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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생성형 AI의 역습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GPT-3, DALL-E 2, PaLM, Stable Diffusion과 같은 주요 모델이 모두 최근 2~3년 동안에 나왔다. 이처럼 생성형 AI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는 트랜스포머, TPU(구글이 자체개발한 AI전용 칩), 슈퍼컴퓨팅,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제공되는 컴퓨팅 성능 향상이 한몫 했다. 여기에 많은 생성형 AI 모델의 오픈 소스 특성에 힘입어 학계와 스타트업이 기존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혁신을 더욱 가속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자연스럽게 문맥을 인식하는 GPT-3, PaLM과 같은 모델을 통해 강력한 언어 이해 능력을 발휘하며 텍스트 생성 능력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미드져니, DALL-E 2 및 Stable Diffusion과 같은 모델이 매우 일관성 있고 사실적이며 사용자 정의 가능한 이미지를 생성하며 이미지 생성 품질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더 나아가 복잡한 다단계 추론 및 강화 학습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더해지면서 일관성과 추론 능력의 한계도 극복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제 이미지, 텍스트, 코드, 음악, 동영상, 3D모델 등 다양한 유형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생성한다. 영어는 물론이고 100개 이상의 언어로 모델을 확장해 언어 장벽을 허물며 소비자 엔터테인먼트에서 거의 모든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성형 AI는 예술, 마케팅, 소프트웨어 개발,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는 추세다. 글로벌 전략컨설팅 기업인 매킨지가 올해 초 금융.의료, 소매, 제조, 기술 둥 전 분야의 16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해 지난 8월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조직에서 이미 한 가지 이상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마케팅, 영업, 제품 개발 및 서비스 운영으로, 이는 생성형 AI의 고부가가치 영역과 일치하는 결과다. 또 AI를 사용하는 조직의 40%가 생성형 AI로 인해 전체 AI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해, 생성형 AI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성능이 향상되고 활용범위도 빠른 속도로 넓어지면서 AI의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창작 영역에서 AI 시스템이 창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사례와 함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면서 개인의 인권 침해는 물론 저작권 관련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AI 복제(AI cloning) 경우 생성형 AI가 음성, 문학, 음악, 이미지, 연기(동영상) 등을 대상으로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임의로 생성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공연 복제(performance cloning)의 경우, 2021년에 유명 배우인 톰 크루즈가 아닌데도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는다든가, 골프를 치는 딥페이크 동영상이 ‘CNN BUSINESS’ 자료인 것처럼 TikTok에 등장했다. 한편으로 생성형 AI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늘어나는 추세다. 각국의 저작권법 관련 판례에 따르면 인간이 창작한 경우에만 저작권을 인정한다. AI가 만든 예술작품을 포함해 ‘인간이 아닌 자(non-human)’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예술가들은 창작가로부터 도구를 분리할 수가 없기에, AI가 작품의 창작자일 경우 이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하고, AI 사용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주장도 채택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새로운 법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생성형 AI의 진화는 기술 혁신과 함께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성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 속도와 광범위한 적용 영역에 비해 윤리적·및 법적 이슈에 대한 대응은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AI에 의한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와 생성형 AI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이슈는 새로운 법적 판단에 앞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어떤 규정과 가치체계를 수립해야 할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윤리적, 법적 측면을 고려한 균형 잡힌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EE칼럼] 한전 적자해소 의지있나?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9년 128조7000억원이던 한전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1조4000억원으로 2년 반만에 56.4%나 불어났다. 정부가 바뀌고도 지난 1년간 9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이 내야 하는 하루 이자만 7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흑자를 보면 전력요금 인하 압박 때문에 발전자회사에 전력대금을 넉넉히 준다. 반대로 적자 때는 발전자회사에 주는 전기값에 인색해진다. 즉 발전자회사라는 버퍼를 최대한 활용하고도 이 정도의 적자라는 것은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말한다. 한전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한전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해 긴축을 하는 데도 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력시장의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2017년 1kWh당 전력생산단가는 원자력이 60원, 석탄 80원, 천연가스 120원, 재생에너지 220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료비의 인상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원자력 52원, 석탄 158원, 천연가스 239원, 신재생 289원으로 조정됐다. 