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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MS와 한국형 AI 개발… 5년 내 매출 5兆 목표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본다. 이젠 협업해서 한국형 AI 모델을 빠르게 구축해야 하는 단계다. KT가 잘 되는 것과 동시에 지원 기업들의 경쟁력도 높이며 함께 발전하고 싶다." 김영섭 KT 대표는 10일 서울 노보텔 앰베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AICT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KT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와(MS)와의 협력 방향과 AICT 사업전략을 구체화했다. 기존 생성형 AI 모델 중심에서 나아가 산업 영역별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토털 패키지' 제공이 목표다. 김 대표는 그는 국내 고객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AI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양사는 이를 위해 5년 동안 약 2조4000억원을 투자해 AI 기간망을 깔고, 공동 GTM(Go-To-Market)을 개발한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투자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한국어 특화 AI 모델·서비스 출시와 AI전환(AX) 전문기업 설립 등에도 협력한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누적 매출 최대 4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내년 2690억원, 2026년 6100억원, 2027년 1조1020억원, 2028년 1조2960억원, 2029년 1조37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통신(CT)역량에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한 AICT 기업을 경영 비전으로 제시하고, 전사 차원 AX에 나선 바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MS와의 협력을 위해 물밑작업을 펼쳤고, 지난 6월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협약을 맺었다. 양사의 시장 진출 목표와 지향점이 맞아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MS는 오랫동안 다양한 기업들과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협업해 기업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라며 “KT의 실질적 성장을 위한 변화 방향을 많이 고민했고, 새 도약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형 AI는 GPT-포오(4o) 기반으로 구축되며, 데이터·법·규제·문화·언어 등 국내 상황에 맞게 최적화된다. 이를 위해 KT는 교과서·백과사전·신문 기사 등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 절차에 착수했다. 해당 서비스에는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이 도입된다. 내년 1분기 모델 개발에 착수해 2분기쯤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형언어모델 파이(Phi) 3.5 기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동개발, 내년 1분기 상용화한다. 데이터가 저장·전송되는 모든 구간과 장치의 인크립션(encryption·암호화)를 통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해 보안 수준을 높이고, 안정된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맞춤형 소형언어모델(sLLM)은 KT가 계속 공급하며, 자사 AI 모델 'KT LLM(믿음)'도 계속 키워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국내 AI 생태계를 형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유럽 출장 당시 대기업 2~3곳이 동행했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자체 클라우드제공사업자(CSP) KT클라우드의 역할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역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데이터센터의 애저(azure)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부분들을 회사와 협업함으로써 클라우드 관련 애저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며 “데이터·CSP 역량을 강화해 고객들에게 프로페셔널 서비스까지 제공,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클라우드 분야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AX 전문기업을 출범하고, 기술 연구기관 '이노베이션 센터'도 설립한다. 신설 기업은 KT 자회사로 운영되며, 전문가들이 기업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모델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AX를 원하는 기업에 글로벌 수준 컨설팅·아키텍처·디자인 등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AX인력들을 영입해 3년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센터는 양사의 AI·클라우드 기술 연구와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한다. 기존 통신사업을 위한 네트워크 현대화와 6세대 이동통신(6G),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이밖에 국내 AX 생태계 확산을 위한 전략 펀드를 공동 조성하고, 기술·컨설팅·마케팅 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전무)은 “엔비디아의 H200이 MS에 처음 공급되는데, 한국에선 KT가 가장 먼저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다. 향후 수요 및 공급 상황 등에 따라 발전된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라며 "시장 진입부터 신사업 발굴·성장까지 협력하는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위기의 K-배터리, 올해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7.5배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가 영업이익의 7.5배 가까이를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줄어든 반면 그동안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진행해왔던 막대한 투자에 대한 대가를 꾸준히 치러야 하는 탓이다. 내년에도 캐즘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국내 배터리 3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이자비용 합계(연결 기준)는 813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3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1086억원임을 감안하면 배터리 판매로 얻은 수익보다 이자로 지출한 돈이 7.5배 많은 셈이다. 상반기 79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SK온이 4016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자를 지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자비용도 2300억원에 달해 영업이익(3527억원)의 65.21%를 이자로 지출했다. 삼성SDI의 금융비용이 1822억원으로 영업이익인 5476억원에 비해 33.27% 수준에 그쳐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배터리 3사의 이자비용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 4309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922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고, 올해는 상반기만 8138억원을 기록해 연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자비용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설비확충 투자와 관련이 깊다. 2020년 이후 전기차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자 배터리 3사는 지난해까지 매년 조 단위 규모의 설비투자 비용을 집행해왔다. 중국 업체와의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생산력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캐즘으로 인해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이 너무 크게 줄었다. 3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 2022년 1조9490억원과 지난해 3조2148억원으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상반기 108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까지는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지출하는 이자비용보다 3~4배 이상 많았으나 올해는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크게 상회하게 됐다. 