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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미래산업 발목잡는 R&D 예산 삭감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 변호사 올해 초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4)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라고 할 만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역대 최다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혁신상을 받은 국내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벤처기업들이라 그 의가 크고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이번 CES 2024 행사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만이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기존 기술과 결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는 보편적인 도구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점차 산업과 국민 생활의 필수재로 자리잡는 추세지만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하는 업체나 인공지능을 도입해 업무를 하는 기업들이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특정한 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일정한 수요가 창출되어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폭발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미래 경제와 안보 등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제 막 새싹이 나기 시작한 인공지능 산업은 화려한 꽃을 피울 때까지 많은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자체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민간 투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투자 이후 빠른 회수를 기본으로 한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인공지능 산업에 민간기업,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기에는 본래 성격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결국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멀리 보면서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지난해부터 과학기술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던 예산을 살펴보면 올해 연구개발(R&D)분야 국가예산은 2023년(31조 1000억원) 대비 15% 삭감된 25조 9000억원으로 최종 의결이 됐다. 전년도 대비 과학기술 연구개발비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33년만에 처음이다. 국가 부도 위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지했던 예산을 줄인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비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던 인공지능 관련 중소기업이나 학계 연구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수년에 걸쳐 진행하던 과제의 예산을 갑자기 줄이자는 협약 변경을 요구받거나 신규 연구개발 과제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협약 변경의 조건이다. 큰 틀에서 보면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15% 정도지만 개별 연구과제에 있어서는 그 편차가 극심하다. 정부 산하기관과 체결된 계약에 따라 수년간 수행하고 있는 과제를 갑자기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이유로 적게는 30%, 많은 경우는 심지어 80%까지 기존 계약 내용보다 금액을 낮춰서 변경 계약을 요구받고 있다. 이미 체결된 계약에 맞춰 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시설과 장비를 구매했는데 이 정도 비율로 계약 금액을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제대로 된 과제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들은 변경되는 계약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변경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나마 변경되는 계약대금에 맞춰 과제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때로는 기존 과제 범위는 유지한 채 계약대금 변경을 수용하라는 강요를 받기도 한다.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면 향후 정부 과제 선정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은근한 압박을 덧붙인다. 사정 변경에 따른 합리적인 수준의 변경 계약을 넘어 기업 간에서라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연구개발비 예산을 삭감하면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분야 현장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없는 과학기술 연구비 카르텔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휘두른 칼에 실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인공지능 산업과 연구개발이 고사할 위기다. 정부가 앞에서는 인공지능 산업을 지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자라나는 새싹을 자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감독자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과도한 규제로 인공지능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후원자 역할도 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 개선으로 뒤에서 밀어주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한 육성책으로 앞에서 끌어주는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EE칼럼] 새 외교부의 리더십과 기후변화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얼마 전 전 외교부, 국가안보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모두 바뀌면서 외교안보의 새로운 진용이 갖춰졌다.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은 전통 외교안보 전문가라면 신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경제통상 분야를 비롯한 다자외교 분야에서 많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취임사에서 조 장관은 경제 안보 융합 외교의 실현을 첫번째 중점 분야로 내세웠고, 두 번째로는 G7 플러스 시대를 대비하는 외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 안심, 민생 외교를 중점 분야로 꼽았다. 신임 외교장관의 다자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국가의 안보는 물론 해외 일자리 창출과 국민 안전보호에 우리나라 외교부가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한다. 침체된 기후변화·환경외교에도 새로운 리더십은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 문제가 바로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이자 해외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재직 당시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을 전 세계에 일깨우고 파리협정 체결을 주도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은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협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파리협정 제3조는 협정의 목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논의에서 고려되는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이외에 재원의 흐름을 세 번째의 목적으로 꼽고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규제적인 접근이 아니라 시장과 경제 원리로 해결하겠다는 파리협정의 접근방법을 대변한다.