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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기후변화와 ‘Me First’ 정책

지구 온난화는 가뭄, 홍수, 폭풍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참상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이런 결과들은 기후변화 폐해 보정을 위한 UN 등 국제기구들과 환경운동·시민단체들의 노력에 정면 배치돼 매우 당혹스럽다. 특히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제시한 대로 2040년 대기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규제를 지지해온 관련 학계도 당혹스러운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1990년 이후 72개 개발도상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GDP 1% 상승 때 0.7%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상 현존 인류문명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파리 협정’의 준수는 어려워지게 됐다. 이런 결과는 자극적인 정보와 현상 파괴적인 주장이 정책 결정에 미친 영향 때문이다. 바로 정책실패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새로운 정책 시도를 통해서 왜곡된 시장과 시민들의 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많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대책에 대한 시장 논리 적용의 한계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온난화를 막는 동시에, 성장과 복지를 증진하는 이른바 ‘녹색개발(green development projects)’은 여러 논리적 한계로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 적정 탄소가격체계의 부재와 관련 민간 시장의 한계가 가장 큰 제약점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연간 1000억달러, 총액 1조달러 규모의 후진국에 대한 녹색개발 금융 제공은 불가능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는 후진국에 대해 최소 2조8000억달러의 지원이 필요하다. 녹색개발의 꿈은 이렇게 어그러진다. 투입 재원의 부족은 더 많은 갈등과 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국 상호의존적 글로벌 경제체제 붕괴와 자국 이기주의 팽배 등 투입자원의 부족 사태는 인류 공동선(善)인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것 같다. 이런 기후변화 방지 실패는 특히 저개발국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가혹한 영향을 준다. 이들은 가뭄과 홍수 등 지역여건 악화와 농·어업과 같은 생업 유지의 어려움으로 조상 땅을 떠나야 한다.가뜩이나 농촌주민들은 이주여력이 부족해 결국 자국 내 인접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 농촌주민들의 도시이주는 더 많은 교육, 교통복지, 특히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생태계 파괴와 빈부격차 확대 등 많은 도시화 문제를 낳는다. 선진국들은 다르다. 경제가 성장하면 온실가스 배출 등 나쁜 효과는 줄어든다. 이에 선진국 정부나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악순환의 방지는 가능하다고 한다. 선진국 관련 정책은 감축 중심이다. 이에 반해 후진국은 성장에 따른 환경재앙은 감수해야 할 필요악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구환경 악화에 적응,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후진국들 간의 대응 체제 격차는 벌어지고 상호보완도 어려워진다. 에너지기업 중 가장 부유한 석유·가스 기업들도 2012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극히 미흡한 것으로 언론매체에 의해 밝혀졌다. 지난해 3800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엑손모빌과 BP,사우디 아람코 등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기후대응 투자가 극히 미미하고 그마저 관련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다. 파리협정에 따르면 이들 석유·가스 기업들은 2030년까지 생산·수송과정이 메탄 유출을 60% 이상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6000억달러 이상의 저탄소 사업투자가 필요하다. 정확한 투자 규모를 밝히기를 꺼리는 그들의 속성에 따라 투자 규모파악은 어렵다. 다만 민간의 기후변화 대응 투자 부족은 제한된 정부투자를 고려하면 녹색투자 자원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후대응 투자가 줄어들긴 마찬가지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향후 5년간 GDP의 2%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해방 이후 지속해온 저개발국형 ‘You First’ 관행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Me First’ 투자 전략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2018년 문재인 정부까지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기대 이하다. 이념 추구형 문재인 정부는 세계 12번째 경제 대국이자 OECD 회원국으로서 녹색성장 주도권을 잡는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을 완전제로화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유례 없는 ‘Me First’ 전략이다. 당연히 그 부작용을 우려 움직임이 경제·산업계를 중심으로 고조됐다. 국익에 반하는 이념정책으로 매도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도입 속도 조절, 탈 원전 정책 폐기 등을 통해 이념 정책 완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의 ‘2030년 감축목표’는 공식적으로 폐기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IPCC 6차 보고서 검토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형태로 가시화될 것 같다. ‘You First’ 정책은 물색없고, ‘Me First’ 정책은 책임질 수 없다. 정확한 상황 논리 분석과 논리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난 20년 이상 변화하는 상황 논리를 모두 해결 가능하다고 해온 전문가들은 이제 그 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아니면 양심적 침묵을 택하든지.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데스크 칼럼] 작전세력과 전쟁, 이번엔 승전보를 듣고 싶다

