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자동차 정비소, 전기차 시대 배터리 중개소로 육성하자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론 하워드의 1992년 作, “Far and Away"에는 서부개척시대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정부 소유 땅을 공짜로 나누어주는 흥미로운 방식이 그려진다. 주어진 시간 동안 말을 타고 갈 수 있는 한 멀리 질주하여, 땅을 차지했음을 선언하는 깃발을 도착한 곳에 꽂으면 거기까지를 소유지로 인정받는 경주가 그것이다. 극 중에서 아일랜드 가난한 소작농 출신 조셉 도널리(톰 크루즈 분)가 이 경주에 참여, 우여곡절 끝에 광대한 땅의 소유권을 획득한다. 미국 정부가 미개척지 개발에 투입할 외지 노동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국가 재산인 토지를 사실상 무상으로 매각했던 역사적 사례를 극화한 것이다. 이처럼 보통 무상 또는 시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국가 또는 공공의 재산을 개인에게 매각하는 행위를 '불하(拂下)'라 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불하'가 그동안 전기차에 탑재되었다가 폐차 등으로 탈착된 배터리, 즉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에도 적용되었다. 사실 사용후 배터리는 전처리 후 일정 공정을 통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희귀 유가금속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자체는 용량이 새로 샀을 때와 비교해 약 70~80% 이하로 감소하면 주행거리 감소, 충·방전 속도 저하 등으로 차량 구동용으로는 활용이 어렵지만, 다른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활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래서 전기차에 한 번 쓰이고 난 이후, 배출된 배터리는 남은 수명이나 배터리 건강상태(SOH) 등에 따라 다른 차량용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으로 '재사용'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용후 배터리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용 자산이 될 수 있다. 한편 적어도 2020년까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받아 전기차를 구매한 경우, 전기차主가 해당 차량의 폐기 등 자동차 등록을 말소할 때 관할 주소지의 지방자치단체에 사용후 배터리를 반납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었다. 표현을 바꾸어 말하자면 보조금을 지급한 정부(지자체)가 사실상 사용후 배터리를 보조금 형식으로 선구매함으로써, 소유권을 확보하여 일종의 국가 재산으로 보유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비즈니스를 위해서 사업자가 지자체로부터 이를 '불하'를 받아 활용하였다. 그리고 이런 불하 과정에서 사용후 배터리의 수거 및 보관 함께 성능평가를 통한 상품성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거점 수거센터'를 공공재원으로 전국 주요 거점에 구축,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비즈니스 육성을 지원하는 체계로서 운영되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체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020년부터 사용후 배터리 반납 의무가 폐지되면서, 구매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의 사용후 배터리도 그 소유권이 지자체에서 전기차주에게로 이전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2021년부터는 지자체에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사용후 배터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는 향후 전기차 확산 추세를 고려한다면, 이런 비반납 사용후 배터리도 함께 급증할 수밖에 없어, 지자체 반납 배터리 발생이 사실상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2028년부터는 사실상 발생하는 모든 사용후 배터리가 전기차주의 소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사용후 배터리 소유권 변경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함께 던져준다. 우선 대략 배터리 3,500대 정도면 포화될 현재의 공공 거점 수거센터의 저장용량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급증하게 될 전가차주 소유 사용후 배터리를 소화할 수 있도록, 이를 대신할 거점 수거센터를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 다만, 전기차주가 소유권을 지닌 만큼, 이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가능하면 공공보다 민간재원으로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앞으로는 지자체 대신 전기차주가 재활용·재사용 사업자와 사용후 배터리를 거래해야 하는데, 협상력 면에서 열세인 개별 전기차주가 이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재활용·재사용 사업자로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이나 사업의 다양한 위험 배분 차원에서라도 개별 전기차주보다는 다량의 배터리 묶음으로 거래하는 단일한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이 좋다. 결국, 개별 전기차주의 사용후 배터리를 위임받아 '중개(仲介)' 또는 직집 구매하여 재판매하는 '중계(中繼)' 거래를 하는 일종의 '거래소' 역할이 필요하며, 민간 거점 수거센터가 이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민간 거점 수거센터 겸 신규 사용후 배터리 거래소의 유력한 후보로 자동차 정비소를 고려해볼 만하다. 사실 국내 자동차 정비소들은 수익 구조상 주로 내연기관차 정비에 특화되어 있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확대 및 내연기관차 축소라는 수송부문의 전환에 취약,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만일 신규 비즈니스인 사용후 배터리 거래소로 전환·육성한다면 전기차 확대로 인해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배터리 순환 시스템 완비와 함께 수송부문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른 자동차 정비업에 대한 정의 전환을 지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거래소 구축·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법·제도와 함께 전환지원을 유도할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며,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데스크 칼럼] 최저임금 ‘1만원 벽’ 넘어서야 할때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1일 첫 전원회의 개최를 시작으로 '2025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최저임금 1만원 돌파'일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시급) 9860원에서 최저임금위가 140원(상승률 1.42%) 이상을 인상하면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1만원 돌파'를 전망한다. 근거는 먼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 추이에서 찾고 있다. 