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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패권전쟁’ 시작…규제보단 지원 절실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AI 패권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실정은 지원보단 규제 일색이다. 지난 13일 정부는 민간기업과 처음으로 AI 관련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첫 파트너는 국내 기업이 아닌 글로벌 빅테크 공룡 ‘구글’이었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은 앞다퉈 축사를 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구글의 공동 인재 양성 추진 계획도 발표되는 등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대한민국을 향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도 한국 시장 공략을 시사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협력 확대와 인재 양성 지원은 환영할 일이지만, 취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면서 내심 씁쓸했다. 막대한 기술력과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의 참전에 꺾여버린 토종 기업들의 사례를 이미 무수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시장이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처럼 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자체 초거대 AI를 구축하고 킬러 서비스를 선보여야 ‘AI 식민지’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술 주권을 빼앗길 경우 데이터 국외 반출 우려, 비용 면에서 손해 발생 가능성도 제기한다. 앞서 국내 앱 생태계는 구글·애플의 수수료 인상에 한바탕 몸살을 앓았으며, 현재 챗GPT의 경우 영어보다 한국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비용 부담이 더 크다. 국내 AI 기술은 전 세계 6위, 초거대AI는 미국·중국에 이어 톱3에 들 만큼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카카오 ‘코GPT’를 비롯해 LG, SKT, KT 등도 초거대AI를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은 자국 서비스 경쟁력을 위해 ‘사명감’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무조건 외산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테니 지켜봐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시장 진입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도 공공영역에서 국내 기업과 협업을 통한 투자 확대나 세제 혜택 등의 전략적인 지원은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업 때리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대한민국의 ‘AI 주권 확보’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디리스킹과 ‘화이부동’의 한중관계 발전

트럼프 정부 이래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추진돼 온 미국의 공급망 분리 중심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정책이 지난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디리스킹은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나가자는 취지로 제안된 개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책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과 다양화를 추구하고 무역을 차단하지 않는다면서 디리스킹의 주요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를 언급했다. 미국 정부가 첨단 산업분야 등에서 중국을 완전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물밑에서는 협상의 손을 내밀며 ‘중국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해 디리스킹을 강조하고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디리스킹으로 미중관계가 완화할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중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한중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중국은 그간 한국에 대해 보복수단으로 써왔던 ‘수입 통제’가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수출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전통적인 라이벌 국가인 일본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상당히 냉담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큰 한국이 디리스킹 상황에 따른 새로운 전략을 전개해야한다는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모호한 정책으로는 험난한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갈 수가 없다는 인식 아래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중국관계에서 강한 버팀목이 없으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그 정책기조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도 주변국이자 주요 교역대상국이므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양국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 언급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으로 빚어진 경색국면이 좀처럼 호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자카르타 아세안외교장관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간 회담이 한중관계 발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강 외교부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왕이 위원이 대신 참석하면서 박진-왕이 회담이 이루어졌는데 ‘전랑외교’의 대표격인 친강 부장 대신 한반도문제 등 국제정세 전반을 꿰뚫고 있는 왕이 위원과의 회담이 오히려 양국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회담 개최 시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2차 시험 발사 도발(12일) 직후였다. 