"단 한 번의 주가조작만으로도 패가망신한다는 원칙이 자본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하겠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금융당국과 검찰이 자본시장을 병들게 하는 ‘작전세력’에 본격적인 철퇴를 꺼내들었다.이복현 금감원장은 ‘증권범죄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며 ‘페가망신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연일 호소 중이다. 검찰도 ‘여의도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주축으로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다. 합수단 ‘부활’ 1년만에 자본시장 교란 사범 373명을 재판에 넘겼고, 이 중 48명을 구속한데 이어 범죄수익 1조6387억원을 추징 보전한 상태다.국회도 화답에 나섰다.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주가조작 등에 과징금을 최대 2배로 물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결의했다.금융당국이 제안하고, 검찰이 추상 같은 법집행을 추진하고, 정치권까지 동참한다니 일이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듯하다.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소위 ‘선수’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과연 이번에는"이라며 갸우뚱한 반응이다. 증권범죄 일당인 세력을 뿌리 뽑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인 셈이다.공권력의 삼각공조 의지에도 시장에서의 이런 부정적 인식은 왜 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우선 세력이 지닌 특성 자체가 첫 번째 원인이고, 둘째는 이런 특성을 키워준 법 집행의 한계가 두 번째고, 세력과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확고한 의지에 대한 의문이 세 번째 이유이다. 세력의 주가조작 행위는 사실상 범죄를 입증하기까지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대한민국 증시를 뒤흔든 ‘라덕연 사건’이다. 라 회장이 구속되면서 한 이야기가 이를 방증한다. 라 회장은 "가치투자를 했을 뿐,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모든 주가조작 세력은 그럴듯한 M&A, 신사업 진출, 신약개발 등은 물론이고 오래전 단골주제였던 자원개발 테마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근사한 미끼’를 던지고 주가를 끌어올린다. 이 부분에서 ‘거짓임을 알면서도 주가를 올릴 의도성이 있었는지’를 입증하기는 매우 난해한 부분이다. 통정매매나 자전거래 등 거래 기록을 가지고 얼마 만큼의 위법성을 규정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남는 것이다.세력의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해명이 당혹스럽지만, 이런 뻔뻔함을 조장한 것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의 탓이 크다."잡혀도 (감옥 가서)2~3년 고생하면 빌딩하나 생긴다"라는 그들만의 ‘보험’이 있기 때문이다.세력이란 범죄공동체를 묶는 가장 강력한 결속력은 결국 돈이다. 성공하면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불법이득을 챙기고, 혹시 걸려도 돈은 남는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설계자에서부터 바지사장, 리딩방 운영자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이들이 받는 처벌이라고 해야 경제사범으로 고작 2~3년의 실형이고 운이 좋으면 불기소 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난다.실제 2016~2021년 불공정거래로 고발·통보된 사건 중 불기소율은 53.5%에 달한다. 최근 4년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로 제재를 받은 643명의 23%는 재범 이상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의심 받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강모 씨도 과거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에디슨모터스(에디슨EV) 주가조작 의혹으로 1800억대 부당이득을 챙긴 이모씨 역시 이번 구속 이전에도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은 전과가 있다. ‘SG증권발 주가폭락’을 부른 라덕연 사건에는 현직 증권사 간부가 연루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은 비슷한 범죄에 어마어마한 추징금과 징역형이 내려진다. 2009년 다단계 폰지 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에는 징역 150년형이 내려졌고, 8년여에 걸친 회계 부정과 주가 조작을 벌인 엔론의 창업자 케네스 레이 역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이번에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주가조작 의혹의 배후들은 과연 얼마의 처벌을 받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이들은 벌써 발 빠르게 대응중이다. 구속 수감된 라덕연 회장과 ‘에디슨모터스 사건’의 이모 씨는 ‘남부지검의 전관이 포진해 있다’고 알려진 같은 법무법인에 수임을 맡긴 상태다. 이번에도 이들이 다시 소리만 요란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자본시장에서 활개를 치게될지 우려된다.회계사 출신의 이 씨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증권범죄합수단을 해체할 당시 ‘저승사자’ 손에서 한번 풀려났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를 듯 하다.사법당국의 ‘증권범죄와의 전쟁’이 이번에는 승전보를 울리길 기원하며 현재 구속된 세력의 핵심인물이 과거 주가조작이 한창일때 자신감을 내보였던 한마디를 건넨다. "코스닥 종목의 90%는 사실상 작전입니다. 다 아시지 않습니까… 3년여만의 컴백인데 저희도 모든 것 걸고 합니다" -주가조작세력 ‘전주’ J회장이들의 입에서 남부지검이 공언한 "패가망신 당했다"는 탄식이 나오길 기대한다.

