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여야가 출구를 알 수 없는 강(强) 대 강(强) 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째 지속되는 단식 투쟁으로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2시간여 만에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으면서 정국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18일 검찰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단식 투쟁 중인 이 대표가 이날 오전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음에도 형사절차는 이와 별개라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검찰 관계자는 "법령상 일반적으로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구속기준에 따라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밝혔다.이 대표의 단식 상황과 관련해서는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하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부연했다.이에 민주당은 과반수를 차지하는 거대 야당의 힘을 과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를 찾아 한덕수 국무총리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송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이 총체적 혼란에 빠져 있고 경제와 안보, 민주주의 등 국가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로서 각 장관들을 제대로 추천하지 못한 잘못이 있고, 총리가 각 부처를 총괄하지 못하는 시점에 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 뜻을 모아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이어 "체포동의안이 의결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내각을 쇄신함으로서 국정운영 방향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도 이를 위해 단식했고,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갔지만 단식을 한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이를 관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 총리의 해임건의안은 국회법에 따라 다음에 있는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본회의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된 20일로 이르면 이날 본회의에 해임건의안이 보고된 뒤 21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것으로 관측됐다.국회에 제출된 총리 등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또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이 지나 72시간 이내 표결하도록 돼 있다. 앞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공개 요구하며 "민주당은 우선 국무총리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는 것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비판했다.이 대표가 병원에 이송된 것을 계기로 민주당의 대정부 투쟁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민주당은 상임위를 보류하고 소속 의원 전원이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거리를 띄워놓고 1인 시위를 벌여 당정의 행태에 대한 규탄에 나섰다.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부결시키기 위한 노림수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하고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처럼 소환을 통보받고 시작하는 단식은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68석이나 가진 제1야당이 내놓은 단식과 관련된 소위 출구 전략이 참으로 고약하다"며 "민주당의 주장과 내용을 보면 민생을 위한 결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당 대표 사법 리스크 돌파를 위해 민생은 내던지고 정치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정치권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대표 체포안도 20일 국회 본회의 보고 뒤 21일 표결 또는 21일 본회의 보고 뒤 25일 표결 등 두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20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21일 표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5일은 여야 합의에 의해 본회의가 개최되기 때문에 21일에 끝나고 추후 25일에 본회의를 열지 안 열지는 불투명하다"며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 간 협의사항"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오늘 즈음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고 21일 (본회의에서) 검찰 의도에 의해 표결되지 않을까 예상됐는데 예상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으나 단식 상황과 맞물린 영장 청구로 당내 ‘부결론’이 우세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오히려 민주당이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야의 강대강 대치 정국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장 소장은 "대법원장,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이어지고, 국정감사, 예산안 편성 등 앞으로 여야가 논쟁할 일이 남아있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체포동의안을 제출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극렬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병상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달라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한 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병상에 누워있는 이 대표를 가결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장 소장은 오는 10월 11일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그는 "국민의힘이 15% 이상 차이로 지게 된다면 정국 주도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윤 정부의 이념 문제 강조와 개각에 대한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며 "민주당에서도 마찬가지로 10월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이재명 대표 책임을 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러면서 "이 대표는 10∼11월 초 사퇴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지도부에 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ysh@ekn.kr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