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폭락했다(엔화가치 급등). 일본은행이 이르면 이달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할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하면서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거래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최대 141.71엔까지 급락했다. 엔화 환율은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47엔대에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엔화 가치가 하루만에 약 4% 급등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지난해 장기채 금리 상한선을 올린 이후 엔화 환율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엔화 환율이 급락한 것은 나홀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7일 의회에 출석해 "연말부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앞으로 제대로 소통하고 적절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라고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할 가능성을 45%의 확률로 반영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조기 긴축 가능성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넥스 USA의 외환 스팟 트레이더인 헬렌 기븐은 "우에다의 발언이 꼭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날 움직임은 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146엔으로 제시했다. CIBC의 비판 라이 외환 전략 총괄도 "이달부터 긴축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삭소뱅크의 알테아 스피노지 채권 전략가는 "우리가 일본은행으로 배웠다는 점이 있다면 어떤 통화정책 전환이라도 완만하고 점진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 베팅’을 잇따라 철회한 것이 낙폭을 더 키웠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치텔 글로벌 외환 총괄은 "이 움직임은 엔화 숏 포지션을 늘린 투자자들의 완전한 항복(capitulation)이라 본다"고 말했다. 다이와증권의 이시즈키 유키오 선임 외환 전략가는 "엔화 숏 포지션이 상당히 청산된 데 이어 손절매도 잇따른 것 같다"며 "8일 예정된 미국 고용지표마저 둔화될 경우 달러 매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헤지펀드들의 엔화에 대한 순 숏 포지션(엔화 매도) 계약이 2833건 증가한 6만 561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긴축이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마스카와 타다시 채권 총괄은 마이너스 금리가 내년 1월에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늦어도 내년 4월에 폐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8일 일본내각부는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계절조정치가 전 분기대비 0.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2.9% 수축했다. 시장에서는 2% 감소를 예상했었다. 또한 일본 10월 명목임금 상승률은 1.5% 상승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2.3% 감소해 19개월 연속 하락세다. 일본은행은 오는 19일에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쳐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8일 오전 9시 27부 기준,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41엔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수준으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올 들어 9% 오른 상황이다.엔/달러 환율(사진=로이터/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