[기자의 눈] ‘매도 리포트’ 자주 볼 수 있을까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찾기 어려워진 건 참 오래된 얘기다. ‘매수’가 대부분인데, ‘중립’ 의견이 나오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야할 정도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평균 ‘매수’ 의견 리포트는 91.0%였다. 반면, ‘매도’를 제시한 리서치보고서는 0.1%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가조작 사태가 터진 이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해 시장 탓을 하지말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들은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우니, 매도의견을 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공시 발표 전 자료나 정보를 미리 제공했지만, 주가조작 등 사건사고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의 실적조차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할 정도로 정보력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잠재적 IB 고객인 상장사들의 주식을 ‘매도’하라는 리포트를 내는 순간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크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한 증권사에서 심각한 부실이 의심되는 기업의 매도 리포르를 내자마자, 해당 기업은 곧바로 증권사 펀드에 있던 돈을 모두 빼버리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애널리스트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 4월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리포트가 나간 다음 날 12만원 이상이 떨어지면서 주식 투자 토론방에는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한 비방글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매도 리포트를 쓴 연구원에게 전화와 메일로 강력 항의할 인원을 모집하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매수·매도’ 의견을 없애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하루 빨리 증권사 리포트를 개선해야한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는 리포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국과 증권사, 상장사, 투자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2023050301000182700008471

새마을금고에 맡긴 돈, 어떡하지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새마을금고가 불안하다.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문을 닫은 곳도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원인이다. 정부는 연일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고객들은 고민 중이다. 차제에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고, 새마을금고 관할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금고가 영 불안하다. 정부는 "안심하라"며 고객들을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지난 봄 미국 중견 은행이 순식간에 망하는 걸 봤다. 당장이라도 돈을 찾으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새마을금고에 맡긴 내 돈, 그냥 두어도 될까? 관련부서가 입을 모아 괜찮다고 했으니, 적어도 정부가 부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박자 늦은 정부 대응 지난 6월 중순 경기도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총회에서 인근 화도새마을금고로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부실 대출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올들어 새마을금고는 전체 연체율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말 3%대에서 6월 6%대로 높아졌다. 정부의 본격적인 대응은 7월 들어서야 나왔다. 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 답변에서 "개별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건전성·유동성은 대체로 양호하고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 새마을금고가 있으면 인근 우량 새마을금고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예·적금 100%를 이전해 보호한다"며 "불안 심리로 예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같은 날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기금이 설치돼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새마을금고법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예금자보호준비금을 설치·운영한다"고 규정한다(71조). 구체적으로 시행령은 "동일인에 대한 대위변제의 한도는 5000만원으로 한다"고 정했다(46조). 이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고객들이 받는 예금 보호 한도와 같은 액수다.이어 행안부는 새마을금고가 예금보호제도 외에도 "고객의 예·적금에 대한 지급보호를 위해 상환준비금 제도를 운용 중"이라며 "현재 상환준비금은 약 13조3611억원으로 고객의 예금지급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고 예·적금 대비 30%인 약 77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7월6일엔 행안부와 기재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으로 이뤄진 범정부 대응단이 합동 브리핑을 열어 "필요 시 정부 차입으로 (새마을금고에)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마을금고법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금고나 중앙회가 행하는 사업의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에서 중도 해지한 예·적금을 재예치하면 비과세, 만기이자를 복원한다"고 안내했다. 7월7일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고 이용자들의 귀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자금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책임지고 수행하겠다"고 재차 말했다. 정부 대응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 말 3.59%에서 3월 말 5.33%, 5월 말 6.19%, 6월 15일 6.49%로 뛰었다. 지난 3월엔 미국 자산 기준 16위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이 발생한 지 이틀만에 파산했다. 