또 또한 파리협정은 이행수단(Means of Implementation)으로서 재원, 기술 그리고 능력배양을 꼽고 각각에 대해서 상세한 이행 메커니즘을 두고 있다. 신임 외교장관이 밝힌 경제, 기술, 외교의 결합은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이미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는 제도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정통한 한 국제컨설팅 회사는 저탄소 혹은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면 국제사회 GDP의 2~8%의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기후금융에 싱크탱크에 따르면 2021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기후변화 분야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합쳐서 1조3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의 재원이 사용됐다. 이렇게 투자와 연계된 기후기술의 상용화를 통한 세계 신시장 개척은 새로운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와 새로운 기후시장의 제도화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교 당국과 민간의 긴밀하고도 전략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경제안보의 맥락에서 보면 매우 유사하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후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엔 기후변화협약, G20은 물론 G7 플러스에서 체계적이고도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국제 다자 표준 및 제도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 마저도 크다. 파리협정의 마지막 이행 수단인 역량강화는 개도국 협력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국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세 가지 분야 중의 하나로 그린 ODA를 꼽았다. 그린 ODA는 개도국이 파리협정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과 제도를 키워주고, 기후변화 대응 노력 과정에 민간이 해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는 개발협력을 통해 개도국과 우리 모두가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외교의 신천지'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외교부의 새 지도부가 구축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세 가지 중점사항에 모두 잘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후변화 담당 조직의 전문성과 이행 역량을 높이고, 정무 조직은 물론 개발협력, 기술규범 그리고 경제안보 담당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서 기후변화를 통한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는 새로운 외교를 기대해본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기자의 눈] 공매도와 결탁했다는 의혹에 대하여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작전세력의 진화' 시리즈가 해를 넘겨도 계속되고 있다. 이 기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회계사 이준민과 그 주변에서 벌어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조금 깊이 들여다보는 기사다. 개인적으로 화력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나름 해당 세력에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보니 황당한 의혹도 사고 있다. 기자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회사의 주가를 떨어트리려고 기사를 쓰고 있다는 추측이 이 씨가 최근까지 관여한 카나리아바이오라는 종목 주주들에게서 나온다. 주가를 하락시켜 회사의 지분을 싸게 사려는 세력을 위해 부역하고 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취재를 수년간 하다보니 다양한 투자자들을 접한다. 흔한 유형 중 하나는 '종목이 종교'인 사람들이다. 보유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팩트는 허용을 하지 않는 투자자들이다. 그러다보니 부정적인 지적을 방어하고자 다양한 궤변을 만든다. 주가 하락으로 혼란에 빠진 주주들이 달콤한 이야기를 해주는 채팅방이나 커뮤니티를 찾아 위안을 얻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은 팩트를 지적하는 기사나 당국의 시장 조치 등에 대해 저마다의 해석을 주장하며 무책임한 희망을 전도하기에 바쁘다. 기자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떨어트리려고 기사를 쓴다는 의혹도 그렇다. 이를 고발해 기사를 막아내면 주가가 오르리라는 논리다. '악재'가 '기사'가 주가를 움직였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달을 보라고 손을 드니 손가락만 보는 격이 아닌가. 솔직히 공매도 세력이나 저가 매수를 시도하는 세력이 결탁하자고 연락을 해온다면 환영할 일이다. '공매도 세력 확인…언론 회유 시도'라는 대형 특종을 낚을 기회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약 10년 전 대형 폰지사기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다. 처음 피해 규모는 700억원 대였는데 나중에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건이 됐다. 기사를 내는 동안 당시 투자자들에게 비난과 오해, 험담을 듣고 심지어 폭행도 당했다. 결국 주범이 구속돼 형을 살고 있는 지금 피해금액 대부분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서 피해자로 전환된 이들 중 수십명이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이 무너지면 따르던 영혼들은 죽는다. 애당초 투자는 신앙이 되면 안된다. 손절을 못할 이유가 없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미분양과 인허가의 딜레마

미분양 해소냐, 꾸준한 공급이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처한 딜레마다. 건설업계 최대 현안인 미분양은 골칫거리다. 최근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12월 주택통계 발표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로 지난해 11월 5만7925가구 대비 7.9% 늘어났다. 지난해 2월 7만5438가구까지 늘어났다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연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실 그간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기 때문이 아니다. 적체된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인허가를 제한하면서 줄어들었을 뿐이다.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인허가 물량이 감소했다. 문제는 부동산 선행 지표인 인허가 물량 감소는 공급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주택 공급을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지난해 ‘9.26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및 부동산 PF 대출 보증 확대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12월 주택 인허가는 지난달 9만4420가구로 전월 11월 2만553가구 대비 359.4% 늘어났다. 착공과 분양 역시 각각 3만8973가구로 35.4%, 2만8916가구로 35.2%로 같이 크게 증가해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이같은 인허가 확대는 미분양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 지난달 11월 1만465가구였던 준공후 미분양은 12월 1만857가구로 3.7% 증가했다. 건설사들엔 큰 타격이다. 분양대금을 못 받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갚지 못해 도산으로 이어진다. 최근 태영건설이 PF 사업 좌초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규제 완화에 따라 인허가 물량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더 큰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허가 증가에 따른 미분양 물량을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신혼부부 특례 대출,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도 좋지만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인허가 물량을 잘 조절해 악성미분양 증가, 공급 대란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해결하도록 세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2023121401000714300033921

