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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린워싱’ 색출 시대에 성역은 없다

기후변화로 친환경 이슈에 관심이 커지면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바야흐로 그린워싱 색출 시대다. 요즘은 업계 간 경쟁에서 그린워싱이 이용되는 듯하다.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 6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촉박해지면서, 업계가 생존을 위해 타 업계를 깎아내리며 인위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타 업계가 우리보다 더 더러우니 정부에게 우리 말고 다른 업계를 더 규제하라"는 식이다. 취재를 하다 보면 한 업계에서 은연 중 타 업계를 그린워싱이라며 저격하는 걸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그린워싱이다’라고 저격하기보다는 환경단체를 이용하거나 언론에 흘리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린워싱 저격이 과열되면서 종종 논리 비약에 빠진다. 환경단체와 정치권 등의 주장을 살펴보면 ‘산업 존재 자체가 환경에 좋지 않아 그린워싱을 한다’며 단정 짓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화석연료를 다량 사용하는 산업이 그린워싱으로 많은 공격을 받는다. 이러한 산업들은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로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그린워싱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이 새롭게 제시한 친환경 활동이 그 이전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지 여부로 그린워싱인지 구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발표한 그린워싱 예방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친환경 표시·광고를 할 때 명확한 기준과 수치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규 화력발전을 기존 화력발전보다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의미 있는 규모로 탄소를 감축한 게 명확하다면 이를 그린워싱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단순히 환경에 좋지 않은 데 그런 척 한다고 그린워싱이면 태양광·풍력도 성역에 있지 않다. 성역이 있는 산업이 있기는 할까. 태양광·풍력은 각각 햇빛과 바람 상황에 따라 전력 생산을 일정하게 할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대규모 화력발전과 배터리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태양광·풍력은 전력을 생산할 때는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규모 화력발전과 배터리에 의존한다’라고 명시해야 하지 않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 태양광·풍력 전력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 나라에 전력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을 사고 팔 나라가 없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도 그린워싱에 해당해 문제’라는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현재보다 에너지 생산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탄소배출권, 플라스틱, 폐기물 자원 등 분야도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정 사업과 기술을 그린워싱이라 비난하며 색출하고 배제하기보다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욱 더 친환경적인 사업과 기술을 육성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이슈&인사이트] 1·10대책, 건설 구원투수 될까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부동산PF)대출 부실화에 따른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가 새해 들어 현실화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우발채무에 발목을 잡혀 지난달 28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지난 11일 채권단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 가까스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태영건설이 진 부동산 PF관련 보증채무는 3조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워크아웃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중견건설사 줄도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총 571에 달한다. 이는 2006년(581곳) 이후 17년만에 최고치이며, 전년도(327곳)와 비교해 68.5%나 급증했다. 대한민국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중견·중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부도나 부도위기로 내몰리는 것은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갑작스런 원가상승 등 공사비 불균형, 금리 급상승으로 인한 PF대출채무의 부담 가중,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이 주된 이유다. 이에 정부는 새해 첫날부터 건설산업 신속대응반을 꾸렸고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1·10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1·10대책은 주택건설과 공급,수요 전반에 걸친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주택건설활성화, 공급확대,분양 활성화 및 미분양 해소 등에 대한 해법을 담았다. 먼저 도심주택 공급의 확대를 위해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입안제안 및 정비구역지정과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 재건축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했다. 또 재개발사업도 노후도 요건을 60%로 완화하고, 신축빌라가 있어도 사업에 착수가 가능하도록 해 사업 활성화와 공급확대를 꾀했다.신도시 등에서 올해 공공주택 14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2만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택수요 진작을 위해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되는 소형주택에 대해 세제산정시 주택수에서 제외해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특히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의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도 세부담을 완화해 미분양을 조기 소진하고, 국토부 예산 중 19조8000억원을 올해 1분기에 집중 투자해 건설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공적 PF 대출 보증을 확대하고, PF대출에 있어 건설사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불합리한 계약사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은 건설 활성화와 주택시장 수요공급 전반의 활력제고에 초점을 맞춘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하지만 대책 중 상당부분이 법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합의도 필요한 만큼 당장 시행이 어려워 ‘발등의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절차의 경우 수혜 사업장은 사업초기단계에 있는 곳에 한정된다. 