양측은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했다. 또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인적교류 확대,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 실질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한일중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왕이 위원은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박진 장관은 한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왔고 이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대만문제와 관련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중국이 "한국과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협력하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군자의 길을 추구하겠다"고 표명한 점이다. 사실, ‘화이부동’ 방식은 작년 8월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장관이 제안했는 데 이번에 왕이 위원이 화답함으로써 앞으로 새로운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EE칼럼] 탄소시장 동맥경화 근원은 한전의 전력시장 독점

근래 들어 흔히들 탄소 배출권 시장이 온실가스 감축에 제 역할을 못한다고 평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출권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전력이 소매전력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 시장이 경직돼 있다 보니 가격 인상요인이 있어도 적시에 전기요금을 올리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전기요금과 분리시켜 배출권 구매비용을 담은 기후환경요금이란 항목을 신설했지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배출권 구매비용이야 객관적으로 나오지만,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각종 효율 개선 시설투자나 이를 위한 인건비 등 다른 모든 비용 요인은 투명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발전사에게 온실가스를 자체 저감해서 배출권을 판매하도록 유도하기는커녕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배출권을 구매해서 써 버리고 소비자에게 기후환경요금으로 청구하도록 간편한 퇴로를 권장하고 있다. 이것이 배출권 수급 균형 불균형의 근본 원인이다. 한때 4만원 넘게 치솟았던 탄소 배출권 가격이 최근 일부 상품은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2050 탄소중립까지는 아니더라도 2030 감축목표도 벅찬 상황인데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이처럼 바닥을 기는 것은 2018년부터 도입된 배출권의 이월제한 (잉여 배출권을 미래 연도 사용을 위해 무제한 저축하는 것을 규제) 정책 탓이다. 기업들은 배출권이 남아도 묵혀두려는 경향이 커서 시장에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월제한 정책이 없으면 배출권 매물 공급이 부족해 가격 폭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니 해당 규제를 풀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배출권 수급불균형의 근본 해법은 일반인들이 거래하는 주식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보통 주식이라는 자산을 살 때는 가치의 증가, 곧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산다. 그럼 언제 주식을 매각할까? 전업 투기꾼처럼 가격 하락장에 배팅해 공매도라고 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방식을 제외한다면 결국 다른 투자처가 있다든가 생필품을 구매하는 등 실질적으로 현금이 필요할 때다.배출권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단 할당을 받은 배출권을 기업들이 팔려고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첫째로, 전통적 ETS(Emission Trading Scheme)의 개념대로 온실가스 저감 비용이 배출권의 매각대금보다 저렴할 때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부분 에너지 효율이 최고 수준이므로 저감 비용이 배출권 매각대금보다 적기가 힘들어 조건이 성립되기 쉽지 않다. 더구나 향후 고효율 에너지 저감 사업이 진행될수록 추가적인 저감 잠재력이 더욱 줄어들어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둘째는, 온실가스 저감 비용이 상품가격에 쉽게 전가될 수 있을 때 배출권 매도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이것이 핵심이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에게 모든 저감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탄소집약적인 제품을 쓰는 최종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제품에 대한 가격 부담을 늘려 수요를 줄임으로써 궁극적인 저탄소 사회로 나가자는 게 근본 취지다. 물론 일부 산업부문은 값싼 해외 제품들과 가격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사리 탄소 저감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부도 무상할당 여부를 결정할 때 해외무역집약도를 감안한다. 또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G7을 정상회의에서도 언급한 기후클럽 등도 무역장벽화을 통해 가격 전가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발전전환 부문에서 발생한다. 한국은 해외와 전력 그리드로 연결이 안돼 경쟁에 노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가격 전가가 자유로워야 한다. 늘어난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전력 도소매 시장에 온전히 전가시켜 소비자 요금에 반영만 하면 된다. 