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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줬다고 연차수당 ‘꿀꺽’ 등 청년 근로자 울린 기업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한도를 초과한 야근을 시킨 회사,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등 청년들이 선호하고 다수 근무하는 기업에서 청년들을 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정보기술(IT)·플랫폼·게임업체 등 60곳을 대상으로 집중 기획감독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감독을 실시한 결과 다수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 성희롱, 14억 규모의 임금체불, 연장근로 한도 위반, 휴식권 침해(연차휴가, 보상 휴가 부족 부여 등) 등 총 23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일한 만큼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업체는 모두 46곳으로 체불 임금 규모는 14억2300만원, 피해 고용자는 3162명이었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은 전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체불 규모가 2200만원에 달했는데 청산 의지가 전혀 없어 즉시 사법처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 온라인 정보제공기업은 연장근로수당을 월 20시간까지만 지급했고, 또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은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연차휴가를 적게 부여해 연차 미사용 수당을 미지급했다.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거나 법정한도까지만 입력하도록 해서 한도를 초과한 회사들도 12곳 있었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기업은 신규 게임 출시 시기에 총 32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 7개 회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례가 확인됐다. 한 게임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은 상급자가 여성 부하직원에게 “짧은 치마 입지 말랬지, 약속 있어?", “바지 입으니 살 빠져 보인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한 공공연구기관 센터장은 무기계약직 직원에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앞길을 막을 수 있다"는 식의 폭언을 일삼았다. 이밖에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서면 근로조건 명시 의무 위반 △임금명세서 필수기재 사항 누락 등 기초 노동질서 위반을 포함하면 60곳 업체 중 58곳에서 크고 작은 위반이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 결과를 토대로 오는 18∼29일 전국의 규모가 작은 IT,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청년 휴식권 보호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또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해 근로감독 시에 연차휴가 사용 촉진 절차 등 '휴식권 관련 증빙서류' 점검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도 개정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건전한 조직문화 속에서 공정하게 존중받으며 맘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청년친화적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부는 주4일제를 운영하는 YH데이타베이스, 유연근무가 활성화된 블록오디세이, 3년마다 10일 리프레시 휴가를 주는 라인넥스트, 연장근로 없는 엘시스 등을 '청년 노동권 보호·휴식권 보장 우수 기업'들로 소개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전국 의대 교수들 ‘사직 결의’ 확산…정부, 교수들도 진료유지명령 검토

정부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 정지를 예고한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대, 서울대 등 교수들의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하는 의대가 잇따르고 있으며 의대 교수들의 연대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 전공의들에게 했던 것처럼 현장을 떠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과 연계된 의과대학을 포함, 16개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이날 저녁 온라인에서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회를 열고 정부가 적극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18일을 기점으로 전원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울산의대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조치에 반발해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사직서는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가 연합해 별도 조직을 결성할 가능성도 있다. 회의에 참여하는 비대위는 방 위원장이 말한 14개에서 2개가 추가된 16개로 회의 시작 전까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 '적극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교수들이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서울의대 교수 전원이 사직하겠다는 결정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전공의들이 돌아오도록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아주길 부탁한다"며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한다, 안한다' 말하긴 어렵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교수님들이 또 집단사직 의사를 표현하시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것 같다"며 “더 이상 대결적인 구조를 통해서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지혜와 용기 있는 행동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서울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의료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응급과 중환자 수술 등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유지하겠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계획을 갖고 사직서 제출을 하겠다는 의미인지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러한 일(사직)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정부가 남은 기간 동안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교수 사회 동요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대화에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의대 