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국민의힘의 동반 지지율 추락으로 여권에 비상이 걸렸다. 여권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5월 10일)을 보름 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같은 지지율 추락의 원인 분석과 함께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특히 당정이 정책을 포함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개각 등을 단행해 국면 전환에 본격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 오는 27일부터 이어지는 국빈 미국방문 및 한미 정상회담 때 가시적인 세일즈 외교의 성과를 내놓고 각종 개혁의 고삐도 다시 죄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에 ‘빨간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다가오고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한달이 넘었지만 지지율 동반 추락에서 반등의 모멘텀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나선데 이어 국정운영의 영역을 외교로까지 넓혔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각종 국정과제들도 거대 야당의 견제에 막혀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도 당원내대표까지 새롭게 구성, 당 지도체제를 완성했지만 컨벤션 효과는커녕 논란만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지도부 설화로 김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2주 연속 하락해 30% 초반대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집계 결과 지난해 10월 셋째주32.9%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서울지역의 부정평가가 무려 6.5%포인트나 높아져 전체 부정평가 상승폭 2.4% 포인트의 무려 3배에 가까웠다. 계층별로도 불과 1주 새 최대 지지층으로 인식됐던 60대에서 7.9%포인트, 선거의 캐스팅보터로 평가받는 30대에선 7.2%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전주보다 3.1%포인트 내린 33.9%를 나타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2.9%포인트 오른 48.8%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전 대표 선출 전당대회 때 돈 봉투 의혹, 거대야당 ‘입법 폭주’ 등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과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세는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5%를 기록했다. 이번 윤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는 지난해 5월 취임 후 갤럽 주간별 결과에서 지난해 8월 1주(24%) 및 2주(25%), 9월 5주(24%)에 이어 네번째로 낮았다. 올해 들어선 처음 20%대로 떨어졌다. 4월 2주 윤 대통령 지지율 낙폭도 전주 대비 4% 포인트로 지난해 7월 1주(전주 43%서 37%로 6%포인트), 지난해 9월 4주(전주 33%에서 28%로 5% 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이 같은 낙폭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두드러졌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한 31%를 기록, 더불어민주당이 36%로 3%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윤석열 정부와 집권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는 외교·안보 리스크, 당 지도부 설화, 국정운영 부진 등이 꼽힌다.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일제 강제징용 해법안을 발표한 뒤 당정 지지율은 한 달 동안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대일 이슈는 사그러들었지만 최근 미국 도·감청 논란이 불거지면서 잠깐 반등했던 지지율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김기현 당 대표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이미 전당대회 때 윤 대통령의 당정개입 논란이 잇따른 상황에서 친윤(친윤석열) 일색인 지도부가 구성됐는데 최고위원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야당 협치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김기현 대표는 최근 극우 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문제 삼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전격 해촉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받는다.당 지도부 설화도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전광훈 목사 우파 진영 천하통일’ 발언에 이어 제주 4·3사건 관련 발언으로도 뭇매를 맞았다.태영호 최고위원도 "4·3 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사과까지 거부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두고는 "Junk Money 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 운동을 언급해 도마에 올랐다.‘여소야대’ 상황에서 집권당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측면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정치권은 풀이하고 있다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을 상대로 양곡관리법 개정, 간호법 개정 등 민생이나 입법 정쟁만 벌인 채 협치하는 사례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윤 정부가 최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도 제자리 걸음이다.연금개혁의 경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자문위원회가 당초보다 두 달 늦게까지 논의를 이어갔고 개혁 초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경과 보고서만 제출하는 데 그쳤다.노동개혁의 경우 근로개편안 논란에 부딪혔다. 윤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에 대해 발언한 이후 청년층 중심으로 여론 비판을 맞은 지 한달이 돼가지만 당정은 뚜렷한 개편 방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정권 초기부터 켜진 ‘민심 빨간불’에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크게 정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며 "특히 여당의 문제는 당 대표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박 교수는 "당 문제 만큼은 김 대표가 단호하게 해결해야 한다. 오히려 야당과 협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층과 함께 야당을 공격하기 보다 무거운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야당 공격은 당 대변인이 나서서 하면 되는 문제다"라며 "당 내 문제를 해결하고 야당과 협치를 할 수 있는 단계가 돼야 국정운영에 필요한 입법을 추진해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경우 소통방법을 바꿔야 한다. 대일, 대미 등 외교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국민을 보호하는 발언을 해야 하고 보수층에 대한 지지가 적은 호남권, 중도층, 4050세대 등과 활발히 소통해야 한다"며 "이런 기본 스탠스가 바뀌고 난 뒤 공천개혁을 위한 신진세력 영입, 3대 개혁 성공 등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claudia@ekn.kr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