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3일(금)



[로컬톡톡] 지역 기반 노인 통합돌봄 정책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21 08:35

김은경 경기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김은경 경기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김은경 경기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고소득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국민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18.4%이고, 2025년에는 20.6%로 전망되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것이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치매 환자도 증가하여 올해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39년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 요양 및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이미 가정 내 노인 돌봄이나 노인 치매 문제는 가족 간 불화를 만들고 가계 생계를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 간병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비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인의 거동이 불편하게 되면 높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가정은 병원 입원에 의존하고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서는 노인들을 방치하게 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장기 요양 지출을 개선하면서도 노인과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돌봄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에서 노인정책은 교통비 지원이나 공공 일자리 등 임시방편적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치권이 노인들의 삶의 질 문제를 고민하기보다 노인들을 득표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인들이 지역에서 사회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노인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예방 서비스와 재가 서비스를 받으면서 살던 동네에서 그리고 내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치료와 돌봄을 통합하는 통합돌봄 시스템이 없어 노인들은 넘어져 다치기만 해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들어가야 한다. 적절한 통합돌봄 시스템이 없어 이곳저곳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비용도 많이 들고 분절된 서비스로 인해 만족도도 떨어지게 된다.


노인들의 삶의 질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수요로 인한 정부의 재정부담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통합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재가 의료서비스 확충과 보건복지 연계 체계를 위해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 2017년부터 통합돌봄을 시작한 영국은 2022년 7월 1일부터 '보건돌봄법'에 기반한 통합돌봄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해 42개의 지역 통합돌봄 시스템(ICS)이 만들어졌다. 국가와 지역이 함께 통합돌봄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주민들의 수요를 가장 잘 아는 지역이 돌봄 서비스의 주체가 되고 국가는 기준을 만들어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한다. ICS의 목표는 모든 주민의 건강을 향상하고, 다중적이고 만성적인 질병 상태인 주민을 지원하며,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통합하여 재정지출의 효과를 높이면서도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ICS에는 국가건강서비스(NHS) 조직, 지역 당국, 의사단체, 기타 의료 및 돌봄 관련 기관이 참여한다. ICS는 지역에서 돌봄 서비스를 조정하고 지역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지역 의료 및 돌봄 주체들과 광범위한 협력을 한다. 국가는 지역 당국 및 기타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통합적인 보건 및 의료서비스를 계획하고 제공한다. 통합돌봄 시스템은 지역 전체의 보건 및 돌봄 수요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과 민간 조직 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면서도 서비스 질을 높이고 사회적 계층 간 돌봄 서비스 혜택의 불평등도 감소시킬 수 있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전되는 한국 사회에서도 돌봄 및 의료 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높은 품질의 통합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사실 통합돌봄 서비스의 정립 및 품질 제고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직면한 공공 서비스의 과제이다. 잘 만든 통합돌봄 모델은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여 노인의 건강 증진 뿐만 아니라 1인당 보건 돌봄 비용을 줄이게 할 수 있고 복지혜택의 형평성도 제고될 수 있다.


통합돌봄 시스템은 지역민들의 수요를 잘 알고 관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 중앙정부는 통합돌봄 기금을 조성하거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여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이 구축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역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 내 주거나 의료, 요양과 재활 등의 분야에서 좋은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도 있다. 통합돌봄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하여 지역 기반의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제공자들과 중앙정부의 지역 대표, 지역주민 등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산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관리되는 노인 장기 요양, 돌봄 및 치매 지원 등 기존 서비스의 통합도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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