원자력은 줄고 석탄과 천연가스,재생에너지 모두 올랐다. 이 가격표에서 보듯이 원전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이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은 5배로 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변동성과 간헐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여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전이 아무리 아껴도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다. 당장 원전을 늘리는 것은 이미 실기한 듯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규원전을 넣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부지확보를 위한 노력을 선행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립서비스’에 그칠 것 같다. 지난 20여년간 10차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단 한번도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한 적이 없다. 전부 과소예측이다.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몇 년 후 부족분을 급하게 증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기간이 짧은 천연가스발전소 밖에 대안이 없다. 반면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하면 몇 년 후 잉여부분을 감축해야 하는데 역시 천연가스발전소가 감축된다.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는 건설기간이 길어서 이미 착공됐기 때문이다. 즉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천연가스발전소가 늘어나고 과다예측하면 기저부하인 값싼 발전소가 늘어난다. 2000년도 이전에 한전이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는 과소예측과 과다예측을 번갈아 하면서 장기적으로 적정한 에너지믹스를 가져가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에는 과소예측으로 일관하면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또한 한전적자의 원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적정 에너지믹스로부터 현재의 에너지믹스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수요도 고려해 전력수요를 산출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석연료를 전력으로 대체하려는 수요로 늘어나는 전기자동차, 인덕션 레인지 등을 과소하게 책정한 것이다. 탄소중립 2050계획을 이행하려면 전기의 4배 이상이 되는 화석연료 사용분이 전기화 또는 수소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력수요는 년간 몇 % 수준이 아니라 수백 % 수준으로 늘려야 할 지도 모른다. 전력시장의 운영에 있어서도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될 때, 한전이 값싼 원자력발전 전기가 아니라 태양광발전의 전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연료비가 싼 전원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때문이다. 그 결과 5배가 비싼 전기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오롯이 한전의 적자로 쌓이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연료비가 아니라 전력생산단가가 싼 전력 우선으로 구매하도록 구매 체계를 바꿔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한전이 적자에 빠지면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태양광발전에 투자하다가 정전사태를 맞았고, 텍사스는 풍력에 투자하다가 대정전을 불러왔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전력망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결국 정전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전력요금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력당국에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암(Arm), 반도체의 그림자 거인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반도체의 ‘그림자 거인’ 암(Arm)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9월14일(현지시간)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이 650억달러(약 86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주가가 조금 내렸지만 19일 시가총액은 여전히 600억달러에 육박한다. 암이 어떤 회사이길래 증시가 흥분한 걸까? 암을 어떻게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하게 됐을까? 암과 한국 반도체 기업은 어떤 관계인가? 우리나라엔 암과 같은 ‘슈퍼을’이 왜 없을까?◇ 모바일 혁명의 숨은 조력자암의 설립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영국 에이콘 컴퓨터와 미국 애플, VLSI테크놀로지 3사가 합작했다. Arm은 Advanced RISC Machines의 약자다. 본사는 영국 케임브리지 교외에 있다. 명문 케임브리지대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1997년 휴대폰 최강자로 군림하던 핀란드 노키아가 암이 설계한 칩을 선택했다. 암은 단번에 적자를 벗고 성장 궤도에 올랐다. 2007년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다. 이때 잡스는 아이폰에 들어갈 칩 공급을 인텔에 타진했다. PC와 서버용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인텔은 잡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잡스는 암을 대안으로 골랐다. 아이폰은 모바일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덩달아 아이폰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암의 가치도 다락같이 뛰었다. 현재 암은 휴대폰 AP 설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암은 반도체 회로설계(디자인)를 전문으로 한다. 칩을 만드는 회사에 설계도를 넘겨주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다. 별도 생산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이른바 팹리스(Fabless)로 분류된다. 