적어도 4월쯤 정부가 선제 대응했다면 지금처럼 불안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정부가 7월 들어 긴박하게 움직인 것은 다행이다. 관련부서가 입을 모아 괜찮다고 했으니,적어도 정부가 새마을금고 부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체율 왜 높아졌나연체율 급등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한발 더 들어가면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리인상 러시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도한 금리인상 탓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건축업은 경기에 민감하다. 자연 새마을금고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축은행 사태 때도 부동산 PF 대출에서 사달이 났다. 이번에도 부동산 PF 대출이 문제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은행 등 제1 금융권에 비해 높은 이자를 준다. 그래야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PF처럼 리스크가 큰 대출을 감행한다. 보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전체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약 27조원에서 2022년 말에는 약 56조원으로 급증했다. 프로젝트 사업성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PF 대출은 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따른다. 공사가 착착 진행되면 탈이 없다. 그러나 공사 일정이 어그러지거나 갑자가 금리가 뛰거나 하면 상환에 차질이 생긴다. ◇부실 금융사 처리는부실 금융사가 파산하거나 파산 위험이 있을 때 우량 금융사에 흡수합병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 3월 SVB가 파산하자 미국 정부는 고객이 맡긴 예금은 예금 보호 한도에 상관없이 전액 지급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이 SVB를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SVB 고객은 돈을 한 푼도 잃지 않았다.역시 지난 3월 스위스 1위 은행 UBS는 2위 크레디트스위스(CS)를 헐값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우량 시중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때는 예금 보호 한도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자나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새마을금고 현황새마을금고는 금융협동조합이다. 금융기관 분류상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곧 제2 금융권에 속한다. 중앙회는 새마을금고가 "전통적인 계, 향약, 두레 등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했다"고 설명한다. 1963년 경남지역에서 태동했고, 1982년 새마을금고법 제정으로 법적 기반을 갖췄다. 현재 거래자 수는 2180만명이며, 금고수는 약 1300개(본점 기준)에 이른다. 자산은 260조원 규모다.◇근본적인 이슈은행 등의 예금 보호 한도는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새마을금고는 1983년부터 예금 보호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행 5000만원을 1억원으로 올리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현재 국회에는 1억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1억원이면 뱅크런을 저지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새마을금고에 대한 관할권은 현재 행정안전부에 있다. 고객들은 새마을금고를 금융사로 본다. 그런데 행안부가 연달아 대책을 내놓으니 어쩐지 어색해 보인다. 새마을금고법은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은 행안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규정한다(74조). 또 "행안부 장관은 금고 또는 중앙회를 검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장에게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표면적으론 감독권이 이원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론 금융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어디까지나 주무부서는 행정안전부다. 관할권 변경은 2015년 대부업법 개정을 참고할 만하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부업체들은 시·도 지사가 아니라 금융위에 등록하고 감독을 받도록 했다. 개정안은 제안이유로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등록·감독 체계 구축"을 들었다. 중소 대부업체는 그대로 시·도 지사가 관리하도록 했다. 이번 기회에 일정 규모 이상의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정부는 부실 금고가 있더라도 우량 금고로 자산을 옮겨 예·적금 100%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는 있지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살 만하다. 고객이 은행이 아니라 새마을금고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은 고수익·고위험이 철칙이다. 이 원칙이 헝클어지면 굳이 금리가 낮은 은행을 택할 이유가 없다. 금융불안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금융의 대원칙만은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경제칼럼니스트>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에 방문해 예금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사진=연합뉴스

[기고] 드론작전사령부 배치장소 재고하라

[기고] 드론작전사령부 배치장소 재고하라 일생을 살아감에 있어 국민으로, 시민으로 사는 것을 구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국가가 있어야 시민이 있는 것이요, 시민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과 시민은 분리적(分離的) 개념이 아닌 일체적(一切的) 개념으로 봄이 맞다. 하지만, 시의원으로서, 시민 입장 대변을 업(業)으로 삶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당연한 일체적 개념이 상호 분리하여 충돌하는 것을 종종 목도(目睹) 하게 된다. 