오히려 발전사는 온실가스를 감축한 만큼 배출권을 매각해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발전사 입장에선 어차피 전기 판매가에 얹어 보전받을 수 있으므로 비록 비싸더라도 적극적인 감축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이 소매시장의 독점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물론 한전은 태생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지금도 고스란히 온갖 비용인상 요인을 온몸으로 혼자 막고 있는 고충을 100% 이해한다. 최근엔 고용된 근로자일 뿐인 임직원들까지 고통 분담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강요하는 입장인 대주주로서의 정부도, 독점화된 시장이기 때문에 직접 민생을 보듬고 한전 경영합리화까지 감시해야 한다는 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결국 ‘변을 못 봐서 소화도 안되는’ 상황을 두고, 입맛이 까탈스럽다는 둥 표면적인 문제만 지적하는 상황이다. 말단의 전력 소매 시장으로 가격 전가가 막힘 없이 이뤄질 수 있게 관장(灌腸)을 해줘야, 근본적으로 업 스트림에 존재하는 탄소시장도 원활히 소화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근본 원인을 외면하고 엉뚱하게 탄소 배출권 시장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무지에서 오거나 혹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1군 발암물질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공포가 쓸고 간 자리에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무(無) 아스파탐’을 내건 술 제조업체 마케팅이 등장한 것이다. 경쟁사가 아스파탐 대체제를 찾느라 분주한 사이 아스파탐 없는 술을 내걸고 홍보에 나선 일부 막걸리 제조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 관련 기사를 보도한 이래 일부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제품 홍보를 위해 무아스파탐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실제로 배상면주가는 지난 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7월 한 달 간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막걸리 전 품목을 1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며 프로모션 소식을 알렸다. 같은 날 편의점 CU와 손잡고 막걸리 신제품을 내놓은 더본코리아도 보도자료에서 "쌀과 물, 발효제 3가지 재료만을 사용했으며 아스파탐 등 감미료를 일정 사용하지 않아 쌀 고유의 담백한 단맛만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아스파탐을 뺀 막걸리를 이른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삼은 점이다. 물론, 식품·유통가에서 발암물질로 낙인찍힌 아스파탐을 줄줄이 ‘손절’ 중인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노려 매출 확대에 나선 점은 현명하다. 다만, 이들 업체가 홍보하는 품목이 주류라는 점에서 역으로 소비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술(알코올)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로 꼽힌다. 막걸리는 5도~11도에 이르는 알코올 도수를 지닌 엄연한 술이다. IARC는 발암물질을 그 위험도에 따라 1군·2군·3군으로 분류한다. 1군은 ‘확정적 발암 물질’로 가공육·술 등이 속하며, 발암성 측면에서 상관관계가 있다고 공인된 물질을 뜻한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은 발암 가능성은 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을 의미한다. 등급만 보면 아스파탐이 1군 발암물질인 술보다 발암 위험도가 낮다는 말이다. 또, 과거 2B군으로 분류된 사카린나트륨과 커피가 각각 3군(발암성 여부를 판단할 증거가 없는 물질)으로 재분류되거나 아예 제외된 것처럼 추후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아직 과학적 근거도 부족한 인공감미료를 발암물질로 악마화하고 소비자 혼선을 일으키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inahohc@ekn.kr조하니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데스크 칼럼]

지난 11일 초복(初伏)에 서울과 대구에서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찬반집회가 열렸다.서울 종로 보신각에선 ‘식용 종식(반대)’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식용 권리’를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가 같은 장소에서 마치 견원지간(犬猿之間·개와 원숭이간 적대 관계)처럼 서로 헐뜯기 바빴다.대구에서는 동물보호단체가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시장’을 빨리 폐쇄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구 칠성시장 내 식용 개고기 도살시설과 철창살 개우리 등이 개고기 불법유통 및 혐오시설인 점을 강조하며 조기폐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개고기 식용 찬반 움직임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지만 양측의 주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럼에도 반려동물(반려견)을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식용 반대의 여론이 더 많아지고, 개 식용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실제로 국내 민관 기관과 단체들이 참여한 ‘개 식용 문제 논의 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개고기 먹지 않는다’는 비율이 85%,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 없다’도 80%를 넘었다.사실 개고기 식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정도로 알려졌다. 중국과 베트남도 경제 성장과 함께 반려동물 인구 증가, 동물보호 인식 확대로 우리처럼 식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과 국가 차원의 식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우리나라의 경우, 개고기 식용은 가장 가까운 조선시대에 성행할 정도로 하나의 식문화로 받아들여졌고, 근대화를 거치면서도 1980년대 중반까지 복날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었다.그럼에도 개고기 식문화를 모든 국민이 선호하지 않았고,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일시적인 제한조치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반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 식용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05년 정부는 ‘식용건 위생관리 정책연구’를, 2008년엔 서울시도 조례로 개 식용 합법화를 추진했고, 그 해 여름부터 보신탕업소 위생검사를 하면서 ‘제도권 내 관리’를 통한 합법화를 용인했다.