더구나 안전진단 폐지로 5년 정도 기간을 단축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1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에 비춰보면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축 소형주택에 대한 세제 완화 역시 내집 마련이 시급한 신혼부부나 금전적 여유가 없는 대다수의 무주택자들에게는 ‘그림의 떡’ 일 수 밖에 없다. PF대출 보증과 지원확대방안은 수익성 자체가 떨어지는 사업장에 보증과 지원을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어서 현실적으로 회생이 가능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장을 선별해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는 고금리와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대다수의 사업장이 보증과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최근의 건설산업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점은 큰 진전이다. 관건은 이번 1·10대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제때, 제대로 시행돼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제시한 대책에 대해 정교하고 치밀한 시행동력을 만들어 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E칼럼]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미세플라스틱 공해

최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국민 보건과 환경 관련 여러가지 문제점이 통해 수시로 부각되고 있다. 통상 1μm(100만분의 1m)~5mm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일컫고, 1 um이하는 초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으로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진다. 워낙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시설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하천과 바다로 유입된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는 171조 개에 달하고 총 중량이 230만톤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티클이 모여 태산이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해 연안 마산만과 진해만의 퇴적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측정한 결과 퇴적물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치솟았다. 마산만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2000년대 이전 5%에서 이후 15%로 3배, 진해만은 4%에서 10%로 2.5배 각각 증가했다. 이는 연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율(8%)을 웃도는 수치다. 이 보다 시중에 판매 중인 유명브랜드 생수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다수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인기 생수 브랜드 3종을 분석한 결과 유명 생수 1병 안에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약 24만 개가 들어있었다. 해양이나 하천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이를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가 먹고, 다시 인간이 이 물고기를 먹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 같은 먹이 사슬을 통한 인간의 섭취나 체내 흡수 외에도 일상적인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일회용 컵, 생수, 티백, 플라스틱 용기 등의 사용을 통한 섭취 경로와 함께 일반 식수 등을 통한 체내 유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이 호흡에 의한 경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아직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여러 실험이나 측정을 통해 그 유입의 가능성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팀은 2017년 6~10월 대류권인 해발 2877m의 공기를 1만㎥씩 채집해 분석한 결과 모든 공기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로써 미세플라스틱이 대류권을 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사례로 2022년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 연구팀은 남극대륙 로스 빙붕 19곳에서 채취한 눈의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채취한 눈이 녹은 물 1L당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29개 발견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출처로 남극지역 과학 연구 기지를 지목했다. 하지만 모델링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무려 6000km 떨어진 곳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냈다. 2010년에는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먼지, 바람에 실려 대기권을 다닌 경로와 산악 등반대가 사용하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마모되면서 발생된 경로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부산의 연구원에서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는 데 2022년 1월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실내외 18곳의 공기를 분석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가 실내는 1㎥당 0.4개, 실외는 0.1개로 파악됐다. 크기는 실내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더 작았고, 성분은 대부분 폴리에틸렌(PE) 입자였다. 실내는 장난감과 포장재, 함성섬유 등에서 많이 배출됐고, 실외는 건축자재와 자동차, 음료수병 등에서 배출된 것으로 본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도 2021년 실내와 실외에 떠다니는 공기를 각각 포집해 20㎛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개수와 크기 분포, 종류 등을 분석한 바 있다. 연구결과, 살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1㎥당 0.45∼6.64개, 실외공기에서는 0.45∼5.16(평균 1.96±1.65)개로 분석됐다. 아마도 측정 크기를 줄이게 되면 좀 더 놀라운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플라스틱이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어류, 사람까지 먹이사슬에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그 농도가 증가하는 섭취를 통한 생물농축확대 (biomagnification) 현상에 더해 호흡기를 통한 체내 흡수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의 증가는 향후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확장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은 인간 생활을 넘어 근본적으로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그런 점에서 플라스틱의 사용과 관리에 대한 전 인류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생성과 이동 경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대기질에서의 각종 자료를 공유하고,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별 농도별 인체 위해성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생활 환경 개선, 생활 행동 방식의 전환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은 그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 인류가 단합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기자의 눈] 尹의 금투세 폐지와 총선 표(票)퓰리즘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첫 금융 정책 카드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꺼내들면서 총선용 ‘표(票)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 측은 국회와 협의 없는 정부의 즉흥적 정책이라며 비판을 내놓았다. 