설계 능력이 워낙 출중한 덕에 모바일 AP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예컨대 애플, 엔비디아, 삼성전자, TSMC 등 고객사들은 모바일 칩을 만들 때 암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 10년 앞을 내다본 손정의의 안목일본 스기모토 다카시가 쓴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는 2006년께부터 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기모토는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다. "앞으로 잡스가 만들게 될 모바일 기계는 세계를 바꾸어 놓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아미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막을 열게 되겠지. 그렇다면…암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플랫폼을 장악할 것이다."암에 대한 손정의의 짝사랑은 2016년 열매를 맺었다. 이 해 손정의는 휴가 중이던 스튜어트 챔버스 암 회장을 터키 휴양지에서 만나 "암을 매수하고 싶다. 단순한 출자가 아니라 100% 매수"라고 제안했다. 결국 손정의는 234억파운드(약 290억달러, 39조원)을 주고 암을 손에 넣었다. 동시에 손정의는 런던증시에서 암 상장을 폐지했다. ◇ 엔비디아가 눈독4년 뒤 미국 엔비디아가 암 인수를 추진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분야의 선두주자다. 엔비디아는 인수금액으로 400억달러를 제시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과 유럽연합, 미국의 공정거래 당국은 엔비디아와 암의 결합이 반도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대형 IT 기업들도 양사 결합에 반대했다. 결국 암을 인수하려던 엔비디아의 계획은 2022년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SK하이닉스와 퀄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암 인수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소문에 그쳤다. 지난 9월14일 암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사실 암이 나스닥 시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998년 암이 런던증시에 상장할 때 나스닥엔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했다. 다만 본무대를 아예 뉴욕 나스닥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번 IPO(기업공개)는 특기할 만하다. ◇ 원천기술의 힘반도체는 기술력이 뛰어나면 자연 독점을 누린다. 네덜란드 ASML이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도 특정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장비, 소재 분야에서 배타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선진국들이 가진 원천기술의 힘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원천기술만 보면 빈 구석이 많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공저 ‘축적의 시간’에서 "우리 산업이 처한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 있다"며 "이런 역량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된다"고 말했다.원천기술은 인내심을 먹고 자란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고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수다. 대한상의, 산업연구원 등 민·학·연은 17일 ‘산업 대전환 제언’을 정부에 전달했다. 그중 "정부가 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 첨단산업분야 인내자본을 형성해줘야 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암과 같은 초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한국판 암이 나오려면 정부가 돈을 지원하되 성과가 미진해도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경제칼럼니스트>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Arm)의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 등 관계자들이 9월14일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개장 벨을 울리고 있다. 암은 이날 나스닥에 상장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자의 눈] 테마주로 돈 번다는 착각

"2차전지, 초전도체(LK-99), 맥신, 양자컴퓨터, 비만치료제, 소금, 설탕, 요소수…"올해 증시는 유독 테마주에 홀려 여전히 기대감이 살아지지 않고 있다. 2차전지 열풍에 16년 만에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등극한 에코프로도 15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8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2차전지는 미래성장성이 있는 종목이라 쳐도, 초전도체는 그야말로 ‘꿈의 물질’이다. 지난 7월 국내 한 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LK-99’ 공개 이후 여전히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학계에서 초전도 특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희망적인 멘트와 기사 한 줄에 갑자기 주가가 치솟기도 한다. 초전도체를 이어 급등하던 맥신 테마주들도 반짝 상승하고 추락한 상태다. 양자컴퓨터 테마도 4일 천하로 마무리됐다. 상온에서 양자컴퓨터 소자에 쓰일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는 소식의 영향으로 관련 주가가 4일간 70% 급등하고, 급하락했다. 이렇듯 잠잠했던 증시 테마주로 인해 요동쳤지만, 결과는 씁슬하다. 지난 7월부터 8월말까지만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에코프로, 신성델타테크 등으로 몇 억씩 벌었다는 내용이 연일 올라오고, 주식 리딩방이 활개를 치기도 했다. 실제 지난 7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원으로 치솟았다. 연초 16조원 대비 11조원이나 늘어난 셈이다.조기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을 수 있지만, 테마주가 떠오른 뒤 사들인 투자자들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잔액은 20조1811억원(18일 기준)으로 연초(16조5311억원)보다 20% 급증했다.테마주의 등장으로 우리 증시는 주도주를 잃는 결과를 얻었다. 투자는 자유롭지만, 책임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환상과 허상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때다.

