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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한국석유공사, 수소안보전담기관 지정해야

지난해 11월 23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수소 생산설비 3기 중 2기가 고장 나면서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의 일부 수소충전소의 수소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국내 생산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사건이었지만 향후 수소차를 포함한 수소 활용부문이 현재보다 급성장해 국민적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일어날 사회적 혼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2021년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에 필요한 청정수소의 약 80%를 해외 수입을 충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면 나머지 20%는 얼핏 국내에서 생산·조달하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개방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정책적 보호 없이 국내 시장 20%만을 상대하는 국내 청정수소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그냥 전량 수입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미 국내에서 생산이 중단된 암모니아나 요소가 좋은 사례이다. 해외 청정수소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 등 청정수소 관련 정책들을 살펴보면 정부가 주로 국내 청정수소 생산보다는 해외 수입에 무게를 두고 지원하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이미 2030년 이전에 특히 발전용 청정수소·암모니아의 거의 전량을 해외수입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정수소를 해외에 전량 의존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뛰따른다는 점이다. 수출국의 자원 무기화 및 정치적 불안정, 기술적 문제·인적 실패 등으로 인한 사고, 수송로에서의 이송 장애 발생, 재생에너지나 물 부족, 수소 생산 설비 중요 원자재 부족 등은 해외 생산 청정수소·청정암모니아를 국내로 도입할 때 고려될 수 있는 대표적인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해외생산 청정수소·암모니아의 공급 차질이 실재화될 경우, 이에 따른 국민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소·암모니아에 대해서도 기존 석유나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와 유사 또는 동일선상의 '안보' 대상으로 간주해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가경제 운용에 필수 자원 안보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안보정책 수단인 수소·암모니아 비축 정책 마련이 현시점에서 가장 선행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수소·암모니아 비축정책에서 가장 먼저 비축 주체가 누구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비축의 본원적 책임은 민간 사업자이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저장수준과 사적·자발적으로 결정된 재고수준 간의 간극을 고려해 정부 등 공공부문이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비축도 정부(또는 대행 공공기관)와 민간사업자가 분담하는 구조이다. 수소·암모니아도 내수판매 또는 자가 소비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일차적인 비축의무를 부과하고, 부차적으로 민간사업자의 비축의무를 대행하여 수행하거나 직접 비축의무를 부담하는 역할을 정부를 대행하는 공공기관이 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기관은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에 따라 실제 자원안보 관련 업무의 일종인 비축의무 실행을 포함해 전반적인 수소·암모니아 안보 관련 실무를 담당할 '수소안보 전담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 5~10년 정도 중단기적으로 수소·암모니아 비축사업을 실행할 '수소안보 전담기관'으로 한국석유공사를 검토해 볼 만하다. 현행 제4차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한국석유공사에는 최소한 약 100만 배럴 규모의 프로판 저장 공동 비축시설 잉여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암모니아의 액화온도가 –33.4도로, –42도인 프로판과 유사해 프로판 저장탱크 일부 설비 개조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저렴하게 암모니아 저장탱크로 전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석유공사를 '수소안보 전담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향후 늘어나게 될 잉여 비축시설 또는 그 부지를 개조나 전환을 통해 암모니아나 기술적 제약을 극복할 경우 수소를 직접 비축하는 사업을 비용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할 수 있다. 김재경

[이슈&인사이트] 대만해협 문제 ‘셰셰’로 넘길 일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셰셰'(謝謝·중국어 고맙습니다) 발언이 4·10 총선 한복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을 찾아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라며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라며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국 불법 어선이 서해까지 들어오고 한복, 김치를 자기들 문화라고 주장하고 동북공정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잘못된 주장해도 이 대표는 그 뜻을 받아들여 '셰셰'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받아쳤다. 양안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냥 구경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블록화된 세계정세에서 구경만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으로 연결되는 국제해로의 요충에 있는 대만은 미국에게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는 교두보와 같다. 그리고 파운드리 분야의 절대 강자인 TSMC로 대변되는 대만의 반도체 역량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자산'이다. 대만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완성하는 핵심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대만을 차지했을 때 누릴 수 있는 가치가 막대하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며 대만해협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22년 8월 초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었다. 