여당 측은 일반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자본시장 부양을 위해 세수감면을 들고 나온 것은 시장에 호재일 수 있다. 그러나 금투세 폐지로 인한 시장 영향과 실효성에 대해 전혀 살피지 않고 던진 ‘말’뿐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실제 금투세 면제 정책이 투자자들에게 실익이 되지 않는다. 2025년부터 금투세가 부과될 대상은 전체 주식투자자(1400만명)의 1% 미만에 불과하다. 폐지 후 혜택을 볼 수 있는 투자자들도 1% 미만이란 얘기다. 윤 대통령은 2024년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잦은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 나오는 ‘총선용 표심 정책’ 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의 ‘말’은 금투세 폐지 뿐 만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10일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정책이 나왔다. 이 또한 금투세와 마찬가지로 시장 혼란, 실효성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내용을 살펴보면 준공 30년,재건축 가능한 연한에 도달하면 안전진단 없이 사업을 착수 할 수 있다. 안전진단이 없어진 게 아니다.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한다. 단순한 시기 조정이다. 다만 이 또한 금투세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방향일 뿐, 당장 가능한 게 아니다. 이를 실제로 시행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등 여러 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용적률 완화 정책도 전국이 다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1기 신도시 일부 지역 빼고는 달라진 게 없다. 모든 정책은 국민들이 예측 후 대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정책 부작용은 시장 상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세심하게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폐지’라는 내용이 들어가면 시장의 호재로 받아드리지만, 사실상 바로 시행이 되지 않는 점에서 ‘총선용 정책’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2024년의 대한민국 국민은 말 뿐인 정책에 휩쓸러가지 않을 정도의 지식 수준을 갖추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증시의 ‘힘’으로 불릴 정도다. 정부는 ‘민생 정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국민 부담을 줄여줄 정책 고민은 뒤로 밀린 지 오래란 평가가 우세하다. 세금을 깎아주거나 규제를 확 푸는 총선용, 표(票)퓰리즘 정책보다는 일관성과 신뢰성,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시점이다.

[데스크칼럼]갑진년 아이 낳고 기르고 싶은 세상 됐으면…

2024년 갑진년 한해가 시작되었다. 필자의 유년시기였던 1980년대를 돌이켜보면 연말 연시에는 길거리 어디에서나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흘러나오고, TV 등 각종 미디어에서는 희망찬 새해에 대한 기대의 메시지가 가득찼던 것 같다. 세계 속에서 국가적인 위상이나 국민들의 생활 수준 측면에서 보자면 1980년대의 경제 지표들은 현재 대비 훨씬 열악했지만 고도 성장기에 있었던 우리나라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너무나 당연한 명제로 여기며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하지만 IMF 시기 이후 우리는 불확실성이란 세기말 적 현상에 맞닥뜨렸다. 전 세계는 1999년, 새로운 ‘밀레니엄’(millennium)을 맞이하면서 세기 말 적 아노미를 겪은 현상도 마찬가지였다. 2001년 뉴욕 9·11테러 사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그 여진이 지속되면서 요즘 우리 주변에는 희망보다는 암울한 메시지로 가득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지난한 글로벌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원자잿값 급등,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지속적인 불안을 겪어왔다. 인간이란 존재적 불안이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1960년대 인구억제정책 실시로 가파르게 감소한 출산율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더욱 감소했고 2016년 이후 또다시 하락하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결국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성장보다는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를 반증하듯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으로 처음 0.70명대에 진입했고 2023년 0.72명으로 낮아진 데 이어 이제 2024년 0.70명대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인구감소를 두고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유럽의 14세기 흑사병을 능가하는 인구절벽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한편 필자의 6학년 딸의 현실 인식도 가관이다. "아빠, 결혼도 안하고 애기도 안 낳는 게 좋을 것 같아. 말 안 듣는 아이들을 키우는 건 정말 힘들 것 같아. 학원도 보내줘야 하고, 돈도 많이 들어가잖아." 현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와 자식 세대의 인식이 이러할 진데 우리나라의 10년, 20년 후 인구 상황이 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다. 젊은이들, 특히 가임기 여성들이 임신·출산과 관련 사실상 개점휴업을 한 것과 다름이 없다. 실질 소득은 오르지않는 데 그 외 것들이 모든 게 다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출산율 하락은 출산율 하락 이외에도 주택매매가격, 전세가격 등 주거비와 사교육비가 주 원인으로 판단되고 있다.특히 국토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 1% 상승은 다음해 출산율을 0.00203명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전세가격 1% 상승은 다음 해 출산율을 0.00247명 감소시키는 것으로 집계됐다.무엇보다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사교육비 영향은 첫째 자녀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둘째와 셋째 자녀에 대한 영향은 감소했다. 