[EE칼럼] 자원안보의 시작과 끝은 해외자원개발 정상화다

중국 사서중 하나인 대학에 ‘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 事有終始), 지소선후 즉근도의(知所先後 則近道矣)’라는 말이 있다. 사물이나 일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발생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결과를 예측하고 일의 순서를 정해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의 에너지자원 공급문제는 10년 전에 이미 사전 준비를 마쳤어야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에너지자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면 이미 늦어서 당장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원전건설을 계획한다고 해도 전력 공급은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가능하다. 땅 위에 건설하는 발전소의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작아 계획하에 실행하고 관리통제가 가능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땅속에 부존하는 에너지자원은 자원을 찾아서 개발하고 생산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실패는 근본적으로 이런 에너지자원개발의 특성인 고위험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자원, 시간의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2012년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치되고 외면받아 왔다. 그러는 사이에 자원가격의 하락 시기와 맞물려 자원공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져 자본잠식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와 자원공기업은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인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도 했지만 한마디로 ‘자금 투입 없는 공짜 구조조정’만 외치다가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허송세월을 한 셈이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자 우리나라도 국가자원안보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자원안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가자원안보 시스템의 큰 틀이 마련됐다. 93% 이상의 에너지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매년 정부예산의 20%가 넘는 막대한 돈을 에너지자원 수입에 쓰고 있는 한국에게 자원안보는 경제안보를 넘어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이 자원안보의 핵심은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에 있다. 이것이 해외자원개발의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자원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국내에서 필요한 자원의 충분한 양을 항시 도입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고,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국제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국내 비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비축 장소도 필요하고 비축자원에 대한 재고관리도 필수적이다. 또 풍력·이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확대로 인해 필요한 자원의 종류가 늘어나고,비축량 규모가 증가할수록 많은 자금도 필요하다. 국내 비축은 자원의 종류에 따라 2주~2개월 정도의 단기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장기적 대응은 어렵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해외자원개발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광구의 매장량은 개발 후 20~30년에 걸쳐 장기간 생산이 진행되기 때문에 국내 비축시설과 관리를 염려할 필요가 없는 저비용 천연비축기지의 역할을 한다. 제대로 된 해외자원개발은 경제적인 이익은 물론이고 국가자원안보를 위한 든든한 비축기지 역할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 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경험했듯이 단순히 전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의 에너지자원 공급망 문제가 됐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을 중심으로 지구상에는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세계 경제는 점점 구역화되고 있어 언제라도 에너지자원 공급망 위기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기에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대한 지속 가능한 장기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국가자원안보의 파수꾼인 자원공기업에 대한 죽이는 축소형 구조조정이 아닌, 살리는 확장형 구조조정을 실행해 국가자원안보의 시작과 끝인 해외자원개발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유승민 활용법

얼마 전 필자는 에너지경제신문에 ‘한동훈 활용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당시는 정치를 시작하기 직전의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 등의 직으로 영입하자는 의견이 분분한 때였다. 이 칼럼에서 한동훈의 가장 적절한 활용법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에 부적절하거나 그 역할을 잘못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유를 여기서 장황하게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용산(대통령실)과의 거리두기와 수도권 판세에의 영향, 그리고 실질적인 비대위원장 혹은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지역구에 묶어두고 그의 사법리스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바로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을 시키는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칼럼에는 쓰지 않았지만 만일 한동훈을 인천 계양을 지역에 공천한다면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시 이 질문을 한 여권 인사 중 한 사람에게 사견임을 전제로 내 의견을 밝힌 바 있었는데, 비대위원장직은 유승민 전 의원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유승민은 보수적이며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젊은 세대와 여성들에게 지지도가 높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는데 내부경선 과정에서 당시 당선인 측에서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을 밀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것이 공정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본선에서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수도권 중 경기도의 지방권력을 잃었다. 