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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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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소액주주 지분이 두 배더라도 이길 수 없는 K-주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1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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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주주총회는 지분이 많으면 이긴다. 하지만 K-주총에서는 절대적이지 않다. 지분 위에 '의장의 권한과 대표이사 인감'이 있을 수 있다.


지난 달 셀리버리 주주총회는 K-주총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주 연대는 오너 지분보다 2배가량 지분을 더 보유했으나 주총에서 패배했다.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라 임시주총과 정기주총 두 번 모두 패배했다.


첫 번째 주총에서는 물리적 시간이 이유였다. 의결권 위임 서류 확인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대관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는 것이다. 의장은 임시주총의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두 번째 주총에서는 의결권 위임 서류가 문제가 있거나 적법한 위임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사측의 안건은 통과되고 주주연대의 주주제안 안건은 부결됐다.


두 번의 주총 모두 '선명한' 문제가 있다. 우선 대관 시간이 지나면 상법 372조에 의거해 총회를 연기해야지, 안건을 부결시켜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의결권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한 소액주주 지분 위임은 30곳 이상의 다른 종목 주주총회에서는 대부분 인정됐는데 셀리버리는 의결권을 '완전'히 부정했다. 이 같은 사례는 아미코젠과 셀리버리가 유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대웅 대표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가만히 있었다가는 회사를 눈 앞에서 빼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눈 앞에서 당장 본인의 경영권이 빼았기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조대웅 사태'를 사전적으로 막을 국내 주총의 관행과 구체적인 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주주들은 두 차례 주주총회가 부당하다고, 법원에 주총 결의 취소·무효·부존재와 같은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사후적 해결책이지, 사전적 예방책은 아니다.


그간 국내 주총은 주요 이해관계자가 제한적이었기에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더라도 공론화되지 않았다. 위임장이 경우,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이라는 상법 문구를 바탕으로 나머지를 판례로 해결하더라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젠 달라졌다. 소액주주는 500만명에서 1400만명까지 훌쩍 늘어났다. 다양한 개인들이 주주연대를 결성해, 다양한 종목에서 다양한 형태로 의견을 내고 있다. 당연히 논쟁의 양태도 다양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한 주총을 위해서는 주총 절차와 관련한 강행규정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프로야구에서 로봇심판이 도입된 이후 스트라이크-볼 판정의 시비가 없어진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그간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이사회 관련 논의가 활발했다. LG화학과 LG엔솔의 물적 분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련 공략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젠 주주총회에 주목할 때다. 정치권과 학계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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