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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생각

정부가 주가 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이 새해 첫 행보로 증시 개장식을 찾더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금융당국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를 올리라며 기업들 팔까지 비트는 모양새다. 약발이 있는지 증시도 나름 들썩이고 있다. 이 와중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자꾸 걸린다. 새마을 운동 구호를 외치듯 모두가 이 말을 쓰고 있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접근법이 문제다. 우리나라 증시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큰 게 '정상'이라고 믿는 듯하다. 공부를 한 번도 한적 없는 학생이 시험에서 '0'점을 맞고 '성적이 잠깐 내려간 상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국 증시는 저평가 받은 적이 없다. 지금 주가가 실력이다. 지주사, 중간지주사, 사업회사, 자회사 모두를 상장시켜주는 게 우리다. 기업은 온갖 규제에 발목이 묶여있다.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늪에 빠졌다. 3류급 정치가 경제를 망치고 강성노조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다. 경영 능력 없는 총수 일가 아들·딸이 회사를 망치는 사례는 또 얼마나 많은가. 국민적 사랑을 받던 기업도 '묻지마 무한 계열사 상장'을 하더니 탐욕스러운 경영진과 함께 몰락해버린다.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쏴대며 전쟁을 준비한다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 주주환원 강화 등을 요구하는 정부의 노력이 헛수고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자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생각을 하면 증시 부양의 초점이 단순히 수급에만 맞춰지게 된다. 공부 안 하는 학생에게 문제집만 잔뜩 사주는 꼴이다. 우리나라 증시에 당장 필요한 건 수급이 아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계속해서 진통제만 놓아줄 수는 없다. 이마트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까? 일요일에 문을 열지 말라는 황당 규제를 10년 넘게 받았다. 경제 체질을 구조조정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은 지배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징벌적 상속세는 손보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가능한 공정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투자하고 싶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야 돈이 모이는 법이다. 한국 증시 몸값이 글로벌 표준까지 올라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인사이트] 사과 그리고 유감

'사과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타인 혹은 대중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자신의 진정성을 잘 표현해 사과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를 다루는 '법칙'이다. '사과의 법칙'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 중 공통적인 요소 네 가지를 꼽자면 첫째, 사과는 빠르고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다만'이나 '그러나' 등의 수식어를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히 밝히고,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실행 계획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사과의 법칙'을 강조한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때문이다. 대통령의 신년 대담은, 방영되기 이전부터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일단 여론의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왜 생방송이 아니고 녹화로 방송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20년 넘게 방송 MC를 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는, 정치 관련 인터뷰나 토론은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한다. 녹화를 하면 불필요한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치인 측에서 왜 그 부분은 편집했느냐, 혹은 편집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왜 안 해줬느냐는 항의가 빗발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토론의 경우는 더하다. 상대방은 편집해 줬는데, 왜 나는 편집해 주지 않았느냐는 항의가 쇄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꼴사나운 상황을 보지 않기 위해 현재 대부분의 정치인 출연 시사 프로그램은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대담은 녹화로 방영됐기 때문에 뒷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지적할 부분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라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과는 그 타이밍과 진솔함이 중요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사과는 타이밍을 놓친 감이 있다. 해당 사안의 파장을 줄이려 했다면, 진작에 사과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놓쳐 지지율이 급기야 20%대로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지지율 29%를 기록했다. 이런 지지율 저하는 전적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서 비롯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당 논란이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만일 윤 대통령이 재빠르게 대응했더라면, 상황은 조금 나아졌을 것이라는 말이다. 사과의 시기도 놓쳤지만, 사과의 진정성 부분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라는 부분이 바로 “사과"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인데, 사과는 해석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의 진정성을 자연스럽게 느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송구하게 됐다"는 말 한마디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이다. 더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해야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 속에는 앞서 사과의 법칙에서 언급한 '재발 방지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은 우리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언급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제2부속실을 설치하기도 전에 별 의미 없음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인상을 여론에게 주기에 충분하다. 거기다가 다른 대안 제시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대담은 '사과'라는 측면에 보자면, 의미 부여가 쉽지 않다. 필자는 후보 시절의 윤 대통령을 두 번 본 적이 있다. 두 번 모두 대선 후보 TV 토론 MC를 하면서다. 당시 윤 대통령에게서 받은 인상은 상당히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 솔직함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었는데 그런 윤 대통령의 매력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신율