교수와의 대화와 관련해서는 “계획이 잡혀 있고, 구체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조 장관은 중대본에서 11일까지 이탈 전공의 5556명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송부했다며 “잘못된 행동에 상응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다수 전공의의 이탈로 의료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의료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의료진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비응급환자 분류와 타 의료기관 안내 인력에 대한 지원사업을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의료걔혁과 관련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을 위해 병원이 충분히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법령과 지침을 개정해 보상체계를 개선할 것"이라며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되면 전공의들은 업무 부담이 완화돼 수련에 집중할 수 있고,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정부 “전공의 4944명에 처분통지…미복귀자 법·원칙 적용 불가피”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총괄조정관(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전공의들과의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으며 여러분을 기다리는 환자만을 생각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면 정부가 화답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정관은 “공공의료가 대한민국 의료의 '최후의 보루'라는 각오로 비상진료 보완대책도 빈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지자체별로 의료 환경과 여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 지역 의료 현장에서 국민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지난 8일까지 4944명에게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사전 통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초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사전 통지서 발송을 마칠 예정이며 이후 전공의들로부터 행정처분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1994명으로 이탈률은 92.9%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선처한다는 입장이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조기에 복귀하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뜻으로, 처분 절차 진행 중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다른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탈 기간 등이 다 다른데도 똑같이 처분하는 거는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어서 고려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중등증 이하 입원환자는 35% 줄었으나, 중환자실 환자 수는 평상시와 유사한 약 3천명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10곳을 제외한 398곳은 응급실 축소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정부는 1차 병원에서 2차 병원을 거쳐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진료체계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12일부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피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정하고 신고 가능한 직통번호를 안내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을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응급진찰료 수가(酬價) 신설, 중증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 지원 등을 위해 이날부터 한 달간 한시적으로 188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집행한다. 향후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 건강보험 재정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의료인력 당직수당, 휴일·야간근무 보상 등을 위한 예비비도 신속히 집행한다. 또 이날부터 한 달간 상급종합병원 20곳에는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한다. 이번에 파견된 공보의 138명 가운데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이다. 전 통제관은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로 인력 투입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보의 파견에 따라 수도권이 아닌 곳의 보건소에 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의료진을 순환 배치하는 등 2단계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과 수업 거부로 의대 교육도 '파행'을 겪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모두 개강을 연기하거나, 수업 거부로 강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의대생들의 대규모 '집단 유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이날 “수업 거부가 확인된 의대는 10곳"이라며 “거꾸로 해석하자면 전국 40개 의대 중 10곳은 개강했고, 나머지 30개 대학은 학사 일정 조정(개강 연기)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전의교협은 지난 9일에도 비공개 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전의교협은 이달 안에 의대생 휴학 사태를 해결해야만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의교협과는 별개로 서울의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 교수들도 각각 회의 일정을 잡으며 머리를 맞대는 등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의사 집회에 제약회사 직원이 동원됐다는 온라인 글이 허위라며 작성자를 고소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이날 경찰에 출석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조사받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의사협회나 산하 단체 차원에서 제약회사 직원을 동원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 예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경찰에서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실관계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판 커지는 건기식(상)] 선물용 제품 ‘개인간 재판매’, 독일까 약일까?