배터리 3사 입장에서 종전까지 추진해왔던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 전략을 유지해야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LG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분사 이후 처음으로 대내외적으로 비전 발표회를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실적 부진의 해법으로 리튬인산철(LFP)과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선박, 로봇 등 다양한 사업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의 고수해왔던 생산력 확대 전략을 고수하기보다는 유연하게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그룹 차원에서 리밸런싱을 진행한 것도 SK온의 투자 지속 문제와 맞닿아 있다. 최근 SK온의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은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SK E&S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SK온이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여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대외적으로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LFP 배터리 개발 등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지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캐즘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뚝심 있게 대규모 투자를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캐즘으로 인해 국내 3사가 기술력 우위를 확보한 고가형 배터리보다 LFP 등 중국 업체에 유리한 저가형 배터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점도 설비 투자의 고민이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정유업계, 3분기 어닝쇼크 우려… 4분기 반등도 어렵다

정유업계 3분기 성적표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4분기 반등 여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3달러대 중반으로 형성됐다.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했음에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는 등 손익분기점(BEP) 돌파에 또다시 실패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이 이어진 탓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제품값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국내 기업들의 BEP은 4.5달러 수준이다. 현재 정제마진에서는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가 쌓인다. 특히 국내 석유제품 수출의 40%를 담당하는 경유, 28%를 차지하는 휘발유 마진이 2분기 보다 낮아진 것이 문제다. 납사 마진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전체 수치가 오르지 않았던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이 3000억원, 에쓰오일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던 당초 전망과 달리 양사의 적자가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네 자릿수 적자를 예상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들여온 원유값이 하락하면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도 수익성 개선을 가로막은 요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분기 평균 배럴당 83.7달러에서 3분기 77.5달러로 인하됐다. 석유화학부문도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휘발유 마진 약세가 블렌딩 수요 축소를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보수와 화재 등으로 판매량도 축소됐다. 다만 윤활기유와 윤활유부문은 중국 수요 약세에도 원가 부담 완화에 힘입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벤젠과 파라자일렌(PX) 가격이 2분기 t당 각각 1080달러·1039달러에서 3분기 1022달러·957달러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마진도 같은 기간 393달러·351달러에서 347달러·282달러로 줄었다. 업계는 4분기 실적을 좌우할 요소로 △중동 분쟁 재점화 △글로벌 제조업 경기 △산유량 △겨울철 난방유 수요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난 7일 기준 국제유가가 엿새만에 배럴당 5달러 가까이 상승했으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가능성이 대두되자 70달러대 중반으로 돌아갔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이에 대한 보복조치가 이뤄지면 국제유가가 다시금 요동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중국·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휘발유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허리케인이 미국 동남부를 덮쳤으나, 공급 규모가 줄어든다는 확신도 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비아 석유 생산이 정상화되는 중으로,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축소도 예고됐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4분기 수출경기를 조사한 결과 석유제품의 전망지수가 70.6으로 전산업 평균(103.4)을 밑도는 것으로 집계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3분기 보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석유제품은 3분기에도 71.8로 중화학공업 중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11월 아시아향 공식원유판매가격(OSP)을 갑작스레 0.9달러 올리면서 원가 부담도 커졌다"며 “미국 항만 파업을 비롯해 단기적으로 공급량을 줄일 요소가 있으나, 내년에도 설비 증설 등으로 수급밸런스 개선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수단에서 공간으로’…현대차, 글로벌 협력 통해 ‘SDV’ 주도권 선점

현대자동차그룹의 원대한 꿈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이 점점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웨이모,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고 SDV 전환의 핵심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용성 강화에 대거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개발과 다양한 모빌리티 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전기차 전환을 넘어 차량의 개념을 재정의하겠다는 포부다. '바퀴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SDV(Software-defined Vehicle)는 '기능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거나 결정되는 차량'으로 스마트폰이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기존 문제를 고치는 방식을 차량에 적용한 것이다. SDV 전환의 가장 큰 목표는 차량의 개념을 이동수단에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자율주행을 통해 운전자의 편안함을 증대시키고 소프트웨어 활용성을 확대해 차량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SDV 전환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이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열린 CES2024, 지난 8월 진행한 CEO 인베스터 데이 등에서 항상 'SDV 대전환'을 외쳐오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2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해 SDV 전환을 선도할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의 구심점 역할을 맡겼고 관련 인력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또 최근엔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며 SDV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4일 현대차는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현대차 아이오닉 5에 적용한 뒤,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에 투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웨이모에 공급되는 아이오닉 5는 조지아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현대차는 안정적인 공급 운영을 통해 '웨이모 원' 서비스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양사는 2025년 말부터 웨이모 드라이버가 탑재된 아이오닉 5 차량의 초기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뒤, 수년 내에 '웨이모 원' 서비스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사장은 “현대차는 최근 자율주행 차량 판매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에게 SAE 기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 같은 사업의 첫 시작에 있어 업계 리더인 웨이모는 최상의 파트너"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발표했다. 