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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 최종 승자는?

기술경영이나 기술전략의 측면에서 표준(standard)은 해당 사업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다. 전자기기나 정보통신 분야가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리고 해당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곧 관련 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표준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대표적인 표준 경쟁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송전 방식에서의 AC(교류)와 DC(직류) 사례다. 몇 년 전 영화로도 묘사된 바와 같이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 방식을, 니콜라 테슬라와 손잡은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교류 방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비용이나 장거리 송전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고,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의 전기시설 독점권을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가면서 교류가 송전 방식의 표준으로 100년 넘게 이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볼 때 컬러 TV, 가정용 비디오, 개인용 컴퓨터, 웹 브라우저 등의 시장에서 주요 기술혁신을 이룬 기업들이 전략적 동맹 등을 통해 표준 경쟁에 뛰어들었고, 승자와 패자로 갈리면서 기업의 운명이 바뀐 사례들은 지금까지도 화자 되고 있다. 이러한 표준 경쟁이 최근 전기차의 증가 추세와 함께 관심을 받는 전기차 충전시장에서도 일어나는 분위기이다. 관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CCS(Combined Charging System·합동충전방식)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미국의 공용 급속 충전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 있게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운영 중인 테슬라가 자신들의 고유 충전 방식인 NACS(North America Charging Standard·북미표준충전)를 확대하려는 상황이다. 그동안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CCS 커넥터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독자 규격인 NACS 기술을 공개하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자사 전기차에 NACS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점차 NACS 충전방식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 미국의 몇 몇 주에서는 전기차 충전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의무적으로 NACS용 포트를 채택하도록 하는 등 전기차 충전시장에서의 표준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사용자들은 호환성 측면에서 한층 더 편리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SB-C 타입의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와 라이트닝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경우, 서로 다른 충전 케이블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EU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서 USB-C 타입으로 휴대기기 충전단자가 통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렁주렁 달려있던 충전 케이블 꾸러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표준전쟁에서 관련 기업들은 전략적 동맹 여부, 차이 있는 통신 방식과 출력범위를 고려한 충전 포트 확장과 제품 디자인 수정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객의 편리성이 높아져 전기차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 대가로 고객은 자신의 주행 및 충전 데이터 등을 공개해야 하는 대상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면 표준으로 채택되는 것이 곧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임을 입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 고객기반, 지속적인 혁신 능력, 선도적인 시장 진입 및 변화 대응 속도, 보완재 구축 여부, 사용고객 만족도나 피드백 등이 표준전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들이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기업들이 전기차 표준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잘 대응해 침체기에 빠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슈&인사이트] 해외직구의 허와 실

아주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홍콩의 백화점이 세일 기간에 맞춰 우리나라 주부들이 보따리 쇼핑을 위해 홍콩 여행을 다녀 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전부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에 해외직구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60대 할머니도 해외직구를 배워 제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이같은 해외직구 특수룰 겨냥한 맞춤형 카드 상품 출시로 고객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가 소비 위축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해외 직구 시장은 여전히 ‘불황 무풍지대’다. 2013년 1조원 수준이던 해외직구 규모가 올해는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직구 방법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통관 고유번호를 사용해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접배송,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제품을 배송대행지(배대지)를 통해 국내 주소지로 배송 받는 해외배송대행, 그리고 최근 대세인 구매대행이 있다. 요즘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 국내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자사 사이트에 해외직구 상품을 올려 소비자가 결제만 하면 해외직구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명품 해외직구도 급성장해 올해 6월 전체 명품 매출중 해외직구 비중이 15%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상품 구매, 쇼핑 과정에서의 재미 등 복합적이다. 