갈 선원들이 교역을 위해 일본으로 항해하는 도중에 대만을 발견하고 대만의 아름다운 모습과 울창한 숲을 보고 ‘포모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지도에 대만은 포모사라는 이름으로 표기됐고 20세기 중반 유엔 등의 국제기구 회의에서도 포모사가 단독으로 쓰이거나 대만과 병행해서 사용됐다. 대만은 원래 중국인들이 살던 땅은 아니었다. 이스터섬의 거대 석상인 모아이로 유명한 태평양 원주민인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이 살았다.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은 기원전 1만8000년 쯤에 중국 남부에서 시작해 기원전 5000년 무렵 대만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이들은 발달한 항해기술을 이용해 태평양 일대로 퍼져 나갔다. 원주민이 아닌 민족이 대만을 처음 차지한 것도 중국이 아니라 네덜란드와 스페인이다. 북쪽은 스페인, 남쪽은 네덜란드가 요새를 만들어 점령했다. 이후 1642년에 네덜란드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대만 전체를 차지했다.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에 활약한 밀수무역 상인이자 해적인 정지룡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연회에서 큐슈의 한 사무라이 딸과 결혼해 아들 정성공을 얻었다. 청나라 정부군에 쫓기던 정지룡은 청에 사로잡혀 죽고, 아들 정성공은 900척의 배와 2만5000명의 병력과 함께 대만으로 이동해 네덜란드군을 쫓아내고 대만에 정씨 왕국을 건국했다. 이후 한족의 본격적인 이주에 따라 대만 원주민들은 서부의 평야지역을 떠나 동부의 산악지대로 쫓겨났고, 높은 산에서 산다고 해서 이들 16개 원주민 종족들을 모두 고산족이라고 부른다. 대만은 여러모로 우리와 닮았다. 우선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30년 넘게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있고 대만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 업체인 TSMC가 있다. 1인당 GDP도 3만2000달러 수준으로 서로 비슷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를 넘는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점도 닮았다. 우리처럼 제조업이 발달하고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섬나라인 대만은 중국이 해상을 봉쇄하면 에너지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탄소중립과 더불어 국가 안보를 위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절실하다. 대만은 우리처럼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 산지다. 거대 산맥이 섬의 동쪽을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봉우리의 평균 고도가 3000m를 넘고 가장 높은 위산은 3997m에 달한다. 산이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육상풍력은 2021년 말 기준으로 796MW만에 불과하다. 4면이 바다인 대만이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서는 대만해협은 태풍과 거친 풍랑으로 유명하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최대 난관이 대만해협이라는 얘기도 있다. 거친 바다 때문에 중국이 폭 170㎞쯤 되는 대만해협을 건널 수 있는 기간은 연중 두어 달밖에 안된다.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이 탄 스페르베르호는 대만해협에서 풍랑에 휩쓸려 표류하다 제주도에 상륙했다. 필자는 2019년 11월에 120MW 규모의 포모사 1 해상풍력 단지 준공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타이페이시에서 차로 2시간 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어촌마을인 먀오리현 주난에서 2~6km 떨어진 바다 위에 세워진 대만 최초의 상업용 풍력단지이다. 수심 15~30m 바다 위에 6MW 터빈 20기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지난 올해 5월에 포모사 2 해상풍력 단지가 완공됐다. 포모사 1 단지 뒤쪽으로 8MW 터빈 47기를 설치해 총 발전용량이 376MW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했다. 1년에 7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로써 대만은 단기간 내에 해상풍력 설치 용량이 504MW로 늘었다. 대만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포모사 3단지는 최대 2GW 규모로 2025년 운전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어 포모사 4단지는 최대 1.1GW 규모로 예정됐고 포모사 5는 기존의 고정식이 아닌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로 1.5GW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대만이 해상풍력 단지에 포모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하늘과 땅과 바다를 지으시고 그 것 들에 이름을 지어주셨다. 사물의 본질과 특성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지혜가 발휘된 사례다. 풍력 터빈은 사람마다 미적 기준에 따라 갈린다. 아름다운 풍광이 될 수도 있고,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인공조형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름이 사물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대만은 자신들의 과거 이름처럼 해상풍력 단지를 아름답다고 규정한 것이 아닐까? 내러티브의 힘이 잘 드러난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이슈&인사이트] 생활 속  웻클리닝으로 탄소중립 동참하자

의식주(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의(衣)가 맨 앞에 있다는 것은 옷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옷을 옷답게 만들어주고 더 오래 입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세탁이다. 세탁시장이 진화하면서 환경과 건강을 헤치는 드라이클리닝 대신 친환경세탁인 웻클리닝이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하거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이 되게 하는 개념이다. 즉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그래서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드라이클리닝에서 웻클리닝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는 드라이클리닝이 고급 세탁인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 드라이클리닝은 환경과 건강 모두 헤치는 세탁방법이다. 드라이클리닝(dry cleaning)은 물 대신 유기용제를 사용한다. 물을 쓰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드라이라는 단어 때문에 젖지 않고 세탁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통상의 빨래처럼 기름에 적셔서 돌린다. 물에 젖는게 아닐 뿐이다. 모직물, 견직물, 레이온, 아세테이트 등 물 세탁을 할 경우 변형되거나 손상되기 쉬운 재질의 옷을 세탁할 때 드라이클리닝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정장 양복 등에 붙어있는 라벨의 세탁 표시를 보면 손빨래 표시에 X자를 해 놓은 게 보이는데, 이런 옷은 손빨래와 세탁기 사용 등 물 빨래를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는 드라이클리닝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했다. ‘환경보호의 전도사’로 잘 알려진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온리 드라이클리닝(Only Dry Cleaning)’이란 케어 라벨이 달린 옷은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드라이클리닝이 빠진 자리는 웻클리닝(wet cleaning)이 대체되고 있다. 웻클리닝은 환경과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되는 세탁방식이다. 독일은 세탁소의 60%가 웻클리닝을 도입했고, 미국 환경청(EPA)은 웻클리닝을 섬유를 효과적으로 세탁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기술로 인정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러시아 등이 웻클리닝을 도입했다. 드라이클리닝 중심이던 국내 세탁업계에도 웻클리닝 바람이 불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방식이 환경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물과 친환경 세제만으로 세탁하는 웻클리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2년 전부터 웻클리닝 방식의 세탁소와 관련 세제가 등장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웻클리닝 업체의 국내 세탁시장 진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무인빨래방 브랜드 ‘워시엔조이’를 운영하는 코리아런드리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시대에 국내 최초의 웻클리닝 세탁소 브랜드 ‘어반런드렛’ 카페와 팩토리(세탁소)를 론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업체는 "피부를 살리자, 섬유를 살리자, 지구를 살리자(Save Skin, Save Fabric, Save Earth)"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구(Planet)를 살리고, 사람(People)을 살리고, 함께 번영(Prosperity)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고, ESG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이제부터라도 건강과 친환경을 위해 드라이클리닝이 아닌 웻클리닝을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 우리는 의부터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서 식과 주에서도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AI교육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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