[EE칼럼] 공급망 전쟁 속 자원강국 위한 전제조건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이 드디어 광물전쟁을 시작됐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다. 중국은 지난달 1일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미국에 대한 광물전쟁을 선포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태양광 패널과 컴퓨터 칩은 물론이고 야간 투시경과 레이저 등 다양한 IT·전자제품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광물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및 첨단기술 규제를 강화한 데 대해 중국이 핵심광물을 무기화해 항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세계를 향해 칼을 뽑았다. 지난해 중국산 갈륨의 최대 수입국은 일본과 독일, 네델란드이고, 게르마늄은 일본과 프랑스, 독일, 미국이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이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국의 대응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의 제재 수단과 종류는 무수히 많다. 이미 중국은 희토류에 대해서도 수출을 막았다.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에 신재생에너지가 주목 받으면서 관련 핵심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 지고 있다. 중국은 수 년간 아프리카, 남미 등 다른 나라의 광물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올 상반기에만 100억 달러를 광산개발에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늘렸다. 중국은 5개 대륙에 걸쳐 많은 광산업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세계 코발트 채굴량의 41%, 리튬 채굴량의 28%, 니켈 채굴량의 6%, 망간 채굴량의 5%를 중국이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도 천연흑연을 채굴하지만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 경쟁력에서 중국에 크게 떨어진다. 중국의 가장 큰 장점은 핵심광물(주로 희소금속) 대부분의 제련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리튬 생산량 점유율은 16%로 호주(48%), 칠레(26%)에 비해 낮다. 하지만 제련 및 가공 단계에서는 점유율이 65%(2022년 기준)로 대폭 높아진다. 니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니켈 제련기술을 전수하면서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지배력을 키워 왔다. 인도네시아는 5년 전만 해도 기술력이 낮아 니켈을 대량으로 채굴하지 못했다. 이런 인도네시아에 손을 먼저 내민 건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적어도 3개 이상의 니켈 공장을 건설했으며,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공장을 늘리고 있다. 일본 역시 스미토모상사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생산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도 2개의 니켈 제련 공장을 가동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기업과 협력하는 이유는 니켈처리에 필요한 공정인 고압산침출 기술력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기업은 고압산침출 기술에 문제가 많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개선됐다. 세계 주요국들이 많은 돈을 들여 투자했는데도 희소금속 채굴에서부터 선광,제련 등 대규모 생산 시설 구축까지 배터리 생산의 모든 과정을 선도하는 중국을 따라 잡는데 수 십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신흥 개발국들이 광물을 무기로 차츰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구리 정광에 대해 최고 10%의 수출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인도네시아의 핵심광물 수출금지 조치에 따라 유럽연합(EU)집행위는 핵심원자재법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역내 주요광물 원자재의 최소 10% 채굴, 40% 가공, 15% 재활용 목표를 정했다. 핵심원자재법은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원자재의 역내 채굴, 가공 및 재활용 역량 확대 및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EU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역내 처리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 최소 20%의 EU 역내 처리 역량 추가 확보가 가능해진다. EU는 칠레에 이어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와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체결하며 중남미지역에 약 45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현재 80%에서 2030년 50%대로 완화하고, 2%대인 재자원화를 20%내로 확대하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전기차,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 공급망 안정화에 우선 필요한 것을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선정해 집중 관리키로 했다. 10대 전략 핵심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그리고 희토류(5종)이다. 마침 산업통상자원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14개국 장관회의에서 타결된 IPEF2 공급망 협정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 있다. IPEF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경제협의체로 한국을 포함 일본, 호주,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이다. 공급망 협정은 공급망과 관련된 정부간 공조,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 공급망과 관련된 노동환경 개선 협력 등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는 기업은 기업이 잘 하는 것을, 정부는 정부가 잘하는 것을 서로 결합해 같이 움직이는 ‘한국형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자원강국이 될 수 있다.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역습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배터리 없는 전기차는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배터리의 확보는 전기차 생산의 기반이면서 기본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체제 아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간 짝짓기(합작)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동시에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은 전기 저장능력을 높이는 에너지 밀도 확보와 함께 안전성,경제성(가격),대량 생산체제 구축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그리 간단치가 않다. 