[EE칼럼] 전기요금, 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적어도 상반기에는 전기요금이 오를 일은 없어 보이지만, 한전의 누적 적자가 여전히 45조 원을 넘는 상황이어서 하반기에는 다시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자회사로부터 중간배당을 통해 3조2000억 원을 받아 총 채권발행액이 한전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송배전망 확충 등 향후 필요한 신규 투자 비용을 고려한다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년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전기요금은 kWh당 총 40원이 올랐으며, 2023년 11월에는 산업용 일부에 대해 10.6원 인상한 바 있다. 누적 부채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의 자금난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필요한 인상 수준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요금 인상 폭을 기록하였기에 정부와 정치권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해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정작 더 중요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람직한 전기요금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요금규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한전을 비롯한 전력산업 전반에 걸쳐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 중이기 때문에 거버넌스 체계 정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독립적으로 전기요금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춘 규제위원회가 설립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총괄원가에 따른 전기요금 조정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총괄원가에 따른 요금조정이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것은 2013년 11월이니, 벌써 10년도 넘는 시간 동안 전기요금 산정원칙과는 별개로 전기요금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후에는 중장기 과제로 총괄원가 규제를 유인규제 체계와 접목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연도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총괄원가 중 전력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85% 내외이다. 미국 전력회사의 총괄원가 중 발전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비중이 다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전의 총괄원가 중 발전비용의 비중이 높은 것은 국토가 좁고 대다수의 인구가 도시에 밀집돼 있어 송배전 비용이 낮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이러한 발전비용은 한전이 통제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모든 전력거래는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한전은 전력시장의 가격결정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한전이 거래비용을 낮춰 총괄원가를 낮추고 싶어도 낮출 수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발전비용은 대부분 국제 연료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한전의 총괄원가는 국제 연료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연료비용은 총괄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료비용은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만 그 외의 비용은 사업자가 어떻게 경영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절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즉 사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은 별도의 유인규제 체계를 적용하여 비용 절감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의 전력산업을 둘러싼 환경에 주요한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정책당국은 안정적 전력공급뿐만 아니라 에너지효율 향상,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등을 추가적인 목표로 설정하게 됐다. 전통적인 전력산업의 목표는 전력공급사 본연의 역할에 기초를 두고 있어 관련 비용이 일반적인 총괄원가의 요건에 부합하면 전력공급을 통해 회수가능한 성격을 지니는 반면, 새로운 정책목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경우 유틸리티의 일반적인 원가와 성격을 달리 해당 비용의 규모도 커졌다. 이제 우리 전기요금 규제체계도 선진국 처럼 이원화해 한전이 책임질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해 정말 한전과 한전 직원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받도록 바꿔야 할 것이다. 반대로 최근 몇 년의 상황처럼 외부의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했더라도, 내부적으로 통제 가능한 부분에서는 비용효율화를 달성했다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한다. 또한 전력산업 환경변화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비용을 적절히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전기요금과 관련한 대부분의 논의는 단순히 요금 인상 폭을 얼마로 할 것이냐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요금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요금을 규제하는 전반적인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연제

[기자의 눈] 글로벌 선거의 해, 탄소중립 갈림길

2024년은 '글로벌 선거의 해'다. 전 세계 76개국의 나라에서 치러지는 각종 선거에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42억 명의 인구가 투표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유럽연합(EU)의회 선거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가 집권하고 유럽의회도 최근 득세하고 있는 극우세력이 장악할 경우 현재의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등에 대한 각국의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선거를 앞둔 글로벌 민심은 탄소중립에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연합(EU)은 기업들의 탄소 중립 실현을 강제하기 위해 2022년 제안한 법안의 규제 대상에서 금융 기업을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덴마크과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늘리기 위해 1998년 체결된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탈퇴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해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루고, 이후에도 휘발유·경유차 중고차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는 유지하겠지만 가계의 생활비 부담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낵 총리는 미국이 모두에게, 특히 스스로에게 밀어붙이고 있는 터무니없는 '기후 의무'를 매우 실질적으로 되돌렸다"고 평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서 날아온 전혀 처리되지 않은 더러운 공기 속에 숨 쉬면서 불가능한 것에 수조 달러를 쓰며 즐겁게 굴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모두는 매년 석탄화력발전소를 수백개씩 짓고 있으며 독일도 막 여기에 동참했다"면서 “수낵 총리가 너무 늦기 전에 이런 사기를 알아챈 것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측은 이같은 변화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공격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부터 기후변화를 중국이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미국을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시키기도 했다. 