양사는 지난달 '기술 제휴 및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현대차·기아가 2026년 선보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공조를 제어하고 주행 가능 거리,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서도 집안의 삼성전자 가전, IoT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자율 주행과는 무관하지만, 차량 소프트웨어 사용성을 크게 확장하는 협력으로 SDV 전환의 일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6년 하반기에는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를 공개할 것"이라며 “이후 본격적으로 SDV 기술, 서비스를 전 차종으로 확대 전개해 현대차의 모든 모델에서 개선된 이동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삼성전자, 파운드리 재확인…‘종합 반도체 기업’ 비전 흔들림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사업 부서를 분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파운드리를 포기한 인텔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의 결단의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는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판단 역시 동일시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영국 로이터 통신은 필리핀 칼람바 소재 삼성전기 생산 법인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 분사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성장을 갈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분사론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해당 2개 사업부는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아오던 부문인 만큼 분사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지만 이를 일축한 셈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파운드리 사업이 위기를 맞았고, 펫 겔싱어 최고 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분사를 공식화하며 1만5000명을 해고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분사론이 힘을 받는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인텔의 경우 x86 중앙 처리 장치(CPU) 중심 사업 구조 상 파운드리는 부가적 사업 영역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방식의 구조 재편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9년 이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해 해당 분야 1위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어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삼성 파운드리와 대만 TSMC 간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대만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대만반도체제조(TSMC)의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이 62.3%이고 삼성전자는 11.5%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주 실적이 저조해 '빵(0)드리'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생산 설비 800대를 멈춰 가동률 조절에 나섰다는 소문에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도 2026년으로 미뤘다. 이와 관련, 작년 적자 규모는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SK증권은 올해 3분기 파운드리·시스템 LSI 사업부 합계 영업손실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도 이 회장이 파운드리를 포기할 수 없는 건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임과 동시에 전자 기기 사업도 영위하고 있어서다. 특히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 사업부는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갤럭시 스마트폰 최고급 라인업인 S 시리즈에 퀄컴의 칩을 투입하는데, 이곳은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특정 회사의 칩만 구매할 경우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업이익 개선 차원에서도 파운드리 내재화가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고객은 자기 자신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통합 운영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고, 본격 AI 시대에 접어들어 메타·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022년 6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패권 다툼에 따른 공급망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글로벌 시장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부진 장기화 극복을 위해 선단 공정에서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중장기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성숙 공정에서는 고객 중심의 디자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고수익 응용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티빙, 넷플릭스 추격 제동…‘스핀오프’ 앞세워 반격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넷플릭스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며 오리지널 콘텐츠의 연이은 인기에 성장하는 넷플릭스와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격차가 다시 벌어진 영향이다. 이에 티빙은 '스핀오프' 콘텐츠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9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빙의 MAU는 787만명으로 전월(783만명) 대비 0.5% 늘었다. 올해 들어 매월 전월과 비교해 2~4%대의 증가율을 보이던 MAU가 처음으로 0%대 성장에 그친 것. MAU는 OTT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만큼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넷플릭스에 이용자 관심을 뺏긴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달 다수의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반등에 성공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167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전월(1121만명)과 비교해 4% 늘어난 수치로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상반기 매월 전월 대비 이용자가 감소하던 것과 비교하면 반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지난달 선보인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의 흥행이 주효했다는 관측이다. 이로써 양사의 MAU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앞서 국내 시장 2위 티빙은 지난 8월 1위 넷플릭스와의 MAU 격차를 역대 최소인 338만명까지 좁히며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지난달 380만명으로 확대되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티빙 입장에선 자사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돌릴만한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넷플릭스 가입을 망설이던 이들을 가입자로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셈이다. 