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16일(일)



[이슈&인사이트] 기후변화와 주택가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2 13:05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매년 이상기온과 가뭄, 폭우 등 비정상적인 날씨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문앞까지 닥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한다. 기후변화는 평균적인 날씨의 변화이니 우리는 날씨가 좀 더 더워지고, 어떤 때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와서 홍수가 나거나 어떤 때에는 비가 오지 않아 제한급수를 해야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와 학계는 그린에너지, 그린컨슈머리즘 등 환경(=그린)을 강조하는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에 대해 아직 피부에 닿을 정도로 필요성은 느끼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정도로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우리가 기존보다 좀 더 환경에 신경을 써야할 필요가 발생한 정도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가 실제로 우리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기후변화가 왜 금리에 영향을 미칠까'하고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 기후변화는 오랫동안 중앙은행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안정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에너지와 농작물 같은 원자재 및 식료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때로는 이들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이라는 별도의 물가지수를 발표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가뭄, 홍수, 폭염, 불규칙한 강우 등은 농작물의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후 이변이 농작물 수확량을 줄이면, 결국 곡물과 기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거나 우리에게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에서 발생하거나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부진한 작황이 지속될 경우 수입 농산물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와 국내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수입되는 모든 재화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행 총재의 기후변화 언급은 통화정책에 대한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은 주로 공급측면의 문제로 인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장기적인 공급요인으로 작용하며 기후변화가 계속될수록 주요국 중앙은행에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은 경기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인해 금리를 섣불리 낮추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금리 수준은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대출은 감소하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증가시키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여기에 자산가격 또한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금이며, 금리는 이러한 자금의 가격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경우 투자가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 가계의 대표적 자산인 주택과 같은 부동산도 금리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주택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되며 이는 가계의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GDP를 상회하는 가계부채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구호는 단지 허울좋은 외침이 아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단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및 경제적 의사결정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극곰을 구하자는 구호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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