최근 드론작전사령부 포천 배치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작년 북한은 우리 수도 영공에 무인기를 침범시키는 만행을 자행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군의 무인기 대응 태세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대통령은 무인기를 전담 운용하는 드론전담부대 창설을 지시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당연한 결정이자 취지 자체에 있어서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드론부대 사령부가 포천시에, 그것도 우리 시 주요 권역 배치가 유력하다는 소식은 우리 시민과 지역 정치권이 강한 이견(異見)을 표출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 시민은 국민으로서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희생한 지난(至難) 한 과거사(過去事)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0여 년간 우리 시의 허리를 두 동강 내고 지역발전을 저해해온 6군단, 동양 최대 규모 사격장 등 다수의 군사안보시설로 인해 우리 시 발전은 지체됐고, 시민은 재산상 피해와 생명의 위협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우리 시민은 이러한 희생을 묵묵히 감내했을 뿐이지 결코 반발하지 않았다. 안보를 중시하는 성숙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다. 드론전담부대 창설 배경, 필요성 사령부 배치 취지에 대해서 우리 시민 모두 절감(切感)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위치다. 이 사령부가 관내 군 유휴지가 아닌 우리 시 주요 권역. 즉 우리 시 앞마당에 반드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냐는 것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곳이 아니라 관내 비교적 한적한 장소를 배치 지역으로 선정했다면 우리 시민도, 우리 시도 이처럼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논란에 앞서 우리 시는 국방부와 6군단 부지 반환 협상을 시작하고 현재 진행 중이다. 많은 시민이 협상을 지켜보며 우리 시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또다시 드론작전사령부 배치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니 우리 시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방부는 우리 시민의 이러한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꼭 시 주요 권역에 드론작전사령부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 배치 예정지가 아닌 관내에 비교적 한적한 지역에도 사령부 배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부지가 있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강조하지만 드론부대 창설을 반대하거나, 무조건 우리 지역은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지난 70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한 우리 시민을 존중하고, 시민 권리와 국가안보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묘안(妙案)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국민으로서 삶과, 지역 발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삶은 결코 상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어서도 안된다. 국민이자 시민으로서 안보와 행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국방부의 전향적인 검토를 기대한다.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 사진제공=포천시의회

[기자의 눈] 물가안정, 정부 압박이 능사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 구조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최근 정부의 ‘일방적’ 가격인하 압박을 바라보는 한 시장 전문가가 전한 불만 섞인 항변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기업의 상품 가격에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라면·빵 등 서민 대표 먹거리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사실상 과점 또는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일부 품목의 시장 구조에선 이번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장경제체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간섭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정부는 물가안정의 첫 타깃으로 서민 대표 먹거리 ‘라면’을 선택했다. 국제 소맥(밀) 시세가 떨어진 만큼 국내 라면 제조사들도 상품 가격을 내리라는 주문이었다. 초기에 ‘검토’ 수준을 언급하면 간보기를 하던 라면업계는 정부가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며 재차 압박해 오자 결국 ‘백기’를 들고 줄줄이 라면 가격을 인하했다. 불똥은 제과제빵업계로 튀어 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물가잡기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오는 8월 우유 원유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유업계 및 유제품 생산업체, 낙농가는 8월 1일부터 적용될 원유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확정될 경우, 우유뿐 아니라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관련 식품 물가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라면·과자업계 가격과 달리 낙농가 원유 가격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낙농가들이 생산비 급등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원유가격 협상 시 낙농가의 현실을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공식품은 수입 원유를 많이 쓰는 특성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해 우회적으로 업계에 ‘인상 자제’ 신호를 보냈다. 문제는 이같은 관의 가격시장 개입정책이 항상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전 이명박 정부는 밀가루·빙과류·제빵 등 가공식품 가격의 편승 인상이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며 기업들을 가격조정 행위를 옥죄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라면·빵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를 인위적으로 관철시켰다고 정부가 ‘시장 개입’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선 안될 것이다. 물가안정 정책의 우선순위는 사후처리가 아니라 사전예방이다.pr9028@ekn.kr서예온 기자 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이권 카르텔과 교육개혁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라틴어 카르타(Charta)는 종이, 서류라는 뜻이다. 여기서 이탈리아어 카르텔로(Cartello)가 나왔다. 카르텔로는 중세 프랑스에서 카르텔(Cartel)로 바뀌었고, 이는 다시 영어로 스며들었다. 카르텔은 당초 나라 사이에 맺은 협약, 특히 포로협약을 뜻했으나 점차 기업 간 협정을 뜻하는 말로 진화했다.