한국의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력을 보이는 것도 바로 전기차 시대를 앞서서 20여 년 전부터 준비하고 투자해온 결과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에게 배터리 내재화는 난제중의 난제다. 그러나 테슬라는 다년간의 노력을 통해 조만간 자체 배터리 생산을 예고했다. 기존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산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한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배터리 내재화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용 배터리는 용량이 작은 만큼 쉬게 접근하고 앞으로 대용량으로 안정되게 생산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반의 리튬인산철 배터리인 ‘LFP배터리’와 서방 중심의 리튬이온 배터리인 ‘NCM배터리’로 양분돼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즉 충전용량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셀투백 기법, 즉 블레이드 배터리 등이 추가되면서 단점을 점차 극복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상대적인 장점인 가격경쟁력과 안전성(화재)을 무기로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최근들어 전기차 시장에 ‘반값 전기차’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값싼 배터리’ 확보가 전기차 전쟁에서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떠 올랐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테슬라와 포드 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우회하면서 미국 내에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부터는 일본에서 중국산 BYD 전기차 판매가 시작된 데 이어 우리나라도 인산철 배터리가 장착된 BYD 상용차가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기아 레이 전기차와 KG모빌리티의 EVX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국산 모델에 리튬인산철 배터리 장착이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결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표준 이상의 고급모델은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등 가성비를 따지는 보급형 전기차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기술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주도권 싸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중국의 CATL 등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 모두를 생산, 공급 중인 만큼 리튬이온 배터리만을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3사는 그 만큼 경쟁력측면에서 불리하다. 국내 모든 배터리사가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중국 CATL은 최근 10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고,영하 10도에서도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이 배터리가 실제로 생산돼 상용화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격차 시대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도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다.김필수 새사진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홍범도 장군 논란 바로보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뜨겁다. 이념에 따른 역사전쟁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역사를 대상으로 전쟁을 치러 승리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승리가 진정한 승리일까? 여기서 이 논란의 진위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역사 해석의 문제이고, 역사의 해석은 오늘을 사는 우리만의 특권이 아니다.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 끝없이 해석과 재해석이 반복되는 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논란이 왜 문제이고,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지에 대한 필자의 입장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논란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워진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중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려는 학교와 국방부의 시도가 발단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홍 장군의 유해를 봉환해 대전현충원에 모셨고, 그 묘비를 하필이면 좌파의 상징적 인물인 신영복의 글씨체로 만들면서 우파 세력의 심기를 건드렸다. 홍범도 장군의 행적에 대해서는 일부 우파 역사학자와 군 장성들을 중심으로 그의 자유시 참변에서의 역할과 이후 행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월북한 공산주의자 김원봉의 복권 시도가 여의치 않아 그랬는지 레닌으로부터 권총을 하사받고 이후 공산주의자로 행동한 홍 장군의 유해 봉환 과정과 묘지의 크기 등에서 법규를 고쳐가면서까지 환대했다. 또 1962년에 이미 서훈 받은 홍 장군에게 다시 훈장을 추서한 것도 명백한 동일 공적에 대한 이중 서훈이다.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면서 사실상 이념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힌 가운데 육사와 국방부의 홍 장군 흉상 이전 시도는 당연하게 좌파 및 야권과의 이념 갈등을 촉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또는 대통령실이 사실상 주도한 것인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군의 입장에서는 공산주의자로 평가될 수 있는 홍범도 장군을 국군의 뿌리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군과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 또는 이전하려는 시도는 현시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홍범도 장군은 우리 국민 모두가 수십 년에 걸쳐 자랑스런 독립운동의 하나로 교육받아 온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의 영웅이다. 