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오리온그룹이 국내 항암분야 선도 바이오벤처를 인수, 단번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키플레이어로 떠올랐다. 16일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지주사 오리온홀딩스는 15일 국내 항암제 개발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5485억원에 인수하는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취득일은 오는 3월 29일로, 이번 계약이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되며,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그룹 계열사가 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05년 설립된 바이오의약품 개발 벤처기업으로, 특히 차세대 항암제 기술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ADC 기술은 암세포만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을 ‘링커(고리)’로 불리는 화학물질로 결합한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정상 세포까지 파괴하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등 글로벌 업계에서 항암제의 대세로 꼽히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22년 12월 미국 암젠에 1조6000억원 규모의 ADC 기술수출에 이어 지난해 12월 얀센에 2조2000억원 규모의 ADC 기술수출도 잇따라 성사시켜 국내 ADC 기술 선도기업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수출은 총 13건, 8조7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레고켐바이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개 가까운 ADC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개는 임상단계에 진입했고, 이 중 ‘LCB14’는 임상 3상에 진입해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간편대용식 △음료 △바이오 등 3개 사업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 지난 2020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투자해 왔다. 2021년 3월 중국 제약사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합자회사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했으며, 이 합자회사를 통해 중국에서 결핵백신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2022년 12월 바이오 전문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 의약품·소비재·식품원료의 개발을 통해 기존 식품분야와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초로 치아의 상아질을 재생하는 물질과 치주인대 재생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시린이 치료효과를 가진 껌, 구강청결제, 치약 등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하이센스바이오와 함께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에 따르면, 현재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 지분은 8.5%로 업계 평균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는 벤처기업의 독자경영에 불안 요인 중 하나로, 여기에 더해 레고켐바이오는 향후 5년간 약 1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통해 5000억원대 여유자금을 확보한 것은 물론 레고켐바이오의 경영방침을 존중하는 우호적인 파트너를 확보한 것으로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는 오리온그룹이 초코파이, 포카칩 등 기존 주력분야인 제과와 시린이 치료용 껌, 치약 등 기능성 제품을 넘어 첨단 바이오 신약 개발에 본격 뛰어든 만큼, 레고켐바이오의 기술과 오리온그룹의 자금력이 얼마나 시너지를 발휘할지 주목하고 있다. kch0054@ekn.kr오리온 오리온그룹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그룹