유럽 의회도 6월 선거에서 우파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년 동안 에너지 위기와 생활고 등으로 극우 정당들의 세력이 커지고 시민들의 각종 보조금 요구 시위가 빗발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계에서도 이같은 글로벌 정세 변화에 따라 탄소국경세 등 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안들의 변동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업들의 실적둔화는 물론 한전 적자, 민생고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총선 전후로 에너지안보를 고려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소형모듈원자로 사업화는 민간기업 중심으로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수단으로서의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원자력 선진국들이 모두 SMR 개발에 뛰어들었고,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이미 여러 기가 운영 또는 건설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에 개발된 SMART의 해외 수출을 모색하는 한편으로 경제성, 안전성, 운전편의성 등을 더욱 강화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SMR 개발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총 3992억원(국고 2747억원 포함) 규모의 사업으로, 2028년까지 설계개발과 검증 및 규제기관 인증(표준설계인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상용 용융염원자로를 비롯한 다른 원자로형 개발은 물론 민간기업과 외국 SMR 개발업체와의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공기업 중심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통해 대형원전 기술의 독립과 선진화를 이루고, 국내 건설과 해외 수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 공기업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책연구기관과 대학이 기술개발과 검증을 지원하고 민간기업이 설비 공급과 건설에 참여하는 국내 원자력 산업체계의 경쟁력은 국내외 대형원전 사업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현재 i-SMR 개발도 공기업과 국책연구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민간의 관심이 높고 다양한 전문기술의 도입도 필요해 40여 민간기업이 분담금을 부담하며 참여하고 있다. 개발되는 i-SMR의 사업화에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훨씬 더 커져야 한다는 데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i-SMR 최초호기 국내 건설 사업을 공기업 중심으로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형태로 신속하게 착수해야 한다. 둘째, 본격적인 국내외 건설에서는 민간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국가 차원의 원전기술 개발 역량은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이 중요한 이유를 좀더 살펴본다. 최초호기의 신속한 국내 건설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최대 쾌거인 APR1400형 원전 4기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은 같은 노형인 신고리 3·4호기(현 새울 1·2호기) 국내 건설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에 세계 최초로 규제기관 인증을 획득한 SMART 원자로의 해외 수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국내 건설계획이 없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i-SMR은 새롭게 도입되는 모듈형 원자로이므로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이 협력하여 위험을 분담하면서 성능을 실증하고, 향후 본격적인 상용화에 필요한 상세설계, 제작·건설, 운영기술 등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민간 대기업들은 최초호기 건설사업에 참여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스스로 사업을 주도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주도 사업화가 중요한 첫째 이유는 SMR의 이용 분야와 운영 방식이 매우 다양하여 소수의 공기업 중심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철, 반도체, 화학 분야의 에너지 다소비 대기업군은 주도적으로 SMR을 건설·운영하면서 필요한 전력이나 열을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폐쇄될 화력발전소를 대체하여 기존 발전공기업이 민간기업과 협력하여 SMR을 건설·운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숨어있는 외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민간기업이 더욱 유리할 것이다. 민간 대기업들은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지금은 세계적 영향력이 더 크다. 물론 한수원은 대형 원전 국내 건설·운영 및 수출사업을 계속하면서, i-SMR 최초호기를 포함하여 국내외 i-SMR 건설사업을 계속해야 한다. 즉, i-SMR 사업화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양날개 전략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전 기술개발역량 유지·강화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기적적으로 구축한 원전 개발 및 설계·건설 사업체계는 자유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i-SMR 개발사업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SMR의 개발과 사업화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확대하더라도 국가적인 기술개발역량의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본이 지배한 웨스팅하우스의 사례나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배경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이 i-SMR 사업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제도적 측면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SMR이 안전성과 운전유연성 등의 장점을 살리면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와 안전규제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전력수급기본계획에 i-SMR 건설을 반영하고, 이를 위한 추진 일정 및 체계 등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착수하기를 기대한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슈&인사이트] 한국 교육의 서글픈 현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독일 사람 안톤 숄츠(Anton Scholz)씨가 쓴 『한국인의 이상한 행복』(문학수첩, 2022)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책이면서 고마운 책이다. 