그런 영웅의 흉상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이전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당장 광복회도 절대 반대를 부르짖고 나서지 않았나. 대다수 국민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배워온 홍범도 장군이 하루아침에 공산주의자로 평가되는 것을, 그것도 군 일각에서 그런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일부 군과 국방부의 홍 장군에 대한 이해가 유일한 해석일 뿐 이것이 반드시 옳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자유시 참변과 이후의 홍범도 장군의 행적에 대한 다수의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고, 홍 장군의 자서전과 일부 독립운동가들의 홍 장군에 대한 평가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비록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의 역사적 의미와 해석은 끊임없이 평가와 재평가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오늘 군과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거나 이전한다고 해서 그것이 최종적일 것이라 보는가. 정권이 바뀌고 역사 해석이 달라지면 오늘 홍 장군의 흉상 이전을 주도한 사람들이 단죄되고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질 가능성은 없을까. 만일 그렇다면 홍 장군의 흉상은 이리저리 이전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어리석은 짓을 무엇 때문에 하는가. 정치가 역사를 해석하고 재단하는 일을 한다면 반대 세력에 의한 동일한 행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될 것이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E칼럼]‘녹색 사다리’, 지속가능 발전의 지렛대 삼아야

최근 굵직한 국제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잇단 재해 소식이 들려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8일 모로코 북동쪽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고, 10일에는 리비아 동부 지역을 할퀸 대홍수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나라 모두 저개발 국가이다 보니 그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6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이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번 G20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One Earth, One Family, One Future)’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리더에 해당하는 의장국 인도의 외교 역량이 잘 드러난 행사였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 정부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G20의 회원국이 됐다. 필자는 지난 7월 에너지경제신문 기고를 통해 한국에 있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주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G20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달러를 추가로 공여하기로 한 것과 서울에 소재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및 송도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녹색 사다리’ 제안이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저개발 후진국 통칭)로의 진출에 실질적인 레버리지가 되기를 주문한다. 첫째, 아프리카 대륙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다극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건곤일척의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조차도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며, 거대한 중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별도의 단일 시장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이 중국 시장을 대체·보완할 만한 시장을 찾는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전체, 중남미, 동남·남아시아, 중동 지역은 자원이 풍부한 데다 인구가 많고, 개발 잠재력이 높아 앞으로도 그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기반 시설을 정비하는 것은 해당 국가들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복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개발 잠재력이 높은데도 사회기반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저개발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국가들이 많다. 더군다나 글로벌 사우스는 지리적으로도 기후위기 상황에 더 심각하게 노출되는데 사회기반 시설이 취약하다 보니 재해가 발생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크게 타격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 때문에 다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이 지역에 속한 국가들이 사회기반 시설을 잘 갖춰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무역대국인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셋째, 글로벌 사우스에 ‘녹색 사다리’ 접근을 통해 차세대 원전이나 수소 기술, 탈탄소 해운 기술, 친환경 항만 인프라와 같은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신산업 분야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IT 산업은 물론, 배터리와 같은 기후기술 분야에서도 훌륭한 기술력과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재편의 국면에서,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전략에 의해 기업들이 국내 보다는 해외에 생산 시설을 짓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 직접적인 낙수효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공동화마저 우려된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자 최대 시장인 만큼 대세를 따라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산업계를 어떻게 유지 및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절실한 시기이다. 