'건강관리식품'이 식품업계의 새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저출산 문제로 위기에 봉착하면서 타개책으로 삼아 신사업까지 연결짓는 추세다. 식품업계가 잇따라 미래 먹거리로 건강기능식품을 낙점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 연령대로 건강관리 붐이 확산되면서 수혜를 입는 등 매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 흐름이 다양화됨에 따라 정부가 관련 규제 해소를 통한 산업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치열한 경쟁 속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시장 현안과 전망, 기업들의 미래 사업 전략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오는 2030년 고령화율이 25%에 육박하는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앞둔 가운데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면역력 강화 등의 건강관리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소비가 늘어나자 매년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19년 약 4조8936억원이던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2022억원으로 늘어났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마크를 받고, 기능정보가 표시된 제품에 한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된다. 과거 마이너 시장으로 여겨졌던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빅마켓으로 진화한 이유는 선물 목적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점도 한 몫 한다. 실제로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선물시장 규모는 1조 6024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5.8%를 차지한다. 기존 제약사뿐만 아니라 식품사들이 시장에 참전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 데다, 비대면 거래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소비 형태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 4월부터 개인 간 거래 '시범 운영'…가이드라인 수립 선물용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늘어난 데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다. 일반 소비자 간 건강기능식품 거래는 불법이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되파는 거래가 빈번한 점이다. 일례로 한 개인 간 거래플랫폼의 경우 건강기능식품 규정이 들어갔거나 타인의 신고가 있을 시 차단하는 구조인데, 월평균 자동차단 1만1000여건, 신고 차단 2만9000여건이 발생했다. 현행법상 건강기능식품은 등록된 건강기능식품판매업자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판매 자격이 없는 개인이 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소비자 권익을 목적으로 규제 해소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개인 간 비타민·홍삼·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 재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올 1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대규모 영업이 아닌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약처에 권고했다. 건강기능식품 대부분이 상온 보관·유통이 가능하며, 소비기한 역시 일반 식품 대비 길어 재판매를 허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토대로 식약처는 이르면 오는 4월부터 1년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제도 시행에 앞서 규제심판부의 주문대로 개인 간 거래 횟수·금액 제한 등 세부 허용 기준과 일탈 행위 감시·차단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재판매 관련해 업계와 소통하며 우려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라며 “이를 반영해 판매 제품의 소비기한, 실온보관제품 등 판매 대상 유형, 보관 방법 등 안전 사항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 유통질서 교란·안전성 우려, '졸속 정책' 비판 그러나, 업계와 학계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빈틈이 많은 허술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전문성 없는 개인 간 재판매에 따라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허위·과장 광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른 공산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 등 식품류는 취급·판매하는 사람 모두 관련 교육을 받지만,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한 별도 교육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유통질서를 해칠 우려가 드는 것은 사실이나 일단 식약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중"이라며 “사업 방향성을 살펴보고 내부적으로 관련 대응 등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위험도 없지 않다. 소비자 개인별로 취급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잘못 보관하면 소비기한 내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같은 제품을 구매해 문제가 발생할 시 보상 등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보통 건강기능식품은 제형 자체가 빨리 상하는 편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안정성은 보장되나 개봉할 경우 이를 담보할 수 없다"면서 “특히, 사람 손이 닿아 이물질이 혼입되거나, 더운 여름철에는 온도 관리를 잘못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전문의 칼럼] 봄철 골프·배드민턴 하다 ‘어깨 통증’ 온다면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서 봄철 야외활동을 준비하는 이가 늘고 있다. 움츠렸던 몸을 펴고 갑작스레 바깥 활동을 하게 되면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이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미리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골프·배드민턴·야구·농구 등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 종목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어깨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관절 중 하나로 활동 범위가 넓기에 다양한 질환들이 생긴다. 어깨 질환과 목디스크 증상은 공통되는 부분이 있어 헷갈리기 쉽지만, 밤에 통증을 느끼는 '야간통'을 극심하게 느낀다면 어깨 질환 중 하나인 '회전근개 파열'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휴식을 위해 누워있는 자세를 취할 때 회전근개를 구성하는 힘줄이 눌려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 주위를 덮는 4개의 근육인 극상근·극하근·견갑하근·소원근을 함께 부르는 명칭이다. 어깨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기능과 어깨 관절의 동적인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로 어깨통증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의 하나다. 