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2일(토)



[이슈&인사이트] 인플레이션의 까꿍 놀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16 08:55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아기와 놀아줄 때 흔히 까꿍 놀이를 한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까꿍' 소리와 함께 얼굴을 보여주면 아기는 즐거워하며 환하게 웃는다. 까꿍 놀이는 아기에게 보이지 않는다하여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대상영속성을 가르쳐주는 놀이로 알려져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사라지는 듯 하더니 다시 나타나는 까꿍 놀이를 하고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반갑다거나 인플레이션 까꿍 놀이가 즐겁지만은 않다.


인플레이션은 국내총생산(GDP), 실업률과 함께 3대 거시경제지표이다.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며 이를 역으로 이해하자면 실물로 측정한 통화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지낸 해에 비해 올해 통화의 가치가 비슷하다면 우리들은 통화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이나 해마다 그 가치가 10%씩 떨어진다면 1년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을 보유하는 것이 편치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수중에 돈이 들어온다면 이를 실물로 바꾸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 통화의 가치는 더욱 하락할 수 있으며, 어느 시점에는 누구도 통화를 보유하지 않으려는 혼란이 발생한다. 이러한 급격한 화폐가치 하락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자국의 화폐를 발행하고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이 정책목표인 중앙은행이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 내외 수준에서 지속되기 원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범위를 벗어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통화이탈' 현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하루가 멀다하고 기사의 1면을 장식하는 인플레이션은 국가경제활동의 성적표인 GDP, 생계와 직결된 노동시장의 지표인 실업률과 달리, 수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 중반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한 놈만 패' 전략을 택한 이후 최근까지 2% 내외에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무역관계의 변화, 전쟁 등에 의한 원자재 수급차질과 공급망 단절, 기후변화에 의한 농산물 생산 변화 등 공급요인들에 의해 인플레이셔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3% 전후로 하락하며 예전의 안정된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자연히 금융시장의 관심은 미연준의 금리인하가 언제 시작될 것이며 올해 몇 번 인하할 것인가에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원래 인플레이션은 쉽게 하락하지 않는 끈적한 특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유래없는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으로 이제는 물가목표인 2% 수준으로 돌아가야할 때도 되었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인플레이션이 과거 30년간 보여준 것과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해 억제하는 인플레이션은 주로 수요측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경기가 좋아 수요가 증가한데 주로 원인이 있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그 원인이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은 전쟁, 기후, 글로벌 무역관계 변화 등 공급측면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이 수요를 억제한다고 하여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고 한들 지정학적 요인 등 공급측 요인에 변화에 의해 언제든지 다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으로 향후 상당기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잠시 눈 앞에서 사라진듯한 인플레이션이 우리에게 '영속성'을 가르쳐주듯 까꿍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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