해외 직구는 유통경로가 길어 소비자 가격이 비싸지는 우리나라 유통산업 문제 해결과 지나치게 비싼 수입제품 가격 인하에 도움이 된다. 해외직구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시장에서 해외직구를 둘러싼 국내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이 날로 가열되고 있다. 로켓 해외직구 서비스, 3~5일의 빠른 배송, 편리한 통관절차 등을 내세우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국내 업체가 아마존과 연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가 하면, 해외 온라인 직구 플랫폼 업체들이 한국어 서비스는 물론 원화 표시, 한국어 상담 제공 등 한국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다. 그러나 해외직구에는 ‘함정’도 많다. 제품자체는 가격이 싸지만 국제 배송비가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즉 국내 가격보다 비싸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해외 직구 제품중에는 우리 나라 소비자들의 체형과 선호 그리고 표시가 달라 구매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미국 신발의 경우 치수 표시가 우리와 다르고, 국내 소비자가 미국 신발 볼의 크기 표시, 바지 길이 및 통의 크기 등도 차이가 있어 제대로 맞는 제품을 구매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반품을 하려면 구입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한국 가격의 반값이라는 말에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AS가 잘되지 않으며, 설치 비용을 별도로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110 볼트를 사용하는 국가의 가전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하면 곳곳에 전압기, 일명 ‘도란스’를 달고 살아야 한다. 해외 직구로 가전제품을 구매 한 후 수입업체로 AS를 요청하면 구매한 곳으로 문의하라는 답변이 오기도 한다는데, 독일어도 모르는데 독일 판매처에 문의할 수 있을까? 어떤 소비자는 부품만 주문할 수 있게 해 달라로 요청하는데 "회사 정책상 안 된다"는 답이 들려온다는 지적이다. 어린이 장난감, 스케이트보드, 와플기기 등 해외 인기 직구 제품 중에는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이 종종 있다. 13세 이하 어린이용 제품의 경우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KC미인증 제품의 유통은 불법이다. 해외 직구 어린이용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카드뮴 등의 기준치가 초과 검출된 제품, 유아가 삼킬 위험이 있는 작은 부품들이 포함된 제품, 낙하시험 도중 파손돼 내구력이 기준치에 부적합한 제품도 발견된다. 전성분표시제를 지키지 않은 화장품 유통은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불법이다. 국내에서 의사 처방이나 약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 국내에서는 위해 성분으로 취급되는 여러 성분들이 들어간 해외 직구 건강보조식품, 항우울제, 케톤뇨증치료제 등의 안전성 문제도 커지고 있다. 해외직구 증가와 함께 구매자의 개인통관 고유부호 도용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해외 직구에서 농수산물, 짝퉁, 장난감 총, 칼 등은 반입 불가이며, 6개를 넘긴 건강보조식품은 과세 또는 반품되며 배송비 포함 해외직구 액수가 15만원이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된다. 사업자가 실수요자인 것처럼 명의룰 도용해 면세로 통과 후 제품을 판매하면 밀수입에 해당하고, 특송물품을 원래 주소지가 아닌 곳에 배달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외직구에 대한 맹종은 국내 제조산업과 유통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져 고용감소로 연결된다. 최근 해외직구 과소비를 빗대어 ‘예쓰(예쁜 쓰레기)’라는 신조어 마저 등장했다. ‘과유불급’(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이라는 말이 요즘 해외직구 광풍에 딱 맞는 말이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한미 통화스와프 상설 라인 구축하자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8·18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외교안보 스포트라이트에 가려 묻힌 게 있다. 바로 한·미·일 3국 재무장관 회담이다. 정상회의 공동성명(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연례적인 3국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와) 아울러 우리는 첫 3국 재무장관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르면 올 10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사상 첫 3국 재무장관 회담이 열릴 수 있다. 세 나라 재무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과제를 다뤄야 할지 등을 알아보자. ◇G7의 출발도 재무장관 회의 꼭 50년 전 조지 슐츠 미국 재무장관은 서독(현 독일), 영국, 프랑스 재무장관을 백악관 지하 도서관에서 만났다. 비공식 모임이었지만 멤버가 화려했다. 서독 헬무트 슈미트 재무장관은 나중에 총리가 된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재무장관은 얼마 뒤 대통령이 된다. 이 모임을 ‘도서관 그룹’이라 부른다. 같은 해 슐츠는 4개국에 일본을 더해 G5 재무장관 회담을 가졌다.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은 다섯나라 정상이 모여 친교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1975년 프랑스가 첫 G6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G5에 이탈리아가 추가되면서 G6가 됐다. 나중에 캐나다가 그룹에 포함됐다. 결국 현재 우리가 보는 G7 정상회의는 G4 재무장관 회담이 출발점이다. ◇역사를 바꾼 플라자 합의 1980년대 초 미국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1979년에 터진 이란혁명의 여파다.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무시무시한 고금리 정책을 폈다. 한때 연방기금금리는 20%에 달했다. 금리가 치솟자 달러는 강세로 치달았다. 자동차 등 제조업체와 곡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달러 강세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강달러로 수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가뜩이나 좋지 않던 미국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은 1985년 9월 뉴욕에 있는 플라자호텔에서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 재무장관들을 만났다. 