회전근개 파열은 회전근개가 변성되고 힘줄에 파열이 생긴 것으로 손상될 경우 심한 어깨 통증과 근력 감소, 삼각근이나 상완 주위의 통증을 함께 호소하며 어깨를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손상된 어깨는 자연 회복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무리한 움직임은 병증을 키우는 것이므로 빠른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하다. 회전근개 파열 검사로는 엑스레이·초음파·MRI 등 영상검사가 병행된다. 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 초기 증상은 약물, 주사, 체외충격파 등 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팔을 들어 올렸을 때 지면과 평행이 되는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완전 파열로 진행한 경우나 보존치료의 효과가 없다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하여 회전근개 봉합술을 시행한다. 수술을 결정하는 요인은 나이가 많거나, 팔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적 요소 유무, 평소 어떤 스포츠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활동력, 통증 정도이다. 이후 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대조하여 치료법을 선택한다. 요즘은 PRP(자가혈소판 풍부 혈장치료술) 주사치료와 회전근개봉합술을 병합해 치료하여, 통증 완화 및 정상적인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다. PRP 주사치료란 혈액 속 혈소판에 있는 재생성장인자를 이용하여 손상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PRP 주사치료에는 혈액을 약 30cc 정도 채취 후 원심분리기로 혈소판을 분리하고 농축하여 치료 부위에 주입한다. 혈소판 내에는 300여 종의 면역세포 단백질과 성장인자가 풍부하기 때문에 염증 완화, 혈관재생 효과가 있다. 회전근개 봉합술은 비절개 방식인 관절내시경을 삽입하여 손상 부위를 관찰 및 봉합하는 치료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회전근개 봉합술의 방법도 다양한데 기본적으로 이전에는 일렬로 꿰매는 단순봉합을 주로 했다. 다만, 접촉면이 짧기 때문에 재파열 될 수 있다는 이론이 제기됨에 따라 이열봉합 기술이 나왔다. 이열봉합은 회전근개의 접촉면을 넓혀 안쪽에도 봉합하고 바깥쪽에도 봉합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교량형봉합이 나왔는데, 회전근개의 접촉 면적을 이열봉합보다 더 잘 눌러 주어 생역학적으로 안정된다는 결과가 있다. 그렇다고, 최신형 기술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교량형봉합의 경우 내측 파열이 잘 생긴다는 연구도 있으며, 큰 파열 환자는 장력이 발생해서 재파열이 높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수술 기법마다 장단점이 있기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회전근개파열 범위와 탄력성을 고려하여 상처가 잘 아물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정부 “복귀 전공의 공격에 엄정 조치…의료현장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정부가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일부터 4주간 의료현장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한다.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도 재차 촉구하면서 모든 의료인들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빍햤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0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 일부 언론에서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 명단을 공개하고 악성 댓글로 공격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보다 동료의 공격이 더 무서워서 복귀가 망설여진다고 하소연하는 전공의도 있다고 한다"며 “현장에서 밤낮으로 헌신하시는 분들을 공격하고 집단행동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탈한 전공의의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의료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률과 원칙에 따른 처분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조속한 복귀와 대화를 촉구한다. 정부는 의료 개혁 추진과 관련해 모든 의료인들과 함께 언제든지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지난달 1일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한 이후 의료사고 특례법안을 공개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강화 방안과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준비 태스크포스(TF)를 지난주에 가동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제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져 믿을 수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세부계획을 더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개혁 4대 과제는 △입학정원 확대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게 공정성 제고 등이다. 조 장관은 이날 비상진료체계 가동에도 만전을 기하고 내일부터 4주간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을 파견할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주 결정한 예비비 1285억원을 빠른 속도로 집행하고 건강보험에서 매월 1882억원을 투입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 장관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지난 8일부터 시행한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 보완지침'에 대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간호사분들이 안심하고 환자 보호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의협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6월부터 의료단체들로 구성된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를 개최했고, 지난달에는 여러 병원장의 건의도 있었다"며 “현장 상황을 고려해 병원협회와 간호협회가 함께 논의해 시범사업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미복귀 전공의’ 1차 처분통지 내주 마무리…25일까지 의견수렴