이렇듯 개고기 식용을 놓고 찬반 대립은 반복돼 왔고, 그럴 때마다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양측간 소모전만 이어져 오고 있는 형국이다.무엇보다 작금의 개고기 식용 논란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관련법의 모순된 조항을 수정하고 일원화시키는 작업을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축산법으로는 엄연히 개를 가축으로 규정해 놓고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으로 가축에서 배제시키는 모순적용으로 사실상 개의 도살과 개고기 가공·유통을 양산하는 꼴이 돼 버렸다. 그런 상태에서 식품위생법으로 개고기가 식품원료가 아니라고 정의해 버려 개고기 식품을 만들어 파는 업소를 위법의 망에 걸려들게 했다.개(고기) 관련 법들마다 규정이 서로 배치되니 개 사육업자나 개고기 판매유통업자의 ‘왜 개고기만 금지시키려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대안도 없이 공방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행위다. 차라리 격년마다 개고기 식용 인식과 유통 시장 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토대로 개고기 식용사업의 축소·전환을 유도하길 제안한다. 개고기 산업은 사양산업이다. 반려견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나고 있어 ‘관습상 보양음식’이 발 붙일 곳은 좁아지고 있다. 기존의 개고기 도살 및 유통 사업자들에게는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한시적 합법 운영을 허용해 비위생적, 비윤리적 도살과 유통 문제점을 해소해 일정 수준의 수익구조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보양식품 업종으로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E칼럼] 유연한 에너지 시장, 발칙한 꿈일까?

LNG 탱크가 꽉 찼다. 이른바 ‘탱크탑’이다. 빨리 탱크를 비우고 값이 싸진 LNG를 채우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가스공사나 LNG 직도입 자가용 발전회사나 지금 탱크를 채우고 있는 값비싼 LNG는 어떻게든 빨리 처분하고 보다 값싼 LNG를 채워 놓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발전용 LNG를 싸게 팔아치울 수 있어야 한다. 도시가스는 쉽지 않다.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나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정해져 있어서 단기간에 여기서 판매량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발전용을 싸게 처분해야 한다. 네거티브 가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저부하 석탄발전 가격보다 싼 값에 팔겠다고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탱크에 꽉 차 있는 LNG를 매입가격보다 왜 싸게 처분해야 하는가. 언뜻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은 말이 된다. 기왕 사들인 LNG에 쓴 돈은 매몰비용이다. 이미 지불했거나 또는 어차피 지불해야 할 비용이다. 이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비용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매몰비용 건질 생각은 하지 말고 앞으로 가장 수익성 있는 일을 해야 한다. LNG 국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니 빨리 탱크를 비우고 날로 싸지는 LNG를 붙잡아서 탱크에 넣어 놓는 것이 좋다. 2020년 봄,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 미국의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있다. 코로나로 수송수요가 격감해서 기름 수요는 떨어졌고 전 세계적인 공급은 큰 변화가 없어서 탱크마다 원유가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비싼 돈을 지불한 기존 원유재고를 빨리 팔아치워 탱크를 비운 다음 더 값싼 원유로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돈을 얹어 주고 탱크에 차 있는 원유를 팔아치우는 마이너스 원유가격이라는 기괴한 현상이 발생했다. LNG 탱크를 빨리 비우는 것이 우리 전력시장에도 좋은 일일까.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선 일시적이나마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될 수 있다. 전력시장 도매요금인 SMP를 결정하는 것은 발전용 LNG 가격인데, 가스공사와 LNG 직도입 회사가 LNG를 값싸게 발전회사에게 판다면 당장 SMP는 떨어질 것이고 한전의 구입전력 비용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가스 도입회사, 발전회사, 한국전력 그리고 소비자에게 다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혁명적 사고를 우리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이 감당할 수 있을까?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이런 과감한 결단을 하기는 어렵다. 일단 자체 감사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산업부의 부처감사는 물론 감사원의 감사도 무사히 배겨낼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국제 LNG 시세가 싸더라도 비싸게 사들인 것을 일부러 값싸게 처분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발상은 가스공사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더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긴 하지만 비싸게 산 LNG를 값싸게 처분해 일시적 손해를 감당하는 일은 아직 우리 민간기업의 생리상 경영진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스공사도 민간기업도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없는 배경에는 제도적 요인이 있다. 바로 전력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현재의 전력시장은 비용평가풀(CBP)로 운영되고 있다. 비싸게 구입한 연료를 쓰고 있으면 발전한 전력을 싸게 팔고 싶어도 싸게 팔 수 없다. 