방문 직후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주위의 6개 지역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 대만을 포위하고 실탄 사격과 미사일 시험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국제 정치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다음 화약고가 대만해협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군사 전략가들은 중국주도의 무력 통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2021년 3월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필립 데이비슨 제독은 퇴임을 앞둔 의회청문회에서 향후 6년 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22년 10월 제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듯이 상황에 따라 대만해협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관건은 절대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에 달려 있으며, 중국 국내사정이나 대만독립 움직임 등이 심각해지면 부담이 큰 전쟁은 아니더라도 해상봉쇄 등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해협에서 유사사태 발생은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의 안보에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따라서 대만문제에 관한 확고한 입장과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도 방미 당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명시해 처음으로 대만문제를 언급했고,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 때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그 해 8월에 개최된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는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촉구" 내용이 명시됐다. 한국이 대만해협에 대한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가 한국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할 수 있고 주한미군이 동원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직·간접적인 연루 가능성이 증대되는데, 중국군은 주한미군의 대만 이동을 방해하기 위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하여 미군의 이동을 막고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 또한, 대만해협이 봉쇄되면 한국의 경제안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을 오고가는 많은 화물선과 석유·천연가스 운반선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은 한국과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익에 직결되며, '셰셰'하면 한국의 국익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의로 행동하면 중국도 선의로 반응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로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결코 지킬 수 없다. 국제관계에서 자국의 국익이 관련되어 있으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국익이 손상된다. 그리고 국제평화와 직결되어 있으나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워하고 회피하면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국

[EE칼럼]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는 대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24일 도쿄전력(TEPCO)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소량의 삼중수소를 태평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안전한 행위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을 둘러싼 많은 지역에서는 상당한 긴장감이 확산됐다.중국과 러시아는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금지했으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러한 처리수 방류가 인간의 DNA를 변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들은 시위에 나섰고 실제로 한국에서는소금사재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헷갈릴 수 있는 시기였다.각국 정부, 도쿄전력, 국제원자력기구(IAEA), 필자와 같은과학자들은 처리수의 삼중수소가 건강에 위협을 끼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온 반면, 일부 정치인, 반핵 운동가 및 특정 단체들은 오염된 해양과 병든 물고기의 이미지를 꾸준히 상기시켰다. 방류 시작 후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는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해양 방류는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는점을 알 수 있다. 해양 생물의 방사능 피폭수치는 이전 대비 대체로 변동이 없었으며 인체에 대한 영향은 '제로'에 수렴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우려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관련 기관의 교차 검증으로 이어졌다. IAEA는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에 장기간 상주할 계획으로 사무소를 설치해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처리수 방류 전에는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고 다른 방사성 물질 또한 기준치 미만인지 확인하는 검사가 행해지고 있다. 해양모니터링은 해수, 해초 및 다양한 어류와 해양생물에 대해 넓은 면적에 걸쳐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NRA), 후쿠시마 현, 도쿄전력, 일본수산청, 환경성 또한 모두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MonitorORBS'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데이터를 보면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방류 시작시점을 포함해 대부분의 측정지점에서 눈에 띌만한 어떠한 변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해양생물에 대한 모든 검사는 인근 해역의 방사능 농도가 안전하다는 결과를 보여줬으며방류 지점 바로 옆에서 측정된 삼중수소 농도의 소폭 상승은 음용수 기준인 1500베크렐/리터(Bq/L)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정도다. 결과적으로 공포를 조장했던 이들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수산업계에서는 어류의 세슘검출 기준을 50베크렐/킬로그램(Bq/kg)으로 설정하고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일본당국의 제한치인 100Bq/kg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매우 보수적인 기준이다. 현재 EU 지역에서 식품 대부분에 대해 활용되는 기준은 1,250Bq/kg이다. 