티빙은 '스핀오프' 카드를 꺼내 들며 반격에 나섰다. 스핀오프는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캐릭터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번외작' 또는 '파생작'이다. 최근 '사장님의 식단표'를 선보인 티빙은 10월 10일 '좋거나 나쁜 동재'도 공개할 예정이다. 두 작품은 각각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와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흥행을 담보하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 티빙이 스핀오프 제작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핀오프의 경우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기존 팬덤이 확고하다"며 “여기에 탄탄한 IP를 기반으로 본편의 주인공 외에도 다양한 인물의 서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흥행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님의 식단표에는 '손해 보기 싫어서'의 서브 커플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새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좋거나 나쁜 동재에선 비밀의 숲 시리즈에서 조연이지만, 악역에서 변화하는 입체적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검사 서동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작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티빙의 스핀오프 콘텐츠 전략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핀오프가 공개되면 이야기 구조를 다시 살피기 위해서 원작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선을 끄는 작품이 많아질수록 이용자들을 플랫폼으로 불러오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배터리 원자재 가격 바닥...해외선 M&A, 국내는 관망

올해 25% 이상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 최근 가격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관련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배터리 핵심 원자재 가격이 반등한다는 소식에 글로벌 주요 원자재 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바닥까지 내려간 지금이 원자재 생산 기업·광산도 가장 싼 값에 사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글로벌 기업과 달리 상당수 국내 기업은 여전히 투자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향후 배터리 원자재 확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최근 리튬 가격은 kg당 72.5위안으로 지난달 초 69.5위안에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리튬 가격은 지난 4월 110.5위안을 기록한 이후 37.1% 급락했으나 최근 다소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니켈 가격도 이달 들어 t(톤)당 1만7600달러로 지난달 초 1만5610달러에 비해서 12% 가량 반등에 성공했다. 니켈 가격은 지난 5월 2만1275달러의 가격 고점을 기록했으나 지난달까지 26.63% 급락했다. 최근 가격 반등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중국은 올해 목표치인 5%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내수 활성화가 포함된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에 리튬과 니켈 등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이 배터리 핵심 원자재의 가격이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한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업계 내부에서 대규모 M&A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 외신들은 글로벌 광산 대기업인 리오틴토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리튬생산업체 아카디움 리튬의 인수를 추진한다고 보도를 내놨다. 지난 7월에도 중국 원자재 기업인 창시코퍼가 캐나다 광산 기업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의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등 M&A가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모습이다. 해외 기업들이 가격 반등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아직도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례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중국 화유코발트와의 전구체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5월 포스코퓨처엠은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합작사는 2027년까지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포항시에 전구체 및 니켈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 등이 검토한 결과 최근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져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투자가 중단됐다. 포스코퓨처엠이 미국 GM과 합작해 미국 현지에서 건설 중이던 양극재 공장도 완공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당초 올해 9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현지 여건으로 완공 일정 조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당장 생산력을 늘릴 필요가 없는 만큼 투자를 늦춘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한 에코프로비엠도 지난달 생산력 확대를 위해 추진되던 캐나다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가 이달 들어서 재개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원자재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이 투자 차이가 지속된다면 향후 국내 기업의 원자재 확보 경쟁력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내 기업은 광물 가격이 낮아질 때 실적이 같이 악화되기 때문에 M&A에 소극적이 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광물 가격이 바닥일 때 M&A를 진행하고 향후 광물 가격이 상승할 때 M&A 효과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 광물 자원을 많이 확보한 중국 등 경쟁국보다 투자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따라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늪에 빠진 삼성전자…HBM 문제도 아니란게 문제

삼성전자의 실적을 두고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비한 HBM시장 성과가 이번 실적 부진의 원인도 아니라는 점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공지능(AI)의 급성장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반도체업계 내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는 게 이번 실적 발표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은 넘으리라고 예상하던 중이었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변에서는 HBM사업의 부진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분석이 쏟아지던 상황이다. 하지만 사실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의 원인은 HBM 사업의 부진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3년 기준 HBM이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3분기 총 매출 79조원 중 다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을 증권가 추정치의 중간값인 23조원으로 가정하고, HBM이 DS 부문 매출의 15%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HBM의 매출은 약 3조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4% 수준에 해당한다. HBM 사업이 아직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적도 없다는 얘기다. 어차피 큰 도움이 되던 것도 아닌 사업이 부진한 점이 전체 사업의 부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기존 주력 사업인 범용 메모리(DRAM, NAND) 부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가격이 전월 대비 17.07% 급감했다. 