해당 기간에 가장 최저임금 인상액이 낮았던 때가 2021년도로 1.5%(130원) 오른 8720원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극성을 부렸던 시기였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5년 기간인 지난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모두 5년차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직전인 박근혜 정부에서 정한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정한 2022년도 최저임금 9160원을 비교하면 5차례에 걸쳐 총 2250원(상승률 41.6%)이 올랐다. 이같은 높은 상승률에도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최저임금 1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3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중소기업 및 소상공업자의 경영 피해를 덜어주기 위한 고려가 작용했다. 또한, 팬데믹 직전인 문정부 초기 2018~2019년 2년의 최저임금 인상액이 1880원(상승률 29%) 올라 기업들의 저항감이 컸던 요인도 있었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전망론의 두 번째 근거는 고금리·고물가다.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전세계적인 방역재정 투입 흐름에 따라 한국은행도 2차례 0.75%포인트 내려 기준금리 0,50%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정 확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재정 긴축을 위한 금리인상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도 2021년 8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총 3.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기준금리 3.5%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금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에 처해 있다. 여기에 국제정세 악화와 이상기후에 따른 전세계적 곡물자원의 공급망 불안과 가격 급등으로 국내 물가마저 고공행진하면서 필수비용 증가에 따른 소득저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노동계는 당연히 이같은 실질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이상 대폭 인상을 주장한다. 정부 역시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은 민심 돌리기를 위한 경제난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선택지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소상공인이든 경영주들은 비용 증가를 가져오는 최저임금 인상에 거부감을 가진다. 지난 2010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 참석한 사용자측이 최저임금 최초안에 인상을 제시했던 적은 2018년도 심의때로 당시 2.4% 인상안이 유일했다. 물론 노동계는 줄곧 1만원 이상을 요구하며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제시해 노사간 현격한 최저임금 시각을 전해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결을 원하는 사용자위원과 최대치를 요구하는 근로자위원 간 평행선은 결국 심의 시한에 쫓겨 대부분 공익위원의 조정안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안이 어느 쪽에 유리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들은 표결에 불참하는 파행을 반복해 왔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1만원 돌파'냐 '1만원 저지'냐의 명분 다툼이 아니라 지난 1년간 임금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이 얼마나 떨어졌느냐이다. 노동자측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담보해야 하는 사용자측 입장을, 사용자측은 노동자들의 가처분소득 증가가 있어야 기업제품 구매(매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기자의 눈] ‘우리집’ 사명이 무색한 아워홈 분쟁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뜻의 옛 한자성어다. 세상만사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럼에도 가족간 불화로 심심찮게 가화만사성의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최근 남매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범LG가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이 대표사례다. '우리 집(Our home)'이라는 기업명에 부응하지 못하는 가족간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점에서 사명이 무색할 정도다. 아워홈 지분은 창업주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자녀 4명이 전체의 98%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로 가장 많고, 장녀 구미현 19.28%, 차녀 구명진 19.60%, 그리고 현재 아워홈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아워홈의 오너가 경영권 분쟁은 일진일퇴의 흐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의 반대로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고 구미현씨와 남편이 사내이사로 새로 진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소 1명의 사내이사를 충원해야 하는 만큼 구 전 부회장은 오는 31일 예정된 임시주총 안건으로 기타비상무이사로 본인을, 사내이사로 자신의 장남 구재모 씨와 황광일 전 아워홈 중국남경법인장을 선임하는 안을 올렸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아워홈 경영권은 구지은 부회장에서 이사회를 재장악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측으로 바꿔질 전망이다. 오는 6월 3일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구지은 부회장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큰언니 구미현 씨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미현 씨의 '캐스팅보터' 선택에 아워홈 경영권 향배가 달려있는 셈이다. 실제로 구미현 씨는 '1차 남매의 난'이 벌어진 2017년 전문경영인 선임에 구본성 전 부회장을, 2021년에는 세 자매간 의결권 통합 등 주주협약을 맺어 구지은 부회장의 손을 번갈아 들어줬다. 최근 정기주총서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연대한 결정적 이유는 2022년 구지은 부회장이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린 무배당 결정이었다. 무배당 결정에 반발해 구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반복된 아워홈 총수일가의 갈등 지속으로 직원들도 불안과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내부 직원들은 구지은 부회장 측에 힘을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아픔을 딛고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달성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아워홈 노조는 지난달 22일 성명서에서 “대주주들 경영권 싸움으로 아워홈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하며,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구미현 씨 부부의 이사직 수용 철회를 동시에 요구했다. 