필자는 최근 후쿠시마현 오나하마 수산시장 맞은 편에 있는 식당에서 튀김을 먹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토미오카의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방문 당일 토미오카 기차역의 방사능 측정 기기는 0.068μSv/h(시간 당 마이크로 시버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주퍼스(Perth) 지역에 위치한필자의 사무실에서는 평균적으로 2배 가량 높은 수치가 측정된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별다른 피해 없이 더욱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오고 있다. 결론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의 삼중수소 방류는 일각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대재앙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13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제는더 이상 전 세계가 후쿠시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멀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물질은 각기 다른 수준의 방사능을 가지고 있으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약간의 삼중수소는 어떠한 차이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젤 마크스

[이상호 칼럼] 인공지능 시대 미래 사회의 명암

최근 AI(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심상치 않다. 거의 날마다 AI 관련 소식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중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덩달아 엔비디아(NVIDIA) 등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업체의 주가도 폭등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AI가 대세이며 인류의 미래를 AI가 견인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년 전인 2005년에 2045년이면 AI가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이른바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과 능력을 갖춘 AI가 주도하는 시대가 열려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건 물론 영생까지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던 커즈와일은 최근 AI가 이미 인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전했고 2045년에 실현될 것이라던 특이점이 2029년이면 올 것이라고 밝혔다. AI 발전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도 앞으로 5년 안에 범용인공지능이 완성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서운 발전 속도다. 그러나 AI 기술의 빠른 발전은 인류에 득보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AI가 가진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AI의 가장 큰 능력인 탁월한 효율성이 오히려 인류를 감시, 속박하고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AI는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는 AI를 활용하여 전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사회신용점수' 제도를 기반으로 정부에 순응하는 사람만 우대하는 '초거대 사회통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추적하고 개인의 사고와 생활방식을 중국 정부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개조하여 중국 공산당의 지배에 복종하는 인민을 양산하게는 게 목표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의 완벽 통제와 무자비한 권력에 굴복하는 개인의 초라한 존재를 그렸는데 바로 이런 픽션이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서방의 여러 나라도 방범과 교통통제를 목적으로 빅 데이터 및 AI 기반 각종 감시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감시·통제 시스템의 확산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며 자유와 익명성, 사생활 보호라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가 점차 무시되는 상황이다. AI가 적용된 각종 기계와 장비, 드론 등은 전쟁이나 분쟁에서 인간을 대량 살상하는 효율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로봇 공학 기술과 접목하면 터미네이터 킬러 로봇이 탄생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은 최근 전쟁에서 AI를 공격용 자살 드론에 탑재해 살상력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간의 의사 결정과 개입이 없더라도 이런 자동화된 킬러 무기들이 알아서 적과 위협을 식별하고 공격하는 게 일상화될 것이다. 그럼 이런 AI 기반 전쟁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까? 할리우드 영화들은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으로 봤다. 1983년 작품인 '워게임'에서는 미국의 핵무기를 통제하는 AI가 핵전쟁을 단순한 게임으로 인식해 소련에 핵 공격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1984년 영화인 '터미네이터'는 인간을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한 AI가 이상적인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전 인류의 절멸을 시도하는 스토리다. 1999년에 개봉한 '매트릭스'는 인간을 거대한 AI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생체 배터리 역할 이외 다른 용도가 없는 불필요한 존재로 그렸다. 1998년 작품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현재 중국이 운영하는 범국가적 감시·통제 시스템과 같은 폭력적인 체계가 어떻게 한 개인을 파괴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과거에는 상상의 영역이더는 이들 영화의 내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이미 자동화돼 최악의 경우 인간의 개입 없이 핵 공격과 보복을 할 수 있다. AI가 더 발전하면 인류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미 세상에는 중국의 사회신용제도 및 미국의 범세계적 통신·인터넷망 감청 시스템인 프리즘(PRISM) 같은 광역 감시·통제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AI 기반 킬러 무기체계의 확산과 발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다. 앞으로 전장에서 병사가 숨을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후방의 지휘관들과 정치지도자도 더 이상 안전할 수 없다. AI가 주도하는 미래 전쟁에서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의 AI추세를 거스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부작용도 많지만, 편익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국제사회가 관련 법과 제도 및 규범을 확실히 정비하여 미래의 축복을 가장한 저주에 대비해야 한다. 이상호