한국인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교육에 대한 것도 있다. “유치원 입학시험이 있는 곳도 있다"(151면), “교과 선행 학습은 물론, 한국의 사교육 산업은 줄넘기나 레고 만들기처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것조차 학원에서 배워야 할 과목으로 만들어 낸다"(154면)는 지적은 정곡을 찔렀다. “중요한 것은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156면), “독일 학생들은 1시간씩 1주일간 수영을 배우면 웬만큼 하는데, 한국에서는 6개월이 걸려도 수영을 제대로 못하는, 말하자면 '가르치는 척'하는 교육"(156면)에는 할 말이 없다. “한국인의 영어 수준은 높아졌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문 편"(156면), “독일에서는 잘 배우려고 시험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시험을 잘 보려고 배우므로, 가장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한국 교육의 특징"(159~160면)이라는 대목에서는 감탄하게 된다. “무엇을 배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시험을 통과할지에 교육의 초점이 있는 한국"(160면)이라는 비판은 설득력 있다. 대학 교수들은 요즘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학생들이 점점 좌경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이 아주 조금씩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좌경화의 원인은 정치권과 좌파 경제학자들의 영향이 크다. 백광엽 지음, 『경제 천동설 손절하기』(미래, 2023)를 보면, “한국에는 '따뜻하고, 착한 경제학'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는 자칭 진보경제학자 그룹이 존재한다. 서민을 위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진심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부류다. 이들은 여러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고 검증되지 않은 '진보 경제정책'으로 폭주했다. '사람 중심 경제'라는 깃발 아래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기획하고 밀어붙인 일단의 학자들이 대표적이다"(11면, 들어가는 말). “진보경제학자의 대부 변형윤 교수가 직접 '학현학파'로 거론한 4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등 자칭 진보정부에서 큰 감투를 썼다. 정권을 바꿔가며 두세 번씩 요직에 오른 이도 수두룩하다"(105면). 해가 갈수록 성적이 나빠지고 있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에 있다. 시험이 공부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피할 수 없다. 한글학회가 '한글 전용'을 주장해 관철됐고, 학생들이 '익일', '작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금일'을 '금요일'로,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알아듣는다. 그런데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보는 '심화수학'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 미적분은 '수학의 꽃'으로서 자연과학ㆍ공학 분야에 핵심 역할을 하는 데다, 인공지능(AIㆍ기계ㆍ원자력ㆍ바이러스 증식 등의 현상을 분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과학 영역인 경영, 경제, 사회학, 심리학 등 분야에서도 기본적인 통계학 지식을 학부 수준에서 다루기 때문에 그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에도 미적분은 필수다. 기계공학의 근본인 뉴턴 역학은 힘(벡터)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기하 과목에 대한 기초지식 없이 벡터를 좌표계 및 대수로 연결하는 개념을 접하게 되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하를 모르고 어떻게 기계를 만들고 건축설계는 어떻게 하나. 숄츠씨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시험과 무관한 공부를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데, 오히려 수학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노라 자화자찬하는 장관은 화성 사람인가? R&D 예산도 크게 줄었다. 정부가 우주 분야 육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서 우주 분야 기업을 지원하는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사업 등이 대폭 삭감되었다. 과학자와 대학교수들을 화나게 해 간단하게 적으로 돌려놓았으니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는 이미 정해진 것 아닌지?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기자의 눈] 총선에 묻힌 금융법안

송두리 금융부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금융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오는 19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그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금융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은 폐기 수순을 밟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과 행정안전위원회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 등이 있다. 산은법 개정안은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뚜렷한 법안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산은 본점은 '서울'에 둔다는 기존 산은법의 문구를 '부산'에 둔다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두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산은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산은의 부산 이전 명분이 뚜렷하지 않고 제대로된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반면 새마을금고법 개정안과 수은법 개정안은 여당과 야당이 크게 이견을 보일 만한 법안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새마을금고법 개정은 지난해 11월 새마을금고가 발표한 혁신안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개정안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단임제로 하고, 전무이사와 지도이사를 경영대표이사로 통합하는 등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은법 개정안은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확대되면서 각종 정책금융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수은으로부터 수출 금융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방산업계 중심으로 수은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큰 상황이다. 