현재 아워홈의 경영권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올해 글로벌 진출 등 굵직한 사업 육성을 예고한 가운데 재발한 집안싸움이 회사 경영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가 높다. '돈 앞에서는 핏줄도 소용없다'는 시쳇말이 있지만, 아워홈 사명 중 '우리의(our)'에는 오너들만 있는게 아니다. 9년째 '이권 다툼'을 벌이는 아워홈에 직원은 물론 고객과 투자자들이 얼마나 신뢰를 보낼 지 의문스럽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김성우 칼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AI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지난 4월29일 기상청은 '2023 이상기후 보고서'를 공개했다.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이는 서울에 88년만에 9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고, 온열질환자도 1.8배 폭증했으며, 산불 면적 및 남부지방 장마철 강수량도 역대급이었던 이유다.이제 더 이상 북극이나 섬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이상해진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방안으로, 우리의 주력 기술인 AI 및 디지털 기술 활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상청이 동 보고서를 발표한바로 그 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AI 기반 그린디지털 전환 컨퍼런스'가 열려,AI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탄녹위가발표한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촉진방안'의 후속조치이다.당시 탄녹위는 에너지(수급•분산관리)및 수송(고효율항로)등 6개 분야를 디지털 기술로 그린화하는Green by Digital과,설비고효율화(데이터센터) 및 저전력화(냉각) 등 디지털 산업을 그린화하는 Green of Digital방안을 제시했는데,이번 컨퍼런스에서는AI에 초점을 맞추어 이행방안들을다양하게 공유한 것이다. 우선 AI 적용 분야의 75%가 고객관리, 마케팅•판매, SW엔지니어링, 연구개발이고, 향후 생산성향상에 기여함은 몰론 개인업무 역량증대까지 잠재력이 큰 상황이므로, 이상기후예측 및 설비효율향상 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AI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AI와 Robotics기반의 Autonomous랩 구축을 통해, 연구원을 대체해 물질합성 자동화 등으로 신물질 개발 가속화도제안됐다. 예를 들어, 새로운 구조를 가진 Zeolite를 찾아내 불순물 제거나 탄소 흡착에 활용하고, 반도체 공정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저탄소 증착가스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AI 관련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기나 물 수요 급증 등 부정적인 영향과 업종별 운영 효율성 개선 등 긍정적인 영향이 공존하는 가운데 AI가 정책•기술•금융등 주요 대응방안들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대응을 가속화하는 역할로 봐야 한다는 발표도 있었다.공유된 개별 사례들도관심을 끌었는데,데이터센터내 개별 서버 기능 제어를 통해 최대 55% 전력을 절감한 사례, 공장 Heater내 불꽃 색깔에 따라 수동으로 산소 주입하던 것을 CO가상센서 설치 및 버너별 연료/Air조절 등을 통해 최적화한 사례, 전세계 563만개 디바이스가 연결된 AI기반 에너지 관리 IoT 플랫폼을 통해 에어컨 컴프레셔 회전속도 제어 등으로 60%까지 전력을 절감한 사례들도 소개됐다. 필자도 탄녹위 소속 과학기술전문위원장으로서 패널로 참여해 AI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했는데,주목할 만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현재 가시화된 AI 활용 기후변화 대응은, 감축 측면에서는 설비효율화•운영효율화•고난도모니터링•플랫폼효율화 등이고, 적응 측면에서는 이상기후예측• 사회영향예측•기상시뮬레이션•피해예방 등으로 요약되는데,아직은 생성형 AI의 활용이라기 보다는 기존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가깝다는 점이다. 둘째, 향후 연구인력을 AI+로봇으로 대체하는 Autonomous랩 등 혁신적 AI활용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질/공정이 개발된다면, 이는 새로운 차원의 기후변화 솔루션이 될 것이나 아직 가시화된 사례가 없어 그 임팩트를 미리 가늠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셋째, AI 활용 증가에 따른 학습증가 및 사양고도화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발전기 사용 증가는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 산업 탈탄소에 사용될 재생에너지를 두고도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인류가 대응에 성공하지 못한 기후변화에 AI가 확실한 해결책을 제공할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AI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효용을 제공하는 기술이라니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싶다.다만,그 기대가 실현되려면 청정에너지 수요 급증 등 현재에도 명확히 예상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대응이 필요하겠다. 김성우

[이슈&인사이트] 해외직구 사이트로부터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최근 서울시가 알리와 테무에서 팔리는 어린이용 제품 22개에 대해 검사를 한 결과 11개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 신발 장식품은 146개 중 7개 제품에서 생식 독성 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348배까지 검출됐고, 일부 제품에선 납함유량이 기준치의 33배를 넘겼다. 테무와 알리는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이 이뤄지는 방식이라 유해성 검사 없이 수입이 된다. 직구 품목은 소비자가 판매자에게 직접 사들이는 만큼, 정식 수입제품들과 달리 따로 국내 기관의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국가기술표준원,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기관별로 공산품(전기용품, 생활용품), 식품, 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어린이용품, 먹는샘물, 유해화학물질 등의 다양한 상품들에 대해 안전기준 적합성 여부를 검사하고 부적합한 상품을 차단하는 위해상품차단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다. 산업부와 대한상의 주도로 지속적인 보급과 확산과정을 통해 중소식품매장 2,500개에 시스템이 설치되었고,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점포로까지 확대되었다. 위해상품으로 등록되면 소비자가 계산할 때 경고신호가 뜨게 되고 판매가 중지된다. 