오래전부터 필자는 빨리 비용평가를 벗어나서 가격입찰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담합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격입찰은 쉽게 도입되지 않고 있다. 가격입찰 시장이 성숙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타났을 때 기민한 LNG 발전소는 아주 싼 가격으로, 심지어는 마이너스 가격으로 생산된 전력을 팔고 가스탱크를 비울 것이며 이를 더 싼 LNG로 채우려고 할 것이다. 현재의 공기업 체제와 전력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을 수용할 만큼 제도적으로 유연하지 않다. 비전을 갖고 몇 년 내에 가격입찰을 시작한다고 출범했지만 지난 23년 동안 우리 전력시장은 비용평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결국 에너지 시장의 경직적 제도가 그 시장에서 움직이는 기업들의 창의력과 순발력을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유연한 에너지 시장, 발칙한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새마을금고 감독권, 행안부? 금융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에만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는 대부업법, 주무부서와 금융위가 동시에 감독권을 행사하는 농협법, 수협법을 참고할 만하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게 더 반갑다.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행정안전부는 지금처럼 자신이 행사하길 바란다. 금융위원회는 괜히 맡았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하는 모습이다. 열쇠를 쥔 국회는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감독권을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감독권 이관은 대부업 사례가 있다. 금융위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대부업체에 대해서만 감독권을 행사한다. 중·소형 대부업체는 지자체 소관이다. 농협, 수협 사례도 있다. 주무부서(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와 금융위가 동시에 감독권을 행사한다.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손질할 때 참고할 만하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감독권보다 예금보호한도가 더 중요하다. 차제에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문제도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 처음엔 재무부가 감독권 행사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상남도 산청에 설립된 하둔신용조합을 효시로 한다. 1970년대 들어 새마을금고는 새마을운동의 역점사업으로 탄력을 받았다. 서울에선 1972년 난곡금고가 처음 설치됐다. 이로써 새마을금고는 출범 10여년 만에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게 됐다.1972년 정부는 신용협동조합법을 만들었다. 신협법은 신협과 새마을금고(당시 마을금고)를 대상으로 했다. 법은 84조에서 "재무부 장관은 조합 및 연합회를 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마을금고 및 마을금고연합회의 신용업무 이외의 업무에 관하여는 내무부 장관이 재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정리했다. 재무부 장관은 지금은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뒤 기재부에서 하던 금융 업무 일체는 금융위로 넘어왔다. 내무부 장관은 지금은 행안부 장관이다. 1983년 독자적인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되면서 감독권에 변화가 왔다. 제정안 34조는 "새마을금고 및 연합회는 내무부 장관이 감독한다. 다만, 신용사업에 대하여는 내무부 장관이 재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규정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주 감독권이 재무부에서 내무부로 넘어갔다. 연합회는 현 새마을금고중앙회다. 새마을금고법을 만들 때 재무부와 내무부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로 자기가 주무부서를 맡으려 했다. 신용사업은 재무부, 조직·운영·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는 내무부 소관으로 하려던 조정은 실패했다. 결국 주무부서 자리는 내무부가 차지했다.제정법의 틀은 지금도 그대로다. 다만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하여 감독한다"(74조)로 일부 수정됐을 뿐이다. 이처럼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둘러싼 갈등은 뿌리가 깊다. 부실 우려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된다.◇ 금융위로 넘기라는 주장원래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은 재무부, 곧 금융당국에 있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법을 따로 만들면서 감독권이 내무부, 곧 행안부로 슬쩍 넘어갔다. 따라서 감독권을 금융위로 옮기는 것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는 셈이다.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사인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주무부서가 따로 있음에도 불금융위에 감독권을 부여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무부서인 농협법은 "금융위원회는 조합의 신용사업과 농협은행에 대하여 그 경영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감독을 하고, 그 감독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162조 ⑤항).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감독권을 행사한다(162조 ①항). 해양수산부가 주무부서인 수협법은 "금융위원회는 조합의 신용사업과 수협은행에 대하여 그 경영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감독을 하고, 그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169조 ⑤항). 물론 해양수산부 장관도 감독권을 행사한다(169조 ①항). 신협은 재무부의 뒤를 이어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한다. 2015년 대부업법 개정은 감독권을 지자체에서 금융당국으로 옮긴 사례다. 개정안은 대형 대부업체에 대해 시·도 지사가 아니라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했다(3조 ②항).