이런 차원에서도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 처럼 신산업 분야는 국내에서의 일자리와 직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녹색 사다리 정책이 글로벌 사우스나 한국에게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생성형 AI 시대, 실직하지 않으려면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삼성SDS 행사에 갔다가 문득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생성형 AI가 예상보다 더 빨리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삼성SDS가 내놓은 서비스는 생성형AI 기반의 기업 전용 솔루션이다. 창작과 계획, 조사, 분석 등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오피스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것으로, 황성우 삼성SDS 대표는 "업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업무의 틀까지 바꾸는 ‘하이퍼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100년 전쯤에도 비슷한 고민을 한 학자가 있었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지난 1928년 ‘우리 손주들을 위한 경제전망’이라는 논문에서 생산성과 과학기술의 진보가 후손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문제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의 창시자’로 불리는 토머슨 대븐포트(Thomas H Davenport) 미국 밥슨칼리지 교수도 지난 2017년 출간한 ‘AI시대, 인간과 일’이라는 저서에서 ‘3차 자동화 시대’에는 명백히 실직이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안한 마음에 챗GPT에게 AI가 인류의 일자리를 뺏을 것인지를 물었더니 "일부 일자리는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지만, 이런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기회의 예시로는 AI 시스템을 다루는 전문직, 인간의 창의성과 판단력이 중요한 업무, 상호작용과 감성적인 요소가 중요한 분야를 꼽았다. 뻔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시대에 우리가 실직을 면할 길은 딱 하나다. 컴퓨터가 정복하지 못할 영역을 찾아 기술을 발판삼아 올라서는 것이다. 삼성SDS이 이번에 내놓은 기업전용 자동화 솔루션의 이름은 ‘브리티 코파일럿(co-pilot, 부조종사)’이다. 기술은 부조종사의 역할을 하고, 진짜 조종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의미다. 생성형 AI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넋 놓고 있다가는 대체될지 모른다. hsjung@ekn.kr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데스크칼럼] 대리인 비용과 잼버리 사태

며칠전 지인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인근 유명 남도 한식당에서 점심 자리를 가졌다. 광화문 인근 회사를 다녔을 적 자주 점심을 했던 단골식당이었다. 지인이 광화문에서 보자고 하길래 오랜만에 가보고 싶기도 했고 해서 주저하지 않고 추천했고, 포털에서도 검색해보면 상위에 뜨는 맛집이다.음식도 깔끔하고 남도 맛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재료들이 공수돼 올라왔는데 문제는 바로 ‘모기’였다. 식사 전날 예약을 했는데 당일 점심에 갔더니 지하방으로 배정을 받았고 9월 가을의 문턱 손님들을 반기고 있던 건 쫄쫄 굶고 있던 여름의 불청객 모기였다.지인들과 점심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왱왱거리는 모기들이 괴롭히기 시작했고 도저희 참을 수 없어 직원한테 정식 항의를 했다. 모기 때문에 점심을 먹을 수가 없다고. 그가 한 조치는 고작 전기모기채 한 개를 준 것이다였다. 직원이 와서 전기모기채로 직접 모기들을 잡아준 것도 아니었다. 이제 모기한테 뜯기지 않기 위해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잡으면서 점심을 먹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거짓말 안하고 적어도 30~40마리 정도 모기를 잡은 것 같다.점심 나오기 전 점심을 먹으면서 계속 전기모기채에 잡혀서 모기가 타 죽는 ‘지찍’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점심을 준비하는 직원들, 식사를 나르는 직원들, 건물을 유지하는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면서도 우리 테이블에서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지찍하면서 잡고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아! 뭔가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건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없는 것 아닌 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손님이 모기에 뜯기건 말건, "우리는 그냥 돈 받고 받은 만큼 식사만 제공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건 주인 있는 식당이라면 직원들이 이런 마인드로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돼가고 있는 것 아닐까, 특히 이 식당 직원들은 지하방에 모기들이 창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방에 손님 예약을 받았고, 우리팀 손님 4명이나 모기를 뜯기라고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하방에 모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점심 손님 예약을 받았으니 모기를 미리 퇴치했었어야 했다. 이를 위해 모기약을 뿌리거나, 아니면 전기모기채를 항의하는 손님 손에 직접 쥐어주기 전에 직원들이 직접 손에 쥐고 모기들을 잡았어야 했다. 손님들이 비싼 식대를 지불하고 외식을 하는 이유는 그러한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이다.이 시점에 다시 상념에 드는 것은 최근 아쉽게 막을 내린 새만금 잼버리 사태이다. 여성가족부, 행전안전부, 전북도, 새만금개발청 등 잼버리와 연관된 모든 정부 기관들이 서로 졸속 운영과 관련된 책임을 떠넘겼는데 그 사이 잼버리 기간 초반 전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은 새만금 영지에서 이같은 공무원들의 무책임으로 인해 모기밥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잼버리 대회 파행의 원인이 됐던 폭염과 모기 등 해충, 분뇨 등의 문제가 대회 준비 때부터 이미 경고됐었다는 것이다. 여가부, 행안부, 전북도, 새만금개발청 등 주무 부처 어느 한 곳에서라도 주인 의식을 발휘했었더라면 새만금 잼버리가 한국 단체 관광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식당 주인이나 우리 국민이나 비슷한 댓가를 치르게 됐다. 경영학에서 대리인 이론에 따르면, 주인-대리인 관계에서는 대리인의 선호 혹은 관심 사항과 주인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거나 주인이 대리인에 비해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리인이 주인의 뜻과 다르게 행동하면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도덕적해이, 역선택, 무임승차 문제 등 ‘대리인 비용’이라는 암묵적 비용이 초래한다. 항상 식당 주인·국민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돈내고 밥 먹는 손님들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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