[기자의 눈] 환승해도 될까요

연예인의 '환승 연애' 의혹으로 떠들썩했던 시점, 기자도 '환승'을 고민했다. 통신사 환승 얘기다. 알뜰폰을 쓰는 입장에서 3월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삼성전자 신형 단말로 기기를 바꾸고는 싶은데, 언제 바꾸는 것이 유리할지 시점을 잡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에 전환지원금의 등장까지. 정부가 이동통신사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이참에 다시 이동통신사 요금제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이달 중순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이 상향되고 전환지원금 정책이 시행됐을 때는 '혹시 나도?'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어느 날 “고객님, 저희 통신사 유지하시라고~"로 상담을 시작하는 이통사 프로모션 전화를 받았는데, “저 알뜰폰 쓰는데요"라고 말하자 상담원은 “아, 네"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정부가 불씨를 놓은 이통사의 밥그릇 싸움에서 알뜰폰 고객은 예외구나 싶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초해졌다. 삼성전자의 신규 단말 개통 이벤트는 이달까지인데, 괜히 유리한 시점을 재다가 삼성전자의 프로모션만 놓치는 것 아닐까 조바심이 났다. 마침 전환지원금 시행 초반, 이통사들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결국 지난주 자급제로 원하던 기기를 샀다. 통신사들이 23일 일제히 전환지원금을 올렸다. 두 배 이상 올렸다고는 하는데 꼼꼼히 살펴보니 신형 단말인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지원금은 박해보였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갤럭시S24 시리즈'는 아예 전환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알뜰폰업계는 시장 환경 변화에 애가 탄다고 했다.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 가능성 때문이다. 앞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의견서에서 “(지원금 제공으로) 이동통신망(MNO) 사업자 간 번호이동 경쟁이 촉진될 수 있지만, 알뜰폰(MVNO) 사업자는 MNO의 과도한 번호이동 지원금으로 인해 이용자 이탈이 가속되는 날벼락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전환지원금 규모가 최대치인 50만원까지 올라가진 않은데다, 모든 기기에 대해, 모든 요금제에 대해 지원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알뜰폰 고객 입장에서 덧붙이자면, 정부 정책이 이통사 고객에게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회선 중 15.5%는 알뜰폰 아니던가.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 비례대표제 재고할 때다

2024년 총선은 여러모로 최악이다. 특히 긴 논란 끝에 유지하기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위성정당이 창궐했다. 4월10일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기표할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60개나 되는 정당 이름이 인쇄될 예정이다. 이번 투표용지 길이는 4년 전보다 더 늘어나서 야구배트보다 길 거란다. 그 많은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가 누구인지, 얼마나 검증이 이루어졌는지, 또 얼마나 대표성과 비례성을 갖추었는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꼼수와 우회 공천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를 목격하는 국민의 심정은 어떨까. 아마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자는 심정이 들지는 않을까. 나는 비례대표를 유지하느냐 또는 비례대표 의원정수를 늘리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지금까지 비례대표 의원의 역할, 위상, 실적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례대표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에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필요성에 입각해서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공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비례대표제도의 역사성과 의의가 이제는 소멸했다고 본다. 한국에 비례대표는 5·16쿠데타 이후 제5차 개헌으로 전국구 의원이라는 이름 아래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과거 중앙일보의 김종필 증언록에 따르면 전국구의원 자리는 5·16쿠데타 세력 가운데 상당수였던 이북 출신 군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려는 의도에서 도입되었다. 이들은 민정 이양의 선결 조건인 개헌에 반대했는데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역적 기반이 필요 없는 전국구 제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에 전국구 제도는 주지하듯이 박정희 대통령이 임명하는 의원이 포함된 유신정우회로 변질되었고 독재 유지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돈 많은 독재 부역자의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둘째, 한국과 같은 비례대표제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총선부터 1인 2표에 의한 비례대표로 바뀌면서 소선구제 지역구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소수당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인위적으로 이른바 정치적 소수자나 직능적 대표자를 공천하여 비례대표로 뽑게 하고 이를 통해 비례성이나 대표성의 보완이라는 명분을 채우려고 하는 사례는 외국에 없다. 셋째, 과거 비례대표라고 뽑힌 인물들이 실제로 4년 임기 동안 비례대표로서 얼마나 비례적이고 대표적인 의정활동과 입법활동을 했는지 평가해보면 답이 나온다. 비례대표는 자신을 공천해준 당대표나 대통령이나 또는 미래권력의 수족이 되어 극단적 정당정치의 대리인이나 정쟁의 친위대 역할에 전문적인 '자질'을 보여왔다. 4년 동안 이른바 정치적 소수자나 직능적 대표자로서 자신이 속한 국민을 대표하고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데 실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재선을 위한 '지역구 쇼핑'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비례대표가 그래도 소수파를 대변하고 개혁을 이끌며 새로운 인물을 등용시킨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 2020년 총선에서 많은 정치신인들이 정치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것은 각종 비리에 수사나 재판을 받거나 당적 바꾸기를 거듭했으며 대선 때 합종연횡의 후진적 정치를 반복했다는 행적이다. 2020년 총선에는 애초 취지와 달리 비례대표가 초선이 아닌 인물들이 쉽게 국회로 진출하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는 현역 의원이 재선을 쉽게 하기 위한 우회로나 수사와 재판을 기다리는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통로로 변질됐다. 