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등록·감독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다만 중소 대부업체는 예전대로 지자체가 관리하도록 했다. 새마을금고는 자산이 총 260조원에 이른다. 개별 지방은행보다 훨씬 크고, 웬만한 시중은행 못지 않다. 본점수만 1300개에 가깝고, 거래자수는 2200만명에 육박한다. 덩치로 볼 때 새마을금고는 전문성을 갖춘 금융당국이 정밀하게 관찰하고 감독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행안부에 그냥 두라는 주장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면 부실 금융사가 사라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멀리는 1990년대 말에 터진 아시아 외환위기, 가깝게는 2008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라. 금융감독 당국이 눈에 불을 켜도 금융위기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 찰스 킨들버거 교수(전 MIT)는 명저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금융위기를 "계속 피어 오르는 질긴 다년생화"라고 부른다.금융당국은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부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도 막지 못했다. 새마을금고는 금융협동조합이다. 계, 향약, 두레 등 전래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했다. 행안부는 감독권이 금융위로 넘어가면 건전성 유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본래의 서민금융 기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 감독권 넘기는 개정안 발의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3일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용·공제사업에 대한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넘기는 게 핵심이다. 강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건전성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해 전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무난하게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주무부서인 행안부는 당연히 반발이 예상된다.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선뜻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12명은 전부 민주당 소속이다. 일부 대형사에만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는 대부업법, 주무부서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동시에 감독권을 갖는 농협법·수협법은 새마을금고법을 손질할 때 참고할 만한 선례다. ◇ 예금보호한도 1억원이 더 급하다7월 초 행안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기금이 설치돼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새마을금고법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예금자보호준비금을 설치·운영한다"고 규정한다(71조). 5000만원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고객들이 받는 예금 보호 한도와 같은 액수다.예금자보호법에 따른 한도는 23년째 같은 액수다. 그동안 1인당 소득, 예금액이 몇 배로 불어난 것을 고려하면 고칠 때가 됐다. 사실 고객 입장에선 누가 감독권을 갖느냐보다 자기가 맡긴 돈을 언제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미 한도를 높이자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여러 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예금자보호법이 바뀌면 새마을금고 등 개별법에 따라 예금자를 보호하는 다른 금융사들도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첫째가 예금보호한도 상향이고 그 다음이 감독권 이관이다. <경제칼럼니스트>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회에는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진=연합뉴스

[기자의 눈] 암치료제 무상제공 유한양행의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유한양행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를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때까지 원하는 환자에게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혀 폐암 환자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은 국내외에서 종종 시행되는 ‘동정적(同情的) 사용제도(EAP)’의 하나이다. 원래 제약사가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은 임상단계의 신약을 시한부 암환자에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제공하는 제도인데 유한양행이 이미 치료제 허가를 받았음에도 보험급여 적용 전까지 무상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에 유례가 없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동일계열의 기존 치료제는 비급여라 환자 1인당 약값만 연간 7000만원 이상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이번 결정은 제약사의 사회공헌 측면에서 큰 이정표를 남길만한 결정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무상제공이 기업수익의 사회환원을 강조한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이정희 대표(전)의 취임 이후부터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도입상품 판매보다 자체개발 혁신신약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성과가 활발했다. 