이것은 단순히 경기도 하나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서울과 인천을 이겼는데, 경기도에서 패배함으로써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을 잃었을 뿐 아니라 바로 전 도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각종 의혹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묻혀버렸다. 또 보수정당의 내부 분열이 탄핵의 강을 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앞세워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그다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시작된 첫 사례였다는 점이다. 물론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의 행보만이 아니라 이후 정치과정에서 현재의 국민의힘 주류와 많은 갈등을 일으켰고, 지금도 직설적 비판으로 윤석열 정부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무엇보다 보수통합을 이룰 수 있고, 당시 탈당을 저울질하던 이준석을 주저앉힐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여당 정치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한 얼굴로 한 마디로 ‘불가능’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나는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이고,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개딸 중심의 독재가 극심해지는 민주당과 용산 리스크 및 적어도 당시까지 리더십 부재로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의 상황을 고려할 때, 총선에서의 필승카드는 보수통합 외에는 없고 이를 수행할 현실적 대안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나름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명품 백 소동으로 인한 용산발 리스크는 여전하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준석은 개혁신당을 창당해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러브콜에 유승민 전 의원은 "탈당은 없다", "공천신청도 없다"고 답했는데, "출마는 없다‘가 아니라 ’공천신청은 없다‘는 것은 스스로 국민의힘 승리에 힘을 보탤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수도권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유승민 전 의원을 적어도 수도권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민주당 거물 정치인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길만이 이준석 신당으로 쏠리는 중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국민의힘 인사들은 유승민의 복귀에 부정적이고 일부 보수적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사정이 과거의 관계나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따질 만큼 여유롭지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이 선거에 승리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물론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식물정부 상태로 전쟁과 자국 이기주의가 팽배한 국제관계를 극복할 방법이 있는가. 법안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나갈 5년을 생각하면 AI 시대 국가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도 꿈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지금 쏟아내는 수많은 포퓰리즘적 지원 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4·10 총선에서 질 때, 비로소 최악의 상황은 현실화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길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자의눈] 부활과 테마주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 바둑돌, 예수님, 남근(男根), 대한민국 4대강, 아, 조낸 알흠다운 세상.’지난 2022년 4월 작고한 소설가 이외수 씨가 2009년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남긴 글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4대강 정비가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자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적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죽지 않은 강을 왜 살리냐는 여론이 들끓던 시점이었다. 시간이 흘러 최근 주식시장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4대강 대신 ‘테마주’라는 단어를 넣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죽었나 싶었는데 다시 살아나는 게 참 요사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격인 신성델타테크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작년 말 4만1150원이던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기준 8만9500원까지 올랐다. 상승률은 117.49%(4만8350원)로 두 배가 넘는다. 주가는 특히 26일 22%가 급등했는데 이유는 스위스 테라퀀텀(Terra Quantum)이 흑연에서 상온 초전도성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는 보도가 이유다. 해당 이슈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 ‘terra quantum superconductor’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본 결과 우리가 아는 외신 등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으로 읽혔다. 마치 탈모 치료의 길이 열렸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완벽한 치료제가 현재도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는 테마주의 전성시대였다. 2월부터 7월까지 2차 전지, 8월에는 초전도체 테마와 맥신, 양자컴퓨터 관련 테마가 극성을 보였다. 이외에도 한동훈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계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 테마주가 주목받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는 지난 12월 ‘진화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행진’ 보고서를 통해 ‘손실위험을 확대하는 집중 투자, 특정 정보 맹신 등 비합리적 투자행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비효율적인 투자행태는 투자성과의 지속가능성을 저하시킴에 따라 투자자의 중장기 자산형성을 위해서는 투자자의 행태와 투자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오는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열린다. 정치인 테마주가 한바탕 또 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오르니까’, ‘지인이 권유해서’ 등과 같은 무지성으로 투자한 뒤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또 나올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테마주 투자는 위험하니 투자 시 주의하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외수 작가의 명복을 빌며 그의 글을 빌어 마무리 하고자 한다. ‘아, 조낸 알흠다운 세상’양성모 에너지경제 자본시장부 차장.