이번 기회에 위해상품차단시스템을 해외직구 상품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들에게 잠재 위해상품 리스트를 받아서 이들 중 위해 개연성이 높다고 추정되는 상품들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사전 검사를 거쳐야만 수입이 허용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그러나 외국에 본거지를 둔 플랫폼 기업이나 이에 입점한 해외 제조·판매사의 위법 행위는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를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데, 중국 플랫폼을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업체들이 가품이나 유해성 제품을 판매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통관 절차 외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규제의 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은 이미 역외적용이 세계적으로 보편 룰로 자리잡았는데, 안전과 건강에 관해서는 역외적용의 당위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더욱이 중국은 자국내로 수입되는 일반적인 공업 제품이 일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 및 인정하는 CCC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직구제품들은 중국강제인증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발 직구수입품목에 대해서도 건강 및 안전에 관한 강제인증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직구쇼핑앱은 사용자 성향을 통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 테무는 틱톡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성향을 통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테무 앱에 악성 코드가 삽입되어 사용자 기기의 정보를 몰래 탈취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 중 일부는 테무 앱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의 수집, 사용, 보관 및 해외 이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마련하여 사용자의 데이터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이들 해외직구쇼핑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종류, 사용 목적, 공유 대상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나아가 사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 수정, 삭제 권리를 보장하고, 데이터 처리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의 데이터 보안 시스템 강화를 지원하고, 해킹 및 데이터 유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및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법안이 추진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에도 이들 거대 해외직구쇼핑업체들도 포함되어야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박주영

[EE칼럼] 핑크 수소의 희망

수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는 나오지 않고 물만 나온다. 그래서 청정에너지이다. 전기도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으니 청정에너지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수소와 전기는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실어나르는 캐리어(운반자)이다. 그래서 전기와 수소는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청정하게 생산되었을 때만 청정에너지가 된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량은 년간 약 50만 석유환산톤(TOE)에 달한다. 이 가운데 35% 정도만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에 의해서 생산되기 때문에 나머지 65%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면서 생산된 전기이다. 따라서 전력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줄여야 한다.그런데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은 화석연료이다. 자동차의 휘발류나 디젤과 같이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형태로 약 200백만 TOE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전력의 4배가 넘는다. 이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더 절실하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부분을 전기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기자동차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비싸고 무거운 축전지를 연결할 수 없고 충전의 번거로움을 수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 수소를 연소하는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수소는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서 몇 가지로 구분되는데 보통 색깔을 이용해서 명명한다. 석유화학·제철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화석연료를 개질하여 만든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부생수소는 다른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므로 1kg당 2-3천원 수준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화석연료를 개질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는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쓸 바에는 화석연료를 그냥 쓰는 것이 낫다. 특히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만든 것을 '청록수소'라고도 한다. 천연가스(CH4)를 산소(O2)와 결합시켜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고 남은 것이 수소(2H2)이다. 수소 1kg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1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이 경우에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그냥 굳이 수소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보다 천연가스 자체를 그냥 사용하는 것이 낫다.그런데 그레이수소를 만드는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기술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면 '블루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은 있는가? 물리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경제성이 전혀 없다면 기술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아직까지 블루수소는 연구대상이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든 수소는 '황색수소'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기의 35%가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에 의해서 생산되므로 딱 그만큼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단계를 거치면서 효율만큼의 낭비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도 경제성이 없다.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되는 수소는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은 이용률이 15%, 풍력발전은 20% 수준이다. 비싼 전기를 사용하여 생산된 수소가 쌀 수는 없다. 그나마도 재생에너지 전력이 남아돌 때만 남는 전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한다면 수소생산모듈의 가동률은 5% 미만이 될 것이다. 