다섯째,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국민이 비례대표제도를 보는 시각이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2월 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당시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는 대답이 55.9%로 압도적이었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겨우 13.1%에 불과했다. 이제는 시간이 변해서 비례대표 의원정수도 46명으로 줄었고 비례대표 공천 중에 온갖 눈살 찌푸리게하는 일이 이어졌다. 아마 지금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설문까지 포함시킨다면 국민의 여론은 단호한 것으로 확인될 것이다. 여섯째, 한국의 정당체계가 유동성이 크다는 문제를 갖는데 최근의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비연속성과 불안정성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비례대표제를 위해 준연동형제를 두 번씩이나 채택했는데 60개 정도씩 되는 정당이 4년마다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의석을 얻은 정당도 또 합당이네 뭐네 하면서 금세 흔적도 없어졌다. 양대 정당은 위성정당을 만들기 위해 의원을 꿔주고 선거가 끝나면 또 복귀시키는 꼼수를 편다. 민주화 이후 2000년대를 지나면서 정당의 수명이 평균 2년 정도였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안될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제의 폐단이 더 뚜렷하게 확인됐다.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맞게 준연동형제를 철저히 뜯어고치거나 아니면 비례대표제 자체의 폐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이준한

[김성우 칼럼] 넷제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유엔환경계획(UNEP)은 녹색경제를 '넷제로(Net Zero) 전환을 위한 경제활동, 공공 및 민간투자'라고 정의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생태계 손실을 예방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포함한다. 그 규모는 지난해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6조 5000억 달러로, 2016년 대비 약 3배 확대되었다. 150여개국이 넷제로를 선언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매년 7조 달러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2년 5월 국제 로펌인 White & Case에서 전세계 29개국 투자회사 및 에너지기업 고위경영자 총 584명을 대상으로 향후 18개월내에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42%가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꼽아 글로벌 기업의 단기 투자 전략이 넷제로 전환임을 명확히 시사했다. 그러나 최근 2년새 예상치 못했던 전쟁들이 일어났고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지 궁금했다. 마침 2023년 9월(공교롭게 위 설문 뒤 약 18개월 후) 흥미로운 설문결과가 공개되었다. 영미 로펌인 Womble Bond Dickinson에서 18개월 전과 유사하게 전세계 투자회사 및 에너지기업 고위경영자와 프로젝트 매니저 등 총 456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회사의 에너지전환 전략(운영 및 투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90%가 전환 전략에 오히려 더 집중했거나(56%) 유지했다고(34%) 응답했다. 지원금, 인허가, 인프라, 감축목표 등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비용증가 등 경제여건이 어려운 점이라고 밝히면서도, 바이오에너지, 폐기물자원화, 에너지 및 자원 효율증대, 탄소포집, 에너지저장, 전기차 등을 가장 매력적이고 성장가능한 기회로 꼽았다. 즉, 불확실성의 위험과 성장·도약의 기회가 공존하는 와중에도, 탈탄소 투자에 집중하는 넷제로 전략은 적어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세가지 동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기술가격 하락과 확산의 선순환이다. 태양광 설비는 지난 10년간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격이 떨어지면 보급이 확산되고, 보급이 확산되면 규모의 경제로 가격이 더 떨어진다. 2009년 세계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 발전은 너무 비싸서 다른 발전원들과의 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실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2022년 기준 전세계 신규 발전소 설치용량의 5분의 4가 재생에너지고, 2023년 기준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용량 중 태양광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둘째 동인은 산업정책의 확산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특정 산업에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내 청정에너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산업정책을 도입했고, EU도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 상응하는 법을 마련했다. 이러한 정부지원은 넷제로 전환 투자에 대한 경제성을 높여 관련 투자를 활성화 시킨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강한 의지다. 지난 1월 울산에서 1만62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이 세계 최초로 진행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해운그룹 AP몰러-머스크(이하 머스크)가 2022년까지 발주한 총 18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 첫 번째 선박이다. 메탄올은 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연료다. 머스크는 연료 수급이 불확실한데도 친환경 해운 시장 선점을 위해 그 비싼 배를 먼저 발주했다. 마치 전기차 충전소가 확충될지 불확실함에도 친환경 물류시장 섬점을 위해 조단위 규모의 전기차를 미리 주문한 것과 같다. 최근 국내에는 넷제로 전환 전략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고민들이 많다.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이런 고민은 당연하지만, 정책불확실성 및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넷제로 전환 전략을 지속하는 동인들도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김성우

[기자의 눈] 토스증권, WTS로 증권업계 새바람 노린다