[EE칼럼] 거꾸로 가는

급전(給電)이란 실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한국전력공사가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사들인 전력을 수용가에 공급한다. 한국전력거래소는 매일 하루 전에 전력공급계획을 세워 당일 시간대별로 전력을 사들인다. 전력을 사들이는 데는 원칙이 있다. 우선 경제적이어야 한다. 이왕이면 생산비용이 낮은 전기부터 사들여야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싸게 팔 수 있다. ‘경제급전’은 전력산업이 시작된 이래 오랫동안 급전 원칙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그러다 1970년대 2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급전원칙에 변화가 생겼다. 급격한 유가의 상승은 수입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었고, 각국은 자립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1980년대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졌고, 1990년 독일은 전력망접속법을 고쳐 자립적인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우선 접속하도록 했다. 아직은 생산비가 비싼 자립에너지의 발전을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자립에너지를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로 확대돼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 오르면서다.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기 위해 도쿄의정서에 따라 먼저 감축 의무를 지게된 선진국들은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등으로 외부비용을 내부화했다. 석유나 천연가스는 물론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석탄화력발전 비용도 현실화되며 자연히 경제급전보다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급전을 우선시하게 됐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화석연료 발전은 육상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비해 경제 급전에서조차 순위가 밀리는 상황이 됐다.세 번째 파고는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소련 붕괴 이후 파이프로 연결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가스의 수입선을 다변화해 미국의 LNG가 밀려들어 왔지만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유럽에서 다시 태양광 발전 붐이 일었고 자립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에선 자립에너지이자 청정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우선 구매 원칙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우리나라도 2013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홀대하는 정부의 정책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환경급전의 원칙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주에서 실시하던 태양광 발전 출력 제어를 지난해 내륙으로도 확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유예기간을 거쳐 ‘1MW 이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력계통 접속보장제도(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예측 시스템은 오차율이 3%대로 개선됐다. 그리고 전력망의 안정을 위해 출력 제어를 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에 이른 것도 아니고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예측시스템 개발 등 전력당국이 기울여야 할 노력은 소홀히 한 채 보상 없는 출력제어를 남발하면서 더 비싼 가스발전을 사들이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더구나 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93%의 1차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으면서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분야에 480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지난해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2030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높이겠다는 유럽연합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일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재생에너지 발전 출력 제어에 대한 보상제도를 하루빨리 만들고, 소규모 접속보장제도의 폐기는 철회해야 한다. 환경급전의 이유와 효익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조합연합회 이사

[이슈&인사이트] AI와 함께 여는 새로운 저널리즘 시대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4년 우리는 인공지능(AI)의 여명기를 넘어 성숙기에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다. AI기술은 생산성과 비용이라는 이점을 극대화하면서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재편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는 생성 AI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제품에 통합돼 지식근로자들이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 미디어 분야도 AI에 의해 형성된 급류에 휩쓸리고 있다. AI는 뉴스의 제작, 배포, 소비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이에 여러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 큐레이션, 데이터 관리, 운영 효율화를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4년의 저널리즘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광경이다. 이미 진행되는 도전으로 AI 시대에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들을 들여다 보자. 먼저 전통적인 광고에서 구독, 멤버십과 같은 직접적인 수익원으로의 전환이다. 로이터연구소와 옥스퍼드대학교의 2023년 디지털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구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디지털 리더의 73%가 디지털 구독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하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의 뉴스 검색 감소다. 특히 다양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플랫폼의 인기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뉴스 콘텐츠는 갈 길을 잃고 있다. 다음은 AI활용이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저널리즘의 새로운 변화다. 