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맨큐의 경제학’에서 기업들이 가격과 수량을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을 담합(Collusion)으로 정의한다. 카르텔은 담합 행위에 참여한 기업들을 말한다. #중세 유럽의 상인 또는 수공업자들은 동업자 조합인 길드를 통해 이권을 확보했다. 전형적인 카르텔이다. 국가 차원으로 범위를 넓힌 예도 있다. 1960년에 출범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대놓고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13개 회원국을 상대로 생산량을 분배하는 게 OPEC의 핵심 업무 중 하나다. 카르텔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진하게 풍긴다. 중남미에서 기승을 부리는 마약(Drug) 카르텔을 보라. 이들은 소매가격을 올리기 위해 짬짜미를 일삼는다. 그러다 수틀리면 서로 총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장경제는 카르텔을 엄하게 다룬다. 담합은 독과점으로 이어지고, 독과점은 결국 자유로운 경쟁에 족쇄를 채우기 때문이다. 1890년 미국 의회는 존 셔먼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셔먼법을 제정했다. 근대적인 반독점법의 효시다. 한국은 1981년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시행 중이다. 카르텔은 내부 구성원끼리 똘똘 뭉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정부는 이탈자를 유도하는 전략을 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운영한다.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맨 처음 제공한 1순위 기업엔 과징금, 시정명령, 고발을 면제한다. 2순위 기업엔 과징금을 50% 깎아주고, 시정명령을 감경하며, 고발을 면제한다. 리니언시 제도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 60여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도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이권 카르텔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사교육에서 시작해 지금은 국정 전반으로 번지는 추세다. 대학 수능에서 출제되는 킬러 문항에 대해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6월15일). 신임 차관들을 만나선 "우리 정부는 반 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7월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는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 정부 보조금 나눠 먹기 등 이권 카르텔의 부당 이득을 예산 제로베이스 검토를 통해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7월4일). 특정 산업은 금융과 통신, 보조금 나눠먹기는 태양광을 지칭한 듯하다. 엄밀히 볼 때 교육 당국과 사교육 업체를 카르텔로 묶는 건 무리다. 둘이 학원비를 올리자고 짬짜미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과 통신의 과점을 이권 카르텔로 부르면 해당 기업들은 억울하다. 사실 그런 구조를 짠 건 정부다. 워낙 중요한 산업이라 아무한테나 면허(라이선스)를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수시로 간섭하고 통제한다. #이권 카르텔이라고 통칭하면 해당 기업이나 집단을 때리는 데 편하다. 그러나 자칫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교육개혁을 보자.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획일적인 대학 평가 방식을 대학별 특성을 살리는 평가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지역대학에 대한 행정·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가칭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지방대학 시대를 열겠다는 내용이 있다. 공약과 과제를 실천하는 게 진짜 개혁이다.국세청과 공정위를 앞세운 사교육 때리기는 본질이 아니다. 사교육은 결과다. 원인은 평생 따라다니는 학벌 딱지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살 만한 사회, 어떤 대학을 나와도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되면 사교육은 절로 사그라든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진부하지만 옳은 말이다. 교육개혁은 요란스럽게 서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경제칼럼니스트>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잇따라 비판하자 학원가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E칼럼]그래도 후쿠시마 방류 시계는 돌아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희석한 후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한 최종 보고서를 일본에 전달했다. 방류 계획이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IAEA가 후쿠시마에 현장 사무소를 두고 방류 상황을 직접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방류시설 검사 합격증을 발급하면 실제 방류에 필요한 사전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후쿠시마 처리수의 방류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낸 처리수의 방류가 태평양의 어패류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IAEA 보고서가 ‘일본 맞춤형’이고, 과학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깡통 보고서’라는 일부 정치인의 일방적인 지적은 힘을 잃게 됐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처리수의 방류로 태평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는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는 처리수의 양은 고작 하루 120톤 수준이다. 4인 가족 100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하수와 비슷한 양이다. 후쿠시마 해변의 아파트 한 동이 드넓은 태평양을 망쳐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삼중수소’·‘베크렐’과 같은 난해한 ‘과학’으로는 핵폐수·방사능 테러를 앞세운 감성적인 ‘선동’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주장도 황당하다. 국민의 수준을 깔보는 어처구니없는 억지다. 패를 지어 우르르 몰려가서 우악스럽게 회를 먹고, 수조의 바닷물을 손으로 떠먹는 망측한 연출은 절망적이다.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자유와 공정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낡아빠진 구태(舊態)다. 