이르면 다음 달로 예정된 토스증권의 웹 트레이딩시스템(WTS) 출시 소식에 증권업계가 뜨겁다. PC 기반 주식 거래 시스템인 WTS는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 홈 트레이딩시스템(HTS)과 달리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웹페이지 접속만으로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기존에 다수 증권사들이 이미 WTS를 운영해왔지만 토스증권은 '모바일 연동'을 내세워 기존 WTS와의 차별화를 뒀다. 김승연 토스증권 대표는 최근 출범 3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WTS를 두고 “내부적으로 울림이 큰 상품"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토스증권의 신(新)WTS는 모바일로도 로그인이 가능하고 모바일에서 본 내용을 PC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연동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맥OS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애플 노트북 이용자도 공략할 수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페이증권 페이지에서 클릭 한 번으로 증권사 WTS를 연결해 주식을 매수·매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에 WTS 시장의 재도약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같은 날 간담회 자리에서 “리테일 1위, 전 국민 주거래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업계 1위 자리를 노린다는 토스증권의 도발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업계에서는 “토스증권의 WTS 출시는 이례적"이라며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 다수가 모바일로 주식을 거래하는 시대에 WTS에서 거래할 투자자가 몇이나 되겠냐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 WTS는 고객들이 찾지 않다보니 이용률 저하, 비용 문제 등에 봉착해 WTS 운영을 중단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며 “모바일 거래가 주를 이루다보니 HTS 자체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WTS가 비전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로 WTS는 MTS와 HTS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온 건 사실이다.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WTS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대신증권도 지난 2022년부터 WTS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토스증권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덩치가 커진 전통 증권사들이 하지 못하는 도전을 한다는 측면에서, 증권업계에 신선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높다고 생각한다. 토스증권을 시작으로 주식 트레이딩시스템 시장에 새바람이 불길 기대한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로컬톡톡] 지역 기반 노인 통합돌봄 정책 필요하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고소득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국민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18.4%이고, 2025년에는 20.6%로 전망되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것이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치매 환자도 증가하여 올해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39년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 요양 및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이미 가정 내 노인 돌봄이나 노인 치매 문제는 가족 간 불화를 만들고 가계 생계를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 간병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비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인의 거동이 불편하게 되면 높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가정은 병원 입원에 의존하고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서는 노인들을 방치하게 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장기 요양 지출을 개선하면서도 노인과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돌봄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에서 노인정책은 교통비 지원이나 공공 일자리 등 임시방편적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치권이 노인들의 삶의 질 문제를 고민하기보다 노인들을 득표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인들이 지역에서 사회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노인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예방 서비스와 재가 서비스를 받으면서 살던 동네에서 그리고 내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치료와 돌봄을 통합하는 통합돌봄 시스템이 없어 노인들은 넘어져 다치기만 해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들어가야 한다. 적절한 통합돌봄 시스템이 없어 이곳저곳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비용도 많이 들고 분절된 서비스로 인해 만족도도 떨어지게 된다. 노인들의 삶의 질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수요로 인한 정부의 재정부담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통합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재가 의료서비스 확충과 보건복지 연계 체계를 위해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 2017년부터 통합돌봄을 시작한 영국은 2022년 7월 1일부터 '보건돌봄법'에 기반한 통합돌봄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해 42개의 지역 통합돌봄 시스템(ICS)이 만들어졌다. 국가와 지역이 함께 통합돌봄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주민들의 수요를 가장 잘 아는 지역이 돌봄 서비스의 주체가 되고 국가는 기준을 만들어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한다. ICS의 목표는 모든 주민의 건강을 향상하고, 다중적이고 만성적인 질병 상태인 주민을 지원하며,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통합하여 재정지출의 효과를 높이면서도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ICS에는 국가건강서비스(NHS) 조직, 지역 당국, 의사단체, 기타 의료 및 돌봄 관련 기관이 참여한다. ICS는 지역에서 돌봄 서비스를 조정하고 지역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지역 의료 및 돌봄 주체들과 광범위한 협력을 한다. 국가는 지역 당국 및 기타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통합적인 보건 및 의료서비스를 계획하고 제공한다. 통합돌봄 시스템은 지역 전체의 보건 및 돌봄 수요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과 민간 조직 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면서도 서비스 질을 높이고 사회적 계층 간 돌봄 서비스 혜택의 불평등도 감소시킬 수 있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전되는 한국 사회에서도 돌봄 및 의료 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높은 품질의 통합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사실 통합돌봄 서비스의 정립 및 품질 제고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직면한 공공 서비스의 과제이다. 