일본에선 다케시타 노보루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폭적인 달러 가치 절하에 합의했다. 직후 일본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한때 달러당 180엔에 육박하던 엔화 환율은 120엔대로 떨어졌다. 이를 플라자 합의라 한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부동산 등 자산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결국 5개국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플라자 합의는 일본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상설 통화스와프 구축이 과제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8년만에 통화스와프 복원에 합의했다. 100억달러 규모다.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꺼내쓰는 비상금 통장이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한때 수백억 달러 규모이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5년 제로가 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순풍을 타자 자연스럽게 통화스와프도 재개됐다. 경제 위기 때 가장 확실한 안전판은 미국 연준과 맺은 통화스와프다. 연준은 기축통화 달러를 이론상 무한대로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연준과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때도 한국은 600억달러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준과 체결했다. 이 역시 외환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준은 위기가 끝나면 곧바로 협정을 종료한다. 600억달러 스와프는 2021년 12월에 끝났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연준은 2013년부터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5개국과 상설 통화스와프 라인을 구축했다. 상설 라인을 가동하면 위기 때 연준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으려 발을 동동 구를 필요가 없다. 물론 5개국은 특수성이 있다. 바로 이웃한 캐나다는 최대 교역국 중 한 곳이고, 유로·엔·파운드·스위스프랑은 무역 결제에서 국제통화 대우를 받는다. 현실적으로 원화는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설 통화스와프 라인 구축은 한국 경제 안정에 꼭 필요한 요소다. 작년 7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양국은 필요하면 외화 유동성 공급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3국 재무장관 회의 개최를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상기하면 미국이 그만큼 한국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 라인을 가동중이다. 한국은 그 위에 올라타면 된다. 통화스와프는 미국 재무부가 아니라 연준 소관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직전 연준 의장 출신이다. 적어도 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는 한·미 통화스와프 상설 라인을 구축하는 데 다시 없는 기회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윤석열 대통령,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접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E칼럼] 미세먼지 이슈도

UN에서 환경 프로그램과 관련된 역할을 담당하는 UNEP에서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정하는 기준으로 2021년 국제보건기구(WHO)에서는 초미세먼지 (PM2.5) 기준을 5ug/㎥로 강화했다. 그런데 최근의 국가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이 기준 안에 드는 국가가 없다. 전 세계의 지역별 연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아시아가 53.97ug/㎥,중동 45.69 ug/㎥,아프리카 43.29ug/㎥, 남미 17.39 ug/㎥,유럽 15.47ug/㎥, 북미 7.75ug/㎥로 빠르게 경제 개발이 진행이 되는 아시아 지역이 가장 높다. 국가별로는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인 괌 마저도 WHO 권고치보다 1.6% 높은 8.2ug/㎥ 정도이니 초미세먼지의 기준 자체가 얼마나 엄격한 지를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자연 환경이 좋고, 인구 밀도가 낮으며,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스웨덴이 5.6ug/㎥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아이슬란드와 그린랜드도 각각 5.7ug/㎥, 6.5ug/㎥ 정도이니 가히 WHO의 권고 수준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겠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평균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7 ug/㎥로 아시아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투르키예. 과테말라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 탓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2021년 기준으로 세계 10위 수준으로 국내 발생 초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은 화석원료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를 오염원별로 따져보면 지역별 특징이 분명해진다. 황사나 사막먼지로 구분되는 먼지의 경우 전세계에서 중동 지역이 58%를 차지한다. 아프리카는 52%로 그 뒤를 잇는다. 유럽에서조차 사막먼지가 비중기준으로 발생원 중에 가장 높은 원인이기는 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아시아 지역은 그 양이 3.63ug/㎥임에도 다른 오염원들이 많아서 그 비중이 6.7%를 차지한다. 에너지부문은 아시아와 중동지역이 6~7ug/㎥ 정도지만 지역에서 따라 사용 연료의 기여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에 초미세먼지 증 에너지 부문은 양은 적지만 비중은 13%로 높다. 