일반 상식과 과학에 맞지 않는 억지 괴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바닷물에 커피를 쏟으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방사성 핵종이 흩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제주도로 흘러온다는 주장은 그런 상식에 맞지 않는 엉터리 억지다. 실제로 후쿠시마에서 1조 개의 페트병을 던지면 그중에서 제주도로 흘러오는 것은 1개도 안 된다는 것이 과학적 분석이다. 과학적으로는 ‘흘러온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흘러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세슘과 플루토늄이 무거워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낭설이다. 진짜 그렇다면 굳이 ALPS를 쓸 이유가 없다. 저장탱크 밑에 가라앉는 오염물질만 분리해서 처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진실은 전혀 다르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소금도 물보다 무겁지만 밑으로 가라앉지 않다. 냉장고의 우유에 들어있는 유지방·유단백도 세슘·플루토늄보다 훨씬 무거운데 역시 가라앉지 않는다. 원자·분자 수준에서는 지구의 중력보다 물 분자의 열운동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밝혀준 과학적 진실이다. 브라운 운동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다. 오염수에 녹아있는 스트론튬·플루토늄의 화학적 독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학물질의 독성은 ppm 또는 ppb 수준에서 나타난다. 후쿠시마 처리수에 리터당 베크렐 수준으로 녹아있는 방사성 핵종의 화학적 독성을 우려하는 전문가의 모습에 소가 웃을 일이다.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 오염수는 개방된 인공호수에 가둬둘 수도 없고, 식수·용수로 사용할 수도 없다. 먹는 물 수질기준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국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은 ‘원수’(原水)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한다고 ‘너나 마셔라’라고 외쳐서는 절대 안 된다. 농업·공업용수도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재개는 우리의 판단에 따른다는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일본의 요구에 쉽게 굴복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국민을 괴담에 휩쓸리게 만들고 있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슈&인사이트] KT 이사회 구성의 한계

지난 6월 30일 KT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7인을 선임했다.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후보가 주총을 앞두고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아직 대표이사 선임이라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남았지만 그래도 한시름 덜었다. 이번에 선임된 KT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매우 훌륭한 분들을 모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보통 사외이사 후보명단을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이사회 내 위원회인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의 명칭을 가진 위원회가 후보군 내에서 사외이사를 선발한다. 이번에 KT는 이런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났다. KT는 지난 4월17일 국내외 주요 주주들의 추천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는데, 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주주 대상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방식을 도입했다. 회사와 관련해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주주다. 그러므로 주주로부터 추천을 받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사회라는 것이 다양한 주주 그룹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직이 아니다. 주주의 성향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런 방식은 ‘콩가루 이사회’가 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사는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을 이해하고 그 의지가 관철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협력하되 대표이사를 포함한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이사는 전문성이 우선이고, 대표이사를 감독할 만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대표이사의 하수인이 돼서는 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의식해서인지 KT TF는 주주 추천과 함께 외부 전문 기관(써치펌) 추천 후보를 포함해 사외이사 후보자군을 꾸렸다고 한다. 다만 굳이 써치펌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써치펌은 헤드헌터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1900여명에 달하는 전문가 풀을 가진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100%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고, 사외이사 후보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활용한다고 한다. TF가 후보들에 대한 1차 평가를 진행하고, 인선자문단이 1차 평가를 압축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2차 평가해 최종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사외이사 선임 과정과 이사회 구성이 거의 외부인사에 의존하는 방식이 참 구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외이사 선발과정은 단순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외이사 선임에 회사가 이렇게 복잡하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KT가 금융지주회사처럼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대부분을 사외이사로 채우고 사내이사는 1~3명에 그치는 구조도 금융지주회사와 똑같다. 필자는 이런 형식에 찬동하지는 않는다. 한국 상법과 시행령이 세계에 유례가 없이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율, 결격사유 등을 지나치게 꼼꼼하게 규정하여 간섭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본다. 