결론적으로 출산율 회복을 위해서는 주택매매가격, 전세가격, 사교육비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에서는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신생아 특별공급’ 제도를 신설하고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중 20%를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키로 했는데, 임신·출산 가구에게 혜택을 부여키로 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특정 집단에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를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언발에 오줌 누는 수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결혼을 하고 싶은 세상, 아이를 낳고 싶은 세상, 아이를 키우고 싶고, 그 아이에게 희망이 있는 세상을 정부와 정치가 만드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EE칼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엿보기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본 원칙은 연속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지난 정부에서 정한 두 개의 장단기 목표 즉, 장기 목표인 ‘2050년 탄소중립’과 단기목표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이어 받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에너지믹스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폐기하고, 원전을 적정 비중으로 활용하는 복원전 정책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집권 직후 발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의지가 온전히 반영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으나 11차 계획이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에너지 계획으로 간주할 수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은 전력 수요 전망 상향 조정, 신규원전을 포함한 원전 비중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 조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몇 차례의 계획은 전력 수요 증가를 최대한 낮춰 전망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 수요 전망에 맞춰 공급 계획이 따라가는 구조다. 따라서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아래서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 어쩔 수 없이 원전 이외의 유일한 무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를 비현실적으로 대폭 확대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런 모순을 피하려고 수요를 의도적으로 낮게 전망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전력 수요 실적치가 번번이 계획치를 넘어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의심은 점차 사실화되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6년 전력 수요 전망치는 10차 계획보다 5GW 이상 많은 140GW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화 수요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중심이 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추가 전력만 해도 10GW에 이른다는 전망을 고려할 때, 전력 수요의 상향 조정은 여전히 부족해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가장 큰 변화는 당연히 복원전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 발전을 줄이고, 이를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석탄 발전은 거의 항상 가동되어야 하는 기저 전원이기 때문에 간헐성으로 말미암아 평균 이용률이 20% 내외밖에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전원이 아니다. 석탄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은 현실적으로 원전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전 비중의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 지난 정부에게는 거의 유일한 탄소중립 달성 수단이었다. 당연히 재생에너지 몰빵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선언한 2030년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매년 재생에너지를 9GW 이상씩 급격히 늘려야 달성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0년 한해동안 설치된 재생에너지 5.3GW가 역대 최대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더구나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와 전남 지역에서 이따금 발생하는 수급 불안정에서 보듯이 에너지저장장치와 전력계통의 대규모 증설이 동반되지 않으면, 전국에 걸친 재생에너지발 수급 불안정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목표 30%에서 20% 내외로 하향 조정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실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바로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하거나, 신규원전 부지확보가 지연되거나, 전력계통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으면 바로 공급 부족, 탄소중립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 전력 수요를 유도하는 전기가격 결정 체계를 비롯해 신규원전 부지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전력계통의 원활한 확충을 위한 특별법 마련과 같은 후속 조치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중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온플법) 제정에 반대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의 ‘온플법’ 제정 추진에 지난 9일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가 밝힌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추진하는 정부의 온플법이 오히려 중소상공인의 판로를 제한해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온플법으로 플랫폼기업들의 책임이 강화되면 플랫폼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이미 검증된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춘 판매자의 상품만을 취급(입점)하게 돼 중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온플법 도입 취지가 ‘소상공인 보호’임에도 정작 당사자인 플랫폼입점사업자들이 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온플법은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입점) 제한 △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일삼는 독과점 플랫폼에 시정명령과 고강도 과징금을 부과해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입법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매출 규모,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보다 높은 사업자를 사전에 정하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히 온라인플랫폼사업자는 달갑지 않은 ‘규제’로 규정하고 반대하지만, 보호하겠다는 소상공인들도 환영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조차 법안을 반기지 않고 있다. 