정부의 업무개시(복귀) 명령에도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발송되는 1차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이 내주 마무리될 전망이다. 통지서를 받은 이들은 이달 25일까지 처분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5일부터 집단사직 후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발송 초반에는 작업이 더뎠지만, 최근 들어 하루 천 건 단위로 통지서를 발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초쯤 근무지 이탈 전공의 1만여명에게 모두 사전통지서가 발송될 예정이다.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은 이달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행정절차법을 보면 정부기관 등 행정청은 의무 부과 혹은 권익 제한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 등을 사전 통지한 뒤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복지부가 보낸 통지서에는 그 근거로 의료법과 그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등이 기재돼있다.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는데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관련 규정에 따라 면허 처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통지서를 받은 이후 제출 기한을 넘기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직권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관련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로 면허 자격을 정지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비슷한 사례를 보면 통상 3개월 정도는 면허가 정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이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 등으로 통지서를 회피할 경우에 대비해 발송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이후에도 재차 통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은 향후 면허 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통영 해상에서 9명 탄 어선 전복…尹 “가용인력 총동원”

경남 통영시 인근에서 9명의 선원이 탄 어선이 전복된 가운데 2명이 먼저 구조됐다. 통영해경은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선원실 입구 쪽에서 1명, 오전 9시 33분께 조타실 쪽에서 1명을 발견했다. 해경은 의식이 없는 두 선원을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현재 잠수부들과 경비함정 11척, 해군 함정 2척, 항공기 5대가 선박 내부와 사고 해역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29분께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37해리(약 68㎞) 해상에서 제주선적 29t급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됐다. 한국인 선원 2명, 인도네시아 선원 7명 등 9명이 이 어선에 타고 있었다. 이 선박은 다른 선박 1척과 선단을 이뤄 지난 7일 오전 10시 36분 제주도 제주시 한림항을 출항해 욕지 해역에서 조업 중이었다. 선단 중 1척이 오전 6시 2분께 사고 선박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제주어선안전조업국에 알렸고 오전 6시 43분께 사고 선박이 뒤집힌 채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통영 해역에서 어선이 전복됐다는 보고를 받고 “해군, 어선 등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간호사 진료행위로 의료공백 막는다…장기적으로 의료체계 개편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진료행위를 하도록 해 의료 공백 사태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를 개편한다. 대통령실이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역할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불법이었던 PA 간호사의 역할을 제도화해 합법적 역할을 부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시범사업의 보완 지침을 마련하고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보완 지침은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진료보조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해 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의료기관의 교육·훈련 의무를 명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사망 진단 등 대법원이 판례로 명시한 5가지 금지 행위와 엑스레이 촬영, 대리 수술,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가지를 제외한 다양한 진료 행위를 의료기관장의 책임 아래 할 수 있게 됐다. 이날부터 세 부류의 간호사는 모두 응급상황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혈액 등 각종 검체 채취, 심전도·초음파·코로나19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의 경우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또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는 수술 부위 봉합 등 수술행위에도 참여하고, 석고 붕대나 부목을 이용한 처치와 체외 충격파 쇄석술, 유치 도뇨관(foley catheter) 삽입 등도 한다. 특히 전문간호사는 중환자 대상 기관 삽관·발관과 중심정맥관 삽입·관리, 뇌척수액 채취도 할 수 있다.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넓히고 특정한 것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서 비롯된 '의료 공백'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실이 그동안 수술 보조를 포함한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해온 PA 간호사 역할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PA 간호사의 역할은 불법이었지만 이를 제도화해 합법적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현재 의료 공백 사태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사 자격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를 담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이 각 의료기관에 적용된 것과 관련해 “시범사업 형태로라도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해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간호사가 현장에서 이탈한 전공의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간호사들이 지금까지 관련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역할을 해왔던 부분들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PA 간호사부터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간호사 업무 규정 개정 등을 위한 법제화를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할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간호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작년 4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제정을 재차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의 간호 관련 내용을 떼어내 간호 인력의 자격, 업무, 처우 등을 규정하는 별도법으로 작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됐으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폐기됐다. 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225명)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6일 오전 11시 현재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총 1만1219명(91.8%)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이들에게 행정 처분 사전 통지서를 발송함으로써 미복귀 전공의 처분 절차를 개시했다. 