기업 이사회는 사외이사보다는 사내이사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어떤 법률에서도 KT 등 소유가 분산된 기업은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미국 대부분의 기업 이사회(대략 80%가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로 구성)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내용을 잘 모르는 사외이사보다는 IT전문가들인 실무형 기술자를 이사진에 포진시키고 사내이사 비율을 늘려야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기술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시대다. 대표이사는 회사가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체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2001년 민영화 이후 성년이 된 KT는 이제 홀로 서야 할 때가 됐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IAEA 보고서에 대한 괴담과 진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공개됐다. 공식 명칭은 ‘후쿠시마 제1원전 알프스(ALPS) 처리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검토 종합보고서’다. 140쪽에 달하는 보고서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첫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관해 일본이 취하고자 하는 방류조치는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 둘째, 도쿄전력(TEPCO)이 처리수를 통제된 상태에서 조금씩 해양으로 배출하는 것은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미미하다. 셋째, IAEA는 방류를 권장하거나 방류정책을 추인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결정은 일본정부가 결정할 국가결정(National decision) 사항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을 폄훼하기 위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일종의 프레임 씌우기다. 보고서가 공개돼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누군가 보고서를 읽고 평가한 것을 듣고 전파한다. 이 과정에서 괴담이 만들어진다. 괴담을 깨는 것은 보고서를 읽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보고서를 통해 괴담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본다. 첫째, ‘후쿠시마 핵폐수가 안전성 검증 없는 깡통보고서’ 인가다. 보고서 전체가 안전성 검토다. 보고서는 서론, 기본적 안전원칙과의 부합성, 안전요건 충족에 대한 평가, 감시·분석·확인, 미래의 활동 등 5개 부분으로 이뤄졌다. 전체 140쪽 중 안전성 평가에 해당하는 부분이 90쪽에 달한다. 둘째,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 가다. 이 보고서는 일곱 번째 보고서로 종합보고서다. 이전에 수행한 활동들을 모두 기술하지 않는다. 후쿠시마 처리수와 관련해 5가지 처리방안이 논의됐지만 이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은 4가지 방법은 언급하지 않고 채택된 방법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평가했다. ALPS에 대한 검토는 이전 보고서 작성과정에 수행됐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에 기술되지 않았다고 해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괴담이다. 또한 ALPS는 전체 액체폐기물 처리계통의 한 구성품에 불과하다. 이것이 고장나거나 손상되더라도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셋째, 일반안전지침 GSG-8, 9에 따라서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 확보를 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는 가다. 정당성 확보(Justification)는 해양방류의 득실을 따져서 이득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은 이렇다. IAEA는 정당성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안전지침에 명시하고 있으나 지금 IAEA의 보고서는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로 제한되어 있다. 또 해양방류의 득실은 사회경제적 효과가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장기간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며 나라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는 해양방류를 결정하는 주체인 일본정부의 몫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게 떠넘긴 것인지는 판단해 보기 바란다. 넷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방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된 오염수 유출과 방류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비 계획적인 유출 등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것이다. 보고서의 2장 8절은 사고의 방지, 2장 9절은 비상대응이다. 여기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류를 멈출 수 있는 비상차단계통(Emergency shutdown system)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계통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계통이 어떤 조건에서 작동되어야 하는지가 이미 방류계획에 포함됐다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고 최소 3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등 생물학적 영향을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다. 이는 배출기준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이다. 배출기준을 정할 때 미래의 영향과 동위원소별로 생물학적 축적이 고려된다. 물론 인간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 없고 불확실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더 낮게 잡는다. 방사선의 인체영향 문턱 값이 100mSv인데 관리기준을 1mSv로 잡는 식이다. 여섯째, IAEA의 독자적인 검증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과 상상만을 받아 쓴 깡통보고서라는 주장에 대해서다. 가당치도 않다. IAEA 평가에 참여한 내로라 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은 뭐라도 하나 흠집을 잡아서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려고 한다. 이 활동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IAEA 활동에 참여한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괴이한 괴담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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