법 제정으로 플랫폼에서 누리는 소비자 혜택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법안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플랫폼기업을 포함해 소상공인(입점사업자), 소비자 모두 ‘온플법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섣부른 규제로 기업과 소비자, 소상공인 누구 하나 크게 웃지 못한 선례가 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규제’가 대표사례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제로 매달 2회 문을 닫아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따라서, 온라인 새벽배송 사업도 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에 나섰지만, 규제 효과가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을 초래하면서 대형마트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정작 입법 취지였던 전통시장 보호 및 활성화의 명시적 효과로 연결됐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주말 장보기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생계 보호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조건 ‘규제의 틀(온플법)’로 시장에 개입하려는 관행을 못버리고 이해당사자인 소상공인조차 반대하는 온플법을 밀어부치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자유시장 논리와도 배치된다.pr9028@ekn.kr유통중기부 서예온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EE칼럼] 에너지 안보 위한 내부 효율성 재점검할 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과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자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원안보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자원안보특별법은 해외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도입하는 법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수입한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적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지난해에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이런 내부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즉, 수요처와 분리된 에너지 생산 및 공급시설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을 줄이고 에너지시설을 국토에 골고루 분산시키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안덕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발전계획을 수립·운영하는 것이 한전 적자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과 석탄발전 등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원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안보가 가장 시급한 현시점에서 적절한 상황판단이다.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에너지 정책도 때를 잘 읽어야 한다. 여러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 그리고 이런저런 계획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와 순간을 넘겨야 하는 비상 상황에는 평상시의 상황(Business As Usual)을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봐야한다.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지난 정부의 탈원전 및 탈석탄 정책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쇼크에 무방비로 당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즉,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저전원이 71.6GW에서 60.6GW로 무려 11GW가 줄어들었는데 이 기저전원이 계획대로 있었다면 2022년 LNG 도입량을 800만톤 이상 줄일 수 있었고, 비싼 현물시장에서의 구매물량을 크게 아껴 전력공급 원가를 많이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현재 동해안의 기저전원을 수도권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강릉안인, 북평화력, 삼척화력, 삼척그린, 한울, 신한울 등 동해안 지역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은 17GW이고, 이 구간의 선로용량은 22GW로 수자로는 여유 있어보인다. 하지만 송전선로 1개 루트가 고장날 때 대규모 정전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절반만 사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송전용량은 11.6GW에 불과하다. 어떤 전문가들은 실시간 출력제어나 수요관리로 송전용량을 상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송전용량 상한을 산업부에 요청했으나 전력거래소와 한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을 못 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이런 논란이 기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사고 시 책임을 지기 어려워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어렵게 생산한 전력을 배달수단인 송전망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해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이 송전망의 운용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비싼 돈을 들여 건설한 송전망의 반을 놀리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어야 한다. 객관성과 전문성이 더 요구된다면 해외 계통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서라도 꼭 검토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다. 책임소재와 업무분장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에너지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에너지 자원을 국내에서 제대로, 또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느냐의 문제이다. 나아가 이를 위한 인프라를 적기에 건설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인프라 문제와 함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산업구조와 거버넌스가 구축돼 있는지를 돌아볼 때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논란에 대한 단상