이같은 기업 체질 변화는 2021년 3월 취임한 조욱제 대표(현)에 이르러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한양행은 사회공헌을 본업으로 하는 공익재단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1971년 별세한 유일한 박사는 전 재산을 공익재단인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에 기증했고, 최대주주가 된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유한양행의 배당수익을 받아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으로 다른 기업이라면 수 백억 원을 벌어들일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겠지만, 유한양행은 대주주가 공익재단들이라는 점에서 이런 우려를 덜 수 있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은 △창업주의 사회환원 △대표이사의 신약개발 △대주주의 사회공헌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결정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이 다른 제약사로 널리 확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의 ‘선한 영향력’이 제약업계 전체에 좋은 이미지로 연결될 것은 분명하다. kch0054@ekn.kr김철훈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민주노총,뭐를 위한 총파업인가

지난 7월 5일 필자는 퇴근길에 승용차로 경복궁역에서 시청 앞까지 가는데 약 1시간이나 걸렸다. 다음날인 6일 오후에도 본가에 가던 길에 시내를 피하고자 사직터널 방향으로 차를 몰았지만 거기도 주차장이긴 마찬가지였고 수많은 차량 물결 속에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평소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쟁취하는 것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치밀었다. 도로 막힘의 이유를 알고 보니 민주노총이 7월3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산별노조를 동원해 시내에서 이어달리기식 파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온 나라와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후쿠시마 원전처리수 방류 문제로 시끌시끌 해서 민노총이 총파업을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찾아봤다. 총파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니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권을 말살하려 공격했기에 지금 견제하지 않으면 퇴행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윤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 퇴진시키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란다. 출범 1년 만에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 아니냐는 물음에는 박근혜 정부의 예를 들어 퇴진 압박을 계속하면 가능할 것이란다. 정권 퇴진을 내건 총파업의 적절성에 대하여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이라고 주장한다. 정치파업이 불법 아니냐는 물음에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게 정치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라며 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가 5년만에 파업에 동참한 이유에 대하여는 정부의 임금동결, 노조 회계자료 공개, 단체협약 시정 요구 등에 대한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구체적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노동정책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회복, 노동개혁이라는 주장에 대하여는 노조파괴, ‘천박한’ 노조관, 노조 때려잡기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밖에도 많은 내용이 있으나 너무 상세한 것은 언론 보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략한다.노동자의 조직권과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지만 관계 법률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적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차로를 점거해 시민에게 많은 불편을 주는 파업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민주노총의 파업과 그간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원하는 윤 정권의 퇴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많은 국민은 건설노조의 조폭 같은 행태에 분노해 오다가 윤 정부 들어서 정상화되는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운송노조나 택배노조, 기타 여러 산별노조에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간 것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기아차나 현대차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 평생 자동차 가격을 20~30% 싸게 구입하거나 가족들을 우선 채용한다는 일자리 세습을 규정한 단체협약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국민 세금의 지원을 받는 모든 조직은 회계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과거 잘못된 수많은 관행에 대해 민주노총이 단 한 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도 국민은 알고 있다.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중산층이다. 그들보다 어려운 수많은 비정규직이나 일자리조차 갖지 못한 이웃들이 많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은 많게는 2~3배씩 올랐지만 지난 정부에서 올리지 않았기에 지금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위기와 미중 패권경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고,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삼성전자조차 전년 대비 분기 이익이 96%나 줄었다.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런 때에는 허리띠 졸라매고 함께 노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제 욕심만 채우려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목적은 결코 달성할 수 없다. 국민의 불편과 어려움에 눈감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한 민주노총의 미래는 없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E칼럼] 시나브로 전기차 시대