이런 가운데 의대 학장들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원광대, 경상대에 이어 가톨릭대 의대 학장들도 전날 대학 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의대 학장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부가 대규모 의대 증원을 신청한 데 따른 반발이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에도 의학 교육과 진료 현장을 지키던 교수들이 하나둘 행동을 취한 데에는 '대학 본부와의 마찰'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병원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병동 운영을 줄이고 진료와 수술을 축소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가 급감한 2개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병동 의료진을 응급·중환자실과 필수의료과 등에 재배치했으며, 부산대병원도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아대병원은 이미 응급실 병상을 40개에서 20개로 축소해 운영 중이며, 대전을지대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재로 피부과·정형외과·정신과·이비인후과 진료가 불가능하고, 신경외과는 평일 업무시간에만 진료를 볼 수 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정부, 전공의 ‘집단행동’ 확산에도 의대 증원 절차 ‘마이웨이’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확산에도 의과대학 증원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학들이 정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의과대학 증원을 신청한 가운데 교육부가 이들 대학에 '2000명'의 정원을 분배할 '배정위원회' 구성에 돌입했다. 현행법상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는 문신 시술 행위를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하기 위한 국가시험 개발 연구용역을 이달 초 발주했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참여해 배정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다만 타부처 참여 여부, 위원회 규모, 정확한 구성 시점, 위원의 직업 등 신상까지 모두 비공개인 상태다 교육부는 “의료계와 개별 대학이 각기 다른 입장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인 만큼 위원회에 대한 정보가 알려질 경우 위원들의 신상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위원들이 외부의 영향 없이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증원 신청을 완료한 대학들은 증원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40개 대학이 3401명의 증원을 신청하면서 산술적으로는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1.7대 1의 경쟁률'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정원 배분은 4월 총선 이전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배정이 완료되면 이후 공은 대학과 수험생·학부모에게 넘어간다. 각 대학은 학칙을 개정해 증원된 정원을 학칙에 반영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거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교협 등 '학교협의체'가 입학연도 개시 1년 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공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고3에게 적용될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은 이미 작년 4월 발표됐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대교협 승인을 통해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대학별 의대 정원은 이러한 절차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2000명 늘어난 전국 의대 최종 모집정원은 통상 5월 발표되는 '대학 신입생 모집요강'에 반영된다. 복지부는 이달 4일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복지부는 올해 11월 최종 연구 보고서를 만들고, 그 결과를 문신사 국가시험 시행 관련 세부 규정과 문신사 위생·안전관리 교육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신 시술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다"며 “국회에 다수 발의된 법안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미리 연구를 통해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연구용역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신 수요 증가에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지난 2020∼2023년에는 비의료인 시술자 자격, 영업소 신고, 위생·안전 기준 등을 담은 법 제·개정안이 11건 발의된 상태다. 현행법상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만 시술을 할 수 있도록 못 받고 있다.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법원은 지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결했고 작년 헌법재판소도 문신사 노조 '타투유니온'이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은 헌법 위반"이라고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의사단체도 이런 법적 판단에 따라 의료인만 문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작년 10월 10일 대한문신사중앙회가 대법원 앞에서 문신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연 직후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한 국회 입법 추진에 이어 정부도 비의료인의 시술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시험의 연구용역을 하면서 의사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로 빚어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진료보조(PA) 간호사 활용,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같은 카드를 내놓은 데 이어, 미용 분야에 해당하는 문신에까지 의료인의 '활동 폭'을 줄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복지부는 불이익 면제를 전제로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지난달 29일)에 앞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의료기관의 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PA 간호사가 그간 의사가 해온 역할의 일부를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이 반대해온 비대면 진료도 전공의 집단행동 기간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해 의사단체들을 압박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특히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시작한 4일에 발주돼 시기적으로도 미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지부는 4일 전국 수련병원 50곳에 직원을 파견해 전공의 복귀 현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이튿날부터는 향후 있을 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발송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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