이처럼 미세먼지 통계와 자료들은 국가별, 지역별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정책적 관리가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한 실현 가능한 우선 순위를 정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또 이미 사회 환경적으로 한 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감안할 때에 통제 가능하지 않은 원인들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고 국제 공조와 협력을 기반으로 감축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현재까지 구축된 측정망, 위성데이터, 기후망 등의 시스템을 통해 미세먼지와 관련해 시간적, 지역적으로 구분된 데이터와 통계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가공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대기의 특성상 인접국으로부터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단순히 자국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국가 간에 논의할 수 있는 근거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과학적 데이터와 자료들도 그 분석과 해석에서 시간적, 공간적 이유라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으로 다양한 의견과 부정확한 결론이 생길 수 있다. 기후환경문제와 관련해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지원을 받은 다양한 단체와 학계가 이를 엄청난 거짓말(Big Lie)이자 사기(scam)이라고 지적하며 적절한 행동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온라인상의 많은 잘못된 정보의 기초가 되는 기술과 비유들은 아직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정치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동적이고 감정적인 언어로 과학을 끌어들이거나, 과학으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기정사실화하거나, 가설을 사실로 분식하는 등의 문제는 모두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들이 과학이라는 가면을 쓰고 일반 개인들이 자기 의견과 결정을 내릴 자유를 위협하도록 해서도 안된다. 빛의 속도로 의견과 정보가 퍼지는 현재의 IT기반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독립적인 과학자들이 과학적 진실을 가지고 협력해야 잘못된 정보의 맹공격으로부터 개인과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 제2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논란이 미세먼지 이슈로 옮겨 붙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정보가 왜곡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기자의 눈] 무섭게 침투하는 중국산 전기車, 이대로 가다간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한국에 점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버스의 경우 10대 가운데 4대가 중국산이다. 업계의 활발한 연구개발과 동시에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1131대 중 중국산 전기버스는 468대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 일렉시티가 457대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4위는 모두 중국업체 버스다. 중국 하이거버스의 하이퍼스는 191대가 팔렸고, CHTC 에픽시티와 비야디 eBus-12는 각각 79대, 76대가 팔렸다. 현대차 카운티 일렉트릭과 일렉시티 타운은 각각 54대, 46대 판매에 그쳤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저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낮은 온도에서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한결 저렴하다. 최근에는 LFP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 시 최고 7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영하 10도에서도 30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승용차 시장에서도 ‘중국산’의 공습이 거세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차종이 과거에는 볼보 S90이 유일했으나 테슬라 모델Y, BMW iX3, 폴스타 폴스타2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니(MINI) 일렉트릭, 테슬라 모델3, 링컨 노틸러스 등도 조만간 중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수입될 예정이다. 볼보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을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최소 7개월간 모두 중국산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 시장 내 한국 자동차 기업은 그야말로 허덕이고 있다. 2016년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공장을 5개까지 늘리고, 기아도 3개의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그러나 다음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표출되면서 판매량은 곤두박질했다. 2016년 현대차그룹의 합산 점유율은 8.1%에 달했는데 지난해는 1.9%였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이번 달 충칭 제5공장도 36억8000만 위안(약 6800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창저우에 있는 제4공장도 연내 매각할 방침이다. 기아는 2019년 장쑤성 1공장을 장쑤웨다그룹에 장기 임대했다. 이젠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완화됐다. ‘어디서’ 만들었는지가 아닌 ‘얼마냐’의 문제다. 이대로 가다간 잠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 자동차 업계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국내 업계도 연구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R&D 지원,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산업 보호·활성화를 도와야 한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김정인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유럽과 중국의 경제 침체가 주는 교훈

