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2030세대인 ‘MZ세대’(M+Z세대)가 이슈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치권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잡고 있다.각종 선거에서 대체로 보수성향을 보이는 60대 이상 세대와 진보성향이 짙은 4050세대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승패를 좌우하는 결정권) 역할을 하거나 경제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모습이다. 사회의 중심 축인 허리 세대로 떠오르며 부모세대의 기득권에 맞서 사회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최근 정치권을 흔드는 ‘MZ세대’ 붙잡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대별로 보면 MZ세대가 캐스팅보트인 만큼 아주 중요한 표심"이라며 "앞으로 정치 참여율도 높아질 전망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정책을 고안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친 말이다.MZ세대는 정치적 특성 측면에서 기성세대와 분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기성세대는 ‘이념주의’가 강하다면 MZ세대는 ‘실용주의’를 우선시 한다. 하나의 가치를 갖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보다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인다.이런 특성으로 정당 충성도가 낮은 편이고 이념보다는 실용적 관점에서 사안별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기성세대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그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MZ세대들은 성향이 진보라는 이유로 끝까지 진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MZ세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촛불혁명에 적극 가담했지만 그 촛불혁명을 기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비판의 주도 세력 일원이 되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MZ세대를 한 단어로 묶어서 표현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슈에 따라 MZ세대 안에서도 생각하는 정도와 방향에 차이가 있다. 다만 자유, 편의, 실용성을 추구하고 막연한 이념과 가치보다는 삶의 만족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는 견해도 있다. ‘공정’이라는 가치를 중시하기도 하는 편이다.MZ세대를 두고 정치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부터 정치권 캐스팅보트 세대로 떠오르면서 표심의 ‘풍향계’로 떠올랐다.정치권에서도 MZ세대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집중하는 모습이다.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MZ세대는 그 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의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며 "모든 정책을 MZ세대, 청년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특히 최대 국정과제로 꼽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 관련해 그 개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MZ세대의 설득에 초점을 두고 있다.윤 대통령은 ‘3대 개혁’과 관련해 직접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 과제를 하려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손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MZ세대의 지지가 없으면 ‘3대 개혁’을 이행하기 위한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정부도 MZ세대 집중…정치·사회 전반적으로 목소리 강해져MZ세대의 목소리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정책은 정부의 근로개편안이다.윤석열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제’에도 바쁠 때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대신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다’는 취지의 근로 개편안을 내놓았다.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 있는 휴가도 제대로 못 쓰고 ‘공짜 휴가’도 많은데 이번 근로 개편안으로 ‘세계 최장’ 지적을 받는 노동시간을 더 늘릴 뿐이라며 반대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도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이후 정부는 근로시간 유연제의 타당성과 주 최대 60시간 상한제 필요성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노동자가 장기휴가 등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정부가 근로개편안과 관련해 입장을 바꾸는 데에는 ‘MZ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협의회)의 반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새로고침협의회는 대기업·공기업 사무직 중심 10곳 노조에 속해 있는 7000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지난 2월 설립한 기구다.MZ노조에 이어 MZ변호사 단체도 출범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30대 청년 변호사 200여명이 모여 ‘탈이념과 탈정당’을 추구하고 청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입법 활동에 힘쓰겠다는 취지로 구성한 단체다.MZ세대의 정치·사회 참여율이 높아지자 정부에서도 이들을 위한 정책 만들기에 고안이다.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도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저출산 문제 또한 자기계발 의지가 강하고 경제생활을 놓을 수 없는 MZ세대 특성에 따라 일·가정 양립에 초점을 두고 있다.윤 대통령은 공약 중 하나인 ‘병사 월급 200만원’을 실현하고자 2023~2027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병사 월급을 15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적금 개념인 ‘내일준비자금’을 월 55만원 지급한다는 계획이다.대학생을 위해 정부는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3500~5000원 금액대의 아침식사를 1000원에 먹을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을 두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해관계로 뭉친 MZ세대…‘이념’ 대신 ‘실용·공정’ 추구MZ세대가 적극적으로 정치·사회 분야에 참여하는 이유는 이들이 자유, 편의, 실용성, 공정 등을 중시하는 특징 때문으로 분석된다.지금의 기성세대이자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586세대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 등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그들의 자식 뻘인 MZ세대는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과 부 등 자원 배분에 배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이에 MZ세대는 ‘공정 만능론’을 강조하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MZ세대에게 중요한 건 우리 사회가 공정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삶의 만족도도 충족돼야 된다는 점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이 무너진 이유가 69시간 근무제도를 주장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에 총선에서 MZ세대는 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 혁신을 기대하면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땅 투기 사태 등이 터지면서 청년들이 분노했다"고 말했다.배 소장은 "MZ세대는 현재 상황이 힘들기 때문에 이른바 동병상련 현상이 발생한다"며 "집단 파워가 생기고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집단적 힘이 생긴다"고 판단했다.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일반적으로 MZ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의외로 정치에 관심이 많고 참여율도 생각보다 높다는 게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이 평론가는 "왜 그들이 바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현실적인 어떤 필요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기성세대들한테 맡겨놨더니 경제나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서 ‘스스로 참여해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만 MZ세대에서도 성별에 따라 정치 성향이 나눠지는 현상이 나타난다.이 평론가는 "MZ세대 안에서도 남녀 간 현안이나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발생하면서 이대남(20대 남자)과 이대녀(20대 여자)로 정치적 견해가 나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어느 정당이 우리에게 더 관심이 많은가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나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캐스팅보트’ MZ세대, 앞으로 참여 높아져"MZ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은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전문가들은 이념 집단이 아닌 이해 집단으로 모인 MZ세대가 선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현재 양당 체제 속에서 각 당의 지지세력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실용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캐스팅 보트로 떠오르기 때문이다.정치권에서도 그들의 지지도가 어디로 쏠리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MZ세대 표심을 겨냥한 정책을 구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세대별로 살펴보면 4050세대는 진보를, 60대 이상은 보수를 지지한다. 게다가 4050세대와 60대 이상의 표심이 바뀔 가능성도 적다. 투표율과 인구수를 따져봐도 진보와 보수가 얻게 될 득표 예상 수치는 비슷하다"며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를 캐스팅 보트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박 교수는 "MZ세대가 서서히 우리의 권익을 보장받으려면 스스로 정치에 참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체감하다 보니 정치나 사회적으로 더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캐스팅 보트인데다가 정치 참여율과 영향력까지 높아지면 여야에서도 이들을 위한 정책을 발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특히 1년 정도 남은 내년 22대 총선은 MZ세대를 잡기 위한 여야 간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배종찬 소장은 "투표율로만 보면 2030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낮지만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국민들이 투표를 가장 열심히 할 때는 이념일 때가 아닌 이해 집단으로 얽혀있을 때"라며 "이해 집단의 특징은 정치적인 신념 혹은 갈등보다 경제적인 이슈와 관심도가 높아질 때 더 많이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배 소장은 "정치권에서는 MZ세대들을 위한 끊임 없는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청년 패키지 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2030세대를 위해 금전과 휴식을 균형 있게 구성한 이러한 정책 패키지를 내놓아야 MZ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claudia@ekn.kr·ysh@ekn.kr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 앞이 신입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