이는 PC 및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주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예측 가능한 부분이지만 삼성전자는 대응에 실패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부진도 우려하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3분기에 약 4000억~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1위 TSMC와 달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주문 확보에 실패하고, 낮은 수율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부진은 범용 메모리 시장의 주기적 침체와 같은 전통적인 악재에 대한 대처능력 부재와 미래 HBM과 파운드리 사업 같은 중장기적인 전략 부재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의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 부족해서 그 결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의 체질개선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은 이번 실적 부진에 대해 사과하며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번 실적발표와 함께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주기적인 침체가 아닌 삼성전자 자체적인 구조적인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미래 전략과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최태원 SK 회장, 중동行…AI·에너지 협력 논의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동 주요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이번 방문은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대규모 재편과 AI 투자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 출범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중동 주요국 왕실 및 수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탄생할 새 법인은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한편, 사우디와 UAE 등 중동 국가들은 최근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번 방문에서 AI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과 UAE의 '센테니얼 2071' 등 장기 국가 발전 전략에서 AI와 첨단 기술이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어, SK그룹과의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칩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TSMC와 삼성전자의 UAE 반도체 공장 건립 논의 등 AI 관련 투자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미 2022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올해 5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서울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어, 이번 방문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 만남에서 에너지, 첨단 기술,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만큼, 이번 방문에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21만 게이머의 외침…표현의 자유 놓고 국감서 격돌 예고

국내 게임업계 숙원 중 하나인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전심의 제도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규제 완화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와 숙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게임업계 및 정계에 따르면 오는 17일 문체위 국감에서 논의될 게임 현안으로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전심의 제도가 꼽힌다. 최근 해당 제도의 검열 기준이 영화·음악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과도하다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당위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스포츠계 비위 문제가 이번 국감의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니 게임 분야에서 유일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전심의 제도에 대해 게임 업계와 이용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문체위는 해당 제도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온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관련 업무를 소관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측에선 서태건 신임 위원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게임 유튜버 김성회 씨와 게임이용자협회는 지난 8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32조 2항 3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헌소엔 총 21만750여명이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해당 조항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의 제작 또는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회는 이 조항이 표현 및 예술 창작의 자유와 이용자들의 문화 향유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검열 기준과 표현이 모호하고 자의적이어서 게임 내용·장르에 대한 검토 없이 유통이 제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게임에도 여타 문화 콘텐츠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국제 표준에 맞는 합리적인 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지난달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 등 개선방안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낸 가운데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는 추후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역시 헌소 결과가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이번 국감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검열 기준이 완화될 경우, 인디 및 중소 개발사들의 신작 출시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가 개선되면 개발자가 창의성을 더 높이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유통 불가 판정을 받으면 검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작업을 하는데, 소규모 개발사로선 인력·비용 부담이 커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도 적잖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국감 내용에 따라 제도의 당위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열 기준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사행성이 짙은 게임을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공존하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등급분류 과정에서 차단당한 게임 중 선정성의 수위가 높은 장면을 녹화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국감이 오히려 새로운 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표현 및 창작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 목적 사이의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부족한 탓이다. 이번 헌소를 통해 공론화를 빠르게 이끄는 덴 성공했지만, 위헌 결정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발생할 경우, 게임에 대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는 “이용자들이 단순 서명운동 이상의 방식으로 직접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선 의의가 크다"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발생할 사회 문제가 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와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점진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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