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본격 지상전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이란을 주축으로 하마스를 지원하는 세력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카아니 사령관은 레바논에서 중동 내 반이스라엘·미국 세력의 대이스라엘 작전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니 사령관은 하마스 기습 공격 하루 뒤인 지난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한 이후 테헤란을 방문한 16∼20일을 제외하고 줄곧 베이루트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카아니 사령관은 또 최근 열흘간 헤즈볼라는 물론 하마스 지도부를 만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 반 이스라엘·미국 세력은 이란을 중심으로 이라크 시아파 무장정파(민병대)들, 시리아 정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에 이르는 ‘시아파 벨트’와 하마스를 일컫는다. 이들은 서방에선 ‘악의 축’, 스스로는 ‘저항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슬람 수니파지만 이스라엘을 압제자, 침략자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무장 투쟁을 독립·자주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노선을 공유한다. 카타르를 방문 중인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도 "그들이 이스라엘의 범죄에 침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들은 그 누구의 조언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며 휴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더 광범위한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란은 군사적 위협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스라엘에 타격을 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이슬람 국가들에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식량 금수 조치를 촉구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학생들에게 한 연설에서 "이슬람 세계는 가자지구의 중대한 문제와 관련해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국가에 반대하는 이들이 미국, 프랑스, 영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다만 이스라엘 역시 이들에 대한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무차별적 살상력으로 ‘금지 무기’로 불리는 백린탄을 썼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이스라엘군이 이달 16일 헤즈볼라 근거로 불리는 레바논에서 남부 두하이라를 공습하며 백린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역시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이스라엘군이 이번 전쟁 때 가자지구에서도 백린탄을 썼다고 주장했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든 무기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투하 지점 근처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까닭에 전쟁범죄 우려가 뒤따르는 무기다. 백린탄은 그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고 살더라도 감염이나 장기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이스라엘은 최근 AP통신의 해명 요구에 백린탄을 연막탄으로만 사용하고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백린탄을 사용할 수 있는 예외 사례를 두면서도 그 사례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또 예멘 쪽 홍해에도 반군 후티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초계함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가 하마스와 연대해 보복에 나서면서 이 지역을 새 전선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는 전날 자체 방송인 알마시라TV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3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을 겨냥해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hg3to8@ekn.krIRAN GOVERNMENT KHAMENEI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