최근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다. 유럽의 경제부진은 영국, 독일과 같은 중추 국가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EU탈퇴) 이후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올해 1월 국제통화기금은 영국의 올해 GDP 증가율이 -0.6%로, G7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다소 개선돼 -0.3%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경치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생활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 가구의 40%가 생필품 구입비용이 부족하고, 24%는 전기비, 난방비 등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일부 기관에서는 이대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2024년 에는 3000만 명의 영국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기준 영국 인구가 6774만 명 정도이니 절반에 가까운 44%가 빈곤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도 최근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듣는다.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높아 에너지 소비가 많다. 독일은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한다. 미국, 프랑스, 영국의 2배 수준이다. 독일은 이런 전력다소비 산업구조를 외면한 채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장려했다. 그런데 태양광·풍력으로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졌다. 우크라이나전쟁 이전에는 러시아에서 싼 천연가스를 수입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했지만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막히자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결국 모자라는 전력을 이웃국가인 프랑스에서,그것도 원전에서 만든 전력을 구입하는 웃지못할 일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GDP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그런데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그 동안 감추어져 있던 잠재적 부실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2021년 헝다 사태와 최근의 부동산개발 1위 업체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 등 몇 몇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의 위기가 중국경제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 국가가 겪는 위기는 복합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고금리, 전쟁, 코로나19 사태 등이 지목되지만 좀 더 파고들면 자유민주주의 부재와 시장경제 원리의 부정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경제위기는 브렉시트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불법이민자를 막겠다는 이유로 다른 유럽 국가와의 자유로운 상품과 자본의 이동을 막아버린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EU를 탈퇴해 불법 이민자를 막고 EU에 지불하는 분담금을 국내에 투자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불법이민, EU 분담금 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영국 국민들은 알지 못했다. 브렉시트의 대가는 자본의 해외 탈출, 수출 부진, 물가 상승 등으로 돌아왔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전 친 러시아 정책을 펼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것이 패착이 됐다. 더구나 러시아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권위주의 국가로 정책결정에서 자유민주주의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 독일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도 공산당 일당 체제로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기업을 정책달성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권위주의 정부의 정책결정이 국가 경제의 침체를 불러온 근원이다. 영국, 독일, 중국의 사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은 정치적ㆍ철학적 관념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은 우리가 소중이 지켜야 할 큰 자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기자의눈] 이재명 대표 1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된 뒤 28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선 패배 후 반 년도 되지 않아 거대 야당 대표로 나섰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사법리스크’와 연이은 당 내의 악재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 대표는 77.77%라는 역대 민주당 전당대회 사상 최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당선됐다. 다만 당대표 임기 2년 중 절반을 보낸 현 시점에서 다른 정치인에 비해 월등한 점이 없다. 오히려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내 갈등을 해결하는데 주저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당선 뒤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수많은 사법적 의혹에 직면했다. 수많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지난 2월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리더십 위기를 겪기도 했다. 본인의 사법적 의혹을 의식한 듯 민주당 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의혹’ 등에 과감히 결단하지 못했다. 혁신을 위한 혁신위원회도 만들었지만 위원장인 이래경씨를 임명한지 9시간 만에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도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 등에 휩싸였지만 이 대표는 별 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다. 사법리스크와 동시에 ‘팬덤 정치’ 문제도 이 대표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로 지칭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에 반대하는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하며 문제를 일으켰다. 개딸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당 소속 의원들을 색출해 문자·전화 폭탄을 돌리면서 계파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재명표 ‘민생 드라이브’ 역시 당정의 거부로 인해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 대표가 추진한 양곡관리법·간호법 최종 입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했다. 이 대표는 민생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보편적 기본소득 추진 등도 주장했지만 현재로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총선까지 약 7개월 가량 남은 가운데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내년 총선이 당 운명과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당 내 화합을 위한 소통이 필요한 시기다. 우선 줄줄이 남아있는 본인을 향한 숱한 의혹을 해명하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대표 자신의 사법리스크부터 타파해야만 거대 야당의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이상호 칼럼] 프리고진 사후의 바그너그룹 운명은