이 방식으로는 수소 1kg당 1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그린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좋지만 그 느낌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핑크수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수소 1kg에 3천원 정도면 생산이 가능하다. 더 좋은 방식도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의 전단계에서 생산된 증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하면 조금 더 싸게 생산할 수도 있다. 현재 기술로는 핑크 수소만 핑크빛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지난해 경북 울진군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을 조성하여 지역의 원전 그리고 새로 건설할 SMR(소형모듈형원전)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기로 하였다. 영덕에도 수소산단이 조성되고 핑크수소를 생산한다고 한다. 드디어 희망이 보인다. 정범진

풍력협회, 성진기 신임 상근부회장 취임

한국풍력산업협회 신임 상근부회장으로 성진기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정책연구위원이 24일 취임했다. 성 신임 부회장은 국내 풍력산업 초창기부터 정책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풍력발전 전문가로 꼽힌다. 풍력협회는 신임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풍력산업에 조직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성 신임 상근부회장은 지난 1991년 한국에너지공단에 입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팀장,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팀장, 신재생에너지 개발팀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 자리를 옮겨 해상풍력추진단장, 평가총괄실장, 해상풍력TF팀장, 경영본부장 등을 맡았다. 풍력협회에서는 2018년부터 해상풍력정책분과위원장과 총괄분과위원장으로서 활동해 왔다. 성 신임 상근부회장은 “국내외에서 풍력발전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는 가운데 중요한 자리를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RE100 대응과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시대를 대비하기 100기가와트(GW)규모의 풍력이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K-밸류업 빛나려면 ‘집중’투표제 필요

한중일 3국이 나란히 밸류업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다. 다른 나라들은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신(新)국9조 발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약 5% 상승했고, 일본은 지난 1년 사이 40% 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성적표는 아쉬운 상황이다. 1차 발표와 2차 발표가 있던 날 주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지난 2일 2차 세미나 때에는 금융지주 중심으로 약세를 시현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 한국식 밸류업 프로그램의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동상이몽이다. 기업이 주장하는 인센티브를 정부는 제공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내 R&D 예산마저도 줄일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매년 세수가 마이너스다. 약 56조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같은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악화돼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세 지출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들은 본인들이 최대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그 부담을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희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주권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느 한 주체가 희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모두가 향유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권의 가치를 높이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들을 가동하는 것이다. 현재 코스닥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는 10%~20%의 지분과 일정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면 이사회를 모두 장악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나머지 70%가량 지분의 의결권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해당 의결권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이 집중투표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한 후보자에게 몰아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KT&G, JB금융지주가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했다. 양 사 모두 이사 자리 중 1~2곳은 소액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로 선임되는 효과를 거뒀다. 집중투표제는 현재 정관에 배제 규정을 두면 피해 갈 수 있는데 이를 바꿔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 만으로도 K-밸류업이 달성될 수 있다. 물론 외국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 자금 유입은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선별적으로 받기에는 국내 산업 매력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려가 된다면 코스닥 시장에만 도입하는 등 안전장치를 도입하면 될 문제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 선 넘은 발전설비 도입 반대…대안부터 제시하라