산은법과 같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법안의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는 금융 법안들을 보면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의식해 대치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 국면에 국회의원들의 모든 관심이 공천에 쏠려 있어 우선순위가 아닌 금융 법안은 논의 대상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만큼 금융법안의 처리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회만 바라보고 있던 업계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기업가 정신 살려 저성장 파고 넘자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한국경제는 2024년 새해에도 그리 밝지 못하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니아-러시아 전쟁 장기화와 중동 분쟁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우리가 어찌 해볼 수 없는 불안 요소와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과 기업의 투자 둔화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요인으로 올해도 2% 초반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경기 위축 이후 기저효과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기저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경기 회복력이 약화된 것은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체적인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완전고용 상태에서 물가상승을 일으키지 않는 최대성장률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 추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23년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 3.5%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져 올해는 1%대 중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하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에 대다수 기업인들이 동의한다. 제도적 환경은 한마디로 '규제'다. 규제는 집행력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제재가 따르게 마련이다. 규제가 불합리하거나 과도해서 순응하기 어려우면 불합리한 제재가 수반되고 기업인들은 전과자가 된다. 법을 어긴 사람이라면 정치인, 기업인 가릴 것 없이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에 동반되는 과도한 처벌은 기업인의 기업가 정신을 꺾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막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2021년 한경협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6개 중앙부처의 경제관련 법령 301개 중 6568개의 기업 형벌 규정이 있다. 이 가운데는 이중 삼중 처벌도 있으니 '기업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인 과잉 처벌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하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만 대부분이 번번히 문턱을 넘지못한다. 이렇게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개선하기 어려운 것은 정치권에서 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인은 감시,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문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인을 극진히 대접한다. 1995년 삼성전자가 영국 윈야드에 7억달러를 투자할 당시 영국은 투자금의 20%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공장 준공식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왕실 유력인사,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영국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조그마한 미지의 국가에 불과했겠지만,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최고의 예우를 제공한 것이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에 관련된 인사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0년 9월 검찰 기소로 시작된 사법적 다툼이 3년5개월이나 지난 2024년에야 겨우 1심이 끝난 것이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다행이지만 그간의 조사, 심리절차 등을 위한 시간과 재정적 비용, 돈으로 계산이 불가능한 기업과 기업인의 평판 훼손 등 해당 그룹과 경영자도 많은 고초를 겪었다. 여기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검찰 조사에 대한 국민의 불편한 시선, 언제 내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경영자들의 불안감 등 사회적 자본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그것이다.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사회적 자산을 잃어버린 셈이다. 기업인들은 최고의 예우를 기대하며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누가 괴롭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른다. 이제 기업인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자. 나아가 기업인의 공을 그대로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고, 후세들에게 부모세대만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EE칼럼] 해묵은 전력망 문제 해법은?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지금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해묵은 난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전력망 문제도 그중 하나다. 동해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송전망 부족으로 이미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이 급격히 늘어난 제주도나 서남해안 지역도 변전소 증설은 물론 남아도는 전기를 융통할 수 있는 송전망 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재난으로 인해 전력망의 복원력과 신뢰도 유지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의 전력망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발전소 신설에 따른 전력 수송을 위한 송전계획도 함께 수립한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는 계획대로 추진되는 송전망을 찾아보기 어렵다. 수년씩 지연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HVDC, 765kV 등 시급한 국가 기간송전망은 하세월이다. 현재 상태라면 언제 설비 준공이 가능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한전은 오직 대용량 송전망 신증설이라는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충분하고 강건한 전력망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발연대인 1970∼1980년대에 시작된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신설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수요는 늘어나고 대규모 발전소가 해안선을 따라 집중적으로 건설됐다. 