미디어기업들은 뉴스의 백엔드 작업, 즉 데이터 분석 및 초기 보도 작업 자동화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상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인간 저널리스트와 콘텐츠 제작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인적 자원을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스토리텔링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세계 최초의 AI 기반 24시간 TV 뉴스 방송국, NewsGPT의 설립처럼 저널리즘 분야에서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NewsGPT의 혁신은 AI가 뉴스 제작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창의성과 저널리즘 기술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와 인간 기자가 공존하는 뉴스룸에서는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통찰력 및 비판적 사고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AI 저널리즘에서 언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AI 도구는 영어 콘텐츠에 맞춰 개발됐지만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비영어권을 포함한 다양한 커뮤니티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글 콘텐츠를 영어권과 비영어권을 구분하지 않고 미디어 소비자 계층을 넓혀 가는 일이 훨씬 수월해지고 있다. 한편 AI를 활용한 콘텐츠 생성의 발달은 정보의 진실성을 판별하는 데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은 저명인사의 이미지나 목소리를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에서 AI의 윤리적 사용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들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가 이끄는 ‘저널리즘의 AI에 관한 파리 헌장’은 저널리즘에서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침이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오늘날의 미디어 소비자들은 매력적이고 개인화된 경험을 원한다. AI는 이런 요구에 부응해 맞춤형 뉴스 피드와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개인화가 심화됨에 따라 동일한 견해만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에코챔버(echo chamber)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디어 기업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개인화와 다양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널리즘의 미래는 인간과 AI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것이다. AI는 기본적인 보도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저널리스트가 심층 분석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런 협업은 저널리즘의 신뢰성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AI가 뉴스 제작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미디어 소비자들이 AI가 뉴스 콘텐츠를 어떻게 생성하는지 이해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미디어 회사들은 이런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보다 정보에 밝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국 AI의 혁신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미디어 기업이 AI 활용 및 미디어 소비자에 대해 책임감 있게 접근함으로써 얻어진다. 미디어 기업은 AI를 활용하는 동시에 저널리즘의 근본 가치를 유지하는 균형을 바탕으로 정보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계속 유지한다면 AI 시대에도 생존하고 번창할 수 있을 것이다.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기자의 눈] 당국 칼 빼들자

생명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유지 시점 환급률이 일제히 낮아질 전망이다. 감독당국이 불완전판매 관련 소비자 피해 우려와 ‘해지리스크’에 따른 건전성을 들여다보겠단 이유로 보험사 점검에 나선 데 따른 처사다.생보사들이 10년 유지 환급률을 최대 135%대까지 올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환급률을 일제히 낮추는 것은 사실상 업계에 정통 압박이 가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당국은 ‘점검’이라고 칭했지만 이는 사실상 업계 생명력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생보업권은 요양이나 상조 등 신사업 확장이 규제상 막혀있는 상황에서 제3보험의 경쟁력도 손해보험사들에게 밀리고 있다. 출산률 저하 등 업계가 직면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생보사로서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품의 영업력에도 타격을 입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5년시점 환급률에 제재를 가하면서 하반기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율이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환급률을 내리면 생보사로선 또 다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요양이나 상조 등 신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 수익성을 확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판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품에 대한 관여가 커지면 수익성을 지켜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고객으로선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 상품의 환급률이 높은 것은 실제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입을 모은다. 환급률 개정이 이뤄지면 10년 유지 이후 환급받는 이율과 비과세 효과, 종신 보장까지 가능한 상품에 가입할 기회가 줄어들 전망이다. 당국 제재가 절판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 또한 문제다. 실제로 판매 현장에선 최근 또 다시 막판 ‘절판 마케팅’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환급률이 개정되기 전 바짝 영업에 나선 판매자들로 인해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판매채널에서 설명은 줄어들고 계약 실적에 집중하게 되면서 당초 당국이 우려한 ‘불완전 판매’ 위험성은 순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업계에선 상품이 저축성으로 오인받는 등 판매 과정상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면 상품 전반에 압력이 가해지는 방식보다 판매상 과정을 직접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고안되는 것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과 보험사에 가해지는 부작용이 없이 칼을 휘두르도록 감독방향에 대한 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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