산업계가 글로벌 경기부진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및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태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공장 가동을 목표로 했던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인허가와 주민반대라는 굵직한 장애물을 넘어서면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들여 인공지능(AI) 반도체향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수출(7000억달러) 달성을 추진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목을 잡았다. SK E&S의 1200MW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공장에 전력과 스팀을 공급한다는 프로세스를 문제삼은 것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대규모 발전소가 들어서면 탄소중립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산업부가 발전공기업의 석탄발전 대체사업과 협업한다면 이 발전 사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제철도 2028년까지 8000억원을 들여 당진제철소 내 499MW급 LNG자가발전설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저탄소 철강생산 체제 등을 위해 전기로를 늘리는 현대제철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인 셈이다. 이를 위해 지역주민들을 만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선택적촉매환원장치 등 유해물질을 저감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여기에는 설비 가동에 필요한 용수 조달 및 오·폐수 처리 방침도 포함됐다. 어촌이 있는 지역 특성을 특히 반영한 것이다. 2050년까지 수소혼소발전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주민들의 마음도 점차 얻고 있지만 환경단체가 이를 두고 '그린워싱(실제로는 환경오염을 자아내지만 겉으로는 친환경적으로 포장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가하는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설정하고 이번 정부가 사실상 계승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 탄소중립 로드맵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소발전 기술 등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고 가성비 높은 무탄소 발전원으로 꼽히는 원자력을 크게 늘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브릿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LNG발전을 통제하겠다는 계획이 빚은 사태라는 점을 외면한 것이다. 발전설비 예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전력 공급을 위해 추가적인 발전원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울산과 여수 등 국내 산업생산 주요거점에서 정전이 발생하면서 기업들이 설비 가동을 멈추는 등 실제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동 중단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유해물질 누출을 비롯한 환경적 측면의 리스크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소지가 있다. 국내에서 솔루션을 찾지 못한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외국에 나간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각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반대 행보를 걷는다면 가뜩이나 쉽지 않은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기후변화와 주택가격

매년 이상기온과 가뭄, 폭우 등 비정상적인 날씨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문앞까지 닥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한다. 기후변화는 평균적인 날씨의 변화이니 우리는 날씨가 좀 더 더워지고, 어떤 때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와서 홍수가 나거나 어떤 때에는 비가 오지 않아 제한급수를 해야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와 학계는 그린에너지, 그린컨슈머리즘 등 환경(=그린)을 강조하는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에 대해 아직 피부에 닿을 정도로 필요성은 느끼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정도로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우리가 기존보다 좀 더 환경에 신경을 써야할 필요가 발생한 정도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가 실제로 우리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기후변화가 왜 금리에 영향을 미칠까'하고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 기후변화는 오랫동안 중앙은행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안정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에너지와 농작물 같은 원자재 및 식료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때로는 이들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이라는 별도의 물가지수를 발표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가뭄, 홍수, 폭염, 불규칙한 강우 등은 농작물의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후 이변이 농작물 수확량을 줄이면, 결국 곡물과 기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거나 우리에게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에서 발생하거나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부진한 작황이 지속될 경우 수입 농산물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와 국내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수입되는 모든 재화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행 총재의 기후변화 언급은 통화정책에 대한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은 주로 공급측면의 문제로 인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장기적인 공급요인으로 작용하며 기후변화가 계속될수록 주요국 중앙은행에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은 경기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인해 금리를 섣불리 낮추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금리 수준은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대출은 감소하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증가시키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여기에 자산가격 또한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금이며, 금리는 이러한 자금의 가격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경우 투자가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 가계의 대표적 자산인 주택과 같은 부동산도 금리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주택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되며 이는 가계의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GDP를 상회하는 가계부채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구호는 단지 허울좋은 외침이 아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단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및 경제적 의사결정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극곰을 구하자는 구호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현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