지난 6월 30일, 1905년부터 118년간 운영했던 전남 화순탄광이 문을 닫았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주력 에너지인 석탄이 퇴장하는 순간이다. 한창때는 전국적으로 300개의 광산에 5만명이 넘는 광부들이 광산업에 종사했다. 1980년대 초 7급 공무원 월급이 약 11만원일 때 광부 평균 월급은 25만원을 넘기도 해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며 경쟁률이 50대1에 달하기도 했다. 석탄 산업은 산림녹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산림이 파괴됐고 이후 전후 복구와 난방을 위해 그나마 남아있던 산림까지도 훼손돼 전국이 민둥산이 됐다. 국제연합(UN)이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치유 불가능하다’고 했을 정도다. 당시 정부가 한 일은 연탄을 보급하는 것이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서 나무를 심는 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이 돈을 연탄을 보급하는데 썼다. 월드비전에서는 산림녹화 지원금을 떼먹는 것으로 오해했다. 이에 정부는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것을 줄여야 나무심기가 성공한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그 뒤로 석유와 가스가 보급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석탄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특히 기후변화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천연가스에 비해 2배 쯤 되는 석탄 소비량을 전력 부문에서 줄이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역시 점차 폐쇄되고 있다. 전력 부문 저탄소화의 중요성을 전기차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2021년 기준으로 16년 동안 24만km 주행 시 중형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생애주기(생산∼사용∼ 폐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기차는 약 39톤으로 내연기관차(약 55톤)의 70% 수준이다. 전기차 배출량은 배터리 제조에 5톤, 차량 제조에 9톤, 전기 생산에 26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더 나아가 배터리를 제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30%는 전기 사용으로 인한 것이다. 결국 전력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전기차는 EV(Electric Vehicle)가 아닌 EEV(Emissions Elsewhere Vehicle), 즉 ‘다른 곳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가 될 수 있다. 덴마크는 풍력의 나라다.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의 절반 정도를 풍력이 감당한다. 2019년 9월 15일에는 풍력발전 생산량이 덴마크 전체 전력 수요를 초과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람이 불지 않을 때다. 덴마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전기차에 저장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를 이동식 보조 배터리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집과 사무실 주차장에 충·방전 시설을 설치하는 거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맹주로 돈 냄새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맡는다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 일에 빠질 리가 없다. 자사의 전기차 충전소인 수퍼차저에 오토비더(Autobidder)라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플랫폼을 적용해 전기차 소유자가 요금이 쌀 때 배터리에 충전하고, 비쌀 때 전력회사 또는 수요자에게 팔도록 거래를 자동화했다. 테슬라는 중간에서 거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호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전기 요금의 변동성이 크다. 테슬라는 이미 여기에서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979년 UN 주도로 달의 천연자원에 대한 소유를 금지하는 달 조약을 체결했지만 미국, EU, 중국 등 대부분이 가입하지 않았다. 2015년 미국 정부는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법’을 제정해 민간기업의 우주자원 채굴과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의 영구자석에는 디스프로슘이라는 희토류가 들어간다. 일론 머스크는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에 대항해 희토류를 쓰지 않는 모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소유한 스페이스X에서 만든 50m 길이의 스타십을 달에 보내 달 표면에 존재하는 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를 채취하려 한다. 중국은 지난 12년간 약 30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전기차 제작업체에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보조금 지급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전기차 비중이 30%에 달할 만큼 잘 팔리고 있다. 10년 전 쯤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내연기관차는 서구보다 100년 뒤졌지만, 전기차는 앞설 것이다"라고 한 중국 공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요새 필자가 근무하는 울산에도 전기 택시가 많이 보인다. 얼마전에 택시를 불렀는데 전기 택시가 왔다. 운전기사분의 말로는 내연기관차를 운전할 때는 연료비가 한 달에 90만원이 나왔는데, 전기차로 바꾸고 나서는 한 달 전기료가 19만원 정도라고 했다. 차 가격만 좀 내려가면 전기차 시대는 정해진 미래인 것이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면 위기에 빠진다.위기가 오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는 전기차 시대를 잘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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