거리는 멀지만 한꺼번에 많은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이 비용도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법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더는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력산업의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력 수요 또한 산업구조 변동과 인구 등의 영향으로 수년째 거의 정체 상태다. 수도권 집중이 계속된다고 하지만, 전기 다소비 산업의 지역적 분산으로 수도권의 전력 수요 비중은 더 이상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송전망 건설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원거리 송전망은 발전소와 달리 많은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이해관계자가 많다. 자기가 사는 지역으로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송전망 건설을 위해서는 당연히 각종 보상비용이 들어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비용으로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환경 훼손, 경관 문제 등으로 인해 건설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로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전력산업을 지탱해 오던 대규모 발전과 원거리 송전이라는 패러다임이, 앞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시스템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도 지금까지의 대규모 공급중심의 방식에서 수요중심의 분산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대규모 발송전설비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우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 열병합 등 분산형 전원과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거나 심지어 역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몇해 전 분산에너지를 활성화법을 마련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한전이 독점하는 송전사업에 민간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송전망 건설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민간의 역량과 자본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상풍력단지로부터 송전망 건설을 위해 해상풍력 설치 시 송전망운영자(OFTO)를 선정하고 있다. 우리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송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접근방식을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한계에 달한 한전의 재무적 문제를 제외하면 정부나 한전이 송전망 문제를 해결할 묘안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공급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전력수급 구조상 기존의 송전 방식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필수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현재의 전력 수급은 지역 간 불균형이 매우 크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체 발전 설비가 거의없는 지역도 많다. 이는 타 지역 전력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체로 전기가 남아도는 지역은 발전 설비 건설이 쉬운데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을 쓰는 산업체나 시설이 적다. 이런 지역 간 불균형이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송전망을 구축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이제는 송전망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새롭게 전력 수요를 유발하는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시설을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송전수요를 줄일 수 있다면, 막대한 전력망 확충비용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분산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술경제적 토대는 만들어져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과 시장 신호만 작동하게 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발시대의 패러다임과 마인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확장의 시각에서 계속 설비 스톡만 늘리는 방식은 시스템의 진화를 저해할 뿐이다. 전력망 구성에 대한 의사결정 기준과 구조도 바꾸어야 한다. 개발연대의 경험과 사고는 진화하는 기술 변화와 다원화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국가 전력망 구축에 대한 접근방식도 혁신이 필요하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기자의 눈] 금융주 주가 급등세...중장기 추세로 이어져야

연초부터 금융주 주가가 급등세다. KB금융 주가는 1월 8일 5만2200원에서 이달 현재 6만3000원대로 20% 넘게 급등했고, 이 기간 하나금융지주(31.15%), 우리금융지주(17.72%) 등도 강세를 보였다. 한화생명(44.25%), 미래에셋생명(36.6%) 등 보험사 주가도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금융위원회가 국내 상장사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기업 특성을 고려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금융주 주가에 불을 지폈다.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데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금융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간 우리나라 금융주는 사상 최대 실적, 주주환원 확대 등의 온갖 노력에도 기를 펴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금융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한쪽에만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 은행들을 향해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비판에 은행들은 즉각 '억' 소리나는 상생금융을 내놨고, 이는 작년 한 해 순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정부가 은행권의 비은행 및 비이자이익 확대, 글로벌 진출 강화 등을 독려하거나 이에 대한 규제 완화에는 미온적이면서 이자이익 비판에만 혈안이 된 점은 여러모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방침이 향후 금융사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투자자들이 보험, 은행을 포함한 금융주의 밸류에이션보다 정부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최근 금융주의 주가 강세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언제, 어떻게든 금융당국의 기조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금융사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상일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주의 저평가 현상, 그리고 금융사를 향한 정부의 온당치 못한 비판과 규제는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금융주의 주가가 '반짝' 강세가 아닌 중장기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고,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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