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창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작전세력의 진화' 시리즈가 해를 넘겨도 계속되고 있다. 이 기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회계사 이준민과 그 주변에서 벌어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조금 깊이 들여다보는 기사다.
개인적으로 화력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나름 해당 세력에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보니 황당한 의혹도 사고 있다.
기자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회사의 주가를 떨어트리려고 기사를 쓰고 있다는 추측이 이 씨가 최근까지 관여한 카나리아바이오라는 종목 주주들에게서 나온다. 주가를 하락시켜 회사의 지분을 싸게 사려는 세력을 위해 부역하고 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취재를 수년간 하다보니 다양한 투자자들을 접한다. 흔한 유형 중 하나는 '종목이 종교'인 사람들이다. 보유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팩트는 허용을 하지 않는 투자자들이다. 그러다보니 부정적인 지적을 방어하고자 다양한 궤변을 만든다.
주가 하락으로 혼란에 빠진 주주들이 달콤한 이야기를 해주는 채팅방이나 커뮤니티를 찾아 위안을 얻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은 팩트를 지적하는 기사나 당국의 시장 조치 등에 대해 저마다의 해석을 주장하며 무책임한 희망을 전도하기에 바쁘다.
기자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떨어트리려고 기사를 쓴다는 의혹도 그렇다. 이를 고발해 기사를 막아내면 주가가 오르리라는 논리다.
'악재'가 '기사'가 주가를 움직였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달을 보라고 손을 드니 손가락만 보는 격이 아닌가.
솔직히 공매도 세력이나 저가 매수를 시도하는 세력이 결탁하자고 연락을 해온다면 환영할 일이다. '공매도 세력 확인…언론 회유 시도'라는 대형 특종을 낚을 기회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약 10년 전 대형 폰지사기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다. 처음 피해 규모는 700억원 대였는데 나중에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건이 됐다. 기사를 내는 동안 당시 투자자들에게 비난과 오해, 험담을 듣고 심지어 폭행도 당했다. 결국 주범이 구속돼 형을 살고 있는 지금 피해금액 대부분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서 피해자로 전환된 이들 중 수십명이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이 무너지면 따르던 영혼들은 죽는다. 애당초 투자는 신앙이 되면 안된다. 손절을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