50인 미만 사업장(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중대재해처벌법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재해 예방’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있고 진정성도 없어 보인다. 찬성 측은 정작 중요한 실효성은 따져보지도 않고 예정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정교한 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부담스러우니 적용을 유예하자는 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예방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그저 좋은 법이라는 전제하에 ‘묻지마’ 적용을 하자는 찬성 측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들의 엄벌주의 입장은 가히 종교 수준이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 북한 등 엄벌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의 산업안전 수준이 형편없는 사실에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실효성 있는 예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소기업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 발생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이미 처벌되도록 돼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실익이 없다. 소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도 못 지키고 있는 만큼 산업안전보건법이라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이런 상태에서 소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다면 이들 입장에선 옥상옥으로 받아들여져 혼란과 부담만 가중될 뿐 예방효과를 거두지 못할 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도 찬성 측은 이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무지하거나 솔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찬성론자는 소기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적은 비용으로 쉽게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주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형식적으로 준수할 때만 타당하다. 이 법의 핵심내용인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찬성론자는 이러한 기본적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안전의 형식화를 조장하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소기업에 확대 적용되면 수사에 치우친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관행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가뜩이나 고용노동부의 처벌 일변도 법집행으로 일반경찰과의 차별성이 희미해지고, 산재예방기관이라는 존재이유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더욱 왜소해질 수 있다. 찬성론자의 일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가 조금이나마 줄었다며 이 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강변한다.(한겨레 2023.12.27 세상읽기). 이런 주장에는 사망사고가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는 기초지식과 종합적 사고가 결여돼 있다. 무엇보다 지난 5년간 산업안전감독관이 약 2.3배, 준정부기관인 안전보건공단 직원이 약 700명, 산재예방 예산이 약 2.3배나 전례 없이 증가했고, 산재예방 선진국보다도 많은 행정인원과 예산을 가지고도 법이 시행된 후에 사망사고 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법 정책의 여건까지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를 오히려 증가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2023년엔 전 산업에 걸쳐 경기가 침체되고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공사 착공면적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객관적으로 사망사고가 크게 줄 만한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재해 감소효과에 대해 부정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 법의 대응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는데도 중대재해 예방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중대재해 예방의 ‘가성비’가 낮은 것은 처벌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예방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점을 깨닫고 일찌감치 이 법의 문제 전반에 대해 대처했어야 했다. 대처할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 것은 직무태만에 가깝다. 그간 변죽만 울리다가 소기업 적용 문제가 임박한 시점이 돼서야 마지못해 파편적으로 대응하는 식의 모습은 책임정치, 신뢰행정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안전관계법이 정법(正法)인지 악법인지의 바로미터는 처벌수준이 아니라 재해예방의 실효성이다. 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여부도 바로 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진영논리, 장삿속과 감성팔이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그리고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기자의 눈] BM ‘확’ 바꾸는 넥슨, 용기에 박수를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내 큐브 아이템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큐브 아이템은 ‘메이플스토리’ 수익의 30~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게임 내 핵심 비즈니스모델(BM)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 받은 데 대한 전략 수정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이용자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공정위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사실이 확인됐다며 과징금 약 1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은 게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지만, 게임 산업적 측면을 보면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지만, 과거에는 해당 정보가 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더군다나 공정위에서 문제 삼은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던 시기다. 거짓으로 확률을 고지한 것은 잘못된 행위였다 할지라도,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1등 게임사에 대한 ‘보여주기식 철퇴’로 전체 게임 산업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의 ‘역대 최대 과징금’ 철퇴로 넥슨이 불명예를 떠안게 되긴 했지만, 사실 넥슨은 게임업계 중 가장 먼저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꾸준히 개선 작업을 벌여온 기업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오는 3월 시행될 예정인데, 넥슨이 자발적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한 건 지난 2021년 3월부터다. 현재는 확률 변동을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도 운영 중이다. 회사 핵심 게임의 BM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선 상당히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이 결정이 게임의 재미나 밸런스를 해치지는 않을지, 나아가 향후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초강수’를 둔 넥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hsjung@ekn.kr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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