지난 6월 러시아 군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방식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 중도에 포기했던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이 8월 23일 항공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에 대한 반란을 "정의의 행진"이라고 미화한 프리고진과 바그너 부대는 단 하루 만에 수도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하며 푸틴에 굴욕을 안겼다. 바그너의 반란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 입성 직전에 극적으로 진화됐다. 그리고 프리고진이 사면되며 반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으로 보였다. 프리고진은 푸틴과 면담하고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참석하는 한편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오가는 등 건재를 과시하며 바그너그룹 재건에 힘썼다. 사망 며칠 전에는 바그너의 아프리카 지역 교두보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순방하기도 했다.그러나 전형적인 권위주의 지도자인 푸틴에게 반란을 일으켜 권위와 체면을 손상한 프리고진이 곱게 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푸틴은 반란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프리고진을 사면하고 바그너 그룹 활동 재개를 묵인했지만, 지금까지 본인의 권위에 타격을 주거나 도전한 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프리고진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느라 배신자를 용서해 주는 척 했을 뿐이다.프리고진의 사망으로 바그너그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프리고진과 함께 탑승한 바그너 주요 지휘관들도 사망했기 때문이다. 바그너그룹은 반란 이후 주둔지를 벨라루스로 옮기고 존재 가치를 부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바그너가 폴란드 북부 지역을 교란하거나 침공을 계획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폴란드는 최근 한국에서 공급받은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역으로 이동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도 벨라루스에 있는 자국민들에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장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지휘관을 잃은 바그너 병력의 운명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바그너는 민간군사회사, 즉 민간용병업체다.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용병업체는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거나 해외 주둔 병력에 식사나 병참을 공급하는 등 일반적인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같은 임무에 정규군을 투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이에 비해 바그너의 주요 임무는 국제 분쟁과 전쟁에 정부 대신 개입하거나 직접 참전하는 것이다. 러시아나 미국같이 중소규모 분쟁에 자주 개입하는 국가는 정치적 부담과 희생을 최소화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용병은 다양한 형태의 국제 분쟁에 정치적인 부담 없이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유용한 대안이다. 용병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해도 무시할 수 있고 때로는 국가는 할 수 없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더러운 일’을 대신 해 주기도 한다.바그너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시리아 내전이다. 러시아는 정규군을 파병했지만, 바그너도 함께 참전해 큰 활약을 했다. 바그너는 시리아 군벌과 결탁해 정적 제거 등 불법행위와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전쟁 범죄도 저질렀다. 이후 바그너는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중앙아프리카는 다이아몬드, 금, 석유 등 자원 부국이지만, 오랜 내전과 종교 갈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가 됐다. 바그너는 현지에서 정부군과 함께 반군 소탕 등 임무를 수행하며 다이아몬드 및 금광 등을 손에 넣었다. 바그너는 많은 잔혹 행위를 자행했다.바그너는 니제르 쿠데타에도 직접 관여했다. 니제르와 주변국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로 아직도 프랑스 영향권 안에 있으며, IS 등 테러단체의 아프리카 거점이다. 니제르는 우라늄 등을 대량 보유한 천연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서방을 견제하는 시도의 하나로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를 대신해 앞장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처럼 바그너는 러시아 정부의 묵인 아래 정책을 보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푸틴의 용인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방증이다. 프리고진과 지휘부가 사망했다고 바그너가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는 러시아 정규군으로 흡수되겠지만, 벨라루스나 아프리카 지역에 남은 병력은 푸틴이 지명하는 새로운 인물이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간판을 바꿔 다는 방법으로다. 반란이라는 큰 사고를 쳤지만, 바그너는 푸틴에게 매우 유용한 정치 도구이기 때문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데스크 칼럼] 진에어 사태, 보상보다 소통이 먼저였다