잘 만든 통합돌봄 모델은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여 노인의 건강 증진 뿐만 아니라 1인당 보건 돌봄 비용을 줄이게 할 수 있고 복지혜택의 형평성도 제고될 수 있다. 통합돌봄 시스템은 지역민들의 수요를 잘 알고 관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 중앙정부는 통합돌봄 기금을 조성하거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여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이 구축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역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 내 주거나 의료, 요양과 재활 등의 분야에서 좋은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도 있다. 통합돌봄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하여 지역 기반의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제공자들과 중앙정부의 지역 대표, 지역주민 등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산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관리되는 노인 장기 요양, 돌봄 및 치매 지원 등 기존 서비스의 통합도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김은경

[이슈&인사이트]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제대로 평가해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경영자의 장기 성과에 따라 주식으로 보너스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매년 현금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RSU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현금 위주의 경영자에 대한 보수 체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첫 번째 장점으로는 연 단위의 단기적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해 성과에 따라 매년 지급되는 성과급은 경영자가 현직에 있는 동안에만 반짝 성과를 내면 된다. 경영자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보다는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해 많은 보너스를 받는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일부 건설사가 해외에서 저가로 수주한 건설 공사가 몇 년 후에 부실로 돌아온 경우가 있었는데, 눈앞의 성과를 위해 기업의 장기 성과는 등한시한 결과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경영자의 5~10년 동안의 실적에 따라 주식으로 성과급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당장에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에 유용한 제도이다. RSU제도는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창업초기 한 푼이 아쉬운 벤처기업으로서는 보너스로 나갈 현금을 투자로 돌릴 수 있고, 경영자는 기업경영에 매진해 벤처기업이 소위 대박이 나면 몇 년 후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경영자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세 번째로 스톡옵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스톡옵션은 정관에 규정이 있어야 하고, 부여대상도 제한된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경영자에 대한 성과급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RSU는 이러한 제한이 없고 성과급을 대신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네 번째로 일반 주주에게도 나쁘지 않다. RSU를 도입한 회사는 매해 지급하기로 한 주식을 시장에게 자사주로 매입해서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경영자가 주식을 받기까지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게 되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일정기간 감소하게 된다. 어느 정도 주가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도가 유연하고 장점이 많다 보니 RSU제도를 도입하는 국내외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 애플사의 경우 2011년 RSU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팀 쿡 CEO는 2022년 RSU 7,50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인 엔지니어의 10~20%가 5~18만 달러의 RSU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테슬라는 2010년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RSU를 지급했고 메타도 2012년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일반직원에게도 RSU를 부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씨젠, 쿠팡, 한화 등이 임직원에게 RSU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RSU의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만일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한다면 연말에 경영자에게 보너스를 몰아주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 훨씬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RSU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주식회사의 등기임원에 대해 보수결정의 절차나 내용에 대한 공시제도가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규정되어 있고, 2024년 3월부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부여한 RSU를 공시하도록 기업 공시서식을 개정한 바 있다. 이러한 공시를 통해 시장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편법적인 승계나 사익편취가 발생한다면 배임죄 등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또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위반에 따른 처벌 등으로 제재가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해 제도를 형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은 그 크기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도입한 제도라고 해서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 우리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업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RSU도 마찬가지다. 유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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