지난 20일 일요일 낮 12시 일본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서 300명이 넘는 여행객들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오려던 국내 여객기가 엔진 문제로 결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이날 공교롭게도 기자도 가족과 함께 문제의 여객기 승객이었던 탓에 공항 현장에서 발생한 고객 항의사태와 해당 항공사인 진에어의 대응을 목도할 수 있었다.비행기 엔진의 기계적 결함은 승객 안전에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비 작업을 거쳤더라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경우도 어쩌면 비행기가 착륙 뒤 결함을 발견했거나, 비행 중 사전 이상신호를 감지한 항공사가 정상운항 불가 또는 순연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그럼에도 공항에서 승객 집단항의 사태가 발생했고, 언론에 크게 알려져 기업 이미지 손상을 초래한 데에는 진에어의 초기대응 미숙과 그릇된 사후처리 인식 때문임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초기에 사실 해명 부실, 현장책임자 부재, 보상만능주의 인식, 고객불신을 초래하는 의혹행위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었다.사건사고가 터졌을 경우, 정확하고 솔직한 사실 해명은 해결의 기본수칙이다. 기자가 판단하기에 진에어가 공항에서 비행기 결함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승객들에게 알리고 준비된 대응매뉴얼에 따른 후속조치를 제시했다면 사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진에어는 초반부터 ‘단순 지연’이라 얘기했다가 출발(이륙)시간을 넘기자 ‘안전점검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고, 결항 2∼3시간 경과 뒤에야 ‘엔진(부품) 결함’이라고 해명했다.이같은 결항 원인이 드러나기까지 진에어 책임자는 현장에 없었다. 답답해 하는 승객들은 2시간 이상을 탑승구에 배치된 일본인 직원과 타사 파견인원으로부터 불확실한 결항 해명과 ‘미안하다’ 말만 되풀이 들어야 했다. 승객 불만과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진에어 관계자도 승객이 원하는 후속조치 답변을 시원하게 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승객 내부에서 ‘요즘 여행성수기라 임시비행편을 마련하기 힘들어 그럴거야’라는 동정론까지 나올 정도였다.이날 일본 공항경찰이 동원될 정도로 승객 집단항의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진에어의 이해할 수 없는 승객 차별대우 ‘의혹’이었다고 본다. 의혹이라고 한 까닭은 항공사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에어는 임시방편으로 귀국이 급한 승객부터 우회 귀국시키기 위한 조치로 다른 항공사 잔여석을 협조받아 부산으로 가는 수십명의 좌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잔여석 일부 중 부산이 아닌 ‘인천’으로 막바로 가는 또다른 비행편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급작스레 험악해졌다.대합실에서 임시비행기 소식을 장시간 고대하고 있던 나머지 승객들이 발끈해 탑승구로 몰려가 집단항의하면서 아수라장이 돼 버렸고, 일본공항 경찰까지 출동하기에 이르렀다.더욱이 이같은 의혹 행위에 현장의 진에어 관계자는 ‘죄송하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후 책임자 호출과 즉각적인 후속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진에어는 회사 차원 보상을 언급하면서 사태를 무마하려했다. 그리고, 삿포로 여행객 귀국이 완료된 뒤 진에어는 승객 개인별 10만원씩 보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일단락했다.진에어를 포함해 이른바 ‘저가(저비용) 항공기’는 가격의 메리트 때문에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싼 만큼 대형항공기 수준의 부수적인 서비스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저가이더라도 위기대응 서비스에서 소통 부재와 차별이 있어선 안된다. 이참에 진에어와 공항 직원들의 사태해결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똑같은 부실 대응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에너지경제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기자의 눈] 내 집 마련의 적절한 시기는 도대체 언제일까?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나이가 한두 살씩 들어가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 같은 고민은 주변 지인들에게서도 쉽게 보여지며 3040 세대라면 절반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부동산에 대한 각종 의견들을 듣다보면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갈대처럼 흔들린다. 한쪽에서는 현재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향후 2~3년 동안 혼조세를 보이다 2차 하락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내년 서울 내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이로 인해 향후 아파트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근거와 설득력이 충분한 다양한 의견들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나의 결심은 약해지고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이 같은 고민은 내 집 마련의 본질이 수익 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일차원적으로 집을 마련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이로 인한 수익을 원하기 때문에 입지 및 가치 상승 가능성 등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다. 고려해야할 조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른 이들처럼 부동산 시장 향후 전망 및 투자시기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가운데도 내 근본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가짐은, 내 집 마련에 대한 나만의 기준 혹은 방향성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전문가 예상을 무시하면서 고집을 키우는 것과는 다르다. 또 다른 사람의 전망 및 분석에 빠져 마치 그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착각하는 것과도 다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기준과 방향성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명확하게 정해진 나만의 기준과 방향성에 시장 분위기, 각종 부동산 관련 수치, 주변 권유, 전문가 분석 등을 적용해야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한 사람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정해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을 하기를 바래본다. daniel1115@ekn.kr증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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